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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춘미] 출판사 에디터가 알려주는 책쓰기 기술 - 기획부터 출간까지, 예비저자가 궁금해하는 책쓰기의 모든 것

일루젼 2024. 7. 24.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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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양춘미

출판 : 카시오페아
출간 : 2018.08.20


       

자비출판부터 독립출판까지 출판의 모든 것 A to Z!

 

이런 책은 아니다. 언젠가 자신만의 책을 내고 싶은 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출판사에서 관심을 보일 만한 사람이 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책에 가깝다. 그에 더해 계약한 이후 실물을 손에 들기까지 어떤 과정이 필요하며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지를 차근차근히 설명해 준다.

 

에디터인 저자는 '이 책이 상업성이 있겠는가'라는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내가 쓴 책'이라는 상징적 물체가 필요하다면 자비로 출판하는 것이 훨씬 적절할 수 있으며, 전업 작가를 목표로 한다면 많은 애로사항이 있을 수 있다고. 어째서 실물이 없는 전자책이 종이책보다 낮은 인세로 계약되는지 (현재도 그런지는 알 수 없으나), 판매부수와 유통부수의 차이는 무엇인지 등도 알려준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부분은 '글쓰기 버릇'이다. 나도 의식하지 않으면 특정 단어를 반복해서 쓰는 편인데, (아마도 최근 글에는 더 심할 것이다) 예전에 쓴 글을 다시 읽어보면 수정하고 싶은 경우가 많다. 희한하게도 당시에는 전혀 눈에 걸리지 않으니 신기한 노릇이다. 

 

작가가 자신의 글을 타인의 눈으로 읽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에디터들은 타인의 글을 자신의 글처럼 읽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일 것이다. 다양한 책들을 읽을 수 있도록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며.

좋은 책들이 더 많이 나오고, 더 활발하게 읽히길 바라며.     

 

끝. 


 

 

- 저는 호기심을 가득 안고 '책쓰기 코칭'이라는 단어를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또박또박 쓴 뒤 엔터 키를 눌렀습니다. 그러고는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셀 수가 없을 정도로 너무나 많은 강좌가 모니터를 가득 채웠습니다. 가장 매력적인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운 사이트 하나를 클릭했습니다. 호기롭게 써둔 강좌내용을 읽다가 맨하단 '수업료'를 확인한 뒤 동공 지진이 발생했습니다(마치 7.0 진도쯤)! 

- 겨우 정신을 가다듬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화가 나더군요.

'이 돈을 받고, 이렇게밖에 코칭을 못하나?'

- 출판사에서 원하는 책들은 그런 게 아닙니다. 누군가의 콘텐츠가 한 권의 책으로 출간되기 위해서는 그런 방식이면 안 됩니다. 유사한 패턴의 글쓰기, 비슷비슷한 구성,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콘셉트... 어떻게 해서든 책을 낼 수는 있겠지요. 그러나 사랑받을지는 의문입니다.

- 누군가는 제게 반문할 수 있겠습니다.
"책이 꼭 누군가에게 사랑받을 필요가 있습니까? 내는 데 목적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만약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과감히 이 책을 덮고, 자비출판 쪽으로 방향을 틀어도 됩니다.

- 저는 철저히 상업출판을 지향하는 한 출판사의 에디터로서, 패나 많은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를 만든 능력 있는(조금 과장은 했습니다만) 에디터로서 책을 쓰고 싶다면 어떻게 써야 하는지 설명하려고 합니다. 가지고 있는 콘텐츠를 어떻게 구체화하고, 어떤 전략을 세워서 어떤 글을 써야 하는지 이 책에 차근차근 풀어내었습니다. 그러니 엉뚱한 곳에 시간과 비용 낭비하지 마시고, 천천히 저를 따라오세요.
그리고 이 책을 덮고 수개월이 지난 뒤에는 반드시 자기 이름으로 된 멋진 책을 출간하길 바랍니다. 저는 미리 축하를 전할게요.

