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1

[조관일] 대답도 제대로 못 하면서 - 비즈니스 대답법

일루젼 2024. 6. 28.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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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조관일
출판 : 나무옆의자
출간 : 2019.11.20


 

'직장'이란 수많은 이들에게 애증의 대상일 것이다. 다니고 싶은 이들에게도, 그만두고 싶은 이들에게도 '직장'은 삶의 많은 영역을 차지한 화두다.

 

어떻게 묻고, 어떻게 답할 것인가. 

언행 하나하나가 가시밭길을 헤치는 것만 같이 답답하다면 이런 책들을 찾아보게 된다.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는 건 빤히 보이는 거짓말이다. 상대가 거짓이라는 걸 알아채주길 바라고 하는 것도 달갑지 않지만, 눈치채지 못할 거라 생각하는 경우가 더 난감하다. 웬만하면 '저러는 이유가 있겠지'라고 생각하고 넘기는 편이지만, 내 업무와 관련된 경우에는 부득이하게 제대로 짚어야 하는 순간이 온다.

 

<대답도 제대로 못 하면서>는 사실 추천하고 싶은 책은 아니다.

말하고 싶은 바는 알 것 같지만, 아무래도 '좋은 답변'이라는 것 역시 주관적인 영역이다보니 어느 정도 뜬구름을 잡을 수밖에 없다. 완전히 대등한 관계라면 답변 내용이 정확한 것이 중요하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결국 상대의 마음에 들어야 '좋은 답변'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군' 하는 정도의 참고로 가볍게 읽는 정도가 좋을 것 같다.  

 


   


- 이 간단한 논리와 결말을 우리는 '깜빡'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질문법이 유익하다니까 그런가 보다며 별다른 의문을 갖지 않고 '질문'에 몰입하며 여기까지 온 것 같다. 나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남이 장에 간다고 하니 거름 지고 나선다”는 속담처럼 깊은 생각이 없이 질문법에 관심을 갖고 나름의 연구를 진행해 왔다.

- 그러던 어느 날 (2018년 6월 초), 나는 <SERICEO>의 주연 PD로부터 전화를 받고 자리를 함께했다. 그때 초면인 그녀가 내게 제안한 것이 대답법의 개발이다. 중견 간부들을 위한 대답법을 온라인 교육용 동영상으로 제작하는 데 참여해 달라는 것이다.  

 

- "뜬금없이 웬 대답법이오?"
그것이 나의 첫 반응이자 질문이었고 "하고많은 사람 중에 왜 나같이 늙은 꼰대에게 오셨소?"가 두 번째 질문이었다. '늙은 꼰대'라는 말이 솔직하다고 생각됐는지 그가 웃으며 말했다. 
"질문법에 대해서는 많은 주장이 있고 교육 프로그램으로도 개발이 잘 되어 있는데 막상 대답법에 대해서는 아무도 개발한 사람이 없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직장인들이 상사와 대화를 나눌 때 중요한 것은 질문이 아니라 대답이잖아요."

- 그의 대답을 듣는 순간 나는 눈이 확 밝아지고 머리의 뚜껑이 열리는 것을 느꼈다.

- 이 밖에도 더 다양한 대답이 나올 수 있다. "저를 따라오시죠. 알려드리겠습니다"라는 친절한 대답도 들을 수 있는 반면에 턱으로 방향을 가리키는 무언의 대답도 있을 수 있다. 위의 대답 중 첫 번째와 두 번째 대답은 대답도 아니다. 농담이 아니면 시비를 거는 것이다. 세 번째 대답부터가 대답이라 할 수 있는데 그것에도 품질이 있고 품격이 있다. 질문한 사람의 의도가 충분히 반영된 대답이 있는가 하면, 대답이 불충분하여 질문을 계속해야 할 대답도 있다. 대답을 글로 표현했지만 그것을 유심히 곱씹어 보면 대답의 유형에 따라 길을 안내하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 떠오르며 그가 어떤 사람일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외모가 아니라 인품이나 성실함 같은 것이, 그리고 친절한 사람인지 퉁명스러운 사람인지 등등을 말이다.

- 위의 상황에서 알 수 있듯이 질문은 한 가지여도 대답은 훨씬 다양하다. 극히 짧고 단순한 대답에서부터 질문자의 의도를 충분히 채워주고도 넘칠 만한 대답에 이르기까지. 때로는 질문자의 요구에 딱 맞는 맞춤형 대답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헛발질의 엉뚱한 대답이 나올 수도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대답이 대답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답자의 인품과 능력까지 평가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 그렇다. 대답을 보면 수준이 보이고 인품이 보인다. 비즈니스라면 능력까지 보일 것이다. 그것이 대답의 성격과 가치다. 이러니 함부로 대답할 수 없는 노릇이다. 한마디 말이 천 냥 빚을 갚는다지만 비즈니스에 있어서는 한마디 대답이 운명을 바꿀 수도 있다.

- 같은 질문에 대하여 세 번째 벽돌공은 이렇게 대답한다.
"저는 지금 아름다운 성당을 짓고 있는 중입니다."
이 우화는 원래 대답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직업의식이나 가치관, 삶의 방식을 비교하여 설명할 때 많이 인용된다. 그러나 대답법의 관점에서 보면 답변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데에도 매우 유용하다. 

- 질문은 평범하다. 공사장을 지나던 길에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물어봤을 뿐이다. 속셈이 복잡한 질문도 아니요, 깊은 생각이 있어서 던진 질문도 아니다. 벽돌공의 대답 능력을 테스트해 보기 위한 질문은 더더욱 아니다. 그러나 질문자가 의도하진 않았지만 세 사람의 답변을 통해 벽돌공에 대한 평가는 달라진다. 

