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1

[앤절라 더크워스] 그릿 - IQ, 재능, 환경을 뛰어넘는 열정적 끈기의 힘

일루젼 2024. 9. 15. 18:00
728x90
반응형

저자 : 앤절라 더크워스 / 김미정
출판 : 비즈니스북스
출간 : 2022.12.19


       


'000 월드컵' 게임이 유행이었던 적이 있다. 양자택일을 거듭하며 최종적으로 남는 선택지가 무엇인지 확인하는 게임이다. 대진운(?)에 따라 처음 예상과는 다른 결과가 나오기도 하고, 이미 예정되어 있던 결과를 확인하게 되기도 한다. 

 

흥미로운 점은 16강이나 8강 정도에서 마주하게 되는 '예상치 못한 선전'들이다.

선택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어보니 알게 된 낯선 자신들. 

게임이 아닌 일상 속에서라면 미처 깨닫지 못하고 흘려보냈을 선택들. 

그런 영역들을 일관성 있게 정리한다면 삶은 얼마나 빠르게 변할 수 있을까? 그것들을 하나로 묶는 당신의 핵심 가치는 무엇인가?

 

'그릿 Grit'은 그것을 '포기하지 않는 힘'으로 규정한다. 

'무엇'은 당신이 선택한다. 하지만 그 목표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추구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이야기다. 

 

저자는 그릿 수치가 높은 이들일수록 재능을 넘어선 결과를 얻었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재능이란 시작점의 차이일 뿐, 결승선에 도달하는 것과는 다르다. 원하는 결과를 얻을 때까지 계속하기만 한다면 누구나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것'과 '그것이 정말 내가 원하는 게 맞는지'를 '계속해서 살피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저자와는 조금 다른 생각을 했다. '그릿'은 선행하는 기질이나 자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가 바라보는 시각에서는 그릿 수치가 높은 이들은 뭘 해도 해냈을 이들이다. 하지만 내가 바라보는 시각에서는, '하고 싶은 것을 찾은 이들'에게는 '그릿'이 생긴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하고 싶은 것'을 찾을 것인가?

 

일상 속에서 계속 진행 중인 자신만의 '월드컵' 게임을 관찰하는 것이다. 내가 더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무엇인가,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 결과는 언제고 변할 수 있지만, 실험 중이라면 처음 자신이 정했던 기간이나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는 바꾸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음. 알렉스 룽구의 <의미 있는 삶을 위하여>가 생각나는데.

새로운 방향성을 설정할 때가 된 게 아닌가 싶다. 

겨울을 날 준비를 하는 번데기가 된 기분.

이건 이 나름대로의 즐거움이 있다.

 

끝. 


   

 

평범한 나는 어떻게 '천재들의 상'을 받게 되었나

 



- 나는 자라면서 '천재'라는 단어를 자주 들었다.
그 단어를 들먹이는 사람은 언제나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그런데 네가 천재는 아니잖니!"라고 불쑥 말하고는 했다. 저녁식사를 하다가, 드라마중간에 광고를 보다가, <월스트리트 저널 Wall Street Journal>을 펼쳐 들고 소파에 털썩 주저앉고는 그렇게 말했다.

 

- 내가 어떻게 반응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못 들은 척했을 것이다.
아버지는 천재성과 재능에 관심이 많아서 누가 누구보다 재능이 많은지 자주 견주곤 했다. 당신과 당신의 가족이 얼마나 똑똑한지 늘 촉각을 곤두세웠다.


- 아버지는 나만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자식들 모두가 천재는 아니라고 여겼다. 아버지의 잣대로 보면 아무도 아인슈타인은 아니었다. 이는 아버지께 큰 실망이었던 듯했다. 아버지는 자식들의 머리가 뛰어나지 않아서 장차 성공하는 데 지장이 생길까 봐 염려했다. 

- 2년 전 나는 '천재들의 상'으로 종종 불리는 맥아더상 MacArthur Fellowship을 수상하는 영광을 누렸다. 그것은 지원해서 받는 상이 아니다. 친구나 동료에게 추천해 달라고 부탁할 수도 없다. 해당 분야의 최고 권위자들로 구성된 비밀 위원회에서 후보자가 창의적이며 중요한 연구를 하고 있는지 판단하여 수상을 결정한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전화로 수상 소식을 전해 듣는 순간 감사하면서도 신기했다. 곧이어 무심코 내 지적 잠재력을 진단하던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버지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내가 동료 심리학자들보다 월등히 똑똑해서 맥아더상을 수상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버지의 답("딸은 천재가 아니다.")은 옳았지만 질문("딸은 천재일까?")은 적절치 않았다.

- 천재가 아니라는 말을 계속 들으며 자랐던 여자아이가 천재에게 주어지는 상을 수상하게 된 것이다. 그것도 '성공은 타고난 재능보다 열정과 끈기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서 받게 된 상이었다. 꽤 힘든 학교들을 다니며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나지만 초등학교 3학년 때는 시험에서 떨어져 가고 싶었던 영재반에 들어가지 못했다. 내 부모는 중국인 이민자였지만 교회에 다니라고 강요하지도 않았고, 뼈를 깎는 노력을 하라고 설교하지도 않았다. 사람들의 고정관념과 달리 나는 피아노 바이올린도 연주할 줄 모른다.

- 맥아더상 수상자가 발표된 날 아침 나는 부모님 아파트로 건너갔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이미 소식을 들어 알고 계셨고 이모, 고모, 숙모 할 것 없이 잇달아 축하 전화를 걸어왔다. 마침내 전화벨 소리가 멈추자 아버지가 나를 바라보며 "대견하구나."라고 말씀하셨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나는 그냥 "고마워요, 아버지."라고만 대답했다.

- 지난날을 곱씹어봐야 소용없는 일이었다. 아버지가 말은 그렇게 해도 실제로는 나를 자랑스러워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어린아이였던 때로 돌아가 지금 알고 있는 사실을 아버지께 말씀드리고 싶은 마음이 약간은 들었다. 나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아버지, 제가 천재가 아니라고 하셨죠. 그걸 반박하지는 않을게요. 아버지는 저보다 똑똑한 사람들을 많이 아실 테니까요."

그 말에 냉정하게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일 아버지 모습이 그려진다.
"하지만 하나만 말씀드릴게요. 아버지가 자신의 일을 좋아하는 만큼 저도 자라서 제 일을 좋아할 거예요. 저는 그냥 직업이 아니라 천직을 찾을 거예요. 매일 스스로에게 도전하고, 넘어지면 다시 일어날 거고요. 거기서 가장 똑똑한 사람은 못 되더라도 가장 집념이 강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할 겁니다."


- 그리고 아버지가 여전히 듣고 계신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아버지, 길게 보면 재능보다 끝까지 하겠다는 집념이 더 중요할지 몰라요."

- 어른이 된 지금은 이 주장을 증명할 과학적 증거도 갖고 있다. 그뿐 아니라 강한 집념, 즉 그릿 grit은 변화하는 특성이라는 사실과 이를 기르는 방법도 연구를 통해 알고 있다.
이 책에는 내가 그릿에 대해 알아낸 모든 사실이 요약되어 있다.

- 나는 이 책을 탈고한 뒤에 아버지를 뵈러 갔다. 그리고 며칠에 걸쳐 한 장씩 한 줄도 빠뜨리지 않고 아버지께 읽어드렸다. 10여 년째 파킨슨병과 싸우고 있는 아버지가 책 내용을 얼마나 이해했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아버지는 열심히 귀를 기울이는 듯했고 책을 다 읽어드리자 나를 바라보았다. 영원 같은 순간이 지나간 뒤 아버지는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그리고 내게 미소를 지었다. 

- 또한 성공한 사람들은 끊임없이 발전을 추구했다.

"그녀는 결코 만족하는 법이 없었어요. 이 정도면 만족할 만할 때도 본인이 가장 가혹한 비평가였죠."

큰 업적을 달성한 사람들은 끈기가 남달랐다.

- 크게 성공한 사람들은 왜 그렇게 끈덕지게 자신의 일에 매달렸을까? 그들 대부분이 사실상 달성이 불가능해 보일 만큼 큰 야망을 품고 있었다. 그들의 눈에는 자신이 늘 부족해 보였다. 그들은 현실에 안주하는 사람들과는 정반대였다. 그럼에도 불만을 가지는 자신에게 정말로 만족을 느꼈다. 그들 각자가 비할 바 없이 흥미롭고 중요한 일을 한다고 생각했고, 목표의 달성만큼 이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만족을 느꼈다. 그들이 해야만 하는 일 중에서 일부는 지루하고 좌절감을 안기고 심지어 고통스럽다고 해도 그들은 추호도 포기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들의 열정은 오래 지속됐다. 

- 요컨대 분야에 상관없이 대단히 성공한 사람들은 굳건한 결의를 보였고 이는 두 가지 특성으로 나타났다. 첫째, 그들은 대단히 회복력이 강하고 근면했다. 둘째, 자신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매우 깊이 이해하고 있었다. 그들은 결단력이 있을 뿐 아니라 나아갈 방향도 알고 있었다. 성공한 사람들이 가진 특별한 점은 열정과 결합된 끈기였다. 한마디로 그들에게는 그릿 grit이 있었다.

 

- (Grit은 사전적으로 투지, 끈기, 불굴의 의지를 모두 아우르는 개념이다. 그래서 저자가 말하는 '열정과 집념이 있는 끈기'라는 그림의 뜻을 한국어의 한 단어로 명확하게 표현하기란 쉽지 않다. 이 책에서는 그릿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쓰되, 문맥에 따라 투지와 의지 등으로 번역했다. -편집자) 
 
- 몇 달 전에 측정한 그릿 점수가 참가자들의 최종 성적을 예측해 주는 변인이었다. 간단히 말해서 그릿이 높은 아이들이 나중 라운드까지 진출했다. 어떻게 된 일일까? 그릿이 높은 아이들은 더 많은 시간 동안 공부하고 더 많은 스펠링 비 대회에 출전했다. 
재능은 어땠을까? 언어 지능 역시 어느 라운드까지 진출할지 예측해 줬다. 하지만 언어 지능과 그릿 사이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또한 언어에 재능이 있는 참가자들이 재능이 덜한 참가자들보다 더 오랜 시간 공부하지도 않았으며 스펠링 비 대회 출전 경력이 더 많지도 않았다. 

- 그릿과 재능이 별개라는 사실은 아이비리그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다시 드러났다. 그 연구에서는 SAT 점수와 그릿 점수가 반비례 관계로 나왔다. 연구의 표본 가운데서 SAT 점수가 높은 학생들의 평균 그릿 점수는 또래 학생들보다 약간 낮았다. 이 연구 결과와 그동안 수집해 온 다른 자료들을 종합해서 얻은 통찰이 향후 내 연구의 기본 지침이 됐다. 그것은 우리가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것과 그 잠재력의 발휘는 별개라는 사실이다.

- 그 주제에 가장 먼저 관심을 가졌던 이들 중 하나인 프랜시스 골턴 Francis Galton은 이를 두고 사촌인 찰스 다윈 Charles Darwin과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어느 모로 보나 골턴은 신동이었다. 그는 네 살에 읽고 쓸 수 있었다. 여섯 살에는 라틴어와 긴 나눗셈법을 알았고 셰익스피어 작품의 구절들을 암송할 수 있었다. '그는 뭐든 쉽게 배웠다.'

- 1869년 골턴은 성취의 근원에 관한 그의 첫 번째 연구 논문을 출간했다. 그는 과학, 운동, 음악, 시, 법 분야의 유명 인물 목록을 정리하고 그들에 관한 모든 전기 자료를 모았다. 골턴은 아웃라이어 outlier(표본 중 다른 대상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통계적 관측치, 각 분야에서 큰 성공을 거둔 탁월한 사람이란 뜻 - 옮긴이)에게는 세 가지 두드러진 특성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그들은 비범한 '재능'과 함께 남다른 '열의'와 '열심히 일할 능력(노력)'을 지니고 있었다.

- 다윈은 골턴의 책을 50쪽까지 읽어 내려가다 재능을 성취의 긴요한 요인 중 하나로 꼽은 데 놀라움을 느꼈다. 그는 골턴에게 이런 편지를 부쳤다.

"네가 반대 의견을 갖고 있던 내 생각을 어느 정도는 바꿔 놓았다. 나는 바보를 제외하고 사람들이 열의와 노력 면에서 차이가 있을 뿐 지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항상 주장해 왔으니까. 아직도 나는 대단히 중요한 차이는 열의와 노력에 있다고 생각한다.

 

- 물론 다윈 스스로가 골턴이 연구했던 바로 그 '성공한 사람'이었다. 역사상 큰 영향을 미친 과학자 중의 한 사람으로 인정받는 다윈은 최초로 식물과 동물 종의 다양성을 자연선택 natural selection에 의한 결과로 설명했다. 그는 동식물뿐 아니라 사람을 볼 때도 예리한 관찰자였다. 생존을 좌우하는 생물의 근소한 차이를 관찰하는 일이 그의 천직이었다. 그러므로 성취의 결정적 요인에 관한 다윈의 의견, 즉 열의와 노력이 지적 능력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믿음을 잠시 고려해 보는 것도 가치가 있겠다. 

