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1

[마쓰우라 야타로] 나만의 기본

일루젼 2021. 10. 31.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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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마쓰우라 야타로 / 최윤영

원제 : いつもの每日. 衣食住と仕事
출판 :  인디고/글담
출간 :  2019.04.05


 

직장에서 사물함을 정리하다가 툭 튀어나왔는데, 시간 날 때 읽으려고 가져다 두었던 듯 하다.

 

번역서긴 하지만, 문장이 깔끔하고 단정한 느낌이었다.

저자의 이름을 자세히 보지 않고 으레 여성이겠거니 하고 초반에 몇 장 읽다가, 어라 싶어 다시 보니 '야타로', 남성 작가였다.

 

성별이 중요한 글은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자신의 취향에 대해 확고하게 이야기할 수 있으면서도 허세나 화려함을 배제하고 '기본'을 말할 수 있는 남성의 이야기에는 좀 더 집중하게 된다. 패션이나 살림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여성들이 더 확실하게 취향을 말할 수 있는 분위기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소수인 남성의 경우라 더 관심이 갔다.

 

철저하다 싶을 정도로 스스로를 통제한다는 느낌도 있었지만, 그로 인해 얻어지는 여유와 안정감은 부럽기도 했다. 생활 공간과 시간, 일 모두에 있어서 '나라는 사람은 이런 사람', '이것이 기본'이라는 감각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그저 때에 따라, 기분에 따라 변하는 기준이 아니라 경험하고 다듬어가면서 삶 전반에 '일관성'을 갖춘 진짜 '기본'은, 설사 나와는 거리가 먼 것이라 할 지라도 그 자체로 감탄하게 된다. 삶의 철학, 기본, 가치관, 취향. 뭐라고도 부를 수 있겠지만 저자의 것은 절대 가볍지 않다. 

흔히들 말하는 '분위기'란, 어쩌면 이런 다듬어진 내면에서 나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가벼운 기분으로 읽었는데 배울 점이 많았다. 

'정말 좋은 것'을 선택해 나를 대접하고 체험해보는 것, 그리고 그 경험들을 모아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는 '안목'을 기르는 것. 

그래서 가격이나 브랜드가 기준이 아닌 '나' 자신이 기준이 되는 삶.

충분히 목표로 삼을 만한 삶이란 생각이 든다.  

 


 

- 일단은 자신을 아는 것. 자신의 기본이 무엇인지를 발견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 20대부터 30대는 일과 생활에서 자신의 기본 찾기가 가장 큰 주제입니다. 좋아하는 것은 좋아하고, 서툰 것은 어려워하며, 또한 모르는 것은 모른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자신이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 그리고 부족한 것을 발견해 앞으로 무엇을 배워야 좋을지를 알 수 있습니다. 자신의 기본부터 발견합시다.     

 

- 쉽게 물건을 선택하고 또 다른 새로운 물건으로 대체하다 보면 진짜 좋은 것을 찾아내는 안목을 기를 수 있는 기회를 놓치기 때문이지요. 거기에 '물건 선택에 대한 성장이나 배움'은 없습니다. 

 

- 아내와 딸과 나, 우리 세 사람은 각각 개인 공간을 갖고 있습니다. 모든 방에 똑같이 주문한 천연섬유로 된 커튼이 걸려있고 각자 침대가 있습니다. 책을 읽거나 사색하는 곳도 자신의 방입니다. 문은 잠겨 있지 않으나 서로의 방에 들어가거나 간섭하는 일은 없습니다. 집에서 유일한 남자이기도 해서 나는 아내나 딸의 방에는 거의 들어간 적이 없습니다. 서로의 방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잘 모를 정도이지요. 

 

- 이런 방식으로 '개인 공간'과 '세 사람의 공유 공간'을 선명하게 나누고 있지요. 각자가 개인의 세계를 가지면서 공동생활을 한다. 이것이 우리 가족의 이상적인 모습입니다. 

 

- 가족이 모여 많은 이야기를 나누거나 함께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는 '오롯이 혼자가 될 수 있는 장소'를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피난처'가 필요합니다. 

 

- 앞으로 방황하거나 고민하고, 때로는 칠흑 같은 어둠 속을 헤맬 때도 있을 겁니다. 그럴 때 자신만의 기본이 발밑을 비추는 작은 등불이 되어줄 것임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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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런 피곤한 매일에서 해방되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하며 여러모로 반성을 했습니다. 이제껏 타인의 시선에서 답을 찾던 나는 우선 내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내가 어떻게 하고 싶은지, 내가 어떻게 하면 매일 마음 편하게 일과 생활, 인간관계를 잘 이어갈 수 있는지를 생각했습니다. 이를 위해 나는 내 마음을 온전히 열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하나하나 확인해나갔지요. 그리고 내가 멋있다고 생각한 것은 모두 따라 해 봤습니다. 미켈란젤로가 남긴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게 된 것도 그 무렵이었습니다. 

