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한상복
출판 : 위즈덤하우스
출간 : 2003.12.20
틀림없이 큰 턱을 하나 넘은 것 같은데, 앞을 보고 뒤를 봐도 여전히 첩첩산중인 느낌이다.
6개월 만에 만난 짐들이라 당장 어디에 무슨 옷이 있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정리가 강점이라는 이삿짐센터에서 포장이사를 했는데, 책을 옮겨 넣어주신 것만으로 감지덕지해야 할 상황인 것 같다.
새로 인테리어 한 집에 예전 가구들을 넣어보니 아무리 배치를 돌려봐도 그저 한숨만 나온다. 당장 급한 건 아니라지만 아무래도 눈에 걸린다.
더 따뜻해지기 전에 고장난 프로젝트 롤 방충망도 새로 해야겠고, 에어컨 청소와 전열교환기 필터 교체도 해야겠다.
직접 하려고 남겨둔 자잘한 수리도 조금씩 해나가야 하고, 오래도록 손을 안 탔던 물건들도 정리해야 한다.
아-
하지만 난 정말 할 만큼 했는 걸.
당분간은 좀 쉬고 싶어.
하고 모든 걸 잠시 내려놓은 상태다.
조금조금씩 해나가다 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아닌가? 같은 속도로 어질러져서 계속 똑같은 자리에 머무는 붉은 여왕의 저주에 걸리려나?
<한국의 부자들> 1권을 읽었던 것 같지는 않다. 다급하게 책들을 정리하며 눈에 바르듯이 읽어나가던 지난해-올해 초에 읽었던 2권은 개인적으로는 평이했다. 저자의 말처럼 대다수의 부자들이 부동산을 수단으로 부를 일군 건 급성장기를 맞았던 대한민국의 시기적 특성 때문일 것이다.
한 번 통했던 방법이 영원하리란 법은 없다.
시대는 변화하고 있고, 다양한 변수들이 새롭게 나타난다.
오래도록 변치 않는 것들을 우리는 '고전', '법칙'이라고 부르지만 그것들마저도 인류의 역사 중 상대적으로 긴 시간을 살아남았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역사'와 '과거'를 배우는 것은, 같은 방식으로 살아가기 위함이 아니라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하는 판단력을 기르기 위함이다.
과거는 과거로.
현재는 현재로.
시작할 때는 한겨울이었는데 고개를 들어보니 봄이 되어 있다.
고래커피 원두는 맛있다.
끝.
- 주식투자로 벌어들인 돈만 40조 원에 달하는, 미국의 전설적인 투자자 워렌 버핏.
워렌 버핏의 투자 스타일을 보여주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어느 경영자가 워렌 버핏과 골프를 치는 도중에 내기를 제안했다.
"이번 홀에 2달러를 겁시다. 당신이 홀인원(한 번에 공을 홀 안에 넣는 것, 평생에 한 번 맞이하기 어려운 행운이다)을 하면 내가 당신에게 1만 달러를 주겠소."
버핏이 단호하게 거절을 했다.
"그런 위험한 도박은 안 합니다."
경영자는 이해할 수 없었다. 2달러를 걸고 1만 달러를 챙길 수도 있는 내기 아닌가. 더구나 수백억 대의 자산가가 말이다.
어리둥절해하는 경영자에게 버핏이 말했다.
"이길 확률이 없는데 왜 그런 위험한 도박을 해야 하죠? 나는 투자자이지 도박사가 아닙니다."
- 버핏은 직원들에게 틈날 때마다 다음의 투자원칙을 강조한다.
1. 돈을 잃지 않는다.
2. 1번 원칙을 언제나 지킨다.
- 돈을 버는 데 있어, 가장 기초적이며 확실한 방법은 '돈을 잃지 않는 것'이다.
- 가장 보편적인 진리에 대한 깨달음이 없는 한, 인생은 항상 원점에서 맴돌게 되어 있다.
고통을 거치지 않고 얻은 승리는 영광이 아니다.
- 장자
- '마중물'이라는 것이 있다. 요즘 대도시에서는 사라졌지만, 아직도 일부 지역에는 지하수를 퍼올리는 수동식 펌프를 쓰는 곳이 있다. 펌프가 말라 있을 경우 아무리 펌프질을 해봐야 물이 올라오지 않는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마중물이다. 물을 한 바가지 정도 펌프 속에 붓는다. 그런 다음 펌프질을 하면, 놀랍게도 물이 잘 나온다. 벌컥벌컥 쏟아진다. 이때 부어주는 물을 마중물이라고 한다.
- 마중물의 이치는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펌프질을 하는 것은 물을 얻기 위해서다. 그러나 물을 얻으려면, 물을 이미 가지고 있어야 한다. 억울한 일이다. 물을 얻으려고, 물을 먼저 준비해야 한다니. 따라서 마중물 한 바가지가 없다면, 말라버린 펌프에서 물을 끌어내지 못한다. 물이 없으면 물을 바랄 수도 없는 것이다.
- 돈을 벌어 부자가 되는 이치도 이와 같다. 돈이 돈을 벌어준다. 돈이 많은 사람이 계속 부(富)를 늘린다.
- 돈을 획득하는 방법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 노동으로 벌어들이는 소득이다(근로소득). 우리 대부분은 근로소득을 주 원천으로 삼고 있다. 둘째, 투자로 벌어들이는 소득이다(투자수익), 부자들이 이렇게 부를 창출한다. 마지막은 사기를 쳐서 벌어들이는 것이다. 밑천이 들지는 않지만, 여러 번에 걸쳐 지속적으로 돈을 벌 수는 없다. 교도소 신세를 져야 하기 때문이다.
- 지구상에서 돈을 버는 방법에는 이 세 가지 유형밖에 있을 수 없다. 한국의 부자들은 부동산(대개는 임대료 수입) 또는 주식, 채권(투자수익) 등으로 돈을 번다.
- 일부 사람들이 부자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부자들은 돈을 아주 쉽게 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월급쟁이의 눈으로 보기에는 부자들은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돈을 버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러나 근로소득의 비중이 절대적이면 부자가 아니다. 근로소득을 주요 수입원으로 살아가는 부자란 없다. 부자들의 겉모습은 샐러리맨보다 단순하다. 월급쟁이들은 다양한 일을 하며 근로소득을 올린다. 반면 부자들은 단지 몇 가지 포트폴리오만으로 많은 수입을 올린다. 이런 단순함 때문에 부자들은 '누워서 떡먹기' 식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로 간주되기도 한다. 하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 주목해야 할 부분은 자수성가한 부자들의 변화과정이다. 우리와 다를 바 없던 사람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부자로 변신하는지 말이다.
- "처음 종자돈을 만들 때가 생애에서 가장 힘들었다"
부자가 되는 출발점은 마중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여기서 마중물은 바로 '종자돈'이다. 종자돈을 굴려 투자수익을 창출해 내는 것이 부자의 기본이다.
- 마중물을 만들기 위해 때로는 마른 수건까지 짜내야 한다. 흘린 땀도 아까워 바가지에 받는다. 그리고 세상살이가 힘들어 홀린 눈물까지 아껴 모은다. 그렇게 오랜 세월에 걸쳐 모아낸 마중물에서 소금내가 나지 않을 리 없다.
- 돈을 버는 방법은 시대에 따라 바뀔 수도 있다. 어떤 시절에는 부동산이 노다지였고, 또 어떤 때는 주식 만한 것이 없었다. 채권의 수익성과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부각됐던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인류가 사유재산 시스템을 선택한 이래, 한 번도 바뀌지 않는 돈 버는 이치가 있다. 바로 마중물을 모으는 것이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근본원리와도 같다. 마중물을 모은 뒤에야 부자들만의 돈 버는 수단(투자)을 구사할 수 있다.
- A에게 물어봤다.
"지금까지 얼마나 모았는데?"
전형적인 대답이 나왔다.
"아파트 살 때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어. 앞으로 5년 넘게 그걸 갚아야 하는데 무슨 돈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A와 비슷한 처지다. 돈을 벌기는 벌어야겠는데, 방법을 몰라 막연하다는 것이다. 부자들은 이럴 때마다 똑같은 이야기를 한다. "먼저 돈을 모으라"고. 친구 A는 어쩌면 마른 펌프 옆에 서서 비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때로는 마중물도 붓지 않은 채 과격하게 펌프질을 할 것이다. 이러다가 지치고 자포자기한다. 마중물은, 부자의 길로 접어들기 위해 거쳐야 하는 첫 관문과도 같다. 로또 당첨을 제외하고, 예외란 있을 수 없다.
- IMF체제 이후 우리나라의 부자 수가 늘었다는 조사 결과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라가 망했다가 다시 살아났는데 부자의 수가 증가했다는 것은 무슨 소리인가. 새롭게 부자가 된 사람들은 어디서 그런 부를 창출했단 말인가. 조금만 생각해 보면 정답이 나온다. 당시의 살인적인 금리를 떠올려보라. 회사채 수익률이 40~50%에 육박한 때였다. '땅 짚고 헤엄치기 돈벌이'였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한 번만 더 생각해 보자. 나라가 망할지도 모를 판이었다. 부도 도미노 공포에 떨던 혼돈의 시절. 그 시절에 회사채에 투자한다는 결정은 과연 쉽게 내려졌던 것일까. 돈이 너무 많아서 '버려도 되는 돈'을 투자했던 것일까. 지나간 일은 항상 쉽게 느껴진다. 결과를 이미 보았기 때문이다.
