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1

[홍예나] 나는 오늘부터 피아노를 치기로 했다 - 88개의 건반이 삶의 일부가 되다

일루젼 2023. 8. 22. 00:00
728x90
반응형

저자 : 홍예나
출판 : 가디언
출간 : 2017.02.17


       

'직전병'이 도지고 있다. 직전병이란 뭔가를 시작하기 직전까지가 가장 행복하고, 막상 시작하고 나면 기대만큼 즐겁지는 않은 상태를 말한다. 

 

엄밀히 말하자면 아직 첫 레슨을 시작하지는 않았으니 '직전'도 아니긴 하다. 어제까지는 무척 설레고 기대됐었는데, 막상 레슨 일자가 다가오기 시작하니 손가락도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고 허리나 어깨, 목 등등이 뻐근하고 무겁게 느껴지는 것이... 꽤나 긴장된다.

 

누구나 새로운 것을 시작할 때는 기분 좋은 긴장을 느낄 것이다. 만약 그 긴장의 범위가 설레는 수준을 넘어선다면, 혹시 '잘'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즐겁기 위해 시작하는 일, 처음 도전하는 일에 왜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을까?

 

평가 주의의 사회, 어린 시절의 경험, 스스로에 대한 기대 등 다양한 이유들이 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자신을 살펴보고 느껴보는 일, '왜' 그러는지를 가만히 들어주는 일이 바로 자기 자신과 친해지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느낌과 감정은 존재하는데 '그래선 안돼' '그건 나쁜 거야' 등으로 자신을 부정하거나 책망하는 행동은 추천하지 않는다. 제대로 느껴주지 않고 억압된 감정들은 점차 자기 자신도 기만하기 시작한다. '지금 내 기분'을 제대로 감각하지 못하는 이가 타인을 섬세하게 헤아리고 공감하기는 어려울뿐더러, 오히려 자기 기분이 어떤지도 모른 채 주변에 부정적인 감정을 퍼트리게 될 수도 있다.

 

감정을 건드리는 요소들로는 후각, 시각, 미각, 청각, 촉각 등 다양한 자극들이 존재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청각이 아주 조금 더 강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기존에 경험해보지 못했던 감정과 감각을 다른 자극 없이 온전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 -진동이 촉각의 영역이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이다. 흔히들 강력하다고 말하는 후각은 과거 어느 시점 경험했던 기억에서 감정을 끌어오고, 미각이나 시각의 경우는 대개 시각이나 청각과 함께 감각되는 자극이다. 그에 반해 눈을 감고 듣는 음악은 오롯이 청각 자체에만 집중해서 감각할 수 있으며 그 순간 음악 자체가 불러일으키는 감정을 체험할 수 있게 된다. 

 

나는 내 스스로 귀가 좋다거나 음악을 사랑한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음악을 듣는 것 자체는 좋아하지만 선율보다는 음파 자체의 진동을 즐기는 게 아닐까 싶었는데 -저음부 현악기나 드럼을 더 좋아했으니-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전혀 생각이 없었던 피아노를 덜컥 시작하게 될 줄은 몰랐다. 피아노, 기타, 바이올린, 드럼 등 조금씩 건드려는 봤었지만 항상 직접 연주하기보다는 좋은 연주를 듣는 게 훨씬 만족스러웠던 나인데 무슨 바람인지 잘 모르겠다.  

 

내 귀가 즐거운 연주를 하고픈 욕심까지는 없고, 그저 양손 운동과 코어 훈련(배와 허벅지 힘이 필요하다)을 재미있게 하는 거라 생각해보려 한다. 초견이 잘 되는 정도만 되면 무척 만족할 것 같다.  

 

일단 내년까지는, 피아노. 

끝.  

  

 


   

- 체르니 앞에 좌절하거나 재능이 없다고 자책하는 당신은 지금껏 '피아노를 즐기는 방법'을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안심하세요. 당신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 "어떻게 하면 피아노를 잘 칠 수 있을까요?"
"왜 같은 곡인데 나의 연주와 피아니스트 연주에 그렇게 큰 차이가 날까요?"
"손이 작은데 화려한 대곡을 칠 수 있을까요?"

 

- 이 물음에 속 시원히 대답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글을 쓰는 목적은 두 가지이다. 

 

- 첫째, 피아노를 향한 여정을 기록한다. 이로써 피아노 학습에 대한 오해를 풀고 엉뚱한 접근을 줄이며 피아노를 잘 치고자 하는 사람들의 시간과 노력을 최대한 줄인다.

 

- 둘째, 음악적, 기교적으로 뛰어난 연주를 하기 위한 다양한 실질적 해법(피아노 거장들의 연주 비밀도 포함)을 책 곳곳에 제시한다. 그렇다고 피아노 연주의 팁과 기술만을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 피아노를 잘 치는 방법에 관한 물음에 극히 일부분밖에 답해줄 수 없음도 미리 밝힌다. 다만 나는 피아노의 본질에 중점을 두고 느낌 있는 연주를 만들어가는 길을 안내하고자 한다. 

 

- 피아노 전공자이든 취미로 피아노를 배우는 사람이든 '피아노'라는 악기와 함께하며 벽에 부딪혔을 때, 이 책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 피아노라는 장르와 자신의 내면에 귀 기울일 때, 피아노 선율은 독창적 연주로 차츰 채워질 것이다. 

 

- 피아노를 뒤늦게 배우려는 사람들은 늘상 '굳은 손가락'을 탓하며 겁부터 낸다. 하지만 손가락이 내 마음 같지 않은 건 손가락이 굳어서가 아니다. 의학자이자 피아니스트인 후루야 신이치는 <피아니스트의 뇌>라는 책에서 '성인이 되어도 뇌의 신경세포는 증가한다. 뇌 기능은 연습시간에 비례해 발달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라고 말한다. 

 

- 성인 학습자로서의 '불리한 점'이 정말 있다면, 그것은 손가락이 아니라 학습 과정에서의 문제이다. 악보 보랴, 진도 나가랴, 교재 떼랴, 박자 맞추랴, 악보에 나와 있는 음표들을 건반에 입력(?)시키랴 모든 정신력이 소진되기에 '손가락 동작'을 느끼 ...

 

- 사람이 교재를 이용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형식주의'에 매이며 교재와 진도 앞에 모든 자유와 가능성을 상실해 버린 것이다. 

 

- 특히 체르니 30번과 같은 교재는 초급자에게는 악보 읽기만도 쉽지 않아서, 그저 '쳐내는 것'만으로도 버겁다. 정작 민첩한 기술을 연마할 '여유'가 없는 것이다. 오로지 음표와 건반을 매칭시키는 능력만 향상되겠지만(물론 초견 실력을 연마하기에도 체르니나 하농은 최악의 교재다), 그것은 음악이 아닌 '기능'일 뿐이다. 

 

- 피아노는 어디까지나 예술이다. 형식에 매이면 얻는 것이 없다.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게리치, 레오폴드 고도프스키,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는 하농을 친 적도, 체르니를 친적도 없다. 테크닉은 하농을 여러 가지 붓점으로 '고통스럽게, 지루하게 인내하며' 연습할 때 향상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작품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 잘 칠 수 있게 되면서' 향상된다. 