 

- 남다른 감촉과 적당한 주름을 만들 수 있습니다. 꾸깃꾸깃하지 않으면서도 그렇다고 빈틈없이 반듯하게 다린 것도 아닌, 그 중간 정도의 멋진 느낌이 연출되지요. 착용감도 좋고 넥타이를 매도 폼이 납니다. 무엇보다 조금도 게을러 보이지 않습니다. 미묘한 주름 조절이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분위기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많은 사람들 앞에 나설 때나 약간 격식이 필요한 자리일 때는 같은 셔츠를 반듯하게 다림질을 하면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됩니다. 다림질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질 좋은 셔츠는 옷감이 좋고 재단이나 봉제가 깔끔하게 처리되어 있어서 다림질을 하면 정말로 깔끔하게 마무리됩니다. 같은 셔츠임에도 다림질만으로 완전히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는 것이죠. 결국 질 좋은 셔츠는 '무슨 일이 있어도 괜찮다'는 자신감으로 이어집니다.

 

- 셔츠건 스웨터건 코트건, '내가 한번 좋아하게 된 것'이 그리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건 멋진 일 아닌가요?
허나 물건에는 수명이 있습니다. 더러워지거나 닮아져서 '정말 좋아하지만 더는 입을 수 없겠구나' 하는 때가 반드시 찾아옵니다. 그럴 때 나는 완전히 똑같은 모양, 똑같은 색상의 물건을 똑같은 가게에서 다시 한번 구입합니다.  

 

- 애용하고 있는 제품은 영국의 브리그 BRIGG 우산입니다. 실제 지팡이는 아니지만 접어서 들고 걸어 다니기에 좋습니다. 심플하고 고전적인 차림을 하고 있으니, 우산도 그에 맞춘 고전적인 것으로 들어야 전체적인 균형이 맞겠지요.

 

- 예를 들자면, 아이리시 리넨 손수건이 있습니다. 여느 손수건과 완전히 다른 감촉은 직접 사용해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습니다. 한동안 계속 사용하면서 아무리 빨아도 원형이 변형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흡입력이 뛰어나고 금방 마르는 마의 특성도 돋보였습니다. 오랜 시간 사용해도 비틀어지지 않고 항상 뺏빳하니 각이 뾰족한, 깔끔한 사각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었고요.

 

- 현명한 소비를 위해서는 자신의 옷장과 쇼핑 사이클을 파악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먼저 '셔츠 다섯 장, 니트 세 장, 팬츠 다섯 벌, 양말 열 족'과 같이 옷장의 수용력을 정하는 거지요. 다음은 '셔츠의 소맷부리가 닳으면 같은 것을 한 장 구매한다'는 방식으로 어떤 때에 무엇을 구매할지 쇼핑 계획을 사전에 정하는 겁니다. 그때  '1년에 한 번은 평소 즐겨 입지 않았던 옷을 사는 쇼핑을 즐긴다, 그렇게 구매한 제품을 입지 않을 경우 2년에 한 번 주기로 처분한다'는 계획도 세워놓는 거죠. 이렇게 하면 자신이 기분 좋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엇을 얼마만큼 소유하고, 어떤 것을 사야 좋은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늘 입는 것만 사야 한다는 강박에서도 벗어날 수 있지요. 무엇보다 물건이 넘쳐나는 생활에서 해방될 수 있습니다. 

(리뷰자 주 : 흔한 이야기 같지만 가장 강렬하게 와닿았다. 저자가 남성이며, 살림법 책이 아니라 삶의 가치관적인 이야기라 그런 듯하다.)

 

- 물건을 늘리지 않고 공간의 조화를 파괴하지 않습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조금 허전한 듯한 분위기가 딱 좋습니다. 특별한 물건으로 공간을 꾸미기보다는 매일 정성스레 청소하는 것이 가장 좋은 인테리어라고 생각합니다. 

 

- 젓가락은 전나무 재질의 가볍고 튼튼한 것을 있습니다. 앞에서 사용하고 손질해 오래 사용하는 걸 좋아한다고 여러 번 말했는데, 젓가락은 예외입니다. 새해를 맞이하는 의식처럼 새 것으로 바꾸는 것이 연례행사가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직접 입에 닿는 물건이라 건강도 생각해야 되겠지요.

 

- 꽃병이라면 핀란드의 건축가 알바 알토가 디자인한, 파도를 본뜬 알토 베이스 Aalto Vase가 유일한데, 크기 별로 구비해 놓고 꽃을 즐기고 있습니다.

 

- 전 세계에 소재해 있는 웨스틴 호텔은 도쿄와 오사카에도 있는데, 특히 힘을 쏟는 것이 침대입니다. '헤븐리 베드 Heavenly Bed'라는 이름대로 폭신폭신하고 아주 편안한 잠자리는 정말로 천국 같다는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 호텔답게 리넨부터 목욕 가운이며 침대까지, 인터넷으로 호텔 제품 판매도 하고 있습니다. 헤븐리 베드는 월등하게 잠자리가 편안하지만, 꽤 고가의 제품이어서 지금은 부러운 마음으로 쳐다보고 있을 뿐, 분수에 맞는 범위에서 가능한 한 질 좋은 것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아끼면서 사용하고 있지만, 2년마다 처분하고 새로운 지갑으로 바꿉니다. 2년이라는 기간은 어떻게 생각하면 짧은 시간이기에 놀라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렇게 깨끗한데 왜 벌써 바꿔요?" 아마도 나는 돈에 관계되어 있는 모든 것을 '오래 끌고 싶지 않은' 모양입니다. 항상 깔끔하기를 바라는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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