- "습관을 바꿔라! 그래야 사람이 바뀐다. 바깥 것에 순응하는 것, 자연의 물결에 따라서 하는 것, 이것이 정상적인 길이다."
- 장자
- 마중물의 양은 사람마다, 상황마다 다르다. 물을 얼마나 모아야 마중물로 쓸 수 있는지에 관해서 국제공인규정으로 정해진 바는 없다. 펌프질을 잘하는 사람이라면 적은 양의 물로도 충분하다. 물을 조금 붓고도 지하수를 끌어낼 수 있다. 펌프의 손잡이를 힘차고 재빠르게 움직이면 된다. 다만 힘과 기술이 있어야 한다. 펌프의 고무패킹이 낡았다면 더 많은 양의 마중물이 필요하다. 고무 틈으로 새어나갈 양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돈 모으는 것이 철칙이 될 때 사람이 바뀐다"
- 그러나 공통분모는 분명히 있다. 월수입의 절반 이상을 차곡차곡 모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게 하면 1년 치 연봉 정도의 금액을 2년 만에 모을 수 있다. 10년이면 6년 치 연봉 이상이 모인다. 가속도가 붙기 때문이다. 이렇게 정리를 해놓고 보니 돈을 모으는 것이 쉬워 보인다.
- 부자들은 "처음 돈을 모을 때에는 생활비가 없어 쩔쩔매지만 적웅이 되면 여유까지 생긴다"고 입을 모았다. 서용택 씨는 "돈을 모으는 것이 철칙이 되면서 사람이 바뀌게 된다"고 말했다.
- 처음에는 이해를 하지 못했다. 대체 분수를 아는 것이 부자가 되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다는 말인가. 언뜻 이해하기에 '분수를 알라'는 것은 '부자가 되는 것을 포기하라'는 맥락으로 들린다. 부자가 되기를 바라는 것은 분수에 어긋나니, 꿈도 꾸지 말라는 뉘앙스 ...
- 이선준 씨가 사무실 창밖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그는 건자재 유통업을 하고 있다.
"지나가는 승용차를 세어보세요. 열대 중에 일곱 대는 중형차 이상일 겁니다. 2,000cc 이상 중형차 한 대에 얼마씩 하죠? 최소한 2,000만 원은 넘지요? 그런데 저 사람들 중에서 자기 집 갖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되겠습니까? 자기 이름으로 된 유일한 재산 목록이 자동차 한 대뿐인 사람이 많아요. 그것도 중형차 이상으로요. 대개는 할부죠."
이 씨의 말은 사실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과시 또는 추종성향이 있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도로면적 대비 중대형 승용차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다. 소형차를 타고 다닌다고 무시를 당하기도 한다. 주변 사람이 동남아여행을 다녀왔다고 자랑을 하면, 가보고 싶어진다. 아이들 데리고 놀이공원이라도 자주 가야 '무능한 가장 신세'를 면할 수 있다. 겨울이면 온갖 사람들이 스키를 타러 다닌다. 그 대열에서 빠지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 이선준 씨는 "바로 그런 생각을 버리라"고 했다. 여러 가지로 즐기는 사람들의 분수와, 우리의 분수는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라는 것이다. 분수부터 이미 다른데, 배가 아플 일이 뭐가 있느냐는 주장이다.
- "마치 도(道)라도 닦으라는 말씀 같은데요. 어디 동굴에라도 들어가야 그렇게 할 수 있죠. 눈앞에서 사람들이 즐기면서 사는데, 어떻게 외면할 수 있나요?"
놀랍게도 이 씨가 맞장구를 쳤다.
"그겁니다. 맞아요. 도를 닦는 거. 남들이 하는 것에 구애를 받지 않는 자신에게서 즐거움을 찾는 겁니다. 부자가 되는 사람들은 그렇게 도를 닦은 사람들이죠."
- 무슨 말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남들이 가는 스키장에 가보지 못했다고 해서 실패한 인생은 아니다. 아이를 고급 유치원에 보내지 않는다고 해서 싸구려 인생이라고 자학할 이유는 없다.
'부자 흉내를 내지 말고 진짜 부자가 되라'
- 주주와 보유물량, 사업일정 등을 줄줄 늘어놓더니 자기 견해까지 붙여 해설을 했다. 코스닥에 등록되면 최소한 10만 원은 넘을 것이란 주장이었다. 그 외에도 미주알고주알 아는 것도 많았다. 놀라운 일이었다. 건설회사의 50대 경영자가 어떻게 정보기술분야를 그처럼 꿰뚫고 있는지. 또한 그 분야 기업의 속사정을 어쩌면 그리도 상세하게 파악했는지도 궁금했다. 박민규 씨의 대답은 이랬다.
"누가 그 주식이 좋다고 하길래 알아보러 다녔죠. 그래서 그 회사에 투자한 창업투자사에도 가서 물어보고 증권사 애널리스트도 만나봤어요. 복권 사는 것도 아닌데 차분히 알아봐야지요."
- 우리가 주식에 투자할 때와 다르다. 대부분의 직장인은 친구 이야기를 듣고 주식을 산다. 투자를 결정하는 과정이 단순하다. 꿈 잘 꾸면 돈을 벌고, 재수가 없으면 잃는다. 이거야 말로 투기다. 반면 부자들은 쉽게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 요모조모 따진 다음에 비로소 판단을 내린다.
"창업투자사나 증권사 애널리스트 중에 아는 분이 많은가 보죠?"
"아니오. 증권사 지점 사람들이야 좀 알죠."
"그럼, 어떻게 창투사며 증권사 애널리스트까지 찾아다니셨어요?"
"그거야 전화해서 만나자고 하면 되죠. 내가 좋은 뜻으로 보자고 하는데 굳이 거절할 이유가 있나요? 그 정도 노력도 안 하고 어떻게 돈을 벌어요? 돈 벌려면 뻔뻔스러워져야 해요. 수줍은 사람이 돈 벌었다는 이야기 들어봤어요?"
- 박 씨는 자기도 처음부터 뻔뻔스러웠던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건설회사에 입사해 중동까지 파견 나가 돈을 모았다.
"처음에는 1,000만 원을 어느 세월에 모으나 걱정을 해요. 그러다가 얼렁뚱땅 700만 원이 되고 1,000만 원이 됩니다. 사는 게 좀 힘들긴 하죠. 그런데 통장에 돈이 늘어나면서 뻔뻔해지더라고요. 여기저기 찾아가서 궁금한 것도 물어보고 하는 식으로요. 전에는 샌님이었죠."
- 돈을 모으다 보면 자신만의 안목이 생긴다. 흔히 '돈 공부'를 한 다음에 돈벌이에 나서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이론이 튼튼해야 실전에서 유리하다는 생각인 모양이다. 그러나 부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맹형주 씨의 표현에 따르면 "운전면허 필기시험에서 100점을 받은 사람이 운전을 반드시 잘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안목은 이론을 익혀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험난한 세상에서 깨지고 터지고 코피 흘리면서 '체득'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 맹형주 씨는 또 이렇게 말한다.
"100만 원 가진 사람하고 1,000만 원 가진 사람, 1억 원 가진 사람이 달라요. 각자가 가진 만큼만 보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어요. 가진 돈이 적을수록 선택에 제약을 받잖아요. 그래서 1,000만 원 모았을 때랑 1억 원 모았을 때에는 입장이 달라질 수밖에 없어요. 사람이 바뀌는 겁니다."
- 어느 정도 목돈을 모으면 정기예금이나 적금 이외의 투자수단에 눈길을 돌린다. 전문가들의 조언을 듣고 세상의 흐름도 짚는다. 조금씩이나마 나름의 예측도 한다. '목표 금액이 모일 때쯤이면'이라는 가정으로 시뮬레이션을 한다. 결국 1억 원을 만들었을 때의 나는, 예전의 내가 아니다. 100만 원을 갖고 있을 때와는 다른 사고방식과 습관을 가지고 있다. 부자들은 이래서 '행동으로 먼저 보여주라'고 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거창한 계획 같은 것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 세상 이치와 복잡한 경제흐름을 이해하려 애쓸 이유도 없다.
- "행복은 어쩌다 우연히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한다면 행복할 텐데'라는 말을 한다면 절대 행복해질 수 없다."
- 리처드 칼슨
- "배가 고픈 것을 참기 어렵지요?"
"예."
"먹었다 하면 포만감을 느낄 때까지 먹지요?"
"예"
"주린 배를 채우고 나서 졸리면 한숨 자지요?"
"예."
- "그러니까 자꾸 살이 찌는 겁니다. 원인과 결과는 서로 연결되어 있어요. 원인이 결과를 낳지만, 결과가 또 원인을 만듭니다."
- 요약하자면 이런 이야기다.
많이 먹고 운동을 하지 않으면(원인) 살이 찐다(결과). 살이 찌면(원인) 더 많은 양을 먹게 된다(결과). 많이 먹어 체중이 불면(원인) 게을러진다(결과). 게을러지면(원인) 몸무게가 더욱 늘어난다(결과).