- 대답자 역시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직업의식, 세상을 사는 태도, 삶의 품격을 노출한 셈이 된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대답을 한 벽돌공은 부지불식간에 자신의 대답에 맞춰서 일하게 되고 살게 된다는 점이다.  

 

- 지금까지 여러분이 부하나 동료에게 질문을 던질 때 어떻게 했는지를 돌아보면 금방 현실을 이해할 수 있다. 질문을 다룬 책이나 질문법을 다루는 전문가는 보통의 직장 생활에서도 계획적이고 분석적인 질문을 하라고 역설한다. 그러나 그렇게 '머리 굴리는' 사람이 현실에서 몇 명이나 될까?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질문론자들은 반박할 것이다. 그러기에 질문법을 역설하는 것이라고. 제대로 질문하는 법을 배우라고.

 

- 미안하지만, 그것이 바로 탁상공론이라는 것이다. 이상적인 세상을 상상하기에 그런 주장이 나온다. 현실을 보자. 실제로 여러분이 부하에게 비즈니스와 관련하여 질문을 던질 때 용의주도하게 계산해서 질문을 던진 적이 있는가? 모두들 '범문'을 해왔다. 그럼에도 대답은 어떠하기를 기대했는가? '현답'을 기대했을 것이다. 정확한 대답, 명쾌한 대답, 질문의 의도를 정확히 꿰뚫는 대답을 말이다. 

 

- '범문' 하더라도 어떻게 '현답' 할 것인지를 궁리하자. 그것이 대답법의 요체다.

- 제안 등도 뭉뚱그려 '질문'으로 다룬다. 그러니까 '질문'이라는 용어 속에는 지시, 명령, 요구, 제안 등이 포함된다는 말이다. 이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앞으로 나아가자.

- 직장인들은 질문을 받는 것에 일말의 두려움이 있다. 왜 두려움이 생기는가? 어떤 형태로든 대답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름하여 대답공포증이다. 대답공포증, 처음 들어봤을 것이다. 고소공포증, 무대공포증, 폐쇄공포증, 거절공포증, 심지어 직전공포증이라는 말도 있지만 인터넷을 검색해도 대답공포증이란 말은 나오지 않는다(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는). 그러나 분명히 직장인들에게는 대답공포증이 있다. "맞아, 나도 그런 공포증이 있다"라고 동의할 것이다. 질문에 대답을 못 하면 어떻게 하나, 틀린 대답이면 어쩌나, 잘못된 대답이면 어쩌나, 그런 것에 대한 공포증이 대답공포증이다. 아마도 대답공포증은 우리 모두의 마음 한편에 자리 잡고 있는 공통된 공포증일 수 있다.

 - 불안했다. 오래 머물지 않고 서둘러 떠나서 더욱 그랬다. 혹시 화가 크게 나서 할 말을 잃은 것은 아닌지, 또는 다른 일정이 있었던 것인지 알 수가 없어 혼란스러웠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확신에 따라 대답했기에 후회하지는 않았다. 본부장이 꼭 알아야 할 중요한 정보요, 우리 농협 전체를 위해서 꼭 필요한 판단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본부장이 떠난 지 몇 시간 후,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본부장을 수행했던 책임자의 전화였는데, 돌아가는 차 안에서 본부장이 내린 지시를 전달해 준 것이다.
"저 사무소장을 본부의 기획부서로 스카우트하라." 

 

- 그 경험은 나에게 "위기는 기회"라는 말을 실감하게 해 준 것으로 평생 동안 내 가슴에 남아있다. 그러나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위기가 기회가 되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정말로 위기도 될 수 있고 기회도 될 수 있다. 만약 늘 하던 대로의 관행적인 대답에 그쳤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무소의 여건이 원래 그런 곳이니 꾸중을 듣는 선에서 끝났을 수도 있고, 시범 케이스로 문책을 당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결코 '스카우트'의 기회는 오지 않았을 것이다. 치밀하게 준비된 대답을 통하여 본부장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고, 분석 능력을 파악할 수 있었기에 문책이 아니라 스카우트의 기회를 준 것이리라. 

- 그때의 일을 돌이켜 대답법에 대입해 보니 그것이 바로 '전략적 대답'이었음을 알게 된다. 질문에 대하여 단편적으로 대답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하는 이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그리고 대답 이후의 상황까지 고려하여 대답하는 것이 전략적 대답이다.

- 물론 모든 질문에 전략적 대답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상황이 항상 계산적일 수만은 없다. 그러나 중요한 상황, 결정적인 상황에서는 전략적 대답을 통해 대답의 효용을 크게 높이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러다 보면 위기의 상황이 기회로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 '턱도 없는 소리'였다. 실상을 잘못 알고 있으면서 괜히 목청만 돋우고 있었다. 국회의원의 추궁성 질문은 사실과 정반대로 완전히 헛짚은 것이다. 국회의원의 헛발질을 보면서 뒷자리에 배석해 있던 우리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국회의원이 잘못 알고 있는 사실, 틀린 통계를 우리 CEO가 지적하며 역공을 펼 수 있는 상황을 맞았으니까. 그러면 질문을 던진 국회의원이 머쓱해져 꼬리를 내릴 것이니까. 

