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1

[루이스 캐럴] 거울 나라의 앨리스

일루젼 2021. 8. 11. 13:40
728x90
반응형

 


원제 : Alice through the looking-glass

저자 : 루이스 캐럴 / 이소연
출판 :  펭귄클래식코리아
출간 :  2010.02.18


 

<거울 나라의 앨리스>는 영문으로 읽으면서 파자와 발음을 이용한 말장난을 한껏 즐겨야 재미일 듯한데, 현재의 내게 그건 아직 좀 무리가 있다. 아쉬운 대로 펭귄의 꼼꼼한 주석을 따라가며 읽어본다. 

 

<거울 나라의 앨리스>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이후 약 6년 만에 발표된 속편이다. 그러나 소설 안에서는 약 6개월이 지난 초겨울로, 앨리스는 7살 반이다. 거울 안으로 들어가 모든 것이 '반대'가 되어버린 세상을 모험하는 앨리스.

 

'거울상'은 때로는 좌우가 뒤집히기도 하고, 방향-목적이 뒤집히기도 한다. 의미가 바뀌기도 하고, 원인과 결과 같은 순서가 바뀌기도 한다. 이런 뒤집힘들은 동시에 일어나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데, 그래서인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보다 더 혼란스러운 느낌을 준다. 

 

몇몇 부분은 일종의 저항을 이야기하는 것처럼도 느껴져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는 원인과 결과의 뒤집힘에 대해 집중해서 읽었는데, 흔히 '행한 대로 돌려받는다'는 말을 하면서도 그것이 '언제'일지에 대해서는 모호하게 내버려 두는 것 같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언젠가 나중에-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최근 하고 있는 잡생각으로는, 사실은 동시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알아차리는 것이 늦거나, 연결성을 이해하지 못해서일 뿐이 아닐까.

 

조금 더 나아가서 상상해보면, 원인과 결과- 물질과 반물질은 하나의 동전의 양면과 같다. 

지금의 내가 하나의 방향으로 살면서 선택한 것은 반대편의 나에게 곧바로 영향을 준다. 

원인을 알아야 결과를 알고, 결과를 알아야 원인을 안다.

그리고 그 끝에서는 다시 역방향으로 시작할 뿐이다. 

같은 것인데, 어느 면을 보느냐에 따라 우리는 선행을 찾으려 할 뿐이다. 테넷, 뫼비우스, 카르마. 

 

조금 늦었지만 말복엔 더위 먹은 소리를 좀 해줘야 제맛. 멍멍.

 


 

- "만약 이게 세상이라면, 온 세상은 누군가가 두고 있는 거대한 체스 게임인 거네요. 아, 얼마나 재미있을까! 나도 저 말들 중 하나였으면 좋겠어요! 졸이 되어도 상관없어요. 경기에 참여할 수만 있다면요! 물론 할 수 있다면야 여왕이 되면 좋겠지만요."

앨리스는 이 말을 하고 나서 조금 수줍어하면서 진짜 여왕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여왕은 그저 기분 좋은 웃음만 짓고 있었다.

"그건 쉬워. 너는 하얀 여왕의 졸이 될 수 있을 거야, 원한다면 말이지. 릴리는 너무 어려서 경기를 할 수 없으니까. 너는 두 번째 칸에서 시작하면 돼. 여덟 번째 칸에 가게 되면, 여왕이 될 수 있을 거야..." 

(리뷰자 주 : 체스 게임에서 폰은 체스판 끝에 도달하게 되면 승진하여 어떤 말이건 될 수 있다.)

 

- "아니, 세상에, 여태까지 내내 이 나무 아래 있었던 게 틀림없어요! 모든 게 전과 똑같다고요!"

"물론 그렇지. 그럼 무슨 생각을 한 거지?”

"음, 우리나라에서는요, 오랫동안 계속해서 아주 빨리 달리면 다른 어딘가로 가게 된다고요."

