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맨리 P. 홀 / 윤민 / 남기종
원제 : Therapeutic Value of Music
출판 : 마름돌
출간 : 2018.05.01
여유 시간이 날 때는 최대한 읽기에 집중해보기로 했다.
결심이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으나 미니멀한 환경으로 가려면 선택지가 얼마 없다.
(욕심은 많아 포기할 책들을 골라낸다는 선택지는 애써 무시하고 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불현듯 현 상태를 자각하는 순간들이 있는데, '앗차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가' 타임이다. 자기 자신과의 작전 타임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반드시 고민 중이거나 좋지 않은 상황에서 찾아오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지금 잘 되어가고 있어'보다는 '리듬이 어긋난 것 같은데?'일 때 찾아오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경험상 이럴 때는 잠시 다 멈춰보는 것이 제일 빠르다. 가만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켜보면 하고 싶은 것과 하기 싫은 것,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보인다. 그중에서 추려내어 다시 밸런스를 잡는 것이 좋다. 당장 평균보다 의욕이 떨어진 상태라면 다소 무용하더라도 원하는 것을 조금 더 섞는 편이 좋고, 장기 계획을 위해서는 내키지 않지만 해야 하는 것을 빠트리지 않는 것이 좋다.
혹은 거슬리는 것들이 보이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는 할 수 있는 만큼 그것들을 해결한다.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다면 제일 좋겠지만 그게 어렵다면 표면의 약간만이라도 건드려본다. 그러다 보면 의외의 방향성으로 흘러가기도 하고, 당장은 아니지만 해결할 시기를 정할 수 있게 된다.
지금의 내 경우를 예로 들자면, 모아놓은 책들이다. 예전과 지금의 관심사가 달라진 면이 있어 과거에 읽고 싶어서 모아둔 책들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데 올 한해 동안 고민해왔지만 아무래도 포기하지는 못하겠다. 뭐... 그럼 읽어야지.
번역된 맨리 P. 홀의 책들을 거의 다 읽고 있는 듯 하다.
목소리라는 음정보다 심박이라는 리듬이 우선한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는데 (목소리는 모든 사람이 가진 것은 아니지만 심장 박동은 살아있는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이므로) 비슷한 내용이 있어 반갑기도 하고 조금 놀랍기도 했다. 새로운 생각이란 적어도 내게는 없는 모양이다. 뭔가 떠오르면 꼭 찾아보는 습관을 길러야겠다고 다짐... 하지만 아마 미뤄두겠지.
저자는 음악이 인간의 신체와 정신에 미치는 영향력에 관해 편안하게 설명한다. 책은 크게 역사적 흐름에 따라 각 시대와 국가별로 음악을 어떻게 생각하고 다루었는지, 어떤 영향력이 있다고 믿었는지를 다루는 1부와 현대의 우리가 음악에서 받는 영향과 그것을 보다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다루는 2부로 나뉜다. 저자는 오페라와 클래식에 관한 부분을 강조하는 편인데, 동 출판사에서 출간한 <절망 속에서 피어나는 용기>는 아마 <음악의 심리학>에 관한 영향을 받아 번역하게 된 게 아닐까 생각한다.
즐겁게 읽었다.
- 그는 지구에서 시작하여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들의 궤도를 지나 항성 fixed stars에 이르기까지 단 하나의 현이 연결된 거대한 우주 악기, 일현금의 개념을 창안했습니다. 지구와 항성 사이에서 공전하고 있는 행성들의 궤도가 각각 하나의 프렛이 되고, 프렛 간의 간격에 따라 하모니와 불협화음이 구분된다고 보았던 것입니다. 피타고라스는 이 이론을 바탕으로 디아파송, 디아펜테, 디아테사론의 개념도 발전시켰습니다. 태양계 행성들의 궤도를 이용하여 이론적으로 현을 나눈 것입니다.