 

- '크, 잘 걸려들었다. 단칼에 반박하면 꼼짝없이 당할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CEO는 질문의 부당함이나 사태의 정확성을 알리지 않고 우물쭈물 버벅거리는 것이었다.
"음... 좋은 지적을 하셨는데, 제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오늘 감사가 모두 끝나기 전에 상세한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이렇게 물러서는 것이다.
우리는 속으로 '아니, 회장님이 저걸 모르신단 말인가?' '좋은 지적이 아니라 완전히 틀린 지적인데 왜 저러시는가?'라고 생각했고, 담당 부장은 속이 타는지 얼른 발언대의 회장 곁으로 달려 나가 답변 자료를 건네며 귀엣말로 사실을 알렸다. 그런데도 회장은 '알았다'며 고개만 끄덕일 뿐, 국회의원을 향해 계속 머리를 조아렸다. 
"그렇다면, 오늘 감사가 끝나기 전에 답변해 주시오."
그렇게 국회의원이 한발 물러서고 다음 국회의원의 질문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정회가 선포되었다.

- 우리는 나중에 알았다. 회장이 사실을 몰라서 답변을 못 한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사실을 말하면 국회의원의 입장이 난감해질 것이고, 스타일을 구긴 의원은 다른 질문이나 추궁으로 회장을 물고 늘어질 것이므로 슬그머니 물러섰다는 것을 말이다. 역시 회장은 노련했다. 그때 언뜻 떠오른 말이 있다. 
"참새가 봉황의 뜻을 어찌 알리오." 
회장은 휴식 시간에 그 국회의원에게 다가가 저간의 사정과 통계 수치를 넌지시 알렸다. 잘못 오해하고 있음을 설명한 것이다. 남들이 듣지 못하게 개별적으로 말이다. 그렇게 하여 모든 것이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만약 국회의원들을 비롯하여 수많은 사람이 있는 국정감사장에서 틀린 것을 '명쾌하게' 지적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 이럴 때 과연 'A+α'가 좋은 대답인가? 몽땅 까발려서 괜히 문제를 만들면 바보다. 알리지 않아도 될 정보를 대답에 담아서 그들이 또 다른 문제점을 파악하게 된다면 당신은 순진하고 착하고 솔직한 사람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회사나 조직으로부터 '맹구' 취급을 당할 게 뻔하다. '천기'를 누설했으니까. 

- 그럴 때는 'A-B'의 방식이 전략적 답변이 된다. 그럴 경우는 말수를 줄이는 게 요령이다. 왜냐하면 감사 또는 조사를 하는 사람은 답변에서 결정적 단서를 캐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답변자가 '이건 회사에 도움이 되는 긍정적인 정보'라 판단하여 자랑스럽게 이야기한 것에서도 문제점과 흠결의 단초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협상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상대의 협상 조건과 비장의 카드를 알아내기 위해 안테나를 예민하게 작동시키고 있는 상대에게 쓸데없이 많은 말을 하며 'A+α'의 대답법을 사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고객과의 관계에서도 말하지 않아야 할 것이 있다. 이렇게 이해가 상충될 수 있는 상대나 상황에서는 'A+α' 못지않게 'A-B'의 전략을 펼쳐야 한다.

- 전략적 답변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내용의 전략', 즉 답변 내용의 전략적 구성으로 앞에서 다룬 'A+α' 나 'A-B' 그리고 '결정'이 그것에 해당한다. 다른 하나는 '시간의 전략'으로 길게 말할 것인가, 짧게 말할 것인가의 문제다. 내용의 전략은 앞에서 다루었고, 어쩌면 이 책의 내용 대부분이 내용의 전략에 해당된다 할 수 있다. 여기서는 시간의 전략에 대하여 알아보자.

- <새로운 미래가 온다> 등의 베스트셀러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세계적인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Daniel Pink)는 <파는 것이 인간이다(To Sell is Human)>(김명철 옮김, 청림출판, 2013)에서 우리는 누구나 할 것 없이 무엇인가 판매하고 있다고 했다. 그것을 가리켜 물건을 판매하는 세일즈에 대비하여 '비판매 세일즈'라고 이름 붙였다.
우리가 무엇을 파느냐고? 자기의 명성을 알리고, 투자자를 설득하고, 상사에게 자신의 주장을 펴고,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이유를 납득시키고,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등의 행위 모두가 결국은 세일즈 행위라는 것이다. 

- 이런 '비판매 세일즈'의 요령 중 하나로 그가 주장한 것에 '엘리베이터 피치'라는 것이 있다. 엘리베이터 피치(elevator pitch)란 로켓 피치라고도 하는데 엘리베이터에서 중요한 사람을 만났을 때 자신의 생각을 짧은 시간에 제대로 전달하는 것을 말한다. 화술에서 다루는 '엘리베이터 스피치'와 같은 의미다(피치와 스피치가 잘 어울린다).

- 잘 알다시피 엘리베이터 스피치(elevator speech)란 엘리베이터에 타서 내릴 때까지의 짧은 시간(1분도 채 안 될 것이다)에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도록 말하는 것이다. 이는 대답법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엘리베이터가 쏜살같이 내려가는 또는 올라가는 짧은 시간에 적절한 대답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군더더기 말을 할 틈이 없다. 

 

- 전략적 답변이야말로 '엘리베이터 피치' 또는 '엘리베이터 스피치'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전략적 답변이란 꼭 내용만의 문제가 아니다. 상대의 심리를 읽어 짧은 시간에 답하는 것도 그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조급증이 심한 한국인에게는 더욱 그렇다. '결정'이라는 '내용의 전략'도 중요하지만, 대답을 듣는 질문자의 심리를 헤아려 가능한 한 최소한의 시간에 간결하고 효과적으로 할 말을 다 하는 '시간의 전략'도 함께 구사해야 한다. 

- 만약 내용에만 중점을 두어서 이야기를 전개하다가 상사가 "지금은 바쁘니까 그건 나중에 듣겠네"라고 한다면 시간적 전략에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상사의 질문에 대답하는 사람은 엘리베이터 속에서 한다는 심정으로 요령 있는 답변을 해야 한다. 그렇다고 정말로 모든 답변을 엘리베이터 스피치의 형태로 하라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상황을 고려하여 내용의 전략과 시간의 전략을 적절히 병행하라는 말이다. 내용의 전략과 시간의 전략을 병행하는 답변의 요령은 다음과 같다. 

