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김세화
출판 : 몽실북스
출간 : 2021.06.10
흥미롭게 읽긴 했지만, 약간은 쓴소리를 하게 될 것 같다.
<기억의 저편>은, 어떤 의미에서는 또 다른 생중계가 아닐까.
초반부만 읽어도 금방 눈치챌 수 있다. 이 소설이 모티브로 삼은 사건은 '개구리 소년 실종 사건'이다. 대부분의 흐름이 실제 사건과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모 박사의 주장도, 제시되는 가설들도, 허위제보 사건들조차도- 독자들은 '실제 사건도 이런 결말이었나?'하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저자는 아직껏 제기되지 않은 또 하나의 가능성을 소설화한 것뿐이라고 말하겠지만,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와 사건 당사자/관계자들이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어떤 마음이 들런지. 잊히지 않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던 거라면 차라리 현실처럼 열린 결말로 두는 게 맞지 않았을지.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것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는 일인데.
중심 화자인 김환 기자의 소극적인 이중성도 그렇다.
책임을 져야 할 상황에서는 한 발 빼고 상대 탓으로 넘기는 제3자 화법.
김환은 사회부장의 화법을 꼬집고, 지가영 작가와 민수와의 일을 상황적 오해라고 서술하지만 정작 자신의 행보는 돌아보지 않는다. 구들장을 파헤치는 현장을 자신의 컨펌으로 생중계하고서도 어쩔 수 없었다며 더는 언급하지 않는, 유가족들을 찾아뵈면서도 사과가 아닌 남 탓이 먼저 튀어나오는 그의 모습을 보면 '과연 오해일까?'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잘 모르겠다.
이런 부분들마저 '보고 싶은 것만을 보고 싶은 대로 보는' 행태를 풍자적으로 그려낸 거라면 할 말은 없다.
아무런 정보 없이 읽는 걸 좋아하는 편이지만, 이번만큼은 그 선택을 후회했다.
하지만 단 한 번의 만남이었으니 이 책만으로 마무리 짓기엔 입맛이 쓰다.
동 저자의 다른 책도 한 권 더 읽어보려 한다.
혹시나 해당 사건을 전혀 모르는 이가 읽었다면-
모르겠다. 흥미롭고 즐겁게 읽으셨을지도.
끝.
- 형사과장과 동촌경찰서장, 시경 차장까지 나와 서로 경쟁하듯이 소리치며 형사들에게 무엇인가를 지시했다. 카메라 기자들이 없었다면 조용히 상황을 지켜볼 사람들이었다.
- 현장에서는 과학수사대 형사 여러 명이 바닥에 웅크린 채, 마치 고대 유물을 발굴하듯이 붓으로 흙을 쓸어 내며 아이들 뼈를 수습하고 있었다. 시경 과학수사대장이 그들을 지휘했다.
과학수사대장 옆에서는 서채민 교수가 형사들과 의견을 주고받고 있었다. 서채민 교수는 K대 의과대학 법의학 교수다. 과학수사대 형사들의 현장 감식 작업을 바라보는 그의 표정은 어두웠다. 그는 나와 눈이 마주쳤을 때 미소 지었다. 김이삼 과장도 나를 발견했다. 그는 손을 흔들면서 나를 보고 활짝 웃었다. 나도 손을 들어 응수했다.
나는 혹시 정인철 전 형사과장도 이 현장에 오지 않았을까 둘러보았다. 그의 모습은 눈에 띄지 않았다.
- 출입금지 띠 바깥 지역, 경사면 위쪽에는 노인과 중년 부부가 쪼그려 앉아 아래쪽에서 작업하는 형사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쌍둥이 자매의 할머니와 남자아이의 부모였다.
그들은 표정이 없었다. 지난 10년 동안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모든 감정을 다 드러내 고갈시킨 사람의 얼굴, 바로 그런 얼굴의 화석 같았다.
- "다른 나라, 다른 지역도 아니고 바로 코앞에서 말이야. 10년 동안 헛다리를 짚었어.”
나는 사회부장의 말이 거슬렸다. 경찰을 욕하는 것인지, 당시 취재기자였던 나를 비꼬는 것인지, 생략된 주어가 누구를 지칭하는지 몰랐지만, 그는 항상 누군가를 탓하는 문법을 사용했다. 그런 문법은 자신이 책임을 지지 않는 방식으로 연결된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 내가 보도국 문을 나설 때 사회부장이 큰 소리로 내 뒤통수에 대고 모든 기자가 다 들으라는 듯이 소리쳤다.
