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후루사와 아키라 / 채은미
출판 : 동아시아
출간 : 2021.08.04
이 도서는 출판사 동아시아로부터 제공받았음
따끈한 신작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주신 동아시아 출판사에 감사드리며.
최근 읽은 과학 도서는 대부분 양자역학을 언급하고 있었다. 한때는 미치광이들의 학문이라 불리던 양자학이 이제는 '합리적'인 설명을 위한 필수적인 학문이 되어가고 있다.
궁금은 하지만, 어려울 것 같아 선뜻 손이 가지 않았는가?'이해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빛의 양자컴퓨터>는 일반인들이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쉽고 세심하게 설명해준다. 직접 만들어 낼 수는 없어도 향유할 수는 있는 일반인의 입장에서 이런 교양 도서는 일류 쉐프의 가정식 같은 느낌이다.
한계선을 뚫고 지평을 넓히고 있는 연구자들의 생생함을 살리고, 그들의 연구 작업을 알기 쉽게 풀어서 반복해준다.
이 책의 초반부는 기존 컴퓨터들이 사용하는 논리 회로에 관한 간략한 설명과 양자에 관한 기본 개념을 다룬다.
따라가기 어려울 법한 실험은 따로 페이지를 할애해 도식과 함께 다시 설명해주므로 -그리고 실험이 이해되지 않더라도 결과를 따라가는 데는 문제가 없도록 풀어나가므로- 즐겁게 읽어나가면 된다. 결과들은 아주 놀랍고, 흥미롭다.
1+1=10 이라는 연산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NOT, AND, OR, NAND, 최소한 NAND의 집합이 필요하다.
1+1은 0+0과 2번째 자리의 표기를 위해 0+0, 1+0, 0+1로 세워진 논리 규칙을 넘어서야 한다.
1+1은 더이상 단자리 수가 아니므로 다른 자리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컴퓨터의 언어는 비교를 통해 오류를 검증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값으로 다시 치환해 보여주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기존의 컴퓨터는 이런 기본단위 회로들의 집합이다.
하지만 양자 컴퓨터는 양자의 확률적 중첩과 연동(얽힘)을 이용한다. 양자는 1이기도 하고 0이기도 하므로, 하나의 단위가 동시에 하나 이상을 나타낼 수 있다. 따라서 필요 회로의 획기적인 감소가 가능하다. 더 간단히 말하자면, 1인지 0인지를 나타내기 위해 기존의 컴퓨터는 4가지의 상황을 가정해야 하므로 앞서 설명했듯이 한 자리를 나타내기 위해 기본단위 회로들이 필요하다. 하지만 양자 컴퓨터의 양자비트는 1이자 0이며 연산 회로가 필요하지 않다.
또한 특정 작업을 통해 연계된 양자들은 동시에 연결된 값을 가진다. 양자들 중 하나에 외부적 간섭을 가하면 나머지도 동일한 영향을 받은 것처럼 변한다. 이를 활용하면 거리적으로는 원거리 보안 통신이 가능하고, 공간적으로는 순간적이고 폭발적인 연산이 가능한 것이다. (현재로서는 양자의 특성과 맞는 특정 계산에 한해서만)
복잡한 부분은 생략하고 말해보자면, '양자얽힘' 하나만으로도 이 책을 읽어볼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가설들을 증명해나갔는지, 기술적으로 실험을 설계했고 장치들을 구현했는지를 읽다보면 감탄이 나온다)
저자는 다른 양자 연구센터들과의 특화점으로 '실온 가능', '광속 가능' 등의 이유를 들어 빛을 이용하는 것의 장점을 주장한다.
실제 저자의 주장처럼 풀어야 할 과제가 많으나, 치열한 세계적 경쟁 속에 상용화가 가시화되고 있다.
대부분의 기술이 그러했듯이, 기술의 발표는 삶의 기준을 변화시킨다.
그렇다면, 미래의 수혜자로서 우리는 어떤 꿈을 꾸어야 하는가?
- 양자역학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인간의 직감과 어긋난다는 점이다. 우리의 상식과 반대되는 규칙에 의해 모든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바꿔서 생각하길 바란다. 아니, 오히려 인간의 직감을 바꿔야 한다고 말해도 될 것이다.