- 그리스인들은 자연이 최고의 음악가이며, 각각의 신전은 고유의 소리를 내는 하나의 악기라 여겼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건물과 음악의 상관관계를 이해하고 있는 그리스의 건축가는 신전 앞에 세워진 기둥의 모양과 배치만 보고도 해당 신전에 적합한 음악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고 합니다. 피타고라스학파의 정학자들은 작은 하프처럼 생긴 악기를 들고 거리를 걸으며 건물 하나하나가 상징하는 음을 재현할 수 있었다는 전설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리스에서는 건물도 음을 기반으로 지어졌으며, 이 전통은 나중에 디오니소스 조각가 신비주의 컬트(고대의 건축가들)의 핵심으로 자리를 잡게 됩니다. 고대 그리스의 사원은 모두 명확한 목적의식에 따라 지어졌으며, 완공 후에도 건축의 목적에 부합하는 법과 규칙이 준수되었습니다.
- 대성당의 구조를 공부하면 할수록 어떤 우주적 개념을 염두에 두고 설계되었다는 생각을 떨쳐내기 힘듭니다. 건물과 음악의 상관관계에 대한 이론을 창시한 자들은 고대 그리스와 시리아의 디오니소스 조각가 신비주의자들이었습니다. 이 사상은 훗날 비트루비우스를 거쳐 로마의 콜레기아에 유입되었고, 최종적으로 코모 호수 한가운데 떠 있는 섬에 학교를 세운 마스터들에게까지 전해졌습니다. 이 위대한 건축가들의 핵심적 사상은 '모든 건축물은 정지 상태의 음이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양한 수학 공식을 적용하여 물질 형상으로 장엄한 교향곡을 창조할 수도 있고, 대성당을 구성하는 수많은 아치, 다리, 기둥에 우주의 하모니를 영구적으로 보존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었습니다.
- 바흐와는 완전히 다르지만, 음악 역사에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작곡가는 리하르트 바그너입니다. 바그너는 투지, 인내, 그리고 놀라운 헌신을 대변하는 상징으로서의 가치를 지닌 음악가입니다. 특유의 괴팍하고 유별난 성격 때문에 적은 많고 친구는 적었던 바그너는 루트비히 2세의 후원을 받지 못했더라면 폐인이 되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금도 바그너와 그의 음악을 둘러싼 논쟁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는 정치적 신념이 강했던 음악가였습니다. 바그너의 음악에 독일 민족의 우수성을 찬미하고 신격화하는 요소가 담겨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아돌프 히틀러가 바그너의 음악에 깊게 심취했었다는 사실도 우리의 간담을 서늘케 합니다. 바그너의 음악에는 영웅적인 요소가 강하게 배어있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국가주의를 부르짖기 위한 도구로 오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영적이고 국가와 민족을 초월하는 우주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 인류가 탄생시킨 수많은 명작 중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만큼 음악적으로 탄탄하고, 극적으로 완벽하고, 높은 차원의 영감에서 비롯된 작품은 아마 찾아보기 힘들 것입니다. 이 작품은 인류가 음악 분야에서 성취한 최고봉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을 처음 접하는 사람은 참기 어려운 지루함을 맛보게 됩니다. 공연장에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뒤에 서서 제1막을 관람하거나 공연장에 입장하지 못하는 관람객들 중 바그너 오페라의 제1막이 2시간 넘게 진행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후 망연자실해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습니다.
- 자연의 소리에 이어 음악의 발전에 기여한 요소는 리듬입니다.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된 문화권에는 타악기의 활용이 중요시되었습니다.
- 타악기는 음악의 근본이며, 지금도 비트, 박자, 리듬은 음악의 필수적인 요소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 이와 같은 제례 음악이 심장의 박동에 영향을 주고 인간의 정신과 감정에도 보이지 않는 식용을 한다는 점은 확실해 보입니다.
- 인도에서는 인체의 맥박을 '시바의 드럼 Drum of Shiba'이라 부르며, 일부 요가 수련에서는 육신의 구조와 기능을 향상하기 위해 맥박의 리듬을 변화시키는 방법을 가르칩니다. 이 교리에 따르면 모든 사람마다 고유의 맥박을 가지고 있으며, 맥박은 인격을 결정짓는 요인 중 하나라고 합니다.