"김환 기자! 이 사건 시경에서 지휘할 테니까 우리도 시경 캡이 취재하는 게 맞을 거야. 민수도 거들 거고. 알았지? 그렇다고 완전 손 떼라는 건 아니야. 그리고 경위서는 내일까지 써내고, 경영국장님 요청이셔."
나는 욕이 튀어나오는 것을 억누르고 보도국 문을 나섰다.
- "사회부장이 선배한테 물어보래요. 세밀한 부분까지 다 아신다고 그러면서. 아닌가요? 부장이 선배를 조금이라도 더 귀찮게 하려고 그런 건가요? 후후...."
사회부장은 1년 선배로 10년 전 나와 함께 사건 팀에 소속되어 있었다. 하지만 세 어린이 실종 사건 취재에서는 빠졌다. 옆에서 내가 겪은 일을 잘 알고 있었다.
"10년 전 실종 당시 그림은 '용무산 마을 세 어린이 실종사건'이라는 이름으로 한 폴더에 담겨 있어. 매년 1년 단위로 그림을 모아서 같은 제목의 폴더를 만들고 거기에 연도를 붙여서 저장해 놓았어. 그 안에 세부 카테고리를 분류해서 작은 폴더를 만들었고, 10년 전 실종된 그 해 그림하고 그다음 해 그림이 가장 많아. 그리고 5년 전 내가 시경 캡 할 때도 그림 용량이 좀 될 거야. 아무래도 자료 그림이 많이 필요할 테니까 따로 분류해서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모아 둬."
"그렇군요. 근데 선배는 계속 이 사건을 맡으신 건 아니잖아요? 어떻게 그렇게 잘 아세요?"
"몰라도 돼. 오늘 현장 그림은 많이 찍었나? 시경 차장 인터뷰하고 바로 들어온 건가?"
"저는 현장 스케치하고 시경 차장 인터뷰한 뒤 민수하고 바로 들어왔어요. 한 명 남아서 계속 촬영하고 있습니다. 유기철 기자가 아직 현장에 있어요."
"그러면 기철이에게 연락해서 유골 발굴하는 장면도 찍고 주위 사람들 그림도 많이 촬영하라고 해. 기철이는 언제까지 현장에 있는 거야?"
"LTE 가져갔어요. 촬영한 그림은 영상 팀으로 계속 보내라고 했어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카메라부장님이 유골 발굴이 끝날 때까지 현장에 남아서 계속 촬영하고 촬영한 그림은 시간이 날 때마다 LTE로 회사에 보내라고 했어요."
"알았어. 기철이한테 꼭 연락해. 유가족 하고 구경하는 사람들까지 빠짐없이 촬영해서 보관하라고."
-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다.
특별수사본부가 차려지고 당시 시경 차장이 본부장을 맡아 수사를 지휘했다. 그런데 내부적으로 수사본부를 지휘하는 시경 차장과 사건 지역을 관할하는 동촌경찰서장 사이에 알력이 생겼다. 시경 차장은 모든 정보와 윗선 보고를 독점하려고 했고 동촌경찰서장은 자신의 존재가 무시당하는 것을 참지 못했다. 정인철 형사과장은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 것처럼 시경 차장과 동촌경찰서장 사이에서 피폐해져 갔다.
차장과 서장은 수사 정보를 자기에게 먼저 보고하기를 원했다. 심지어는 급할 때 작성하는 한두 장 짜리 메모 보고서를 갖고도 싸웠다. 한동안 정 과장은 메모 보고서를 두 장씩 작성해야 했다. 복사를 해서 두 장을 만들어 각자에게 전달하면 차장과 서장 가운데 복사한 것을 받은 사람이 기분 나빠했다. 원본을 먼저 받아야 한다는 식이었다.
정인철 형사과장은 빈약한 수사 내용을 마치 보완이라도 하듯 굵고 힘 있는 정자체를 볼펜으로 꾹꾹 눌러서 보고서 용지를 채웠다.
- 나는 정 과장이 수시로 작성한 메모를 여러 차례 보았다. 나도 그 메모지 가운데 중요한 것을 정 과장 허락을 받고 복사해 가져간 적도 있다. 그 메모는 지금도 나의 사건 서류파일에 보관하고 있다.
- "왜? 요새는 국과수가 다 하잖아."
"유골만 있고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기 때문에 서채민 교수 같은 법의학 전문가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군. 그런데 그걸 아는 사람들이 현장은 왜 그렇게 엉망으로 만든 거야? 증거물 찍으라고 진열시킨 건 정말 오래간만에 본 촌스러운 장면이었어. 20년 전 경찰로 돌아간 줄 알았어."