- 또한, 복수의 존재 확률에 의해 분열한 것 같은 상태이던 양자는, 관측(측정)에 의해 신기하게도 하나의 상태로 수렴하여 입자성을 나타낸다. 이것을 '파동 묶음의 수축'이라고 한다. 이 해석은 나중에 양자컴퓨터를 이해하는 데 아주 중요하므로 잘 기억해두길 바란다.
- 초전도에서 흐르는 쿠퍼 페어라 불리는 전자쌍을 나눈 2개의 전자나, 비선형 광학 결정에 강한 레이저광을 조사했을 때 나오는 2개의 광자 등, 특수한 방법으로 생성된 양자쌍은 특수한 중첩 상태이며 공간적으로 떨어져 있더라도 상관관계를 가진다. 이러한 상태를 '양자얽힘'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양자 A를 측정하면 파동 묶음의 수축이 일어나 중첩 상태가 붕괴되어 '0'이나 '1' 한쪽의 상태로 정해진다. 이때, 양자 A의 상태가 '0'으로 정해지면 그 영향은 공간적 거리에 관계없이 순식간에 양자 B에게 전달되어 양자 B의 상태는 '1'로 정해진다.
- 이는 신기한 현상이다. 오류의 패턴은 무한하게 있고, 그리고 오류는 오류 신드롬 측정을 하기 전에 발생했는데, 오류 신드롬 측정을 실시함으로써 처음으로 오류의 종류가 확정된다. 마치 과거를 바꾸고 있는 것처럼, 즉 인과율에 반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 사실, 나에게 있어서 슈뢰딩거의 고양이 상태의 양자 텔레포테이션은 오랜 소원이었다. 캘테크에서 유학하던 1998년 당시, 나는 킴블 교수와 브라운스타인 교수가 발표한 논문 안에서 슈뢰딩거의 고양이 상태의 양자텔레포테이션에 관한 이론 계산의 기술을 발견했다. 그때부터 나는 '이것을 실현하면 영웅이 되겠다'라고 계속 생각해왔다. 그리고 그 꿈을 13년 걸려서 드디어 실현한 것이다.
- 이와 같이 이론적으로 불가능하다 여겨졌던 일이라도 '진짜로 그럴까?'라고 의문을 가지고 이것저것 시도해보면서 새로운 길이 열리는 것이다.
- 이러한 와중에 내가 1996년부터 연구 개발을 진행해온 것이 '빛'을 이용한 양자텔레포테이션과 그를 이용한 범용형 양자컴퓨터이다.
- 실제로 양자의 세계에서는 광자나 전자뿐만 아니라 원자 등에서도 '입자성과 파동성의 이중성'이 나타난다는 것이 지금은 알려져 있다. 이 개념은 양자컴퓨터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당장 이해할 수 없더라도 기억해두길 바란다. 그렇지만 이들은 실제로 완벽한 입자로서 존재하지도, 완벽한 파동으로서 존재하지도 않는다. 조금 어렵게 말하자면, 수학적으로 양자의 입자성은 위치의 '델타 함수'로 표현한다.
- 방사성물질을 구성하는 원자의 원자핵은 양자이기 때문에, 양자역학에 따라 50퍼센트· 50퍼센트의 확률로 '원자핵이 붕괴한 상태(방사선을 방출한다)'와 '원자핵이 붕괴하지 않은 상태(방사선을 방출하지 않는다)'의 중첩 상태에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에 반해, 고양이와 같이 고전역학을 따르는 거시적인 물체에는 이와 같은 중첩 상태의 논의가 해당될 리가 없지 않은가.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던지는 질문의 본질은, 이러한 상황을 고려했을 경우 '방사성 물질은 양자역학을 따르고 고양이는 고전역학을 따르기 때문에 어디선가 모순이 생기는 것이 아닌가', '양자의 세계와 고전역학의 세계는 연결되는가 되지 않는가'이다. 슈뢰딩거는 코펜하겐 학파에게 "이러한 일이 과연 가능한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으나, 양자의 세계에서는 2개의 양립하지 않는 상태가 중첩되는 현상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 양자얽힘이란 중첩 상태에 있는 양자가 2개 이상인 특수한 상태로, 그중 하나의 양자 상태를 관측(측정)하면 다른 양자에게도 '순식간에' 영향을 미치는 신기한 상태를 말한다. 양자역학 없이는 설명할 수 없는 특수한 상관관계를 가진 여러 개의 양자의 상태이다. 양자얽힘 상태에 있는 양자끼리는. 예를 들어 서로가 '아주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어떠한 형태로든 강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한쪽이 외부에서 받은 영향을 다른 한쪽도 동시에 받는 것이다. 확실히 이 현상도 우리가 살고 있는 거시적 세계에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이다. 이것을 주장한 것도 코펜하겐 학파이며, 실제로 여기서도 아인슈타인 그룹과 코펜하겐 학파는 격렬히 대립했다.