- 다윈의 전기작가 대부분은 그가 신통한 지적 능력의 소유자였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물론 머리가 좋기는 했지만 번뜩이는 통찰력을 지니고 있지는 않았다. 그는 '꾸준히 하는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다윈의 자서전에도 이런 견해를 입증하는 내용이 나온다. 그는 이렇게 털어놓는다.

"나는 머리가 좋은 사람들처럼 이해력이 빠르지는 않다. 추상적인 사고를 길게 이어가는 능력도 전적으로 부족하다."

그는 자신이 아주 훌륭한 수학자나 철학자 재목도 아니고 기억력도 보통 이하라고 생각했다.

"기억력도 매우 나빠서 날짜 하나, 시 한 줄도 며칠 이상 절대 기억하지 못할 정도다."

- 어쩌면 다윈의 말이 지나친 겸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이 근면성실하게 자연법칙을 이해하려고 노력해 온 점을 칭찬할 때는 거리낌이 없었다.

"놓치기 쉬운 일들을 알아차리고 주의 깊게 관찰하는 데는 내가 보통 사람들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성실히 관찰하고 사실을 수집하는 데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보다 훨씬 중요한 점은 자연과학에 대한 나의 꾸준하고 열렬한 사랑이다."

- 어느 전기작가의 묘사에 따르면, 다윈은 남들이 진즉에 더 쉬운 문제로 관심을 옮긴 뒤에도 한 문제를 붙들고 계속 고민하는 사람이었다. 
사람들은 문제가 이해가 안 되면 보통 '나중에 생각해봐야겠다고 한 뒤에 사실상 잊어버린다. 다윈은 반쯤은 고의적인 이런 식의 망각을 의도적으로 경계했던 듯하다. 그는 모든 질문을 마음 한편에 담아두고 적절한 자료가 나타나면 언제든 끄집어낼 수 있게 했다.

- 윌리엄 제임스는 친한 친구와 동료들의 성공 및 실패 사례를 되짚어 보고 자신 또한 좋았던 시기와 나빴던 시기에 기울였던 노력이 질적으로 달랐음을 성찰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인간의 잠재력에 비하면 우리는 반쯤 졸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불은 사위어 가는데 공기구멍은 거의 닫혀 있는 상태와 같다고나 할까. 우리는 우리가 가진 정신적, 신체적 능력의 아주 일부분만 활용하고 있다."

 

- 제임스는 인간의 잠재력과 그 실현 사이에 격차가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운동보다는 음악, 예술보다는 사업에 재능이 있는 등 다양한 능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았지만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일반적으로 개개인은 자기 한계에 훨씬 못 미치는 삶을 산다. 인간은 다양한 능력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이를 활용하지 못한다. 최대치 이하의 열의를 보이고 최고치 이하로 행동한다."

- 연주 녹음테이프 일부를 들려줬다. 피험자들은 몰랐지만 실은 한 연주자가 같은 곡의 다른 부분을 연주한 것이었다. 한 연주자는 일찍이 선천적 재능을 입증해 보인 '재능형'으로, 한 연주자는 강한 성취동기와 끈기를 보여준 '노력형'으로 묘사됐다. 피험자들은 노력 대 재능의 중요성에 대해 말로 밝힌 신념과는 정반대로 재능형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고 고용할 만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 음악가를 대상으로 했던 연구와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재능형이 성공할 가능성과 고용될 가능성 및 사업제안서의 수준을 더 높이 평가받았다. 관련 연구에서 한 명만 지원해 줄 수 있다면 재능형과 노력형 두 기업가 중 어느 쪽을 선정하겠냐고 물었을 때도 피험자들은 재능형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노력형이 재능형보다 경영 경험이 4년 더 많고 창업 자본이 4만 달러가 더 많다고 했을 때에야 재능형을 선호하는 현상이 사라졌다. 

- 차이의 연구는 재능과 노력에 대한 우리의 양면성을 드러낸다. 우리가 중시한다고 표명하는 신념과 마음속 깊이 더 가치를 두는 신념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우리가 평소 말로는 연애 상대를 고를 때 외모를 보지 않는다고 해놓고 실제로 데이트할 때는 착한 사람보다 매력적인 사람을 선택하는 것과도 약간 비슷하다. 

- 이런 '선천적 재능에 대한 편향' naturalness bias은 현재의 자리에 노력으로 올라간 사람에게 은근히 불리하게 작용하며, 선천적 재능으로 오른 듯한 사람에게 은근히 유리하게 작용한다. 우리는 자신의 선천적 재능에 대한 편향을 타인에게 부정하려 할 것이다. 심지어 자기 자신에게도 부정할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의 선택에서는 편향이 드러난다. 

- 우리는 수영장 옆에서 그가 아마추어에서 프로 선수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걸 바라지 않는다. 우리는 '완성된 탁월한 기량을 보는 것을 더 좋아한다. 일상성보다는 신비함을 선호한다.
하지만 무엇 때문인가? 마크 스피츠가 우수한 기량을 노력으로 얻은 것이 아니라고 우리 스스로를 기만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우리의 허영심과 자기애가 천재 숭배를 조장한다."

니체가 말했다.

"왜냐하면 천재를 마법적인 존재로 생각한다면 우리 자신과 비교하고 우리의 부족함을 느끼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신적인 존재'로 부르면 '우리'는 그와 경쟁할 필요가 없어진다."

- 즉 선천적 재능으로 신화화함으로써 우리 모두는 경쟁에서 면제받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상황에 안주하게 된다. 내가 교직 생활 초창기에 재능과 성취를 동일시하고 그 결과 학생도, 나도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을 못했을 때도 그랬던 것이 틀림없다.

- 그렇다면 탁월성의 실체는 무엇인가? 니체가 내린 결론도 댄 챔블리스와 똑같았다. "사고를 한 방향으로 모아 모든 것을 소재로 활용하며 자신과 타인의 내면을 부단히 관찰하여 어디에서나 본보기와 자극을 찾아내고, 지칠 줄 모르고 자신의 방식으로 결합시키는" 사람들이 위대한 업적을 이룬다.

 

- 니체는 재능에 대해서는 뭐라고 했을까? 그는 누구보다도 장인을 본보기로 생각하라고 말한다.

"소질과 타고난 재능에 대해 말하지 말라! 타고난 재능이 거의 없어도 위인이 된 이들을 여럿 들 수 있다. 그들은 탁월한 솜씨를 배워서 (우리가 이름 붙인 대로) '천재'가 되었다..."

- "자네에게는 이론이 없어. 성취심리학 이론이 없단 말이야."
또 침묵이 흘렀다.
"무슨 이론이요?"

교수님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던 내가 마침내 물었다.
다시 침묵이 흘렀다.
"이제 책과 논문은 그만 읽고 생각을 해."
나는 교수님 연구실을 나와 내 사무실로 가서 울었다. 집으로 돌아와 남편 앞에서 또 울었다. 못된 교수님이라고 혼잣말로 그리고 큰 소리로 욕을 했다. 그는 왜 내가 못한 점만 지적했을까? 왜 내가 잘한 일을 칭찬해주지 않았을까? 

- '자네에게는 이론이 없어...'
그 말이 며칠 동안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마침내 나는 눈물을 닦고 욕을 멈추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워드 프로그램을 열고 깜박이는 커서를 바라보면서 내가 인생에서 성공하려면 재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기본적인 관찰 소견에서 크게 나아가지 못했음을 자각했다. 나는 재능과 노력, 기술, 성취가 정확히 어떤 관계에 있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론은 설명이다. 이론은 무수히 많은 사실과 관찰 내용들이 무슨 뜻인지 가장 기본적인 용어로 설명해 준다. 이론은 필연적으로 불완전하다. 지나치게 단순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친 단순화를 통해 이해를 돕는다.  
재능만으로 성취를 전부 설명하지 못한다면 무엇이 빠졌을까?

-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운동을 아예 멈추는 것이다. 모든 코치와 운동선수가 말해주듯이 오랜 시간 꾸준한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길을 막 접어들었다가 그 길을 완전히 포기하는 일이 얼마나 자주 발생하는가? 지금 이 순간 얼마나 많은 러닝머신, 실내 자전거, 웨이트 기구가 전국 각지의 지하실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가?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운동을 해보겠다고 나섰다가 한 시즌이 끝나기도 전에 그만두는가?

 

- 얼마나 많은 이들이 시작할 때는 들떠서 열심히 하다가 첫 번째 큰 장애물이나 긴 침체기를 만나자마자 영원히 포기해 버리는가? 많은 이들이 시작했던 일을 너무 빨리, 너무 자주 그만두는 듯하다. 어느 날 하루 기울이는 노력보다는 다음 날, 그다음 날도 눈을 뜨면 러닝머신 위에 올라갈 각오가 되어 있는 것이 더 중요하다. 

- 내가 제대로 계산했다면 재능은 두 배로 갖고 있지만 노력은 절반만 하는 사람은 보통 사람과 같은 기술 수준에 도달할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내놓는 결과물은 훨씬 작을 것이다. 노력형은 기술이 향상됨에 따라 이를 활용해 도자기를 만들고 책을 쓰고 영화를 감독하고 연주회를 한다. 그 도자기, 책, 영화, 연주회의 질과 양으로 성공을 판단한다면 끝없는 연습을 통해 재능을 타고난 사람과 동일한 기술 수준에 이른 노력형이 장기적으로 더 큰 성공을 거둘 것이다. 

- 윌 스미스는 이렇게 지적한다.

"재능과 기술은 두각을 나타내려고 노력하는 사람, 꿈이 있는 사람, 무언가를 해내고 싶은 사람들이 크게 오해하는 개념들 중의 하나입니다. 재능은 선천적으로 타고나지만 기술은 무수히 많은 시간 동안 다듬을 때만 향상됩니다." 

- 나는 여기에 기술이 성취와도 다르다는 말을 덧붙이고자 한다. 노력하지 않을 때 당신의 재능은 발휘되지 않은 잠재력일 뿐이다. 재능이 기량으로 발전할 수도 있지만, 노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노력은 재능을 기량으로 발전시켜 주는 동시에 기량이 결실로 이어지게 해 준다.

- 
"한 회사를 계속 운영해야 한다고요?" 그가 물었다.

"반드시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이 분야에서 저 분야로, 이 기술에서 저 기술로 옮겨 다닌다면 그것은 그릿이 있는 사람의 행동이 아니죠."
"하지만 자주 옮겨 다닌다고 해도 그 일을 하는 동안 정말로 열심히 일한다면 그림이 있는 게 아닌가요?"
"단지 열심히 한다고 그릿이 있다고 하지는 않아요. 그것은 그릿의 일부분일 뿐이죠."

- "우선 탁월성 excellence에 도달하는 데는 지름길이 없기 때문이에요. 진정한 전문 기술을 개발하고 대단히 어려운 문제를 이해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죠. 대다수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 이상의 시간이 걸려요. 그런 다음에 그 기술들을 적용해서 사람들에게 가치가 있는 재화와 용역을 생산해 내야 해요.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죠." 
그가 가만히 듣고 있었으므로 이야기를 계속했다.
"정말 중요한 점은 이거예요. 그릿은 학생이 매우 관심이 있어서 계속 고수할 용의가 있는 일에 노력을 기울이는 거예요."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는 것이군요. 이해했습니다."
"맞아요,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는 거지만 그냥 사랑에 빠지면 안 되고 사랑을 지속시켜 나가야만 하죠."

- "참으로 여러 곳을 거치며 돌고 돌아서 왔지. 그동안 힘들고 실망하고 사기도 꺾이고 두렵기도 했어. 하지만 결국에는 여기까지 왔어. 정확히 내가 원했던 곳에 온 거지." 

- 시애틀 미식축구팀, 시호크스 Seahawks의 코치인 피트 캐럴 Pete Carroll은 이렇게 묻는다.

"당신에게는 인생철학이 있습니까?"
어떤 사람들은 이 질문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글쎄요, 제가 여러 가지를 추진하고 있어서 목표도 많고 계획한 일도 아주 많은데요. 어느 것을 말하는 거죠?"

- 하지만 아무 문제 없이 '나는 이것을 원한다'고 확신을 갖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 캐럴이 질문한 목표의 수준을 이해한다면 그 의미가 좀 더 명확해질 것이다. 그는 오늘 또는 올해 특별히 처리하고 싶은 일을 묻는 것이 아니다. 그는 당신이 인생에서 이루려는 일을 묻는다. 그릿의 요소 중에서 열정에 관해 질문한 것이다.


- 캐럴의 철학은 '무슨 일이든 현재의 수준을 뛰어넘어라'이다. 캐럴도 게틀먼처럼 보다 포괄적인 의미에서 자신의 목표가 무엇인지 이해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그가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 New England Patriots의 수석 코치직에서 해고되며 코치 경력 가운데 최악의 순간을 맞이했을 때가 목표를 돌아본 계기가 됐다. 그해는 캐럴의 일생에서 미식축구 선수나 코치로 뛰지 않은 최초이자 유일한 해였다. 그런 위기의 순간에 친한 친구 하나가 다음 일자리보다 총체적인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자네도 철학이 있어야 해."