"그 때문에 말이 많았습니다. 서채민 교수도 엄청나게 항의했습니다. 과학수사대가 도착하기도 전에 누군가 진열했더군요."
"누군가 진열하라고 지시했겠지."
"유품 몇 개가 이미 발굴돼서 그랬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경찰이 도착하기 전에 이미 발굴된 유품이 있어서 그것만 진열했다는 말이야? 누가 발굴했다는 거야, 증거물들을?"
"유골을 발견하신 등산객 두 분요."
"그 사람들, 발견은 잘했는데 발굴까지 하셨네."
“뭔지 궁금하니까 파 본 거겠죠. 그랬으니까 신고하게 됐고요."
"현장이 많이 훼손됐겠네."
- "유골이 뿌려지듯이 흩어져 있었어. 일반적인 거라고 하던가?"
"자세한 건 국과수가 조사하겠죠?"
"그런 것도 물어봐야 국과수가 의문을 품고 조사하지 않을까? 의견 교환을 하지 않아?"
"잔소리 좀 그만 하세요. 국과수에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다 알아서 할 거라고요. 뭔가 생각하시는 게 있습니까?"
"나도 몰라. 서채민 교수는 국과수하고 어떻게 일을 한다는 거야? 국과수로 가시나?"
"그런 건 아니고 자문을 하시는 거죠. 아마도 유골 조사는 서채민 교수가 직접 할 겁니다."
"국과수에서?"
"아닙니다. 유골은 서채민 교수가 있는 K대 의과대 법의학 교실로 일단 보냈습니다. 거기서 일차 조사할 겁니다."
"뭐라고? 정말이야?"
"기자들한테 절대 비밀입니다. 알려지면 대한민국 언론사 기자들 수백 명이 서채민 교수 연구실로 몰려갈 겁니다. 그런데 서채민 교수를 선배가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서채민 교수는 전화도 안 받고 만나지도 않을 겁니다."
- 아침인데 언제부터 앉아 있었을까?
집 대문 쪽으로 돌아갔다. 과일이라도 사 온다는 것을 깜박했지만, 다시 돌아 나갈 수도 없어 그냥 마당에 들어섰다.
쌍둥이 아빠 나인수 씨가 주저앉은 상태에서 집 마당으로 들어선 나를 물끄러미 올려다보았다. 눈은 시뻘겋게 충혈되어 있었다. 엄마 이계진 씨는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할머니 조원희 씨는 처음에는 나를 몰라봤다가 자주 인터뷰했던 기자인 줄 알고는 노려보기 시작했다.
동구 아빠 유한성 씨는 포크레인으로 파헤쳐진 마당 한가운데를 바라보고 있었고 엄마 이연우 씨도 턱을 무릎에 괴고 깊게 패인 마당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동네 사람들은 아이들 엄마와 할머니 옆에서 그들의 어깨를 안거나 등을 토닥거리며 위로하고 있었다.
- "아버님, 어제 고생 많으셨죠? 그 교수는 도망갔습니까? 사과하던가요? 피해 보상을 단단히 받으셔야 할 겁니다. 경찰한테도 받으셔야 해요. 어제는 어디서 주무셨습니까?"
내 말이 떨어지는 순간 마당에 앉아있던 모두가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들은 나를 쳐다보는 것 말고 그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집 안에 있는 모든 것이 정지되었다. 공기의 움직임과 숨소리마저 멈춰졌다.
가족의 표정은 살아있는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나는 공포심을 느꼈다. 가족들에게 테러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식의 공포가 아니었다. 내가 기자로서 생각해 온 모든 것이 실체가 없었다는 것을 놀랄만한 속도로 깨닫게 된 데 따른 공포심이었다.
그 순간 나도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 그 후 나는 그들의 표정, 그들의 모습, 그 집, 그 방, 그 마당, 그 화장실의 기억에서 탈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 다른 기억들과 뒤섞어버리거나 조각내어 털어내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 기억은 꿈에서도 끊임없이 되풀이되었다.
- 동료 기자들이 간혹 또라이 교수 사건을 술안주로 꺼낼 때면 나는 '정말 웃기는 일이었다'며 3자 화법을 썼다. 이가웅 교수, 당시 수사본부 지휘부, M 방송 PD와 기자까지 가볍게 비난하면서 화제를 돌렸다. 그런 나의 대답을 들은 동료 기자들이 당시 현장을 생중계한 나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할지는 굳이 생각하지 않았다.
- "아이들 찾아달라고 호소하는 그림, 초등학교 졸업식 그림, 그리고 실종 어린이 노래 부르는 가수 그림하고 실종 어린이 영화 촬영하는 그림, 그 정도만 찾아."
