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 이현정
원제 : No Trade is Free
출판 : 마르코폴로
출간 : 2024.07.28
트럼프의 당선 확정 이후 대다수의 사람들이 동일하게 예상한 미래가 있다.
바로 '관세 전쟁'이 곧 시작되리라는 것.
취임 첫날부터 강력하게 나갈 것이라는 예상은 깨졌지만, 그로부터 몇 주 지나지 않아 트럼프는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을 선포 중이다. 이에 맞서 유럽과 중국 또한 미국에 강수를 두며 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자유무역이라는 환상>은 연말 독서모임에서 선정된 책이었는데, 사정상 모임에는 참석하지 못하고 리뷰만 남겨본다.
책 자체는 지금 시기에 꼭 읽어볼 만한 책이다. 현 USRT 지명자 제이미슨 그리어는 이 책의 저자 로버트 라이트하이저의 수제자로 불릴 만큼 비슷한 기조를 가진 인물로, 지난 트럼프 집권 당시와 비슷한 관점에서 무역 및 관세를 다룰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국의 독자에게 이 책은 다소 읽기 괴로운 책이기도 하다. 학자들이 집필한 저서들은 대부분 어느 한쪽의 주장만을 대변하기보다는, 포괄적인 시선에서 현상을 바라보려 노력한다. 그를 위해 자신의 견해에 반대되는 주장이나 사례들도 -마지못해서라도- 다루기 마련인데 <자유무역이라는 환상>은 그런 점에서 매우 완고하다. 모든 절대선은 '미국의 이익', '미국의 최선', '미국의 영광'이다.
타국과의 정책적 차이점으로 인한 미국의 손해는 타국에게서 배상받아야 한다는 식인데- 나에게는 낯선 '강자의 논리'라 읽는 동안 위화감이 드는 부분들이 꽤 있었다. 재직 당시 장관으로서의 자신의 업적을 치하하는 정도는 인간적으로 읽어 넘길 수 있지만, '이 정도가 합리적이다'라는 입장보다는 '가져올 수 있는 모든 것을 (힘으로라도) 가져온다'는 입장에 가까운 저자의 주장들은 상당히 위협적이었다.
번역이 아주 매끄럽지는 않지만, 애초에 문학적인 책이 아니기 때문에 읽는데 이해하는 데 큰 무리는 없는 편이다. 그보다는 경제 전반에 대한 내 지식이 -특히 통화 관련- 얕아 이해가 어려운 부분들이 좀 있었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화폐전쟁>이라도 다시 읽어봐야 할 것 같다.)
미래를 어찌 알겠는가 마는, 편안하게 펼쳐지는 장밋빛 성장 신화는 당분간 먼 이야기가 될 것 같다. 냉전 체제 당시를 거리낌 없이 언급하며 '미국'과 '그 외 국가'로 세계를 나누어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이 자연스러워지지 않는 4년이 되기를, '성장'보다는 '유지' 쪽에 중점을 둔 상태로 지켜보려 한다.
덧) 왜 이 리뷰가 2월 14일에 올라가느냐.
성 발렌타인 축일과 발렌타인 데이에는 뭐니 뭐니 해도 초콜릿인데, 이 초콜릿 하면 카카오고, 카카오 하면 또 대표적인 무역 상품이지 않은가.
거기서 (곁가지로 커피로도 생각이 뻗치게 되고, 그러면서 공정무역을 거쳐) 자유무역으로 이르는 생각의 흐름은 더할 나위 없이 자연스럽다- 고 주장하고 싶다.
'커피' 하니까 말인데, 최근 중국의 두리안 소비 증가가 커피 원두 값 폭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한다. 정말 요지경 세계화 세상이다.
아직 커피는 끊을 각오가 되어 있지 않은데... 이사가 마무리되면 머신도 새로 살 생각인데... 그때까지 관세가 잘 버텨주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입장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게 마련이니까. (저자처럼.)
- 우리로서는 불공정 거래 이슈에서 특정 조치를 요구하고 그에 따르지 않는 경우 비용을 부과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그리고 그 레버리지로는 관세를 일방적으로 부과할 수 있다는, "신뢰할 만한 위협"이 수반되어야 한다. 일본 및 기타 국가와의 철강과 자동차 부문의 양자 간 수출자율규제협정(VRA), 즉 미국 기업의 숨통을 틔우기 위해 무역 상대국이 스스로 수출 물량을 제한하도록 조율하는 협정은 이러한 레버리지가 있기에 가능했다.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우리는 언제든 상대국으로부터의 수입을 차단할 것인데, 트럼프 행정부에서 확고히 해온 교훈이며, 이는 무역 분야에서 레이건 행정부와는 또 다른 차이가 있는 지점이다.
- • 신뢰할 만한 위협(credible threat)은 게임 이론에서 상대를 공격하겠다는 선언이 단순 위협이 아니라 실현 가능하다는 점을 상대가 확신하도록 만드는 전략을 뜻한다.
- • 양자 간 수출자율규제협정(VRA)은 1981년 오일 쇼크와 그에 뒤이은 일본산 자동차의 무차별 공세로 미국 자동차 업계가 고사 위기에 처하자, 미·일 양국이 일본산 자동차의 대미 수출을 연 168만대로 제한하고, 3년 뒤에는 185만대로 늘려 시행하기로 했던 협정을 뜻한다.
- 레이건 시대와 트럼프 시대의 가장 주목할 만한 차이점은,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문제에 큰 관심을 가졌고 심지어 그것이 대통령 출마를 결심한 이유 중 하나였다는 것이다. 레이건 대통령은 더욱 중요한 국내외 정책 이슈에 밀려 무역이 최우선 순위가 되지 못했고, 무역에 대해 논의하거나 회의를 여는 횟수도 1년에 몇 차례에 불과했다. 조지 부시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에게 국제 무역 문제는 그의 사고를 지배하는 핵심 우선순위였고, 나는 USTR에서 중책을 맡으면서 트럼프가 얼마나 깊이 참여하고 있는지를 직접 겪어 알게 되었다.
- 무역정책을 평생 고민해 온 나는 몇 가지 기본적인 결론에 도달했다. 첫째,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새로운 수출 활로를 기대하며 그 대가로 수입 장벽을 낮추는 전략은 1990년대에 예상했던 궤도를 크게 이탈했다. 미국은 세 차례에 걸친 협상을 통해 자유무역에 "모 아니면 도"라는 담판을 걸었다. 그 후 우리는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잃고 무역적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둘째, 미국은 국내 시장에서는 공정 무역을, 해외 시장에서는 상호 호혜적 접근을 동시에 주장해야 한다. 지난 수십 년 서투른 무역 협상은 이 두 목표를 모두 달성하는 데 실패했다. 셋째, 균형 잡힌 무역을 보장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우리는 소비재를 얻으려고 우리의 부를 외국으로 계속 이전하는 것을 감당할 여유가 없다. 이것이 현실이다. 그러면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자. 우리는 어떻게 현재의 지점에 이르렀는가? 또 앞으로 이러한 목표들을 달성할 수 있는 무역 철학은 무엇일까?
- 어떤 사람들에게 무역이란 주로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방식이다. 미국이 우방을 확보하고 정치적 사건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경제력을 이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리가 무역을 더 많이 (바꿔 말하면, 수입을 더 많이) 할수록 다른 나라들이 중국 대신 우리를 좋아한다는 논리다. 또 어떤 사람들에게 무역이란 소비자를 위해 가장 저렴한 제품을 얻는 행위다. 그 때문에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해도 그들은 이를 공정한 교환으로 본다. 그런데 과연 값싼 텔레비전이 미국 공장보다 가치가 있을까?
- 대부분의 미국인은 이 두 접근 방식의 어느 쪽도 원하지 않는다. 보통 사람들에게 경제정책과 무역정책은 우리 공동체를 번영하게 하는 것이어야지, 고도의 외교 정책을 구사하거나 값싼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다. 보통 사람들은 더 나은 일자리, 더 든든한 가족, 더 안전하고 번영하는 지역사회를 원하며, 미국의 강점이 생산자로서의 국민에 있다고 믿는다. 이렇듯 공동선이라는 목표를 추구하는 무역정책이야말로 트럼프 행정부에서 추구하려던 것이다. 우리의 목표는 60년 동안 횡행하던 실패한 정책을 되돌리기 위한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외교 정책이나 경제적 효율성을 중시해 온 엘리트는 국민 대다수와 점점 멀어졌다. 이제 국민이 정책을 되찾을 때가 되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 이로써 무역 자유화는 경제정책의 도구일 뿐만 아니라 항구적인 평화를 위한 길로 인식되었다. 실제로 루스벨트 행정부에서 1933년부터 1944년까지 국무장관을 역임하며 무역정책을 주도한 코델헐(Cordell Hull)은 자신의 철학이 다음의 사고에 기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해받지 않는 무역은 평화주의로 이어지며, 높은 관세, 무역 장벽, 불공정한 경제 경쟁은 전쟁으로 직결된다."
