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1

[박한선, 구형찬] 감염병 인류 - 균은 어떻게 인류를 변화시켜왔나

일루젼 2021. 9. 10.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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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박한선, 구형찬
출판 :  창비
출간 :  2021.04.05


 

잘 모르겠다. 

차라리 두 명의 공저자가 챕터를 나누어서 쓰고 각각을 분리하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싶은데...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은데 섞으려니 이도 저도 아니게 되면서 산으로 간 느낌. 

 

미생물학에 대해 개괄적으로 읽어보고 싶은 사람에게 권하기에는- 좀 애매하고. 

과학 도서로 읽기에는 인문적인 메시지가 너무 강하다.

 

차라리 항체와 균 분류 부분을 대폭 들어내고, 감염병 시대와 현 시대를 겹쳐보며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 논하는 글이 되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엘리아데, 프로이트, 마빈 해리스부터 진화심리와 구달과 정약용과 파라셀수스까지 방대하게 오가지만, 저자들의 결론은 '감염'의 완전 박멸은 있을 수 없으니 면역과 병원체에 대해 바른 개념과 성숙한 사회의식(행동면역)을 갖추자는 이야기다. 이를 위한 포석으로 미생물총의 개념을 가지고 왔으나 normal flora로서의 개념은 정확히 짚지 않았기 때문에 유익균도 존재한다는 메시지가 잘 전달되지 않았다. 

 

집단 행동-터부-이 사실은 감염에 대한 공포에서 기인한 것일 수 있으며, 그것을 제대로 이해해 피해야 할 위험은 피하되 불필요한 혐오는 멈추자는 메세지 또한 종교에 대한 시각 때문에 다소 변질되지 않았나 싶다. 

 

좋은 포인트들도 많았는데, 다소 아쉽다.

 


 

- 예전에는 소에서 결핵이 유래했다는 주장이 유력했습니다. 해양 포유류라는 주장도 있었죠. 그런데 최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사용한 모델링 연구에서 흥미로운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불을 사용하는 조건을 시뮬레이션에 넣어보자 결핵이 창발하는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 연구에 의하면 불을 사용하면서 환경에서 유입되는 감염이 크게 늘었습니다. 더불어 숙주간의 전파에 의한 감염도 많이 늘어나고, 연쇄 감염도 늘어납니다. 뜻밖의 창발적 결과입니다.

 

- 오해입니다. 그렇게 '친환경적으로' 살았던 우리 조상의 평균수명은 30세도 안 되었습니다. 위생가설은 급기야 백신 반대운동으로까지 발전합니다. 백신 반대론자의 주장은 다양하지만, 그 잘못된 근거 중 하나가 바로 위생가설입니다. 

 

- 사실 미추에 관한 주관적 판단은 감염 가능성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 심지어 행동면역계는 정치적 태도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전염병이 유행하면 주변의 의견에 순응, 동조하는 경향이 강화되죠. 이전보다 보수적으로 바뀌게 됩니다. 

 

- 또한 감염과 관련된 강력한 불안과 두려움, 공포, 강박의 심리적 반응, 그리고 혐오와 배제, 차별의 사회적 반응에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감염병 자체보다 더 막대한 피해를 가져온, 우리 본성의 악한 천사(The worse angels of our nature)입니다.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타인을 미워하고, 때리고, 죽일 수도 있는 것이 바로 우리 본성입니다. 체면 때문에, 법 때문에, 평판 때문에 잠들어 있는 오랜 본성입니다. 그러나 팬데믹 상황에서는 강력하게 활성화될 수 있습니다.  

 

- 인류학자 마빈 해리스(Marvin Harris)는 이렇게 말합니다. 

