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뉴욕주민
출판 : 푸른숲
출간 : 2021.02.05
간단한 '뉴욕주민'의 약력이다.
민사고 - 펜실베니아 와튼스쿨 학사 조기졸업 - 맥킨지, JP모건 외 월스트리트 트레이더 - 예일 석사 - 헤지펀드 애널 - 트레이더
상상도 하기 힘들 정도로 치열하게 살아온 삶이다.
그리고, 멋진 책이다.
발간되자마자 구매했으나 실제로 읽는 건 많이 늦었다.
아쉬움을 달래고자 책을 읽으며 지나간 궤적과 앞으로 가야 할 방향에 대해 생각해봤다.
항상 적당히 살아온 나지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딱 한 번 꽤 열심히 살았던 시기가 있다.
고등학교 입시를 준비했던 중3 시기다. 평준화가 되었었지만 특목고는 별도의 자체 입시 전형이 있었다.
실적을 맞추기 위해 경시 성적도 챙겨야 했고, 요구하는 수준만큼의 선행학습을 하느라 정말 인생에 단 한 번 울면서 공부를 해봤다.
합격했을 때는 기뻤지만, 입학하자마자 엄청나게 무서워졌다.
괴물들이 많았다. 이길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글쎄. 앞뒤 가리지 않고 도전해보기에 나는 너무 겁이 많았다.
노력하고 부서질 거라면 제대로 하지 않아서 못한 거라는 핑계 뒤에 숨는 쪽이 편했다.
그런 저런 옛 생각들이 났다.
저자는 담담하게 자신은 노력밖에 할 수 없으니 노력으로 버텼다고 말하지만,
그게 얼마나 치열한 길이었을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버티고 있는 저자에게 진심으로 존경을 보낸다.
그리고 이제 와서 해보는 생각은, 한 번 정도는.
한 번 정도는.
부서져라 던져보는 것도 좋지 않았을까 싶다.
아마 그렇게 했어도 최상위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무엇이라도 조금 더 쌓아 올린 나는 또 달랐을 것이다.
그 정도로 간절하지는 않았다고도 생각할 수 있겠다.
안될 거라고 생각해도 포기할 수 없는 게 있다면,
치열하게 덤벼보는 것도 가슴 뛰는 일일 것이다.
'The Answer'
답은 존재하는가?
답을 찾기 위한 과정을 즐기는 것이 또 하나의 답일지도 모른다.
- "응, 요즘 같은 장에서는 A사 주식 사면 나쁘지 않아. 하지만 그 대신 매수금의 5~10%는 뉴욕증시 경쟁 B사, 중국증시에 자회사가 상장된 같은 업계 C사에 대한 공매도가 필요해. 그리고 10% 정도는 CMBX 모기지 인덱스 신용부도 스왑을 매도해서 크레디트 헤지를 하고. 참고로 이건 네가 두 배 정도 레버리지를 썼다는 가정하에서야. 다음 주 실적 발표 때 새로운 변수가 튀어나오지 않고 당분간 금리 스프레드가 지금 수준으로 유지되는 이상 내 말대로 하면 확실하게 돈을 벌 수 있어."
실제로 이런 식으로 말하면 대부분 이해하기를 포기해버린다. 그리고 다시는 나에게 종목 추천 따윈 요구하지 않는다.
- 나는 이런 질문 자체가 근본적인 문제를 품고 있다고 생각한다. 주식투자를 마치 마트에서 장을 보듯이 뭐 하나 무조건 오를 것 같은 종목을 고르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고가 묻어 있기 때문이다.
- '금융 지식의 보편화'. 스물한 살, 졸업장을 들고 사회에 나온 그 순간부터 품어왔던 인생 비전이다.
- '투자'란 수학적, 경제적 지식보다 인문학에 훨씬 더 가까운 행위다. 물론 현명한 투자를 위해서 필요한 기초적인 재무, 회계 지식은 있어야 하지만 결국 시장은 사람들이 움직이는 것이고 사람에 대한 공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투자와 투기는 한 끗 차이다. 원칙과 철학, 내가 투자하는 대상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없는 매매 행위는 투기일 뿐이다. 무지를 바탕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투기하는 사람들은 본인의 행동이 투기라는 인지조차 하지 못한다.