- 길 씨는 "이런 악순환이 끊임없이 반복되면 마침내 건강을 망친다"면서 "그 고리를 끊어내는 결단과 실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길현진 씨는 1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자산을 가지고 있다. "돈 좀 벌 수 있게 한 수 가르쳐달라" 며 찾아오는 친구나 후배들도 있다고 한다. 그럴 때 "살부터 빼고 오라"고 호통을 치면 아무 소리하지 못하고 물러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
"살도 못 빼면서 부자가 되기를 바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두 가지 모두 습관을 바꾸는 것인데요. 체중은 비교적 짧은 기간에 줄일 수 있어도 부자는 그렇게 되지 않아요.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자기 변화의 과정입니다."
- '어떻게'가 아닌 '무엇으로 출발했는가'를 물어라.
돈도 그렇다. 자금을 축적해(원인) 목돈을 만든다(결과). 목돈을 투자한 것이(원인) 수익을 안겨준다(결과). 그 수익이 쌓여서(원인) 새로운 목돈을 형성한다(결과). 여러 곳에 벌여놓은 투자 성과가 계속 새로운 수입으로 이어지고, 그 수입은 투자창구로 향한다. 그래서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된다.
- 흔히 '저 사람은 이런저런 장사를 해서 부자가 되었다' 식의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요한 부분이 빠져 있다. 부자에 대한 분석을 잘못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 장사를 했다는 자체가 부자가 되는 결정적 이유는 될 수 없다. 장사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부자가 된 것은 투자 판단을 잘한 데 따른 보상이다. 언제 어떤 국면에서 투자를 결정해 점포를 늘리고, 인원을 확충해 더 많은 수익을 뽑아냈는지 하는 것 말이다. 자영업으로 시작한 부자의 자산 포트폴리오가 오로지 가게와 자기 집뿐일 거라고 믿는다면 지금까지 눈을 감고 살아온 것이나 다름없다. 부자의 요체는 투자와 투자수익이다.
- '어떻게 부자가 됐대?' 하는 질문은 이렇게 바꿔야 한다. '무엇으로 출발했대?'로 말이다. 자수성가한 부자들의 출발 모습은 제각각 다르다. 온갖 직종에 종사하는 월급쟁이 또는 자영업자다. 그러나 부자의 길에 접어든 순간, 비슷해진다.
- 남들이 내 돈을 빼앗아가는 바람에 부자가 되지 못하는 것 역시 아니다. 어쩌면 사소할 수도 있는 잘못된 습관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탈출을 방해하고 있는 것뿐이다. 탈출에 성공하는 사람들은 남들 핑계를 대지 않는다.
- 마지막으로 특이체질과 관련된 잘못된 믿음 하나. 우리는 많이 먹는데도 살이 찌지 않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면서 '특이체질'을 타고났다고 말한다. 체질이 남달라 야심한 시각에, 그것도 칼로리 높은 음식을 아무리 먹어대도 살로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그런 체질 덕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본질이 아니다. 혹시 주변에 그런 '특이체질의 소유자'가 있다면 그 사람의 습관을 눈여겨보기 바란다. 우리가 걷기 귀찮아 택시를 탈 때, 그들은 지하철을 두어 번 이상 갈아탈 가능성이 높다. 5~6층 올라가려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걸어 오르는 사람도 있다. 그들을 붙잡고 물어보라. "건강을 의식해서 그렇게 하느냐"고. 그들은 어떻게 대답할까? 아마도 "그냥 습관"이라고 말할 것이다.
- 돈도 마찬가지다. '잘난 것도 없는데 돈이 붙는다'는 평을 듣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우리가 보기에 세상은 한없이 불공평하다. 그러나 불공평해 보이는 것에도 원인이 있다. 본인이 왜 그런지를 명확하게 인식하는지의 여부와는 큰 관계가 없다. 그 사람의 행동 결과가 쌓여 돈을 부르는 것이다. 세상에 거저 부자가 되는 사람은 없다. 부자가 아닌 사람들이 그렇게 믿고 싶을 뿐이다.
- 이 세상에 불만이 많은가? 그렇다면 자신의 습관을 돌아보는 게 좋겠다. 그러면 원인을 알 수 있다.
- 주식시장은 전문가들보다도 눈치가 빠르다.
게다가 미래의 주가를 맞히는 것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 증권 전문가들은 주가를 알아맞히는 사람들이 아니라 분석하고 예상하는 사람들이다. 주식시장 및 개별종목과 관련되어 있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기초로 분석하고, 앞으로의 주가 움직임을 예상, 전망을 내놓는 것이 증권 전문가들의 일이다. 관건은 다양한 과학적 분석틀과 경험에 변수들을 결합시켜 정교한 예측을 내놓는 것이다. 그 예측이 맞아떨어졌다면 능력과 운이 잘 결합된 것이다. 그래서 증권사들이 높은 연봉을 줘가며 고급 인력을 확보하고자 경쟁하는 것이다. 증권이나 금융 전문가들은 그런 '분석과 전망을 하는 것이 직업'인 사람들이다. "그렇게 잘 아는 당신은 왜 부자가 아니냐"고 묻는 것은 의미 없는 짓이다.
- 부자들은 전문가들을 100% 신뢰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증권이나 부동산 전문가들이 투자의 여러 가지 방법을 제시하면 부자들은 그것을 기초로 투자 판단을 한다. 판단은 스스로 하는 것이다. 부자들은 신과 자신만을 믿는다. 투자에 따른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 돈을 벌어 부자가 된다는 것은 수급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판단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남들이 무엇을 해서 돈을 버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앞으로는 무엇이 돈이 될지를 예측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 무엇인가에 사람이 많이 몰리면 끝물이라는 것을, 부자들은 체험적으로 안다. 부자가 아닌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돈을 버는 '현상'을 보고 좋아간다. 반면 부자들은 시장의 수급을 봐가며 '상상'을 하고 앞서 판단한다.
- 중요한 것은 상상력이다. 전문가들이 우리에게 투자를 강요한 적은 없다. 전문가들의 '자문' 또는 '분석'을 '지시'로 생각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자문과 분석은 전문가의 몫이지만, 상상력을 발휘하고 판단하는 것은 우리의 책임이다. 부자가 되는 사람들은 '판단'을 남에게 맡기지 않는다. 우리는 부자의 길을 한 발짝씩 걸으며 '수급'과 '판단'의 의미에 대해 자주 고민하게 될 것이다.
- 어떤 것을 하기만 하면 자동으로 돈이 벌리는 방법이란 없다. 부자가 되어가는 것은 상상력을 키워가는 행로다. 아울러 그 상상력을 발휘해 시장 흐름을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가는 과정이다.
- 노파심에 다시 한번 이야기하는데, 공부를 통해 상상력과 분석력을 키우는 것이 먼저가 아니다. 실천이 우선이다. 상상력과 분석력은 실천하는 과정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다. 분석력은 탁월한데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바로 '전문가' 들이다. 그리고 거의 모든 전문가들은 아직도 '분석'을 제1의 덕목으로 꼽는다.
- 은행에 가면, 우리는 순번표를 뽑고 차례를 기다린다. 그러나 이런 절차가 필요 없는 사람들이 있다. 불쑥 들어와서는 별도로 마련된 응접실로 들어간다. 간부들이 반갑게 맞이해 준다. 우리는 창구 직원을 잠시 상대하지만 그들은 지점장이나 부지점장과 한참 동안 노닥거린다. 부자 고객들이다. 그들은 색다른 서비스를 누린다. 신규 계좌 개설이나 송금, 출금 등을 창구에서 하지 않는다. 그들 이하는 일은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기다리는 것뿐이다. 은행의 PB(Private Banking, 고액 자산가 상대 영업) 담당자들이 일을 척척 처리해 준다. 송금 수수료도 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은행 영업지침 또는 간부들의 직권으로 수수료를 면제해 준다. 돈을 빌릴 때에도 맡긴 돈 찾아가듯 한다.
- 그러나 이제는 은행 창구에 항의해도 소용이 없다. 은행 직원들조차 "은행은 돈장사하는 곳"이라고 말한다. 자신들에게 많은 이익을 안겨주는 고객을 '골라서' 대접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은행의 대형고객은 우리와 다른 상품에 투자한다. 부자들을 위한 기회는 따로 있다. 보통예금이나 적금만이 아닌 다양한 금융상품을 은행에서 판다. 은행 직원들이 부자들에게는 기업어음(CP)이나 해외에 투자하는 펀드 등을 권한다. 이런 상품은 정기예금 등에 비해 수익률이 최소한 0.1%라도 높게 만들어져 있다. 그러나 돈을 가린다. '푼돈'은 받지 않는다.
- "상식은 18세 때까지 후천적으로 얻은 편견의 집합이다."
- 아인슈타인
- 100명이 넘는 자수성가한 부자를 만나면서 아쉬웠던 점이 있었다. 그들 대부분이 부동산 부자였다는 점이다. 좀 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는데, 솔직히 실망의 연속이었다. 소개를 해준 사람의 설명과는 달리, 만나보면 부동산 자산을 많이 가진 사람 일색이었다. '대한민국에는 부동산 부자밖에 없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지만 금융권 전문가들의 분석 역시, 취재결과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한 대형 시중은행의 자산관리전문가 집단이 세미나에서 발표한 내용을 보자. '우리나라 부자들의 9가지 특징'이다.
- 1. 대부분 서울, 특히 강남에 산다.
2. 부동산 가격상승으로 부(富)를 축적했다.
3. 부동산이 여전히 중요한 투자대상이다.