"실종 어린이 노래하고 영화도 나왔어요?"
"그랬지."
"아, 그런 것도 있었네요. 그 노래하고 영화 촬영 그림은 각계각층에서 여러 방법으로 아이들을 찾기 위한 노력을 했다는 의미로 활용해야 하나요?"
- 민수의 질문에 갑자기 혼란을 느꼈다.
민수가 말한 것처럼 활용하라고 그림을 찾으라고 한 것인데 막상 민수가 물어보니까 꼭 그런 의미는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실종 어린이를 소재로 만든 노래와 영화는 제작자의 영리 목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 그림들은 아이 찾기 운동을 얘기할 때 이미지화시켜서 적당히 버무려 편집해. 오승훈 기자가 알아서 잘 편집할 거야."
- 셔츠에 커피를 뿌린 적이 있었다. 미안하다면서 셔츠를 새로 사 들고 영상편집실까지 찾아온 그날 결국 사달이 났다. 나는 멍한 상태로 그녀가 사라지고 남겨놓은 빈 공간을 바라보고 있었다.
핸드폰으로 문자가 왔다. 발신자는 저장되어 있지 않은 번호였다. 열어보았다. 인사위원회 날짜와 시간이 적혀있었다. 반드시 출석해서 진술하라는 요청도 있었다. 나에게 질문을 던졌던 인사부 여직원이 보냈을 것이다.
나는 지가영 작가가 경영국장에게 어떻게 얘기했는지 알 수 없어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 지가영 작가가 의도적으로 강조한 '방송사 구조조정'이라는 단어도 마음에 걸렸다.
- 환희의 찬가가 울렸다. 라디오에서 '시장' 프로그램을 연출하고 있는 최강미 PD였다.
그녀는 외모만 빼놓고 의지, 성격, 말투 등 모든 것이 강해서 방송사 누구도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논쟁이 벌어지면 모두가 슬슬 피했다. '시사광장'은 최근 이슈를 놓고 전문가를 전화로 연결해서 진행자와 토론하는, 출근 시간 청취자를 겨냥한 시사 프로그램이다.
- "선배, 요즘 잘 지내시죠?"
"잘 못 지내."
"하하... 맞네, 고생이 많으시네."
"웬일이야? 출연하라고?"
"빙고! 낼 아침 출연 좀 해주세요."
"왜, 나야? 캡한테 얘기해."
"걔는 안 돼요. 선배 말고는 사건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어요."
"옛날에 너도 실종 사건 특집 만들지 않았어?"
"그렇다고 연출하는 내가 출연할 수는 없잖아요. 여러 소리 말고 출연하세요. 1번, 유골 발굴 관련 팩트, 2번, 발견 후 수사 속보, 3번, 어떻게 수사 방향을 잡아야 하는가? 3번은 개인적인 견해로 하세요. 4번, 수사상 과거의 문제점과 과거의 문제점에 비추어본 지금의 문제점. 시간이 남으면 5번, 유족 근황. 10분만 하세요. 톱으로 갈 거예요. 선배가 대답하는 동안에도 의문 나는 점들은 유진 아나운서가 추가 질문할 거예요. 신경 안 쓰게 알아서 해주세요. 내일 라디오 주조로 바로 오세요. 적어도 20분 전에 오셔야 하는 거 아시죠?"
최PD는 내 대답을 들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자기 할 말만 하고 전화를 끊었다.
- "일부러 펑크 내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나는 선배가 마녀한테 매일 얻어터지는 것처럼 보이고 후배들한테도 쩔쩔매고 주위 사람들한테 쉬운 사람으로 인식되는 거 다 이해해요. 누가 뭐라고 하든지 혼자서 앞만 보고 뚜벅뚜벅 걸어가는 것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가끔은 이해하지 못할 부분도 있어요. 선배로서는 어쩔 수 없다는 상황 인식이, 함께 일하는 동료한테는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는 거예요. 수정이 한 명으로 족하지 않아요?"
뒷머리의 통증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박수정 기자에 대한 기억을 불러낸 것이 더 아팠다.
나는 소파에 누웠다. 한동안 가위에 눌린 것처럼 일어날 수가 없었다.
건물 밖 세상에서는 일상이 시작됐을 것이다. 아득한 바깥 소음이 공기를 타고 전해졌다. 사무실 안은 여전히 어두웠다. 밖으로 나 있는 작은 창문은 초록색 페인트로 칠해져 있어서 빛을 조금만 통과시켰다.
- "작은 돌과 구별하기 힘들지만 남아있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그런데요?"
"이빨을 아직 수거하지 못했어. 많이 남아 있어야 하는데..."