"정말 느린 나라구나! 음, 여기서는 같은 장소에 있으려면 네가 달릴 수 있는 만큼 힘껏 계속 달려야 한단다. 다른 데 가고 싶다면, 최소한 두 배는 더 빨리 달려야 해!" 

(리뷰자 주 : '붉은 여왕의 역설'. 진화학자들에게서 많이 인용되는데, 죽을힘을 다해 달리지 않으면 퇴보하게 된다는 의미로 많이 쓰인다.)

 

- "왕이 너에 대한 꿈을 그만 꾼다면, 넌 어디에 있게 될 것 같니?"

"물론 내가 지금 있는 곳에 있겠죠." 앨리스가 말했다.

"넌 어디에도 없을 거야. 그의 꿈에 나오는 것들 중 하나일 뿐이니까!"

 

- "그러니까 내가 꿈을 꾸고 있었던 건 아니었네. 우리가 모두 누군가가 꾸는 꿈속에 같이 나오는 게 아니라면 말이야. 이게 내가 꾸는 꿈이기만 하면 좋겠어. 붉은 왕이 꾸는 꿈이 아니고! 난 다른 사람의 꿈에 들어가 있는 게 싫으니까."

 

- "전 누구의 포로도 되고 싶지 않아요. 나는 여왕이 되고 싶다고요."

"넌 그렇게 될 거야. 다음번 시냇물을 건너면 말이지." 

 

- "난 덧셈을 할 수 있어. 시간만 준다면..... 하지만 어떤 경우라도 뺄셈은 할 수 없어!"

"물론 네 이름 철자는 알고 있겠지?" 붉은 여왕이 말했다.
"물론이죠." 앨리스가 말했다. 
"나도 내 이름 철자는 알아. 우린 가끔씩 같이 외우기도 한단다, 얘야. 그리고 비밀 한 가지 알려 줄까? 난 철자 하나로 된 단어들을 읽을 수 있단다! 이건 정말 굉장하지 않니? 그렇지만 너무 기죽진 마. 너도 언젠가는 그렇게 될 테니까." 하얀 여왕이 속삭였다.

(리뷰자 주 : 모델이 되었던 앨리스 리델은 라틴어 수업은 들었다고 알고 있다. 히브리어 수업도 들었는지는 모르겠다. 여기서의 덧셈은 게마트리아를 말하는 것으로 보이고, 철자 하나로 된 단어들을 읽을 수 있다는 말 역시 모음이 없는 언어나 그에 대응되는 언어-히브리어 또는-를 발음할 수 있다는 의미로 보인다. 언젠가는 그렇게 되는 꿈을 꿔본다.)  

 

- "봐봐, 키티야, 꿈을 꾼 건 분명 나이거나 붉은 왕이거나 둘 중 하나야. 붉은 왕은 내가 꾼 꿈속에 나왔지... 그럼 나도 그가 꾼 꿈속에 나왔던 거란 말이야. 붉은 왕이었을까, 키티야? 넌 붉은 왕의 부인이었잖아. 그러니까 넌 알고 있을 거 아니니. ...아, 키티야, 가만 좀 있지 못해! 앞발 좀 가만히 둘 수 없겠니?"

하지만 새끼 고양이는 약 올리듯 이번에는 다른 쪽 앞발만 핥으면서, 앨리스가 던진 질문을 못 들은 척했다. 
여러분은 누가 꾼 꿈이라고 생각하나요?

 

 

더보기

 - "이렇게 세 가지 잘못인 거야, 키티. 그런데 아직 벌 받은 거는 하나도 없지. 수요일부터 그다음 주까지 이 벌을 다 모아둘 거야. 그런데 사람들이 내 벌을 모아둔다면 어떻게 될까?" 앨리스는 이제는 고양이가 아니라 자신에게 말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연말에 벌을 주면 어쩌지? 아마 그날이 되면 나는 분명 감옥에 갈 거야. 아니면, 음, 벌이 저녁을 못 먹는 거라면 어떻게 될까. 그런 무서운 날이 오면 나는 50끼를 계속 굶어야 할 거야! 흠, 그런 거라면 괜찮아! 50끼를 다 먹는 것보단 안 먹는 게 훨씬 더 쉬우니까!