- 첫째, 간단명료하게 말할 것 : 상사는 바쁘다. 고위 경영진일수록 더욱 그렇다. 그 점을 고려한다면 대답은 간단명료해야 한다. 즉석 질문과 대답이 아니라 대답을 준비할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자신의 생각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요점을 압축해야 한다.
둘째, 문제점이 아니라 해결책을 말할 것 : 상사가 듣고 싶어 하는 것은 해결책이지 문제 제기가 아니다. 만약 문제점이 있다면 당연히 대답자 입장에서의 긍정적인 해결방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셋째, 맥락을 공유할 것 : 과제의 결과나 진척 상황 등 일의 맥락을 충실히 설명하여 공유하면 상사의 지지와 인정을 받을 확률이 더 높아진다.

- <말 같지 않은 질문에 대처하는 법> 
"김 대리, 남편이 채식주의자라고? 남자가 고기를 안 먹으면 허약해서 어디에 쓰겠어?"
"김 대리, 내일 프레젠테이션 준비는 다 됐어? 기왕이면 옷은 미니스커트가 어떨까?"
회식 자리에서 부장이 농담이랍시고 질문의 형태로 내뱉은 말이다. 이런 말을 들으면 속이 뒤집어져 뺨이라도 한 대 갈기고 싶어질 것이다. '이걸 성희롱으로 걸어 말아?' 이런 생각도 들겠지만 대놓고 정색하는 일도 쉽지 않다. 독일 최고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바바라 베르크한(Barbara Berckhan)은 이런 경우에 '난 아무렇지도 않다'는 태도를 보이며 다음과 같이 짧고 간결한 대답으로 넘어가는 것이 효과적이라 했다. 
"그러게요." "그렇군요." "그럴까요?" "그래서요?"
이렇게 대꾸할 때는 약간 명랑하게 그리고 가벼운 말투가 좋다. 속으로는 웃음, 아니 욕을 삼키면서 이 전략을 사용하면 대답자가 우위에 올라서게 된단다. 이것은 상당히 단수가 높은 전략적 대답이다. 이 전략은 대화 상대방(질문자 또는 공격자)이 대화에서 우위를 차지하여 이득을 보도록 두지 않고 대답자가 낮은 위치에서 오히려 높은 위치로 올라가는 전략이 된다. 동시에, 함부로 말하는 사람 때문에 상처받지 않는 대화의 기술이기도 하다.

- 바바라 베르크한, <도대체 왜 그렇게 말해요?(Ach was?)>, 강민경 옮김, 가나출판사, 2018

 

- 성의를 다해서 대답을 하면 그 또한 상대가 알아차린다. 상사는 그 성실성을 꿰뚫어 느끼게 되는 것이다.
상사의 질문과 그에 대한 대답, 어쩌면 이것이 직장에서 일어나는 상사와 부하 간의 커뮤니케이션 중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텐데 그것을 대충 한다면 자기를 알리고 마케팅할 좋은 기회를 대충 날려버리는 셈이 된다. 따라서 좋은 대답이란 무엇인지를 알고 그것에 맞춰 대답하기를 실천해야 한다. 

- 좋은 대답이란 이런 것.
첫째, 질문의 요지에 초점을 맞춘 대답 : 상사가 묻고자 하는 핵심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말없이 사무실에서 사라진 부하에게 상사가 "어제 어디 갔었나?"라고 묻는다면이 질문의 요지는 무엇인가? 질문 그대로 해석하여 "광화문에 갔습니다"라고 대답한다면 멍청한 사람이다. 상사는 당신의 행선지가 궁금한 게 아니다. 왜 말없이 사무실에서 사라졌는지 그 이유를 묻는 것이다. 질문의 요지를 알고 그것에 초점을 맞춰서 대답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둘째, 빈틈없는 대답 : 결론 중심, 요점 중심으로 대답한다고 해서 무조건 짧게 하거나 논리적 바탕을 생략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 반대다. 결론 중심, 요점 중심일수록 대답의 내용과 논리의 구성은 더 탄탄해야 한다. 정보를 짧게 전하려 하다 보면 상대방이 알아야 할 내용을 빠뜨릴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대답을 할 때는 상사가 알아야 할 필요한 정보, 핵심 정보가 누락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만약 대답에 빈틈이 많아지면 상대는 많은 질문을 통하여 그것을 보충하려 할 것이다. 그럴수록 당신의 대답 능력은 떨어지는 게 된다.
셋째, 정확한 대답 : 대답을 얼렁뚱땅 넘어가는 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 얼버무려서도 안 된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잘못 대답했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될 수 있다. 그런 대답은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신뢰성을 상실하게 되는 것을 넘어 큰 사고와 연결될 수도 있다. 대답은 뭐니 뭐니 해도 정확해야 한다.
넷째, 근거를 제시한 대답 : 정확한 대답을 위해서, 그리고 설득력을 높이려면 무엇보다도 근거를 제시하여 대답을 뒷받침해야 한다. 특히 구체적인 숫자를 인용하는 것은 대답의 권위를 확실히 높여준다. 숫자만큼은 바꿀 수 없는 확실하고 분명한 것이라는 인식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대화할 때 숫자를 섞어서 말하는 사람을 보면 확실하고 분명한 사람으로 보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면 훨씬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
다섯째, 이해하기 쉬운 대답 : 전문용어를 동원하면 대답의 권위를 높이는 대신 자칫하면 상대를 곤혹스럽게 할 수 있다. 대답 중에 나온 어떤 용어가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지만, 질문을 하자니 상사가 '그것도 모르냐?'라고 할까 봐 질문도 못 하고 말이다. 특히 젊은 신세대 직원이 나이 많은 상사에게 최근에 유행하는 신세대 용어, 또는 IT 관련 전문용어를 함부로 사용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일반화되지 않은 전문용어를 사용할 때는 상대방을 '어린아이 취급하지 않으면서 쉽게 풀어서 대답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여섯째, 군더더기 없는 대답 : 설명을 하거나 정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괜한 장광설을 펼쳐서는 안 된다. 수다로 흘러서도 안 된다. 상사가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고 일반적인 대화로 전환하기 전까지는 대답자가 먼저 그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삼가야 한다.
일곱째, 앞을 내다본 대답 : 이 부분이 의외로 중요하다. 대답만 잘한다고 모든 게 끝나는 것이 아니다. 대답을 할 때는 그 대답으로 인하여 앞으로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예측하고 대답해야 한다. 예컨대, 상사가 잘못된 통계를 갖고 당신을 추궁할 때, 이를 바로잡아 정확한 대답을 하는 것은 좋지만 상대를 머쓱하게 하는 것은 지혜롭지 않다.