-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상호의존에 대해 종종 무비판적으로 열광했으나, 중국의 위협에 직면한 오늘날에는 절제할 필요가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상호의존이 항상 평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사례만 보더라도, 남부와 북부 간의 상호 의존적 경제 관계가 남북전쟁을 막지 못했다. 세계 무역은 제1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 몇 년간 급속도로 성장했다. 1913년 세계 GDP 대비 수출 비중은 거의 14%로 정점을 찍은 후, 1970년대까지 거의 평탄하게 유지되었다. 마찬가지로 독일이 19세기 후반 주요 수출국으로 부상했다고 해서 20세기 전반기 국제무대에서의 행보가 온건했다고 말할 수 없다. 일본의 대미 원자재 의존도는 오히려 진주만 공격의 동기를 제공했다. 4장에서 논의될 최근의 사례를 보면, 2001년 중국이 WTO에 가입하면 모범적인 세계 시민으로 거듭날 것이라는 기대가 부풀었으나, 중국은 이후 남중국해에서 군사력과 영토 확장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쏟아부었다. 또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대규모 무역이 2022년 푸틴의 침공을 막을 수 있었던가?
- 반대로 무역 갈등이 더 광범위한 외교 정책 목표에 항상 위협이 되거나 불안정하게 만든 것은 아니다.
- 어떤 사람들은 자유무역의 합리적 근거로 효율성을 내세운다. 이러한 신념을 가진 사람들에게 무역정책의 유일한 목표는 시장 효율성이 된다. 즉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이 낮아지면 상품과 서비스의 생산 및 유통 비용이 절감되고, 결과적으로 사회 전체가 더 잘살게 된다는 믿음이다. 물론 소비자 관점에서 보면, 가격 인하는 여러 이점도 있다.
- 그런데 이러한 관점을 신봉하는 사람들은 효율성을 올곧게 추구할 뿐, 실제 생산에 종사하는 보통 사람들에 미치는 영향을 거의 고려하지 않는다. 효율성을 중시하는 자유무역주의자들은, 미국 생산자들이 겪는 하강국면을 자신들의 접근 방식을 반박하는 증거로 받아들이기는커녕 안타까워도 거쳐야 하는 부작용으로 생각한다. 자유무역은 항상 의문의 여지가 없는 당연한 명제로 받아들인다. 다시 말해 경제학자들은 자유무역을 대세로 가정한다. 그래서 이상적인 사고의 전개, 즉 먼저 바람직한 사회 비전을 구상한 다음 공동선의 관점에서 그 비전을 실현할 무역정책을 제시하는 것과 정반대로 움직이게 된다. 대부분 경제학자는 무역 장벽을 낮추면 경제적 혼란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할지라도 이러한 영향을 사회가 더 잘 관리할 수 있도록 무역 규칙을 조정하자고 제안하는 사람은 아주 소수에 불과하다. 우파 자유주의자들은 값싼 소비재로 인한 대중의 혜택이 비용을 넘어서니 부정적인 영향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강변한다. 동시에 공장 노동자들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다루도록 재교육받으면 된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좌파적 진보주의자들은 세계화의 거친 면을 다듬기 위해 무역 적응원조와 기타 부의 이전 계획을 장려하고자 한다.
- 다음 단락에서 설명하겠지만, 좌우의 어떤 대응도 노동자 계급의 자유무역 문제를 현실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 엘리트들이 상황을 잘못 이해하는 가장 큰 이유는 노동의 사회적 구성에 대한 인식이 없기 때문이다. 효율성에 집착하는 이들은 고용을 단순히 자원을 배분하고 생산을 보장하는 수단으로만 보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개인이 의미 있는 일(work)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존엄성을 과소평가한다. 19세기 교황 레오 13세부터 아서 브룩스, 오렌 캐스에 이르는 사상가들은 오늘날 질서 있는 사회에서 일이 갖는 중심 역할에 대해 설득력 있는 글을 썼다. 한 개인이 적절한 임금을 받고 정직하게 일하면 자기 자신이 의미 있는 존재이며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긍심을 갖게 된다. 안정적이고 보람 있는 고용은 좋은 습관을 강화하고 나쁜 습관을 억제한다. 또한 일하는 인간은 보다 좋은 배우자, 부모, 이웃, 시민으로 성장한다. 그런데 한 개인이 안정적이고 보수가 높은 일자리를 잃고 존엄성을 상실한다면, 단순히 저가의 수입품 소비나 복지 수당으로 보상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 모든 것이 효율성과 무관하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효율성이 무역정책의 유일한 요소가 되어서는 안 되며, 일부 주장에서 보듯 ...
- • 아서 브룩스(Arthur Brooks, 1964년 출생)는 미국기업연구소(AEI) 소장을 10년간 역임했으며 행복 및 사회적 기업가 정신 과정을 다룬 <국민총행복론> 등의 저서가 있다.
- • 오렌 캐스(Oren Cass, 1983년 출생)는 맨해튼 연구소 수석연구원 출신으로 2021년 내셔널 보주주의 싱크탱크인 아메리칸 컴퍼스를 출범시켰다.
- 정책 입안자들이 우리의 무역정책을 사실상 다른 나라들이 결정하도록 방치했을 때 일어났다. 이 미친 실험은 과거 한 번도 시도된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다시는 시도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 실험의 파국은 포퓰리즘 운동의 원동력이 되어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으로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펼치는 무역정책의 주요 목표는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뿌리를 되찾겠다는 것이다. 요컨대 미국의 역사를 보면, 양당의 극단적인 자유무역주의자들이야말로 진정한 급진주의자임을 알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을 최초로 부유하고 강력하게 만들었던 상식적인 원칙으로 돌아가려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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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제정자들은 단순히 새 연방 정부가 미국 시장을 지렛대로 삼고 다른 국가와 무역 협상에서 유리한 조건을 얻으려고 했다. 그들은 일방적인 시장 개방은 순진한 생각이며 무역은 우리에게 이익이 되도록 구조화되어야 한다고 이해했다. 그런데 미합중국 출범 후 첫 수십 년이 흐르자, 이런 유형의 무역 상호주의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1800년대 초반 당파를 불문하고 지도자들은 정부가 상호주의를 추구할 때도 국가 안보를 차원에서 제조업 보호를 위한 조치를 적절히 취해야 한다고 믿게 되었다.
(리뷰자 주 : 첫 문장은 '그렇게 보았다'고 수정해야 할 것 같다.)
- 아마 알렉산더 해밀턴(Alexander Hamilton)만큼 제조업 진흥의 중요성을 잘 이해한 미국인은 없었으리라. 헌법 비준 전에 발간된 <연방주의자 논집(Federalist Papers)> 제11호에서 해밀턴은 미국인들이 대유럽 무역에서 자국 상선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유럽 강대국들이 조정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헌법이 시행되고 초대 재무부 장관으로 취임했을 때, 그는 1791년의 유명한 저서 <제조업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책에서 그는 "우리와 가장 광범위하게 교류하는 각국의 규정들이 미국의 핵심 산업을 가로막는 중대한 장벽이 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달리 말하면, 주요 강대국들이 미국의 수출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 해밀턴은 정부가 강력히 대응하지 않는다면 미국인들은 외국산 제품에 계속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는 미국 경제에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인데, "한 나라의 부, 독립 및 안보는 제조업의 번영과 깊이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해밀턴은 무역 상대국들이 그들의 방식을 바꾸도록 설득하려면 단순한 불만 제기로는 어림없다며,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미국이 가장 덜 의존적으로 되려면, 외교 정책이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 먼저 어떤 정책 수단들을 조합해야 하는지를 고려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그는 무역 규제와 정부 지원 등 일련의 정책 옵션을 설명하면서, 이를 통해 "미국이 외국과 독립적으로 군수품 및 기타 필수재를 얻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 GATT의 혜택은 미국의 동맹국에 한정되었다. 따라서 냉전 기간 내내 미국은 소련을 비롯해 국익에 반대되는 국가와의 무역에 상당한 장벽을 유지했다. 예를 들어 쿠바는 원래 GATT 회원국이었지만, 피델 카스트로(Fidel Castro)가 쿠바에 공산주의 정부를 세운 후 미국은 쿠바와의 모든 무역을 사실상 차단했다. 냉전 시대에는 적대국이 미국 시장에 무제한으로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거나 더 나아가 미국 기업이 적대적인 국가에 투자하도록 장려해야 한다는 관념 자체가 오히려 기괴한 생각으로 여겼을 것이다.
- 무역적자가 국익에 위협이 되자, 닉슨 대통령은 이에 적극 개입했다. 20세기의 대부분 기간에 무역 흑자를 누려왔던 미국은 1970년대 초반 무역 자유화 조치로 인해 무역적자에 직면했다. 당시 미국 달러는 온스당 35달러의 가격으로 여전히 금본위제에 묶여 있었고, 다른 나라들은 달러를 금으로 교환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었다. 미국에 곧 금이 바닥날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커졌다. 이에 대응하여 닉슨 대통령은 달러를 금으로 교환하는 관행을 중단했다. 또한 외국 생산자가 미국 시장에서 상당한 이점을 누리지 못하도록 놀랍게도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대해 미국의 주요 무역 상대국들은 자국 통화의 가치를 재평가하여 미국 생산품이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도록 보조를 맞췄다. 닉슨의 조치는 명백히 자유무역을 방해했지만, 미국 제조업 경제를 지키고 GATT체제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었다.
(리뷰자 주 : 관세가 높아지만 수출국에서 스스로 자국 통화를 절하해 관세를 낮춘다는 의미로 보이는데, 이 경우 미국의 생산품이 경쟁력이 강화되는 것인가? 달러 강세로 인한 수익 증가를 말하는 게 아닐까?)