- 첫 직장인 맥킨지에서 나는 전략적 사고와 문제 해결에 대한 방법론 등 훌륭한 트레이닝을 받았다. 문제를 발견하고, 그 안에 있는 본직적인 팩터들을 특정하고, 모든 해결책을 강구해서 가장 효과적인 솔루션을 창출하는 것이 컨설턴트의 사고 프레임이다.
- "마우스? 네가 무슨 컨설턴트야, 뭐야?" ...
"진짜 컨설턴트였는데요." ...
"그랬어? 미안. 근데 이제 너는 뱅커야."
하나도 미안하지 않은 얼굴로 내 모델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지 5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내 계산 실수 하나를 집어낸다.
- 헤지펀드는 월스트리트에서 가장 진입장벽이 높은 업계다. 대형 LBO(leveraged buyout) 딜이 성사될 때마다 뉴스에 자주 언급되는 사모펀드와 달리 철저한 비밀주의를 엄수하기 때문에 헤지펀드 매니저의 전략적인 언론 노출이 아닌 이상 어디에 무엇을 투자했는지, 어떤 투자전략을 사용하는지 등 자세한 부분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는 편이다.
- "You're not that smart. Once you acknowledge that, you'll be able to make it with your sanity intact."
- 그런데 헤지펀드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대형 투자은행과 같은 체계적인 트레이닝이 없다. 연차가 높은 애널리스트, 트레이더, 포트폴리오 매니저로부터 배우는 도제식 교육이 있지만 팀 단위로 움직이는 투자은행 뱅커들과 달리 헤지펀드 애널리스트는 철저하게 혼자다. 입사 동기의 개념도, 같이 일하는 팀도 없다. 그저 나와 시장과의 싸움이다.
- 하지만 내게는 나름 그간 월스트리트에서 보낸 수년의 세월이 가르쳐준 필승법이 있다.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걸 인정하라. 그리고 모르면 알 때까지 무조건 물어라.'
자존심 따위를 챙기면서 더 이상 체계적인 트레이닝도, 모르는 걸 서로 편하게 물어볼 수 있는 동기의 개념도 없는 이 정글에서 살아남을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었다. 내 사수가 될 사람을 찾는 것.
- 나는 인문학을 공부하며 지적 소양을 쌓는 것은 곧 '사람'을 이해하는 기초가 된다고 믿는다. 그리고 월스트리트 커리어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주식시장을 움직이는 것도 '사람'과 '심리'가 아닌가. 폭넓은 분야의 지식과 거기에서 오는 통찰력은 매우 중요하다.
- 주식이 특정 타이밍에 특정 주가에 도달할 것이라는 예측은 하지 않는다.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어느 시점에 어떤 수준의 주가이냐에 따라 내가 대응할 수 있는 전략에 대해서는 어떤 수준의 주가이느냐에 따라 내가 대응할 수 있는 전략에 대해서는 수없이 고민하고 최적의 트레이드를 구상하기 위해 노력한다. 내가 생각하는 '현명한 투자'란 결국에는 얼마나 대응을 잘하느냐가 좌우한다.
<사회가 정의하는 '성공'> = f{머리(재능), 배경, 사람, 운, 노력}
- 아쉽게도 나는 앞서 나열한 네 가지 변수 중 어느 하나도 갖고 있지 않다. 머리? 공부 잘하고 똑똑한 사람들 틈에서만 살아서 그런지 그렇게 월등하게 좋은지 모르겠다. 배경? 평범하다기보다 가난하다는 표현이 조금 더 어울릴 것 같다. 친구들처럼 학원 다닐 형편이 안 되어 공무원 아버지에게 영어와 수학을 배웠고 그 후로는 대부분 독학했다. 사람? 기본적으로 별로 활발하지 않아서, 발 넓게 인맥을 만들고 활용하고 그런 편은 못 된다. 운? 나는 정말 운이 없는 사람이다. 무엇 하나 손에 거저 들어온 적이 없었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필사적으로 싸워야 겨우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런데 노력. 이 노력이라는 변수만큼은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치까지 끌어올렸다고 자부할 수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다섯 가지 변수 중 네 가지가 없으니, 마지막 남은 한 개라도 극한값까지 가져다 놓아야 성공이라는 함수 근처에라도 갈 것이 아닌가.