- 쇼어 박사는 양자컴퓨터를 사용하면 소인수분해를 간단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증명했다. 이는 양자컴퓨터가 실현된다면 RSA 암호는 한순간에 풀려버리고 만다는 것을 의미한다. RSA 암호란 '거대한 소수를 곱해서 얻은 숫자를 소인수분해하여 원래의 소수를 구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라는 사실을 이용한 공개키 암호의 한 종류이다. 지금까지의 컴퓨터에서는 현실적인 시간 내에 암호를 푸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인터넷 쇼핑이나 인터넷 뱅킹 등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양자컴퓨터라면 암호의 해독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큰 소동이 일어난 것이다.
- 이렇게 양자중첩 상태가 깨지는 것을 ‘결깨짐 decoherence'이라고 한다. 양자비트를 이용하여 계산 처리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양자중첩 상태가 깨질 때까지의 시간, 즉 '결맞음 coherence 시간'을 가능한 한 길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역으로, 결맞음 시간 내에 계산 제리를 할 수 없다면 올바른 결과를 얻을 수 없다.
- 여기서는 송신자 앨리스가 수신자 밥에게 양자비트 V를 보내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참고로 정보 분야에서는 송신자를 앨리스, 수신자를 밥이라고 부르는 것이 관례이기 때문에 그에 따르기로 한다.
- 먼저, 앨리스는 양자 A와 양자얽힘 상태에 있는 양자 B를 만들어 양자 B만 밥에게 보낸다. 그 후, 앨리스는 원래 보내고 싶던 양자비트 V와 양자 A를 묶어서 '벨 측정'이라고 불리는 조작을 실행한다. 벨 측정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제4장에서 다루겠으나, 이 측정의 결과는 네 가지 경우 중 하나로 정해진다. 그리고 그 벨 측정의 결과를 고전적인 통신수단을 이용하여 밥에게 보내면, 원격지에 있는 밥은 앨리스가 보내준 벨 측정의 결과를 바탕으로 양자 B의 상태를 조작한다. 그 결과, 양자중첩 상태를 가진 양자가 나타난다. 실은 이 양자가 처음에 앨리스가 가지고 있던 양자비트 V와 같은 상태인 것이다. 한편, 앨리스는 벨 측정으로 인해 양자비트 V를 잃어버린다. 양자비트 V는 측정에 의한 파동 묶음의 수축으로 인해 붕괴해버리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앨리스가 가지고 있던 양자비트 V가 밥에게 이동한 것과 같은 결과가 되기 때문에 이를 양자텔레포테이션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 실제로, 오류에는 '오류 없음', '비트 반전 오류', '위상반전 오류', '비트와 위상 모두의 반전 오류'라는 네 가지 패턴이 있는데, 이 네 가지 패턴이 중첩 상태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오류 신드롬 측정을 통해서 그중 특정 오류로 파동 묶음을 수축시킬 수 있다. 즉, 오류 신드롬 측정이란 네 가지 패턴 중 어떤 오류인지를 밝혀서 특정 오류로 파동 묶음을 수축시키는 측정이다. 그것도 특정된 오류는 간단하게 원래 상태로 돌려놓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파동 묶음의 수축으로 확정된 오류가 비트 반전 오류라면 이 비트 반전 오류를 고치면 되는 것이다.