 

- 성인 학습자들의 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은 음악이 아니라 음학을 하려는 사고이다. 나이가 들수록 직관보다는 '분석'이나 '머리를 쓰는' 경향이 강해진다. 현실에서는 이런 면이 효율적일지는 몰라도, 예술 분야인 피아노를 배워 나갈 때는 이러한 사고과정이 오히려 더 먼 길을 돌아가게 만든다. 감상자로서는 감성적으로 음악을 깊이 있게 느끼고 좋아하면서 왜 학습자로서는 이성이 음악적 직관력을 앞서게 되는 걸까? 

 

- 생각해 보자. 본인이 그 곡을 좋아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과연 해머가 현을 빠른 속도로 때려서 (큰 소리를 내서) 좋아한 걸까? 그 곡에 매혹된 것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미묘하고 모호한 어떤 강한 느낌 때문이었을 것이다. 바로 그 느낌을 곡을 연습할 때 가져와보길 바란다. 이것이 직관적인 연주를 잘하는, 다시 말해 음악성이 뛰어난 사람의 방식이다. 

 

- 악기를 배우기에 앞서 마음속에 먼저 음악이 들어 있어야 한다. 마음속 귀로 음악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뛰어난 천재들의 비밀이다. 본인이 알고 느끼는 만큼만 음악을 '표현'할 수 있다.  

 

- 피아노 실력이 잘 늘지 않을 때 당신은 어쩌면 나이 탓, 머리 탓, 손 탓, 재능 탓을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말 문제는 피아노를 바라보는 당신의 태도이다. '너무 쉽게 생각하고 배우려 한다는 것'.

 

- 피아노뿐 아니다. 사실 삶의 여러 분야에 걸쳐 '그저 쉽게 생각하는 태도'는 곳곳에 만연하다. 무엇이든지 간에 '쉽게 생각하고' 접근하는 태도는 무지로 인한 '오만함'을 갖게 한다. 그리고 이런 오만한 태도는 그 어떤 것이든 성취하기 어렵게 만든다. 생각했던 것과 다르면 금방 싫증을 내거나 작은 어려움에도 쉽게 포기해 버리기 때문이다. 

- 나는 피아노를 진지한 취미로 갖는 학습자들에게 최고로 필요한 자질은 바로 '겸허함'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머리가 좋고, 영리해도 내가 좋은 대로 하려고 해서는 절대 잘 칠 수 없다. 나는 소위 '수재'들을 여럿 지도해 보았으나 늘 항상 최후의 승자는 겸허한 태도로 끈기 있는 열정을 지속하는 사람이었다. 음악이라는 최고의 선(善)을 위해, 자신의 태도를 낮추어 겸허하게 배우고자 하는 자세야말로 학습자가 갖추어야 할 최고의 덕목이자, 세월의 흐름에 따라 실력이 놀랍게 향상되는 마법이다. 태도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 19세기 중반까지는 악보 없이 무대에 올라 연주하는 피아니스트는 없었다. 오히려 암보해서 연주하는 건 작곡가에 대한 결례였다. 실제로 베토벤, 쇼팽은 자신의 곡을 외워서 연주하는 연주자들에게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는데, 악보를 외워서 연주하면 작곡가의 의도를 놓치기 쉽다는 이유에서다. 

 

- 그러다 슈만의 아내 클라라 슈만이 18세 때 악보 없이 무대에 섰고, 이어 프란츠 리스트가 1841년 악보 없이 화려한 기교의 연주를 선보였다. 지휘자 한스 폰 뷜로는 첫 미국 순회공연에서 139회의 공연 도중 단 한 번도 악보를 보지 않았다. 그는 심지어 1865년 뮌헨에서 3시간 40분에 달하는 바그너의 음악극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초연할 때도 악보를 치워버렸다. 그가 후배 지휘자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에게 "악보에 머리를 처박지 말고 머리에 악보를 넣어라."라고 충고한 일화는 유명하다. 

 

- 그렇게 점차 인식이 바뀌면서 예의에 벗어난 행동으로 여겨졌던 '암보'가 점차 음악에 대한 '열정' 내지 '진지함'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그렇다. '암보'도 기초실력이다.

 

- 앞서 말했던 '무주의 효과'를 기억하는가. 우리가 악보를 '암보'할 수 있게 되면, 그동안 악보 보는 데 쏟았던 '시각적, 정신적 주의력'을 음악 그 자체, 음악의 큰 흐름, 건반 포지션이나 예리한 청각과 손끝의 감각 등에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서 테크닉, 연주기술, 음악적 급진전이 일어난다. 그래서 암보가 중요한 것이다. 

 

- 악보는 IQ가 아니라 오직 '요령과 훈련’으로 외우는 것이다. 클라라 슈만은 "외워서 연주하면 힘차게 날갯짓을 하며 하늘로 날아오르는 기분이다."라고 했다.

 

- 빠른 곡 치기가 두려운가? 자신이 세운 한계만큼 발전할 수 있다.

 

- 빠르게 치려다가 봉착하는 어려움은 극복하는 과정에서 해결되고, 그때부터 테크닉과 연주 기술이 업그레이드된다. 스스로 자신의 한계치를 세우는 순간, 나의 가능성은 딱 거기에서 끝나버린다. 

 

- 손이 굳어서, 재능이 없어서, 전공할 거 아니니까 등등 온갖 핑계로 잔잔한 뉴에이지나 화음만 치면 되는 코드 반주만 치려 한다면 더 나아질 게 없을 것이다. 지금부터는 당신이 세워왔던 한계치를 해제시켜야 한다. 

 

- 비밀을 알려주지만 실천 여부는 본인의 선택이다. 모든 비밀을 100% 알려준다 해도, 그걸 진짜 잘 활용하는 사람은 사실 소수라는 것. '레슨비를 아끼는 방법'이란 제목에 눈이 번쩍 뜨였을지 모르지만, 얼마나 실천할지는 자신의 선택이다. 

 

- 전설적 피아니스트들을 많이 배출한 러시아 음악학교들의 공통된 레슨 방식을 먼저 소개해본다. 첫 레슨에 암보는 기본이다. 러시아 학생들은 그게 가능하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훈련되어 왔으니까. 그런데 한국 학생들은 이 룰을 늘 어겼다. 첫 레슨에 악보 읽어가기도 바쁜데 무슨 암보?  

 

- 이런 보석과도 같은 내용들을 내가 배울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준비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레스너는 학생이 준비된 정도까지만 지도할 수 있다. 악보 보느라 더듬거리는 학생에게, 굉장히 뛰어난 기교를 습득하는 법을 지도할 수 있을까? 겨우 피아노 건반 누르느라 바쁜 학생에게 톤과 터치, 음악적으로 세련된 흐름을 지도할 수 있을까? 

 

- 똑같은 레스너에게 똑같은 레슨비를 내고 레슨을 받아도, 누구는 10만큼 배우고, 누구는 1만큼 배운다. 모든 걸 레스너가 알아서 해줄 거라는 기대를 버리라. 자기가 준비한 만큼만 얻을 수 있다. 