4. 해외투자에 관심이 있다.
5. 원금보전에 대한 강한 기대를 갖고 있다.
6. 인간적 관계를 중시한다.
7. 자산컨설팅보다 개별상품에 족집게 투자를 한다.
8. 전체 금융자산의 노출을 우려한다.
9. 개인적으로 자산관리 매니저를 고용하는 경우가 많다.
- 일부 사람들은 아파트를 몇 채씩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거의 모든 사람들은 소박하게 '내 집 마련'을 꿈꾼다. 부동산 값이 자꾸 오르면 누군가가 미워진다. 부동산에 돈을 넣는 것은 투기인가 투자인가?
- 투자와 투기를 엄밀하게 구분 짓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오로지 정답이 있다면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것이다.
- 부자가 되고 싶다면 이것 하나는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적어도 냉소주의만은 경계해야 한다는 점이다. 영국의 역사학자 E. H. 카는 "그 어느 것에서도 의미를 찾지 못하는 냉소주의자보다는 다소 공허해 보일지라도 낙관론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가 경멸하는 것은 무엇인가. 투기인가 투자인가. 아니면 세상 전체인가.
- "누군가를 정복할 수 있는 사람은 강한 사람이다. 그리고 자신을 정복할 수 있는 사람은 더욱 강한 사람이다."
- 노자
- 부자들은 돈을 많이 벌었기 때문에, 그리고 지금도 많이 벌기 때문에 부자다. 이 점은 명확하다. 그렇다면 부자들은 언제부터 돈을 많이 벌었을까. 출발은 우리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자수성가한 부자들 역시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에는 평범한 월급쟁이였다(취재에 응했던 부자들 중에서 전문직 종사자와 자영업자 일부를 제외하고는 거의가 월급쟁이 출신이었다). 그들은 "지출을 통제한 것에서 남들과 차이가 났다"고 말했다. 부자의 출발은 많이 벌어들이는 것이 아닌, 새어나가는 돈을 가로막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처음부터 높은 보수를 받았기 때문에 부자가 된 것이 아니란 뜻.
- 자기 힘으로 부자가 된 사람들 중에 "나 돈 많아"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다. 부자들은 절대로 "돈이 많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실제로 돈이 많지 않다. 부자들을 만나 그런 소리를 들었을 때, 처음에는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다. 100억대, 1,000억대 부자에게 돈이 없다니 믿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돈이 없다는 것은, 일면 사실이기도 하다. 부자들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을 쌓아두고 있지 않다. 그래서 부자 친척에게 달려가 "큰일이 생겼으니 5,000만 원만 급히 꿔달라"고 해도 소용이 없다.
- 부자들이 '돈 없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이렇다. 예를 들어, 매달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수입이 1,000만 원이라고 치자. 1,000만 원이 생겨도 직접 만져보지 못한다. 은행의 자동이체를 통해 대부분의 돈이 빠져나간다. 정기예금과 곗돈(또는 적립형 펀드 등)에 자동적으로 들어가게 되어 있다. 부자들은 목돈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그냥 두지 않는다. 새로 분양하는 상가점포 등에 투자를 한다. 이런 뭉칫돈까지 빠져나가다 보니 쪼들림이 일상생활이 된다. "몇 달에 한 번씩 중도금을 부으려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야 한다"고 민형기 씨는 말했다. 우리는 부자들은 여유돈을 가지고 있다가, 수억 원씩 하는 상가점포 같은 것을 한꺼번에 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럴 때도 있으나 대부분은 아니다.
- 우리는 '그런 투자를 하지 말고, 들어오는 돈으로 폼나게 살지, 왜 저리 고생을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고개를 갸우뚱한다. 이런 점이 우리와 부자들의 차이다.
- 게다가 이들에게도 '없는 집 제사 돌아오듯'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세금이다. 부자들에게 세금은 상당한 고통이다. 세율도 우리와 다르다. 적어도 탈세를 하지 않고 꼬박꼬박 세금을 내는 부자는 나름의 몫을 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매겨지는 세율을 알고 나면, 그리고 입장을 뒤집어서 생각하면, 남의 이야기라고 해서 함부로 할 수 없게 된다. 50% 가까운 세율에 반가워 춤을 추는 사람은 많지 않다.
- 1. 생각을 조심하라. 그것이 너의 말이 된다.
2. 말을 조심하라. 그것이 너의 행동이 된다.
3. 행동을 조심하라. 그것이 너의 습관이 된다.
4. 습관을 조심하라. 그것이 너의 인격이 된다.
5. 인격을 조심하라. 그것이 너의 운명이 된다.
- 추윤식 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젊은 사람이 늦게 도착해선 사과조차 하지 않는데도 태연하더라는 것. 등기서류를 꼼꼼하게 넘겨보기 시작했다. 기록을 보면서 몇 가지 묻더니 처음부터 다시 넘겨보는 것이었다. 매각자의 설명이 길어졌다. "원래는 선친의 사업이 흥한 곳이라서 팔지 않으려고 했는데 다른 신규사업을 하다 보니까 자금이 좀 부족해 어쩔 수 없이 판다", "담보가가 낮게 잡혀서 은행돈도 별로 못 썼다"는 등 장황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참 이상한 게요, 추 회장님은 고개만 끄덕끄덕하면서 서류를 보고 있을 뿐인데도 저쪽 사장이 자꾸 기가 죽는 것 같더라고요. 성질이 불같은 양반인데요."
손성필 씨의 말이다.
- 추 씨는 차분한 목소리로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회사 건물이 참 좋아요. 관리도 잘하신 것 같습니다. 제가 이걸 꼭 사고 싶은데요. 형편이 좀 그렇군요. 어떻게 조금만 깎아주시겠습니까? 끝자리 6억만 잘라주시면 한 번에 모두 결제해 드리죠."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매각자 측이 기다렸다는 듯이 "그러자"고 응낙하는 것이었다. '한 푼도 깎을 수 없다'던 고집이 2시간 만에 꺾인 순간이었다. 손 씨는 "고수들이 어떻게 거래하는지를 생생하게 보았다"고 말했다.
- 부자들이라고 해서 모두 말수가 적은 것은 아니다. 성격에 따라 대화 습관이 다르다. 그러나 고통을 이겨가며 성공으로 접근해 가는 과정에서 지혜를 얻는다고 한다. 결정적인 순간일수록 자기를 통제할 필요가 더 커진다는 것 말이다.
- 추 씨에게 건물을 매각한 2세 경영인은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을 통제하지 못한 것으로 볼 수도 있겠다. 스스로에게 쫓겨 내뱉은 핑계가, 결국은 약점으로 변해 자승자박이 되고만 꼴이다. 협상이나 거래에서는 빈틈을 보이는 쪽이 반드시 진다. 특히 고수들 사이에는 그것을 물고 늘어질 필요도 없다는 게 손 씨의 경험담이다. "추 회장 같은 최고 수준의 고수는, 스스로 말하지 않고 상대방이 원해서 그렇게 되는 것처럼 대화를 이끌어간다"고 그는 분석했다.
- 부자들은 내 재산이 그렇듯, 상대방의 재산 역시 소중하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타협점을 만들기 어렵다. 집을 보러 갔을 때 자꾸 흠을 잡으면 좋은 거래를 이끌어내기 힘들다. 집주인은 그런 태도를 '싸우자'는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
- 박창영 씨는 부동산 투자가 앉아서 놀고먹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좋은 물건을 찾아 발품을 팔아야 하고, 고민을 거쳐 결정한 이후에도 번민과 후회는 여전하다고 했다. 투자하기 전까지 고생을 하고 투자를 한 뒤에도 불안감은 여전하다는 것. 월세가 밀릴 때마다 '내가 이것을 과연 잘 산 것인지' 되돌아보게 된다고 그는 이야기했다. 더구나 세를 받아먹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고 부연했다. 주택 임대를 놓고 있는 상당수 부자들도 이 대목에 동의했다. 세입자 가운데 '배째라 족'이 있으면 계약기간 내내 고생을 면치 못한다는 것이다. 월세를 한두 달 미루다가 급기야 보증금을 전부 까먹고 버티는 사람을 '배째라 족'이라 부른다. 월세는 내지 않아도 승용차는 고급으로 몰고 다니는 경우도 있다. 집을 비워달라고 요구해도 막무가내로 버틴다. 결국에는 집주인에게서 이사비용까지 받아 챙기고야 짐을 싼다.
- 박: "세입자들이 고쳐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많고, 골치 아픈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죠. 보일러 고장에 뭐에 매일 그런 것 뒤치다꺼리하다 보면, 내가 왜 이러고 사는지 한심할 때가 많아요."
한: "글쎄요. 집주인이라면 그 정도는 당연히 치러야 하는 것 아닌가요. 주인이니까 필요하면 비용을 부담해야지요."
박: "보세요. 그런 비용부담은 당연하면서도 부동산 임대로 돈을 벌면 나쁜 짓인가요? 돈 좀 있는 사람은 사회사업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지금?"
한: "그렇게 부동산 임대하는 것을 가지고는 남들이 뭐라고 하지 않을 겁니다. 사실은 단기간에 큰 수익을 노리고 머니 게임을 일삼는 투기꾼이 문제죠."