- 소리는 실내의 온도에 따라 변할 수 있고, 같은 음도 지역에 따라 다르게 들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소리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음향 시설에 대한 지식도 필요합니다. 고대 로마의 건축가 비트루비우스가 이 분야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몇 개의 놋단지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만으로 건물 안에서 울려 퍼지는 음의 속성을 자유자재로 바꾸는 능력을 갖췄던 인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 고대인은 음악이 인간의 의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세계 각지의 선사 시대 유적지를 발굴한 결과에 따르면 원시 인류는 다양한 종류의 타악기와 단순한 형태의 나팔로 음악을 만들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음악 이론의 발달은 인류 문명이라는 나무의 성장과 함께 시작되었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몇 년 전 저희 팀에서 '폴리그래프'를 이용하여 외부 자극에 대한 인간의 감정적 반응을 측정하는 일련의 실험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저희는 실험 초기 단계부터 리듬이 심장의 박동과 신경계 전체에 주는 놀라운 효과를 확인했습니다. 자세한 관찰 결과, 리듬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이 워낙 커서 때에 따라 독이 될 수도 있고 때로는 보약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습니다. 리듬은 인간을 신바람 나게 만들 수도 있고, 버림받은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우울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가슴에 불을 시필 수도 있고 차분하게 진정시킬 수도 있습니다. 쉽게 말해, 자유자재로 사람을 들었다 내렸다 할 수 있습니다.
- 사라스바티 Sarasvati : 지식, 음악, 예술, 지혜, 배움을 관장하는 힌두교의 여신. 트리데비 Tridevi 여신 삼위일체 중 첫 번째에 해당되는 여신이다. 트리데비의 세 여신 사라스바티 Sarasvati, 락슈미 Lakshmi, 파르바티 Parvati는 우주를 창조하고, 보존하고, 재생하는 트리무르티 Trimurti, 브라마 Brahma, 비슈누 Vishnu, 시바 Shiva의 배필이기도 하다.
- 인도 음악의 근본을 이루는 악기는 루드라 비나 rudra vina입니다. 힌두교 전설에 따르면 루드라 비나는 사라스바티 여신이 발명한 악기라고 합니다. 즉, 신성한 악기입니다. 비나는 '양쪽 끝에 공명실 resonance chamber이 달린 막대 찌터'로 묘사되기도 합니다. 비나에는 두 세트의 현이 달려 있습니다. 위에 달린 현은 주 코드를 연주하기 위한 용도이고, 아래 달린 현은 상단의 현에서 나는 소리에 맞춰 공명하도록 고안되어있습니다. 연주자가 아래 현을 직접 건드리는 경우는 없습니다. 하단 현은 상단 현이 발생시키는 진동을 감지하여 반복하는 기능만 합니다. 비나로 연주되는 곡을 우리에게 친숙한 용어로 설명하기란 무척 어렵습니다.
- 모달 음악 Modal music, modality, 선법 음악 : 서양 음악은 크게 조성 음악 tonal music과 선법 음악 modal music으로 분류된다. 우리에게 친숙한 조성 음악은 기본적으로 장조 major key와 단조 minor key를 기준으로 하며, 코드 진행 중 기본조성 tonal center로 회귀하려는 경향(기능 화성 functional harmony)을 가지고 있다. 반면 선법 음악은 장조와 단조뿐 아니라 도리안 Dorian, 프리기안 Phrygian. 리디안 Lydian, 이오니안 Ionian 등, 모든 조성을 자유롭게 활용하며, 코드 진행 중 기본 조성으로 회귀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쉽게 설명해 1700~1900년 사이에 서양 음악을 지배했던 바로크, 고전파, 낭만과 음악은 조성 음악이고, 20세기 이후부터는 현대 음악과 재즈 음악(모달 제즈)을 통해 선법 음악이 부상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선법 음악은 조성 음악처럼 기본 조성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에서 무조 음악 atonal music과는 다르다. 모달 재즈의 대표작으로는 마일스 데이비스 Miles Davis의 <Kind of Blue>, 존 콜트레인 John Coltrane의 <A Love Supreme> 등이 있다.