 

- 손가락 힘을 키우기 위해 불필요할 정도로 느리게 한 음 한 음 꼭꼭 눌러서 세고 강하게 치는 연습이, 실상은 민첩함과 섬세함을 담당하는 근육들을 무디고 둔하게 만든다. 타건할 때 그 순간적이고 미세한 동작이 또렷한 소리를 내는 것이지, 근육의 힘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소리를 영롱하거나 웅장하게, 또렷하고 예쁘게 내려면 곡의 부분마다 터치의 방식이 다르다는 점을 먼저 알아야 한다. 

 

- 웅장한 화음은 건반 가까이에서 몸의 무게를 손끝에 싣고 건반바닥(건반을 눌렀을 때 더 이상 건반이 내려가지 않는 밑바닥 지점)으로부터 퍼 올리는 느낌으로 타건한다. 피아니스트의 연주에서 들을 수 있었던 둥글고 웅장하며 깊고 감동적인 소리가 날 것이다. 건반 멀리서 내리치는 학습자는 엄연히 잘못 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타건은 깨지듯이 귀 따갑고 시끄러운 소리를 만들며, 단언컨대 듣는 사람에게는 혹독한 고문이 된다. 멀리서 치는 듯 보이는 건 바닥까지 타건한 반동으로 튀어 오르는 동작이기 때문이다. 

 

 

 

 

- 이 곡의 오른손 선율은 손가락 끝이 마치 건반 바닥으로 가라앉는 듯한 감각으로 하나씩 누르는 것이 아닌 '타고 가는' 느낌으로 연주한다. 건반바닥을 느껴야 하는 p(여리게)의 조용한 느낌으로 친다 하더라도 겉돌고 붕 뜨는 소리가 아니라 맑고 영롱하면서 풍부한 음색으로 연주할 수 있다. 

 

- 부르크뮐러 25번 중 23번째 곡이다. 상당히 빠른 템포로 스타카토화음 연타를 쳐내야 하는 곡이다. 손을 건반에 가깝게 유지한 상태에서 손가락 끝으로 야무지게, 그러나 가볍게 타건해준다(단순히 가볍게 치면 소리가 빠지거나 들뜨기 쉽다. 차라리 손끝으로 뜯듯이 타건해보도록 한다). 흔히 이런 부분에서 손을 털듯이 친다거나 손 전체를 들어 올리며 치는데 그런 경우 소리의 퀄리티가 떨어지는 건 차치하고라도 빠른 템포로 올리는 것이 불가능해진다는 점을 명심하자. 물론 손은 건반 가까이에 유지한 상태로 손가락 끝만 가볍게 톡톡 튀듯 치는 것이 당장은 어색하고 어려울 수 있지만 내가 하고 싶은 대로(방종)가 아닌 진정한 기교적 자유를 얻길 원한다면 원칙을 지켜야 한다. 

 

- 어느 음악가는 이런 말을 했다. "아주 빠르게 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레가토이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자. 스타카토로만 되어 있는 패시지를 아주 빠르게 치는 게 가능할까? 이건 호로비츠도 못하는 일이다. 흔히 초보자들은 한 음씩 분리해서 건반을 누르는데 이러한 터치는 손 전체가 미세하게 들썩거리게 되므로 피아노 치는 것이 힘겨우면서도 빠르고 매끄러운 연주하고는 더욱 멀어지게 된다. 레가토 터치를 익혀야 하는 이유이다. 

 

 

- 또한 빠른 다섯 손가락 기교에서 소리가 겉돌고 또렷하지 못한 것은, 근육 힘이 약해서가 아니라 손가락 끝이 건반 표면에서 겉돌아 다니는 '미세하지만 잘못된 방식' 때문이다. 영롱한 소리를 내고 싶다면 손가락 끝이 건반 바닥에 가깝게 밀착되어 다니는 감각을 습득하도록 꾸준히 노력하도록 한다. 이때 치지 않는 손가락들이 쓸데없이 건반을 누르고 있지 않도록 ...

 

- 왼손을 홀대하면 오른손에도 한계가 온다. 

 

 

 

 

- 특히 4번의 경우는 심각한 문제이기도 하지만, 많은 학습자가 보이는 보편적인 현상이다. 어릴 때부터 꾸준히 쳐온 경우보다 어릴 때 배웠다가 오래 쉬고 나이 들어 다시 배우는 경우 더욱 흔하게 보이는 증상이기도 하다. 왼쪽 손목에 지속적인 통증으로 고민하던 경우, 왼손의 비틀어짐을 교정 후 통증이 없어짐은 물론 전반적으로 실력이 향상된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 둘째, 3, 4, 5번 손가락이 서로 붙어 다니고 통제가 안 될 때의 해결법이다. 아래 동작을 5번 정도 주의해서 반복한다. 

 

 

 

- 아인슈타인은 말했다. "내게 세상을 구할 단 1시간이 주어진다면, 문제가 무엇인지 규정하는 데 55분을 쓰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5분을 쓰겠어." 전설적 피아니스트 알프레드 코르토는 '테크닉을 세련되게 만들거나 어려움을 해결하고 싶다면, 그저 아주 작은 기본적 요소를 이성적으로 되돌아보면 된다'는 말을 남겼다. 

 

- 이것은 진리이다. 피아노 연습에서 '원인의 인지'는 90%이며, '연습'은 10%다. 스스로 어떻게 치는지를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몽매한 상태로 손가락만 돌린다고 해서 피아노 실력이 향상되는 게 아니라 '알고 하는 연습'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잘못된 방법으로 반복하는 연습은 실력을 키우기는커녕 무의식 중에 '나쁜 습관'만 키운다. 어렵지도 않은 피아노 테크닉을 더 어렵게 느끼도록 만들고, 나중에 그 나쁜 습관을 고치려면 시간과 노력이 훨씬 더 많이 든다.  

 

- 피아노는 무조건 오랜 시간 앉아 있는다고 잘 치게 되는 것도 아니고, 음표 하나하나, 동작 하나하나에 강박적일 필요도 없다. 이런 비직관적인 사고방식은 연습의 비효율성만 키운다. 자신의 상태를 제대로 인식하면서 치는 단 30분의 연습이, 10시간 동안 무의미하게 손가락만 돌리는 것보다 효율적일 수 있다. 나의 작은 문제점 하나하나를 조금씩 인지해서 올바른 습관으로 대체해 나갈수록 기교는 눈부시게 향상한다. 테크닉의 진보는 맹목적인 반복이 아닌 알아차림의 순간에 일어난다.

 

- 테크닉은 동작과 동작의 연속으로 이루어져 있다. 효율적이고 간결한 동작이 모여 뛰어난 테크닉을 만든다. 이처럼 기교를 연마해 나가는 과정은 올바른 동작과 터치를 습관화시키는 것이다. 

-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어렵고 복잡하고 긴 곡에서 이런 점을 효율적으로 익힐 수 있을까? 불리한 습관을 타파시키고 유리한 습관을 길들이기 위해서는 분해해야 한다.