박: "제가 재작년에 조그만 아파트를 하나 샀는데요. 그게 지금 두 배 이상 올랐거든요. 그럼 이게 투기인가요? 저는 시세가 괜찮아서 임대 놓으려고 매입했어요. 믿어줄 수 있어요?"
- 박창영 씨는 "세상물정을 왜 그렇게 모르냐"고 공격을 했다. 부동산 투자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며 투자를 했다고 해서 반드시 이익을 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부동산 값이 올랐다고 한들, 내놓아도 그 가격에 팔리는 것도 아니고 온갖 비용에 세금까지 감안하면 대단할 것도 없다고 이야기했다.
"사람들이 잘 몰라서 그렇죠. 자기가 경험해 보지 않은 일이니 이래저래 말만 많은 것이죠."
- "본 것이 적은 자는, 백로만 보았을 경우 처음 보는 까마귀를 비웃는다. 오리만을 보았을 경우, 처음 보는 학의 자태를 위태롭게 여긴다. 사물은 스스로 아무런 괴이함이 없건만 자기 혼자 화를 내며, 하나라도 자기가 본 것과 다른 사물이 있으면 만물을 다 부정한다."
- 연암 박지원
- 어느 사회에서든 소수의 일원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남들을 많이 걱정해 주는 우리나라에선 더욱 그렇다. 노총각과 노처녀들에게 명절만큼 지겨울 때가 없다. 몇 달 전에 뵈었던 친척들이 새삼스레 질문공세를 한다. '좋은 소식 없냐'는 것이다. 몇 개월 만에 그런 일이 생길 턱이 없다. 사람들로부터 뻔한 인사를 받는 것이 지겹다. 우리 사회에서 결혼을 하지 않고 독신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소수다. 이상한 부류로 간주되기도 한다. 결혼에 골인한다고 해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 역시 소수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는 즉시 질문공세가 이어진다. 2세 계획을 묻는다. 화젯거리가 없어서가 아니다. 자신들과 다르지 않음을 기필코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것이다.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결심한 부부는 이상한 사람들이 된다. 수많은 질문공세에 일일이 답변하다가 지친다.
- 자수성가한 부자들은 남들과 다르게 살았기 때문에 부자가 된 사람들이다.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소수의 삶'이었다는 의미. 보통 사람의 눈으로 볼 때 이상한 사람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가끔씩 손가락질을 받는다.
- 사람에게는 각자 살아가는 방식이 있다. 어떤 것을 택하든 자기 마음이다. 방식이 다르다고 해서 비난할 이유가 없다. 각자가 선택에 대한 대가만 치르면 되는 것이다. 대가는 반드시 치르게 되어 있다.
- 부자들도 우리에게 할 말이 많다. 그러나 머뭇거리게 된다. 그들은 절친한 사람이 아니면 '삶의 방식을 바꾸라'고 권하지 않는다. 그렇게 해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 성공으로 가는 길은 순탄치 않다. 그 길은 소수를 추구하는 길이다. 소수를 용납하지 못하는 다수로부터 자신을 지켜내는 과정을 끊임없이 되풀이해야 한다. 동시에 다수의 모함과 비방마저 흔쾌히 받아들이게 되는 변신의 과정도 거쳐야 한다. 소수임을 두려워하는 순간, 세상은 공포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한다.
- 그런 뻔한 이야기를 부자들이 하고 또 하면, "다 안단 말이에욧!"하며 짜증을 낸다. 부자들이 돈 버는 요령을 가르쳐주지 않으려고 구렁이 담 넘어간다고 믿어버린다. 그럴 때 감정을 억누르고 왜 반성을 하지 못했던 것일까.
'그렇게 다 아는 나는 왜 이렇게 살 수밖에 없는지.'
지식만으로는 할 수 있는 것이 제한적이다. 몇 푼 되지 않는 밑천으로 큰돈을 벌기 힘들다. 푼돈으로 대박을 노리는 것이 어리석은 짓이라는 것을, 지혜가 가르쳐준다. 지혜는 숱한 번민과 판단, 실행 및 그 결과라는 순환과정에서 다져지는 성격의 것이다. 지식이 돈을 벌어주지는 않는다. 판단과 실행이 투자에 수익을 붙여준다.
- 똑같은 이야기에도 사람들의 행동은 확연하게 갈라진다. 고민하다가 투자를 단행하는 사람이 있고, 그 투자를 빈정대는 사람이 있다. 까맣게 잊고 지내다가 "돈 벌었다면서? 한잔 사라"며 연락을 하는 부류도 있다.
- 초기 투자자금을 만들어내고, 투자를 단행하는 일련의 과정은 희생이다. 무엇인가를 반드시 포기해야 대가를 얻을 수 있다. 지금 부자인 사람들이 아쉬워하는 것, 그것이 그들의 희생인지도 모른다.
- 부자가 되는 비결은 대단치 않다. 부자들이 혀를 끌끌 차면서 하는 잔소리(저축 좀 해라!)가 바로 그 비결 중의 하나다. 대단한 것만을 찾기 때문에 우리 눈에 들어오지 않을 뿐이다. 기대가 크면 사소한 것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들의 지하실에 돈 찍는 기계는 없다. 부자들은 다른 사람들과 거꾸로 살았을 뿐이다. 거꾸로 사는 것은 고통의 연속이다. 남이 하는 것을 하지 않아야 하고, 남이 하지 않는 짓만 골라서 해야 한다. 이렇게 반복적인 생활을 한다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다. 사람들이 철마다 여행을 다닐 때 그들은 동네 뒷산에서 손수 만든 김밥을 먹었다. 사람들이 좋은 자동차를 새로 뽑아 폼 나게 달릴 때 그들은 10년 묵은 자동차를 닦고 있었다.
- 부자가 되는 것은 선택의 문제이기도 하다. 다수의 사람은 할부로 자동차를 구입한다. 차를 사기 위해 빚을 지는 셈이다. 자동차는 비용을 창출하는 요인이다. 기름값에 유지비가 만만치 않다. 그러나 일부 사람은 현금을 선호한다. 차를 바꿀 돈이 있어도 다른 것을 산다. 예컨대 금융상품이나 채권, 주식 등이다. 남의 선택에 대해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다. 선택을 한 이후에 각자가 책임을 지면 되는 것이다.
- 스스로 세운 원칙이 이따금 다른 사람과 충돌을 빚는다. 다수가 하는 것을 추종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견디기 힘든 세상이다. 시대의 낙오자가 된 듯한 기분이 들 수도 있다. 그래서 거꾸로 살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것이다. 자수성가한 부자들은 인생의 가을에 '거꾸로 살기의 백미'를 보여준다.
- 나이가 들면 누구나 병이 든다. 부자들은 이야기한다. "자식들에게 약값 달라고 손 벌리지 않는 것만 해도 성공한 인생이다"라고. 반면 다수의 사람들은 좋은 시절 아이들과 함께 인생을 즐긴다. 그리고 나이가 든 후에는, 키워준 은혜에 보답하는 수고를 자식들에게 기꺼이 부과한다. 부자가 되는 여정에서 우리의 체질이 바뀐다. 걱정 많은 체질로 미래에 대한 걱정이 많은 사람이 부자가 되는 것이다. 미래는 그 누구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 돈에 대한 욕심을 공연히 드러내면 속물 취급을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돈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많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이슬만 먹고살겠다'는 정도의 결심을 보여줘야 한다. 결연한 도덕적 의지 말이다. 그러나 친한 사람들끼리 모이는 비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돈 버는 이야기가 주요 화제다. 두 얼굴로 살아가는 셈이다. 이 같은 '돈에 대한 이중적 의식'을 좇아 올라가다 보면 그 원류 이데올로기를 만날 수 있다. 화석처럼 굳은 돌덩어리가 우리 인식을 누르고 있다. 진실은 상대적인 것이다. 오래된 인식이 반드시 진실은 아니다.
- '골프는 부자들의 운동'이라는 속설이 맞는 모양이었다. 분석대상 부자 100명 중에서 62명이 골프를 자주 친다고 응답했다.
정창무 씨는 골프 예찬론자였다. 무슨 질문을 하든, 대답을 할 때 골프와 연결시키려고 했다. 그는 골프야말로 가장 과학적인 게임이라고 주장했다. 돈을 버는 것과 골프를 치는 양상이 비슷하며, 골프에서 투자철학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골프나 돈벌이나, '스스로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5번 아이언으로 풀스윙을 할 경우 공이 얼마나 날아가는지, 7번으로 치면 어느 정도인지, 이른바 '자기 거리'를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같은 곳에서 공을 쳐도 사람마다 선택하는 클럽이 다르다. 어떤 사람은 5번을 택하고, 다른 사람은 7번을 꺼내든다는 이야기다(골프채는 번호가 높을수록 길이가 짧다).
"골프는 누구에게나 공평한 게임입니다. 힘이 약한 사람한테도 크게 불리하지 않아요. 길이가 긴 클럽으로 치면 더 많이 나가니까요. 선택의 문제지요. 그래서 여기서 중요한 게 자기 스스로를 아느냐 하는 겁니다."
- '자기만의 거리'가 있다는 것은, 남을 따라할 수도 없고, 흉내를 낼 수도 없다는 의미기도 하다. 자기 거리를 알기 위해서는 평소에 연습을 열심히 해야 한다. 그래서 출발은 스스로를 파악하는 것이다.