- 예를 들어, 미국의 자동차 관세율은 2.5%로 중국의 25% 관세율과 EU의 10% 관세율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인도의 자동차 관세율은 100%, 브라질의 경우 34%이다. 와인에 적용되는 평균 관세율은 약 3.5%이다. EU에서 해당 수치는 32%다. 브라질과 인도의 수치는 20%이며 다른 제품에 대한 관세는 종종 150%를 넘는다. 이 외에도 많은 사례가 있다. 국제 무역 체계가 1947년 이후에 설정된 유형을 계속 따랐다면, 미국은 향후 협상 라운드에서 이러한 불균형을 해결할 기회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WTO의 협상 기능이 사실상 소멸한 지금, 그러한 시정 기회는 더 이상 없다.
- 또 다른 문제는 이른바 개발도상국에 대한 대우이다. 무역 협상의 이상한 측면 중 하나는, 모든 당사자가 시장 개방과 새로운 협정 규칙 제정이라는 공동 목표에 동의한다고 공언하면서도, 꼭 예외 규정과 허점을 따로 마련해 필수적 의무를 배제하려 든다는 것이다. 내가 읽어본 모든 협정문은 이러한 패턴을 따르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교묘한 수법 중 특히 악의적인 사례로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특별하고 차별적인 대우" 조항이 있다. 대부분 "개발도상국"에 적용되는 WTO 협정에 따른 의무 조항은 선진국에 비해 훨씬 적다. 실제 협상 내용에 따라 달라지지만, 일반적으로 개발도상국은 더 오랜 기간에 걸쳐 의무를 단계적으로 이행한다. 또한 개발도상국은 자국 기업과 경제를 돕는다는 명분으로 페널티를 받지 않고서도 선진국에 허용되지 않는 특정 조치를 도입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개발도상국은 특정 산업을 진흥하거나 국제수지의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수입을 제한할 권리를 인정받는다. 동시에 비호혜적인 특혜 대우 조항이 적용된다. 미국은 개발도상국에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우대하는데, 이를 흔히 일반특혜관세제도(GSP: General System of Preference)라고 부른다.
- 스파이를 돈을 주고 고용했던 사례도 있다. 이와 같은 공격을 통해 지식 재산을 도난당한 미국 기업에는 애플, 보잉, 마이크론 테크놀러지, 코카콜라, 듀폰, 구글, 야후, 티모바일, 어도비, 다우케미컬, 제너럴 일렉트릭, 몬샌토, 모건 스탠리 등이 있다. 실제로 지식재산권의 절도는 미국에 연간 3천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초래한다.
- 소규모 회의가 끝나고 몇 분 후, 나는 인민대회당의 동굴 같은 방에 지름이 10피트 정도 되는 크리스털 샹들리에 아래 앉아 있었다. 멋진 비율의 화려한 회의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양국의 대표단이 두줄로 나란히 마주 보고 있었다. 한쪽 중앙에는 시진핑 주석이 있었다. 반대편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12명의 고위 관리들을 거느리고 앉았다. 트럼프 대통령 옆에는 렉스 틸러슨(Rex Tillerson) 국무장관과 주중 미국 대사인 테리 브랜스태드(Terry Branstad) 전 아이오와 주지사가 나란히 앉았다. 나는 엑손의 오래전 CEO였던 틸러슨 장관 옆에 앉았다. 그는 정말 국무장관다운 풍채를 보였다. 그는 이런 큰 행사에서도 집처럼 편안해 보였는데, 무대 뒤에서 일상적으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일할 때와는 다소 다른 분위기였다. 환영 행사의 환대에도 불구하고, 본질적으로 양쪽 군대의 수뇌부가 서로 대치하는 자리였다. 다른 행사와 마찬가지로 개회사는 사전에 직원들과 상의하여 문구를 다듬고 각 문구의 의미를 신중하게 검토하는 등 고도로 준비된 각본에 맞춰 진행되었다.
- 그런데 예상치 못한 '커브볼'이 등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문제에 대한 짧은 성명을 발표한 후 잠시 내 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를 불러서 우리의 입장을 중국 측에 전달해 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단어 하나하나에 내용을 담아 신중하게 대본을 짠 성명을 발표하지 않았다. 주로 무역에 대한 즉흥적인 생각과 수년간 미국 경제에 미친 무역의 영향, 그리고 미국 노동자에 관한 생각이 물 흐르듯 이어졌다. 오히려 즉흥 연설인 덕분에 할 말을 찾기가 더 쉬웠다. 그 후 몇 분 동안 매우 정중하면서도 직접적인 방식으로 중국 지도부에 현재 무역 상황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설명했다. 나는 기술도용, 지식재산권 보호의 실패, 사이버 도용을 차례차례 짚은 후, 이전 두 행정부에서 열린 숱한 회담에서 진전이 없었으며 막대한 무역적자가 계속되었다고 이야기했다. 이 모든 논점을 우리의 관점에서 이해시키기 위해 미국 국민이 왜 이 불균등하고 불공정한 경제관계를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보는지, 그리고 많은 지역사회 사람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전달하고자 했다.
- 중국인들은 내 말에 놀란 표정이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들은 고도로 짜인 회의 중에 발생한 솔직한 연설에 적절한 반응을 고심하고 있었다. 중국공산당 최고 당국자를 겨냥한 공개적이고 비판적인 연설을 하리라고는 그들도 예상치 못했다. 내가 연설한 후 중국 대표단은 마치 합의라도 한 듯이 준비한 나머지 공식 성명을 계속 읽었다. 내 주장에 대한 직접적인 반응은 없었지만, 무대 뒤에 상당한 갑론을박이 있었으리라고 생각된다. 몇 분 후 회의가 끝나고 퇴장하기 시작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내게 다가와 내 성명을 다시 한번 읽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그에게 성명서를 따로 준비하지 않았다고 솔직히 말했다.
- 그날 밤 대규모 국빈 만찬에서 나는 7명으로 구성된 정치국 상무위원의 다섯 번째와 일곱 번째 사이 좌석에 앉게 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었다. 상무위원들은 실질적으로 중국을 움직이는 인물들이다. 만찬 테이블에 다다랐을 때 직원이 다가와 내 자리가 정치국 상무위원 중 서열상 세 번째와 다섯 번째 사이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중국인들이 이제야 중국 무역정책 수립에 내가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구나 싶었다. 내 업무가 재평가되고 순위가 몇 단계 올라간 것이다.
- 공평한 경쟁의 장을 보장할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2001년 중국의 WTO 가입을 허용한 것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결정이었다. 이는 중국의 경제와 정치 체계가 작동하는 방식과 미국이 보유한 전략적 영향력의 역동적 기능을 잘못 계산한 데서 비롯된다. 2000년에 중국에 항구적 정상무역관계(PNTR) 지위를 부여함으로써 중국의 무역지위에 대한 연례 검토가 포기되었는데, 사실상 이것이야말로 중요한 협상 카드였다. 무엇보다도 연례 검토는 그간 대중국 사업 불확실성을 키워왔다는 점이다. 내년에 중국에서 미국으로 제품을 수출할 때 높은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있다면, ...
- 무엇보다도 중국은 강제 기술이전, 지식재산권, 비관세 장벽, 사이버 침입 및 도용, 서비스 시장 접근, 농산물 시장 접근 등 구조적 개선에 대한 협상을 즉시 시작하기로 했다. 90일 이내에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합의가 불발될 경우,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는 10%에서 25%로 인상될 것이다. 다시 말해, 2019년 3월 1일이라는 촉박한 시한이 우리에게 주어졌고, 이 기간에 복잡하고 어려운 협상을 완료해야 했다.
- 만찬 중인 대통령과 나는 몰랐던 사실인데, 같은 날 밤 중국 대기업 화웨이의 창업자의 딸이자 최고재무책임자인 멍완저우가 미국의 요청으로 캐나다에서 체포되었다. 멍완저우와 화웨이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실이 알려졌더라면 멍완저우의 체포로 두 정상의 회담이 완전히 무산될 수도 있었다. 화웨이 문제는 중국과의 대화에서 정기적으로 논의의 대상이 되고 때로는 복잡한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
- 우리는 균형과 공정성을 달성하고, 핵심 분야에서의 의존성을 제거하고, 각 방향의 투자를 줄이고, 기술의 상호 의존을 중단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4년에 걸쳐 이러한 정책을 펼쳤다. 역사는 이를 세계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의 서막으로 기록할 것이다. 2017년 국가안보전략회의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처음으로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하고 중국의 군사적, 외교적, 경제적 침략을 비난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통령은 이렇게 발언했다. "최초로 미국의 국가 전략이 경제 안보가 곧 국가 안보라는 인식 하에 출발했다." 그렇다면 전략적 디커플링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일까?
- 첫째, 경제 정책의 최우선 목표는 재균형이어야 한다. 우리는 상품 무역적자로 인해 6조 달러의 부를 중국으로 이전했다. 물론 재균형에는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강하게 만드는 제도들이 포함되어야 한다. 세금 인하, 불필요한 규제 철폐, 합리적인 보조금과 산업 정책이 필요하다.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단계가 초당적인 2022년 반도체법의 제정이다. 이 법은 반도체 제조·연구에 대해 보조금과 세금 공제를 제공하는 내용으로, 미국이 필수 반도체 부문에서 리더십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조치만으로는 균형 잡힌 무역을 달성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모든 올바른 국내 경제 정책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고평가 된 통화와 불공정한 중국 관행에 직면할 것이다. 균형을 이루려면 강력한 무역정책이 필요하다.