(리뷰자 주 : 카르마가 떠오른다. 제한 시간이 없고 음식이 상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천천히 50끼를 계속 먹는 편이 굶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3끼로 계산하더라도 약 17일인데...)

 

- "그 순간의 공포란, 절대로, 절대로 잊지 못할 거요!" 왕이 말을 이었다.

"그래도 잊을 거예요. 기록해 두지 않으면 말이에요." 여왕이 말했다. 

(리뷰자 주 : 기록의 중요성. 매번 다짐하면서도 자주 잊는다. 그림을 잘 그리면 좋을 것 같은데.)

 

-"그럴 수 없을걸. 내가 충고하는데 반대 방향으로 가는 게 나을 거야." 장미꽃이 말했다. 앨리스는 그 말이 엉터리라고 생각해서,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곧장 붉은 여왕에게로 갔다. 놀랍게도 앨리스의 시야에서 여왕은 사라졌고, 잠시 후 앨리스는 다시 자신이 문 앞을 걷고 있음을 깨달았다. 약간 화가 난 앨리스는 뒤로 물러서서 여왕을 찾아 이곳저곳을 둘러본 뒤에 (결국 저 멀리 여 왕이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반대 방향으로 가는 방법을 시도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 "거의 다 왔나요?" 앨리스가 마침내 숨을 헐떡이면서 겨우 물었다. "거의 다 왔어! 아까 10분 전에 이미 지나쳤다고! 더 빨리!"

(리뷰자 주 : 거울나라. 시작에서는 좌우가 반대로였지만 중반부터는 원인과 결과, 단어의 의미 또한 뒤집힌다. 하지만 일관성이 뚜렷하지 않아 매우 혼란스럽다.)

 

- 앨리스는 혼자 생각했다. '아무리 말해도 소용이 없겠네.' 앨리스가 말로 하지 않고 속으로 생각하자, 이번에는 목소리들이 끼어들지 않았다. 하지만 너무나 놀랍게도 그 목소리들은 모두 합창을 하듯이 생각했다. (여러분이 '합창을 하듯이 생각하다'라는 표현을 이해하기를 바란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이해가 안 되기 때문이다.)

(리뷰자 주 : 와... 오싹하다.)

 

- "손가락이 찔리셨나요?"

"아직 안 찔렸다. 곧 찔릴 거야. 아, 아, 아!"

"언제 그럴 것 같다고 생각하시나요?" 앨리스는 너무나 웃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물었다.

"내가 솔을 다시 제대로 걸치면, 브로치가 바로 빠질 거야. 아, 아!"

여왕이 말을 마치자 브로치가 빠져서 날아가려 했고, 여왕은 거칠게 붙잡아서는 손으로 꼭 그러쥐었다.

"조심하세요! 너무 꽉 쥐고 있어요!” 앨리스는 브로치를 잡았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핀이 빠졌고, 여왕은 손가락을 찔리고 말았다.

"이래서 피가 나게 된 거야. 이제 여기 일들이 어떻게 일어나는 건지 이해하겠지?"

(리뷰자 주 : 이것을 예지라고 해야 할까?)

 

- "이름에 꼭 무슨 뜻이 있어야 하나요?" 앨리스가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당연히 그래야지." 험프티 덤프티가 짧게 웃으며 말했다.

"내 이름은 내가 생긴 모양을 뜻하지. 이 늠름하게 잘생긴 모습을 말이야. 너 같은 이름이라면, 아무 모양이어도 상관없겠지."

  

- "하지만 다섯 배로 더 추울 것 같은데요. 같은 식으로 하면 말이에요..."
"바로 그거야! 다섯 배 따듯하고, 그리고 다섯 배 추워. 내가 너보다 다섯 배 부자고, 그리고 다섯 배 똑똑한 것처럼!"

(리뷰자 주 : 봉우리가 있으려면 계곡이 있어야 한다.)