(리뷰자 주 : 저자들은 위와 같이 기술하며 소고기 금기에 대해 마빈 해리스의 저술을 인용하지만, 이어지는 돼지 금기에 관해서는 다른 의견을 펼친다. 마빈 해리스가 돼지와 인간의 잡식 경쟁과 해당 지역에서의 투자 효용비를 근거로 돼지고기 금기를 설명했다면, 이 저자들은 돼지고기가 잘 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데, 그럼 해당 지역에서 다른 육류는 덜 상한다는 말인가? 마치 그 부분도 해리스가 주장한 것처럼 이어지는 것이 조금 걸린다.)

 

- 행동규칙에 대한 언급을 시작한 김에 '의례(ritual)에 관한 이야기를 좀 더 해보겠습니다. 의례는 명확하게 정의되는 개념은 아닙니다. 비슷하지만 성격이 다른 다양한 놀이가 '게임'이라는 범주로 이야기될 수 있듯이 의례도 일종의 가족 유사성(family resemblance)에 의해 소통되는 범주입니다. 즉, 게임이라는 개념과 마찬가지로 의례라는 개념을 정의하는 본질적 특징은 아예 존재하지 않습니다. 

 

- 이제 의대생은 사체액설 대신 코흐의 네 가지 공리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사체액설이란 혈액, 점액, 황담즙, 흑담즙 등 네 체액의 조화와 균형이 건강과 기질을 결정한다는 주장입니다. 고대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 학파가 정립한 의학이론으로 이후 중세 유럽 및 이슬람 의학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죠. 중세 의사들은 감염병의 원인을 체액의 불균형에서 찾으려 했고, 피를 뽑거나 설사를 일으켜 병을 치료하려고도 했죠. 이에 반해 코흐의 공리는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특정 질병을 앓는 생물체에서 미생물이 검출되어야 하고, 그 미생물을 분리· 동정· 배양할 수 있어야 하고, 건강한 개체에 접종하면 병을 일으켜야 하고, 그 개체에서 다시 동일한 미생물을 분리 동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 갈레노스는 유럽의 전통의학에 히포크라테스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 인물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제자였는데, '최고의 의사는 철학자'라고 설파하며 히포크라테스의 사체액설을 계승했습니다. 사실 그의 주장 상당수는 실증할 수 없는 상상의 산물이자 철학적 사상이었습니다. 그러나 1000년 이상 유럽의 의사들은 그의 의학을 신앙처럼 따르고, 그의 책을 성서처럼 떠받들었습니다. 갈레노스에게 질병은 신체의 오묘한 조화가 깨진 결과였습니다. 15세기 무렵 유럽에 전염병이 창궐하자 의사들은 대립했습니다. 상당수의 의사는 미아즈마, 즉 냄새나는 나쁜 공기가 전염병의 원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감염병에 걸리면 악취가 나곤 하지만 그것 자세가 원인은 아닙니다. 미아즈마는 분명 상상 속의 독성물질입니다. 그러나 갈레노스는 프네우마(pneuma), 즉 숨을 쉴 때 몸으로 들어오는 우주의 기운이 건강을 유지하는 힘이라고 여겼고, 따라서 미아즈마는 이를 방해하는 나쁜 기운이었죠. 

 

- 발칙한 몇몇 젊은 의사가 그깟 전통 따위가 무슨 소용이냐며 세균설을 주장합니다. 1546년 이탈리아의 지롤라모 프라카스토로(Girolamo Fracastoro)가 시작이었습니다. 페스트는 주로 지중해 연안에서 많이 발생했는데, 이탈리아의 몇몇 의사는 검역을 통해서 페스트가 어느 정도 통제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죽느냐 사느냐는 문제 앞에서 오랜 전통은 무릎을 꿇었습니다. 급기야 스위스의 의사 필리푸스 파라셀수스(Philippus Paracelsus)는 갈레노스의 권위를 부정하고 새로운 질병에는 새로운 약이 필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덕분에 대학에서 쫓겨났습니다만. 세균설이 등장했지만, 본격적인 의학적 계몽을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했습니다. 

