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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었다. 내용 그 자체로서도 가치가 있는 책이지만, 무엇보다 충동적으로 읽었던 '쉘 위 댄스'와 '내가 걸은 만큼만 내 인생이다'에서 김어준 총수가 열심히 주장하는 보노보의 이야기는 아무래도 이 책을 읽고 한 이야기 같다.
(절대로 내가 알고 연결해서 읽은 게 아니다ㅋㅋ)
유인원. 침팬지를 대상으로 한 연구나 실험은 확실히 어깨 너머로라도 들어본 적이 있지만,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보노보는 단지 있다는 것만 알고 있었던 종이었다. 그런데, 정말 총수 말처럼 깊은 관심이 생기는데...?ㅋㅋ
침팬지와 보노보 둘 모두를 연구한 사람으로서는 유일하여, (당시) 둘의 비교 분야에서는 최고의 권위자일 수 밖에 없는 (풉) 프란스 드 발.
저자 스스로도 이 책은 관계자가 아닌 대중을 위해 쓰여졌다고 말할 정도로 쉽다. 쉽게 읽히고, 지루하지 않도록 일화들을 넣어가며 흥미롭게 쓰여져 있다. 하지만 그런 만큼 이 책의 목적이 무엇인가, 라고 묻는다면 좀 망설여질 것 같은데.
보노보의 특성과, 그와 비교되는 침팬지의 특성, 그리고 거기서 자연스럽게 생각이 뻗어나가 '인간의 특성이란?'에 대해서라고 말하자면 말할 수 있겠는데-
체계적인 구성이나 지식적 깊이가 있지는 않고, 이러이러한 케이스도 있어, 시야를 넓혀봐, 어때 놀랐지? 재미있지? 정도.
하지만 생각은 좀 많아지게 된다.
모계 중심의 여성 집권 사회를 이루고 있으며 평화적인 보노보.
그리고 그에 비해 현재 인간 사회와 상당히 유사한 남성 집권 사회를 이루고 있는, 상대적으로 호전적인 침팬지.
프란스의 연구 내용에 따르면 침팬지들은 인간보다도 훨씬 정치적이며 권력 지향적이었다.
한 동안 '내 안의-' 유사 시리즈에서 gene과 진화론만 열심히 읽다가 그래도 동물과 개체 수준의 이야기를 읽으니 무척 유쾌했다. 저자의 유머 센스도 좋다.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발췌]
아직도 우리에게는 이러한 생각이 많이 남아 있다. 수세기에 걸쳐 인간이 본성에 관한 수백만 페이지 이상의 글이 쓰여 왔지만, 지난 30여년 동안 나온 글들만큼 암울하고 잘못된 내용은 없었다. 우리에겐 이기적인 유전자가 존재하고, 인간의 선이란 위선에 지나지 않으며, 우리는 단지 다른 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도덕적으로 행동한다는 이야기를 들어 왔다. 만약 사람이 추구하는 것이 오로지 자기 자신의 이익뿐이라면, 태어난 지 하루밖에 안 된 아기가 다른 아기의 우는 소리를 듣고 따라 우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것은 바로 공감이 시작되는 것을 보여 준다. 우리는 신생아가 다른 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노력한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우리에게는 태어날 때부터 다른 사람에게 끌리고, 자라서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충동이 있다.
이러한 충동이 아주 먼 옛날부터 시작되었다는 사실은 영장류 친척들의 행동에서 알 수 있다. 특히 보노보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보노보는 유전적으로 침팬지만큼이나 우리와 가까운 친척이지만 그다지 잘 알려지지 않은 유인원이다. 영국의 트와이크로스 동물원에 사는 쿠니라는 이름의 보노보는 찌르레기가 야외 사육장의 유리창에 부딪혀 떨어지는 것을 보고는 달려가서 보살펴 주었다. 쿠니는 충격을 받은 찌르레기를 들어올리더니 두 발로 서게 했다. 그래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자, 쿠니는 찌르레기를 살짝 던졌다. 그렇지만 새는 푸드덕거리기만 했다. 그러자 쿠니는 찌르레기를 손에 쥐고 가장 높은 나무 꼭대기로 올라갔다. 두 손을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두 다리로 나무 줄기를 꽉 감싸 잡은 쿠니는 양손에 찌르레기의 날개를 하나씩 잡아 조심스럽게 벌린 다음, 마치 작은 장난감 비행기를 날리듯이 사육장 밖으로 날려 보냈다. 그러나 찌르레기는 사육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사육장 주변에 파놓은 해자의 둑에 내려앉았다. 나무에서 내려온 쿠니는 한참 동안 지켜보면서 호기심 많은 어린 보노보로부터 찌르레기를 보호해 주었다. 해가 질 무렵이 되자, 찌르레기는 기운을 되찾고 무사히 날아갔다.
쿠니가 찌르레기에게 한 행동은 다른 유인원을 도울 때 보이는 모습하고는 사뭇 달랐다. 틀에 박힌 본능적인 행동이 아니라 자신과는 아주 다른 동물이 처한 그 상황에 알맞은 도움을 제공한 것이다. 야외 사육장 곁을 지나가는 새들을 보고서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감을 잡은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종류의 공감은 다른 동물이 처한 상황을 상상하는 능력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일찍이 동물에게서는 보고된 적이 없는 사례였다.