 

- "고치기엔 너무 늦었다. 어떤 걸 한 번 말했으면, 그걸로 정해지는 거야.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 이 게임은 여태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이상한 크로케 경기였다. 그들은 이랑과 고랑이 울퉁불퉁한 곳에서, 산 타조를 공으로, 산 홍학을 망치로 쓰고 있었다. 병사들은 허리를 구부리고는 손발로 땅을 짚어서 몸을 아치형으로 만들고 있었다.

(리뷰자 주 : <땅속 나라의 앨리스>가 수록되어 있는 줄 몰랐었다. 오리지널 초판 복원본 쪽이 원문도 함께 실려 있어 좋긴 하다. '그여름' 출판본에 왜 번역 오류가 생겼을까 했었는데, 펭귄코리아의 번역을 참고하면서 함께 오역한 것으로 보인다. 산 고슴도치를 공으로, 산 타조를 채로 쓰고 있었다고 번역해야 한다.)

 

- 두 앨리스 책에서 따로 왕실 3인조, 즉 하트 여왕, 붉은 여왕과 하얀 여왕만 골라내도록 하자. 나의 뮤즈 여신에게 그토록 짧은 범위 내에서 세 여왕을 노래하기를, 그러면서 동시에 각각의 여왕들에게 개성을 부여할 것을 기대하는 건 분명 어려운 일이다. 물론 여왕들은 모두 각각 아무리 독특하다 해도 여왕다운 위엄을 지키고 있다. 이는 매우 중요하다. 특징을 구분하기 위해 나는 하트 여왕을 통제할 수 없는 열정의 화신으로 상상했다. 맹목적이고 무모한 복수의 여신으로 말이다. 붉은 여왕도 '복수의 여신'처럼 그려내긴 했지만, 조금은 다른 유형의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그녀가 격노하는 데에는 차갑고도 차분한 기운이 서려 있어야 한다. 격식을 차린 엄격한 모습이면서 쌀쌀맞은 느낌은 없어야 한다. 즉, 두루 아는 체하면서, 모든 가정교사가 보이는 핵심적인 특징이 응축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하얀 여왕은 내가 꿈꾸는 공상 속에서는 상냥하지만 바보 같고 뚱뚱하면서 창백한 모습으로 나왔다. 아이처럼 무력하고, 굼뜬 데다 두서없이 말을 늘어놓으며, 자신의 무능해 보이는 모습에 어리둥절해하는 분위기를 풍기지만 결코 우둔하지는 않은 인물이었다. 하얀 여왕이 어떠한 희극적인 효과를 낸다면 이러한 면모가 바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윌키 콜린스의 소설 <이름 없는 자>에도 이와 기묘하게 닮은 인물이 나온다. 우리는 서로 다른 두 갈래 길을 따라가다가 마침내 같은 목표 지점에 어떻게든 이르게 되는 것이다. 래그 부인과 하얀 여왕은 쌍둥이 자매인지도 모른다.

 

- 캐럴은 이후에 스콧에게 "내 노래의 기원과 역사에" 관심을 가져주어서 고맙다는 인사를 담은 편지에 "더 먼 과거에서 기원을 찾으려는 또 다른 시도의 결과물"을 동봉했다. 그것은 캐럴의 삼촌인 해서드 도지슨이 <재버워키>를 라틴어로 번역한 것이었다.(1872년 2월 27일, <루이스 캐럴의 편지>. 1권, 172쪽) 스콧은 최종적인 기원이 '산스크리트어'로 된 것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그는 기원이 되는 산스크리트어 시를 labrivokaveda라고 가정했다.) 그리고 "재버워키 전설(saga)은 아리아족이 세계 곳곳으로 퍼져 나가면서도 잃지 않았던 조상 대대로 전해 내려온 가보 중의 하나"라고 추정하기도 했다.(스튜어트 도지슨 콜링우드, <루이스 캐럴의 생애와 편지>, 런던. 1898, 143쪽)

 

- 붉은 여왕이 앞서 말했듯이, 앨리스는 '기차로' 세 번째 칸을 향해 빠르게 이동하게 된다. 캐럴의'동화 이야기'는 당시의 발달된 기술 세계를 구체적인 배경으로 하고 있다. 특히 이 에피소드는 앨리스가 빅토리아 시대의 모든 운송 통신 수단을 통해 이동하던 방식을 다양하게 언급하고 있다. 기차뿐만 아니라, 전보, 우편, 소포까지 언급된다. 캐럴은 여러 차례 앨리스와 앨리스의 다른 자매들과 함께 기차로 여행했다. 1863년 6월 25일 일기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남아 있다. 