- 인세가 10%라면 1,500만 원이지요(인세 계산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는 뒤에서 다릅니다). 2종일 경우 연봉이 3,000만 원인 셈이고, 3종일 경우 연봉이 4,500만 원인 셈입니다. 그런데 자신이 쓴 모든 책이 1만 부 이상 판매되는 기적은 그리 자주 일어나지 않습니다. 판매되었다 한들 3종의 책이 하루 종일 모니터 앞에서 자판을 두드린 결과라 한다면 어떤가요? 시간당 최저임금으로 계산해도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지 않나요?
책 한 권 잘 되어 우쭐해진 어깨로 "처음이 어려웠지, 이제 책 쓰는 데 자신감이 생겼어요. 회사 그만두고 전업작가로 전향해야겠어요."라는 분들이 있지요? 그러면 저는 4단 도시락을 싸 가지고 따라다니면서 아침, 점심, 저녁, 간식 먹여가며 무조건 말릴 겁니다.
"절대, 절대, 절대 그러지 마세요!"

- 저처럼 이렇게 전업작가를 말리는 전업작가가 있는데, 바로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시대의창) 책을 쓴 임승수 작가입니다. 그는 2014년 5월 <ㅍㅍㅅㅅ>에서 책으로 받는 자기 인세에 대해 솔직하게 고백했습니다. 2만 5,000부가 판매된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의 정가는 1만 5,000원이고, 인세율이 10%라서 이를 곱하면 총 3,750만 원이라고요.
적은 금액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나요? 2008년에 출간해 기사를 쓴 2014년까지 이 책이 벌어다 준 돈이라 생각한다면 어떤가요?

- 그는 기사에서 이런 이야기도 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순전하게 자신이 쓴 글값만으로 기초적인 생계가 가능한 사람이 몇 명이나 될지 궁금하다. 전문작가의 삶은 기적이다. 지속 불가능한 삶을 꾸역꾸역 살아내기 때문이다. 인문학이 뜨고 있다는데, 나는 언제쯤 우리 동네 문방구에서 로또를 사지 않게 될까? 오늘도 인생이라는 자전거가 쓰러지지 않도록 글이라는 고단한 페달을 쉬지 않고 밟는다." 

- 여러분, 책을 쓰는 목적에서 '인세'를 고려하지 않길 바랍니다. 솔직하게 말해, 자신의 일이 있고 주 수입이 있는 상황에서 부수입 정도로 인세를 생각하면 괜찮겠지만 전업작가를 고려하여 출판으로 뛰어드는 건 매우 리스크가 큰 일입니다.

- 소원 성취나 인세도 목적이 아니라면 '또 다른 기회를 만드는 것'이 목적일 수 있겠지요. 대체로 책을 쓰고 싶은 이유에 관해 이렇게 말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책을 통해서 나를 알릴 수 있잖아요. 그러면 강연이나 다른 사업 등 새로운 기회가 생길지 모르고요."
책이 한 권 잘되면 그 사람의 이름이 널리 알려지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언니네 이발관'의 뮤지션 이석원보다 <보통의 존재>(달)의 작가 이석원이 더 유명한 것을 부인하기 어렵듯이 말이죠. 특히 저는 출판 업계에 있으니 책을 통해 또 다른 기회, 혹은 새로운 직업이 생긴 분들을 많이 접하게 됩니다. 

 

- 요즘이야 서점들이 문구류를 함께 판매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편집'이 아닌 단일 상품을 판매하는 곳은 서점이 유일할지 모릅니다. 신간이 나오면 일단 받아주니까요. 선배님은 이런 이야기도 하셨지요.
"어떤 과자가 자기 입맛에 맞고 너무나도 맛있다면, 또 사 먹고 또 사 먹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 책은 그런 게 없어. 아무리 좋아도 한 권만 사는 거지."
즉 책은 일단 서점에 깔릴 수 있는 기회가 있지만, 너무나도 좋아하는 책이라고 해서 집에 열 권씩 쟁여놓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중고서점에 팔지 않는 게 고마울 따름이지요. 