- 그리스인들에게 죄는 생소한 개념이었습니다. 그들은 죽음조차 재앙으로 여기지 않았습니다. 죽음이란 삶에서 필연적으로 생기는 불편한 현상에 불과했습니다. 그리스에서는 친구나 가족이 세상을 떠나면 곡하며 슬퍼하기보다는 축제를 벌였습니다. 이승에서 저승으로 사후세계 여행을 떠나는 망자가 무사히 여정을 마칠 수 있도록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성공을 기원했습니다. 장례식장을 찾은 조문객 중 친구를 잃었다고 슬퍼하는 사람도 없었고, 유족이 되었다고 한숨을 내쉬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저 한 세상에서 다른 세상으로 넘어갔다는 사실을 축하했을 뿐이었습니다. 죽음에 대한 이런 사상은 그리스인들의 종교뿐 아니라 음악, 노래, 춤에도 반영되었으며, 점차 하모니의 발전으로 이어졌습니다. 다만 고대 그리스 음악은 현대 음악과 비교하면 즉흥성이 훨씬 크게 두드러졌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 성 암브로시오 St. Ambrose의 등장 전까지는 음악이 기독교의 종교의식에서 활용되었다는 기록이 별로 없습니다. 어쩌면 성 암브로시오가 교회에 음악을 들여오는 최초의 시도를 했던 성직자였는지도 모릅니다. 그의 전례들 따라 기독교 음악은 훗날 성 그레고리 대에 이르러 완성되었습니다. 그레고리안 음악 Gregorian Music은 오늘날 고딕 기독교 음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고딕풍의 성당이 하나의 건축물이듯이, 그레고리안 음악도 위대한 건축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음악과 건축은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있습니다. 그레고리안 성가 Gregorian Chant를 눈으로 볼 수 있다면 아마 고딕 성당처럼 웅장한 모습을 드러낼 것입니다. 반대로 고딕 성당을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 그레고리안 성가처럼 위엄이 서려 있을 것입니다. 그레고리안 성가는 우주를 성당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습니다. 그레고리안 성가의 에너지는 갑작스럽게 폭발하는 듯한 영적 황홀경의 형태로 발현됩니다.
- 성 암브로시오 St. Ambrose (340 ~ 397) : 로마의 사제, 밀라노의 주교. 초기 기독교의 4대 교회 박사 Doctor of the Church 중 한 사람이며, 아우구스티누스 St. Augusctine of Hippo에게 큰 영향을 준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 고딕 기독교 Gothic Christianity : 고트족 Goths, 피드족 Gepids, 반달족 Vandals, 부르군트족 Burgundians의 기독교 신앙. 고딕 기독교인들은 아리우스 파 Arianism를 추종했으며, 아리우스 파는 하나님(성부)과 그리스도(성자)를 동일시(삼위일체)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훗날 이단으로 규정되었다.
- 어쨌든 1막의 시작을 알리는 서곡에서부터 <사랑의 죽음>의 마지막 코드에 이르기까지 음악 자체가 굉장히 특이하며, 관능과 영적 갈망이 뒤섞여있는 듯한 희한한 분위기는 청중을 취하게 만드는 효과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또한 음악적 플래시백(회상)이라 할 수 있는 라이트 모티브 기법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바그너는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도 한 편의 심리 드라마를 청중에게 전달하는 능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매우 독특한 작곡가라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여러 화학 물질을 혼합하여 새로운 화합물을 만들어내듯이, 여러 음악적 테마를 한데 묶어 스토리를 전개하는 기법을 개발했습니다. 그의 음악은 화학적이고 연금술적이며, 그의 작품을 감상하는 관객은 주요 장면마다 반복되는 테마를 통해 오페라에 등장하는 배우들 간의 관계를 파악하게 됩니다. 배우와 음악적 테마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음악만 듣고도 다음에 어떤 캐릭터가 무대에 등장할지, 그들이 어떤 동기로 어떤 행동을 취할지, 심지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짐작할 수 있도록 절묘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 감지할 수 없을 정도로 천천히, 미묘하게 변하는 음악에서 배우들의 심리상태가 바뀌는 것도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니벨룽겐의 반지>에서 이 기법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며, 성배의 전설을 다룬 <파르지팔>과 <로엔그린>에서도 이 기법을 사용한 흔적이 보입니다. <뉘른베르크의 명가수>에서는 발터가 부른 노래 <Am stillen Herd>도 물론 아름답지만, 이보다는 뉘른베르크의 구두장이 철학자, 한스 작스의 곡들이 더 많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한스의 노래 중 특히나 많은 사랑을 받는 곡은 독일 길드의 영광에 대해 노래하는 곡으로, 정치적으로 위험하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민감한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바그너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가지고 있든, 그의 등장으로 음악에 정치적인 메시지가 포함되기 시작했습니다. 