 

- 차근차근 부분연습을 하면서 나아가기보다는, 어서 빨리 곡을 완성하고 싶은 욕심에 전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치는 것만 반복하게 된다면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점점 눈덩이처럼 불어나 템포도 잘 오르지 않고, 수많은 미스터치와 뭉개버림으로 지저분한 연주가 되어 결국은 스스로 지쳐 놓아 버리게 된다. 또한 겉핥기식으로 이 곡 저 곡 대충 쳐보다 말면, 기교는 언제나 제자리걸음일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결국 피아노를 향한 흥미마저 잃게 된다. 과정을 즐길 줄 알게 되면, 연습에서 재미있는 몰입을 느끼게 된다. 실력 향상은 덤이다. 

- '초견 연주’는 처음 보는 악보로 연주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한없이 어려울 수도 수월할 수도 있는 게 악보 읽기다. 그래서 요령이 필요하다. 악보 읽기가 고통스러운 사람들에게 희소식이 될 악보 잘 보는 세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 첫째, 다양한 곡을 자꾸 다뤄보아야 한다. 새로운 곡을 자주 접할수록 초견력이 향상된다 

 

- 둘째, 미리 준비하고 미리 염두에 둔다. 손보다 눈이 앞서가야 한다. 초견력이 약한 학습자일수록, 자꾸 손이 '머리와 눈'보다 먼저 움직이려 하는데, 이러한 습관은 무심결에 초견 실력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습관적인 미스터치를 만든다. 다음 부분을 염두에 두고 준비하는 것이 습관화돼야 초견력이 좋아진다. 

 

- 셋째, 풀, 나뭇가지만 보는 게 아니라 숲을 봐야 한다. 악보를 잘 보는 사람들은 무심결에 숲을 본다. 어떤 곡이든 일정한 규칙성을 띠기 마련이다. 이러한 패턴을 인지하지 못한 채, 음들을 하나하나 분리해서 읽다 보면 더욱 어려워지고, 효율성도 떨어진다. 예를 들어, 악보 보기 힘들다고 계이름을 악보에 모조리 써놓고 치기도 하는데 이 방법은 사서 하는 고행이다. 계이름을 써놓아야 할 만큼 악보 읽기는 어렵지 않다. 요령만 익히면 글씨를 읽는 것보다 악보 그대로 보고 치는 게 한결 수월하다. 음 하나하나를 분리하는 대신 곡의 전체적 흐름을 먼저 파악한다면 더 빠르게 곡을 익힐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수월히 악보를 읽으려면 귀에 아주 익숙한 곡으로 시작하는 것이 현명하다.

 

- 넷째, 음표 하나하나 처음부터 너무 완벽하게 치려고 하면 초견을 무척 더디게 만든다. 처음부터 완벽할 필요는 없다.

 

- 사람은 누구나 '새것'에 흥미를 보인다. 레퍼토리를 늘리는 데에만 열성인, 일명 '악보 컬렉터'. 악보만 열심히 보면서 연주하고,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싶으면 다시 새로운 악보로 넘어가 열심히 보고 치고 또다시 다른 악보를 찾아 연습하고... 새 악보로 바꿔 가는 것에 재미를 느끼고, 그것이 자신의 발전이라고 믿어버린다.   

 

- 물론 이렇게 피아노를 배우다 보면, 악보를 보는 '초견력’ 하나는 향상될 것이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이건 음악을 연주하는 게 아니라 '머리로' 피아노를 치는 것이다. 머리로 악보를 읽으며 건반을 올바르게 누르는 건 음악이 아니다. 나의 내면에 있는 감정이나 심상을 피아노를 통해 구현해 내야 음악이다. 악보 그 자체가 목표고 악보에 맞게 건반을 눌러 치는 것이 최고의 가치라고 생각하는 한, 실력은 딱 악보를 읽는 수준으로 제한될 뿐이며, 이미 그것은 음악이 아닌, '음표와 건반을 매칭시키는 지식'일 뿐이다. 

- 심지어 악보만 열심히 들여다보며 치는 수준에서 곡을 마치고 또 다른 곡을 똑같은 방식으로 학습하다 보면 테크닉 향상 없이 늘 제자리걸음이거나 손목, 어깨, 허리 등에 통증을 호소하게 된다.

 

- 어떤 패시지는 안쪽으로 들어가 쳐야 매끄럽고 빠르게 치는 게 수월할 때가 있고, 때로는 중간에서, 때로는 건반 바깥으로 나와서 쳐야 할 때도 있다. 물론 이런 걸 하나하나 매번 생각하고 치지는 않는다. 다만 항상 악보만 열심히 들여다보며 치고, 또 금방 다른 곡으로 넘어가는 사람들은 이러한 건반포지션에 대한 '감'이 전혀 없다. 

- 각 부분에 따라 음표들의 흐름과 손가락, 건반의 구조에 기인하는, 최적화된 건반 포지션이란 것이 있다. 물론 이것은 지식적으로 학습하는 내용이라기보다는 건반에 대한 감각이 생기며 자연스레 터득하는 일종의 '요령'이자 '감'이다. 주로 어릴 때부터 차근차근 기초를 쌓아오며 각종 연주와 콩쿠르 참가를 꾸준히 해온 사람의 경우, 이 건반 포지션을 무의식 중에 익히게 된다. 연주와 콩쿠르 준비는 암보를 전제로 하다 보니 자연스레 익히게 되는 것이다.

 

- 오로지 악보만 열심히 들여다보며 쳐서는 건반 포지션에 대한 개념과 감이 전혀 생기질 않는다. 그러다 보니 무심결에 억지스럽고 불편한 건반 포지션을 쓰게 된다. 실제로 건반 포지션에 대한 '감'을 익힘에 따라 테크닉이 정말 놀랍도록 비약적으로 향상된 예들을 많이 봐온다. 

 

- 기교는 교재 떼고 진도 빨리 넘겨서 향상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한 '작품'을 능숙하게 연주할 줄 알면 자연적으로 향상되는 이유 중 하나이다. 
 

- 진정한 실력은 템포를 빠르게 올리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일어나는 크고 작은 어려움들을 극복해 나가면서 향상된다. 이 곡을 그저 줄곧 느리게 아무 생각 없이 눌러 치는 것과 더 빠르고 세련되게 만들어가려는 시도를 하는 연습은 천지 차이이다. 위에 언급한 부분들은 연습을 통해 매끄럽고 세련되게 연주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하며, 위 16분음표 스케일 하행은 후반부에서 설명한 요령으로 연습해 준다면 효과적으로 해결될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체르니 40번까지 초고속으로 진도를 빼는 것은 무의미하며, 체르니 100번이라 할지라도 템포를 최대한 끌어올려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실질적인 기교가 향상된다. 