 

- 여러 번 반복하지만 인류의 역사는 감염병의 역사입니다. 그러나 인류가 감염병에 시달리지 않았던 시기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 때가 언제일까요? 문명이 들어서기 전, 수렵채집을 하던 때입니다 물론 주먹도끼를 들고 구석기시대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 감염병에 걸리면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던 때가 불과 100여 년 전입니다. 잠시 잠깐 일부 북반구 선진국이 누린 수십 년간의 감염 안전사회(infection -free society), 그러나 그 짧았던 단꿈에서 깨어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영원히 지속될 역병의 시대인지도 모릅니다. 지난 1만 년 동안 시달렸던 역병입니다. 앞으로 1만 년을 더 지속해도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 급속한 도시화와 환경 파괴, 공장식 사육, 무분별한 세계화로 인한 물자와 인원의 급격한 이동, 충분한 의료자원을 비축하지 않는 적시 공급시스템, 집중화된 대형병원에 의존하는 의료시스템 등은 모두 현대사회의 '미아즈마'입니다. 신종 감염병을 양산하고, 세계적 대유행을 일으키는 요인입니다. 사실상 지구 전체가 하나의 도무스 복합체나 다름없습니다. 현대사회 자체가 신종 감염병을 배양하는 배지나 다름없습니다. 그들은 외부의 적이 아닙니다.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낸 괴물입니다. 항생제와 백신은 적응이라는 거대한 진화적 현상 앞에서 귀여운 장난감에 불과합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지만, 다들 백신과 치료제만 이야기합니다. 물론 얼른 개발하고, 얼른 접종하고, 얼른 치료해야죠. 하지만 현대사회의 '미아즈마'를 좀 더 맑고 건강한 '프네우마로 바꾸지 못하면, 코로나-20, 코로나-21이 나타날 겁니다. 감염병과의 전쟁이 아니라 미생물과의 공생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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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도 자칫하면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이른바 '대를 위해서 소를 희생하자'는 주장은 죽음의 공포를 겪는 집단이 가장 먼저 주장하는 '악'입니다. 

 

- 그러나 정말 그럴까요? 사회혁신을 향한 노력은 도리어 인류를 큰 어려움에 빠트렸습니다. 신석기혁명은 엄청난 수준의 불평등을 유발했습니다. 식량과 건강, 번식 가능성 등 모든 것이 차별적으로 분배되었습니다. 수렵채집 사회의 인류에 비해 신석기인은 무려 10센티미터가량 신장이 작아졌고, 수명도 훨씬 짧아졌으며, 수많은 감염병에 시달리게 되었죠. 그리고 지난 1만 년의 불평등은 지금도 그 기세가 꺾이지 않습니다. 평소에도 그렇지만, 전쟁이나 기아, 역병이 닥치면 불평등의 문제는 절박한 생존의 문제가 됩니다. 

 

- 이를 모방해 만든 '호모 렐리기오수스(Homo religiosus)'라는 라틴어 용어가 있습니다. 물론 정식 학명은 아닙니다. '인간은 본성적으로 종교적인 존재'라는 것이죠. 보통 '종교적 인간'이라고 번역됩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종교학자 중 한 명인 미르치아 엘리아데(Mircea Eliade)의 연구와 함께 널리 알려진 용어입니다. 엘리아데는 인간은 누구나 자기가 살아가는 공간, 시간, 세계, 실존 등을 일상(profane)과 비일상(sacred)이라는 두 가지 양상으로 경험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종교'라고 부르는 것은 그러한 인류의 경험이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이라고 했죠.  