- "때로는 과감하게 도전을 할 필요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자기 통제범위를 넘어서는 욕심을 부리면 낭패를 당합니다. 투자의 세계에서도, 때로는 세게 베팅을 하다가, 다른 때에는 욕심을 제어할 줄도 아는 사람이 살아남죠. 성공하는 사람은 때를 아는 법이죠."
- 부자들은 이따금 은행 돈까지 빌려 무모하게 투자를 한다. 하지만 투자한 자산의 가치가 어느 정도 올라가면 미련 없이 팔기도 한다. 과한 욕심으로부터 냉철한 판단을 지킬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골프를 시작할 때 처음 배우는 게 뭔지 압니까? 어깨에서 힘을 빼는 겁니다. 웃기죠?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 공을 맞출 수 없어요. 날아오는 야구공도 맞추는데 가만있는 공을 못 맞추는 게 우습지만 말입니다. 힘 빼는 데 1년이 넘게 걸리죠."
- 사회생활을 하면서 어깨에서 힘을 빼기는 어려운 일이다. 모두가 자기 잘난 맛에 산다. 세상에 자신의 일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아무리 하찮게 보이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도, 어깨에 힘줘 보일 곳 몇 군데는 있는 게 한국사회다. 그러나 부자의 길을 출발하는 사람은, 먼저 어깨에서 힘을 빼야 한다.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에는 온몸에 힘이 들어간 사람이 너무도 많다. 제각각의 이유로. 문제는 그런 사람일수록 어깨에 힘 들어간 다른 사람을 증오한다는 것이다. 부자가 되기로 결심했다는 것은 '겸손'에서 다시 시작하겠다는 의미와 상통한다. 다른 사람들의 도움 없이 부자가 될 수는 없다.
- "골프는 축구나 야구하고 달라요. 상대편이 없다고 봐도 무방해요. 누구한테 이겼다, 졌다라고 말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지요. 같이 경기하는 사람을 '동반 플레이어'라고 표현합니다. 골프는 자기와의 싸움이거든요."
골프는 마인드 게임이다. 고도의 집중력을 요한다. 플레이가 한번 흐트러지면 심리적인 압박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그 압박에 굴복하면 결국 게임이 엉망이 된다. 그래서 '지난 잘못은 반성하되 빨리 잊고 털어버리라'는 말을 한다. 지난 일에 구애받지 말고 지금 당장에 최선을 다하라는 충고다.
- 정창무 씨의 '골프 인생론'을 듣다 보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사소한 것에서 그럴듯한 인생론을 도출해 내는 이런 사람들의 여유가 부러웠다. 그러나 정 씨는 "여유가 있어서 그런 생각을 한 것이 아니다"고 정색을 했다. "그럼 당신은 일상생활을 하는 시간과, 생각을 하는 시간이 따로 있냐"며 반문을 했다. 그는 바쁘게, 열성적으로 살아야 아이디어도 나오게 되어 있다고 말했다.
- 일부 부자들은 취미에서도 무엇을 끊임없이 탐색하고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취미와 철학은 각자의 색깔이기도 하다. 색깔 없는 인생에서는 향기가 나지 않는다. 무색의 인생은 재미도 없다. 나이 들어 심심한 것만큼 처량한 일도 없다. 부자가 되어 인생을 즐기는 데도 미리 준비가 필요한 이유다. 먼저 나를 알아야 취미를 개발할 수 있다. 취미는 찾아내고 개발하는 것이다. 취미생활을 한다고 무조건 큰돈이 드는 것도 아니다.
- 고우영 식 화법으로 풀자면, 줄거리는 이렇다.
이런저런 계기로 만난 유비와 관우, 장비는 도원결의를 맺고 의형제가 된다. 작은 기업을 설립한 셈이다. 기업을 차리기 전까지 이들은 시쳇말로 '동네 건달'이었다. 그러나 창업 이후 이들은 철저한 기업인으로 거듭났다.
- 등장인물 모두는 제각각 특징을 지니고 있다. 관우는 무려 82근(17.8kg) 짜리 청룡언월도를 휘두르는 무사이면서도 훈장출신답게 사리 판단에 밝고, 맺고 끊는 것이 확실하다. 평생의 보좌역이자 관리담당 이사라고 볼 수 있겠다. 장비는 단순, 무식, 과격의 대명사로 나온다. 의리를 위해서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불도저형 영업이사에 비유할 만하다. 어디라도 밀고 들어가 물건을 팔 수 있다. 제갈공명은 심계에 능하다. 유비의 머리 역할을 맡았다. 기획 및 재무이사에 적합하다. 제갈공명은 의형제는 아니다. 성공으로 가는 길에 '머리'는 빌릴 수 있다는 것의 반증이다.
- 중심축이자 경영자인 유비를 보자. 고우영식 표현에 따르면 한마디로 '쪼다'다. 조조처럼 고관의 자제도 아니었고 손권처럼 호족도 아니었다. 중산정왕의 후손이라고 내세우기는 하지만 사실 신빙성이 별로 없다. 사기성이 짙다. 중산정왕은 자식이 무려 120명이었다. 중산정왕이 죽은 뒤 300년 후에 유비가 태어났으니 그와 같은 처지의 인물이 족히 수만 명은 되었을 것이다. 몇몇 사서에서 유비는 동네 양아치 출신으로 그려진다. 게다가 무엇 하나 잘하는 것이 없다. 관우처럼 자기중심이 확실하게 서 있는 것도 아니고, 장비처럼 힘이 센 것도 아니다. 제갈공명의 발끝도 좇아가지 못한다. 겁도 많아서 적이 쳐들어올 때마다 우왕좌왕한다. 성공하기까지 도처를 다니며 빌붙어 목숨을 부지했다. 공손찬에서 도겸, 조조, 원소, 유표, 손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그렇다.
- 도대체 이런 '바보' 유비가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고우영의 삼국지에 그 해답이 있다. 바로 사람을 끌어들이고 믿게 만드는 '친화력'이다. 동지들에 대한 마음 씀씀이나 배려를 보면 유비는 그리 만만치 않은 보스다. 무술이나 학식 등의 전문성은 부족하지만 사람들의 충성과 신뢰를 이끌어내는 시스템을 엮고, 마침내는 윈-윈(WinWin)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핵심축이 되었다.
- 돈과 노하우는 소중한 성공자산이다. 그러나 사람 간의 연결고리는 그보다 중요한 무형자산이다. 스스로 똑똑함을 내세우기보다는 주변의 똑똑한 사람으로부터 존경을 받는 사람. 이런 사람들의 성공을 '기술적으로' 분석해 봐야, 답이 나올 리 없다. 단순한 기술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기 때문이다(개인적으로 '재테크'라는 말을 혐오한다. 부자가 되는 것은 테크닉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재테크라는 용어가 사람들을 현혹하기도 한다. 마치 특정 기술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특히 샐러리맨에게는 재테크란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 저축 외에 무엇이 있단 말인가.)
- 기업의 최고경영자나 임원들을 '놀고먹는 부류'로 생각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그래서 신문에 "어떤 기업의 CEO 연봉이 얼마라더라" 하는 소식이 나올 때마다 흥분한다. 그러나 공짜 월급을 주는 직장은 없다. 임원들이 실무자보다 실무에 밝을 수는 없다. 그들의 역할은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그다음에 '책임'을 지는 것이고. 많이 아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결정을 하느냐의 문제다.
- 성공한 사람들의 결정적인 차이는 판단에 능숙하다는 것이다. 똑똑한 체하지 않으니 누군가의 말을 자르지 않는다. 더욱 많이, 소상히 듣고,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수집한다. 그런 훈련이 되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샐러리맨 시절부터 남들과 약간 다르다. 이런 '약간 다름'은 세월을 겪으며 남들이 결코 따라갈 수 없는 결과를 만든다.
- 금연과 부자가 되는 것 가운데 어떤 것이 더 어려운지는 사람마다 다를 수도 있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부자가 되는 쪽을 꼽을 것이다. 생각해 보자. 금연에 성공한 사람도 '상종을 못할 인간'인데 스스로의 노력으로 부자가 된 사람이라면 어떤 정도일지.
- 저축은행 설립자인 최충호 씨는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하나는 '자신에게 엄격한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다른 이에게 엄격한 사람'이다. 최 씨는 "자신에게 엄격한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후할 수도, 독할 수도 있지만, 타인에게 엄격한 사람은 한 가지 성향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타인에게는 야박한 대신, 스스로에게는 너그럽다는 것이다.
- 스스로에게 후하다면 반성이란 있을 수 없다. 이런 경우 잘못은 대개 남의 탓이다. 남에게 엄격한 사람이라고 해서 공격 성향이 높다는 의미는 아니다. 평가에 인색하고 야유에 강하다. 반성이 없으면 발전이 없다.
- "저
쪽이 물건을 더 싸게 주나 보죠?"
"더 비싸면 비쌌지 싸지는 않아요."
"그럼 도대체 뭐가 다른 거죠?"
"아까 제가 방법을 알아도 못하는 사람도 있고, 뭐가 뭔지 모르는 사람이 있다고 그랬죠? 저 두 집이 딱 그 꼴입니다. 가까이 가서 봅시다."
- 박 씨와 함께 가자 매장에 있던 두 여성이 인사를 했다. 박경래 씨가 두 매장의 소유주였던 것. 박 씨가 "이 분이 부인한테 선물할 머리핀을 고른다고 해서 함께 왔다"고 소개를 했다. "안주인이 머리핀을 좋아해서 많이 사갈 것"이라고 허풍을 떨었다. 흥정을 하면서야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장사가 잘되는 집(A매장이라고 하자)과 안 되는 집(B매장) 간의 차이가 드러났다.