아쉽게도 그의 불완전한 성정과 그에게 영감을 제공했던 원천 때문에 많은 사람이 편견의 시각으로 바그너를 바라보고 있는 현실입니다. 그의 음악이 사악한 목적으로 오용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 이유로 그의 인간성과 음악의 위대함까지 깎아내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천재성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근거는 전혀 없습니다. 그가 창안한 음악적 개념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과학적입니다.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반복적인 테마를 활용한 그의 기법은 가히 혁명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 <뉘른베르크의 명가수>의 마이스터징거들이 발터에게 어디서 노래하는 법을 배웠느냐고 묻자 그는"자연의 책에서 배웠다."고 대답합니다. 사람들은 그의 독특한 훈련 방식을 보고 미심쩍어합니다. 바그는 의식적으로 이 모든 요소를 일정한 패턴으로 작품에 삽입했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동의했듯이, 음악은 물질 세상에서 만들어진 형상의 배후에 있는 창조의 프로세스를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음악은 소리가 최고 수준으로 발현된 형상입니다. 모든 형상 중에서도 가장 미묘하고, 동시에 가장 쉽게 만들어낼 수 있는 형상입니다. 음악은 그림보다도 신비스러운 추상적 창조를 가능케 하는 예술입니다. 다른 유형의 예술처럼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감상자가 음악을 이해하기 위해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음악은 세계 공용어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음악은 느낌과 무드의 언어입니다.
- 파우스트 Faust : 무한한 지식과 쾌락을 얻으려 악마와 거래한 마법사 파우스트의 이야기를 다룬 괴테의 대표작. 파우스트의 전설은 15~16세기에 살았던 마법사 요한 게오르크 파우스트 Johann Georg Faust의 삶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 학예 Arts and sciences : 고대인들이 학문의 핵심으로 여겼던 트리비움 trivium (문법, 논리학, 수사학)과 쿼드리비움 quadrivium (음악, 수학, 기하학, 천문학)의 7개 과목을 의미한다.
- 17세기에는 타란툴라(독거미)에 물린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타란텔라 Tarantella라는 음악이 사용되었습니다. 이 음악에 담긴 리듬을 접한 환자는 벌떡 일어나 격렬하고 열정적인 춤을 추기 시작했고, 강한 리듬의 자극을 받은 환자의 극단적인 움직임 덕분에 혈액이 계속해서 순환되고 체내의 독을 밖으로 배출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 치료 기법의 성공률이 생각보다 높아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없는 농촌에서 민간요법으로 많이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 내가 좋아하는 음악과, 내게 필요한 음악을 선택하는 것은 청취자의 몫입니다. 인간의 삶은 조화를 근간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자기에게 가장 이로운 음악을 선택합니다. 하지만 정신과 감정이 불안정하거나, 가치에 대한 분별력이 충분히 계발되지 못했거나, 갈망의 대상이 세련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자칫 도덕심을 시험하고 비행을 저지르려는 마음을 자극하는 음악을 택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 음악 취향은 인격과 내면의 성장 수준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음악 이론을 공부한 사람과 공부하지 않은 사람의 가치관은 다릅니다. 듣기만 하던 사람이 앞으로 청취를 하겠다고 결심했다면 공부부터 해야 합니다. 좋은 음악이라 해서 모든 사람에게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심지어 음악을 체계적으로 공부한 사람에게도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리하르트 바그너의 음악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바그너의 가장 위대한 작품은 아마도 <트리스탄과 이졸데> 일 것입니다. 음악을 사랑하는 지인 중에 이 오페라를 50회 이상 관람한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지겹고 짜증이 날 정도로 계속 이어지는' 이 작품을 좀처럼 견디지 못합니다. 귀에 쏙 들어오고 친숙하게 느껴지는 단순한 멜로디가 많지 않기 때문에 금세 싫증을 내는 것입니다.