- 대답은 정확히 했지만 결국 감정의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 비합리적이지만 그것이 인간관계의 어려움이다. "그건 틀렸습니다"라고 딱 잘라 말하기보다 "다시 확인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라고 슬쩍 물러서주는 지혜가 필요할 때도 있다.
당신의 대답이 앞으로 어떤 일과 관련될지, 어떤 문제를 야기할지 생각하며 대답해야 한다.

- 그를 신뢰하게 된 고객은 설령 불입금에 약간의 차이가 있더라도 그와의 거래를 위해 그가 소속된 회사의 상품을 구매하고 계약한다. 내가 그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며 그가 어떻게 보험 세일즈에 성공했는지를 분석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세일즈의 핵심은 말을 잘하는 언변이 아니라 실무 능력이라는 것이다. 좋은 대답을 할 수 있으려면 요령이나 재치를 뛰어넘어 실력이 있어야 한다. 콘텐츠가 충실해야 한다. 즉, 업무에 대하여 해박한 지식과 능력을 갖고 있어야 좋은 대답을 할 수 있다. 그런 사람은 설령 대답의 요령을 모르고 원칙을 좀 벗어나더라도 금세 만회할 수 있다.

- 예를 들어, 상사로부터 질문을 받았는데 '질문을 뛰어넘는 대답'을 하지 못하고 짧게 결론만 말했다고 치자. 대답의 요령에는 어긋난 셈이다. 그렇지만 상사는 자신이 알고자 하는 것에 대하여 추가 질문을 할 것이고 실력이 짱짱한 사람은 그에 대하여 막힘없이 대답을 할 것이다. 그러면 상사는 곧 알아차린다. '말재주는 없지만 실력이 있다'는 것을. 
실력도 능력도 없는 사람이 대답의 요령만 안다고 좋은 대답이 나올 수는 없다. 아무리 말을 번지르르하게 잘하더라도 금방 바닥을 드러내고 말 것이다. 그렇기에 좋은 대답법이란 뭐니 뭐니 해도 업무에 박식한 대답이다. 

- 개인적인 자리에서는 '형'이라고 부를 정도로 가깝던 상사도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어렵기 마련이다.
원래 "상사와의 대화법은 대답법"이라는 말이 있다. 그 정도로 상사의 말은 의문형의 질문이 아니더라도 거의 대부분 대답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더욱 까다롭고 긴장이 된다. 겉으로는 대화의 형식이지만 부하의 말, 즉 대답에 의하여 평가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사와의 대화는 매 순간이 테스트가 되지만 한편으로는 매 순간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번 장에서는 상사와의 대화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몇 가지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다룬다. 

- 상사의 의중을 알고 대답하기.
첫째, 상사가 애매모호하게 물어볼 때의 상황이다. 상사와 대화를 해보면 딱 부러지게 질문하는 게 아니라 뜬금없거나 또는 질문인지 지시인지 헷갈리게 말하는 경우가 많다.  
"요즘 어때?" "이번에 새로 맡은 일 괜찮아?"
이런 질문은 그냥 안부를 묻는 것인지 심정을 알려고 하는 것인지, 어떤 정보를 요구하는 것인지 헷갈리게 된다.

 

- 엘리베이터 안에서, 또는 복도에서 우연히 만나 지나치면서 그런 질문을 받았다면
"예, 잘 지내고 있습니다."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넘어갈 수 있지만 결재의 과정, 또는 회의에서 그런 질문을 받았다면 제대로 대답해야 한다. 상사의 그 질문은 표현은 애매모호하지만 업무의 진행 상황이나 인사 발령의 적합성 여부 등에 대한 질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질문에 "열심히 잘하고 있습니다"라는 식으로 역시 애매모호하게 넘어가는 것은 좋은 대답이 못 된다. 얼른 그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 성의 없이 대답하는 것으로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좀 더 성의를 담아 형식을 갖춰 대답해야 한다. 형식을 갖춘 대답이란 역시 'A+α'의 대답을 말한다. 예를 들면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다.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요즘 가장 큰 현안은 대리점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컴퓨터 시스템을 재구성하는 겁니다."
"이번 인사에서 좀 낯선 업무를 맡았지만 해보니까 앞으로 회사 생활에 매우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둘째, 상사가 나에게 의견을 묻거나 권유할 경우다. 이런 경우가 바로 단순한 질문인지, 지시인지 헷갈리는 상황의 하나다. 예를 들어 "대리점 지원 프로젝트를 약간 늦추면 어떨까? 어때?" 이렇게 묻는다면 "괜찮습니다"라고 단순히 대답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의견을 묻는 것이므로 지원 프로젝트를 지연시켰을 때 발생할 장단점이나 대리점의 컴플레인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대답해야 한다. 
이런 경우, 상사의 의도를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한 영향이 예상되지만 좀 늦출까요?"라며 상사의 의견을 물어보는 것도 지혜로운 대답법이 되겠다. 때로는 업무의 목적, 예산, 기간 등 구체적인 질문을 통해 상사의 의도를 명확히 해둘 필요가 있다. 