- 이는 신기한 현상이다. 오류의 패턴은 무한하게 있고, 그리고 오류는 오류 신드롬 측정을 하기 전에 발생했는데, 오류 신드롬 측정을 실시함으로써 처음으로 오류의 종류가 확정된다. 마치 과거를 바꾸고 있는 것처럼, 즉 인과율에 반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 프레스킬 교수는 원래 양자우주론 연구자이다. 양자컴퓨터에 필수 불가결한 결맞음은 파동으로서의 성질을 가진 양자의 위상의 정렬 정도, 다시 말하면 간섭의 용이성을 표현하는 것이다. 한편, 결깨짐은 외부와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위상이 흐트러져서 깨져버리는 것을 말한다. 원래 우주는 빅뱅 전에는 단 하나의 양자였기 때문에, 그것이 폭발해도 주위에는 아무것도 없다. 따라서 외부와의 상호작용에 의해 생기는 결재 짐도 발생할 수가 없다. 즉, 우주 전체는 유니터리 변환 unitary transformation에 의한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유니터리 변환은 가역 변환이기 때문에 우주는 원래의 하나의 양자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
- 그렇다고 해도 처음에는 어떻게 실현해야 할지 아무도 몰라서, 실험실에 있는 장치를 돌리며 이것저것 고안했다. 그리고 어느 날, '아, 이렇게 하면 되겠다'라고 한순간에 완벽한 방법을 생각해냈다. 추상적인 표현을 하자면, 빛이 어떻게 나아가고 싶은지 빛의 기분을 손으로 만지듯 알게 된 것이 다. 이것은 논리가 아니었고 인스피레이션(영감)이라고 할 수 있다.
- 지금은 인터넷 덕분에 뉴스가 순식간에 전 세계로 전해지지만, 인터넷이 보급되기 전에는 인구밀도가 낮은 미국에서 사신의 연구 성과를 널리 어필하기 위해서는 미디어의 힘을 잘 활용해야 했다. 이 때문인지 미국인은 어렸을 때부터 마케팅이나 프레젠테이션에 관한 교육을 받는다고 한다.
(리뷰자 주 : <아비투스>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마케팅에 대해 알아두지 않으면 타인의 마케팅에 휩쓸리게 된다는 논지.)
- 고전역학적으로 생각하면 위상이 반대인 파동은 서로 상쇄하기 때문에 없어진다. 하지만 여러 개의 광자로 구성된 거시적인 빛의 파동에서도 중첩 상태가 성립한다면, 서로 반대의 위상을 가진 거시적인 광펄스들이 서로 상쇄하지 않고 거울에 비친 듯이 양쪽 모두 남게 된다. 또한 거시적인 영역이라고는 하지만, 그곳에서는 고전역학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양자역학적 간섭이 일어나서 광자 1개가 '빠지고' 광자 0개의 확률이 없어졌기 때문에, 반대의 위상을 갖고 중첩 상태에 있는 양쪽 파동의 중앙 부분이 없어진 상태가 된다.
- 그래서 양자텔레포테이션 장치의 심장부인 양자얽힘 생성· 검출 장치의 광칩화에 도전하여, 영국 브리스틀대학교의 제러미 오브라이언 Jeremy O'Brien 교수와 NTT(일본 전신회사) 와의 공동 연구로 2015년에 성공했다. 약 1제곱미터의 광학 테이블에 배치되어 있던 양자얽힘 생성· 검출 부분을, 26밀리미터 x4밀리미터(0.0001 제곱미터)의 실리콘 기판 위에 놓인 유리를 정밀 가공하여 유리 광회로인 '석영계 광도파로 회로로 전환함으로써 크기를 약 1만 분의 1까지 축소했고, 실세로 양자얽힘 상태의 빛이 생성되는 것도 확인했다.
(리뷰자 주 : 회로를 만들었다면 여기서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전까지는 순수과학의 영역, 즉 실험과학이었다고도 할 수 있지만 여기서부터는 상용화의 초입이라고 할 만하다. 저자의 자랑섞인 저술을 읽다보면 괜스레 살짝 초조해진다.)
- 나는 학생 시절부터 윈드서핑을 취미로 하고 있는데, 미국 유학 이후는 캘리포니아의 해변에서 윈드서핑을 즐기는 감각으로 매일 연구를 하고 있고, 학생들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기원하고 있다. 원래 연구란 재미있어서 한다는 것이 대전제이며, 즐겁다고 생각하는 일 이외에는 하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일은 철저하게 하면 되고, 재미없다고 생각된다면 바로 그만두는 편이 낫다.
(리뷰자 주 : 미묘하다. 즐거운 것만 취해서는 발전이 더딘 경우가 많고, 즐거움을 버려도 몰입이 없어 발전이 없기도 하다. 결국 해야 할 것을 즐기면서 빠져들어야 하는데, 일치시키기가 쉽지 않다. 사실 이것은 노력보다는 발견의 영역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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