- "내가 무엇을 먹고, 언제 잠을 자고, 깨어 있을 때 무엇을 할지, 전부 피칭을 염두에 두고 결정합니다. 예를 들어 일광화상을 입으면 며칠 동안 공을 던지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플로리다에 가서도 선탠을 피하고, 절대 셔츠를 벗지 않습니다. ... 피칭을 위해 오른손을 아껴야 하므로 개를 쓰다듬을 때나 난로에 장작을 넣을 때는 왼손을 사용합니다. 체중을 줄여야 하므로 겨울에는 초콜릿 쿠키 대신 코티지치즈를 먹습니다."
시버의 얘기를 듣노라면 그의 생활이 너무 우울할 것만 같다. 하지만 그는 상황을 그렇게 보지 않았다. 

"나는 공을 던질 때 행복해요. 야구에 내 인생을 바쳤습니다. ... 그건 내가 하고 싶어서 정한 일입니다. 공을 잘 던질 때 행복하니까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을 하는 것뿐입니다." 


- 내가 말하는 열정은 단순히 관심 있는 일이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것은 동일한 최상위 목표에 변함없이 성실하고 꾸준하게 관심을 둔다는 의미다. 변덕스럽지도 않다. 열정은 날마다 잠들 때까지 생각했던 질문을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부터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옆 걸음질 치거나 다른 곳으로 가지 않고 같은 방향을 향해서 한 발짝이라도 더 나아가기를 열망한다. 극단적일 경우 그런 집중력이 집착으로 불리기도 한다. 열정이 있다면 모든 행동의 의의를 궁극적 관심, 즉 인생철학에 부합하는 데서 찾게 된다. 



 

열정은 우선순위를 확실하게 만든다

 

 

 

 

- 그릿은 아주 오랫동안 동일한 상위 목표를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피트 캐럴이 '인생철학'이라고 부르는 최상위 목표는 대단히 흥미롭고 중요해서 당신이 깨어 있는 동안의 많은 활동을 구조화해 준다. 투지가 강한 사람의 중간 목표와 하위 목표는 대부분 어떤 식으로든 최상위 목표와 관련이 있다. 반면에 투지의 부족은 일관성이 부족한 목표 구조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 

- 투지 부족이 드러나는 몇 가지 경우가 있다. 내가 만났던 어떤 젊은이들은 의사가 되겠다거나 NBA에서 뛰는 농구선수가 되겠다는 등의 꿈을 분명히 밝히면서 얼마나 근사할지 생생히 그려냈다. 하지만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중간 수준 또는 하위 수준 목표들을 제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들의 목표 체계에는 상위 목표는 있지만 이를 지지해 줄 중간이나 하위 수준의 목표들이 없었다.

- 내 친한 친구이자 동료 심리학자인 가브리엘 외팅겐 Gabrielle Dettingen은 이를 '긍정적 환상 positive fantasizing'이라고 부른다. 외팅겐은 자신의 연구에서 낙관적 미래만을 떠올리고 그것을 달성할 방법, 특히 중도에 마주칠 장애물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단기적으로는 이익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손해라고 주장한다.  

- 플린 교수는 지능검사에서 특정 하위 검사의 점수만 대폭 증가하는 이유를 농구와 텔레비전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지난 세기 동안 모든 농구시합은 경쟁이 치열해졌다. 학창 시절에 농구를 좀 했던 플린의 말로는 심지어 몇 년 사이에도 경기가 달라지고 있다고 한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플린의 견해에 따르면 이는 텔레비전 때문이다. 농구는 텔레비전으로 시청하기에 좋은 경기인 까닭에 방송과 함께 인기가 높아졌다. 가정마다 텔레비전이 보급되면서 더욱 많은 아이들이 농구를 하기 시작했고, 농구스타들이 일상적으로 구사하는 왼손 레이업슛, 크로스오버 드리블, 우아한 훅 슛 등의 기술을 아이들도 시도하게 됐다. 그리고 기술이 향상된 아이마다 본의 아니게 함께 겨뤘던 아이들의 학습 환경을 향상시켰다. 농구 실력을 향상시키는 방법 중의 하나가 기술 수준이 약간 더 높은 아이들과 시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플린은 이런 기술 향상의 선순환을 '사회적 승수효과 social multiplier effect'라고 부르는데, 22세대가 지나면서 추상적 사고가 향상되는 현상도 똑같이 승수 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세기 동안 우리의 직업과 일상생활은 점점 더 분석적이며 논리적인 사고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학교를 더 오래 다니게 됐고 공부하는 동안 갈수록 단순 암기에 의존하지 말고 사고를 하라는 요구를 많이 받는다. 
 
- 다행히 다른 성격 특성을 검토한 종단연구들은 많다. 수년에서 수십 년 동안 연구 대상을 추적 조사한 많은 연구에서 뚜렷이 드러난 경향이 있다. 우리 대부분은 인생 경험이 쌓이면서 성실성, 자신감, 배려, 평정심이 발달한다는 것이다. 그런 변화는 20대와 40대 사이에 주로 찾아오지만 평생 인성 발달이 멈추는 시기는 사실상 없다. 

- 우리는 성장한다. 적어도 대부분은 성장한다. 성장에 따른 변화는 어느 정도 생물학적으로 결정되어 있다. 사춘기와 갱년기의 성격 변화가 여기에 해당된다. 하지만 전반적인 성격 변화는 인생 경험의 영향을 더 받는다.

- 우리가 변하는 한 가지 이유는 이전에 몰랐던 내용을 배우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직업적 포부를 계속 바꿔 봐도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사실을 시행착오를 거치며 배울 것이다. 내 20대 시절은 분명히 그랬다. 비영리 단체를 운영했다가 신경과학 전공으로 대학원에 진학했고, 그 뒤 경영 컨설팅 회사에 취업했다가 다시 교직으로 이직하면서 '유망한 초보자' 노릇도 재미있지만 진정한 전문가 역할이 훨씬 더 만족스럽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수년간의 노력으로 얻은 결실을 타고난 재능 덕분으로 오해받을 때가 많으며 세계적 수준의 실력자가 되려면 끈기만큼 열정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또한 우리는 소설가 존 어빙이 그랬듯이 '어떤 일을 아주 잘하려면 능력 이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타고난 재능이 없는 일도 거듭하다 보면 제2의 천성처럼 된다'는 점을 인식하게 되며, 마지막으로 그 정도로 열심히 하는 능력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는 현실을 배우게 된다.  

- 인간의 특성에 대한 통찰력 외에 또 어떤 것들이 나이와 함께 변하는가? 바로 우리의 상황이 바뀐다. 우리는 나이가 들면서 새로운 상황에 던져진다. 첫 직장을 구하고 결혼을 하고 부모님이 연로해지면서 어느새 우리가 그분들의 보호자가 된다. 이런 변화는 우리에게 이전과 달리 행동하도록 요구할 때가 많다. 우리는 지구상의 어떤 생물보다 적응력이 뛰어난 존재이므로 그런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달라진다. 
즉 우리는 필요할 때 변한다. 필요는 적응의 어머니다.

- 나는 거의 매일 자신도 좀 더 그릿이 있으면 좋겠다는 사람들에게서 이메일과 편지를 받는다. 그들은 어떤 것도 실력이 늘 때까지 진득이 붙들고 있지 못한다고 한탄한다. 그리고 자기 재능을 허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장기 목표의 수립을 간절히 원하고 그 목표를 열정과 끈기를 갖고 추구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들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일단 지금의 자기 위치를 이해하는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원하는 만큼 그릿이 없다면 그 이유를 스스로에게 물어라.

- 사람들은 이런 뻔한 대답을 내놓을 것이다. "내가 게을러서 그렇겠죠."

이런 대답도 나올 것이다. "나는 뭐든 잘 잊어버려요."
또는 이럴 것이다. "일을 진득이 못하는 성격이에요."
나는 이런 대답이 전부 틀렸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어떤 일을 포기할 때는 이유가 있다. 사실 각양각색의 이유로 포기한다. 당신이 하던 일을 포기하기 직전에 아래의 네 가지 생각 중 어느 하나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을 것이다. 
"지루해." "노력할 가치가 없어." "이것은 내게 중요한 일이 아니야." "나는 못 하겠으니 포기하는 게 좋겠어."

- 이런 생각들을 한다고 해서 그게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잘못은 아니다. 이 장에서 보여주려고 했던 것처럼 그릿의 전형인 사람들도 목표들을 포기한다. 하지만 문제의 목표가 상위 수준의 것일수록 그들은 더욱 고집스럽게 끝을 보려 한다. 가장 중요한 점은 그릿의 전형들은 나침반을 바꾸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모든 자기 행동의 지침이 되는 단 하나의 중요한 목표에 대해서만큼은 위에 열거된 발언을 입 밖에도 꺼내지 않는다. 

- 그릿에 관한 면담 기록들은 내 연구 자료의 한 축으로 웨스트포인트나 내셔널 스펠링비 같은 곳에서 진행한 체계적인 양적 연구들을 보완하는 역할을 해왔다. 두 종류의 연구를 종합했을 때 성숙한 그림의 전형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네 가지 심리적 자산이 드러났다. 이는 위에서 열거된 핑계를 각각 반박해 주며, 수년에 걸쳐 일정 순서로 발달하는 경향을 보인다.

- 첫째는 관심이다. 열정은 당신이 하는 일을 진정으로 즐기는 데서 시작된다. 내가 조사했던 그릿의 전형들도 모두 자신의 일 중에서 재미가 덜한 측면이 있었고, 전혀 즐겁지 않은 잡일이지만 참고 하는 일이 적어도 한두 가지는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자기 일에 푹 빠져 있고 일에서 의미를 발견한다. 계속 일에 매력을 느끼고 아이 같은 호기심을 내비치는 그들은 '나는 내 일을 사랑해!'라고 온몸으로 외친다. 

- 둘째는 연습이다. 이는 어제보다 잘하려고 매일 단련하는 종류의 끈기를 말한다. 그러니까 특정 영역에 관심을 느끼고 발전시킨 다음에는 온 마음을 다해 집중하고 난관을 극복하며 기술을 연습하고 숙달시켜야 한다. 하루에 몇 시간씩, 몇 주, 몇 개월, 몇 년 동안 자신의 약점을 집중적으로 반복 연습해야 한다. 그릿은 현재에 안주하기를 거부한다. 관심이 무엇이든, 이미 얼마나 탁월한 수준에 이르렀든 상관없이 그릿의 전형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금보다 나아질 거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 셋째는 목적이다. 자신의 일이 중요하다는 확신이 열정을 무르익게 한다. 목적이 없는 관심을 평생 유지하기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28 따라서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동시에 타인의 안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을 찾아내지 않으면 안 된다. 소수는 목적의식을 일찌감치 깨닫지만, 다수는 어떤 일에 관심이 생기고 수년 동안 절제하며 연습한 뒤에야 타인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동기를 강하게 느낀다. 그러나 그릿이 발달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한다. "내 일은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중요합니다."

- 마지막 넷째는 희망이다. 희망은 위기에 대처하게 해주는 끈기를 말한다. 이 책에서는 관심, 연습, 목적 다음에 희망이 논의되지만 희망이 그릿의 마지막 단계에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희망은 모든 단계에서 나타나는 특징이다. 상황이 어려울 때나 의심이 들 때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배우려면 맨 처음부터 끝까지 희망을 유지하는 일이 더없이 중요하다. 우리는 다양한 시점에서 크게 작게 허물어진다. 그대로 주저앉는다면 투지를 잃지만, 일어난다면 투지는 더 커진다.

- 영화 <줄리 앤 줄리아 Julie and Julia>는 우리가 텔레비전에서 봐온 것보다 앳된 얼굴의 줄리아 차일드가 고급 프랑스 식당에서 남편 폴과 식사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방금 웨이터가 완벽하게 가시를 발라서 접시 위에 올려주고 간 가자미 구이, 솔 뫼니에르 sole meuniere 한 점을 줄리아가 입에 넣는다. 노르망디 버터와 레몬, 파슬리로 만든 소스가 뿌려져 있다. 황홀한 맛이다. 이런 맛있는 요리는 처음이다. 식도락을 즐기는 그녀지만 요리가 이렇게 맛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그날의 경험 전부가 내 정신과 영혼을 깨웠죠."

 

- 나는 그릿의 전형들에게서 그런 영화 같은 순간들을 듣기를 기대했다. 허벅지에 자국이 날 정도로 딱딱한 접의자에 앉아 학사모와 졸업가운 때문에 땀 흘리고 있는 대학 졸업생들 역시 평생의 열정을 발견하는 순간을 그렇게 상상할 것이다. 조금 전까지도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 모르다가 어느 순간 분명해질 거라고 믿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면담한 그릿의 전형 대부분이 여러 관심사를 탐색하며 수년을 보냈고, 처음에는 평생의 운명이 될 줄 몰랐던 일이 결국 깨어 있는 매 순간과 종종 잠들었을 때까지 차지하는 일이 됐다고 했다. 