그렇게 노력해서 어떻게든 지금껏 잘 헤쳐왔는데, 월스트리트 그리고 헤지펀드 세계에 입성하면서부터 내 성공 함수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동안 노력이라는 하나의 변수에만 올인해도 어느 조직에서나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었는데, 이곳은 달랐다.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다섯 가지 변수 모두에 극대치를 갖고 있었다. 머리도 월등히 뛰어나고 대대로 월스트리트 자본의 역사를 함께 해온 부유한 명문가 출신에, 최고의 학교에서 최상의 교육을 받고, 정재계를 아우르는 화려한 인맥과 그들만의 세상에 쉽게 융화되는 성격과 매너도 갖추었다. 심지어 그들에게는 이상하게 운도 잘 따라주는 것 같다. 무엇보다 그들은 누구보다 치열하게 산다. 타고난 재능과 환경도 모자라 노력도 엄청나게 한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으로.
내가 이들을 대체 어떻게 이길 수 있다는 말인가? 이기기는커녕 경쟁하다 떨어져 나가지만 않으면 다행이었다. 특히나 헤지펀드 세계는 월스트리트에서도 가장 진입장벽이 높은데 거기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정말이지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들을 죄다 모아둔 곳 같았다. 그래서인지 언젠가부터 누구를 이겨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내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항상 누군가와 경쟁해왔고, 누구보다 잘하고, 누구를 이겨서 위로 올라가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자 오히려 후련해졌다. 어차피 상대평가는 부질없는 동네이니 경쟁 상대는 이제 나 자신밖에 남지 않았다. 월가로 매일 출근을 하는 한, 어제의 나보다 아주 조금 더 나아진 나로 성장하길 바랄 뿐이다.
- '휴브리스 hubiris'라는 단어가 있다. 영미권 국가에서 일상적으로 자주 쓰일 정도로 보편화된 단어인데, 어원은 인간이 신의 영역까지 침범하려는 오만을 뜻하는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그리스이다. 지금은 '지나친 자기 과신'을 뜻하는 의미로 과거의 성공에 따른 자신의 능력에 집착하거나, 자신의 성공법을 절대적 진리로 착각하고 실패의 오류를 범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Obligation to dissent (저항의 의무)"
... '저항의 의무'란, 진정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계급장 떼고 수평적인 위치에서 항상 반문하고, 치열하게 토론해야 한다'는 뜻이다. 복잡한 비즈니스 케이스에 대한 문제 해결을 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 원칙이다. 그리고 이것이 맥킨지 컨설턴트로서의 의무라는 것이다. .... 사실 이는 '지적 정직함'(intellectual honesty)을 중시하는 월가 헤지펀드 조직 문화에서 암묵적으로 통용되는 개념이기도 하다. 지적 정직함이란 그 어떤 사실, 가치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나는 아직 모른다-알 수 없다'에서 시작해서 가설 정립, 합리적 의심과 끝없는 도전, 검증 과정을 거쳐서 완전한 결론에 다다를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해서는 안 되지만, 나보다 직급이 높고 경력이 오래된 펀드매니저의 투자 논거에도 반드시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의무다.
- "어...? '주말 잘 보냈어?' 같은 것도 없나요? 대단하시네요...."
정말이지 이런 비지니스 에티켓은 참을 수가 없다.
"지금 투자자를 20분 넘게 기다리게 해 놓고 뭘 잘했다고 인사를 요구하는 거죠? 45분이 되어야 할 미팅이 25분도 채 안 남았으니 이 시간 내에 하는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는 게 좋을 겁니다. 주말을 어떻게 보냈는지 관심 없으니까 질문에 협조해주세요."
그제야 그 둘은 편안하게 걸터앉은 자세를 고쳐 허리를 곧게 펴고 내 질문들에 하나하나 답변하기 시작했다. 항상 느끼지만 뉴욕 특유의, 그리고 월스트리트 특유의 효율적이고 신속한, 하지만 동시에 인간미 없고 냉정한 문화에 길들여져 살다가 다른 지역, 다른 업계에서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과 만나면 겪게 되는 문화적 마찰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다. 어느 한쪽이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말 그대로 '문화 충돌'이다.
- 변경 사유 : 시장은 항상 옳기 때문에.
- <끝까지 살아남는 자들의 비결>
1. 절대 트레이딩을 멈추지 않는다.
2. 틀림을 빠르게 인정하는 유연한 사고를 가진다.
3. 일반적인 통념을 거부하는 데 익숙하다.
4. 분석적인 직관, 직관적인 분석력이 있다.
5. 집요하다. 미친 듯이 집요하다.