 

 

- 이 16분음표들을 다 매끄럽고 고르게 치려고 하기보다 조각가가 끌로 조각을 매끄럽고 섬세하게 다듬듯이 가장 울퉁불퉁한 부분을 골라서 다듬어보자. 무작정 어렵다고 안 된다고 하는 것보다 '잘 안 되는 부분'을 스스로 찾아낼 수 있는 것도 '실력'이다. 그리고 그래야만 실제로 피아노 실력과 테크닉이 향상된다. 아마도 네모 친 부분이 연주의 걸림돌이 될 확률이 높다. 엄지나 새끼손가락이 검은건반을 누르게 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 이때 최고의 연습 방법은 일단 저 네모 부분만 따로 '최대한 빠르게' 쳐보는 것이다. 조각가 연습법의 요점은 '최대한 짧은' 부분을 뽑아내서, '최대한 빠르고 매끄럽게 치는 것'이다. 오른손만 따로 치는 데다가 고작 8개밖에 안 되는 음이므로 빠르게 치는 게 어렵지 않다. 반복해서 민첩하게 쳐보며 매끄럽게 다듬어 나가는 것이 포인트이다. 

 

 

 

- 둘째, 만다라 연습법. 패턴의 반복으로 하나의 아름다운 문양을 이루는 만다라에서 별칭을 따온 연습법이다. 반복되는 패턴 중 먼저 한 개의 패턴을 능숙하게 칠 수 있도록 연습하면, 나머지 반복, 변형 반복된 패턴들을 훨씬 쉽게 익힐 수 있는 원리이다. 

 

 

 

 

- A가 어려울 수 있는 이유는 화음 멜로디 라인인데, 화음은 손으로 연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살짝 도약'하면서 민첩하고 순간적으로 작은 미세한 동작으로(큰 동작이면 절대 민첩하게 안 된다. 코끼리에게 토끼처럼 달려보라고 시켜보라) 재빨리 건반 안쪽으로 점프해야 하는 부분이다. 

 

- 왜 건반 안쪽으로 들어가야 할까? 짧은 엄지손가락으로 ‘시 플랫'을 눌러야 하기 때문이다(이런 기술이 바로 피아니스트가 어려운 곡을 쉽게 쳐 보이는 비밀 중의 하나이다). 이런 이유로 8~9마디로 가는 그 순간에도 민첩하게 손이 건반 바깥으로 점프해 나와야 한다. 이 곡의 엄청난 템포를 가능하게 하는 손가락 번호의 경우의 수는 사실 악보에 적어놓은 번호가 유일하다.

 

- 이런 이유로 위 악보에서 까다로운 부분은 A이다. 그래서 네모로 표시해 놓은 부분만 따로 충분히 숙달되도록 반복해주어야 한다. 이때 주의할 점은 가급적 악보가 아닌 '건반'을 보면서 해야 효과가 좋다는 점이다. 테크닉이란 '악보-손'의 문제가 아니라 '건반-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건반감을 익히는 게 중요한 이유이다. 2마디도 안 되는 데다, 왼손 옥타브는 한 음씩 하행하고 있는 단순한 패턴이므로 뜻밖에 금방 암보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이런 식의 학습은 기교를 향상시키면서도 동시에 자연스럽게 암보까지 하는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는 방법이기도 하다). 

 

- A가 해결되었다면 이제 B부터 시작해 본다. B부터 시작해도 매끄럽게 무리 없이 잘 된다면, 이제 C부터 시작해 볼 차례이다. 피라미드 전체를 완성했다. 시간과 노력을 크게 아끼며, 단시간에 어떤 부분을 확 잘 치게 만들어주는 연습 방법이다. 또한 거꾸로 연습해 나가는 것이기에 무심결에 부분과 부분의 사이를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효과도 있다. 

 

- 대략적인 스타카토의 종류를 정리해 봤다. 곡마다, 부분마다 각각 어떤 느낌의 스타카토인지 일일이 알아보기는 쉽지 않다. 다만 어느 곡에서 어떤 스타카토가 나와도, 각각 다른 음악적 의미들이 부여된다는 것을 안다는 것은 다시 말해 '음악적 소양'이다. 그래서 다양한 곡을 다뤄보고 들어보고, 음악적 완성도가 있는 곡들을 진지하게 학습해봐야 하는 것이다. 

 

- 그런 경험들이 쌓이고 쌓여서 음악적 소양이 향상되는 것이고, 그렇게 세월과 함께 쌓아온 경험들로 인해, 딱 쳐보면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악보에 일일이 설명이 안 되어 있더라도 그냥 음악적인 감으로 판단이 선다. 시대적인 특성(바로크, 고전, 낭만, 인상파 등등)과 곡의 분위기(잔잔한 곡인지, 경쾌한 곡인지 엄숙한 느낌인지) 등에 따라 유기적으로 판단되어야 한다.

 

- 악보에 나온 대로 페달을 밟았는데도 곡이 뚝뚝 끊겨 들린다며 하소연하는 학습자들을 종종 본다. 예로 들게 될 '쇼팽 왈츠 op.69 no.2'는 1992년 장 자크 아노 감독의 <연인(L'Amant)>이란 영화에서 여주인공(제인 마치)이 연인과 헤어진 후 슬프게 울던 마지막 장면의 배경음악으로 나오던 곡이다. 슬픈 듯하면서도 청초한 곡이다. 동시에 레가토, 페달링, 프레이즈 등 유익한 배울 거리를 어렵지 않게 익힐 수 있는 곡이기도 하다. 쇼팽의 곡은 처음 칠 때 무리 없이 시작하기 좋은 곡이다. 

 

 

 

- 악보에 실제 피아니스트들이 페달을 밟는 방법을 표시했다. 'xp'라고 표시한 부분에서 순간 갈아준다. 다시 말해, 떼었다 밟는 게 아니라 순간적으로 다시 밟는 것이다. 

- 계속 밟고 있다가 두 번째 마디의 첫 음을 치는 순간 떼고 그 첫 음이 사라지기 직전에 다시 밟아준다. 그렇다. 귀와 발이 예민해야 한다. 피아노는 손가락으로만 치는 것이 아니라, 이렇듯 온몸이 동원된다. 손가락으로 치고, 귀로 들으면서, 발은 그 미묘하고도 섬세한 타이밍에 맞춰서 밟고 떼야 한다. 위와 같이 밟는다면 지저분하지 않게 깔끔한 연주를 유지하면서도 끊기는 거슬림 없이 부드러운 페달링이 될 것이다. 페달을 밟을 때 특히 주의해야 할 두 가지 사항이 있다.

 

- 첫째, 'xp' 표시에 따라 페달을 밟았는데도 소리가 앞의 음과 섞여 지저분하게 울리는 경우를 자주 본다. 밟는 타이밍은 정확했으나, '발을 덜 뗐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페달을 순간적으로 갈아줄 때 발을 확실하게 떼서 울림을 '일시적으로' 끊어줘야 한다. 

 

- 둘째, 악보에 네모로 표시한 부분은 오른손 선율이 '반음'으로 부딪치는 부분이다. 이 음들이 섞이면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난다. '귀'로 주의 깊게 들으며 깔끔한 페달링이 되도록 각별히 주의한다. 

