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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버크, 상당히 재미난 사람일세.
우선 책의 내용 그 자체보다도 책의 구성에 대해, 그 신선한 시도에 대해 박수를 보낸다.
나는 발췌독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웬만해서는 통독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주는(?) 편인데, 이 책의 경우는 그렇게 읽은 것을 조금 후회한다.
초반의 경우는 링크들이 서로에게 미친 영향이 상당히 신선했지만, 딱 재밌으려 할 포인트에서 이야기가 끝나 좀 아쉬웠는데, 후반부는 개개의 사건들이 얽히는 영향력은 다소 약했지만 내가 아쉬웠던 각개 사건에 대한 설명은 더 자세히지는 경향이 있었다.
만약 저자가 권한대로 링크대로 타고넘어가며 백과사전 식으로 읽었다면 더 신선하고 즐거웠을 수 있겠다 싶다.
(물론 그렇게 읽으면 놓치는 부분이 꽤 있었겠지만, 그렇게 즐긴 다음 통독할 것을 그랬다 싶다)
글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이나 사건, 물건 등은 눈에 띄게 표기해두었으며, 그 줄 양 사이드를 보면 그 단어가 다시 등장하는 페이지를 함께 표기해 바로 연결되는 이야기를 찾아읽을 수 있게 해놓았다. 내용이 다소 약하다 생각했던 건 그런 식으로 다시 연결될 것이기 때문이기도 했을 테고, 저자가 이 책이 재밌는 백과사전처럼 읽히기를 원했기 때문이기도 했으리라 본다.
주석을 좀 더 추가하거나 관련 그림을 더 실었다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나쁘지 않다.
이과생들이 읽는다면 정말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정확히는 몰랐어도 익숙한 이름들이 다수 등장한다! 부분 부분 조각난 정보들로 배웠던 이들이 실존했음을, 그리고 어떤 영향들을 받았고 또 미쳤는지를 읽다보면 상당히 설렜다. 동위 원소를 발견해낸 톰슨이 받은 작위가 캘빈 경이었고, 그 작위를 받은 후 절대 온도 개념을 수립해 나타난 것이 K였다. 난 캘빈이 그냥 사람 이름인 줄 알았지... -_-;;
그에 연결해 역사, 사회, 문화적 영향과 사실들도 알 수 있으니, 강력 추천까지는 아니어도 기회가 닿는다면 한 번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더글러스 애덤스의 '전체주의'가 생각나기도 한다. 머리카락에 컬을 넣는 미용산업 때문에 재조명된 붕사가 아메리칸 드림의 골드 러쉬로 이어져 쾌속선의 발명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은 놀랍다! 이런 작은 사건이나 하나의 발견으로부터 이어진 핀볼 효과, 혹은 나비 효과에 관한 글들이며, 근대 과학사 + a 의 대부분이 담겨있다!)
다만 좀 짜증나는 건, 감수를 두지 그랬느냐 하는 것이다.
카이스트 추천 목록을 보면 통합, 통섭에 중점을 두는데, (카이스트로서는 당연하다) 그 책들을 읽다보면 번역이라는 장르에서는 아직 통섭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모양이다.
문장이 좀 덜 매끄러워도 과학자에게 번역을 맡기던가, 그렇지 않으면 번역가의 초벌 번역 후 관련자 검수를 한 번만 거쳐도 훨씬 더 좋은 책이 될 수 있을텐데-
번역자의 책들을 보면 수학과 천문, 물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인 것 같긴 한데, 철학가로써 인문적인 부분에 대한 번역은 흠잡을 곳이 없지만 화학 쪽이 망이다. 정말 망.
원 저자가 어떤 대상을 겨냥하고 쓴 책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원리를 설명한 부분에서는 관련 기구의 설계도나 작동 원리 삽화를 좀 더 실어주었다거나, 아니면 문장을 좀 다듬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그랬다면 모두에게 권했을 수도 있다.
이미 알고 있는 걸 읽는데도 몇 번 다시 읽은 부분이 꽤 있었다. -_- 하아.
종교 관련 용어도 혼용해서 다소 혼란의 여지가 있었고.
(화1, 물1, 생1을 전혀 배우지 않은 사람이 읽기에는, 음, 별로 좋지 않을 것 같다. 내용 자체도 그렇지만, 이 책의 글로 읽어서는 더욱 헷갈릴 우려가 있다. 따라서 책의 1/3 정도는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고, 그리고 일부는 그래서 왜 그 사건들이 이어지는지가 잘 납득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도, 나는 꽤나 즐겁게 읽었다.
[발췌]
전쟁에서 진 국왕파는 배신자로 몰려 온몸에 타르 칠을 하고 새털로 덮이는 모욕을 당하기도 했고, 전 재산을 몰수 당하기도 했으며, 심지어는 처형당한 사람들도 있었다. 국왕파의 즉결 재판을 담당했던 버지니아 주의 한 판사는 가혹한 판결을 어찌나 뻘리 내렸던지 그의 이름을 딴 동사 하나가 새로 만들어질 정도였다. 바로 '린치(Lynch)'라는 동사다.
슈브뢸이 비누에 관심을 가진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 이러한 '동시 대비' 현상의 발견은 새로운 색상 도구의 발명으로 이어졌다. 그는 삼원색, 즉 빨강, 파랑, 초록을 스물세 가지 혼색과 섞은 다음, 모두 일흔두 가지 색으로 이루어진 색상환을 만들었다. (당시 삼원색은 초록이었나? 노랑으로 알고 있는데? 빛의 삼원색 이야기인가??? 그는 염색업자인데??)