- "모든 면에서 최고인 21살짜리를 찾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말해주려 해도 듣지 않아요. 완벽한 상대가 나타나기만 기다리죠." 
"사모님인 미란다처럼 훌륭한 분도 있잖아요?" 내가 물었다.
"오, 아내는 훌륭한 사람이죠. 나보다 훨씬 훌륭해요. 하지만 아내가 완벽할까요? 나와 함께 행복한 인생을 살아갈 유일한 사람이 아내뿐일까요? 혹은 아내에게 훌륭한 결혼생활을 함께 꾸릴 수 있는 남자가 이 세상에 오직 나뿐일까요?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슈워츠는 직업을 좋아하는 마음이 갑자기 생길 거라는 신화도 비슷한 종류의 문제라고 말한다.

"한동안 일해보고 상당히 깊이 관여해 봐야 미묘한 사항들을 알게 되고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일도 많습니다. 많은 일이 실제로 해보기 전에는 재미없고 하찮아 보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지나면 처음에는 몰랐던 많은 면을 알게 되고, 결코 이런 점들을 완벽히 해결하거나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러려면 그 일을 꾸준히 해봐야만 합니다."
그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이어갔다.

"배우자를 찾는 일이 완벽한 비유가 되겠네요. 단 한 사람뿐인 이상형이 아니라 배우자가 될 가능성이 엿보이는 사람과의 만남은 시작에 불과하잖아요."

- 또한 의지로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게 만들 수도 없다. 제프 베저스가 관찰한 바처럼 "사람들이 저지르는 큰 실수 중의 하나는 스스로에게 흥미를 강요하는 행동이다." 직접 시험해보지 않고는 당신이 계속 관심을 갖게 될 일과 관심이 사라질 일을 파악할 수 없다.

-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처음에 관심사를 발견했을 때는 종종 본인도 모르고 넘어간다. 즉 이제 막 무언가에 관심이 생길 때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조차 깨닫지 못할 수도 있다. 지루한 감정은 느끼는 즉시 알지만 새로운 활동과 경험을 대할 때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성찰하거나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러므로 새로운 일을 시작한 뒤 이제 열정의 대상을 찾았는지 며칠에 한 번씩 초조하게 자문하는 것은 너무 조급한 행동이다. 

- 셋째, 관심사를 발견한 뒤 오랜 시간 주도적으로 관심을 발전시켜야 한다. 처음에 관심이 생긴 후에도 계속 그 일을 경험함으로써 거듭거듭 흥미를 유발하는 일이 대단히 중요하다.

- "전문가에게는 매우 달라 보이지만 초보자에게는 서로 비슷해 보일 것입니다. 작품을 보는 데 필요한 배경 지식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는 색채와 형태만 보입니다. 무엇을 표현한 작품인지 확신하지 못하죠."

미술 전문가들은 작품에 대한 이해가 매우 뛰어나다. 전문가들은 일반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세세한 차이를 알아보는 안목을 길러왔기 때문이다.

-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올림픽 경기를 본 적이 있는가? 선수의 동작과 동시에 "오! 트리플 러츠 triple lutz의 회전이 약간 부족했네요!", "저 푸시오프 pushoft는 타이밍이 완벽했죠?"라고 말하는 해설가의 논평을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그때 해설가가 슬로모션 비디오 판독을 하지 않고도 어떻게 선수들의 동작에서 미세한 차이를 감지할 수 있는지 의아할 것이다. 내게는 슬로모션 영상이 필요하다. 나는 그런 미묘한 차이를 감지할 수 없다. 하지만 전문가는 축적된 지식과 기술로 초보자인 내가 보지 못하는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 당신도 열정을 좇고 싶지만 아직 마음에 품은 열정이 없다면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즉, '열정의 대상'을 찾아라 먼저 자신에게 간단한 질문 몇 가지를 해보라. 나는 무슨 생각에 자주 빠지는가? 내 마음은 어디로 향하는가? 나는 무엇에 가장 관심이 가는가? 무엇이 내게 가장 중요한가? 나는 어떻게 시간을 보낼 때 즐거운가? 그리고 반대로 무엇이 가장 견디기 힘든가? 이 질문들에 대답하기 힘들다면 일반적으로 직업에 대한 관심이 싹트는 10대 시절을 회상해 보라. 

- 마음속에 대략적인 방향이라도 잡히면 그 즉시 흥미의 싹을 자극해야만 한다. 그러려면 세상에 나가 무엇이든 하면서 관심을 자극하라. 무엇을 해야 할지 한탄만 하는 졸업생들에게 나는 이렇게 말한다. 실험해 보라! 시도해 보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분명 많이 배우게 될 것이다!

- 당신이 확신하는 답을 출발점으로 해서 풀어나가라. 당신의 관심사가 아무리 모호해도 직업으로 삼기에는 몹시 싫은 일과 다른 것보다 나아 보이는 일이 있을 것이다. 그게 시작이다.
두려워하지 말고 추측하라. 좋든 싫든 관심사를 발견하는 과정에서는 어느 정도의 시행착오를 겪게 마련이다. 십자말풀이의 정답과 달리 당신이 할 수 있고 열정으로 발전할 일은 단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가지다. '옳은' 일 또는 '최선'인 일도 찾을 필요가 없다. 그냥 괜찮아 보이는 방향을 정하라. 얼마간 시도해 보기 전에는 그 일이 당신과 잘 맞는지 알기 힘들 수도 있다. 
맞지 않는 답은 과감히 지워라. 언젠가는 상위 수준의 목표를 지워지지 않는 잉크로 쓰겠지만 확신이 생길 때까지는 연필로 써라.

 

- 반면에 이미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 때 즐거운지 분명히 지각했다면 이제 관심을 발전시킬 차례다. 관심사를 발견한 다음에는 발전시켜야 한다. 

 

- 흥미를 다시, 또다시 자극해줘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흥미를 자극할 방법을 찾아라. 그리고 인내심을 가져라. 관심이 발전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끊임없이 질문하고 그 대답들이 다시 질문으로 이어지게 해서 관심사를 계속 파헤쳐라.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을 찾아라. 격려해 주는 멘토에게 다가가라. 시간이 가면서 당신은 더욱 능동적이고 정보가 많은 학습자가 될 것이다. 수년에 걸쳐 당신의 지식과 전문성은 확대될 것이며 이와 함께 자신감과 더 알고 싶은 호기심도 커질 것이다. 

- 마지막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몇 년째하고 있지만 아직은 열정이라고 부를 수 없다면 관심을 어떻게 심화시킬 수 있을지 살펴보라. 당신의 뇌는 새로움을 갈구하기 때문에 다른 일로 옮겨 가고 싶은 유혹을 느낄 것이며 그것이 가장 타당한 행동일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 몇 년 이상 지속적으로 노력해보고 싶다면 오로지 마니아만이 알아볼 수 있는 미묘한 차이를 즐길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윌리엄 제임스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의 주의를 끄는 것은 새로움 속의 익숙함, 약간의 새로운 변화가 있는 익숙함이다."

- 자신의 열정을 좇으라는 명령이 나쁜 충고는 아니다. 하지만 우선 열정을 키울 방법부터 이해하라는 주문이 더욱 유용한 조언일 것이다.

- 이번에는 그가 달리는 동안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물었다.
"라디오를 들어요. 그날 끝내야 할 일을 생각할 때도 있고요. 저녁식사로 무엇을 준비할까, 그런 생각도 하죠."
그러자 에릭슨은 내가 조깅 기록을 체계적으로 기록해 왔는지 물었다. 속도, 거리, 조깅 후 심박동수 또는 조깅과 전력 질주를 교대한 간격 등 아무것도 메모한 적이 없었다. 내가 그런 것들이 왜 필요했겠는가? 코스도 적지 않았다. 매번 지난번과 같은 코스를 달렸기 때문이다.
"코치도 없겠네요?"
나는 민망해져 그냥 웃었다.
"아!" 그가 만족스러운 듯이 말했다. "알겠어요. 의식적인 연습을 하지 않기 때문에 발전이 없는 거예요."

- 그렇다면 '의식적인 연습' 즉 전문가들의 연습 방법은 무엇이 어떻게 다른 걸까? 전문가들의 연습 방법은 다음과 같다.

- 첫째, 그들은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전체 기술 중에 아주 일부분에 집중한다. 그들은 이미 잘하는 부분에 집중하기보다 뚜렷한 약점을 개선하려고 노력한다. 그들은 의도적으로 아직 도달하지 못한 난도의 과제에 도전한다. 올림픽 수영 금메달리스트인 로디 게인스는 이렇게 설명했다. "연습 때마다 내 기록을 깨려고 노력했습니다. 코치님이 100미터를 1분 15초에 주파하는 연습을 10번 하라고 주문하면 다음 날 연습할 때는 1분 14초에 주파하려고 했습니다."  
 
- 취미로 하는 독서는 어땠을까? 의외로 효과가 없었다. 스펠링 비에 출전한 거의 모든 아이들이 언어에 관심이 있고 독서를 즐겼지만, 독서와 철자 맞히기 실력 간에는 어떤 관계도 발견되지 않았다. 기술을 향상시키는 정도로 연습의 효과를 판단한다면 의식적인 연습이 단연 으뜸이었다. 스펠링비 출전자들은 출전 경험이 쌓일수록 그 사실을 분명히 깨닫는 듯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그들은 의식적으로 연습하는 시간을 늘렸다. 이런 경향은 결선이 열리는 전달에 더욱 확연히 나타나서, 출전자들은 평균적으로 의식적인 연습에 1주일에 10시간씩 쏟아부었다. 

 

 

- 하지만 연습하는 도중의 '느낌'으로 판단한다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스펠링비 결선 진출자들은 대체로 의식적인 연습을 다른 어떤 준비법보다 훨씬 더 노력이 필요하고 훨씬 덜 즐거운 방법으로 평가했다. 그에 반해서 재미로 하는 독서와 스크래블 같은 낱말 게임은 '좋아하는 음식 먹기'처럼 노력할 필요도 없고 즐거운 방법이라고 느꼈다. 표현이 약간 극적이기는 하지만 무용가 마사 그레이엄은 의식적인 연습이 어떤 느낌인지 직접적인 체험을 들어 생생히 묘사한다.

"무용은 화려하고 쉽고 즐거워 보이죠. 하지만 그런 행복한 경지에 오르는 길은 다른 일과 마찬가지로 쉽지 않습니다. 극심한 피로로 자는 동안에도 몸이 쑤십니다. 때때로 완전히 좌절감에 빠지기도 하지요. 매일 초주검이 돼요."

- 모든 사람이 익숙하고 편한 영역 밖에서의 노력을 그렇게 극단적으로 표현하지는 않겠지만, 사람들이 의식적인 연습을 대단한 노력이 필요한 일로 여긴다는 것이 에릭슨의 대체적인 연구 결과다. 에릭슨은 현재 수준을 능가하는 기술을 온전히 집중해서 연습하는 것이 고단한 일이라는 증거로, 현재 전성기를 맞은 전문가들조차 의식적인 연습을 한 번에 최대 한 시간, 중간에 휴식을 취하면서 하루에 총 세 시간에서 다섯 시간밖에 못 한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또한 많은 운동선수와 음악가들이 집중적으로 연습을 한 뒤에는 낮잠을 잔다. 이유가 무엇일까? 운동선수에게는 휴식과 회복 시간이 당연히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운동선수가 아닌 사람도 거의 똑같은 말을 한다는 사실은 의식적인 연습이 몹시 힘든 이유가 신체적 스트레스만큼 큰 정신적 스트레스 때문임을 암시한다. 저드 애퍼타우 Judd Apatow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이렇게 묘사한다.

"매일이 실험의 연속입니다. 촬영하고도 쓰지 못할 장면이 나올까 봐 집중하게 됩니다. 이것을 쓸 수 있을까? 편집에 대비해서 한 번 더 찍어 둘까? 다시 찍어야 한다면 무엇을 바꾸지? 3개월 뒤에 이게 마음에 안 든다면 어떤 이유일까? 많은 생각을 하게 되죠. 그래서 집중하게 되고 쉽게 지칩니다... 상당히 강도 높은 노동이죠." 

- 칙센트미하이가 보기에 전문가의 특징은 완전한 집중으로 '몸이 저절로 움직이는 듯한 느낌'에 이르는 몰입 flow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몰입은 고난도의 과제를 수행하고 있지만 생각할 필요도 없이 수월하게 그냥 실행되는 듯한 느낌이다.

- 그릿이 얼마나 있든 그것과 상관없이 사람들은 쾌락을 적당히 중시한다. 반면에 그림이 높은 사람들은 의미 있고 타인중심적 삶을 추구하는 동기가 다른 사람들보다 대단히 강한 것으로 나타나 뚜렷한 대조를 보인다. 목적지향성 점수가 높을수록 그릿 점수도 높은 정적 상관관계를 보인다.

 

- 이는 그릿의 전형들은 모두 성인이라는 말이 아니라, 그릿이 높은 사람은 대부분 자신의 궁극적 목적이 자신보다 큰 세계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는 의미다.  여기서 내가 주장하려는 바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목적은 대단히 강한 동기의 원천이라는 사실이다. 예외도 있겠지만 그것이 드물다는 사실은 이런 규칙이 성립한다는 증거다. 