- 셋째, 내가 모르는 것을 상사가 질문했을 경우다. 이런 상황의 대답은 오히려 간단하다. 모르면 솔직히 "모른다"고 말하면 된다. 모른다는 것이 부끄럽고 당황스러워 그 순간을 모면하려고 얼렁뚱땅 얼버무리거나 잘못된 대답을 해버리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큰일이 벌어질 수 있다. 단, "그건 모르겠습니다"라고 대답할 때, 모르는 것이 정상인 것처럼 당당하고 씩씩하게 말하면 당연히 좋지 않다. 모른다는 것을 말할 때는 공손히 자세를 낮출 필요가 있다. "죄송합니다. 그 부분은 파악을 못 했습니다. 확인 후 즉시 보고 드리겠습니다"라고 겸손하면서도 솔직하게 대답하는 것이 최선이다. 때로는 대답 자체보다 대답하는 태도와 자세가 더 중요할 수도 있으니까. 

- 이렇듯 여러 상황에 대한 대답의 핵심 요령은 상사의 의중을 이해하고 그것에 적절히 대처하는 것이다.

- 소통할 때 알아야 할 상사의 입장
상사의 주위에는 사람이 많다. 그렇기에 '영양가' 있는 소통을 원한다.
상사가 바라는 '영양가 있는 소통이란 가치 있는 정보를 말한다.
그렇기에 가치 있는 정보를 주는 것이 진짜 소통이다.
상사는 인기 있는 사람이기를 원한다. 특히 젊은이들의 인기를 소망한다. 따라서 상사에게 접근하기를 두려워하지 마라.
상사는 이기적이다. 자기를 알아주는 부하에게 마음을 준다.
상사는 정의로운 부하보다 정이 있는 부하를 더 좋아한다.
상사도 인간이다. 쿨(냉정한 소통보다는 핫(따뜻하고 인간미 있는)한 소통을 원한다.

-  옳은 대답을 하는 것 이상으로 대답을 듣는 이의 기분을 헤아려서 하는 대답도 필요한 전략이다. 아무리 옳은 대답이라도 상대가 싫어한다면? 기분 나빠한다면? 이쯤 되면 대답의 전략이 실패했음을 뜻한다. 대답을 아니함만 못 할 수 있다.


- 우리는 책에서 "상사에게 직언을 해야 한다"라고 배운다. 때로는 "불이익을 감수하고라도 충언을 해야 한다"라고 배웠다. 상사 역시 직언을 해준 부하에 대하여 "고맙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말들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다. 직언의 대답을 듣는 상사의 마음이 결코 편하지 않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인간이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고맙다지만 속으로는 가슴이 아플 수 있다. 직언과 충언이라면 대개 쓴소리다. 세상에 쓴소리를 좋아할 사람은 거의 없다. 쓴소리, 직언을 하는 부하는 '똑똑한 부하'는 될 수 있지만 '마음에 드는 부하'는 되기 힘들다. 그것이 인간심리요, 세상사의 이치다.  


- 그렇다고 대답을 솔직하게 하지 않고 '헛소리'를 하라는 말이 아니다. 그건 더 나쁜 행위다. 상사의 판단을 오도하니까. 내가 강조하는 것은 상사의 기분을 언짢게 하거나 가슴 아파할 대답을 할 때는 훨씬 더 진지한 마음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쓴소리를 들어야 하는 상사의 마음과 입장을 고려하여 때와 장소와 표현법에도 신경 써야 한다. 그런 전략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단지 '직언을 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니라, 상사가 그 직언을 고맙게 생각하고 수용하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 무엇보다도 직언을 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직언을 하느냐에 따라 미세하지만 표현이 달라지고 전달되는 감정이 달라진다. 나는 화법과 관련하여 '말의 기술'보다는 '마음의 기술'이 중요하다고 늘 강조한다. 즉, 진정으로 상사를 위해서 직언을 하게 되면 말의 내용에서부터 말투, 그리고 직언을 하는 방식, 심지어 표정에 이르기까지 그 진심이 담기게 된다. 직언의 형태를 빌려서 불평불만을 토로하는 것과 분명히 다르다. 직언의 대답을 해야 할 때 극히 조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대답이든 조언이든 상사라면 상사다운 높은 식견과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상사답다.
부하의 질문에 대한 상사의 답변은 부하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어야 한다. 상사의 식견과 지혜가 돋보이도록 말이다.

- 잴린스키 교수는 이와 관련하여 사람들이 권력을 갖게 될수록, 즉 리더가 될수록 자기가 읽기 쉽게 (다른 사람이 읽기 어렵게) E 자를 쓴다고 했다. 그래서 '권력은 다른 사람의 시각과 사고, 느낌을 이해하려는 경향을 낮춘다'고 결론 내렸다. (다니엘 핑크, <새로운 미래가 온다(A Whole New Mind)>, 김명철 옮김, 한국경제신문사, 2012) 

 

- 리더, 상사가 될수록 상대보다는 자기중심적이 된다는 말은 부하에 대한 답변을 할 때도 자칫하면 부하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중심적으로 말하고 자기중심적으로 들을 위험이 높아진다는 의미가 된다. 어렵사리 질문을 던진 부하의 입장과 심정을 헤아린다면 답변이 달라질 것이다. 부하는 아무래도 접하는 정보가 적고 품질 또한 낮을 수 있다.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볼 수도 있다. 그 처지와 입장을 헤아려서 질문을 듣고 대답해야 한다.

