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2017)

[윌리엄 S. 버로스] 정키

일루젼 2012. 1. 17. 05:47
728x90
반응형



정키
국내도서>소설
저자 : 윌리엄 S. 버로스(William Seward Burroughs) / 조동섭역
출판 : 펭귄클래식코리아 2009.12.24
상세보기


정키. 하지만 나는 정크라고 부르고 싶다.
가장 원본에 충실하게 복원한 본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서문에서 고백한 바와 같이, 버로스가 빼고 싶어했던 '리오그란데 계곡'의 목화 농장 부분은 빼는 것이 좋았을 것 같다. 
편집자의 욕심으로야 빼는 것보다는 넣는 것에 관심이 생겼겠지만 

원래는 서문을 오히려 마지막에 읽거나 잘 안 읽는 편인데
오늘은 크게 실수했다. 
정크와 퀴어를 동시에 펴놓고, 퀴어 앞 부분을 조금 읽다가 정크부터 읽는 게 맞겠다 싶어 집어들었는데
펭귄클래식의 퀴어 서문은 버로스 본인이 썼다!!! 

그래서 순간 정크도 당연히 자신이 썼으리라 보고 서문부터 열독했는데.
계곡 부분 28장 삽인데 관해서는 끝까지 본인에게 허락을 받지는 못했다, 는 부분에서 뭔가 이상하다 싶어 보니...
참 빨리도 깨달았다. 

해서 체념하고 그냥 다 읽었다. 

아. 말이 길었는데. 
네이키드 런치에서 목이 막혀 괴로워하던 독자들까지도 수월하게 읽어나갈 수 있는 글. 이라는 이야기가 있던데.
확실히 수월하긴 했다. 

환상과 비전, 색채에 관한 묘사는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초본의 부제로 어느 벗어나지 못하는 마약 중독자의 고백이 붙었었다는데, 마약에 중독되어가는 삶. 중독된 이후의 생존과 벗어나고자 하지만 다시 끌려들어가고 마는 굴레 등에 대한 상당히 담담하고 자전적인 글이다. 읽다 보면 한 번 정도는 체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만큼 다소 상세한.

여기서의 리는 윌리엄 본인이 확실히 투영된 것으로 보이는데 어쩐지 한 발짝 물러서 있는 듯한 느낌이다.
뭐랄까 생생한 그 현장의 이야기라기보다- 그 순간을 기억 속에서 더듬어 내어 보여주는 것 같은 느낌.
건조하고 덤덤하다. 네이키드 런치에서와도, 퀴어에서와도 다른 느낌이지만 그들이 찰나의 버로스라면 정크에서의 리는 그야말로 작가 자신으로 보인다.

마약을 끊기 위해 센터나 병원으로 들어가는 부분에서 자신의 의지를 강조하는 부분은 조금 귀엽기도 했다.
흥미로운 글이다.  

서문을 먼저 읽지 않고 선입견 없이 접하고 싶었는데,
솔직히 전후반부의 문체 변화라거나 계곡 부분이 이질적인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 부분들에 자신도 모르게 더 신경 쓰며 읽었을 것 같다.
해서 그 느낌에 대해 자신이 없다.

무지 상태에서 읽고 '좀 00한 느낌인데?' 라고 생각하는 것과, 그리고 타인과 느낌을 나누는 것과
'00한지 안 그런지 어디 한 번 보자고.' 라는 생각으로 팔짱끼고 눈 부릅뜨고 읽고 나서 '역시, 그렇군'이라고 생각하는 건 매우 다른 일이다.

사람은 타인과 같은 생각을 갖고 싶어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동질화에 대한 본능. 
게다가 저명한 것 같은, 뭔가 나보다 나아보이는 사람과는 더더욱 같아지고 싶어하는 그런 것이 있기 때문에. 

젠장 나 지금 뭐라는 거야. 
여튼 정크. 확실히 한 번 읽을 만 하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