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2017)

[샐리 모건] 니웅가의 노래 - 가혹한 역사 속을 낮게 걸어간 사람들 이야기

일루젼 2012. 12. 27.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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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웅가의 노래 - 10점
샐리 모건 지음, 고정아 옮김/중앙books(중앙북스)

480쪽 | 223*152mm (A5신) | ISBN(13) : 9788961889674

2009-11-15

 

 

니웅가. 어딘가 낯설고 주술적으로 들리는 이 단어는 호주 원주민인 '에버리진'의 말로 인간이라는 뜻이다. 

 

오스트레일리아, 호주.

나는 개인적으로 이 나라를 떠올리면 서양도 동양도 아닌 그 중간 어디쯤인 듯한 묘한 느낌을 받는다. 

미국과 인디언, 혹은 유럽과 아프리카 만이 아니었다. 오스트레일리아 안에서,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치열했던. 

부제로 달린 '가혹한 역사 속을 낮게 걸어간 사람들 이야기'라는 문구가 아주 잘 어울리는 글이었다.     

 

이 책은 샐리라는 장녀의 시각으로 전개된다. 그러나 그녀가 책을 쓰기로 결정하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녹취해 정리한 경우는 그 인물의 서술로 바뀐 한 챕터가 등장하게 되는데, 책 전체를 통틀어 아서, 글래디스, 그리고 데이지 세 명의 또다른 시각이 존재한다.

 

호주와 뉴질랜드가 영국령이었던 시절 이후.

그리 멀지 않은 60년대에만 해도 피부색과 인종은 사람과 그 이하를 나누는 기준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시대가 남긴 상흔은 채 희미해지기도 전에 외면 당하고 잊혀져 가고 있다. 내보이기조차 두려울 정도로 깊은 상처이기에, 어떻게든 그것을 숨기고 생을 마치려는 세대와 그들로부터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을 전해받지 못해 자신의 뿌리를 잃어가는 하얀 흑인들.

 

이 이야기는 그들, '애버리진'의 뿌리를 더듬어가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실제 작가 자신의 이야기인 듯 하다.

 

샐리의 할머니인 데이지는 끝까지 과거에 대해 말하기를 거부하다가 죽음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때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말문을 연다. 그러나 그 이야기 도중에도 이것만은 누구에게도 말할 수도, 그럴 필요도 없다고 말하며 삼키는 비밀들이 곳곳에 존재했다. 그녀가 살아온 삶은 어떤 것이었을까.

 

이 이야기는 제목 그대로 니웅가의 노래이다. 니웅가, 즉 인간의 노래라는 의미다.

애버리진 만의 이야기도, 샐리 네 만의 이야기도, 어느 한 가정이나 한 국가 만의 이야기도 아닌 것 같다는 것이다.

이것은 인간들의 이야기이고 시대의 상흔이 남았다는 점에서, 그리고 젊은 세대들은 그것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막연한 이미지로만 가지고 뿌리를 잊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이미지가 좋든 좋지 않든, 왜곡된 것이든 아니든... 그것을 바로 잡아줄 이들은 하나씩 세상을 떠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우리와 닮아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나는 실제 원제인 My Place보다 번역 제인 니웅가의 노래가 더 마음에 와닿는다.

 

 

 

[발췌]

 

# 앨리스와 이야기하는 동안 나는 그 시절의 오스트레일리아 사회가 지금과 얼마나 달랐는지를 깨달았다. 상류사회에는 영국식 전통이 강력하게 흘렀을 것이다. 그런 분위기가 우리 할머니 같은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는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할머니는 언제나 개밥에 도토리였으리라. 한편으로 나는 앨리스의 태도를 1980년대를 사는 나의 관점에서 평가하는 것도 불공평하다는 걸 알았다.

 

 

# 아이들은 내가 엄마가 되어주기를 바랐다. 나는 죄책감이 들었다. 때로 나도 그 아이들이 귀찮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늘 아기 노릇을 하고 싶어했고, 나 또한 아직 어린 나이라는 걸 깨닫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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