- 부하의 질문에 자상하고 성실하게, 그리고 부하의 입장에서 도움이 되는 대답을 하려면 리더로서의 오만과 편견을 버려야 한다. 리더들의 교만을 지적한 사람은 많다. 그중 한 사람이 실패학의 대가인 미국 다트머스 대학 경영대학원의 시드니 핑켈스타인(Sydney Finkelstein) 교수다. 그는 '실패하는 CEO의 7가지 습관'을 제시한 바 있는데, 요약하자면 "교만, 겸손 부족, 자기만족과 안주, 다른 모든 이들보다 더 많이 알고 모든 해답을 쥐고 있다는 착각, 자신과 기업이 환경을 지배한다는 오판, 중요한 장애물에 대한 과소평가와 적응력 결여 등"이라고 했다. 즉, 리더들은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알잖아. 그러니 내가 옳다'는 착각을 하게 되고, 그럼으로써 겸손하지 못하고 오만하게 된다는 것이다.(매일경제, 2015.3.12) 

- 리더들이 오만과 편견에 빠지는 것은 과학적으로도 근거가 있다. 아일랜드 트리니티 칼리지 심리학과의 이안 로버트슨 교수는 보스나 리더가 되면 그가 얻게 된 권력이 뇌의 화학적 작용을 바꿔 놓는다고 했다. 즉, 권력을 갖게 되면 뇌에서 도파민 수치가 높아지는데 도파민은 사람을 똑똑하게 만들고 목표에 집중하게 하지만, 냉혹하고 위선적인 성격으로 변화시키며 판단력을 흐리게 한다고 말했다. 도파민의 증가는 이기심과 위선을 강화하며 자만해지고 남을 괴롭히는 경향을 보이는 부작용을 낳는다. 특히 자신이 직위에 걸맞은 능력이 없다고 느낄 때 직원들을 더욱더 괴롭힌다는 것이다.(매일경제, 2013. 11. 8) 

- 따라서 당신이 상사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오만과 편견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자각하고 보다 더 겸손한 자세로 부하를 대해야 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바람직한 대답을 해줄 수 있을 것이요, 부하는 상사와 함께 대화하는 것을 좋아할 것이다.

- 그러니 계속 자기 입장을 설명하고 자기의 주장을 펴기 바빠진다. 그럴수록 상대는 방어막을 치고 어떻게 더 효과적으로 자기주장을 펼 것인지 궁리할 것이다. 상대를 설득하는 방법에는 질문도 있고 대답도 있다. 때로는 질문을 통하여 상대에게 공을 넘김으로써 상대의 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 이렇듯 질문이 간접적인 설득 행위라면 대답은 직접적인 설득 행위이다. 
 
- 그럼에도 지금까지 많은 논자들은 '질문'에 포커스를 맞추어왔다. 질문을 어떻게 해야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 것인지에 대한 여러 이론을 제시한 것이다. 질문에 중점을 두는 사람들은 아마도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말을 신봉하며 질문이야말로 '공격'이라고 믿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답변은 마냥 방어만 하는가? 당연히 그렇지 않다. 답변은 또 다른 형태의 공격이요, 설령 그것이 방어라 하더라도 얼마든지 협상을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다.

- 탁구 경기를 보면 세차게 공격하던 선수가 스스로 무너지는 경우를 많이 봤을 것이다. 끈질기게 방어한 쪽이 승리하는 것을 보면 방어 또한 좋은 전략임을 부인할 수 없다. 더 중요한 것은 협상의 대화에서 대답하는 쪽이 처음부터 끝까지 대답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앞의 흥정에서 보듯 상호 간에 질문과 대답의 입장이 서로 바뀌어 가며 협상하게 된다. 그러므로 질문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대답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배우는 것도 협상 성공의 가능성을 그만큼 더 높이게 될 것이다. 

- 말이란 원래 그렇다. 말이 말로써 끝나는 게 아니다. 아무리 숨기려 해도 대답하는 사람의 표정, 어조, 몸짓, 심지어 시선 속에도 의중의 일단이 담긴다. 그리고 그것은 말하는 이의 심리에 따라 미묘하지만 시시각각 변한다. 그래서 노련한 협상가는 말의 속도와 어조, 표정과 몸짓을 관리하는 데 익숙하다. 포커페이스(poker face)가 바로 그것이다. 

- 협상이 잘 되려면 상호 간의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질문과 대답을 통하여 상대방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어야 협상은 앞으로 나아간다. 어떤 미사여구를 사용하더라도 상대방을 신뢰하지 못하면 협상은 겉돌게 마련이다. 신뢰는 어떻게 얻는가? 답변이 솔직해야 한다. 솔직하다는 것은 무엇인가? 정보를 숨기지 않는 것이다. 

- 여기에 문제가 있다. 협상에서 어떻게 정보를 숨기지 않을 수 있는가. 모든 걸 털어놓고 어떻게 협상을 이끌 수 있는가. 모든 정보를 공개한다면 신뢰는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협상에서 얻을 수 있는 게 적어지는 건 당연하다. 패와 수를 다 보인 사람이 게임에서 이길 수 없는 것은 상식이다. 