"현장을 엉망으로 만들어서 그런 건 아닙니까?"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아. 유골을 발견한 등산객이 몇 개를 건드리고 경찰이 유품 몇 개를 진열한 것 말고는 현장을 뒤집어 놓은 것은 아니잖나."
"유동구 치아 보철이 발견됐다면서요?"
"그래. 그런데 아이들 이가 없는 거야."
"그저께 아이들 유골이 놓여 있는 형태를 보니까 여기저기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었습니다. 가지런하지 않았죠. 큰 뼈들이 흩어질 정도면 이빨 같은 작은 뼛조각들은 물에 쓸려 내려갔을 수도 있잖습니까?"
"그럴 수도 있지. 작은 조각들도 없었으니까."
"..."
"그렇다고 해도 이빨이나 작은 뼛조각이 거의 없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네."
"거의 없었다면 몇 개는 나왔다는 겁니까?"
"뼛조각들이 몇 개는 있었네. 작은 것들이 없다는 거네."
- "그것도 꿈에서 보았습니다."
"어떻게 보셨나요? 이름이 어디에 써져 있었습니까?"
"아니요. 허공에 떠올랐습니다."
"어디 허공이요? 움푹 들어간 곳 위쪽입니까? 오른쪽 나뭇가지 아래 허공입니까? 아니면 왼쪽 나뭇가지 위쪽 허공입니까?"
"그, 그냥 가운데 허공에..."
"허공에 떠오른 이름만 보고 납치한 사람들인지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례지만 어디서 점집을 하십니까?"
"점집을 하지는 않습니다."
"그럼 어디서 오셨습니까?"
"산에서..."
"산에서 수도하고 계십니까?"
"네."
"지금도 아이들이 용무산에 암매장되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지금은, 잘 모르겠습니다."
기자들이 심령술사의 얼굴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 "일단 들어오시죠. 안심하세요. 이 안으로 들어오시면 괜찮을 겁니다."
그녀는 나를 따라왔다.
"실종된 아이들을 어떻게 아시죠?"
그녀는 나를 올려다보았다. 표정으로 봐서는 어떤 생각을 하는지 읽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침착한 마음을 찾은 것 같았다.
"지금 안내하시는 곳에 가면 말씀드릴게요."
정인철 형사과장은 사무실에서 보고서를 읽다가 자기 앞에 앉는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정 과장은 표정의 변화가 거의 없었다. 마치 제보자의 성격을 한눈에 알아보고 대하는 것 같았다.
- 나는 정 과장에게 자초지종을 말하고 그녀에게 아이들 얘기를 해달라고 말했다.
"저를 보호해 주세요."
정 과장은 대답 없이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기만 했다. 내가 그녀에게 다시 말했다.
"아이들에 대해서 아신다고 하셨는데 천천히 말씀해 보세요. 말씀하시면 경찰이 충분히 보호해 드릴 겁니다."
"제가 다른 사람이랑 둘이서 같이 세 어린이를 죽여서 묻었습니다."
- 기대감도 컸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경찰은 거짓 제보 때문에 수사력을 낭비했다. 가족은 낙담했다. 형사들은 갈수록 지치고 의욕을 잃게 되었다. 가족은 점점 피폐해졌다.
- 실종 1년이 지났을 때였다. 한 제보가 만들어낸 해프닝은 무지의 결과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엉뚱한 사건이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어 하는 경찰의 절박한 심정과 언론의 선정성이 결합해 만들어낸 희극적인 비극이었다. 그때까지 나는 그렇게 이해했다.
이 해프닝은 한 신문이 제보 내용을 짧게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경찰과 언론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사건으로 기억하고 있지만, 사람들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어느 언론도 속보를 다루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언젠가는 9년 전 봉인된 그 사건의 경위를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 나는 9년 전 그곳으로 차를 몰았다.
- "살해한 뒤 시체를 옮겼을 수도 있고요."
"경찰도 그런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요. 문제는 그럴 경우 살해 동기죠."
"제 말은 가능성을 열어둘 게 아니라 가장 큰 가능성이라 보고 올인하는 것이 사건 해결 가능성이 높다는 거예요. 그리고 살해 동기는 원한, 치정, 재물 강탈, 이를 목적으로 한 청부 살인, 이런 도식에 얽매이지 말고 좀 더 폭넓게 생각해야 한다고요."
- 교육 프로그램은 금요일 오전에 끝났다. 나는 그 여기자와 시내로 이동해서 함께 점심을 먹는다는 희망찬 계획을 세웠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만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수료식을 마치고 각자 짐을 싸기 위해 자기 방으로 갈 때 나는 그 기자를 로비 카페로 데려갔다. 그동안 많은 것을 배웠다면서 고마움을 표시했고 그녀도 나에게 다양한 정보를 얻었다고 했다.