- "Imagine how much harder physics would be if electrons had emotions."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Richard Feynman이 남긴 유명한 말이다. 나는 이 말이, 주식시장이 어려운 가장 근본적인 이유를 가장 직관적으로 설명하고 있다고 본다.
- "The easiest thing in the world is self-deceit, for every man believes what he wishes." - 데모스테네스, 고대 그리스의 정치가
사람은 자기가 원하는 것이 진실이라고 믿는다.
- 투자자들은 종종 비합리적으로 행동한다. 개인뿐만 아니라 자본적, 전문적 우위에 있는 기관투자자들조차도 항상 최적의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아니다. 기관도 결국에는 사람, '개인'들이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펀드 매니저, 트레이더 한 명, 한 명을 따지면 '인간적인' 부분은 개인과 다를 바 없다. 오히려 자본력과 전문성으로 무장한 에고 때문에 자신이 내린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실수를 범하기 쉽다.
- 1. 선택에 안주하려는 위험한 심리 : 확증편향 confirmation bias
2. 맛있는 체리만 골라 먹는 '체리피킹' : 선택편향 selection bias
3. 가장 최신의 정보, 최근의 실적에 과도한 중점을 두는 최신인지편향 recency bias
- "워크-라이프 밸런스를 어떻게 유지하시나요? 하루에 몇 시간이나 일하세요? 어떻게 하면 월스트리트에서 선배 같은 커리어를 쌓을 수 있나요?"
... 후배들이 귀엽고 도움을 주고 싶기에 그들의 순수한 질문에도 웬만하면 최대한 친절하게 답변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나를 불편하게 하는 유일한 질문이 바로 저런 식의 앞뒤가 맞지 않는 질문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부족해 보이는 후배에게는 직설적으로 말해주는 편이다.
"밸런스를 할 필요가 없어. '워크'하고 '라이프'의 구분 자체가 없는데 뭘 밸런스 할 게 있겠어. 월가에서 일하고 싶다면서 그런 걸 기대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니까, 시간 낭비하지 말고 아예 다른 직종을 찾아보는 게 어때. 지금 옆 홀에서 다른 9 to 5 회사들 채용박람회를 하고 있으니까 지금 바로 그곳으로 가도 좋아."
- 하지만 내가 얻은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
첫 번째는, '디시플린 discipline'. 이 개념을 정확하게 의미하는 한글 단어나 표현이 없어서 아쉽다. 단어 자체를 직역하자면 '규율', '훈련', '수련' 정도의 뜻이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뜻을 내포하고 있다. 고강도 훈련을 거쳐 완성되는 자기수련, 엄격한 자기 통제능력을 통해 만들어지는 특정 업무에 대한 탁월함. 월스트리트의 'discipline'을 경험하고 자기 것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그 이상의 자산이 없다. ...
두 번째는 사람. 아무것도 모르는 나에게 손을 내밀어준 사람들, 그리고 누군가를 도와줄 만큼의 수준까지 성장한 내가 손을 내민 사람들 전부를 말한다. ... "너를 보면 딱 20대 때 나를 보는 것 같아서." ...
세 번째는 현재진행형인 꿈. 아무리 경력이 쌓여도 날마다 새롭게 배울 것은 너무나도 많고, 기회도 너무나 많다. 배움과 성장의 끝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 이곳에서 '꿈'은 항상 현재진행형이다. 나는 어떤 지점, 어느 위치에 올라도 안주할 수 없다는 불안감과 스릴이 주는 꾸준한 자극이 좋다.
- 스무 살 때 꿈꾸던 목표가 서른 살, 마흔 살에도 그대로라면 정말 슬픈 일이다. ... 자본주의의 정점인 이곳에서 사활을 걸고 살다 보면 오히려 자본주의가 가져오는 극단성, 양극화, 분배의 형평성에 대해서 생각해볼 기회가 훨씬 더 많아진다. 이러한 것들을 초래한 것도 자본주의지만, 고치고 발전시킬 수 있는 것도 자본주의 뿐이라는 생각이 더욱 강해져서 언젠가 이를 직접 증명해 보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이곳에서 끊임없이 나를 발전시키고, 성장하고, 인정받아서 내가 생각하는 비전에 가까워질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최고의, 그리고 최선의 수단 vehicle을 만들어보는 방법밖에 없다. 월스트리트는 이런 내 꿈을 구현할 수 있는 최상의 환경이다.