공격성을 진보와 동일시하는 태도는 우리가 대량 학살을 통해 현재의 위치에 이르렀다고 가정하는 이른바 '아프리카 기원설'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호모 사피엔스 무리가 아프리카 밖으로 이주를 시작해 유라시아로 퍼져 나가면서 도중에 만난 두 발 보행 유인원을 모두 죽였으며, 그중에는 그들과 아주 비슷한 종인 네안데르탈인도 있었다. 이러한 우리의 잔인성은 [사냥꾼 인간], [악마 같은 남성], [제국주의적 동물], [인간의 어두운 면]과 같은 제목을 단 책들에서 핵심 주제로 다루어지고 있다. 이 책들은 대부분 침팬지, 그중에서도 수컷을 우리의 조상 모델로 삼았다. 초기의 제임스 본드 영화에서 등장하던 매력적인 본드걸처럼 여성은 남성이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 대상이었다. 여성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경우는 배우자나 어머니의 역할이 아니면 아주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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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폭력성은 침팬지의 본성 중 일부를 차지하고 있는 게 명백했다. ... 동족 살해는 비록 자주 일어나지는 않지만 동물계에서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음이 분명히 드러났다. ... 사회생물학자 에드 윌슨(Ed Wilson)은 어떤 동물을 1000시간 이상 관찰하면, 서로의 생명을 앗아 가는 싸움을 목격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그는 대규모로 약탈과 살해 행위를 저지르는 동물 집단인 개미의 전문가 입장에서 이렇게 말했다. "암살, 작은 전투, 대규모 전쟁을 일상적으로 벌이는 개미와 비교할 때, 인간은 아주 온순한 평화주의자이다."
사람들은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혁신적인 한 경영 강좌에서는 개를 경영자의 '거울'로 사용함으로써 거기에 관심을 기울이게 했다. 경영자가 개에게 명령을 내렸을 때, 개가 나타내는 반응을 보고서 상대방을 납득시키는 그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개는 모든 단계를 치밀하게 계획하고 어느 하나라도 잘못되는 것을 참지 못하는 완벽주의자에 대해 금방 관심을 잃고, 명령을 내리지만 그 신체 언어는 불확실한 느낌을 주는 사람에 대해서는 혼란스럽거나 잘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인다. 당연히 예상되는 결과겠지만, 따뜻함과 확고한 자신을 겸비한 사람이 최적의 성과를 이끌어 낸다. 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은 신체 언어에 대한 동물의 뛰어난 감수성을 잘 안다. 내 침팬지들도 가끔은 오히려 나보다 내 기분을 더 잘 안다. 유인원을 속이기는 무척 어렵다. 신체 언어로 상대의 기분이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말에 휘둘리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말을 너무 중시하다 보니 신체가 이야기하는 것을 등한시한다.
보노보를 연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처음에 느꼈던 충격과 의심이 거의 사라졌다. 우리는 이미 역전된 성에 너무나도 익숙해져서 그 반대 상황을 상상하기가 어렵다. 그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워 보인다. 의심을 품은 사람들은 우리 종에서 관찰되는 방식을 넘어서서 생각하지 못한다. 내가 [보노보 Bonobo : The Forgotten Ape]를 쓰기 위해 여행하는 동안 겪었던 경험 중에 가장 극적인 순간은 독일의 유명한 생물학 교수가 질문을 던졌을 때였다. 그는 내 강연을 듣고 나서 벌떡 일어서더니, 비난조로 "그 수컷들에게는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라고 물엇다. 그는 암컷의 지배에 큰 충격을 받은 것이 분명했다. 반면에 나는 보노보의 높은 성 활동력과 낮은 공격성을 감안하면 수컷은 불평할 게 별로 없다고 생각해 왔다. 그들은 인간이나 침팬지 사촌보다 스트레스가 훨씬 덜할 것이다. 그렇지만 수컷 보노보는 아무 이상이 없다는 내 답변에 그 교수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지 않았다.
보노보와 침팬지는 완전히 성숙한 짝을 찾는 경향을 보인다. 만약 여러 암컷이 동시에 생식기를 부풀린다면, 수컷 침팬지는 언제나 나이가 많은 쪽을 택한다. ... 보노보의 경우 역시 ... 아마도 이들은 건강한 새끼를 한두 번 낳아본 상대를 선호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들 세계에서 이러한 전략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
희생양을 만드는 게 효과적인 까닭은 희생양이 양날의 칼이 되기 때문이다. 첫째, 희생양은 지배층 사이의 긴장을 해소하는 효과가 있다. 아무 잘못도 없고 위험하지 않은 방관자를 공격하는 것은 서로를 공격하는 것보다 위험이 덜 하다. 둘째, 공통의 목적을 위해 지배층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발휘한다. 그들은 희생양을 괴롭히고 위협하면서 유대를 느끼며, 때로는 서로 올라타거나 부둥켜안으면서 단결을 과시한다.
('정의란 무엇인가'에서와 같은 기차의 선로와 다리 위의 사람 상황) 대부분은 직접 한 사람을 의도적으로 죽게 하는 것보다는 열차의 방향을 바꿈으로써 한 사람을 죽게 하는 쪽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합리성보다 책임감이 반영된 결과라고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논리적으로 볼 때 두 해결책은 모두 한 사람을 희생시켜 다섯 사람을 구하는 것으로, 근본적으로 똑같기 때문이다. 칸트는 양자 사이의 차이를 구별하지 못한 것이다. ... 그린은 뇌를 촬영한 사진을 통해, 어떤 사람을 다리 아래로 미느냐 마느냐와 같은 도덕적 결정을 내릴 때에는 뇌에서 자신의 감정을 담당하는 부분과 다른 사람의 감정을 평가하는 부분이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진화가 우리를 위해 발달시키지 않은, 즉 개인과 관계없는 도덕적 결정은 실용적인 결정을 내릴 때 사용하는 부분을 활성화시켰다. 뇌는 열차의 방향을 바꾸는 것을 오늘은 무엇을 먹을 것인지 또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집에서 몇 시에 나갈 것인지처럼 중립적인 문제로 취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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