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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S. 버로스] 퀴어

일루젼 2012. 1. 17.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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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
국내도서>소설
저자 : 윌리엄 S. 버로스(William Seward Burroughs) / 조동섭역
출판 : 펭귄클래식코리아 2009.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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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수월하게 읽었다. 작기 본인은 다시 보기 괴로운 글이라고 말했는데 충분히 이해한다.

퀴어에서의 '리'는 다르다. 정작 중독자로 지냈던 정크에서보다 혼란스럽고 무절제하다.
그는 마약이 아닌 한 청년에게 중독되어 있다. 

놀라운 것은 어떻게 이렇게까지 폭로적으로 쓸 수 있었나 하는 점인데. 
선을 지켜가며 객관적으로 투영해낸 정크의 '리'와는 달리 객관화의 선을 무너트리고 당시 작가 본인의 생각과 감정이 녹아버렸다고 봐야할 것 같다. 그러니 다시 보기 괴롭지;;;

집필 시기가 겹친다고 알고 있다. 
그렇다면 정크에서의 절제가 오히려 퀴어에서의 폭로로 반발 효과를 냈을 가능성도 있다. 

하아... 요즘은 읽는 쪽에 초점이 맞춰져서인지 오히려 생각한 걸 표현하는 게 영 버벅 버벅...
마음에 안드는 문장으로 나온다. 우우.

여튼 다시 이어서 말하자면 그렇다.
'앨러턴' 이라는 청년에 대한 갈망과 소유욕, 그의 거부에서 받는 상처와 고통. 
그런데 그 점들을 현재형으로 드러내기 때문에 더욱 '리'가 생생하게 보인다. 

무슨 말이냐 하면. 
이 글은 회고록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점에서 정크보다 훨씬 소설답게 느껴지지만 사실 내용을 놓고보면 오히려 퀴어야 말로 자서전에 가깝다. 
정크에서도 회고적인 문장은 아니지만... 겪을 걸 다 겪은 자가 과거를 떠올려 무리하게 현재의 문장으로 말하는 느낌이었다면 퀴어에서는 그 순간의 기쁨과 욕망이 뚜렷하다. 미래에 겪게 될 고통과 아픔이 전혀 묻어나지 않는 순수한 기쁨.  
즉 글 안에서 '리'가 겪고 느끼고 있는 것이 거기까지 읽고 있는 독자가 느끼는 것과 일치한다는 것. 

그래서 몰입이 쉽다.
앨러턴에게 말을 건내는 리를 보고 있자면 안쓰러워질 정도다.
연상되는 것은 깃이 다 빠져가는 슬픈 공작새. 상대에게 잘 보이고 싶고 과시하고 싶은 욕망은 찬미 받아야 한다. 에효. 
 
작가 자신이 동성애 경험이 있어서, 라지만 그 점이 크게 신경쓰일만한 글은 아니다. 
당시에야 파격적이라 몇 년이 흐르고서야 출간되었다고 하지만... 대상이 남성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크게 '퀴어'적이지 않던데...??
내가 너그러운건가. 
'퀴어'는 말 그대로 '퀴어'한 것이니까. 버로스가 정확히 어떤 의미까지 표현하고 싶었던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리'가 담고 싶다고 생각되는 '퀴어'의 개념은 상당히 협소하다. 하지만 통념적으로, 그리고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퀴어'의 개념으로 보자면.

가끔은 버로스의 소설보다 최근의 미디어가 훨씬 '퀴어'다.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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