나는 그 기자에게 학자 같다고 했다. 그녀는 웃었다. 나도 웃으면서 시내로 이동해 점심을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회사로 복귀하지 않아도 될 것 같으니까 같이 데이트라도 하자고 제안했다.
그녀는 더 크게 웃었다. 그리고 거절했다.
신랑이 한 주 동안 아이를 혼자서 돌보았기 때문에 최소한 ...
- 사무실 안에는 마을 주민으로 보이는 남자들이 예닐곱 명 앉아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키 큰 남자 한 명이 등을 보이고 서 있었다. 대화하던 그들 모두가 회관에 들어선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들과 얘기하던 키 큰 남자도 몸을 돌려 나를 보았다. 그와도 눈이 마주쳤다. 나도 놀랐고 그도 놀랐다. 키 큰 남자는 동촌경찰서 정인철 형사과장이었다.
- 복도에는 양쪽으로 방이 몇 개 있었다. 내부는 보이지 않았다. 군용 재킷의 남자는 복도 끝에 있는 안쪽 방으로 나를 안내했다. 캡이 이 방에 갇혀있는 것은 아닐까? 캡이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 순간적으로 캡은 지금 취재하는 것이 아니라 억류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방문을 열었다. 방이라기보다는 창고와 같았다. 높은 곳에 작은 창이 나 있는 어두컴컴한 창고였다. 캡은 없었다. 남자는 문밖에 서서 나에게 그 창고로 들어가라고 손짓했다.
- "과장님이 신부님한테 연락하셨어요?"
"그랬소."
"신부님께서 안 오셨으면 저는 계속 억류되어 있었겠네요. 신부님 성함이 어떻게 됩니까?"
"박희수 신부님이라고, 마을 주민들의 정신적인 지주 같은 분이랍니다. 우리 팀 가운데 그 성당에 다니는 형사가 있어서 알게 됐소."
"그렇다면 어제 바로 오시지 오늘 아침이 되어서야 오신 이유는 뭡니까?"
"신부님이 얘기했잖소. 출장 갔다가 오늘 새벽 오셨다고. 어제 오후 경찰이 빨리 오시라고 연락을 해서 오늘 새벽 일찍 오신 거요. 대학에서 라틴어를 가르치신답니다. 어제 저녁에는 대학원 수업이 있었답니다."
"신학자이셨네요. 대학원 수업이 사람 목숨보다 중요했던 모양이네요."
"신부님이 주민들한테 연락하셨소. 김환 기자 더 건드리지 말라고. 그리고 오늘 새벽 오신 거요."
"어쨌든 쓰레기 기자 한 명 살리려고 새벽에 달려오셨으니 나중에 인사를 드리긴 드려야겠네요. 경찰도 밤새 여기에 있었습니까?"
"그렇소."
"왜요? 푹 쉬시고 아침에 오시지 그러셨어요?"
"언론사 기자 한 명이 여기서 무슨 일을 당하면, 그것도 우리가 보는 앞에서 당하면 어떨 것 같소."
"그래서 얻어터지는 것은 고소하게 즐기셨고, 그렇다고 죽으면 경찰이 곤란해지니까 그것만은 막고, 그러신 거군요."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요."
"왜 저에게 모든 걸 뒤집어씌운 겁니까? 뒤집어씌워도 제보 제공자 정도로만 하시지, 아이들 간을 빼냈다는 등의 얘기를 지어낼 필요가 뭐가 있어요?"
"마을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 어제 억류됐던 기자들이 김환 기자가 원인 제공자라고 둘러댄 거요. 교육받으러 가서 없는 줄 알고. 여기 젊은 경찰 몇 명하고 기자들도 마을 주민한테 봉변을 당했소. 그러니까 우선 살고 보자고 꾀를 냈던 거요."
"봉변이라고요? 맞아도 싸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곳 땅을 파겠다고 온 겁니까? 수색 영장을 내줍니까?"
"영장이야 받기는 받았소."
"기가 막힌 일이네요. 한센병 환자들이 애들 간을 빼먹고 암매장했을 수도 있으니 수색을 해야 합니다. 이렇게 말하고 영장을 신청했습니까?"
- "어디 가세요?"
"잠시 확인할 게 있어서 다시 올 거야. 그 여자 과거에 뭐 했는지 알아보는 게 좋겠어."
"서채민 교수는 뭐라고 했습니까? 말씀해 주셔야죠."