 

- 잘 모른다고, 잘 못한다고 겁내며 페달을 의도적으로 피하지는 말자. 페달을 일찍 밟을수록 발전이 더 빠를 수 있다. 느리거나 잔잔하고 조용한 곡은 바로 페달을 밟아도 좋다. 다만, 빠른 곡이라면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템포가 조금씩 오르기 시작할 무렵에 밟아야 한다. 빠른 곡을 느린 속도로 치면서 페달을 밟으면 지저분한 울림소리가 나 청각적인 고문이 될 뿐만 아니라, 손가락 기교를 익히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 나이 들어서 피아노를 다시 시작하거나 처음 배우는 사람들은 하농, 체르니 30번, 체르니 40번 등 기초 교재를 일일이 다 익힐 시간이 없다. 세상엔 그밖에 정말 평생을 쳐도 다 쳐보지 못할 만큼 멋진 음악이 많다. 최대한 '작품 그 자체'를 통해서 테크닉을 익히고 음악적 연주 기술을 익히도록 방향을 잡아야 한다. 

 

- 작품이라고 꼭 어렵고 화려한 곡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음악적으로 다채롭고 재미있으면서 배울 거리도 많으며 부담이 적은 쉬운 작품들은 얼마든지 있다. 단, 음악적 완성도가 떨어지는 곡은 치지 않기를 권한다. 실력 향상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아무거나 무조건 건반을 누르기만 해도 실력이 늘 것이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 다음에 살펴볼 악보는 헝가리 출신 작곡가 바르톡의 루마니안 민속선율을 모티브로 작곡한 곡이다. 다분히 학습적인 의도로 작곡되었기에, 학습할 거리도 풍부하며 초보자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곡이다. 

 

- 아무나 '편곡'한 곡이 아니라, 과거의 위대한 작곡가들이 '직접 작곡한' 완성도 있는 곡을 학습하자. 이러한 곡들은 그 안에 '음악적 콘텐츠'가 풍부할 뿐만 아니라, 기교적으로도, 음악구조적으로도 학습자의 레벨을 끌어올린다. 과거 위대한 천재들이 쓴 인문고전을 읽으면 읽는 사람의 레벨이 끌어올려지지만, '아무나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는 글들'을 읽어봤자 자신의 정신적 소양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하는 거나 마찬가지이다.   

 

- 역사 속 위대한 작곡가들은 어렵고 난해한 곡만 작곡했을 것이라는 편견을 버려라. 그들도 초보 학습자를 충분히 배려하는 곡을 많이 작곡했다. 바르톡은 그의 아들을 위해 슈만도 그의 딸들을 위해, 그리고 쇼팽은 그의 누이들을 위해 초급자를 배려하는 곡들을 작곡했다. 그저 일반인들에게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쉽고 단순하지만, 어떻게 치느냐에 따라 음악적으로 정말 아름답다는 것이 음악적 완성도가 높은 곡들의 특징이다. 우리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감성적 충족, 심리적 위안, 정서적 안정을 이런 곡들을 통해 얻을 수 있다.  

 

- 음악적 감수성이 높은 클래식 애호가가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다면 어떨까? 클래식 명곡들이 익숙한 이에게 "당신은 기초가 부실하니 동요집을 치세요."라고 말하는 건 '정서적 고문'일 테다. 바이엘을 모두 치고 나서, 다시 하염없이 체르니를 치며 세월을 흘려버리기엔 시간이 아깝다.  
 

- 기초가 부족해도 멋진 곡을 치고 싶은 딜레마는 사실 성인 학습자라면 누구나 겪을 만한 일이다. 무작정 대곡, 명곡을 치려 덤비면 실력이 안 따라주니 딜레마가 발생한다. 최상의 몰입을 끌어내는 방법은, 내가 끌리고 좋아하는 곡을 통해 테크닉적, 음악적 학습을 진지하게 하는 것이다. 인위적인 지루함을 참아내는 식의 연습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 정말 꼭 치고 싶은 곡이 있다면, 그 곡만 생각하면 당장 피아노 앞으로 달려가고 싶을 만큼 가슴이 쿵쾅거린다면, 그 곡이 무려 차이콥스키 협주곡이라도 쳐야 한다. 수준 높은 곡이라도 진심으로 좋아하는 곡을 치면, 기쁨과 열정이 샘솟는다.

 

- 단, '선곡'에서의 타협이 필요하다. 내 안의 열정을 일깨우는, 내 가슴을 뛰게 하는 그 곡을 바로 시작하는 대신에, 기초를 튼튼하게 잡아주는 '쉬운' 곡을 반드시 함께 치자. 만약 하루에 40분씩 연습시간이 주어진다면, 단 10분만이라도 그 기초 실력을 쌓아주는 곡에 투자하면 된다. 하루 1,440분 중 10분은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결코 작거나 사소하지 않다. 대수롭지 않게 흘려보낼 이 10분을 '쉬운' 곡에 오롯이 집중한다면, 어느새 피아노 연주를 하는 데 필요한 기초 실력이 쌓인다. 

 

- 바이엘과 체르니 과정을 모두 마칠 때까지 기다리다가 가슴속 꿈은 점점 희미해질지 모른다. 치고 싶은 곡, 설렘을 주는 곡, 가슴 뛰는 곡은, 때에 따라 바뀔 수도 있고, 다른 곡이 더 귀에 꽂힐 수도 있고, 여러 곡에 관심이 갈 수도 있다. 얼마든지 변덕을 부려도 되지만, 가슴 뛰는 곡과 더불어 '기초를 확실하게 잡아주는 곡'만큼은 변덕을 부리지 말고 무조건 꾸준히 지속해야만 한다. 

 

- 기초실력이 조금씩 쌓일수록, 내가 좋아하고 잘 치고 싶어 하던 더 어려운 작품에서 그 증거가 점점 드러나기 시작한다. 어렵던 부분들이 해결되고, 아프던 고통이 점차 줄어들고, 내가 이런 연주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기쁨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그제야 '기초를 다졌던 것'에 대해 뿌듯함이 느껴진다. 

 

- 기초는 하농을 수백 번, 온갖 붓점을 총동원해 무조건 손가락 놀린다고 다져지는 것이 아니다. 쉽고 단순하지만 음악적 완성도가 높은 곡을 '얼마나 세련되고 매끄럽게 곡에서 요구하는 템포만큼 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기초를 튼튼히 해주는 쉬운 곡이란 바로, 체르니 100번, 부르크뮐러 25번, 소나티네, 그리고 다양한 류의 클래식 소품 같은 곡들이다. 

- 늘 유명한 곡, 대곡, 화려한 곡을 치며 어려운 기교를 억지로 해나가려니 불필요한 힘만 잔뜩 들어가고 별의별 억지스러운 습관들이 달라붙어서 더 힘들고, 팔 떨어져 나가게 고통스럽고, 아무리 해도 안 된다는 하소연만 늘어놓는다. 이런 고통에 시달리다가, 쉽고 단순한 곡을 치게 되면, 뜻밖에 나의 문제점이 드러나게 된다. 왜일까? 본래 쉽고 단순한 것에서는 뭐든 발견되기가 쉽다. 적절한 예일지는 모르지만 마치, 아무것도 없는 빈방에서 물건 찾기는 쉬워도,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는 어려운 법이 아닌가.