 

- 원래 클로로퀸은 남아메리카에 자생하는 기나나무 껍질을 갈아 만든 전통처방에서 유래합니다. 당시 페루 원주민은 기나나무를 키나 키나(quina-quina)라고 불렀습니다. 케추아어로 '나무 중의 나무'라는 뜻입니다. 17세기 무렵, 페루 총독이던 루이스 헤로니모데 카브레라, 친촌 4대 백작(Luis Jerónimo de Cabrera, 4th Count of Chinchón)의 부인이 말라리아에 걸립니다. 까딱하면 죽을 지경입니다. 그런데 친촌부인은 기나피를 먹고 말라리아에서 회복됩니다. 물론 진위가 의심스러운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칼 폰 린네(Carl von Linné)는 이 이야기를 믿었던 모양입니다. 기나나무에 친초나(Cinchona)라는 학명을 붙였습니다. 아마 실제로는 남미에 선교를 간 예수회 신부가 처방을 배웠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예수회 나무껍질'(Jesuit's bark)이라고도 하죠. 천주교를 미워하던 호국경 올리버 크롬웰(Oliver Cromwell)은 말라리아에 시달리면서도 기나피를 악마의 가루라고 하면서 절대 먹지 않았다고 합니다. 

 

- 불의 사용과 농사, 가축, 의학이라는 신석기 초기의 중요 사건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삼황의 '치적'이 연상됩니다. 그러나 이를 위대한 왕의 업적으로 추앙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사실 신석기 초기에 일어난,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일어나고 있는 농업 관련 사건은 인류의 치명적 실수였습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Jared M.Diamond)는 <인류 역사상 최악의 실수>라는 글에서 "그동안 우리를 보다 나은 삶으로 이끈 결정적 단계로 믿었던 농업의 도입이 사실은 여러 면에서 도무지 회복할 수 없는 수준의 재앙적 선택이었다"라고 단언했습니다. 사실 농경은 신석기 이전부터 있었습니다. 씨앗을 뿌리면 식물이 자란다는 사실을 수렵채집인이 몰랐을 리 없습니다. 가끔은 수렵물도 키우고, 화전도 했습니다. 그러나 수렵과 채집이 훨씬 쉬웠고 초기의 곡물은 낟알이 보잘것없었으므로 큰 관심을 끌지 못했습니다. 눈앞에 보이는 거대한 매머드를 잡으면 온 부족이 풍족하게 먹는데, 가축과 곡물을 키울 이유가 없습니다. 

 

- 요즘은 병원 혹은 의료인 매개 감염도 문제입니다. 숙주가 아플수록 병원에 갈 것이고, 병원에 가야 다른 숙주에게 쉽게 전파될 수 있습니다. 감염병이 유행하면 병원 앞에 선별진료소를 차리는 이유죠. 열이 나는 사람을 가려서 병원에 못 들어오게 한다는 것이 좀 이상한 일이지만, 병원 내에 감염병이 유행하면 정말 곤란하기 때문입니다. 

 

- 세계보건기구가 인정한 공식적인 팬데믹은 단 세 번입니다. 우리는 늘 팬데믹 지구에서 살아왔습니다. 코로나-19 유행으로로 비슷한 숫자가 매년 죽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서 말라리아가 또 전파됩니다. 14년을 지속했습니다. 1068년의 홍콩 독감(Hong Kong flu), 2009년 신종 플루를 거처 2019년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한 대로 팬데믹은 어쩌다 일어나는 비극이 아닙니다. 우리는 흔히 흑사병이나 스페인 독감 정도를 떠올립니다. 역사상 두 번 있었으니 이번에 어떻게든 코로나-19를 잡으면 또 수백 년 동안 괜찮을까요? 그러나 팬데믹 연대기를 보면, 그리고 지금 세계를 휩쓸고 있는 감염병의 위세를 보면, 이러한 낙관적 예상은 너무 순진한 것입니다. 

 

- 특히 장내 미생물총은 병원균의 침입을 막습니다. 물론 주인을 위해서 그러는 것은 아닙니다. 자기 영역을 지키려는 것입니다. 덕분에 인간의 장도 제법 튼튼하게 유지됩니다. 미생물총은 세균과 고세균, 진핵생물, 바이러스 등으로 구성되는데, 99퍼센트가 세균입니다. 이러한 미생물총의 게놈을 모두 합하면 유전자는 300만 개 이상으로 늘어납니다. 