- 그렇다면 내가 놓친 점은 무엇인가?
내 표본에 테러리스트나 연쇄살인범이 포함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폭군이나 마피아 보스를 면담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림의 전형들 중에서 전적으로 이기적인 목표나 더 나쁘게는 타인을 해치려는 목표를 가진 이들을 간과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런 지적에 대해 나도 부분적으로 인정한다. 이론적으로는 염세적이고 잘못된 인식을 가진 그릿의 전형도 있을 수 있다. 예컨대 이오시프 스탈린 Joseph Stalin과 아돌프 히틀러 Adolf Hitler는 틀림없이 투지가 강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목적 개념이 왜곡될 수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얼마나 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타인의 행복에 기여한다는 목표를 내세운 선동정치가의 손에 죽어갔던가? 
다시 말해서 정말로 긍정적이고 이타적인 목적은 그릿의 절대적 필요조건이 아니다. 또한 투지에 넘치는 악당도 있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 벽돌공의 우화에서 세 남자는 같은 직업을 가졌지만 스스로 자기 일을 바라보는 주관적 경험은 천지차이였다.
앞서 설명한 에이미 브제스니예프스키의 연구 역시 천직이 공식적인 직무 설명서와는 거의 관련이 없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사실 그녀는 어떤 직업도 생업에서 직업, 천직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녀는 비서들을 조사하면서 그 일을 천직으로 여기는 사람이 절반이 안 될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자료를 취합해 보니 각각 생업, 직업, 천직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비서들의 비율이 다른 표본과 거의 같았다. 
에이미는 생업인 일과 직업이나 천직인 일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라고 결론짓는다. 그보다는 일을 하는 당사자가 다음 벽돌을 놓으면서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로 생각하는지 또는 개인적 성공을 가져오거나 자신보다 큰 목적과 연관된 일로 보는지와 같이 본인의 믿음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내 생각도 같다. 자기 일을 바라보는 시각이 직함보다 중요하다. 일자리를 바꾸지 않더라도 생업에서 직업, 나아가 천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 "많은 사람들이 천직만 찾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천직이라는 마법 같은 실체가 존재하고 이를 찾으면 된다고 가정하기 때문에 불안한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나는 사람들이 관심에 대해서도 그런 식의 오해를 한다고 지적했다. 

- 사실 그릿과 목적의 개념은 원칙적으로 상충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어떻게 주변을 둘러보고 다른 사람들까지 걱정하면서 자신의 상위 목표에 집중할 수 있는가? 그릿이 모든 목표가 단 하나의 개인적 목표를 지향하는 피라미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면 타인이 그 그림의 어디에 들어갈 수 있겠는가?

-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지향적 동기와 타인지향적 동기가 같은 차원의 정반대 지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 동료이자 와튼스쿨 교수인 애덤 그랜트 Adam Grant의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그 두 가지 동기가 완전히 별개라는 연구 결과를 계속 얻고 있습니다. 두 가지 동기가 다 없을 수도 있고 둘 다 있을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승자가 되기를 원하는 동시에 타인을 돕겠다는 동기를 가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랜트의 연구에 의하면 개인적 흥미와 친사회적 관심 둘 다를 지닌 지도자나 직장인들이 100퍼센트 자기중심적인 동기만 가진 이들보다 장기적으로 실적이 좋았다. 

- 타인을 돕고 싶다는 동기가 큰 소방관들의 투지가 가장 강할 거라 기대하며 2개월 동안 그들의 초과 근무시간을 살펴봤다. 하지만 타인을 돕겠다는 동기가 강했던 소방관들 중에도 초과근무를 적게 한 사람이 많았다. 이유가 무엇일까?
두 번째 동기인 일 자체에 대한 흥미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일을 즐길 때에만 타인을 돕고 싶다는 바람이 더 큰 노력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친사회적 동기("내 일을 통해 다른 사람들을 돕고 싶기 때문입니다.")와 함께 자기 일에 대한 본연의 관심("일을 즐기기 때문입니다.")을 밝힌 소방관들이 다른 소방관들보다 주당 초과 근무 시간이 평균 50퍼센트가 많았다. 

- 스탠퍼드대학교의 발달심리학자, 빌 데이먼 Bill Damon은 자기 외의 타인을 지향하는 목적을 의도적으로 키울 수 있으며 키워야만 한다고 말한다. 40년 넘게 눈부신 경력을 쌓아온 데이먼은 청소년들이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운 동시에 공동체에도 유익한 삶을 살아가는 법을 어떻게 배우는지 연구하고 있다. 그는 목적에 대한 연구가 자신의 소명이라고 이야기한다. 
데이먼의 말로 하자면 목적은 "왜 이 일을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최종 답변이다.
이런 목적의 근원에 대해 그가 알아낸 사실은 무엇인가?
"수집한 자료마다 일정한 양상이 보였어요. 모든 사람에게 기폭제가 있었습니다. 목적의 시발점이 되는 기폭제요. 그 기폭제는 바로 자신이 관심 있는 일이었습니다."

- 다음으로 목적의식을 가진 사람을 관찰할 필요가 있다. 그 롤모델 rolemodel은 가족 구성원일 수도 있고 역사적 인물이나 정치인일 수도 있다. 롤모델이 누구인지, 그 목적이 장차 자신이 하게 될 일과 관계가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데이먼은 이렇게 설명한다.

"타인을 위해 무언가를 달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누군가가 보여준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 실제로 데이먼은 이런 롤모델을 관찰한 적 없이 목적의식이 발달한 사례를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목적을 추구하는 삶이 얼마나 힘든지, 어떤 좌절과 장애물에 부딪치는지, 하지만 결국에는 얼마나 만족스러운지 이해하게 된다면 이상적이죠."

 

- 데이먼은 그다음으로 계시 revelation가 온다고 말한다. 이는 해결해야만 하는 세상의 문제를 발견하는 것이다. 문제는 여러 경로로 발견될 수 있다. 때로는 개인적인 상실이나 역경을 통해, 때로는 타인의 상실이나 역경을 통해 발견된다. 

 

- 하지만 데이먼은 우리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급히 덧붙인다. 목적이 생기려면 '내가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두 번째 계시가 필요하다. 롤모델이 자신의 인생 목적을 달성해 가는 모습을 관찰한 경험은 이런 확신과 행동 의지를 얻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신의 노력이 헛되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 다음 날은 셔틀 박스라고 이름 붙인 다른 우리에 개를 한 마리씩 넣는다. 셔틀 박스의 한가운데에는 개가 뛰어넘을 만한 높이의 칸막이가 있다. 고음의 신호가 울리면 곧이어 셔틀 박스에서 개가 서 있는 한쪽 칸의 바닥에만 전기가 흐른다. 전날 패널을 눌러 전기를 차단할 수 있었던 개는 거의 대부분 장벽을 뛰어넘으면 된다는 사실을 학습한다. 그들은 신호가 울리면 칸막이를 넘어서 안전한 칸으로 피한다. 그에 반해 전날 전기충격을 통제할 수 없었던 개는 3분의 2가 형벌이 끝나기를 수동적으로 기다리면서 웅크리고 낑낑대기만 했다. 
이 중대한 실험은 무력감을 낳는 요인은 고통 그 자체가 아니라는 사실을 최초로 입증해 줬다. 문제는 '
자신이 통제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고통이었다. 

- 나는 셀리그먼의 실험과 대학 1학년 때 내 경험의 유사성을 바로 알아보았다. 첫 번째 신경생물학 쪽지 시험은 내게 예상치 못했던 고통을 안겼다. 나는 상황을 개선하려고 애썼지만 중간시험 결과를 받고 다시 충격을 받았다. 남은 학기는 셔틀 박스에 해당됐다. 
그렇다면 나는 두 번의 시험을 경험한 후에 상황을 바꿀 힘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을까? 중간시험의 결과는 두 번의 시험에 이어 세 번째도 형편없는 점수를 받으리라고 암시하고 있었다. 

 

-1964년 이후로 10년 동안 진행한 추가 실험들도 피할 수 없는 고통은 식욕과 신체 활동의 변화, 불면증, 집중력 저하 같은 우울증 증상을 초래한다는 결과를 확실히 보여줬다. 처음에 셀리그먼과 마이어가 동물과 인간은 무력감을 학습할 수 있다고 주장했을 때 동료 연구자들은 이를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받아들였다. 당시에는 어느 누구도 개가 생각을 하고 그 생각이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았다. 실은 인간의 사고가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고려한 심리학자도 거의 없었다. 모든 살아있는 동물은 벌과 보상에 따라 기계적으로 반응한다는 것이 당시 학계의 통념이었다.  
다른 이유로는 설명되지 않는 자료가 산더미같이 축적된 후에야 마침내 학계도 그들의 이론을 받아들였다.

 

- 그 뒤 학습된 무력감의 이면에 대한 탐색이 활발하게 이어졌다. 셀리그먼은 이를 학습된 낙관주의 Learned optimism라고 이름 붙였다. 셀리그먼의 새로운 연구에 씨앗 역할을 한 결정적 통찰은 원래 실험에서부터 존재하고 있었다. 피할 수 없는 전기 충격을 경험한 개들 중 3분의 2는 피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은 반면에 3분의 1은 이에 굴하지 않았다. 앞서의 충격적인 경험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고통을 줄일 방도를 계속 모색했다. 셀리그먼이 역경 앞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을 연구하게 만든 것은 그 끈질긴 개들이었다. 셀리그먼은 곧 나쁜 일을 맞닥뜨리는 데는 낙관론자나 비관론자나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들의 차이는 그 일을 설명하는 방식에 있었다. 낙관론자는 으레 자신의 고통에 대해 일시적이고 구체적인 이유를 찾는 반면에 비관론자는 영구적이고 전반적인 원인을 탓했다. 

- 다른 사람들의 기대와 달리 당신이 일을 전부 끝내지 못했다고 해보자. 이제 그렇게 된 주원인을 상상해 보라. 무슨 생각이 떠오르는가? 이런 일련의 가상 상황을 읽고 작성한 답들이 일시적 원인 대 영구적 원인, 특수한 원인 대전반적 원인의 기준으로 평가된다. 
당신이 비관론자라면 "나는 모든 것을 망쳐놔."라거나 "나는 실패자야."라고 말할 것이다. 이는 영구적 원인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당신이 바꿀 수 있는 상황은 별로 없다.  


- ... 풀지 못했다는 지적을 가끔씩 받았으며 결정적으로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 후에 모든 학생에게 쉬운 문제와 매우 어려운 문제가 섞인 문제지를 풀게 했다. 드웩은 이전의 실패가 무력감의 근본 원인이었다면 성공경험 프로그램이 동기를 강화시켜 주었을 거라고 추론했다. 반면에 학생들이 자신의 실패를 해석하는 방식이 문제였다면 귀인 재훈련 프로그램이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 드웩이 얻은 실험 결과에 의하면 성공 경험 프로그램에 배정됐던 학생들은 매우 어려운 문제가 나오면 훈련 이전과 마찬가지로 쉽게 포기했다. 이와는 매우 대조적으로 귀인 재훈련 프로그램에 배정됐던 학생들은 어려움에 부딪친 후에 더 노력했다. 그들은 실패를 자신에겐 성공할 능력이 없다는 증거가 아니라 더 노력해야 한다는 신호로 해석하도록 학습한 듯했다. 

- 그 후 40여 년 동안 드웩은 이 문제를 깊이 탐구했다. 곧 그녀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각각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에 대한 개인적 이론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드웩이 사람들에게 질문했을 때 즉각 대답이 돌아왔다는 점으로 미루어, 세상에 대한 관점은 의식에 존재한다. 하지만 인지행동치료 중에 꺼내놓는 많은 생각들처럼 질문을 받을 때까지는 의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

- 다음은 드웩이 지능에 관한 개인적 이론을 측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네 가지 문항이다. 지금 네 문항을 읽고 당신은 각 문항에 얼마나 동의하는지 생각해 보라.

- 지능은 아주 근본적인 개인 특성으로 당신의 힘으로 변화시키기 힘들다.
당신은 새로운 것들을 배울 수 있지만 당신의 지적 능력을 바꿀 수는 없다.
당신의 지능이 얼마가 됐든 언제든지 상당히 변화시킬 수 있다.

당신은 언제라도 지적 능력을 크게 변화시킬 수 있다.

- 앞의 두 문항에는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뒤의 두 문항에는 그렇지 않다고 고개를 저었다면 드웩은 당신이 고정형 사고방식 fixed mindset을 갖고 있다고 진단할 것이다. 또한 만약 그 반대라면 당신은 성장형 사고방식 growth mindset에 가깝다고 말해줄 것이다.

 

- 나는 성장형 사고방식이란 사람이 정말로 변할 수 있다는 깊은 믿음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성장 지향적인 사람들은 만약 적절한 기회가 주어지고 제대로 지원을 받는다면 그리고 열심히 노력하면서 자신이 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더 똑똑해질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어떤 사람들은 자전거를 타는 법이나 영업 전략 등을 배울 수는 있지만 이런 기술을 배우는 능력, 즉 재능은 훈련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기 재능을 믿는 사람 중에도 고정형 사고방식을 가진 이가 많은데, 이런 생각은 문제가 될 수 있다. 현실적으로 걸림돌이 없는 길은 없으며 언젠가는 이런 장애물들을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럴 때 고정형 사고방식은 큰 골칫거리가 된다. C- 학점, 불합격 통보, 직장에서의 실망스러운 업적 평가 등의 장애가 당신을 길 밖으로 밀어낼 수 있다. 고정형 사고방식을 가졌다면 이런 장애를 자신에게는 '필요한 자질'이 없거나 부족하다는 증거로 해석하기 쉽다. 