- 919-11-88674-24-4 03190
위 번호는 여러분이 읽고 있는 이 책의 ISBN 번호입니다. 대체로 판권 페이지와 책 가격이 적혀 있는 뒤표지, 바코드 아래에 이 번호가 적혀 있습니다. 앞에 나열된 열세 자리 숫자가 국가 및 출판사를 나타내는 고유번호입니다. 그리고 번호 옆에 붙어 있는 맨 오른쪽 다섯 자리 숫자가 바로 ISBN 부가기호입니다. 그 부가기호가 여러분 책의 분야를 나타냅니다. 결국 ISBN 열세 자리+부가기호 다섯 자리 숫자가 없으면 책 바코드가 생성되지 않고, 바코드가 생성되지 않으면 책값을 찍을 수가 없고, 바코드가 없는 책은 결국 팔릴 수도 없습니다. 이토록 중요한 부가기호는 바로 분야를 설명하는 숫자입니다. 

- 다섯 자리 중 첫 번째 숫자는 '독자대상'을 뜻합니다. 0은 교양, 1은 실용, 2는 여성, 4는 청소년, 5는 학습참고서1(중고교용), 6은 학습참고서2(초등학생용), 7은 아동, 9는 전문입니다. 이 책의 경우 0으로 설정되어 있으니 '교양'에 해당되겠지요.
두 번째 숫자의 0은 문고본, 1은 사전, 2는 신서판, 3은 단행본 등 각 숫자별로 '발행형태'를 나타냅니다.

- 다시 "책을 쓰려면 글을 잘 써야 하나요?"라고 묻는다면 저는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잘 쓰면 좋지요."
특히나 출판사가 결정된 상황이 아니라면 투고를 해야 할 테지요. 만약 여러분이 쓴 원고가 형편없다면 출판사는 아무리 매력적인 콘텐츠가 담겼더라도 이 원고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긴 시간 고민할 것입니다.

- 앞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책쓰기는 산을 생각하면서 나무를 그리는 것과 같습니다.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울창하게 이어져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분이 처음부터 기준을 잘 잡고 흔들리지 않아야 합니다. 무슨 이야기를 할지 목차가 명확해야 하고, 그에 따라 원고를 집필해야 하는 거죠. 

- 무엇보다 '어떤 산'을 그리겠다는 뚜렷한 '목표'가 필요합니다. 그걸 계속 염두에 둬야 나무가 한 그루씩 따로 노는 일이 없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흰 눈으로 뒤덮인 '겨울 산'을 그려야 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머릿속에 '겨울 산' '내가 지금 그려야 하는 건 겨울 산!'을 되뇌고 있어야 초록나무로 산 전체를 채우지 않을 것입니다.
 
- 에디터들은 원고를 교정할 때 그 저자가 가지고 있는 글쓰기 버릇을 단박에 알아차립니다. 어떤 단어를 자주 쓰는지, 어떤 표현을 주로 하는지.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가듯이 한번 시작된 글쓰기 버릇이 한 권을 채웁니다. 안 좋은 버릇은 알아차리고 고쳐야 해요. 하지만 초조할 때 다리를 떤다거나 생각에 잠길 때 눈을 깜박인다거나 하는 무의식 중에 하는 행동은 스스로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지요. 글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만 '내게 혹시 글쓰기 버릇이 있는 건 아닐까? 의심해 가면서 쓰는 글과 그냥 후다닥 써버리는 글에는 분명 차이가 있을 겁니다. 

- 따라서 80%의 팔리지 않는 책에 마케팅 비용을 투자하지 않습니다. 3,000부 판매될 책에 투자하여 4,000부 판매되게 만드는 게 아니라 3만 부 팔리는 책에 비용을 투자하여 10만 부 판매를 일으키는 식입니다. 그렇다면 진지하게 생각해 봅시다. 여러분 책은 팔릴 것 같은 20%에 속합니까?