 

- 테니얼의 삽화에서 하얀 옷을 입은 남자는 벤저민 디즈레일리와 공교롭게도 매우 흡사하다.(특히 테니얼이 <펀치>에 그린 만화 속 디즈레일리와 비슷하다.) 아마도 종이옷을 입은 신사는 신문 여기저기에 계속 등장했던 테니얼의 디즈레일리 그림을 연상시켰을 것이다.(<펀치>의 그림을 포함해서.) 

 

- "어떻게 하나의 점이, 'o'에서 'i'로 무한히 이어지는 계단을 지나 결국 'i'에 도착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단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해서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인간의 이성에는 매우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루이스 캐럴의 편지>, 1권, 589쪽)

 

- 모든 것을 믿으려고 하기 시작한다면, 마음의 기억 근육은 쉽게 지칠 거야. 그러면 넌 곧 너무 약해져서 가장 간단한 진실조차도 믿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르지. 지난주에 친구 하나가 거인을 죽인 잭 이야기를 믿으려고 했어. 그 친구는 겨우 이야기를 믿는 데는 성공했지만, 너무나 지친 나머지 내가 밖에 비가 온다고(이건 틀림없는 사실이었지.) 말해도 믿을 수가 없었어. 결국 그는 모자도 우산도 없이 거리로 뛰쳐나갔고, 결과적으로 곧 머리가 흠뻑 젖게 되었지.(<루이스 캐럴의 편지>, 1권, 64쪽)

 

- <철학 회보>(1708~1710)에 처음 수록된 이 노래는 할리 웰의 <영국 동요>에도 포함되어 있다. 이 노래는 험프티 덤프티의 관점에서 볼 때 '영국 역사'를 다루고 있다. <옥스퍼드 동요 사전>에 따르면 '사자와 유니콘'은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의 왕실 문장이 한데 합쳐진 것을 가리킬 수도 있다. 스코틀랜드의 제임스 6세는 잉글랜드의 제임스 1세로 즉위했다. 이와 동시에 당시 스코틀랜드의 문장에 그려져 있던 유니콘 하나에 왕관을 씌우고 영국의 사자와 결합시켰다. 하노버 왕가가 계승한 이후 유니콘에 씌웠던 왕관은 다시 삭제되었고,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는 다시 서로 전쟁을 시작했다." 이러한 왕권 다툼을 소재로 한 노래는 캐럴이 정교하게 만든 체스 게임의 상황에 교묘하게 잘 들어맞는다. 체스 역시 왕관을 두고 전투를 벌이는 상황을 기초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 테니얼의 삽화는 20년 전 <펀치>에 실었던 만화 그림과 유사하다. 만화에서도 사자(안경을 갖춰 쓰고 있다.)와 유니콘(삽화에서처럼 염소수염은 없다.)은 서로 대결하고 있다. <펀치>의 만화는 그아래에 '영국 사자'가 왕실의 문장을 책임지고 있는 국왕에게 스코틀랜드 유니콘에 대해 항의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테니얼이 <펀치>의 준공식적인 정치 풍자 만화가였기 때문에, 사람들은 테니얼이 그린 <거울 나라의 앨리스>의 사자와 유니콘 삽화를 당시 서로 라이벌 관계였던 위대한 두 수상을 암시하는 것으로 보았다. 두 수상은 각각 사자 같은 글래드스턴(18년 동안 옥스퍼드의 하원 의원으로 일했다.)과 몸놀림이 민첩하고 수염을 길렀던 디즈레일리였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