- 그리스인들은 음악을 리듬, 멜로디, 하모니의 세 개 요소로 구분했습니다. 리듬은 인간의 물질적 삶과 육신의 기능, 멜로디는 인간의 심리적 삶, 즉 감정과 정신, 그리고 하모니는 영적 존재로서의 인간과 관련이 있습니다. 음악의 역사는 대체로 그리스인들의 사상과 맥을 같이하며 발전하였습니다. 초기 인류는 리듬이 인간에 미치는 영향에 크게 의존했습니다. 타악기는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악기 중 하나입니다. 세상에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종류의 타악기가 존재합니다. 의식용 춤에서도 타악기와 합창으로 반주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시 부족의 원로들이 한자리에 모여 내는 반복적인 합창 소리는 아주 희한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 이 분야를 개척할 수 있는 기술과 역량은 이미 준비되었지만,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은 아직 미흡한 수준입니다. 기본 음정의 장기적 노출이 인간의 의식에 미치는 영향도 연구 대상입니다. 도 C는 식물의 성장을 촉진하고 동물의 흥분을 자극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기록된 바 있습니다. 도는 일종의 각성제이기 때문에 신경과민 또는 발작 증상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장시간 노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미 E는 정화의 효과를 가지고 있으며, 직관을 강화하고 음식물의 소화를 돕습니다. 감정을 누그러트리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솔 G은 몸의 열을 낮추고 종교적 신념과 헌신의 마음을 심어줍니다. 이와 같은 소리의 속성을 깊게 이해하고 다루는 법을 익히기 전까지는 어디까지나 이론과 사례에 머무를 것입니다.
- 피타고라스는 제자들에게 아침마다 종교의식을 행하듯이 즐겁고 경건한 음악으로 하루를 시작하라고 권했습니다. 실제로 그의 제자들은 아침에 기상한 후 류트를 연주하며 영혼을 정화하는 의식부터 치렀다고 전해집니다. 그들은 또한 하루 동안 축적된 정신적·감정적 짐을 내려놓고 아름다운 하모니만을 간직한 상태로 잠들기 위해 매일 밤 한자리에 모여 현 악기 연주를 들으며 노래했다고 합니다. 그들은 이런 습관 덕분에 악몽 없이 깊은 잠을 자고 다음날 상쾌한 기분으로 일어나 즐겁게 하루를 맞이했습니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이처럼 간단한 습관을 들일 수 있으며, 꾸준히 실천하면 바람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최근 학습 목적으로 음악을 활용하는 학생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요즘 많은 학생들이 라디오를 들으며 숙제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볼륨을 최대로 높이고 라디오를 틀었을 때 학습 능률이 높아진다고 주장하는 학생들마저 있습니다. 희한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인간의 내면은 집중이 분산되었을 때 오히려 정보를 더 잘 흡수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치 최면에 걸린 상태에서처럼, 새로운 발상의 유입을 가로막는 정신적 장벽이 낮춰지는 것입니다.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교육 분야에서 신기원을 열게 될지도 모릅니다. 음악은 기억력을 향상하는 기능도 가지고 있으며, 학습 장애가 있는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리뷰자 주 : 지금은 조용한 쪽을 선호하지만, 과거 음악이나 소음이 있어야 집중이 잘 되었던 경험이 있다. 처음에는 소리가 거슬리기도 하지만 일정 단계를 넘어서면 더 이상 음악이 들리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집중 상태를 확인하기에 괜찮은 방법이었다. 개인마다 맞는 방식을 찾아가는 것도 좋을 듯하다.)