"누군가 날카로운 흉기로 유동구 머리 왼쪽을 쳤대. 또 동구의 두개골 내부에 이끼가 발견됐어. 한동안 공기에 노출되어 있었어."
"그건 다 알거나 추측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또 없습니까?"
"아이들 이가 발견되지 않았어."
"네? 아이들 이빨 말입니까? 그게 무슨 말입니까? 선배, 선배!"
- 나는 동촌경찰서를 나와 급히 회사로 차를 몰았다. 만일 차현숙의 실물을 본다면 알아보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진으로 보았기 때문에 어렴풋하게 기억해 낸 것일 수도 있었다.
- 나는 오승훈 기자가 작업하는 방과는 칸막이로 분리된 옆방으로 들어갔다. 유리는 이중 구조로 방음이 됐고 가운데 부분은 불투명했다. 영상편집실 가장 끝에 있는 방이었다.
에디우스를 켰다. '용산마을 세 어린이 실종 사건' 폴더를 찾았다. 거기서 실종 첫해에 촬영한 그림을 모은 하위 폴더를 찾았다. 자료 그림을 세 배의 속도로 플레이했다. 경찰과 마을 주민이 용무산을 수색하는 그림이 나오면 본래의 속도로 플레이했다.
수색대 안에서 차현숙의 얼굴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 "원하시는 게 뭐죠?"
"무엇을 원할까 생각 중입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모르겠네요."
"지도책은 왜 거기에 놔두고 갔나요?"
"지도책..."
"용무산 구석구석 여기저기에 표시를 해놓은 그 지도책, 깜박했어요? 돈다발에 정신이 팔려서?"
그녀는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나는 그녀의 반응을 기다렸다. 그녀의 마음이 갈등으로 요동치는 것을 꾹 참고 기다려야 한다.
긴 침묵이 흘렀다.
그녀는 무엇인가 알고 있었다.
- 나는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적어도 내가 이겼다고 생각한다는 표시를 우선 보여주고 반응을 보는 것이다. 그다음에는 1라운드지만 한 방이 중요했다.
나는 오른손으로 그녀의 왼쪽 손목을 꽉 잡았다. 그리고 그 손목을 들어 올려 손바닥을 폈다. 왼손으로 재킷 주머니에서 내 명함을 꺼내 그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그 상태로 기다렸다.
그녀가 명함을 보고 내 눈을 보았다. 내 명함을 쥐었다. 나는 그녀의 손목을 풀어줬다. 또 침묵이 흘렀다.
- 김이삼 형사과장은 자기 방에서 다른 형사들과 회의를 하고 있었다. 나는 열었던 문을 도로 닫고 경찰서 현관 밖으로 나왔다. 경비를 서는 의경이 측은해 보였다. 누구의 자랑스러운 아들일 것이다.
나는 그를 보고 온화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도 웃었다. 경찰서에 수시로 드나들다 보니 경비 서는 의경들 얼굴에 익숙해졌다. 나이도 어리고 귀엽게 보이는 친구들도 많았다.
"고생이 많네. 저녁에 보초 서면 정말 심심하겠어. 날씨가 추워지는데 춥지는 않나?"
나는 의경에게 삼촌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물론 삼촌 같은 표정은 내 생각이었지만.
갑자기 의경의 표정이 굳어졌다.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반말하지 마십시오. 언제 봤다고 반말입니까?"
나는 갑자기 목이 콱 막혔다. 그때 '환희의 찬가'가 울렸다. 김이삼 과장이었다.
"선배님, 들어오시죠. 회의 끝났습니다."
나는 의경을 쏘아보며 현관 안으로 들어갔다. 의경은 가소롭다는 표정이었다. 괘씸하다는 생각과 부끄러운 감정이 교차했다.
- "김 과장, 요새 의경 애들 왜 저래? 애들이 너무 건방져. 교육을 잘해야 하지 않겠어?"
"왜요? 다 큰 친구들한테 무슨 교육을 합니까? 건방 떠시다가 한 대 또 맞았습니까? 어른이 조심해야지 애들 잘못 건드리면 개망신당합니다. 쟤들, 개저씨를 제일 싫어합니다. 강아지는 좋아하지만."
"뭐라고? 내가 개저씨라고?"
"회사 갔다가 오십니까? 뭔가 알아냈습니까?"
- 침실과 거실만 있는 작은 오피스텔이다. 답답하게 느껴졌다. 더 넓은 아파트로 이사해야겠다고 여러 차례 마음먹었지만, 잠만 자는 용도가 대부분이어서 계속 눌러앉았다. 조만간 환경에 변화를 주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면 모든 부분에서 증거를 얻을 필요는 없다. 연결고리만 완성할 수 있다면, 단 한 군데에서 나오는 증거면 족하다.