- 그 누구나 가치관 형성이나 적성에서 변곡점을 맞이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변화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환경이자 시스템을 갖춘 곳 또한 월스트리트다. 한 개인이 성장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발판을 마련해주는 곳에서 전혀 다른 적성을 찾아 나선다고 해도, 그 길에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능력skill set을 제공해주는 곳이다. 완전한 커리어 전향을 한 이후에도 좋든 싫든 평생 '월스트리트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닌다는 것 자체가 이를 증명해준다.
- 간혹 월가에서의 '가치관 충돌'을 탓하며 업계 전체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과 함께 자신을 그 집단에서 분리시키고자 업계를 떠나는 사람들도 있는데, 상당히 편협한 행동이다. 월스트리트의 가치관이라는 게 그렇게 천편일률적으로 존재하지도 않을뿐더러, 만약 그렇다 한들 그런 식의 피해의식과 함께 자신이 한때 발 담았던 업계를 폄하한다면 자신의 가치관부터 올바른지 따져봐야 할 것이다. 어느 업계, 어떤 조직에서도 가치관의 충돌은 피할 수 없지 않은가. 그 가치관의 다양성마저 존중받는 곳이 월스트리트다. 단 하나의 잣대로 성패를 결정하는 이곳에서는 그러한 투정까지 일일이 받아줄 여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시스템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에게 월스트리트는 절대 떠날 수 없는 곳이다.
- "Always sell yourself."
- "We don't sell. .... 맥킨지는 팔지 않습니다. 맥킨지가 추구하는 가치란 판매를 위함이 아닌, 수요를 창출하기 위함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조직의 가치가 이 사회에 진정한 의미로 영향력impact을 미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것이 맥킨지가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
'무슨 말을 하는 것일까... 내가 이해를 못 하는 것인가? 팔지 않고 임팩트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임팩트를 주기 위해 열심히 팔고 있잖아, 컨설팅이라는 상품을....'
- 반면, 내가 그 이후 거쳐갔던 월스트리트의 모든 조직들은 셀링에 대한 가치를 매우 솔직하고 일관되게 추구했고 나 역시도 그런 문화를 불편하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는 유형의 사람이었다. 결국 내 핏fit을 잘 찾아간 셈이다. 그리고 지금 다시 내게 묻는다 해도 맥킨지 컨설턴트도 결국에는 세일즈맨이다.
- 차별은 취업 전선에 뛰어드는 그 순간부터 시작된다. 월스트리트 금융 회사들이 사원을 뽑을 때 강조하는 '문화적 핏 cultural fit'이라는 게 있는데, 이 사람이 얼마나 '우리 회사 사람들과 잘 융화되어서 팀워크를 잘 해낼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잣대다. 물론 매우 주관적이다. 그들이 말하는 '우리'에 포함된다는 것은 단지 실력 있고 원만한 성격 정도가 아니다. 사내 시니어들은 물론 대기업 클라이언트들을 상대할 수 있는 고급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기본이고, 점심시간에 미식축구에 대해 떠들고 시덥지 않은 농담 따먹기를 한다거나, 저녁 칵테일파티에서 어색함 없이 처음 본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미국 정치, 시사 문제부터 시시콜콜한 일상 대화까지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사회성을 말한다. 미국 현지화가 되면 돼 있을수록 유리하다. 월스트리트에서 동양인을 뽑을 때는 실력 있는 동양인을 뽑는 것이 아니라, 실력 있는 미국 인재를 뽑는데 뽑고 나서 보니 그냥 동양인일 뿐인 거다.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성장하고 문화적으로 완벽히 흡수된 미국인이 아닌 이상 매우 힘든 일이다. 하지만 나 같은 외국인은 그들이 정한 게임의 룰에 맞게 플레이해야 할 뿐 선택의 여지가 없다.