- A매장 주인은 방실방실 웃으면서 "사모님 머리 모양이 어떤 스타일이냐"고 물었다. "통상 어떤 스타일과 색깔의 옷을 즐겨 입느냐", "이런 스타일은 이미 갖고 계신 것 아니냐"는 등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반면 B매장 주인은 물건부터 죽 늘어놓았다. "이게 요즘 많이 팔리는 것이고요. 요건 미시족들이 많이 찾는 겁니다. 이것도 사가는 분들이 많아요." 말을 하는 내내 표정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 A매장과 B매장에서 각각 하나씩을 골랐다. 그리고 "무슨 머리핀이 이렇게도 비싸냐. 깎아달라"고 말했다. 여기서도 차이가 드러났다. A매장 주인은 "요즘 원가가 많이 올라서 남는 것이 없다"며 머리끈 하나를 끼워주었다. 그러면서도 내내 웃는 모습이었다. B매장 주인은 무표정하게 생각하더니 두말없이 깎아주었다.
- 복잡한 매장들 사이를 빠져나오면서 박경래 씨에게 느낀 점을 말했다. 박 씨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소매를 잡아끌었다.
"뒤돌아보세요. 뭐가 또 다르죠?"
A매장 주인은 여전히 서 있었고, B매장 주인은 금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손님 입장에서는 호감을 느끼는 곳에서 물건을 사게 되어 있어요. 그렇지만 호감이라는 게 뚜렷하게 뭔지는 알 수 없죠.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니까요. 그래서 그냥 '어떤 집이 더 낫다'라고만 생각하고 마는데요. 그게 되는 집의 다른 점이죠."
박 씨는 장사가 잘 안 되는 매장의 주인도 자신의 문제점을 알고는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그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할 뿐이라고 해석했다.
- 박경래 씨가 말했다.
"장사 인심이라는 말 들어보셨어요? 이런 장사는 인심이에요. 인심을 써야 인심을 받고, 그게 장사 밑천이죠. 장사 밑천을 깔아놓는 데 꽤 세월이 걸리죠."
- "침이란 게 정말 신기하군요. 어떤 원리에서 이렇게 되는 거죠? 마술 같은데요."
이에 대한 채 씨의 답변이 이렇다.
"그건 나도 몰라요. 그냥 이럴 때에는 이렇게 하면 된다는 게 오랫동안 내려져 온 것이고, 저는 그대로 할 뿐이죠."
- 친구 세 명이 동시에 같은 종목의 주식을 샀다. 증권사에 다니는 다른 친구가 "석 달 뒤에는 무조건 20% 이상 먹을 것"이라고 부추긴데 것에 따른 것. 증권사 친구의 예언이 적중했는지 그 주식값이 석 달 뒤에 40% 이상 올랐다. 그들이 주식을 샀다는 이야기를 들은 다른 친구가 모임을 소집했다. 세 명에게 "돈 번 너희들이 밥값을 계산하라"고 했다. 그 소리에 세 명이 일제히 펄쩍 뛰었다. "번 돈이 없다"는 것이었다.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린 친구가 8%였다. 나머지 두 친구는 수익률이 5%를 넘자 안절부절못하다가 처분해 버렸다고 실토를 했다. 그러면서 '무주식 상팔자'라고 떠들어댔다.
- 돈 되는 정보나 수단을 얻는 것과, 실제로 돈을 버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부자들이 연금술을 감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그런 비법을 전수받는다고 해서 부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 우리는 삼촌이나 처남 등 주변의 부자들이 '한수 가르쳐주지 않는다'고 답답해한다. 그런데 묘한 것은 부자들 역시 답답해한다는 점이다. 아무리 이야기해도 알아듣지도 못하고, 간혹 알아들은 후에도 실천하지 않는 우리를 보며 실망한다. 그래서 몇 번 잔소리를 하다가는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
- 최은규 씨는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어서 끝내 안 되는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최 씨는 그렇게 따라다니는 게 힘들고 나중에는 화가 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그래서 몇 번이나 그만둘까 하다가 버릇처럼 그쪽으로 출근을 했는데, 마지막 갈등의 순간에서야 성과가 나타났다고 전했다. 그는 "아무리 사업이고 돈 관계라지만 사람이 하는 일에는 정(情)이라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 부자들이 우리와 다른 점은 바로 '뷰(View)'이다.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세상은 흉폭한 무기일 수도 있고, 순한 강아지가 될 수도 있다.
부자들은 세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처음 샐러리맨으로 세상에 발을 딛을 때부터 스스로 그런 훈련을 해온 사람들이다.
- 긍정적인 '뷰'를 가진 사람들이 자주 쓰는 말은 "일단 해보자"는 것이다. 지레짐작으로 겁을 먹는 일이 없다. '뷰'는 세계관의 연장이기도 하다. 그리고 마침내는 판단으로 이어진다. 판단의 근원이 세계관이며 '뷰'다.
- 지난 90년대 말,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때, 많은 부자들이 배출되었다. 기억하는 것처럼 공포와 혼돈의 시기였다. 나라가 망할지도 모르는 판국에 그들은 과감하게 투자를 했다. 평범한 사람이 부자가 된다는 것은 혼돈 속에서 희망을 찾아가는 것이기도 하다.
- 김 씨는 "정초에 이런 일이 생기는 것으로 봐서, 올해는 재수가 좋다는 액땜"이라고 주장했다. "가급적이면 좋게 생각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기대했던 것과 다른 대답이 나왔다. "좋은 일이 있으면, 그 뒤에는 나쁜 일이 있는 것이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는 것이었다. 김준철 씨는 그다지 논리 정연하게 설명을 하지 못했다. 정리하자면 이런 이야기다.
'돈을 벌면 세금을 내야 한다. 돈을 버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세금을 내는 것은 나 같은 해병대 출신(애국자라는 표현인 듯)한테도 반가운 일은 아니다. 큰돈을 써서 돈이 없을 때에는 누가 투자를 권하는 경우가 많다. 좋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그런 투자가 나중에 엉망이 된 것을 보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 한마디로 인생사에 좋은 일만 잇따를 수는 없다는 이야기였다. 김 씨는 "좋은 일이야 사람마다 비슷하지만, 좋지 않은 일을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인생이 바뀐다"고 주장했다. 좋은 일과 더불어 닥치는 나쁜 일의 손해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 주식이 끊임없이 오르지는 않는다. 오르는 종목이 있으면 하한가에 내려 꽂히는 종목도 있게 마련이다. 주식투자에 단련된 부자들은 "장이 한창 좋을 때에도 한눈을 팔면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대세상승'의 이면에는 '폭락'의 그림자가 항상 붙어 다닌다는 뜻이다. 그 그림자가 현실로 나타날 때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수익률을 좌우한다. 그래서 부자들은 "이익과 손실은 한 끗 차이"라는 말을 하곤 했다.
- 대부분 사람들에게 있어 행복은 과거형이다. 행복의 형제인 불행이 고개를 들이밀 때에야 지나간 것이 행복이었는지 절감한다. 그래서 현재는 중요하다. 부자로 변신하는 과정이, 현실주의자로 탈바꿈하는 과정인 이유다.
- "지혜로움을 나타내는 가장 분명한 표현은 명랑한 얼굴이다."
- 몽테뉴
- 자신의 성격이 어떤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취재 과정에서 만난 부자들은 "부자가 되려면 성격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급하게 서두른다고 해서 돈이 금세 벌리는 것도 아니고, 욕심만큼 재산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것을 우리도 안다. 참을 수 없으니 문제다.
- 부자들 중에는 성격이 급한 사람도 있고 느긋한 사람도 있다. 부자들의 성격이 모두 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비슷한 점은, 돈 앞(돈을 쓰거나, 투자를 하거나)에서는 지극히 냉정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부자가 되는 것은 성격과 관계가 있다. 부자가 되는 데는 인내가 필요하다.
- 학생시절, 시험을 볼 때 당신은 어떤 스타일이었는가. 두 가지 부류가 있다. 빨리 나가는 쪽이 있고, 끝까지 붙들고 앉아 있는 스타일도 있다. 성격이 호탕한 사람이라면 아는 문제만 풀고 당당히 걸어 나갔을 것이다. 남아서 끙끙대봐야 소용없다고 생각한 것일 수도 있다. 쩨쩨하게 그깟 한 문제 더 맞히는 게 대수냐고 판단했을 수도 있겠다. 그래서 계속 남아 있는 친구들이 한심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 박 씨는 "돈이 주인의 성질을 닮는다"고 말했다. 급한 돈은 자기 성질을 이기지 못해 높은 위험에 베팅을 하는 반면, 느긋한 돈은 기대가 크지 않아 항상 안정적이라는 주장이었다. 박 씨는 "여유가 있어야 한 문제라도 더 맞힐 수 있다"고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냐"고 물었다. 박 씨의 경험담이 재미있다.
- "아무것도 아닌지도 모르지만 그때 그렇게 한 것이 내 진로를 바꿔놓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 이후로 결정을 하는 순간을 한 번씩 미루는 버릇을 들였다. 그렇게 해서 손해를 본 적도 있지만 후회한 적은 없다고 했다.
