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2017)

[기타무라 가오루] 턴 Turn

일루젼 2012. 12. 18.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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턴 Turn - 4점
기타무라 가오루 지음, 이재오 옮김/황매(푸른바람)

403쪽 | 188*128mm (B6) | ISBN(13) : 9788991312463

2009-02-28

 

 

 

 

 

29세의 판화가인 모리 마키.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그녀는 판화만으로는 먹고 살 수 없기에 친구와 함께 어린이 미술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아직은 지명도도 없고, 자신을 제외하면 단 한 사람만이 작품을 사주었을 정도로 무명의 판화가.

그런 그녀는 어느날 저녁 미술 교실을 정리하고 귀가하던 도중 덤프트럭과 충돌하는 사고를 당한다. 흐릿한 의식 속에서 마지막으로 생각한 것은 자신이 마치 통조림이 된 것 같다는 것.

그리고 다시 눈을 뜬 그녀는 자신의 집 안에서 깜빡 잠들어 있던 상태였다. 시간은 오후 3시 15분.
사고가 있기 전날의.

그리고 모든 생명이 사라진 세계에서 그녀만의 되풀이되는 하루 하루가 시작된다. 무엇을 해도, 어디에 있어도 그녀는 오후 3시 15분이 되면 바로 그 방 그 자리에서 같은 옷을 입고 잠들어 있다가 눈을 뜬다.

그렇게 백 일이 넘게 흘러갔다.
더이상은 흘러간 날을 기억하기도 힘들어질 무렵.
한 통의 전화가 그녀의 귀를 울린다.

이미 가을이 찾아든, 원래의 그녀가 살고 있던 시간에서 그녀의 판화를 사용하고 싶다고 걸려온 전화. 절박함으로 가득찬 그녀는 그 전회에 매달려 제발 끊지 말아달라며 사정을 설명한다.

수화기 너머의 누군가는 무척 당황한 듯 했으나 우선은 그녀의 말을 확인해보기로 한다. 그리고 모리가 알려준 내용으로 그녀의 어머니를 찾아간 그는 그녀가 교통사고로 의식불명이라는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반신반의하는 어머니를 설득해 그녀와 이어진 수화기를 넘겨드리지만,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은 ㅡ 그리고 그녀가 들을 수 있는 것은 ㅡ 오직 그, 이즈미의 목소리 뿐.


잔인할 정도로 정확하게 리셋되는 24시간의 매일 속에서 남는 것은 그녀의 기억 뿐.

그녀는, 그를, 마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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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킵, 턴, 리셋으로 이어지는 시공간 로맨스 3부작.

나는 이 중 턴과 리셋을 읽어보았는데.... 음....

솔직히 말하자면 턴까지는 나름대로 흥미롭게 읽었다. 물론 마지막의 갑작스런 스릴러(?)라거나 목소리의 정체(나는 정말 애완 고양이 같은 어떤 것인 줄로만) 허거걱이었지만, 그래도 그냥 저냥 읽을만 했는데...

 

이어서 쓰겠지만 리셋이 내게 안긴 충격이 너무 커서... 하하. 하하하....

 

턴은 가볍게 읽기에 나쁘지 않다.

목소리로만 이어진다는 점에서 약간 cyber loce 생각도 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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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췌]

 

# "정말이야, 그런 생각이 들었어. 이런 얘기, 누군가에게 해보고 싶어."

왜?

"말하지 않으면 곧 사라져버리고 마니까."

 

# "정확히 말한다면 출발점으로 돌아가는 거겠지. 턴, 턴. 그것의 되풀이. 하지만 언젠가는 리턴하고 싶어. 돌아가고 싶어. 저어, '돌아가다歸'라는 글자가 있잖아. 이 글자, 중국어로 하면 '시집가다嫁'라는 의미로도 쓰인대. 그러니까 결혼하는 상대의 집이 자신이 본래 있어야 할 곳이라는 거지. '여자는 시집가면 죽어서도 되돌아오지 말라'고 하는, 제멋대로인 '도덕'의 의미로 들어서는 곤란해. 하지만 누군가를 만나 '아!'하고 감탄하며 그 사람이 자신이 태어나기 백만 년 전쯤 어딘가에서 함께 했던 사람이라고 생각된다면 좋겠지. 돌아왔구나, 리턴했구나, 하고 생각된다면 정말 좋을 거야."

 네 손은 시간의 벽에 닿아 또 그것을 통과하지 못했다. 투명하게 새겨진 물속 같은 시간 흐름 속을 너는 턴한다.

 

# 전율과 선율은 비슷한 소리의 울림을 갖고 있다고 문득 생각했다. 떨림이 아주 천천히, 부드러운 음악이라도 듣는 것 같은 기쁨으로 변했다. 문득 떠오른 생각을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 전화 건너편의 불가사의한 사람을 환하게 했다.

 

# 실제로 만날 수 없지만 이것으로 만나고 있는 것과 같으니까. 시를 좋아하는 사람이 시를 함께 읽고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곡을 함께 듣는 것 같은, 그런 것일까.

 

#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나를."

아무렴, 그렇겠지.

"도서관 책장에서 찾고 있는 책을 발견했을 때 종종 그렇게 생각하곤 해. 그도 그럴 것이 불특정 다수가 오는 것이잖아. 누군가에게 끌려가 버린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어. 그런데도 분명히 있어 준 거야."

 

# "하지만 나이란 건, 그렇게 생각하면 언제든 뗄 수 있는 라벨 같은 거야. ...(중략)... 이를테면 나이란 건 자신의 외부에 있는 기준이지 내부에 있는 기준이 아니란 말이지."

 

# "내가 지금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은 너뿐이야."

"....."

놀랍게도 나의 귀는 그것을 극히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 '만나고 있잖아.'

그렇게 말해줘서 일순 떨렸다. 이즈미 씨는 계속했다.

'얼굴을 마주하면서도 만나지 않는 사람들도 얼마든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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