- 투자은행의 채용 절차는 정식 인터뷰 외에도 그에 못지않게, 혹은 그보다 더 중요한 네트워킹 과정이 있다. 현직에 있는 뱅커들을 찾아가 자신이 왜 반드시 투자은행에 입사해야 하는지 채용 권한을 가진 그들을 설득하는 일종의 자기 어필 시간이다. 이 미팅은 한 번의 만남으로 간단히 끝나지 않는다. 만남의 과정부터 콜드 콜, 콜드 이메일로 시작된다.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연락해서 당신이 재직 중인 회사, 팀, 그리고 당신이 하는 일에 관심 있으니 조언을 부탁한다는 식으로 접근해서 그의 마음에 들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 대부분 그 반대의 트랙을 걷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리버럴아츠 교육을 학부 때 받고 이후 경영대학원에 진학해서 실무적인 지식을 쌓고 취업을 준비한다. 하지만 나는 내가 밟았던 수순이 나름 효과적이었다고 본다. 몇 년 사회 경험을 한 이후에 접하는 인문학이 훨씬 더 소중하게 다가오고 그 값짐을 이해할 수 있는 수준과 여유도 생기기 때문이다. 게다가 조기졸업을 하느라 놓쳤던 캠퍼스 생활도 맘껏 즐기면서, 철학과 영문학, 정치이론을 실컷 공부할 수 있었던 예일에서의 시간은 내게 꿈만 같았다.
- 투자은행처럼 팀 단위로 M&A 딜을 진행해야 하는 조직에서의 사내정치야 그러려니 했지만, 헤지펀드 같은 조직에서는 개인의 투자 수익률로 모든 게 입증될 테니 그런 정치적인 요소들, '사람 팩터 people factor'가 없겠지... 라고 순진하게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웬걸, 그보다 더 심하면 심했지 결코 덜하지 않은 곳이 투자의 세계였다.
펀드매니저는 펀드매니저 대로, 애널리스트나 트레이더는 그들 대로 사내외에서 서로를 견제하는 자들에 의한 각종 루머와 비방에 시달리는데 이것은 오히려 잘 나가면 잘 나갈수록 더 심하다. 심지어 투자 역이 아닌 일반 사무실 직원들 사이에서도 무언의 견제와 파워 게임의 기류가 흐른다.
- "모건스탠리에서 주식 세일즈 MD까지 하다가 우리 헤지펀드로 넘어왔어. 그런 정치질 심한 메가뱅크에서 살아남은 걸 보면 보통 독한 게 아니야. 모건스탠리 같은 조직에서 18년에나 버텼을 정도면 어떤 성격인지 각이 나오지 않아?"
정말 웃긴 건 이 CFO는 골드만삭스에서 20년을 일했다.
- PM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해주지 않는 나는 정치력 레벨 제로다.
- 평소에도 실속 있게 움직이며 오피스 내에서 똑똑하게 처세하는 스티븐을 떠올려 보았다. 정치적인 놈이다. '정치적'이라는 것은 결코 나쁜 의미가 아니다. 편견을 버리고 생각해보면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사람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고도의 생존 기술이다. 이것도 똑똑해야 할 수 있는 것이다.
- 미국이라는 나라가 개인주의가 존중된다고 해서 개개인이 독립적이고, 집단적 교류를 선호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미국의 개인주의 문화를 상당히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집안, 출신 지역, 학벌, 심지어 출신 고등학교까지 한국보다 훨씬 더 심하게 따지는 곳이 미국이다. 만나자마자 서로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나는 어느 학교에서 공부했고, 어느 주에서 자라왔고, 예전에는 저런 일을 하다가 지금은 이런 일을 하고 있어. 너는?'이라는 서로의 배경 정보를 교환한다. 약 1분 이내로 이루어지는 엘리베이터 피치다. 한국에서의 뉘앙스와는 달리 전혀 무례한 질문이 아니고 오히려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친근함, 사교성을 표현하는 프로페셔널한 방식이다. 네트워킹을 굉장히 중요시하는 문화이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상대방과 나와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거리를 좁히고 언제든지 서로 도움이나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발판을 만들기 위해서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엘리트 사회일수록 더 도드라지는 경향이 있다. 네트워킹을 하지 않고 업계에서 성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월스트리트 불문율이다.
- 헤지펀드 트레이더의 매매심리는 이러한 네트워킹 자리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인간관계에서도 적용된다. 한 5분 정도 대화를 해보고 아무런 정보나 인적 네트워크에 대한 교류가 이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바로 퇴장하고 다른 사람에게 접근해서 인사를 나눈다. 피차 시간 낭비하지 말자는 암묵적인 합의가 있기 때문에 다들 같은 의도로 동선을 바꾼다. 헤지펀드는 모든 상품에 대해서 본능적으로 펀더멘털 가치를 계산하며 시장 가격과 수시로 비교하고 매수.매도를 고민한다. 사람들을 대할 때도 예외는 없다. 직업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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