- 말과 행동의 불일치를 경계하라.
말로 희망을 키워줄 수도 있다. 하지만 성장형 사고방식의 모범을 보이는 행동, 즉 사람은 학습을 학습할 수 있다고 진심으로 믿는 모습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 작가이자 사회운동가인 제임스 볼드윈 James Baldwin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말을 새겨듣는 법이 없지만 어른들의 행동을 모방하는 데는 선수다."

이는 데이브 레빈이 가장 즐겨 인용하는 구절 중 하나다. 나는 그가 이 구절로 KIPP 워크숍을 시작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

- 이는 내 실험실의 심리학자, 박다은도 최근에 확인한 사실이다. 그녀는 1년 동안 1학년과 2학년 교실을 관찰하면서 학업 성취도가 높은 학생들에게 특권을 부여하고 그들과 다른 학생들의 차이를 강조하는 교사들은 무심결에 어린 학생들에게 고정형 사고방식을 심어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두 학기가 지나는 동안 그런 교사에게 배운 학생들은 쉬워서 '많이 맞힐 수 있는' 게임과 문제를 선호하게 됐다. 한 학년을 마쳤을 때 그 학생들은 "사람마다 정해진 재능이 있고 이는 거의 그대로 유지된다."는 말에 동의하는 비율이 더 높았다. 

- 마찬가지로 드웩과 공동 연구자들은 부모들이 아이의 실수가 나쁜 문제라도 되는 것처럼 반응할 때 아이가 고정형에 가까운 사고방식을 갖게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 부모가 스스로 자신이 성장형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을 때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은 우리를 지켜보고 우리의 행동을 모방한다.

- 대개 사람들의 내면에는 성장형 사고방식을 지닌 낙관론자 바로 옆에 고정형 사고방식을 지닌 비관론자가 나란히 존재한다. 몸짓 언어와 표정, 행동이 아니라 말만 바꾸는 실수를 하기 쉽기 때문에 이런 현실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말과 행동의 불일치를 조심해야 한다. 당연히 계속 실수하겠지만 그럴 때는 고정형 사고방식과 비관적 관점을 버리기가 어렵다고 순순히 인정하면 된다. 드웩의 동료인 수전 매키 Susan Susan Mackie는 기업의 최고경영자들과 함께 일하면서 그들의 내면에 있는 고정형 사고방식에 그 특징을 딴 이름을 붙이고 이렇게 말해보라고 권한다. "
이런, 내가 오늘 회의에 강압적인 클레어를 데려왔나 보군. 다시 이야기해 보지.", "또 올리비아가 상충되는 요구에 어떻게 대처할지 몰라 당황하는데 찬찬히 생각하게 날 좀 도와주겠나?"

- 투지 넘치는 시각을 갖게 되면 근본적으로 사람은 실력이 차차 늘고 성장한다는 점을 인정하게 된다. 우리는 인생에 한 방 맞고 쓰러졌을 때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얻고 싶은 것처럼, 주변 사람들이 노력했지만 성공하지 못했을 때도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해석을 해주려고 한다. 우리에게는 언제나 내일이 있다. 

- 나는 최근에 빌 맥냅 Bill McNabb에게 전화해서 그의 관점을 물었다. 맥냅은 2008년부터 세계 최대 뮤추얼펀드 회사인 뱅가드 Vanguard의 최고경영자를 맡고 있는 인물이다.
"사실 우리는 뱅가드의 고위 간부들을 추적해서 왜 어떤 이들은 남들보다 장기적으로 성공을 거두는지 그 이유를 따져봤습니다. 나는 성공하지 못한 간부들은 '안주'해서 그렇다고 말해왔는데 곰곰이 생각할수록 그게 아닌 것 같더군요. 진짜 원인은 '나는 더 배울 것이 없다. 이게 나다. 이것이 내 방식이다'라는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 "나는 진심으로 사람들이 자신과 세상에 대한 이론을 발전시켜 나가며 그 이론이 그 사람의 행동을 결정짓는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대화가 '정확히 어디서부터 그런 이론이 형성되는가'라는 문제에 이르렀을 때 맥냅은 이렇게 말했다.

"믿거나 말거나 사실 나는 처음에는 고정형 사고방식에 가까웠습니다."

 

-  스스로에게 희망을 가르치려면 위의 단계마다 '이를 신장시킬 방법은 무엇인가?'라고 자문하기를 권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지능과 재능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새롭게 하길 제안한다.

- 드웩과 그녀의 공동 연구자들은 노력하면 지능 또는 다른 재능이 향상될 수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납득시키려 할 때 우선 뇌에 대해 설명한다. 그들은 최고 과학 학술지 <네이처 Nature>에 실린 청소년의 뇌 발달 과정을 추적 조사한 연구 결과를 알려준다. 이 연구는 청소년들이 14세에 시작해서 18세가 되던 해에 종료됐는데, 그사이에 지능이 증가한 이들이 많았다. 이 연구 결과를 들은 대다수는 지능지수가 일생 전혀 변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에 놀라움을 표한다. 게다가 드웩은 청소년들이 뇌 구조에서 상당한 변화를 보였다고 덧붙인다.

"수학을 잘하는 청소년들은 수학과 관련된 뇌 영역이 강화됐고, 영어를 잘하는 아이들은 뇌의 언어 영역이 강화됐습니다."

- 드웩은 뇌의 적응력이 대단히 강하다고 설명한다. 근육을 사용할수록 강해지는 것처럼 사람들이 새로운 도전 과제를 완전히 익히려고 애쓰는 동안 뇌 자체에도 변화가 일어난다. 사실 일생 어느 시기에도 뇌가 완전히 '고정' 상태인 때는 없다. 새로운 뉴런끼리 연결되고 기존의 뉴런 간 연결이 강화될 가능성은 평생 존재한다. 게다가 뉴런을 보호하고 뉴런 간 신호 전달 속도를 높여주는 일종의 절연체인 미엘린 myelin을 생성하는 능력도 성인기 내내 유지된다.   

- 두 번째 제안은 낙관적인 자기대화를 연습하라는 것이다.
인지행동치료를 학습된 무력감 이론에 접목시킨 '회복탄력성 훈련 resilience training'도 한 가지 방법일 수 있다. 대화식으로 진행되는 회복탄력성 훈련은 한마디로 예방 차원의 인지행동치료이다. 한 연구에 의하면 이 훈련을 받은 아동은 비관적인 성향이 감소했으며 향후 2년 동안 우울증 증상도 덜 나타났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유사한 연구에서도 비관적이었던 학생들이 훈련을 받은 후 2년 동안 불안감이 감소했으며 우울증 감소 효과가 3년간 지속됐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 이 장을 읽는 동안 자신이 극단적인 비관론자로 판단된다면 인지행동치료사를 찾아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이런 조언이 얼마나 불만스럽게 보일지 알고 있다.  


- 하지만 핵심은 실제로 자기대화를 수정할 수 있으며, 부정적 자기대화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학습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사랑하니까 그러신 거예요. 엄격하지만 애정 어린 말씀이었죠."

하지만 엄한 사랑과 괴롭힘은 종이 한 장 차이가 아닐까? 그 차이는 무엇인가?

- "저는 결정이 제 몫임을 알고 있었어요. 그리고 아버지가 저더러 당신과 같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습니다. 부모는 먼저 아이에게 '네가 내 말대로 행동하게 하려는 것도, 너를 통제하거나 나처럼 만들려는 것도, 내가 했던 대로 하라는 것도, 내가 못한 일을 대신해달라는 것도 아니다.'라는 것을 확실히 증명해 보여야 합니다. 아버지는 당신이나 당신의 필요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 진즉에 보여주셨어요. 진심으로 '내가 가진 전부를 네게 주겠다'는 자세였어요." 

 

- "엄격한 사랑은 부모의 이기심이 없다는 전제가 있어야 합니다."

스티브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게 결정적이라고 봅니다. 자식을 통제하기 위한 엄한 사랑이라면 자식이 알아챕니다. '우리는 네가 성공하는 모습만 보면 된다. 우리보다 네가 우선이다.' 부모님은 그걸 행동으로 보여주셨습니다." 

- "양육에 관한 연구에서 발견된 중요한 결과 중의 하나는 부모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보다 자녀가 수용하는 메시지가 중요하다는 점이다."
전형적인 독재적 양육방식처럼 보이는 텔레비전 시청 금지나 욕설 금지 등의 규칙은 강압적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또는 허용적 양육방식처럼 보이는 자녀의 학교 중퇴 허용이 단순히 부모의 가치관 차이일 뿐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슈퍼마켓 시리얼 코너에서 자녀에게 잔소리하는 부모를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대부분의 경우 당신은 그 아이가 부모와의 설전을 어떻게 해석할지 이해할 만큼 상황을 잘 모르며,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의 경험이기 때문이다. 

- 내게 문제가 생긴다면 부모님의 도움을 기대할 수 있다. 부모님은 시간을 내서 나와 대화한다. 부모님과 나는 즐거운 활동을 함께 한다. 부모님은 내가 고민을 의논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부모님은 내게 잘했다는 칭찬을 한 적이 거의 없다. 


- 부모님은 나도 나만의 관점을 가질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
부모님은 당신들의 생각이 옳으므로 이의를 제기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부모님은 내 사생활을 존중해 준다.

부모님은 내게 많은 자유를 준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부모님이 주로 결정한다.

부모님은 내가 가족의 규칙을 반드시 따르기를 기대한다.
부모님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내버려 둔다.

부모님은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알려준다.

부모님은 내가 잘못한 일이 있을 때 벌을 주지 않는다.

모님은 힘든 일이라 해도 내가 최선을 다하기를 기대한다.

- 지지와 존중, 높은 기대 속에서 성장할 때 유익한 점이 여러 가지 있지만 그중 하나가 특히 그릿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바로 현명한 양육방식은 자녀가 부모를 본받도록 고무한다는 점이다. 물론 어린 자녀들은 어느 정도 자기 부모를 흉내 낸다. 다른 길잡이가 없을 때 주변에 있는 사람의 억양, 습관, 태도를 흉내 내는 방법 외에 무엇을 선택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그들이 말하듯이 말하고 그들이 먹는 것을 먹는다. 우리는 그들의 호불호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 성인을 따라 하려는 어린아이의 본능은 매우 강하다. 50년도 전에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실시한 고전적인 실험이 하나 있다. 연구자들은 유치원 아동들에게 성인이 다양한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게 한 후 직접 그것을 가지고 놀 기회를 주었다. 남녀 유치원생의 절반은 성인이 교실 안에 있는 아동 크기의 '보보 인형'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팅커토이(조립식 장난감)만 조용히 갖고 노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나머지 절반의 아이들은 성인이 1분간 팅커토이를 조립해 보더니 곧 보보 인형을 맹렬히 공격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인형을 주먹으로 때리다 잠시 후에는 망치로 치고 공중으로 집어던졌으며, 마지막에는 소리를 지르면서 교실 이쪽저쪽으로 인형을 힘껏 차고 다녔다. 같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 기회가 주어졌을 때 성인이 조용히 노는 모습을 보았던 아동들은 똑같이 조용히 놀았다. 반면에 성인이 보보 인형을 때리는 광경을 보았던 아동들은 똑같이 공격적이었으며, 많은 아동이 앞서 보았던 성인의 폭력적인 행동을 너무 비슷하게 따라 해 연구자들이 사실상 '복사본'이라고 기술할 정도였다.  

- 하지만 흉내 내기와 본받기는 큰 차이가 있다.
우리는 나이가 들면서 자신의 행동을 반성할 능력이 생기고 타인의 존경스러운 점과 경멸스러운 점을 판단한다. 부모가 사랑해 주고 존중해 주고 기대와 요구를 하면 우리는 그들의 본보기를 따를 뿐 아니라 그들을 존경한다. 부모의 요청을 준수할 뿐 아니라 부모가 그런 요청을 하는 이유도 이해한다. 특히 부모와 같은 관심사를 추구하기를 갈망한다. 예컨대 스티브 영의 아버지가 브리검영대학교의 뛰어난 미식축구 선수였고, 프란체스카 마르티네스가 아버지처럼 일찌감치 글쓰기를 좋아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 세계 정상급 인물들을 조사한 벤저민 블룸과 그의 연구팀도 같은 양상에 주목했다. 블룸의 연구에서 지지해 주고 요구하는 부모들은 거의 예외 없이 근면함의 모범을 보이는 존재로 열심히 일한다는 평을 받았고, 자신이 하려는 일에 최선을 다했다. 또한 일을 다 끝내고 놀아야 하며, 장기적 목표를 향해 노력해야 한다고 믿고 있었다. 게다가 대부분의 부모는 자신이 좋아하는 활동에 자녀가 참여하도록 권하는 행동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블룸이 연구를 요약하며 내린 결론에는 이런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부모 자신의 관심사가 어떻게든 자녀에게 전달됐다. ... 우리는 피아니스트의 부모가 테니스 강습에는 자녀만 보냈지만 피아노 레슨에는 함께 갔다는 이야기를 누누이 들었다. 그리고 테니스 선수의 가정에서는 그 반대였다."