- 이들의 작품은 독특한 원형의 패턴을 띠고 있으며,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은 각자 주관적인 관점에서 그 원형을 체험합니다. 바흐의 음악에는 우주 법칙의 강력한 진정성이 배어 있습니다. 그의 음악은 우리가 결코 변형될 수 없는 법칙이 지배하는 우주 안에서 살고 있다는 진리를 되새기게 해 줍니다. 베토벤의 음악은 심리적 진정성을 강조합니다. 하모니를 기반으로 하는 치유 기법의 개발 과정에서 베토벤의 음악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멘델스존의 음악은 안전의 느낌을 강화해주며, 혼란스러운 세상에서도 올바르게 살아갈 수 있다는 용기를 심어줍니다. 쇼팽의 음악은 상상력을 자극하며, 슈만의 음악은 공부하는 학생들과 학문 분야에서 성공을 거두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특히나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바그너의 음악은 우주적 의식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브람스의 작품 세계와 거의 비슷하다고 할 수 있고, 요한 슈트라우스의 음악은 개성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특효약이 될 수 있습니다. 스크라빈은 진정으로 영적인 음악가였습니다. 하지만 정서가 불안정한 사람은 그의 음악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합니다.
- 인간은 하모니와 리듬에서 아름다움의 개념을 발견했습니다. 우주의 법칙은 아름다움을 통해 그 모습을 완벽하게 드러냅니다. 그렇다면 하모니와 리듬의 배후에 있는 법칙은 무엇일까요? 바로 수학입니다. 그래서 피타고라스와 플라톤은 천문학, 수학, 음악에 조예가 깊지 않은 사람은 제자로 받지 않았습니다. 하모니와 리듬을 관장하는 음악은 세 필수 과목 중 하나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쉽게 접하는 리듬은 인간의 심장 박동입니다. 하지만 자연을 둘러보면 법칙에 따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작동하는 하모니와 리듬을 사방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하모니는 아주 큰 개념입니다. 우리는 보통 음악의 관점에서 하모니라는 단어를 떠올리지만, 하모니는 음악을 초월하는 개념입니다. 하모니는 질서와 균형을 의미합니다. 하모니는 완벽한 우아함과 아름다움으로 우리 앞에 펼쳐집니다.
- 미학을 연구하는 학자 중에는 "인간에게 친숙하게 느껴지는 것이 곧 아름다움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인간이 정한 미의 기준에 부합하면 아름다운 것이고, 그 기준에서 벗어나면 아름답지 않다는 것입니다. 음악계에도 미의 기준에서 벗어난 불협화음의 문제가 한 때 뜨거운 이슈였던 적이 있습니다. 리하르트 바그너가 이 논란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그는 불협화음도 아름답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는 한동안 많은 음악 애호가들로부터 비난을 받았지만, 나중에는 그의 생각이 받아들여졌습니다. 바그너의 음악이 귀에 익숙하지는 않지만, 음악에는 기본적으로 불협화음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대해 합의한 것입니다. 방법만 알면 이 세상 모든 것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불협화음으로 치부하는 것도 잘 활용하면 아름다워질 수 있습니다.
- 음악에서도 이 법칙이 발견된다. 피보나치수열의 첫 일곱 숫자를 이용하여 구한 비율과 각 음의 주파수를 비교해 보면 놀랍게도 비슷하게 맞아떨어진다. 주석 76에 명시된 링크를 열면 이 관계가 도표로 나와 있는데, 음 조율의 기준이 되는 A(라)의 주파수를 440HZ로 설정하고 있다. 그런데 A의 주파수를 432HZ로 가정했을 때는 E(미)의 주파수가 162HZ, 즉, 황금비와 유사한 숫자가 된다. 예전에는 432HZ가 A의 표준이었는데, 비교적 근래에 440HZ로 바뀌었다고 한다. 왜, 어떤 경위로 바뀌게 된 것일까? 1953년, 국제표준기구 ISO는 음악과 관련된 새로운 표준을 내놓았다. 악기를 조율할 때, A의 기준을 440HZ로 하라는 내용이었다. 최초로 440HZ를 A의 새로운 표준으로 삼자고 제안한 사람은 나치 선전 부장 요제프 괴벨스 Joseph Goebbels 였다는 설도 있다.
(주석 76 : https://www.goldennumber.net/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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