 

- 미생물총은 유전일까요. 환경일까요? 둘 다입니다. 일란성쌍둥이의 경우 이란성쌍둥이보다 미생물총의 일치도가 높습니다. 쌍둥이는 같은 시기에 태어나 같은 환경에서 자라기 때문에 둘 사이의 차이가 있다면 유전적 차이죠. 선천면역과 획득면역은 세균총과 상호작용하면서 서로 조절합니다. 낯선 사람에 비해서 가족 사이에 공유도가 높은 것도 일부는 유전이 원인이고 일부는 식생활 등 환경의 영향입니다. 

 

- 이제 드디어 바이러스를 다룰 차례입니다. 바이러스는 사실 생물이 아닙니다.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이죠. 증식하려면 반드시 숙주가 있어야 합니다. 그 진화적 기원은 아직 오리무중입니다. 그래서 생물의 계통수, 이른바 생명의 나무(the tree of life)에서 아예 빼기도 합니다. 

 

-  그러나 지금은 이런 기준을 별로 활용하지 않습니다. 일단 팬데믹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준이 없습니다. 제6기라면 마지막 단계니까 당연히 팬데믹일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HIV는 분명 전 세계에서 유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글로벌 에피데믹(global epidemic)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과거 기준과 대책은 인플루엔자를 상정하여 만들어졌습니다. 질병의 심각성과 유행 수준을 모두 고려한 기준은 없습니다. 세계 보건기구가 세계를 나눈 여섯 구역의 기준도 감염병을 상정하여 정해진 것이 아닙니다. 북한은 동남아시아 지역인데, 한국은 서태평양 지역입니다. 모로코는 분명 지중해의 서쪽에 있지만, 동지중해 지역에 속합니다. 중국은 서태평양 지역인데, 훨씬 서쪽에 있는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시아 지역입니다. 

 

- 이쯤 되면 책을 다시 환불하고 싶은 마음이 드나요? '내 자식은 면역학자로 키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들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것만 알면 됩니다. 인간은 아주 '신박한' 방법으로 세상의 모든 외부 물질에 대응하는 항체를 만들 수 있도록 진화했다는 것입니다. 

 

- 구달은 곰베국립공원의 이른바 카사켈라 침팬지 사회를 연구했습니다. 이전 상식과 달리 침팬지는 종종 육식을 하며, 간단한 도구를 쓰고, 집단 간 전쟁을 한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구달은 고졸이었지만 케임브리지대학교 박사과정에 바로 입학하였고, 몇 년 만에 동물행동학 박사학위를 받습니다. 그녀의 지도교수가 유명한 로버트 힌드(Robert A. Hinde)입니다. 애착 이론을 정립한 존 볼비(John Bowlby)와 같이 소아발달에 관해 연구하고, 고릴라 연구자 다이앤 포시(Dian Fossey)를 가르쳤던 인물이죠. 나중에 동물행동학 연구를 도덕과 종교에까지 연장하려고 했던 학자입니다. 

 

- 갓 테어난 영아는 시력이 형편없습니다. 태어난 지 일주일이 지나야 색을 구분하기 시작하는데, 빨간색이나 녹색입니다. 파란색 계열을 보려면 더 오래 걸립니다. 신생아는 배냇저고리의 색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 투정하는 일이 없습니다. 하지만 냄새와 맛에는 예민합니다.

 

- 의사의 말은 듣지 않지만 홍삼매장 직원의 말은 맹신합니다. 백신에 들어 있는 극소량의 메틸수은(해롭지 않지만 지금은 거의 쓰지 않습니다)에 대해 '뭔가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다'라며 거부하면서, 음이온이 나온다는 천 원짜리 은색 스티커를 핸드폰에 붙이면서 '뭔가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라고 든든해 합니다. 