- 대단한 사건만 우리 인생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사소한 일에도 인생은 송두리째 바뀐다. 세상 앞에 우리 인생은 대단치 않다. 한 번 더 생각해 본다고 해서 결정적인 순간을 놓치는 일이란 그리 많지 않다. 행운은 낯을 가린다. 참고 견디는 자에게만 온다.
- 금슬이 좋지 않은 부부들에게서 발견되는 공통점이 있다. 서로에게 바라는 점이 지나칠 정도로 많다는 것이다. 상대방에게 완벽을 요구한다. 부인은 남편에게 이런 것을 바란다. 돈도 많이 벌어오고, 빨리 출세를 하고, 일찍 퇴근해서 집안일도 돕고, 주말에는 가족과 나들이도 자주 다니고. 남편은 부인에게 이런 것을 원한다. 상냥하고, 대화가 잘 통하며 집안일도 잘하고, 시댁과 원만하게 지내며 아이들 교육도 잘 시키고, 능력이 있어서 돈도 벌어오면 금상첨화다. 그런 배우자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출세하고 돈도 많이 벌어오는 가장에게 가족과 여유를 부릴 시간이란 없다. 능력 있는 여성이 직장생활을 하며 아이들 교육에, 시부모까지 잘 모시는 완벽한 슈퍼우먼이 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우리는 그렇게 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러면서도 누군가가 배우자 자랑을 하면 그냥 넘어가지 못한다. 다른 사람들의 장점만을 합친 것을, 자기 배우자에게 강요한다. 말은 '이것 하나만'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전부를 바란다. 급기야 상대방에 대한 요구가 지나쳐 관계가 훼손된다. 화합이 잘되지 않는 부부의 공통점은 아이를 끔찍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오로지 아이가 가족의 존립 기반이 된다. 대화가 사라진다.
- 자수성가한 부자들은 부부간 협상에 능한 사람들이다. 수십 년에 걸쳐 서로에 대한 요구와 협상을 현명하게 진행해 온 사람들이다. 협상이 깨졌다면 오늘의 경제적 성공을 일구지 못했을 것이다. 부부간 협상에 임하기 전에 새겨야 할 마음가짐 하나.
"완벽에 대한 욕심을 버려라."
- 부자로 가는 길은 완벽해지는 방향으로 나 있지 않다. 부자가 되기 위해 버려야 할 것도 많다. 성격도 부자를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자신의 성격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안다면 이미 중요한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 "백 권의 책에 쓰인 글이 아닌 따뜻한 마음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 B. 프랭클린
- 다도에 '일기일회(一期一會)'라는 말이 있다. 인생에서 한 번 만나는 인연이므로 후회 없도록 잘 대접하라는 뜻이다. 끊임없이 녹차를 마시는 김수홍 씨의 방에 액자로 걸려 있던 문구다. 정형외과 의사인 그는 "무엇을 하든 남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씨가 병원을 개업한 뒤 비교적 짧은 기간에 성공기반을 다질 수 있었던 데에는 이처럼 남다른 교훈이 작용을 했다.
"환자들마다 차이가 있어요. 아픈 것을 전혀 못 참는 사람들이 있고, 무난하게 견디는 사람이 있어요. 제각각 어떻게 처치해 줘야 할지 고민을 해야 합니다."
- 김 씨는 "돈을 번다는 것 역시 남을 배려하고, 그들의 생각을 읽는 데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이 부분을 쉽게 표현하자면 '친절한 병원이 잘 된다' 정도로 풀이할 수 있겠다. 그러나 그 정도로 뜻을 온전히 담아낼 수 없다.
- 최 씨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사람이 뛰어난 사람이고, 여러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는 사람은 위대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직원들과 회의를 몇 번 해보면 각각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무능한 사람은 자기 생각만 계속 주장해요. 거의가 불평불만이죠. 그런데 그보다 뛰어난 사람은 상대방을 설득하려고 합니다. 결정권자를 주로 설득하지요. 뭔가 잘해보려면 이런 게 필요한데 그걸 해결해 주면 좋아질 거라고 제시를 하죠. 그렇지만 최고는 좌중 모두를 설득합니다. 모두에게 끌어낼 수 있는 최소공배수와 최대공약수를 제시하죠. 그래서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데요. 남들을 얼마나 배려하고 연구하느냐의 차이입니다. 남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무능하고, 많이 하는 사람은 유능하죠."
최 씨는 "남들의 생각을 읽는 것이 모든 일에서 성공의 관건"이라고 정리했다. 수요자들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짐작하는 게 출발점이다.
- 남성식 씨에게 성공의 비결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잘 나눠먹는 것이 관건"이라고 응답했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했지만 곧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동업을 해서 오래가는 경우가 많지 않다.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자매끼리 동업을 해도, 심지어는 어머니와 아들이 해도 깨진다. 이익배분에서 부딪히는 것이 이유이다.
- 대부분 5대 5로 투자를 했으면 5대 5로 나누자고 한다.
남 씨는 "그런 것은 아마추어적인 계산법"이라고 말했다. 프로들은 그렇게 계산하지 않는다. 5대5로 투자를 해도 기여도에 따라 나눠먹는 비율이 다르다. 돈을 얼마나 냈는지와 별도로, 이익창출에 누가 더 많이 기여를 했느냐 하는 점을 다시 따진다는 것이다. 그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수익을 나눈다. 이것이 사업을 출발할 때 맺는 확고한 약속이다. 약속이 성립되지 않으면 애초에 사업이 시작되지 않는다. 깨지면 그것으로 사업이 막을 내린다.
"이 사업은 서로 안 믿으면 할 수 없어요. 서로 믿을 수 있게 안전장치도 충분히 해놓고요. 싸우면요? 끝이죠. 문에 못질하게 됩니다. 소송 들어가고요. 끝장납니다. 그래서 서로에게 철저한 것이죠."
- 자수성가한 사람들은 이익을 함께 향유해야 할 사람들에게는 자린고비 근성을 보이지는 않는다. 주식시장이 활황일 때마다 자주 들리는 이야기가 있다. '거액을 번 투자자들이 증권사 담당 직원에게 선물로 중형차 한 대를 뽑아줬다'는 식의 소문이다. 실제로 이런 일이 간혹 있다.
부자들이 기분이 좋아서, 그 직원이 귀여워서 자동차를 선물로 주는 것은 아니다. 내가 저 친구와 같이 움직여서 이만큼 벌었으니까 저 친구에게 이 정도는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나눠먹기인 동시에 다음번 성공을 위한 재투자이기도 하다.
- 전문가들에게 돈만 많이 맡긴다고 해서 최선의 자문과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눠먹을 줄 아는 사람을 위해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하는 것이 인간의 심리다. 수많은 거래를 통해 단련된 부자들은 그런 부분에 신경을 쓴다. 내가 먹을 때, 남도 먹어야 한다는 것을 실천하는 것이 다음에 먹을 파이를 키우는 길이다.
- 남성식 씨는 딸을 잃은 뒤로 소년소녀 가장들을 후원하고 있었다. 남 씨를 소개해 준 사람은 "아이의 산소호흡기를 뗄 때에도 침착했다고 해서 냉정한 줄 알았는데, 그런 좋은 일을 몇 년이나 해온 걸 보면 다정다감한 양반"이라고 말했다. 남 씨는 자신이 소년소녀 가장을 돕는다는 사실을 극구 부인했다. 남 씨를 만날 당시 '숨어서 좋은 일을 하겠다'는 뜻으로 짐작했었다. 하지만 여러 부자들을 만나면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드러내놓고 세상에 베푼다는 것은 대단히 어렵고 위험한 일이다. 다른 의도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자수성가한 부자들은 화수분을 갖고 있지 않다. 며칠 동안 난처한 연락을 받고 거부의사를 반복하는 것도 마음 아픈 일이다. 누구나 마음 아픈 일은 피하고 싶어 한다.
- 정창무 씨는 "잘 산 인생과 못 산 인생을 구분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내가 한 모든 일이 떳떳하지는 않아요. 그렇지만 잘못 살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사람이 어떻게 늙었느냐를 보면 잘 살았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습니다. 손주를 무릎에 앉혀놓고 '할아버지가 옛날에 이렇게 고생을 했단다'라고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잘 산 겁니다. 거꾸로 '할아버지가 왕년에는 대단했단다'라고 말하면 실패한 인생에 가깝겠죠. 저는 고생담을 들려주고 싶어요."
- 발전이 없는 사람, 날로 쇠락하는 사람일수록 과거의 영광을 파먹고 산다. 정창무 씨의 말에 동감한다. 자수성가한 부자들은 자식들에게 고생담을 주로 들려준다. 지혜를 전수하는 과정이다.
- 이 책에서는 물질적인 부를 성취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자산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을 심각하게 느끼게 하는 세상이다. 물질에 더해 마음까지 풍요롭게 살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이상'이다.
- 그런데 우리들의 문제는, 항상 스스로에게 한없이 너그러우면서 남에게는 이상을 실천하라고 강요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보다 무서운 적(敵)은 없다. 남의 흠만 유심히 살피다 보면 냉소주의가 싹튼다. 역사적으로 입증된 사실이 하나 있다. 지구상에 냉소주의자가 학교나 병원을 세운 적은 없다. 세상 어디에도 그들의 동상은 남아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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