- 여러분은 오프라인 서점 군데군데 매대를 펼쳐둔 금전 상황이 좋아 보이는, 마케팅 비용을 펑펑 쓰는 것 같은 출판사에서 책을 내고 싶지요? 하지만 그 출판사에서 책을 낸다고 해도 그 안에서 경쟁을 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 관련 분야의 다른 책과의 경쟁은 말할 것도 없고, 같은 출판사의 시기가 비슷하게 출간되는 책들과 내부 경쟁도 해야 합니다.

- 반면 작은 규모의 출판사는 자금이 많지는 않지만 한 권 한 권 정말 열정을 쏟아붓습니다. 여러분의 책을 꾸준히 신경 써줄 가능성도 큽니다. 규모의 특성상 책이 한두 달에 한 권씩 나오니 다음 책이 나오기 전까지는 오로지 여러분 책에 집중할 테니까요.

 

- 특히 요즘에는 실력 있는 1인 출판사가 매우 많습니다. 그들은 기존 출판사에서 실력을 인정받으며 일했던 에디터나 마케터가 대부분입니다. 누구보다 현장감이 살아 있고, 주도적으로 일했던 분들이지요.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엄청난 출판 고수들입니다. 더군다나 1인 출판사를 차렸다는 것은 스스로 만들고 싶은 책이 있고, 욕심과 열정이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그런 출판사와 책을 만드는 것 자체가 저자에게는 굉장히 긍정적인 일이 될 것입니다. 물론 출판사에 마케팅할 자금 여유가 부족하고, 광고비가 넉넉하지 않겠지만, 요즘 세상에 광고만 뻥뻥 크게 한다고 해서 책이 잘 나가는 건 아닙니다. 1인 출판사와 인연이 되었다면 함께 커보자는 욕심을 내보는 것도 좋습니다. 

- 마케팅을 기가 막히게 잘하는 출판사도 있고, 브랜드 충성 독자를 너무나 잘 관리하는 출판사도 있습니다. 원리 원칙에 맞춰서 책을 합리적으로 잘 만드는 출판사도 있으며, 대박은 없어도 거의 모든 책이 중박 수준인 출판사도 있어요.
출판사의 네임밸류에 가치를 둘 것인지, 인간미에 둘 것인지, 담당 에디터와의 소통에 둘 것인지, 디자인에 둘 것인지 등등 잘 생각해 보세요.

- 처음 책을 내는 분들일수록 첫 책을 어느 출판사에서 내는지가 중요합니다. 저 같은 에디터들이 기획을 하고 저자를 찾던 중, 그 사람이 책을 낸 경험이 있다면 그 책을 검토해 보기 때문이지요. 책의 판매량을 떠나 그 책이 매우 허접하게 나왔다면 저자에 대한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뀝니다. 이 정도 역량만을 가진 저자라고 판단하게 되지요. 그러므로 책의 성공 여부를 떠나 책 자체의 퀄리티를 적정 수준 이상으로 출판해 줄 에디터와 출판사를 찾길 바랍니다.

- 에디터인 저에게 "좋은 출판사는 어떤 곳인가요?"라고 묻는다면 저는 늘 이렇게 답합니다.
"책 판매량을 떠나 내가 만들고 싶은 책을 만들게 해주는 출판사!"

 

- 그러면 에디터가 아닌 독자 입장에서 좋은 출판사는 어떤 출판사일까요? 독자 입장에서는 언제나 양질의 책을 만들어내는 곳이 좋다고 느끼겠지요.

 

- 그럼 저자 입장에서는 어떨까요? 
깔끔한 편집으로 책을 잘 만들어주는 출판사 

마케팅을 잘하는 출판사

책을 잘 파는 출판사

인세를 밀리지 않고 잘 주는 출판사
이 정도면 저자에게 좋은 출판사라고 인정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하나씩 따져봅시다.

