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틱낫한 / 진우기
원제 : How to Relax
출판 : 한빛비즈
출간 : 2018.01.29
얼마 전 <데드풀>과 <닥터 스트레인지>를 다시 보았다.
데드풀의 대사와 드립들이 다른 등장인물들의 화법과 얼마나 다른지를 살펴보는 것도 즐거웠지만, 개인적으로는 닥터 스트레인지와 도르마무가 다시 보였다. 절대 '이길 수 없는' 대상과 마주해 반복과 버팀으로 '공존하는' 형태는 다른 매체들에서 말하는 '마주해야 할 심연'을 연상케 한다.
그에 동화되는 자와 그 힘마저도 균형으로 이용하는 자.
그리고 이런 세계관들이 유행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도.
무언가를 다시 접한다는 것은 '여전한 것'과 '바뀐 것'을 비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드는 생각은 '정말 화려한 캐스팅'이란 것이다.)
크고 작은 변화들이 많은 12월이다.
이런 시점에 틱낫한의 저서들을 읽고 있으니 조금은 차분해지는 느낌이다.
일상이 이런 느낌으로 흘러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다가 다시금 그것마저도 흘려보내 본다.
무엇이 되었든 즐길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길.
- 몸과 마음을 쉬기 위해 시간을 따로 할애할 필요는 없습니다. 특별한 베개나 멋진 도구를 준비할 필요도 없습니다. 온전히 한 시간을 다 비워둘 필요도 없습니다. 바로 '지금'이 쉬기에 가장 좋은 시간입니다.
- 명상은 무언가에 온전히 주의를 집중하는 것입니다. 명상은 삶을 회피하고 달아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나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내가 처한 상황을 깊이 보게 해주는 것이 명상입니다.
- 명상에는 두 개의 양상이 있습니다. 첫째 양상은 '멈춤(산스크리트어로 '사마타')'입니다. 우리는 행복이라는 개념을 좇아 평생토록 달립니다. 멈춤이란 이런 달리기를 멈추고, 잘 잊어버리는 것을 멈추고, 과거나 미래에 붙들려 있는 것을 멈추는 것입니다. 그리고 삶이 존재하는 지금 이 순간이라는 집으로 돌아오는 것입니다.
- 명상의 둘째 양상은 '깊이 보기' 또는 '통찰(산스크리트어로 '위빠사나)'을 통해 만물의 본래 모습을 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꿰뚫어 보는 '이해'는 위대한 재능입니다. 마음 다함 속에 살아가는 나날의 삶 역시 위대한 재능이며, 동시에 명상 수행입니다. 마음 다함은 이미 집중과 이해를 품고 있습니다.
- 현대인의 삶은 계획되어 있고, 스케줄도 빼곡합니다. 일정표에 '여유로운 날'이 충분히 있나요? 여유로운 날은 어떤 일정도, 계획도 없는 날입니다. 그저 하루가 자연스럽게, 마치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펼쳐지도록 두는 날입니다. 이날은 삶의 균형을 되찾을 기회가 주어지는 날입니다. 홀로 걷기 명상을 하거나, 숲 속에 앉아 명상을 할 수도 있습니다. 독서도 하고, 가족이나 친구에게 편지를 쓸 수도 있습니다. 이 날은 평소 해오던 수행을 좀 더 깊이 보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찰하는 날입니다. 또는 그저 나에게 쉼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날이 될 수도 있습니다. 계획되지 않은 시간이 오면 흔히 지루함을 느끼고, 오락거리를 찾거나 뭔가 할 일을 궁리합니다. 여유로운 날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위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고, 익숙해지는 시간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시간 낭비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여유로운 날의 스물네 시간은 그저 존재하는 시간, 살아 있는 시간이 됩니다. 그리고 내가 평화 그 자체가 되는 시간입니다.
- '놓아버림'은 무언가를 놓아버리는 것입니다. 그 무언가는 마음의 대상, 즉 관념이나 느낌, 욕망, 믿음처럼 내가 만들어낸 무언가 일 수 있습니다. 그 관념에 붙들려 있으면 많은 불행과 불안을 느낍니다. 놓아버리고는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될까요? 놓아버리고 싶다는 마음만으로는 안 됩니다. 우선 그런 관념이나 느낌이 실제로 내게 있음을 인식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에는 그것의 본질을 깊이 보고, 그것이 어디서 왔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관념이란 느낌, 감정, 과거의 경험이나 보고 들은 것에서 생기는 것이니까요. 마음 다함과 집중의 에너지로 깊이 볼 수 있고, 그를 통해 관념과 느낌, 감정, 욕망의 뿌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마음 다함과 집중은 통찰을 가져오고, 통찰은 마음이 붙들려 있는 대상을 놓아버릴 수 있게 해 줍니다.
- 우리들 대부분은 자신에게로, 본래의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두렵기 때문입니다. 피하고 싶은 내적 괴로움과 갈등이 많습니다. 삶을 살 시간이 없다고 불평하면서도 여유시간이 생기면 내면의 섬으로 돌아가는 대신, 잡다한 일로 시간을 죽입니다. 텔레비전을 켜고, 소설책이나 잡지책을 집어 들며 자신을 회피합니다. 또는 자동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갑니다. 이렇게 달아나는 동안 나의 몸과 마음은 내팽개쳐지고 돌봄을 받지 못합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지금 부모나 친구, 사회나 교회와 싸우고 있다면 아마도 내 안에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내면의 전쟁은 또 다른 전쟁을 촉발하고 확대시킵니다. 집에 가기 두려운 것은 나를 보호할 도구나 수단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마음 다함이 있다면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가서 괴로움, 슬픔, 우울감 등에 짓눌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 분노, 증오, 탐욕을 싸워 없애고 부수어야 할 적으로 간주하지 마십시오. 분노를 전멸시킨다면 나 자신을 전멸시키는 것입니다. 그런 방식으로 분노를 대할 때 내면은 전쟁터로 변하고, 나를 산산조각 내게 됩니다. 그런 싸움은 나에 대한 폭력 행위입니다. 나에게 자비로울 수 없다면 남에게도 자비로울 수 없습니다. 화가 날 때면 이렇게 알아차려 보세요. "나는 화가 났다. 화가 내 안에 있다. 나는 화다." 이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입니다.
- 생각을 너무 많이 하면 존재의 질이 낮아지고, 생각을 멈추면 존재의 질이 높아집니다. 그리고 평화와 여유, 쉼이 더 많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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