 

- 교재와 곡을 선택하는 데는 언제나 '타협'이 필요하다. 기초실력을 탄탄하게 세우면서 동시에 음악적 즐거움과 열정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 테크닉을 연마하기 위해서는 빠르고 민첩하게 치는 훈련을 해봐야 한다. 그렇기에 가장 추천하는 방법은 나만의 연습 레퍼토리를 만들어보는 것이다. 한두 곡은 내가 정말 치고 싶고, 내 마음에 끌리는 곡을 선택한다. 원칙과 자유로움의 경계선을 잡고 타협해 나가는 것이다. 이때 한 곡은 자신의 레벨보다 지나치게 높지 않고 너무 길지 않은 규모로 정하고, 또 다른 한 곡은 난도가 꽤 높지만 진정 내 가슴을 설레게 하는, 피아노에 대한 열정을 지속시켜 줄 수 있는 것으로 정한다. 그리고 이 곡은 치다가 중도 포기하거나 마음이 바뀌어도 좋다. 왜냐하면 꾸준히 지속적으로 체르니와 소품을 연마해 왔기 때문에, 이 곡 한 곡은 '좀 하다가 맘이 바뀌어서 변덕을 부려도 되는 자유'의 여지를 두는 것이다.

 

- 자신의 기질과 취향에 맞는 자유로움을 갖는 반면, 원칙을 함께 유지하는 것이 키포인트이다. 음악적 소양이 깊어질수록, 더 많은 곡들이 들려오기 시작하며 더 다양한 곡에 끌리게 될 것이다.

 

- '격차', 이게 바로 함정이다. 피아노 학습에 고통을 가져오는 가장 큰 이유는 난이도에 대한 오해이다. '쉽게 들린다고'결코 쉬운 곡이 아니며, '악보가 쉬워 보인다고 절대로 쉬운 곡이 아니다. 피아노 옆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라는 경고 문구를 새겨 넣어야 할 판이다. 그래서 난 바흐, 모차르트, 슈베르트의 작품들을 민얼굴에 비유하곤 한다. 화장발, 옷발, 조명발, 사진발 하나도 없는 꾸미지 않은 얼굴. 이들의 곡은 대체로 연주자의 아주 작은 단점도 너무나 눈에 뜨이게 드러낸다.

 

- 무작정 곡을 고르거나, 잘 알려진 곡이라고 쉽게 생각하다 보면 실상 연주를 시작했을 때 그 차이에 놀라며 겁을 먹게 된다. 기억하자. 피아노가 어려운 게 아니라 '잘 모른 채' 무작정 접근하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우리에겐 난이도와 곡의 실제적인 연주 효과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 스크리아빈이란 작곡가 이름 자체가 생소하고 왠지 무시무시하게 들리는가? 러시아 출신의 후기 낭만파와 인상파에 걸쳐있는 작곡가이다. 작곡가 자신의 손의 크기가 딱 옥타브까지 닿았다고 한다. 손이 작고 손가락이 짧다고 한탄하는 학습자들도 옥타브는 닿는다. 얼마든지 쳐볼 수 있는 용기를 가져도 된다. 이 곡은 옥타브와 도약을 효과적으로 익힐 수 있는 곡이다. 에튀드라기엔 마치 살롱 연주가 연상되는 듯 은근히 감미롭고 선율이 서정적인 곡이다.  

 

- 연습 시 주의점으로는, 늘 그렇듯 프레이즈를 나눠 익히면 빨리 익힐 수 있다. 그리고 둘째 마디 왼손과 같은 구간은 손이 커야 잘하는 것이 아니라 층거리 꾸밈음으로 굴려 치는 것이며 결국 손가락들을 민첩하게 재빨리 접는 것이 필요할 뿐이다.

 

- 화음 도약에서는 몸이 결코 손을 따라가지 말고 무게중심을 잡아주도록 하며, 손이 가볍게 건반 위를 점프하듯이 다니는 것이 이 곡에서의 릴랙스의 비밀이다. 수학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는 직선이지만 건반에서 도약 시 가장 가까운 거리는 곡선적 움직임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연습하기 바란다. 

 

- 초견 따로, 테크닉 연습 따로(물론 이것조차도 안 하고 성급하게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리고 암보 따로 하는 경우가 많다. '따로따로' 익히는 연습은 그다지 효율적이지 못하다. 어느 곡이든 '초견-테크닉-음악적 표현-암보' 등을 한 번에 익힐 방법을 소개한다. 비법은 간단하다. 하나의 프레이즈를 먼저 익히는 것이다. 

 

- 처음 곡을 익힐 때 부분을 나눈다고 해서, 한 마디로 나누지는 않는다. 한 마디에는 그 어떤 음악적 흐름도 없다. 최소한 하나의 프레이즈로 나눠야 하나의 작은 '온전한 흐름'이 된다. 프레이즈는 전체적 패턴, 진행을 볼 수 있는 최소한의 단위이다. 자, 그럼 오른손 따로 왼손 따로 연습을 시작해 보자. 악보 볼 때의 부담이 가벼워지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안 좋은 습관을 애초에 예방하기 위함이다. 

 

- 사실 단음이나 겹음이나 모두 가볍고 일관성 있어야 한다. 악보 보느라 이미 머릿속은 포화 상태인데, 어떻게 그런 것까지 생각할 겨를이 있을까? 단음과 화음이 섞여 있기에 왼손으로는 마치 절뚝거리듯 치게 될 것이며, 초견에 서툴수록 그 정도는 더 심해진다. 계이름 보랴, 맞는 건반 누르랴, 긴장되고 힘들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더욱 무겁게 건반을 짓누른다. 물론 이를 스스로 인식하는 경우는 드물다. 상당한 주의력이 악보 읽는 데에 가 있으니까. 

 

- 둔탁한 왼손과 더불어 오른손은 어떨까? 왼손의 영향을 받아서 (본래 양손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힘이 잔뜩 들어가고, 겨우 악보를 읽어내긴 해도 건반을 무겁고 둔탁하게 짓누르는 안 좋은 습관이 점점 굳어진다. 그래서 피아노를 치면 칠수록 테크닉이 향상되기는커녕 온몸에 힘이 들어가고 여기저기 아프고 굳은 손가락이 잘 풀리지 않는 것이다. 그렇기에 기초가 부족한 학습자일수록 처음 곡을 익힐 때 양손을 각각 따로 쳐보는 게 좋다. 

 

- 왼손으로 먼저 한 프레이즈만 익혀보자. 초견이 서툰 학습자라도, 한 프레이즈만 몇 번 반복해 보면 '내 손가락이 어떤 상태인지'를 인지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 만약 모든 마디를 같은 비율로 연습한다면 어떨까. 그것은 비효율적이다. 실력은 어려운 곳을 반복해야 는다. 쉽고 단순한 곳을 불필요할 정도로 많이 반복하는 것은 시간 낭비이다. 

 

- 첫째, 연주를 들어본다. 유튜브에서 연주를 들으면 공짜다. 하지만 주의하라. 기계연주는 금물이다. 미디음악, 전자피아노 연주, 혹은 지나치게 수준 떨어지는 연주는 듣지 말길 바란다. 가급적 '전문 연주자'가 그랜드 피아노로 연주하는 것을 들어라. 