 

- 깔끔한 편집으로 책을 잘 만들어주는 출판사 : 말이 출판사지 일 자체는 그 출판사에 속해 있는 에디터가 합니다. 출판사에는 다수의 에디터가 있기 때문에 여러분 원고를 어떤 에디터가 담당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입니다. 투고를 했더니 덥석 연락이 와 얼싸 좋다 계약할 것이 아니라 여러분 원고를 누가 담당할 것인지, 어떻게 만들 생각인지 잘 들어보는 게 좋습니다. 언제나 강조하지만 좋은 출판사를 만나라는 말은 좋은 에디터를 만나라는 말을 품고 있습니다. 

- 마케팅을 잘하는 출판사 : "○○○ 책 홍보하는 걸 SNS에서 봤어요. 그거 보면서 이 출판사에 투고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언젠가 저희 출판사에 투고한 분이 이런 얘기를 하였지요. 어디선가 활발히 마케팅을 하는 출판사를 보면, '내 책도 이렇게 해주겠구나' 하는 기대감이 생길 겁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완전히 들어맞는 말도 아닙니다. 왜냐면 여러분은 보이는 것만 본 것이니까요.  

- 훌륭한 외주 인력이 함께 일하지 않는 출판사라면 여러분 책도 그런 분들의 손을 거칠 수 없다는 걸 의미합니다.
구구절절 나쁜 출판사에 대해 써놓긴 했지만 이런 곳을 피하는 건 여러분 입장에서 분명 어려운 일일 겁니다. 사실 에디터에게도 어려운 일입니다. 직접 일을 해봐야 아는 사정들이니까요. 그럼에도 나쁜 출판사는 되도록 피하시기 바랍니다. 

- 출판사는 대체로 개인사업체이기 때문에 대표가 어떤 사람인지에 따라 출판사 경영 분위기가 다릅니다. 만났던 에디터가 이상한 건 추후 이직의 가능성이 있으니 그 출판사에 대해 오해할 필요가 없지만, 대표가 이상하다면 출판사도 이상할 확률은 거의 99.9%입니다. 업계에는 이상하기로 소문이 자자한 출판사가 꽤 많습니다. 에디터들이 3개월도 못 견디고 바뀌고 또 바뀌는 기피 출판사가 있지요. 하지만 그들이 망하지 않는 건 여러분처럼 좋은 저자들이 자꾸만 투고를 해서입니다. 좋은 저자가 없고, 그래서 잘 나가는 책이 없고, 그렇게 나쁜 짓을 하면 망한다는 걸 출판사도 알아야 하는데 자꾸만 좋은 원고가 들어오는 거죠. 이제는 잘 살펴본 뒤 투고하세요. 출판계를 정화하는 일에 저자인 여러분도 일조할 수 있습니다.

- 예비저자가 가장 많이 궁금해하는 부분이 '출판사에 어떻게 연락하면 되나?' 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출판사 홈페이지에는 '투고'를 할 수 있는 코너가 있습니다. 메일로 받는 출판사도 있고, 전혀 제시되어 있지 않은 출판사도 있지요. 무작정 출판사로 원고를 보낼 것이 아니라 자신이 내고자 하는 책이 어떤 분야에 속할지 먼저 고민한 후에 그 분야의 책을 '잘' 출판하는 출판사를 찾는 게 중요합니다. 따라서 자신이 내고자 하는 책을 어떤 분야의 출판사에서 내면 좋을지 결정한 다음 일차적으로 그 분야의 출판사들을 알아보세요. 그 후에 각 출판사 홈페이지로 가서 '투고' 시스템을 이용해서 보내거나 연락처가 나와 있지 않다면 전화를 걸어 말하는 겁니다.  
"투고하고 싶은 원고가 있는데, 편집부 메일 주소 하나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 인세를 지급하는 방식과 시기야말로 출판사마다 매우 다르고, 도서 분야에 따라 다릅니다. 소설이나 시를 출간하는 문학 쪽 출판사의 지급 형태, 경제경영, 실용 출판사의 지급 형태도 다르지요.