- 균형을 맞추기 위한 중요한 단계는 미국이 중국에 대해 "정상무역관계"라고도 불리는 최혜국대우(MFN)를 폐지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2000년에 있었던 실수를 바로잡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정상무역관계가 아닌 중국은 수입품에 대해 더 높은 "제2열 관세"를 내야 한다. 물론 법률에 따라 이는 면제될 수 있으며, 의회는 매년 중국의 행동을 검토하여 의무 면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 MFN 지위를 철회한다고 해서 그 자체로 균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또 다른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나는 무역 균형을 달성하기 위해 중국으로부터의 모든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그 관세를 점진적으로 인상 내지 인하할 것을 제안한다. 관세는 간단하고 유연한 도구다. 부과가 간단하고, 구조가 잘 정립되어 있으며, 비교적 집행이 쉬우며, 일반적으로 그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또한 관세를 통해 미국 정부는 수십억 달러의 추가 수입을 거둘 수 있으니 재정 적자를 해소할 수 있다. 중국은 말할 것도 없이 중국에서 활동하는 미국 기업과 수입업체들도 반대하겠지만, 우리의 근로자와 국가 전반의 이익이 그들의 우려보다 앞서야 한다. 아마도 중국은 보복할 방법을 찾겠지만, 그렇게 된다 해도 전략적 디커플링의 속도가 더 빨라질 뿐이다. 게다가 양국 관계의 불균형이 너무 심해서 중국의 선택지 역시 제한적이다. 2018년 301조 조치 때 중국의 수입량이 너무 적어서 보복에 한계가 있었던 상황을 되새겨보자. 나는 추가 관세를 명확하게 시행하되, 혼란을 최소화하고 기업들이 현재의 관행을 바꿀 수 있는 시간 여유를 주도록 단계적으로 시행할 것을 제안한다. 이러한 관세는 결국 컴퓨터와 모바일폰 생산을 포함한 제조업의 상당 부분을 미국으로, 그리고 때에 따라서는 동맹국에게로 되돌려줄 것이다.
- 모든 정책 변경에서 권장되는 것처럼, 우리는 먼저 목표를 명확히 한 다음 중국 정부와 우리 기업들에 우리의 목표가 무엇이고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알려야 한다. 우리는 중국의 공정한 발전을 막으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발전을 촉진하려는 것이다. 우리의 목표에 대해 오해가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 둘째, 미국 제조업체와 서비스 제공업체가 중국과의 경쟁을 저해하는 불공정 무역 소송을 더 쉽게 제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반덤핑, 상계관세 및 이와 유사한 제소에 불필요한 장애물들이 여럿 존재한다. 다른 비관세 장벽들도 궁극적으로 소송이 효과적인 구제를 제공하지 못하는 장해 요인이 된다. 상당수는 기술적인 문제이므로 수정할 수 있다. 하지만 관세의 균형 외에도 우리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서 중국 생산업체의 부당한 이득에 대응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치가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 셋째, 중국에 대한 전략적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 현재 우리는 필수 의약품, 보호 장비, 핵심 기술, 생산 원자재 등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이렇게 적대국에 의존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위기의 시기에 우리의 운명을 그들의 처분에 맡기는 셈이다. 우리는 필수물자를 국내에서 생산하는 정책이 필요하며,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신뢰할 수 있는 대체 공급원을 찾아야 한다.
- 넷째, 양국 간 투자를 줄이는 정책이 중요하다. 미국 자본시장은 대중국 신규 투자의 필수적인 원천이며, 중국의 대미 투자는 기술, 데이터 또는 다른 이점을 확보한다는 전략적 목표에 도움이 되는 경우에만 이루어진다. 또한 중국은 인바운드 투자를 자국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허용한다. 우리도 똑같이 해야 한다.
- 전통적으로 미국은 해외 투자에 대한 실질적인 규제가 없었다. 일반적으로 외국 경제에 대한 미국인의 자유로운 투자를 허용하는 것은 국익에 부합하지만, 중국의 경우는 다르다. AI 등 민감한 기술을 연구하는 미국 첨단 테크 기업들은 생산 기반뿐 아니라 연구 개발수요를 위해 중국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한편으로 중국의 민군 공용 첨단 기술 개발로 흘러가서 중국의 군사력에 직접 영향을 준다.
- 이렇듯 우리는 CFIUS와 반도체법의 새로운 국외 투자 제한과 같은 기존 법률을 최대한 활용하고, 국익에 부합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미국 기업이 중국에 투자하는 행위를 중단할 수 있는 능력을 정부에 부여해야 한다. 이 새로운 권한에는 기간 인프라 또는 기간 서비스와 관련된 기술에 중국의 지분 소유를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 기업 스스로는 결코 이 일을 해낼 수 없다.
- 다섯째, 강력한 수출 통제 정책이 필요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에 대한 새로운 정책을 시작했고, 이제 우리는 그 청사진을 구체화하고 그동안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이를 강화해야 한다. 우리 기술의 수출 통제는 그야말로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미국의 수출 통제 체제는 복잡하다. 무기수출통제법, 국제긴급경제권한법, 수출통제개혁법 등 여러 법령에서 제각각 관할권을 부여하고 있다. 방산물자 및 서비스, 민군 겸용 물질, 핵물질, 생물무기의 수출에 관한 협정이 체결되어 있다. 주요 관련 기관은 민감한 군산 물품, 소프트웨어와 기술을 통제하는 상무부와 방위품 및 서비스를 통제하는 국무부다. 또한 국방부는 라이선스 요청을 평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재무부는 이 분야에서 미국의 제재를 관리한다.
- 여섯째, 기술 상호의존은 중단되어야 한다. 미국은 안보 및 이중용도 기술(민간 및 군사용으로 사용되는 기술) 분야에서 협력을 중단하고, 필요한 경우 해당 제품의 수입도 중단해야 한다. 기술가치 때문에 통제되는 제품과 서비스는 미국에서 생산되거나 중국이 개입하지 않은 동맹국에서 수입되어야 한다. 드론과 같이 보안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이중 용도 제품은 이 범주로 분류해야 한다. 양국의 기술 분야는 서로 거리를 두어야 한다. 또한 "중국 제조 2025" 부문에서 미국 기업이 중국 기업과 협력하고 있는지를 자세히 검토해야 한다. 여기에는 항공우주, 생명공학, 정보, 정보기술, 스마트 제조, 첨단 철도, 전기 자동차, 신소재, 로봇 공학, 인공 지능 등이 포함된다. 모두 경제 안보에 매우 긴요한 분야로, 중국은 이들 분야에서 우월하고 독립적인 국가가 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 일곱째, 우리는 전반적으로 시장 접근의 상호성을 주장해야 한다. 위에서 논의한 관세와 기타 조치의 조합은 상품 무역의 균형과 기술 보호로 이어진다 해도, 서비스 시장 접근과 관련하여 여전히 큰 문제가 남아 있다. 알리바바, 틱톡(Tik Tok), 위챗(WeChat) 등 많은 중국 서비스 기업이 우리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데, 아마존과 구글 같은 기업은 접근할 수 없고 마이크로소프트와 IBM 같은 기업은 제한적으로만 접근할 수 있다. 우리 기업이 중국에서 동등한 권리를 가질 수 없다면, 중국 기업의 미국 내 사업권을 우리도 거부해야 한다. 그렇다면 중국이 이 권리를 허용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미국 기업이 다시 자국 시장을 지배하게 될 것이다. 이와 별개로 미국은 틱톡과 같은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 우리 국내에서 운영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 이 앱은 중국공산당이 미국 시민에 관한 데이터 수집에 사용된다. 또한 친중 선전을 퍼뜨리고 국가 담론을 방해하는 데도 이용된다.
- 여덟째, 미국은 미국 정치와 사회에 영향을 미치려는 중국의 노력에 맞서기 위한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 중국 정부와 그 기관들은 정기적으로 미국 시민 사회의 논쟁에 참여하여 미국인들이 양국 관 4계를 바라보는 시각에 영향을 미치려고 한다. 중국 국영 신문은 미국 지역 신문에 전면 광고를 게재한다. 중국 정부 기관은 미국 대학과 협력하여 정부의 지원을 받는 교사를 통해 천안문 학살과 같은 '민감한' 주제를 피하면서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가르치는 "공자학원"을 설립한다. 중국 기부자들은 클린턴 재단 등 주요 정치 담론을 형성하는 미국 비영리 단체에 아낌없이 기부하고 있다. 또한 믿을 만한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의 한 자본가가 바이든 외교 및 글로벌 참여 센터가 설립되는 시점에 펜실베이니아 대학에 수백만 달러를 기부했으며 델라웨어 대학과 바이든 연구소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는 정보가 있다.
-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중국에 대한 도전에 나섰다. 앞서 설명한 대로, 우리는 301조를 사용하여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했다
- 그렇게 해야 하는 지정학적 이유는 분명했다. 인도는 중국의 타고난 적대국이다. 또한 인도에는 교육 수준이 높고 똑똑한 인구와 값싼 노동력이 풍부하게 분포되어 있다.
- 한국은 미국의 중요한 동맹국이다. 그러나 유럽의 일부 국가와 마찬가지로 양국 간 경제 관계는 균형을 잃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지불하고, 한국이 미국의 수출에 걸림돌을 그대로 두고 매년 막대한 무역흑자를 가져간다는 사실에 화를 내곤 했다. 2021년 한국의 GDP는 약 1조 7천억 달러로 캐나다와 비슷한 규모다. 1960년 경제 총규모가 40억 달러 미만이었던 국가로서는 대단한 성과이다. 2001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의 GDP는 1조 9,000억 달러(USD)로 성장해서 연평균 성장률 3.62%에 달한다. 2001년~2021년 사이에 한국에 대한 미국의 상품 및 서비스 무역적자는 누적 2,164억 달러에 달했다. 12 2020년 한국-미국의 총 상품 및 서비스 무역적자는 172억 달러다. 이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은 운송 장비 분야의 184억 7천만 달러의 적자(자동차 137억 달러 적자와 자동차 부품 54억 달러 적자가 포함된다)다. 다음으로 컴퓨터 및 전자 제품에서 104억 6천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여기에는 반도체와 전자 제품의 55억 달러 적자와 자기 및 광학 미디어에서 41억 달러 적자가 포함되어 있다. 15 우리는 한국에 광물 연료, 기계류, 일부 차량과 대량의 농산물을 판매한다.