- 그럼 정보를 노출하지 않으면서 신뢰를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래서 노련한 답변을 해야 한다. 그것은 협상의 파트너와 호흡을 맞춰 인간적으로 신뢰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피알(PR, 여기서는 홍보라는 의미가 아니다), 즉 피할 것은 피하고 알려줄 것은 알려주어야 한다. 숨기는 것을 상대가 알더라도 '협상 상대로서 어쩔 수 없는 입장'임을 상대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앨리슨 우드 브룩스(Alison Wood Brooks)와 레슬리 K. 존(Leslie K. John) 교수는 말하기를, 대답은 정보 비공개(privacy)와 공개 (transparency)라는 하나의 선상에서 어디에 발을 디딜지 선택하는 일이라고 했다.
'물어봤으니 대답해야 할까?'
'대답한다면 얼마나 털어놔야 할까?'
'솔직하게 답했다가 나만 초라해지거나 전략적으로 불리해지면 어떡하지?'
를 고민하며 스펙트럼의 양끝(완전 비공개와 완전 공개) 사이에서 전략적 판단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대답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공개할 정보와 비공개 정보를 구분하고 대화에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하버드 비즈니스리뷰 코리아>, 2018. 5~6월 합본호) 

- 중요한 사실은 내가 갖고 있는 패와 수, 즉 정보를 얼마나 공개하느냐에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협상의 결과를 극대화할 수 있느냐에 있다. 그러므로 속된 말로 '통밥'을 굴리며 대답의 전략을 스스로 세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협상이 어렵다. 상대적이므로.

 

- '내가 당신보다 한 수 위다. 이 협상에서 당신은 나를 당하지 못할걸.'
'당신이 내 속셈을 알아? 우리가 완승할 거다.'
이런 마음으로 협상에 임하면 안 된다. 어떻게 하면 적절한 선에서 상호 이익을 조절하며 끝낼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당신도 살고 나도 사는 길을 택하자.'
이런 진지한 마음을 갖고 있으면 그 마음이 답변을 통해 상대방에게 전달되고 인간적 신뢰를 얻음으로써 협상은 물 흐르듯 진행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답하면 그것이 가능해질까? 다음에서 다루는 '협상 대답법의 기술'을 참고하자. 

 

 

"거래라는 것은 서로에게 이익이 되지 않으면 절대로 성립되지 않는다."

- 벤저민 프랭클린

 

 


- 문자(글)란 참 묘하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다. 단어의 선택, 문장의 구성과 흐름, 때로는 토씨 하나에도 감정이 묻어난다. 묘한 심정적 메시지를 분명히 전한다. 혹시 당신이 페이스북을 한다면 그런 걸 실감한 적이 많을 것이다. 페이스북 친구가 댓글을 달았을 때 단어 하나, 토씨 하나 때문에 상대가 비아냥거리는 건지 칭찬하는 건지, 시비를 거는 건지 진정한 조언을 하는 건지 알 수 있었던 경험 말이다.

- 글은 인격이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 글에는 그 사람의 성격, 품격, 성향, 마음가짐, 사고방식이 그대로 드러난다. 심지어 감정까지도 내포된다. 따라서 문자를 보내든 메일을 보내든 글을 보낼 때는 선의를 갖고 성실한 마음으로 답변을 써야 한다.

- 글을 보면 사람을 알 수 있듯이 문장을 보면 실력이 드러난다. 답변의 내용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문장의 구성이다. 말로 할 때는 구성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표정과 말투 등으로 얼마든지 커버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은 다르다. 문장 구성이나 표현법이 잘못되면 대답의 의미는 충분히 통하더라도 그 이후의 인상이 남게 된다. 즉, 답변 내용만 남는 것이 아니라 문장에 대한 인상이 오랫동안 남는다. 말을 번지르르하게 하면 자칫 말꾼 같은 인상을 주어 오히려 이미지를 흐릴 수 있지만 유려한 문장력을 보여주면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따라서 문장 구성과 표현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 그렇다면 이제 알 것이다. 문자를 통한 답변이 왜 확실하고 분명해야 하는지를. 카톡이든 메일이든 글을 보낸다는 것은 마치 녹음을 해두는 것과 같다. 근거가 남으니까. 따라서 글을 통해 답변할 때는 근거와 책임을 염두에 두고 답해야 한다.

- 이것이 말과 글의 차이다. 문장부호나 띄어쓰기에 따라 의미 전달에 차이가 날 수 있다. 특히 오자와 탈자, 맞춤법에 어긋난 글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런 글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그 자체로 능력 평가가 될뿐더러 성의 없이 글을 썼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 말은 한번 내뱉으면 끝이다. 그렇기에 언변이 좋은 사람이 아무래도 유리할 수 있다. 그러나 글은 내뱉기(?) 전에 검토할 시간이 있다. 그런 면에서 글을 통한 답변은 장점이 있다. 말이 언변을 보여준다면 글은 성실성을 보여준다. 용의주도함과 꼼꼼함의 정도를 나타낸다. 말을 통한 대답에는 없는 강점이다. 이것은 강점이지만 거꾸로 그것을 실행하지 않으면 결정타가 될 수 있는 양날의 칼이다. 

- 세상의 이치는 똑같다. 가정에서의 질문이든 직장에서의 비즈니스 질문이든 간에 어떻게 대답하느냐에 따라 능력이 평가된다는 것은.

 

- 그렇다고 대답법이란 것에 엄청난 원리나 기상천외한 이론이 동원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직장 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대답을 해왔지만 '그냥 생각나는 대로' '즉흥적으로 하던 것을 좀 더 다듬어서 하자는 이야기다. 좀 더 의도적이고 계획적으로 말이다. 그래서 상대의 마음을 사고 당신의 능력을 돋보이게 하자는 것이다. '전략적 대답법'이란 이름으로. 

- 대답법에 관한 나의 해답은 여기까지다. 지금까지 우리가 해왔던 수많은 대답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이왕 해야 할 대답이라면 좀 더 돋보이게 하자는 주장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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