- A : 초판이 출간될 때 인세를 모두 지급하고, 2쇄부터는 3쇄를 찍어야 2쇄 인세를 지급하고, 4쇄를 찍어야 3쇄 인세를 지급하는 형태
B : 초판에 상관없이 6개월에 한 번씩 정산일을 정해서 지급하는 형태
C : 인쇄를 할 때마다 그 부수에 대한 인세를 지급하는 형태
D : 초판이 출간될 때 인세를 모두 지급하고, 이후 팔리는 부수에 대해 인세를 지급하는 형태

- 예를 들어 설명해 볼게요.
계산하기 쉽게 정가가 1만 원, 인세가 10%라고 해봅시다. 그리고 선인세는 100만 원이라면, 계약 후 저자는 이 금액을 바로 받습니다. 한 권이 판매될 때마다 1,000원이 인세로 적립되는 식이고요. 
정가 10,000원 / 인세 10% / 선인세 1,000,000원 / 초판 및 재쇄 2,000부 단위

- A의 경우 
권당 인세가 1,000원이고 초판부수가 2,000부라 하니 초판 인세는 200만 원입니다. 여기서 선인세를 빼야 합니다. 이후 2쇄를 찍고 3쇄를 아직 못 찍었다면 더 이상 받을 수 있는 돈이 없는 셈이지요. 만약 4쇄를 찍었다고 하면 3쇄까지의 비용을 모두 받게 되고요. 단순하게 계산했을 때 초판으로 받는 인세 100만 원, 2쇄 인세 200만 원, 3쇄 인세 200만 원입니다만, 4쇄를 찍었을 경우라야 저자는 500만 원을 받는 셈입니다.

- B의 경우 
6개월에 한 번씩 정산하는 경우, 대체로 그해 1~6월까지 판매된 부수를 정산해서 한 차례 지급, 7~12월까지 판매된 부수를 정산해서 한 차례 지급됩니다. 따라서 출간되자마자 저자가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없습니다. 다만 6개월에 한 번씩 팔리는 부수에 따라 인세를 받게 되니 언제 인세가 들어오는지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 C의 경우
출판사 입장에서는 책을 찍을 때마다 인세가 나가야 하니 부담스럽지만 저자로서는 가장 좋은 형태라고 할 수 있겠지요. 다만 출판사는 책을 찍으면 바로 인세를 지급해야 하므로 좀 더 보수적으로 책을 찍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 D의 경우
가장 바람직한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초판에 대해서는 일단 모두 인세를 지급한 뒤에, 이후로는 판매에 따라서만 인세를 정산하는 거죠. 출판사로서는 초판조차 다 팔리지 않으면 고스란히 손해이지만, 저자 입장에서는 본인이 쓴 원고에 대한 최소한의 대접(?)을 받게 되는 셈입니다. 

- 기타
보기에는 없지만 기타 형태도 많습니다. 매절 형식으로 인세 계약이 아닌 통으로(한 권에 얼마) 계약할 수도 있고요. 1년에 한 번씩 인세 정산을 하는 곳도 있고, 1개월마다 혹은 3개월마다 정산해 주는 곳도 있습니다.

- 어떤 계약이든 장단점이 있으나 기본적으로 출판사의 지급 방식을 저자에 따라 바꾸지는 않습니다(여러분이 10만 부, 100만 부의 판매를 이미 이룩해 본 저자가 아닌 이상). 해당 출판사와 계약하기 위해 여러분은 제시한 지급 방식을 따를 수밖에 없을 겁니다.

- 제가 예시로 설명했듯이 금액이 저렇게 깔끔하게 떨어지는 형태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출판사에는 팔리지 않고 깔려 있는 '유통부수'라는 게 있습니다. 여러분 책을 서점에 탑처럼 쌓아두었다 하더라도 팔리지 않으면 고스란히 반품이 됩니다. 그건 서점에 깔려 있되 '팔리지 않은' 부수이지 '판매된' 부수라고 할 수 없습니다. 각 오프라인 서점마다 책이 다섯 권씩 쌓여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전국에 서점이 얼마나 많은지 아시죠? 그 책들이 팔리지 않고 다시 출판사 물류창고로 들어오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까요?