- 역사적으로 한국의 경제 발전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하는 전략 산업 정책에 의해 주도되었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 한국 정부는 저렴한 신용, 정부 투자, 수입품으로부터의 보호 등을 통해 중화학 산업을 집중 육성했다. "이는 환율 조작과 특혜 기업에 대한 정부 감독과 함께 한국의 빠른 산업화를 가능하게 했다." 오늘날 한국은 전략 부문의 한국기업에 대한 한국산업은행의 금융 지원을 통해 이러한 정책 기조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 한국에도 과점의 일부 측면이 존재한다. 한국에는 기업집단을 형성하여 부를 축적하고 종종 수입품에 대항하기 위해 활동하는 몇몇 대기업이 있다. 이를 재벌(문자 그대로 "부유한 가문"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러한 재벌 시스템은 경제 성장을 가속화하고 해외에서 한국의 입지를 강화한 것은 분명하지만, 독점적 관행과 지배구조, 정치 부패 혐의가 심심찮게 제기되는 상황이다. 재벌은 기업규모와 정치적 영향력을 이용해 일본의 게이레츠와 유사한 방식으로 경제를 통제하고 있다.
- 한국과 미국은 일반적으로 우호적인 무역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2012년에 한미 자유무역협정(KORUS)이 발효되었다. 이 협정에는 다소 굴곡진 역사가 숨겨져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6년과 2007년에 협상이 타결되었다. 그런데 의회가 후속 법안을 통과시킬 만큼 정치적 지지가 충분하지 않았다. 2008년 대선 캠페인에서 오바마 후보는 이 협정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라며 반대했다. 그는 대체로 자동차 노조의 입장을 반영했다. 그러나 선거가 끝난 후 오바마는 NAFTA의 경우처럼 또다시 태도를 바꿨다. 오바마 행정부는 2011년 12월까지 몇 가지 사소한 변경 사항을 재협상한 후 이를 의회에 제출했다. 공화당의 다수 지지를 받으며 한미 FTA 협정은 의회에서 통과되었다.
- 많은 이들의 예상대로 KORUS로 인해 한국과의 무역 적자 규모는 크게 늘었다. 물론 최대의 단일 적자 부문은 자동차였다. 한국은 미국산 자동차를 거의 추가로 수입하지 않았지만, 미국에 수출하는 물량은 크게 늘었다. 트럼프 후보는 이 협정이 일자리를 죽이는 협정이라며 반대 캠페인을 벌였다. 하지만 전임자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진심 어린 발언을 했다. 그는 협정에서 탈퇴하고 한국산 자동차를 포함한 모든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행정부의 국가 안보 정책 담당자들은 걱정이 컸다. 트럼프는 내게 재협상하지 않으면 협정을 취소하라고 지시했다. 우리는 미국의 협정 철회를 위한 법적 근거를 준비했고, 대통령은 새로운 협상이 성공하지 못하면 곧 서명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 다른 무역협정과 마찬가지로 한국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직감이 옳았다는 것은 조금만 들여다봐도 알 수 있다. 한미 FTA의 특정 조항 때문에 양국 간 무역 조건이 불균형하고 계속 악화할 운명이었다. 변화가 없다면 우리의 무역적자는 훨씬 더 나빠질 것이다. 예를 들어, 2012년 KORUS 발효 후 첫 4년 동안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약 4억 달러에서 거의 13억 달러로 증가했다.
- 김현종 본부장은 엄격한 관리자였고 자신의 팀원이 24시간 내내 일하기를 원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 문화와 협상 스타일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김장관과 나는 여러 차례 회의했다. 그는 누구보다 미국 스포츠에 대해 정통했다. 나는 그가 좋았다. 그의 페르소나는 뉴요커를 닮았다. 결국 그는 정치적으로 자신이 거래를 성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 팀은 미국 자동차의 한국 수출을 더 쉽게 하고트럭 관세의 단계적 철폐를 유예하는 데 중점을 두고 몇 주 동안 한미 FTA 수정안 작성에 몰두했다. 재협상에는 균형을 맞추기 위한 몇 가지 양보가 포함되었다. 한국은 특정 농업 분야의 장벽을 철폐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최대 5만 대의 미국산 자동차 수입 제한을 변경 사항에 포함하기로 동의했다. 대미 철강 수출을 제한하고 한국 내 미국 기업이 직면한 마찰을 완화하기 위해 몇 가지 기술적 변경에도 동의했다. 무엇보다 훌륭한 성과는 원래 합의에 포함되어 있던 소형 트럭 관세 철폐를 연기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미국 자동차 회사 수익의 대부분은 미국산 소형 트럭을 미국 운전자에게 판매할 때 발생한다. 간단히 말해, 이 시장이 없었다면 많은 기업이 살아남지 못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소형 트럭 시장에는 기본적으로 수입품이 존재하지 않는다. 역사적인 이유로 미국은 소형 트럭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 때문이다. 애초 한미 FTA는 2019년부터 관세 철폐에 합의했었다. 트럭을 만들어본 적도 없던 한국 자동차 회사들이 막바지에 미국 소형 트럭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었다. 만약 이를 허용했다면 우리 업계와 노동자들은 큰 대가를 치렀을 것이다. 새로운 협정에서 한국은 이 조항을 20년 더 미루기로 합의했다. 2038년에 후임자가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 한국은 또한 특정 통관 절차 및 의약품 환급 절차를 변경하는 데 동의했다. 우리로서는 다음의 내용을 양보했다. 미국으로 수입되는 철강 쿼터는 232조에 따른 추가 관세를 제외하기로 했다(쿼터를 초과하는 물량은 관세가 부과된다). 또한 미국이 잘못 결정되었다고 생각하는 두 건의 WTO 계류사건에 대해 수용할 수 있는 해답을 찾기로 합의했다. 몇 달 후인 2018년 9월,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 기간 중 양국 정상은 FTA 수정안에 공식적으로 서명했다. 우리는 잘못된 협정을 수정하는 첫 번째 큰 거래를 성사했고, 자동차 노동자를 비롯한 미국 노동자들이 심각한 피해를 피하도록 도왔다. 한국은 여전히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고 있다.
- 한국이 철강과 픽업트럭에 대한 미국의 관세 인하 혜택을 누렸다면, 그리고 우리가 한국의 다양한 비관세 장벽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면, 상품수지적자가 계속 늘어났을 것이라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 일반적으로 달러의 가치는 다른 통화를 얼마나 많이 살 수 있는지에 따라 측정된다(일반적인 측정 기준으로는 매매기준율 외에도 국채 수요와 외환보유고가 포함된다). 고전 경제 이론에 따르면 무역적자를 보는 국가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통화가치가 약세를 보인다. 반대로 무역흑자를 내는 국가의 통화는 강세를 나타낸다. 흑자 국가의 경우 수입국의 고객이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기 위해 수출국의 통화가 필요하므로 해당 통화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적자 국가에서는 그 반대 현상이 일어나는데, 소비자들이 수입을 위해 다른 통화를 구매하기 때문에 해당 통화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가격이 하락할 것이다. 그 결과 한 국가의 무역 흑자가 커지고 통화가 강해지면 그 국가의 경쟁력이 약해진다. 통화가 강세를 보이면 수출품이 더 비싸지고 수입품은 더 저렴해진다. 일종의 자기 자정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반대로 적자 국가는 수출품은 더 저렴해지고 수입품은 더 비싸져서 경쟁력이 높아진다. 따라서 변동환율은 일정 동안 국가들을 균형 잡힌 무역으로 이끄는 경향이 있다. 한 국가가 적자를 낼 때는 생산이 촉진되고 흑자를 낼 때는 소비가 촉진된다.
- 이 책의 다른 곳에서 논의했듯이 이러한 현상은 미국에 반드시 들어맞지 않는다. 지난 25년 동안 미국은 수천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해 왔지만, 균형 잡힌 무역으로 나아갈 만큼 통화가 충분히 약화하지 않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0년 분석의 중위값은 8.8%인 데 반해, 달러는 11.8% 고평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우리가 판매하는 모든 수출품은 원가보다 11.8%나 더 비싸게 팔리고 있는 셈이다. 물론 수입품은 같은 비율만큼 싸게 들어온다. 이것이 무역적자의 주요 원인이다. 당연히 소비를 위축시키고 생산을 저해하게 된다.