- 둘째, 모든 창조는 '모방'에서 시작된다. 언제까지 '귀가 닫힌 상태'에서 악보만 보고 고군분투할 것인가. 초보자의 경우, 귀가 닫힌 상태로는 아무리 악보를 들이파도 곡을 쉽고 빠르게 익히는 '요령'을 터득하기 전까지는 반드시 귀로 먼저 익숙해진 후에 연습해야만 초견 단계에서 덜 고생하고, 더 재미있고 빠르게 곡을 익히게 된다. 

- 셋째, 연주를 들으며 악보를 펼쳐 놓고 손에 연필을 잡는다. 곡을 들으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하나의 프레이즈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큰악절인지 표시해 본다. 기술적으로 어려운 부분도 따로 표시해 둔다. '엘리제를 위하여'는 처음 4마디를 익히면 곡의 50%가 완성된다. 정확히 15번 반복되기 때문이다. 그다음은 6마디인데 곡 전체에 걸쳐 4번 반복된다.

 

- 넷째, 레슨을 받는다. 레슨을 악보를 읽을 때 받는 건 '손해 보는 장사'이다. 이건 마치, 빌 게이츠와 식사할 기회가 생겼는데, 컴퓨터 키보드 누르는 법을 배워오는 것과 같다. 레슨은 악보를 암보하고 자신의 것으로 곡을 어느 정도 소화시킨 후에 받아야 비싼 레슨비만큼 얻어오는 것이 있다. 

- 레스너를 긴장시키는 학습자가 되어라! 실력 있는 레스너라면, 곡의 음악적인 디테일과 다양한 터치, 그리고 중요한 기교를 지도할 것이다. 학습자는 이미 곡의 암보도 되었고 어느 정도 습득이 된 상태이기에, 이런 내용들을 충분히 받아들여서 자신의 것으로 '소화'시키는 것이 가능한 상태이므로 매우 효율적인 레슨이 된다. 이런 식으로 클래식 소품을 한 곡 한 곡 익혀 나가는 것이 진정한 기교적, 음악적 실력이 쑥쑥 향상되는 과정이다.

 

- '시대별로 페달을 밟는 방법이 달랐다'는 사실을 아는 학습자는 많지 않다. 바로크 시대의 바흐나 스카를라티의 곡들은 대체로 절제된 페달을 쓴다. 모차르트 같은 초기 고전파 시대에는 굉장히 섬세한 페달링이 요구되었다. 어떤 사람들은 모차르트가 페달을 거의 밟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정확히 말하면 '교묘할 정도로 자주 갈아주며 깔끔하게' 밟는다. 

 

- 쇼팽이나 리스트로 대표되는 낭만시대와 라흐마니노프와 같은 후기 낭만시대에 이어 드뷔시나 라벨과 같은 인상주의 시대로 오면서 페달의 사용 빈도도 늘어나고 페달을 밟고 있는 길이도 길어진다.

 

- 만약 경쾌한 곡이라면, 이 화음들은 건반에 손을 가깝게 둔 상태에서 '손끝으로 가볍게 튕기듯' 연주해 준다. 하지만 이 화음 연타 반주를 정말 슬픈 곡에 어울리게 치려면, 반대로 건반 바닥 안으로 가라앉듯이 연주한다. 이때, 손가락 끝과 건반 표면의 거리는 '밀리미터'여야만 한다. 건반 표면에서 손가락 끝이 떨어지지 않은 채 타건하는데, 거리가 생길수록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기 때문이다. 깊은 음색은 힘으로 내는 것이 아니다. 그저 편안한 기분으로 지그시 건반바닥으로 가라앉듯 쳐준다면 조용하면서도 깊이 있는 음색으로 연주할 수 있다.  

 

- 그럼 이 두 곡의 큰 차이점은 뭘까? 시대적 스타일이다. 바로크 시대와 낭만 시대. 화음 연타의 타건 방식은 동일하지만 극명한 시대 차이가 있다. 이 점에 따라 페달링이 결정된다. 바흐는 바흐만의 페달 방식이 있으며, 낭만파 곡에서도 마찬가지이다. 

- 바로크 시대 곡에서는 페달을 아껴 써야 한다. 핀란드에서 공부하던 때, 국제콩쿠르 심사하시던 교수님 말씀이, 느린 바흐곡에서 '동일한 음을 한 페달로 갈 경우 엄연히 탈락 요인'이란 말씀을 하셨다. 당연하다. 이미 그 음악은 '바흐 음악'이 아닌 것이 되어버리니까.

 

- 피아노는 손가락만 빨리 돌아간다고 잘 치는 것이 아니라, 발 또한 굉장히 섬세해야 한다. 이래서 피아노는 순전히 기능적인 면으로만 보면 전신 스포츠이다. 손이 바쁜 와중에도 귀로 듣고 발로 섬세하게 조절해야 하니까. 소리가 지저분해지게 울린다면 순간적으로 떼고 민첩하게 다시 밟는 것을 점검해 본다. 학습자들이 흔히 실수하는 점은 깔끔하게 갈아주는 기술인데, 뗄 때 확실하게 떼지 않으면 잔음이 남는다. 

 

- 성인 학습자들은 삶의 경험들로 기인한 관성적 사고방식이 강하여 그로 인해 한계를 쉽게 긋는 경향이 있다. 사실, 연습하다 보면 점차 적응되어 칠 수 있게 되고, 지금 바로 안 되더라도 시간의 힘과 더불어 점차적으로 능숙하게 될 여지가 충분히 있는데도, 지금 당장 안 되면 나한테 문제가 있어서, 손이 작거나 손가락이 짧아서 안 되는 것이라 생각하고는 쉽게 포기해 버리는 경우를 종종 본다. 

 

- 옥타브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어릴 때부터 꾸준히 쳐온 게 아닌, 나이 들어서 시작했다거나 어릴 때 잠시 배우고 오래 쉰 후에 피아노를 다시 치게 되면 특별히 손이 큰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누구나 자신의 손이 작다고 느끼고, 옥타브가 너무 힘들어서 '어차피 안 되는가 보다'하고 쉽게 포기해 버려서, 심지어 미래의 가능성의 여지를 애초에 막아버리고 미리 스스로의 한계를 규정해 버리는 경우도 심심찮게 보는데, 심지어 옥타브가 나오지 않는 피아노곡을 추천해 달라는 경우도 보았다.  

 


 

- 왕초보

부르크뮐러 25번, 체르니 100번(오리지널판)부터 시작한다. 성인 학습자라면 바이엘은 건너뛰고 바로 체르니 100번부터 들어가길 권한다. 현실적으로 모든 단계를 다 밟을 시간이 없으며 아이들보다 지적 능력과 끈기가 좋다는 이점을 활용하자.

- 초급

쿨라우, 클레멘티, 디아벨리, 베토벤이 작곡한 소나티나, 바흐소전주곡집. 바흐 인벤션(2성), 짤막하고 부담이 적지만 음악적 완성도가 높은 다양한 클래식 소품들(차이콥스키 어린이 앨범, 슈만의 어린이 앨범, 카발렙스키 어린이 앨범, 그리그 서정 서곡집 중 중하위 난이도 곡들), 바르톡의 어린이를 위하여, 쇼팽의 유작(쇼팽의 작품 중 초급자가 칠 만한 곡들은 유작이 대부분).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