한번 손때 묻은 도서를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지우개로 때를 지우고(잠시만요, 눈물 좀 닦고 올게요), 구겨진 띠지를 벗겨내고 여분으로 만들어둔 새로운 띠지로 갈아 끼우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소생시키지 못한 책들은 파본으로 처리하게 되지요.  

- 다 꿀꺽하는 줄 알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저자가 가져가는 금액과 별반 차이 나지 않습니다.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은 출판계가 가지고 있는 고질적인 수금체계 때문이기도 합니다. 출판사 또한 이러한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있지요. 서점의 유통마진을 줄여나가기 위한 운동을 하는 곳도 있고요. 하지만 출판사는 서점이라는 창구가 없으면 책을 팔 수 있는 공간 자체가 없기 때문에 어찌 보면 서점과의 관계에서 언제나 '슈퍼 을'일 수밖에 없습니다. 

- 여러분은 깜짝 놀랄 수도 있겠지만, 출판사는 다음 해가 다가오기 전에 이미 그해에 나올 책들 리스트업을 끝냅니다. 그러니까 1년 뒤 몇 월에 무슨 책을 낼 것인지 이미 계약된 책들로 출간 시기를 정해놓는 것이지요. 계약은 해두었지만 원고가 아직 들어오지 않은 책들이 수십 종에 달합니다. 마감일을 한참 지난 원고도 있을 것이고, 아직 마감일이 잡히지 않은 책도 있습니다. 어쨌든 저자가 언제까지 주겠다고 말한 날짜를 바탕으로 출간을 계획해 둡니다. 그럼 당장 궁금증이 밀려올 테지요. 
'그렇다면 지금 계약한 내 책은 도대체 언제 낼 수 있는 거지?'

- 여러분이 다소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겠지만, 출판사는 꾸준히 신간이 나와야 굴러가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소규모 출판사가 아닌 이상 각 출판사에는 매달 정해진 출간 목표부수가 있습니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이렇죠. 매달 세 권의 책을 내는 출판사, 매달 한 권씩 책을 출간하는 출판사, 매달 열 권의 책을 내는 출판사 등등.
앞서 책 한 권 내는 데 두 달 정도가 걸린다고 말했지요. 에디터 한 사람이 1년 동안 낼 수 있는 책은 대략 여섯 권입니다.  

- 1교는 말 그대로 조금 러프한 상태로 디자인되어 나온 거라 생각하면 됩니다. 디자이너도 이때는 놓치는 부분이 있고, 에디터도 PC 상태에서 스타일을 머릿속으로만 떠올리며 잡아둔 거라 다소 안 맞는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1교를 받아 든 저자들은 본인의 글이 디자인되어 나왔다는 감격보다는 디테일한 디자인에 온 신경을 집중하는 모습을 많이 보입니다. 이렇게 엉성한 상태로 책이 나올까 봐 정작 봐야 할 본인의 글은 보지 않고 말이지요. 러프한 상태라고 이해하고 글 수정에만 신경 쓰길 바랍니다. 저자에게 1교를 건너뛰고 2교부터 보여주는 에디터들도 많습니다. 1교 디자인을 보고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 듣느니 그냥 좀 더 완성도를 높여 보내는 거죠.

- 만약 여러분의 에디터가 1교를 보여준다면 디자인에 일일이 신경 쓰기보다 크게 크게 수정해야 할 부분을 이때 정리하세요. 후반으로 갈수록 수정은 더욱 어려워집니다. 수정은 초기에 할수록 좋습니다. 편집 후반에는 음절 하나조차 문단에서 떨어져 나갈까 신경을 쓰기 때문입니다.
 
- 대조작업을 하지 않고 저자에게 2교를 보내면, 분명 자신이 수정해 달라고 했는데 수정이 안 되어 있는 걸 보고 또 불안감에 휩싸일 수 있습니다. 여러분만큼이나 에디터 역시 행여 실수가 생길까 불안해합니다. 그러므로 에디터 선에서 확인하고 또 확인하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교정작업에만 집중하세요.