- 사실 가장 존경하고 영향을 많이 받은 롤모델이 부모님이라고 말하는 그릿의 전형이 어찌나 많은지 놀라울 지경이었다. 그들은 부모님에게 자부심과 존경심을 느꼈다. 너무나 많은 그릿의 전형이 어떤 식으로든 부모와 매우 유사한 관심사를 갖게 되었다는 사실 또한 놀라웠다. 이들 그릿의 전형들은 부모를 흉내 냈을 뿐 아니라 본받으면서 성장한 게 분명했다. 

- 이 논리에 따르면 심리적으로 현명한 부모 모두가 그릿의 모범을 보이는 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의 자녀 모두가 그릿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결론을 유추할 수 있다. 상단 우측 사분면에 해당하는 부모는 자녀를 지지해 주는 동시에 요구도 많을지 모르지만, 장기적 목표를 향한 열정과 끈기를 보여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자녀에게 그것이 생기기를 바란다면 먼저 당신 자신이 인생의 목표에 얼마만큼 열정과 끈기를 가지고 있는지 질문해 보라.  


- 내가 매주 두 딸을 데려다주는 발레 학원에는 훌륭한 교사가 아이들을 맞이하려고 늘 기다리고 있었다. 발레에 대한 이 교사의 열정은 아이들에게도 전해졌다. 그녀는 나와 똑같이 아이들을 지지해 주면서도 솔직히 나보다 훨씬 요구가 많았다. 지각하고도 느긋하게 들어오는 학생은 다른 사람의 시간을 존중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야 한다는 엄중한 훈계를 들었다. 깜박 잊고 발레 타이즈를 안 입고 오거나 집에 발레 슈즈를 두고 온 학생은 수업 시간 내내 앉아서 다른 아이들을 지켜볼 뿐 수업에 참여할 수 없었다. 동작을 정확히 따라 하지 못하면 이 교사의 높은 기준을 충족시킬 때까지 끝없이 반복하고 고쳐나가야 했다. 가끔씩 실기 수업과 함께 발레의 역사와 그 전통을 이어온 각 무용수들에 대한 짧은 강의가 덧붙여지기도 했다. 
혹독한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기준이 높은가? 기준은 분명히 높다.
그 뒤로 루시와 어맨다가 발레에 대한 관심을 계발하고, 아직 어색한 동작을 부지런히 연습하고, 그들의 노력이 자신을 뛰어넘는 큰 목적을 위한 것임을 인식하고, 마침내 궂은날이 지나 좋은 날이 왔을 때 다시 시도할 희망을 얻는 연습을 한 곳은 가정보다 발레 학원이었다. 

- 우리 가족에게는 '어려운 일에 도전하기' 규칙이 있다. 이 규칙은 세 가지 조항으로 구성돼 있다.

첫째는 엄마와 아빠를 포함한 '온 가족이 어려운 일에 도전해야 한다'는 약속이다. 그것은 매일 의식적인 연습이 필요한 일이다. 나는 내게 어려운 일은 심리 연구지만 요가도 연습하고 있다고 아이들에게 말했다. 남편은 부동산개발업자로서 점점 실력을 쌓는 한편 달리기도 잘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큰딸인 어맨다는 피아노 연주를 어려운 일로 골랐다. 어맨다는 몇 년간 발레를 배웠지만 나중에 그만뒀다. 루시도 마찬가지였다. 

- 어려운 일에 도전하기 규칙의 두 번째 조항인 '어려운 일도 그만둘 수 있다'에 따른 결정이었다. 하지만 시즌이 끝날 때까지, 수업료를 낸 기간까지, 또는 '자연스럽게' 끝낼 시점이 될 때까지는 그만둘 수 없다. 적어도 스스로 약속한 기간까지는 시작한 일을 끝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선생님에게 호통을 들었거나, 시합에서 졌거나, 다음 날 아침 연주회 때문에 친구 집에서 잘 수 없게 된 날 그만둘 수는 없다. 힘들다고 바로 그만둘 수 없다. 

- 어려운 일에 도전하기 규칙의 마지막 조항은 '스스로 어려운 일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아무런 관심도 없는 어려운 일을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므로 누구도 대신 골라주지 않는다. 심지어 발레도 두 딸이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수업들을 의논한 후에 내린 결정이었다.

- 사실 루시는 대여섯 차례 어려운 일을 바꿨다. 그 애는 발레, 체조, 육상, 수공예, 피아노까지 번번이 열의에 넘쳐서 시작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하고 싶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루시의 마지막 선택은 비올라였다. 이제 3년째 비올라를 배우고 있지만 그동안 흥미가 줄기는커녕 더 커졌다. 작년에 루시는 학교 오케스트라와 시립 청소년 오케스트라 단원이 됐고, 최근에 다른 어려운 일에 도전해 보겠냐는 질문에 나를 정신 나간 사람 보듯 쳐다봤다.  
어맨다는 내년에, 루시는 내후년에 고등학생이 된다. 그때가 되면 어려운 일에 도전하기 규칙이 바뀔 것이다. 나는 아이들 각자가 새로운 활동이든 이미 시작한 피아노나 비올라든 한 가지 이상의 특별활동을 최소 2년간 지속해야 한다는 네 번째 조항을 추가하려고 한다. 

- 자녀가 스스로 진로를 선택할 기회를 말살하지 않으면서 그릿을 기르도록 장려하고 싶다면 나는 바로 이 어려운 일에 도전하기 규칙을 권한다.

- "우리는 끈기 있게 노력하는 법을 가르칩니다. 그리고 선수들이 가진 열정을 이끌어내죠. 우리 훈련은 그게 전부예요." 

 

- 훌륭한 팀이 훌륭한 선수를 만든다.
우리가 깨닫고 있든 아니든 간에 우리가 사는 환경이자 동일시 대상인 '문화'는 우리 존재의 거의 전부를 형성하는 강력한 힘이다.
내가 말하는 문화 개념은 '우리'와 '그들'을 구분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심리적 경계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며, 사람들을 서로 구분 짓는 지리적 또는 정치적 경계를 의미하지도 않는다. 문화의 핵심은 한 집단의 사람들이 공유하는 규범과 가치이다. 즉 한 무리의 사람들 사이에 일을 처리하는 방식과 그 이유에 대한 합의가 생긴다면 그들만의 문화가 존재하게 된다. 그 문화가 세상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과 뚜렷한 대조를 이룰수록 심리학자들이 '내집단 in-group'이라고 부르는 이들 사이의 유대감은 강해진다. 

- 그리고 마침내 올림픽에 출전하는 세계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는 단지 수영장에서 보낸 '많은 시간'이 아니라 기술의 질적 향상이라는 주장을 여전히 고수하는가? 그리고 신비롭게 포장된 탁월성이 실은 무수히 많은 연습을 거쳐 완벽한 경지에 도달한 것처럼 일상적으로 해낼 수 있는 동작들의 융합이 맞는가?

- 세 질문 모두에 '그렇다'는 답이 돌아왔다.

- "그런데 제일 중요한 점을 하나 빠뜨렸어요."

그가 말했다.

"훌륭한 수영선수가 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훌륭한 팀에 들어가는 거예요."

- 이상한 논리로 들릴 것이다. 사람들은 우선 훌륭한 선수가 된 뒤에 훌륭한 팀에 합류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물론 훌륭한 팀에서는 아무나 받아주지 않는다. 테스트를 받아야 한다. 팀에 자리도 몇 개 없고, 그들의 기준을 넘어야 한다. 그리고 최정예 팀일수록 팀의 수준을 유지하려는 기존 선수들의 열망이 강하다. 챔블리스는 팀의 특유한 문화와 거기에 합류하는 사람 간의 상호작용 효과를 주장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는 수영장 안팎에서 오랜 세월을 보내면서 훌륭한 팀과 훌륭한 선수 간의 인과관계가 양방향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성격발달이론에서 주장하는 상응성의 원리를 수영장에서 실제로 목격했다. 그는 특정 상황을 선택하게 만든 선수의 특성이 그 상황에 의해 강화되는 모습을 보았다. 
"나는 올림픽 선수들을 연구하기 시작하면서 '대체 어떤 괴짜들이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수영 연습을 하러 가지?'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훈련을 견디다니 기이한 사람들임이 틀림없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모든 사람이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연습을 하러 가는 곳에 들어오면 자신도 그렇게 하게 됩니다. 그게 별일 아닌 것 같고 습관이 되죠."

- "나도 그렇게 자기 절제가 되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하지만 논문을 쓰고 강연을 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이니 따라가게 되더군요. 특정 방식으로 행동하는 사람들 속에 둘러싸여 있으면 나도 그들을 따라 하게 돼요."

 
- 집단에 맞추려는 동조 욕구는 매우 강력하다. 역사상 중요한 심리학 실험들 중 일부는 개인이 자신과 다른 행동이나 사고를 하는 집단에 금방 동조하게 되며 이는 대체로 무의식적으로 이뤄진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였다.
"내가 보기에 투지를 기르는 어려운 방법과 쉬운 방법이 있는 것 같아요. 어려운 방법은 혼자 투지를 기르는 거죠. 쉬운 방법은 인간의 기본 욕구인 동조 욕구를 활용하는 거고요. 투지가 강한 사람들 곁에 있으면 본인도 더 투지 넘치게 행동하게 되거든요."

그는 그렇게 대화를 마무리했다.
 
- 문화가 그릿에 미치는 힘에 내가 흥미를 느낀 이유는 단기적 동조 효과 때문이 아니다. 내 관심 대상은 약간 다르다.
내가 가장 흥미를 느낀 것은 문화가 장기적으로 우리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는 견해였다. 적절한 상황하에서 시간이 갈수록 우리가 속한 집단의 규범과 가치는 우리 자신의 것이 된다. 집단의 규범과 가치는 내면화되고 우리와 늘 함께한다. 그 집단의 일 처리 방식과 이유는 점차 내가 일하는 방식과 이유가 된다.

- 정체성은 우리의 모든 특성에 영향을 미치지만 그릿과는 특별한 연관이 있다. 그릿, 즉 투지를 발휘할지 말지 판단해야 하는 결정적 순간. 예컨대 한 번 더 일어설 것인가, 이 무덥고 지치는 여름날에 끝까지 계속할 것인가, 혼자라면 5킬로미터만 뛰었을 거리를 팀원들과 함께 8킬로미터까지 뛸 것인가의 결정은 다른 어떤 요인보다 우리의 정체성에 의해 좌우될 때가 많다. 대체로 우리의 열정과 끈기는 여러 방안의 득실에 대한 냉정하고 계산적인 분석에서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스스로를 규정한 모습이 우리 힘의 원천이 된다. 

- 의사결정 분야의 전문가인 스탠퍼드 대학교의 제임스 마치 James March는 그 차이를 이렇게 설명한다. 때때로 우리는 손익분석을 거쳐 결정을 내린다. 물론 점심으로 무엇을 주문할지나 언제 자러 갈지 정할 때 종이와 계산기를 꺼내 따져본다는 의미는 아니다. 때때로 우리가 결정을 내릴 때 어떤 이득이 있고 어떤 비용을 치러야 할지, 그 이득과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지 고려한다는 의미다. 우리는 이 모든 분석을 머릿속으로 할 수 있다. 실제로 나는 점심으로 무엇을 주문할지 또는 언제 자러 갈지 결정할 때 먼저 장단점을 따져볼 때가 많다. 그게 당연한 행동이다. 

- 하지만 마치는 우리가 행동의 결과를 전혀 따져보지 않을 때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어떤 이익이 있는가? 비용은 얼마인가? 어떤 위험이 따르는가?' 하고 묻는 대신에, '나는 어떤 사람인가? 이것은 무슨 상황인가? 나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가?"라고 질문한다.

- 예를 하나 들어보자.
톰 다이어라인 Tom Deierlein은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나는 웨스트포인트를 졸업했고 공수특전단 대원이었으며 최고경영자를 두 차례 역임했습니다. 또 비영리단체를 설립해서 운영하고 있고요. 그렇다고 내가 뭐 특별하거나 대단한 점은 없지만 투지만은 뛰어납니다." 

- 2006년 여름, 바그다드에서 작전을 수행하던 도중에 다이어라인은 저격수의 총에 맞았다. 총알에 그의 골반과 엉치뼈가 산산조각이 났다. 뼈가 제대로 붙을지, 붙는다 해도 신체 기능이 얼마나 돌아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의사들은 그에게 다시는 걸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저를 잘 모르시네요."

그는 간단히 대답했다. 그런 다음 총상을 입기 전에 연습 중이었던 육군 16킬로미터 달리기 대회에 출전하겠다고 자신과 약속했다.
7개월 뒤 침상에서 일어나 물리치료를 시작할 수 있게 되자 다이어라인은 처방된 운동 외에 더 강도 높은 운동까지 해가며 필사적으로 재활에 힘썼다. 고통으로 끙끙대기도 했고 스스로 응원하는 기합을 넣기도 했다.