-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이론들이 있다. 분명한 것은 무역과 무관한 달러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것이다. 국제 자본 흐름은 연간 수조 달러에 이르는데, 여기에는 민간 국경 간 금융 투자와 중앙은행과 국부펀드의 공공 부문 투자가 포함된다. 전 세계인들과 투자 펀드들은 경제 위기에 대비한 햇지 수단으로 달러를 매입한다. 이것이 이른바 안전자산 효과다. 예를 들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에 달러가 유로와 동등한 수준으로 강세를 보였다. 그동안 엔화도 달러당 137까지 떨어졌다. 달러는 또한 세계 기축통화이기 때문에 적절하게 조정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다른 정부들은 금을 보유했던 것처럼 외환보유고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 비달러 경제권 간의 무역을 위해 달러를 많이 사들이고 있다. 이는 달러에 대한 수요를 창출하고 가격을 상승시킨다. 설상가상으로 일부 국가는 경제적 이점을 얻기 위해 자국 통화를 조작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무역흑자를 더 쉽게 달성하고, 제조업 부문을 발전시킬 수 있다. 많은 국가가 이를 활용한다. 일본과 중국도 때때로 이 기법을 사용했다. 궁극적인 원인이 무엇이라고 결론을 내리든, 분명한 것은 미국이 고평가 된 통화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미국은 국내 시장과 해외 수출시장 양쪽에서 모두 경쟁하기 어렵다. 그래서 우리 농부와 제조업체, 더 나아가 모든 고용인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받게 된다.
- 국제 협정 때문에 (그리고 GATT와 WTO의 이해되지 않는 숱한 사례의 결과로) 미국 제조업체와 근로자는 불이익을 받는 사례로는, 일부 세금은 국경 간 조정이 이루어지고 일부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이에 대해서는 15장에서 간략하게 설명한 바 있다). 이 사소해 보이는 차이가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국경 조정이 의미하는 바는, 수출품에 대한 일부 세금이 수출 기업에게 환급(반환)되고, 수입품이 어떤 국가에 들어올 때도 같은 세금이 부과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직접세와 간접세를 통해 국고 자금을 조달한다. 직접세의 예로는 정부에 직접 납부하는 소득세를 들 수 있다. 간접세의 예로는 부가가치세 또는 판매세를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징수한 후 정부에 납부한다.
- 경제학자들은 다양한 세금을 실제로 납부하는 사람을 기준으로 구분한 다음 각각의 다른 대우를 정당화한다. 이러한 경제학자들의 형이상학적 분석과 역사적 선례에 따라 간접세는 국경 조정이 이루어지고 직접세는 그렇지 않다. 국가는 흔히 직접세와 간접세의 조합을 통해 재정의 상당 부분을 조달하는데, 대부분 국가가 미국과 달리 부가가치세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 연방 정부는 소득세와 사회보장세 및 의료보장세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으며, 그 외에는 약간의 소비세가 있을 뿐이다. 일부 주에서는 판매세에 의존하기도 한다. 미국이 전적으로 국경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는 세금에 의존한다는 사실은 기업 활동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이 점이 현실 세계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왜 미국 경제에 나쁜지 살펴보자. 프랑스 회사와 미국 회사가 모두 기계를 제조한다고 가정해 보겠다. 프랑스 회사는 자국에서 판매되는 제품에 대해 25%의 부가가치세를 납부한다. 하지만 이 기계를 미국으로 수출하면 제조 과정에서 부가가치세로 납부했던 25%의 세금이 회사로 환급되기 때문에 제품을 더 저렴하게 팔 수 있고 생산자에게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준다. 자연히 수출 판매를 장려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이것이 바로 세금의 국경 조정이다. 따라서 수출 시장(이 예에서는 우리 미국 시장)에서 프랑스 회사는 세금 부담 없이 판매할 수 있으며, 그 덕분에 경쟁력이 더욱 높아진다.
(리뷰자 주 : 프랑스 회사가 자국 내에서 기계를 소비할 경우 회사는 25%의 부가가치세를 자국에 납부하고 끝난다. 이 기계를 미국 등의 해외로 수출할 경우 그 부가가치세가 환급되기 때문에 해당 회사에 추가적 이익이 생긴다는 말인데, 반대로 미국은 이런 부가가치세를 부과하지 않기 때문에 자국내 소비에서 국가가 회사에게 얻는 수익이 없다. 다시 말해 미국은 수출보다 내수를 장려한다는 의미인데, 이는 국가적 정책의 방향성 차이일 뿐 아닌가? 그로 인한 수익성 약화를 타국에 관세를 부과해 메꾸겠다는 말인데, 이는 굉장히 '미국 중심적' 주장이다. 다시 말해 '미국'은 모든 것의 우위를 선점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입장에서 유불리를 따지고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건전한 일이지만, 이에 대해 프랑스의 정책을 비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 한편, 같은 기계를 만드는 미국 회사는 미국에서 판매할 때는 모든 세금을 내야 된다. 그런데 예를 들어 프랑스에 기계를 수출한다고 해서 미국에서 낸 세금(법인 소득세와 고용주가 부담하는 사회보장세 및 의료보험세의 분담금)을 환급받지 못한다. 게다가 프랑스 시장에 기계를 통관할 때 프랑스에 추가로 25%의 부가가치세를 내야 한다. 간단히 말해서, 소득세는 환급되거나 국경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는 데 반해, 부가가치세는 환급된다. 기업 활동 관점에서 보면 경제적 영향이 얼마나 큰지 쉽게 알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프랑스산 기계를 미국이 아닌 부가세가 부과되는 다른 나라에서 판매할 경우 그 영향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각국의 세관 당국은 수출품에 부가가치세를 환급하고 또 수입품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한다. 이러한 근거 없는 세금 차이에서 거의 유일하게 손해 보는 측은 미국이다. 미국 기업이 국내에서 100달러에 판매하는 기계가 프랑스에서는 125달러에 팔아야 한다. 프랑스 회사가 본국에서 100달러에 파는 기계가 미국에서는 75달러에 판매할 수 있다. 물론 요지를 전달하고자 아주 단순화한 예이다. 배송비와 기타 수출 관련 비용 등도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다.
- 경제학자들은 두 제조업체 모두 프랑스에서 세금을 내고 미국에서도 부가가치세를 납부하므로 큰 차이가 없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사업가들은 전혀 다른 관점에서 생각한다. 이들에게 부가가치세는 관세와 매우 비슷하게 기능한다. 공정하게 말하면 주 정부의 판매세는 부가가치세와 같은 방식(수입에 부과하고 수출에 환급)으로 운영되지만, 그 규모 면에서 상당히 차이가 있다. 판매세는 6%이나, EU의 평균 부가가치세는 21%에 달한다. 또한 경제학자들은 우리 통화의 가치가 약세가 되어 외국 기업의 세금 혜택을 상쇄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실제 영향이 있다고 한들 그 효과가 미미하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 주장의 허점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 통화가 적절하게 조절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조업의 관점에서 부가가치세가 분명한 이점이 있기 때문에, 많은 국가에서 소득세를 인하하고 부가가치세를 인상하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미국과 같이 부가가치세가 없는 국가가 더욱 불리해진다. 만약 경제학자들의 주장이 옳고 이런 불균형이 문제가 아니라면, 왜 유럽인들은 그렇게 열렬히 현 제도를 고수하려는 걸까?
- 이 딜레마에 대한 해답으로, 일각에서는 미국이 자체적으로 부가가치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은 현실 정책의 문제다. 부가가치세는 명백히 역진성 문제가 있다. 미국에서 판매세가 인기가 없는 이유다. 상거래에 차질을 빚는 여러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다. 더 근본적으로는 국가 간 불평등을 극복하기 위해 세금 제도를 바꿔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게다가 각종 세금에 대한 국경 조정에 차이가 있어야 할 논리적 이유도 없다.
(리뷰자 주 : 미국의 조세 정책이 타국과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인데, 그걸 해결하기 위해 다른 나라와의 국경과 관세를 조정해야 한다는 발상은... 그레이트 아메리카다.)
- 이 불공정성을 해결하고자 수년 동안 여러 노력이 계속되었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 미국 세법은 이른바 국내수출전담법인 (DISC)을 규정했다. 미국에 있는 수출업체는 자회사를 설립해서 수출 매출액의 일정 비율에 대해 세금을 부과받지 않을 수 있었다. 이렇게 하면 불이익이 일부 상쇄될 수 있었다. 그런데 유럽이 소송을 제기해서 WTO가 우리 법이 협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결정하기 전까지 수년 동안만 시행되었다. 우리의 남은 선택은 이 규정을 폐지하거나 보복에 직면하는 것뿐이었다. 레이건 행정부 후반에 우리는 WTO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DISC 규정을 수정했다. 새로운 법인은 해외수출판매법인이라고 불렸고, 이 법인이 수출을 통해 거둔 이익에 대해서는 특정 한도 내에서 면제받도록 했다. 그러나 개정된 규정도 WTO에 제소당했다. 모두가 불공평하다고 보더라도 현재 우위를 가진 나라들은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으려 했고, WTO는 우리의 불만에 대해 특별히 우호적인 법정은 아니었다.
- 2016년 폴 라이언 하원의장, 케빈 브래디 세입위원회 위원장과 공화당의 동료 하원의원들은 미국에 부가가치세가 없어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새로운 조세법안(일명 "조세 개혁 청사진")을 제안했다.
- 이 조세안을 더욱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 국외로 반출되는 미국산 재화와 서비스의 현금흐름은 과세되지 않으며, (2) 미국산 재화 및 서비스의 현금 흐름이 국내에서 소비되는 경우 20%의 세금이 부과되며 국내 생산 비용은 전액 공제된다. (3) 수입 상품과 서비스의 현금 흐름에 대해서는 20%의 세금이 부과되며 해외 생산 비용은 공제되지 않는다.