- 2교 때에는 디테일하게 문장을 손보는 게 좋습니다. 에디터는 이때부터 페이지 대수를 맞추고(책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전체 쪽수 나누기 8, 16, 32 등으로 나눠져야 합니다) 표나 그림 등이 내용과 어우러지게 잘 들어갔는지 확인합니다. 페이지가 이상하게 비어 있지 않은지, 빠진 자료가 없는지도 확인하지요. 그러면서 저자에게 자잘하게 원고를 더 요청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 3교부터는 놓치기 쉬운 맞춤법을 잡고, 완성도를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합니다. 목차에 쪽수도 적고, 쪽번호도 제대로 되어 있는지 체크하지요. 에디터는 판권부터 용어 통일, 띄어쓰기 통일 등 치명적인 오류가 없는지 확인합니다. 출판사 내부적으로 다른 에디터가 한번 훑어봐주는 등 크로스 교정도 이루어집니다. 저자 역시 3교 때에는 잘못된 부분이 없는지 꼼꼼하게 살펴봐야 합니다. 무엇보다 3교에서 끝날 수 있도록 해주면 좋습니다.  

- 지금까지 해온 작업이 있기 때문에 포기하는 쪽보다는 그래도 하는 쪽으로 선택했지만, 이 책에 사례로 쓸 정도로 아직 뒤끝이 남아 있습니다.
출판사가 원하는 쪽으로 제목이 정해졌더라도 판매가 월등히 좋을 거라 장담할 수는 없지만, 제목 가지고 저자와 실랑이하는 사이에 책에 쏟던 에디터의 열정은 식을 수밖에 없습니다. 물고기를 잡으려고 그물망을 쳐서 아래부터 몰고 가는데, 갑자기 물길이 전혀 엉뚱하게 바뀐 것 같은 허탈함을 느낍니다.

 

- 대부분의 저자들은 자신의 책 제목이 은유적이고 고상한 단어들의 조합이길 바랍니다. 그 책이 어떤 분야든 상관없이 말이지요. 멋있는 단어의 조합이라고 해서 타깃들이 그 제목을 멋있다고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입니다. 냉정하게 생각하세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제목이 앞서 설명한 제목의 기능 중에 하나도 포함되지 않는다면 그 제목은 어떠한 매력도 가지고 있지 않은 겁니다. 악플보다 무플이 더 무섭다고 하잖아요. 제목에서 어떠한 감흥도 느껴지지 않는다면 제목으로서 무매력인 셈이지요. 

- 단순히 "책 내는 데 돈이 얼마 들어요?"라고 물었을 때 대답하기 난감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출판사는 한 권의 책을 만들기 위해서 전방위적으로 생각하고 계산해서 만듭니다. 어떤 종이를 쓸 것인지까지 저자가 관여하면 괴로워집니다. 어련히 알아서 잘하겠습니까. 지난하고 힘겨운 편집과정을 거친 다음 제작을 할 때 단순 비용 문제로 구현하고 싶은 디자인을 포기하는 에디터는 없습니다. 출판사 역시 책을 예쁘게 잘 만들어야 많이 팔지요. 마지막에 비용 조금 아끼겠다고 책을 이상하게 만들지 않습니다. 

- 책은 훌륭한데 출판사 때문에 책이 안 나간다고요?
사실 출판사 내부에서 마케팅부와 편집부는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편집부는 마케팅부가 '홍보'를 안 해서 책이 잘 안 나간다고 생각을 하고, 마케팅부는 '팔릴 만한 책이 아니어서' 책이 잘 안 나간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자주 책을 두고 다툽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겁니다. 편집부든 마케팅부든 책이 팔리도록 기본적으로 엄청난 노력을 한다는 점입니다. 출판사를 잘못 만나서 귀중한 내 책이 잘 나가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말아 주세요. 최선을 다합니다. 온 우주가 돕길 바라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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