- 9년 전 환경교육 프로그램에서 만났던 그 신문사 여기자가 말했듯이 큰 시각으로 전체를 조망해야 한다. 다만 큰 그림을 어떻게 질서 정연하게 편집할 것인가가 문제였다.
- 선악의 경계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도 하지만 그런 것 같지 않다. 잠시의 침묵, 작은 거짓말, 순간적으로 스쳐 가는 이해관계, 이런 것들이 뒤에 가서는 눈덩이처럼 선악을 크게 가른다. 그렇다면 순간의 침묵과 작은 거짓말은 영원한 침묵이자 거대한 거짓말과 마찬가지다. 종이 한 장 차이가 아니라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이다.
- 나는 김이삼 형사과장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 차에는 김이삼 과장을 태우고, 같이 온 형사는 정인철전 형사과장을 태우고 동촌경찰서로 향했다. 내 설명을 들은 김이삼 과장은 일단 자기가 특별수사본부에 먼저 보고할 때까지 기사를 쓰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김이삼 과장은 입이 귀까지 찢어지도록 웃으면서 나에 대한 칭찬을 그치지 않았다. 특별 승진해서 총경이 되면 경찰서장이 되어서도 나를 잘 모시겠다고 했다.
김이삼 과장에게 우리가 보도한 이후에 다른 언론사에 보도 자료를 뿌리라고 했다. 그는 그렇게 하면 다른 언론사들이 경찰을 난타할 거라고 했다. 자기가 저녁 7시에 특별수사본부장에게 보고할 테니 8시 종합 뉴스에 보도해 달라고 했다. 정보는 특별수사본부에서 빼냈다고 거짓말하면 ...
- 나는 각 리포트에 필요한 내용과 자료 그림, 관련 인터뷰를 찾아서 기자들에게 제공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나는 용산마을 세 어린이 실종 사건의 또 다른 원인을 리포트로 정리하기로 했다. 재개발과 탐욕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보도국 기자들은 다른 언론사에 물 먹일 기회라고 좋아했다. 나는 자료 그림을 찾으러 영상편집실로 갔다. 리포트를 다른 기자에게 맡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사회부장에게 말하면 설명이 복잡해질 것 같아서 그냥 두었다.
8시 종합뉴스 방송 직전까지 보도국은 비상이었다. 리포트가 편집되지 않아 큐시트를 바꾸기도 했다. 고성이 오갔다. 내가 해야 하는 리포트는 뉴스가 시작됐는데도 편집이 끝나지 않았다. 30초 전에야 업로드가 완료돼 간신히 제 순서에 방송했다.
사회부와 편집부, 영상취재부 기자들 대부분은 뉴스가 끝날 때까지 보도국에 있었다. 보도국장도 퇴근하지 않았다. 나도 내 자리에서 뉴스를 다 보았다.
뉴스가 끝나고 모두가 수고했다는 인사를 나누었다. 캡에게 다른 언론사 캡들로부터 전화가 빗발쳤다. 내용을 알려달라는 것이다. 캡은 우리 보도 내용에 국한해서 내용을 ...
- 사건의 성격에 따라 구경꾼의 편집 능력은 더욱 커지고 편집 방법은 더 주관적입니다. 편집 방법을 놓고 동지와 적을 구분하려고 하거나 자신의 편집이 옳다고 투쟁하기도 합니다.
- 기자는 제3자입니다.
정확한 이미지를 세상에 전달하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피해자나 가해자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에 비하면 정확도가 떨어집니다.
그것을 알기 때문에 가해자나 피해자, 관계자로부터 팩트를 최대한 수집하려고 합니다. 경찰, 검찰, 변호사, 판사는 어떤 기억이 정확한 기억인지 판단해야 하지만 이들 역시 제3자입니다. 그래서 피해자나 가해자가 기억하는 이미지 가운데 정확한 이미지를 끌어내 진실을 규명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정확하지 않은 기억 이미지, 의도적으로 편집한 이미지들을 제거해야 하지만 의지가 만들어낸 이미지와 사실 이미지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상을 편집할 때 편집자가 초점이 흐리거나 주제와 관련이 없는 그림인데도 불구하고 자기 마음에 든다고 활용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 사실 규명이나 사실 전달을 주업으로 하는 직업군은 매우 많습니다. 그들의 세계에서 주관적인 판단이 사실 규명에 얼마나 방해가 되고 있는지, 의지와 욕망, 어떤 경우는 믿음이라는 것도 사실을 얼마나 왜곡할 수 있는지, 그 비밀들을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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