- 이 조세안이 실현된다면 우리에게 불리한 측면을 거의 백지화할 뿐만 아니라, 현재의 무역과 서비스 적자를 고려할 때 충분한 세수를 거둬 법인세율을 대폭 인하할 여력이 생겼을 것이다(예를 들어, 조세 개혁 청사진에서 제안된 20% 법인세는 당시 법인 소득에 대해 35% 세율을 적용한 것만큼의 세수 효과가 예상되었다). 궁극적으로 이 조세안은 세금이 부과되는 대상을 국내 기업의 이윤이 아니라 국내 소비로 인한 현금 흐름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임금 공제 때문에 부가가치세와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세금은 오로지 인건비를 포함한 순현금흐름으로 측정된 국내 기업 이익에만 적용될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이 과세 방식이 국내 제조업, 지식재산권 개발 및 서비스 활동을 촉진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고 수년 동안 찬사를 보냈건만, 정치권에서는 매우 모험적인 제안으로 받아들였다. 보잉, 제너럴 일렉트릭, 인텔 등 미국 최대 수출업체들은 이 조세안을 지지했다.
- 물론 WTO가 이러한 협상을 촉진할 수 있다. 그러나 기껏해야 대부분 미국인에게 점진적인 진전만을 가져다줄 것이다. WTO 협상은 중국과 러시아 같은 국가들 사이에서도 만장일치 합의가 필요한 관계로, 우리가 WTO에서 하는 어떤 일도 주요 당면 문제를 해결하거나 무역의 궤도를 바꾸지 못할 것이다. WTO의 진전을 기다리기보다는 일방적으로 또는 같은 생각을 가진 소수의 국가와 함께 행동할 준비를 해야 한다.
-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미국 무역정책에 대한 몇 가지 구체적인 변화상을 제안하고자 한다. 먼저, 이전 장에서 자유무역 대 보호주의의 정치적 논쟁과 그것이 어떻게 자유무역 대 공정 무역의 논쟁으로 발전했는지를 서술했다. 중요한 것은 우리 시장 내에서 지속적으로 공정 무역을 의무화하고 무역 상대국의 호혜성을 요구해야 한다. 또한 기존의 기본적인 무역 수단인 반덤핑법, 상계 관세법, 301조 및 기타 무역 구제법을 포함한 각종 정책을 준수하고 이를 강력하게 집행한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 방식은 항상 본질적으로 한계가 있다. 우리가 하나의 불공정 관행을 중단하면 다른 국가들이 또 다른 불공정 관행을 시작할 것이다. 이러한 법의 토대는 강력하나 이행이 늘 일관되지 않는다. 중국의 산업 기반이 우리의 것을 앞설 세계에 대비해 법률을 개정하고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법을 집행하든 "두더지 잡기 게임"은 장기적인 승리 전략이 될 수 없다.
- 둘째,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다. 전 세계 어느 곳에서든 불공정한 대우를 받고 있다면 그에 대한 반격으로 공정성을 요구해야 한다. 다른 국가들이 우리에게 사실상 최혜국대우(MFN) 혜택을 거부하는데 우리 시장을 접근하게 방치해서는 안 된다. 수년 전에 협상된 협정이나 WTO의 부적절한 분쟁해결절차를 근거로 근본적인 불공정성을 방어하는 행위는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다른 국가들이 우리를 진지하게 대하도록 설득하려면 우리는 일방적인 조처를 할 태세여야 한다. 우리는 301조를 단호하고 일관되게 사용하여 다른 국가들이 우리에게 공정한 접근을 허용하도록 압박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우리 시장의 접근을 거부해야 한다. 어떤 국가가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자국 시장에 대한 접근을 미국보다 더 유리한 조건으로 다른 국가에 허용한다면, 우리는 해당 국가가 우리 시장에 접근하기 어렵게 맞대응해야 한다. 이러한 정책은 상호주의라는 전통적인 개념과 우리의 권리를 일방적으로 집행한다는 최신 개념을 하나로 결합한 것이다.
- 셋째, 수입 관련 법률의 실질적인 변화가 요구된다. 국내 사회협약을 수입 분야에도 적용해야 한다. 문명국이 노동권, 환경 보호, 건강 및 안전 문제와 같은 사회적으로 유리한 분야에서 고용주에게 일정한 최소 기준을 충족하도록 요구하겠다고 약속할 때, 본질적으로 이러한 목표가 순수한 경제적 효율성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깨끗한 식수, 공정한 노동관행과 같은 특정 사회적 결과에 대해 매장에서 더 높은 가격을 기꺼이 낼 의향이 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국내 시장에 수입품을 들여오는 기업에도 동일한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어떤 회사가 기본적인 환경 기준도 지키지 않는 나라에서 값싸게 제조한 상품을 미국으로 수입하는 것이 왜 허용되어야 할까? 마찬가지로, 어떤 기업이 타국에서 최소 노동 기준을 충족하지 않고 생산한 제품을 미국에 판매하고 이득을 얻어야 하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 우리는 사회적으로 필요한 정책 목록에 합의한 다음, 국내 생산품이든 수입품이든 똑같이 충족해야 하는 최소 기준을 세워야 한다. 이상적으로는 같은 생각을 가진 의원들과 이 목록에 합의하는 편이 더 낫다. 환경과 노동 분야는 물론, 작업자 안전. 식품 안전 등에도 이러한 기준이 적용될 수 있다. 이러한 최소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 수입품은 현재 불공정하고 인위적인 이점을 상쇄할 수 있는 관세를 수입 가격에 추가로 부과해야 한다.
- 이 아이디어의 한 예가 현재 미국 의회를 통과하고 있다. 많은 회원국이 수입품에 탄소 국경세를 부과하기를 원한다. 나도 동의한다. 다른 나라가 우리의 허용치보다 훨씬 더 많은 탄소를 사용하여 제품을 생산한다면, 왜 그 수입품이 훨씬 적은 탄소를 사용하여 생산된 미국 제품보다 우리 시장에서 가격 우위를 가져야 할까? 그러한 수수료는 지구 환경을 깨끗하게 하고 미국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 넷째, 미국은 특정 중요 산업에 대한 보조금 정책을 꾸준하게 개선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산업 보조금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 보조금은 시장의 비효율을 높이고, 국민을 위한 최선과 항상 일치하지 않는 정치적 고려로 인해 자원의 잘못된 배분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일부 분야에서는 보조금 없이는 경쟁할 수 없다. 미국이 잃을 수 없는 경제적 경쟁 분야가 있다. 우리는 이미 '중국 제조 2025' 계획에 대해 언급했다. 이 계획에서 다루는 10개 분야는 모두 세계 경제의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미국은 인공지능, 로봇 공학, 첨단 소재와 그 밖의 미래 산업에 대한 경쟁에서 패배할 여유가 없다.
- 안타깝게도 미국의 제조업체들은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뿐만 아니라 유럽, 한국, 일본에서 흘러나오는 수조 달러의 보조금에 힘입은 외국 기업들과 경쟁하며 우위를 점할 수 없다. 분명히, 우리는 보조금이 올바르게 집행되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말뿐이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우리의 첨단 반도체 산업은 고도로 민감한 군사 기술과 21세기 경제의 기반이 되는 다양한 민간 기술에 투입물로서 매우 중요하다. 미국은 이 기술을 발명했고, 우리는 보조금을 받는 외국산에 기술을 빼앗길 위험에 처해 있다. 지금도 우리는 최첨단 로직 칩 분야에서 최소 두 세대 이상 뒤처져 있으며, 전체 반도체 수요의 80% 이상을 수입하고 있다. 실제로 외산 반도체 없이는 F-35 전투기를 생산할 수 없다. 반도체 대부분을 미국에서 생산해야 한다. 이 목표는 정부의 지원 없이는 달성할 수 없다. 미국 내 반도체 제조에 수백억 달러를 지원하는 초당파적인 반도체 및 과학이 2022년에 통과된 것은 기대되는 첫걸음이다.
- 다섯째, 무엇보다 미국은 균형 잡힌 무역을 달성해야 한다. 해마다 수천억 달러, 때로는 1조 달러에 달하는 부를 무역 적자의 형태로 해외로 계속 이전해서는 안 된다. 생산보다 소비에 치우치면 가난해진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우리는 30년 동안 이렇게 소비를 해오며 18조 달러가 넘는 부를 다른 나라로 이전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돈은 외국의 이해관계자들이 미국 자산을 소유하고 그 자산의 미래 수익과 생산적 가치를 영구히 누리게 된다. 우리는 우리의 부와 주식, 부동산, 부채의 소유권을 다른 나라로 이전하며 점점 더 가난해지고 있다.
- 균형을 달성하기 위해 세 가지 방법을 논의했다. 하나는 거의 20년 전에 워런 버핏이 추천했던 방법이다. 미국으로 제품을 수입하는 모든 사람에게 미국에서 해당 제품이 같은 가치로 수출된다는 증명서를 요구하는 것이다. 이 정책은 분명 균형 잡힌 무역으로 이어질 것이다.
- 또 다른 접근 방식은 미국으로 들어오는 투자 자금에 유동적인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이다. 본질적으로 미국에 들어오는 외국 자본에 대해 시장 접근 수수료를 부과한다는 의미다. 달러 수요가 많은 시기에는 세금이 부과되어 외국 자본수익률을 낮춤으로써 달러에 대한 외국인 수요를 조절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그러면 자연히 우리의 통화가치가 하락하게 된다. 외국 자본이 무역 흑자 달러를 미국으로 가져올 때 세금이 없을 때보다 우리 자산을 더 적게 구매하게 된다. 시간이 흐르면 이 시장 접근 수수료가 균형 잡힌 글로벌 거래 시스템을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초당파적인 상원의원 모임은 2019년 <일자리와 번영을 위한 경쟁력 있는 달러법>에서 이러한 시스템을 제안한 바 있다. 이 접근 방식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 균형을 달성하기 위해 이 세금의 규모와 기간을 규제하는 권한을 부여하고자 한다.