"처음에는 다른 환자들이 좀 놀랐지만 곧 익숙해져서 나중에는 재미로 저를 따라 가짜 신음 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특히 힘든 재활운동을 한 뒤에는 '찌릿' 다리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통증이 찾아왔다.

"1, 2초면 지나갔지만 아파서 펄쩍 뛸 정도의 통증이 온종일 수시로 찾아왔어요."

그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목표를 정해 운동했다. 몇 달이 지나자 고통을 참아가며 흘린 땀이 결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마침내 그는 보행 보조기구에 몸을 의지해 걸음을 뗄 수 있었고 얼마 후에는 지팡이 짚고, 나중에는 지팡이 없이 걷게 됐다. 그러자 이번에는 걷는 속도를 올렸다. 손잡이를 잡고 러닝머신에서 몇 초씩 뛸 수 있게 된 뒤로는 그 시간을 1분으로, 다시 그 이상으로 점차 늘려나갔다. 그런데 4개월 후부터는 더 나아지지 않았다. 

 

- 더 이상 눈에 띄는 진전이 없는데도 다이어라인은 꼬박 8개월을 더 물리치료를 받으러 갔다. 규정상 물리치료사가 더는 그를 치료해 줄 수 없었기 때문에 그는 기구를 사용해 스스로 재활운동을 했다. 
몇 개월 더 계속한 재활운동이 유익했을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 역시 한도 밖으로 했던 재활운동이 도움이 됐는지는 단언하지 못한다. 단지 이듬해 여름, 육군 16킬로미터 달리기 대회에 대비한 훈련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만 알 뿐이다. 총격을 당하기 전 그는 7분에 1.6킬로미터씩, 총 70분 내에 16킬로미터를 완주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총격을 당한 후에는 목표를 수정해 12분에 1.6킬로미터씩, 총 두 시간 내에 완주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 그의 기록은 얼마였을까? 1시간 56분이었다. 

- 육군 16킬로미터 달리기 대회와 그 후 두 차례의 철인 3종 경기에 참여하기로 한 다이어라인의 결정이 손익분석에 근거했다고는 볼 수 없다. 

"실패는 애초에 생각하지도 않았고, 실패하려고 시도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었습니다. 저라는 사람은 실패와는 거리가 멀죠."

- 사실 열정과 끈기는 손익 계산이 맞지 않는다.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그렇다.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는 것이 '타당'할 때가 많다. 몇 년 뒤에야 투지의 결실을 거둘 수도 있다. 
그리고 바로 그 점이 투지가 강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이해하는데 문화와 정체성이 매우 중요한 이유이다. 예상 비용과 이익의 논리로는 그들의 선택이 잘 설명되지 않는다. 그들의 행동은 정체성으로 설명된다.  

- 뜻이 완벽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그릿과 가장 유사한 핀란드어는 시수 sisu이다. 그릿은 특정 상위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열정 그리고 이를 완수하는 끈기로 규정된다. 반면에 시수는 끈기만 강조한다. 시는 핀란드인이 정신적 유산으로 갖고 태어난다고 믿는 내적인 힘, 일종의 심리적 자원을 지칭한다. 말 그대로 시수는 한 개인의 속마음, 배짱을 가리킨다. 

- 도런스는 팀 문화가 지속적 시험을 통해 조성된다고 말한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어떤 방법이든 시험을 거쳐서 그게 효과가 있으면 계속 활용합니다."
그는 내가 해온 그릿 연구들을 알게 됐을 때 선수 전원에게 그릿 척도 검사를 받게 한 뒤 그 점수를 본인에게 분명히 알려줬다.

"솔직히 결과가 굉장히 충격적이었어요. 한두 명을 제외하고는 교수님 검사지에서 얻은 점수와 제가 그간 평가해 온 선수들의 그릿 점수가 같았거든요."

현재 앤슨은 매년 봄에 코치진과 선수 전원에게 본인의 그릿 점수를 채점시켜 성공한 사람들의 결정적 특성을 마음 깊이 인식하게 한다. 도런스의 말을 그대로 옮기자면 "그릿 점수가 평소 선수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경우도 있고 몰랐던 면을 드러내주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선수 개개인이 자기 점수를 봐야만 한다. 기존 선수들도 예전과 지금의 그릿을 비교할 수 있도록 해마다 다시 검사를 받는다.

- "물론 지금의 문화 속에서 열심히 하라고 외치는 구호는 동기 부여가 안 됩니다. 그건 너무 진부하죠."
도런스가 핵심 가치가 진부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취한 해결책은 좀 의외였다. 하지만 그처럼 인문학적 배경을 가진 사람에게서 나올 법한 발상이었다. 

- 도런스는 이 일화를 읽고 금방 잊어버리는 대신 자신이 달성하려는 상위 목표와의 연관성을 곧바로 알아봤다. 그는 자신이 읽고 보고 행하는 모든 것처럼 '이것이 내가 원하는 문화를 발전시키는 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하고 자문했다.

- 도런스의 선수들은 4학년이 되면 열두 가지 가치를 전부 외우게 된다. 첫 번째 핵심 가치, "우리는 우는 소리를 하지 않는다."와 이에 상응하는 인용문은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 George Bernard Shaw의 행복에 관한 명언이다.

"인생의 진정한 기쁨은 자신이 인정하는 위대한 목표를 위해 살아가는 데 있다. 우리는 이기적인 마음으로 세상이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지 않는다고 잔뜩 열을 내며 한탄하는, 질병과 원망이 가득한 사람이 아니라 자연의 힘이 되어야 한다." 
 

- 하지만 현재 웨스트포인트의 교장인 로버트 캐슬린 Robert Caslen 중장은 그렇게 암기한 내용이라고 해도 말과 행동이 다르다면 그 문화가 유지되지 않는다고 처음으로 지적했다.


- 최근에 나는 미국 성인 300명에게 그릿 척도 검사를 부탁했고, 자기점수를 받았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 말해달라고 요청했다. 많은 사람이 자기 점수에 만족했고 일부는 좀 더 투지가 있기를 바랐다. 그렇지만 자신의 투지가 덜하기를 염원한 사람은 표본을 통틀어 단 한 명도 없었다. 
나는 우리 대부분이 투지가 약해지기보다는 강해지는 편이 나을 거라고 확신한다. 더 이상 투지가 강해질 필요가 없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 예외는 드물다. 

- 그릿이 성공의 전부는 아니다.
종종 왜 그릿만 중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 나는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분명히 말해두지만 나는 아동기를 벗어나 성인기로 가고 있는 내 아이들이 오직 그릿만 발달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들이 무엇을 하든 잘하기를 바라는가? 물론이다. 하지만 탁월함 greatness과 선량함 goodness은 다르며, 만약 반드시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선량함을 우선으로 꼽을 것이다. 


- 심리학자로서 나는 그릿이 개인의 유일하거나 가장 중요한 성격 특성이 아니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사실 사람들이 타인을 어떻게 판단하는지 조사한 연구에서는 다른 어떤 성격 특성들보다 도덕성이 우선인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우리는 이웃이 게을러 보이는 것도 싫지만 그들이 정직성, 진실성, 신뢰성 같은 자질이 부족해 보일 때 특히 불쾌해진다. 
그러므로 그릿이 전부는 아니다. 개인이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은 많다. 성격은 여러 요소로 구성돼 있다. 

- 그릿을 이해하는 한 가지 방법은 다른 성격 특성과 관련지어 생각하는 것이다. 나는 그릿을 다른 성격 특성과 함께 평가해 보면서 세 범주를 발견했다. 그리고 각 범주를 성격의 내적 차원 intrapersonal dimension, 대인 관계적 차원 interpersonal dimension, 지적 차원 intellectual dimension으로 이름 붙였다. 의지력, 공감력, 지력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 것이다.

- 그릿은 내적 차원에 들어간다. 이 범주에는 문자하기와 게임하기 같은 유혹에 저항하는 힘과 특히 관련이 많은 자기 통제 self-control가 포함된다. 이는 그릿이 높은 사람은 자기 통제력이 강한 경향이 있고, 역의 관계도 성립한다는 의미다. 개인적으로 가치 있는 목표를 달성하게 해주는 이품성은 포괄적으로 '수행 인격 performance character' 또는 '자기 관리 기술 self-management skills'이라고 불려 왔다. 사회평론가이자 기고가인 데이비드 브룩스 David Brooks는 사람들이 채용되고 고용 상태를 유지해 주는 덕목이라는 의미에서 '이력서 품성 resume virtues'이라고도 부른다.

 

- 대인관계적 차원에는 감사, 사회지능, 분노와 같은 감정의 자기 통제력이 포함된다. 이 덕목들은 타인과 원만히 지내고, 그들에게 도움을 제공한다. '도덕 인격 moral character'으로 지칭되기도 한다. 브룩스는 이러한 성격 특성이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기억하는가에 그 무엇보다 중요할 수 있으므로 '추도사 품성 eulogy virtues'이라는 용어를 선호한다. 우리가 누군가를 '참으로 선한 사람'이라고 찬사를 보낼 때 생각하는 품성이 이 범주일 것이다. 

- 마지막 범주인 지적 차원은 호기심과 열의 같은 덕목을 말한다. 이는 관념의 세계에 적극적이고 개방적으로 참여하게 만드는 품성이다.

- 종단연구들의 결과를 보면 세 범주의 성격 특성은 다른 성과를 예측해 준다. 뛰어난 성적 등 학업 성취에 대한 예측력이 가장 높은 것은 그릿을 포함한 내적 품성이다. 하지만 친구의 수 등의 긍정적인 사회적 기능에는 대인 관계적 품성이 더욱 중요하다. 그리고 학습에 대한 적극적이고 독립적인 자세에는 어느 덕목보다 지적 품성이 가장 중요하다. 
결국 어느 품성만 특별히 중요하기보다는 다면적 성격 특성이 다 함께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 나는 그릿을 고무하는 것이 아동에게 터무니없이 높은 기대 수준을 요구함으로써 해가 되지는 않는지 자주 질문받는다.

"더크워스 박사님, 조심하세요. 아니면 모든 아이가 자신도 우사인 볼트 Usain Bolt나 모차르트, 아인슈타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자랄 겁니다."
우리가 아인슈타인이 될 수 없다면 물리학을 공부할 자격이 없는가? 우사인 볼트가 될 수 없다면 오늘 아침 달리기를 하지 말았어야 하는가? 어제보다 조금 빨리, 조금 오래 달리려고 노력하는 것은 쓸데없는 일인가? 이는 어리석은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내 딸이 내게 "엄마, 나는 절대로 모차르트가 될 수 없으니까 오늘 피아노 연습을 하지 않겠어요."라고 말한다면 이렇게 대답해 줄 것이다.

"너는 모차르트가 되려고 피아노를 연습하는 게 아니란다." 

- 우리 모두는 재능뿐 아니라 기회에 있어서도 한계에 직면한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 부여한 한계가 생각보다 많다. 우리는 시도했다 실패하면 가능성의 한계에 부딪쳤다고 결론을 내린다. 또는 겨우 몇 걸음 가보고는 방향을 바꾼다. 어느 경우든 우리가 가볼 수 있는 곳까지 아직 가보지 못했다. 

- 그릿이란 한 번에 한 걸음씩 계속 나아가는 것이다. 흥미롭고 목적이 뚜렷한 목표를 굳건히 지키는 것이다. 매일, 몇 주씩, 몇 해씩 도전적으로 연습하는 것이다. 일곱 번 넘어지면 여덟 번 일어나는 것이다.

- 그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저도 제 일을 정말 사랑합니다. 제가 아는 사람들 중에 마흔을 훌쩍 넘기고도 어느 한 가지에 제대로 전념하지 못하는 이가 아주 많은데요. 그걸 보면 신기해요. 그들은 자신이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도 모를 겁니다." 

- 내가 어릴 적 아버지는 "네가 천재는 아니잖니."라는 말을 자주 하셨다. 이제 나는 그 말이 나뿐 아니라 당신 자신에게도 한 말임을 안다.
천재란 노력하지 않고도 위대한 업적을 달성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면 아버지 말이 맞다. 나도 아버지도 천재가 아니다.
하지만 천재를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부단히 탁월성을 추구하는 사람으로 정의한다면 아버지도 천재고, 나도 코츠도 천재다.

그리고 여러분도 부단히 노력할 마음만 있다면 천재다. 
 



100쇄 기념 감사의 글



<그릿>이 한국에서 100쇄를 돌파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구 반대편의 한국에서도 내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많은 공감을 해주었다는 증거일 것이다. 특히 한국은 저성장과 청년실업 등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 '노력' 자체에 대한 자조적인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고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이 책을 끝까지 읽었다면 알게 됐을 사실들을 꼭 가슴에 담아두었으면 좋겠다. 당신이 어떤 일에 지속적인 열정을 갖고 있다면, 비록 계속된 실패를 겪는다 해도 또다시 일어서 끊임없이 도전한다면, 언젠가 그 목표를 성취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한국의 독자들을 만날 수 있도록 힘써준 출판사에게 무한한 감사를 보낸다. 나의 부족한 글을 훌륭한 언어로 옮겨준 번역가와 멋진 책으로 재탄생시켜준 담당 편집자에게도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