 

- 유럽만이 아닙니다. 우리 역사도 역시 전염병의 역사입니다. 전염병의 원인도, 치료도 몰랐던 것은 동서양의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았죠. 주술과 종교를 통해서 엉뚱한 원인을 들이대거나, 기껏해야 대증치료를 하는 정도죠. 전염병이 심해지면 다들 신의 재앙을 의심했습니다. 괴력난신을 인정하지 않는 성리학으로 무장한 조선도 별로 다르지 않았습니다. 단종이 즉위한 1452년, 신화 서사인 단군 고사와 동명왕 고사까지 거론하면서 전염병의 초자연적인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상소가 오르기도 했습니다. 

 

- 혹시 모를 감염의 위험에서 아기와 산모를 보호하려는 관습입니다. 한시적으로 행해지는 사회적 거리두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태어난 집은 대문 앞에 새끼줄을 느슨하게 쳐서 외부인이 출입을 삼가도록 했습니다. 새끼줄은 보통 짚을 오른쪽으로 꼬아서 만드는데, 이때 사용하는 새끼줄은 특별히 왼쪽으로 꼬아 만든 것입니다. 

 

- 심지어 국가가 혐오와 편견으로 무장하여 끔찍한 폭력을 가하는 일도 있었죠. 최근에야 정부는 잘못을 인정하고 배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너무 늦은 일입니다만. 아무튼 2017년, 강제로 불임수술과 낙태수술을 당했던 한센병 환자들은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합니다. 사실 한센병은 유전되지 않습니다. 치료도 가능합니다. 불임수술과 낙태는 질병을 막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혐오와 편견 앞에서 과학적 지식은 힘을 잃었습니다. 1978년까지 한센병 환자를 사회에서 격리하고, 임신과 출산을 막는 강제 정관수술, 강제 임신중절 수술 정책이 지속되었습니다. 한센병 치료제가 이미 널리 처방되던 때인데도 말입니다. 

 

- 만약 소변, 대변, 방귀 등 생리적 배설을 하거나, 신체에서 피나 고름이 나오거나, 구토하거나, 잠이 들거나, 마약이나 술을 하거나 하면 우두는 무효가 되므로 다시 해야 합니다. 만약 병중이거나 물을 접하면 안 되는 경우, 충분한 양의 물이 없는 경우, 물을 사용하는 일이 해롭거나 병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또는 우두를 하는 동안 장례예배나 큰 축제의 집회를 놓치게 될 경우에는 물 대신 깨끗한 흙이나 모래 혹은 돌을 가지고 약식으로 몸을 닦는 '타이야뭄'이 허용됩니다. 

 

- 주로 홍역을 다루고 있지만, 천연두 이야기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로 인두법을 소개한 책입니다. 사실 <마과회통>에는 무려 '우두법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적혀 있습니다. <마과회통>의 부록 <신증종두기법상실>입니다. 1828년의 일입니다. 제너가 접종을 처음 시도한 것이 1796년이니, 불과 30년 만에 한국에도 소개된 것이죠. 아마도 19세기 중반 조선의 일부 지역에서는 우두법이 시행되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 기원전 6000년경부터 인류가 정착해 살기 시작했던 메소포타미아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신화가 전해지는 지역입니다. 점토판에 설형문자로 쓰인 영웅서사시 <길가메시>의 수메르어 판본이나 창세신화 <에누마 엘리시>의 아카드어 판본도 이곳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이 지역의 신화 중에는 대홍수신화의 일종인 <아트라하시스 서사시>도 있는데, 여기에는 가뭄, 전염병, 기근, 홍수 등 네 가지 대재앙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신들이 인간 세계의 난잡함을 견디지 못해 재앙을 일으켰는데 신의 선택을 받은 어떤 사람이 큰 배를 만들어 가족과 동물들과 함께 대홍수에서 살아남는다는,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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