- 마지막으로,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여 균형 잡힌 무역을 달성할 수 있다. 균형을 이룰 때까지 모든 수입품에 매년 점진적으로 높은 비율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균형을 이루면 그 균형을 유지하는 최저 수준까지 관세를 낮출 수 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달러의 고평가와 해외의 불공정한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상쇄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세 가지 옵션 중 어느 것이든 수용하겠지만, 관세를 선호하는 이유는 실행이 간단하고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기 쉬우며 관세를 징수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이미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관세는 정부의 관세 수입을 늘려 만성적인 재정 적자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 위에서 제시한 정책 의제는 상당히 포괄적인 것이 사실이다. 또한 나는 의회가 이를 즉시 시행하자고 제안할 생각은 없다. 일정 기간에 걸쳐 신중하게 실행해야 한다. 가장 시급한 우선순위는 중국과의 전략적 디커플링에 두어야 한다. 따라서 균형 잡힌 무역을 보장하는 메커니즘은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하며, 가능하다면 미국과 동맹국들이 함께 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1980년대 프랑스, 독일, 일본, 영국은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미국 달러의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역사적인 플라자 협정을 합의한 바 있었다. 그리고 이 협정은 미국의 동맹국들이 옛 체제에서 미국의 참여를 제한했던 불공정한 글로벌 관행을 해결하고자 협상에 나선 선례를 세웠다.
- 수십 년에 걸친 무역 불균형을 되돌리려면 시간이 걸리며, 이를 달성하기 위한 메커니즘은 신중하고 단계적으로 도입되어야만 소비자 물가 상승과 시장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
- 한편으로는 우리는 다른 나라에 비해 무역의 필요성이 훨씬 적다. 우리는 막대한 경제 규모를 가지고 있으며 필요한 대부분 제품을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다. 무역은 좋은 것이다. 무역은 많을수록 좋다. 공정한 무역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균형 잡힌 무역은 우리의 정언명령이어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는 정말 현명한 무역이 필요하다. 노동자, 농부, 기업에 우리는 많은 빚을 지고 있다.
- 다른 경제 정책과 마찬가지로, 무역에도 상충관계가 존재한다. 다른 것을 얻기 위해 무언가를 포기해야 한다. 소비재 가격이 저렴해지면 미국 내 일자리가 줄어들고 임금이 낮아진다. 더 많은 수입은 더 적은 제조를 의미한다. 무역적자는 국부 감소로 이어진다. 우리의 다른 삶과 마찬가지로 이 모든 것은 대가를 치뤄야 한다. 희생 없는 자유무역은 없다.
- 도널드 트럼프는 무역과 중국과의 경쟁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4년 만에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의 일관된 정책은 낡은 관념과 실패한 무역 협상에 얽매이지 않았다. 그는 일자리와 임금에 초점을 맞추었고, 행정부 직원들에게 우리가 내리는 모든 결정이 노동자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고 그들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조치를 일관되게 추진하라고 지시하고 독려했다. 무역정책의 변화는 4년 만에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단연코 좋은 출발이었다.
- 그런 맥락에서 우리나라에서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을 비롯한 산업계, 민간 연구소들은 트럼프 캠프의 <아젠다47>과 보수적인 헤리티지 재단에서 작성한 <프로젝트 2025> 등을 분석하며 앞으로의 전망을 가늠하느라 바쁘다. 여기에 로버트 라이트하이저의 <자유무역이라는 환상: No Trade is Free> 역시 반드시 필독서로 포함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해도 비단 옮긴이로서의 욕심 때문만은 아니리라.
- 로버트 라이트하이저는 트럼프 정부에서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지내며 WTO 기반의 다자간 무역시스템을 뒤흔들어놓은 인물이다. 흔히 트럼프맨, 또는 트럼프 통상정책의 키맨이라는 수식어가 뒤따라 다닌다. <월스트리트 저널: WSJ>의 정치 전문기자인 밥 데이비스는 그에 대해 상대방을 직설적으로 위협하여 힘을 빼놓은 다음 거래를 성사시키는 스타일로 트럼프 대통령과 상당히 닮은 꼴이라고 말한다. 또한 그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다면 비서실장 또는 재무부장관 후보로 거론되기도 한다. 그런 그가 트럼프노믹스의 3대 목표로 중국과의 전략적 디커플링, 미중 기술전쟁 승리, 무역적자 감축을 꼽고 있으며, 이는 직간접적으로 글로벌 경제에 큰 파고로 다가올 것은 분명하다.
- 라이트하이저는 이 책의 시작을 자신이 태어나고 자라난 오하이오주 애쉬타불라라는 작은 공업도시에서부터 출발한다. 주민 대부분이 일자리를 찾아 떠나거나 빈곤에 시달리고 주민의 10% 미만만이 대학 학위를 가지고 있다. 그는 애쉬타불라 항구를 오고 가는 컨테이너선이 누가 만든 물건들을 싣고 있냐는 물음을 던진다. 이렇게 그는 아주 영리하게도 중국과 세계 각국과의 무역전쟁의 정당성을 기술하기 전에 먼저 러스트벨트에서의 유년 경험, <연방주의자 논집>에서 해밀턴이 보인 열정, 가치 있는 인간조건으로서 일(Work)의 의미 등을 먼저 이야기한다. 얼어붙은 불평등한 시스템이 국제무역기구(WTO) 하에서 자유무역주의자들의 어리석은 실패, 또는 환상에서 시작되었다고 화살을 겨눈다. 아카데믹한 몽상가들, 금융자본가들, 자유주의자들이 WTO와 다자간 무역협정으로 피해자로 전락한 서민과 중산층들의 삶의 굴곡을 알지 못하거나, 때로는 무신경하게 굴었다고 그는 성토한다. 미국의 정치 지도자들이 무역의 균형을 이루는 데 실패함으로써, 미국의 노동자, 농부, 기업인들과 해체된 지역사회에 실로 많은 빚을 지고 있다고 그는 비판한다.
- 이 책을 읽다 보면, 그가 무역 협상의 현장을 진두지휘했던 수장이자 통상변호사로서 경력을 차치하고서라도 이 정도로 깊이 있는 무역 역사를 서술할 수 있다는 데 나는 감탄을 감출 수 없었다(아마도 같은 행정부 공무원으로서 더욱 그런 부러움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미국 정부가 지난 2019년 WTO 상소기구 위원의 임명을 보이콧함으로써 WTO 자체를 무력하게 만드는 모습을 지켜봤던 우리로서는 솔직히 어리둥절한 대목이 여럿 있을 수밖에 없다.
- 이 책을 번역하며 나는 대학시절 소전(素田) 정진홍 교수께서 종교현상학 강의에서 들려주셨던 한 우화를 떠올렸다.
- 한 스승이 자신의 제자에게 예화를 들려주었다.
장난이 심한 원숭이에게 신은 세 개의 화살을 쏘았다. 첫 번째는 소리가 들리나 보이지 않는 화살, 두 번째는 눈에 보이지 않으나 소리가 들리는 화살, 세 번째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화살. 원숭이는 두 개의 화살은 용케 피했으나 세 번째 화살만은 피할 도리가 없어 죽을 때까지 동굴에 숨어 살았다.
제자는 스승의 말을 듣고 큰 깨달음을 얻어 길을 떠났다. 그런데 가는 도중에 신을 만났다. 신이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화살로 원숭이를 죽이러 간다고 말하자, 제자는 그건 이야기 속의 신일 뿐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신이 아니라고 대답한다. 그러자 분노한 신은 세 번째 화살을 쏘고, 제자는 죽음을 맞게 된다.
- 이 우화의 첫 부분이 주는 교훈은 어떤 것이 실재라고 정의하는 순간, 실재로서의 의미를 지닌다는 뜻이다. 두 번째 교훈은 어떤 것이 힘이 있는 순간, 결과적으로 실재가 된다는 뜻이다.
- 이 우화에 빗대어 보자. 아마도 세 번째 화살의 존재를 알게 된 미국 노동자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의 피해자가 자신들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을 것이다. 그리고 트럼프의 부활이든, 바이든의 신승이든 간에, 지구 반대편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는 우리에게 라이트하이저의 책은 곧 힘이 있고, 머지않아 우리가 대응해야 할 실재가 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가 "트럼프 2기 정부에서 어떤 무역정책을 펼칠지 미리 보고자 한다면 이 책을 보라"는 헌사까지 바쳤으니 말이다. 세 번째 화살의 시위는 당겨졌고, 우리는 이 소리 없고 보이지 않는 무역전쟁의 자기장 하에 놓여져 있다.
- 라이트하이저가 이 책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여러 관점과 세계관의 충돌, 협상 과정에서 숨길 것과 드러낼 것 사이의 곡예는 적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그에 관한 세부 논쟁은 옮긴이의 영역을 벗어날 것으로 생각해서 생략하기로 한다. 이 책의 모든 각주들은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옮긴이가 덧붙인 주석임을 일러둔다. 아울러, 이 책이 미국에서 나오자마자, 나를 믿고 국내 출판을 추진해 주신 마르코폴로 출판사 대표님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어린이 동화를 번역해 나보다 먼저 번역가로 첫걸음을 내디딘 어린 아들 김현에게 무한한 사랑을 보낸다.
2024년 세종에서
이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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