... 그러나 효과에 따른 슈브뢸의 색 배치는 직물 산업에 기여하는 것 이상을 해냈다. 프랑스의 '과학적' 인상주의 운동을 촉발시켜 미술 세계를 바꿔놓은 것이다.
재미난 것은 세균의 병리학적 과정을 최초로 규명한 인물은 플레밍과는 정반대로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정리정돈을 잘 해놓고 사는 사람이었다는 점이다. 직업 윤리에 투철했을 분만 아니라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엄격함으로 '독일 의학의 교황'으로 존경받았던 의사 루돌프 피르호였다. 그는 훌륭한 연구자가 되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얼음처럼 차가운 열정'을 덕목으로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 인물이기도 했다. ... 피르호가 2년 동안 현미경에 붙어살다시피 하면서 연구한 성과를 1851년 [세포 병리학]으로 내놓음으로써 의학 역사는 일대 전환점을 맞게 되었다. ...
'세포들은 모두 동일한 능력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모두 동등한 자격을 갖는, 각자 자유로운 상태를 유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포와 세포가 서로 의지함으로써 유기체 전체에 구심점을 분산해 놓았다. 그리고 어느 한 부분이 필요한 영양분을 완전히 독차지 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함으로써 그와 같이 자유로운 상태를 지속한다.'
이와 같이 사회와 의학을 하나로 통합해 인식하는 독특한 관점을 지닌 까닭에 피르호는 일찌감치 공중보건 분야를 일군 초창기 전문가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히기도 했다. 그는 1870년에는 베를린에 하수 처리망을 갖추도록 권고하기도 했다.
'치료보다도 예방이 먼저' 라는 우리에게 익숙한 표현을 고안한 사람도 바로 피르호였다.
이와 같은 분위기 속에서 존 레이라는 영국의 식물학자도 활동을 개시했다. ... 그리고 영국 전역의 식물들을 연구 대상으로 삼아 마침내 자신의 최고작이나 식물 대백과사전이나 다름없는 세 권짜리 저서 [식물의 역사]를 18년 만에 완성했다. ... 레이의 식물 분류법은 오늘날 식물학자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 그러나 레이가 연구를 마침으로써 식물학자들에게는 근대적인 지침서가 생겼고, 스웨덴의 식물학자 린네에게는 자신이 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모든 영예는 린네에게 돌아갔다. 오늘날 모든 식물학자들이 사용하는 분류 방식은 바로 린네가 제창한, 라틴어로 종명과 속명을 표기한 이명법 분류 체계이다.
(내가 아직도 Ginseng Radix, Curcuma Longa, Aconitum Carmichaeli..... 이건 외운다. 린네 씨 참 미워했었는데.)
볼타가 세계 최초의 전지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갈바니의 축축한 개구리 덕분이었다. ... 오늘날 그 장치는 원판들과 전선들이 다공질 전극들로 대체된 후 용액에 담긴 형태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액화 가스에서 한 전극은 산소를 내놓고 또다른 전극은 수소를 받는다. 수소는 전극을 통해 방출되고, 그러면 전극은 수소 원자를 흡수한다. 그런 다음 원자들은 용액과 반응해 물로 변화하면서 전극에 전자들을 주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전류이다. 물과 전류는 다른 쪽 절반까지 이동하는데, 그곳에 있는 전극은 산소를 활발하게 흡수한다. 이 전극은 산소 그리고 다른 전극에서 나오는 물과 반응해 수산기 원자를 만든다. ..........
(........ 이온과 원자를 혼용하는 것은 심하지 않았니.... 한 전극은 양극으로 수소 분자가 수소 이온으로 쪼개지며 전자를 얻을테고, 그 전극에서 다른 전극으로 흐른 전자는 산소 분자에 전달이 되겠지. 그렇게 이온화한 산소 이온은 이미 생성되었던 수소 이온과 반응해 다시 물이 된다. 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수소전지를 말하고 싶었던 거라면 말이야... 이렇게 흐르는 일련의 전자 흐름이 전류가 되겠지.... 전류가 다른 절반으로 가는 게 아니고... 흑.... ㅠㅠ 수산기 원자는 또...)
토머스 먼은 [외국 무역에 의한 영국의 재보]라는 책에서 '무역의 균형'이란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그것은 한 나라의 금융 보유량의 유입과 유출 사이의 관계로 정의되는 것이었다.
이러한 횡대 배열은 머스킷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생긴 것이었다. 신형 머스킷은 화약이 발사 통제판에 자동적으로 들어가는 원추형 점화공을 채택하고 있었으며, 끼울 때 돌아가지 않는 실린더 형 꽂을대를 사용했다. 이러한 개선 덕분에 분당 다섯 번씩 머스킷을 쏠 수 있게 되었다.
훔볼트는 자신의 이론과 관찰 내용을 [코스모스]라는 대작에 담아서 역사에 길이 남겼다. 책의 판매량은 성서와 맞먹었고, 그의 명성은 미국에서도 그를 만나보기 위해 떼 지어 몰려들 정도였다. 훔볼트는 식물의 성장에 관한 이론을 최초로 내놓았다.
사족) 카이스트 추천 도서는 대부분 도서관에 빌려 읽기 때문에, 기억하고 싶은 구절 위주로 발췌한다.
따라서 책의 내용이나 분위기가 잘 전달되는 부분보다는;;
개인적으로 다시 찾아보고 싶거나 연결해서 읽어볼 책들에 관한 발췌가 많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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