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조 메노스키 / 정윤희 / 정다솜 / Stella Cho 외
원제 : KING SEJONG THE GREAT by Joe Menosky
출판 : 핏북
출간 : 2020.10.09
한글은 표음 문자로서의 우수성을 널리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한다'라고 쓰는 이유는, 모국어로 한국어를 사용하는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실감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여러 외국어에도 능통하다면 스스로 어떤 점이 가장 큰 장점인지 체감할 수 있겠으나, 아쉽게도 통달했다고 할 만한 언어는 하나도 없는 듯 하다.
무언가에 반해서 결과물까지 만들어낸다는 건 보통의 마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뭔가를 좋아한다고 말하면서도 '덕'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만큼 빠져든 적이 별로 없다는 걸 깨달은 후 꽤나 계면쩍었다. 나는 취향의 영역에서조차 푹 빠져드는 한 발을 내딛지 못하는 것이다.
(여담이지만 그런 점에서 정말 완주하고 싶은 드라마가 몇 개 있는데... 보고 싶은 마음과 그 시간에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갈등 중이다. 차라리 깔끔하게 하나를 정하고 집중하면 끝날 것을 애매하게 이도 저도 아니게 굴고 있는 스스로를 보며 반성만 한다. 잘 고쳐지지가 않는다.)
스타트렉 시리즈에 참여했던 저자는 영상을 글로 옮기는 것에 익숙해보인다. 한국어와 영어 판본을 동시에 출간했다고 하는데, 그만큼 번역에 공을 들인 부분들이 보인다. 이 책은 읽는 동안 색감이나 형태 같은 영상과 방향성이 뚜렷한 장면이 떠오르는데, 중반의 해상 묘사 장면들에서 자칫 지루할 수 있었을 부분들을 눈앞에 그려내듯 서술해나간다. 책을 읽고 있다기보다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있는 느낌이다.
저자가 창작한 캐릭터들도 각각의 서사를 잘 부여받았다고 생각하는데,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저자가 일정 부분 투영된 것으로 보이는 네스토리우스 사제의 횡단은 조금 과한 면이 있다. 사건의 전개에 영향을 주지 않을 장면인데 그렇게까지 극적일 필요가 있었을까? 이전에 깔아둔 내용들을 모아 정리하는 듯한 후반부의 전개들, 장치들이 소설보다는 잘 짜여진 영화의 구성과도 같이 느껴져 다소 아쉽기도 했다.
그러나 한 세계를 섬세하고 구체적으로 구성해내는 능력과 섬세한 복선에는 감탄했다. 저자는 서사적인 복선이 아니라 시각적인 복선을 사용하는데, 앞서 어딘가에서 가볍게 언급되었던 묘사가 후에 사용되는 형태다. 이런 점들은 장면을 그려놓고 쓰지 않으면 어렵다고 보는데, 눈 앞에 그림을 그려가며 글을 쓸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그에 더해 다양한 조선 초기의 물품과 제례에 대해 상세하게 그려내는 저자의 글은 교과서의 간단한 언급만으로 스쳐지나갔던 것들을 다시 찾아보게 만들어준다.
읽는 동안 즐거웠고, 다소 무거운 책들을 읽는 동안 새로 생긴 악습관을 하나 찾아냈다. 한동안 소설보다는 정독이 필요한 책들 위주로 읽었더니 일종의 속발음이라고 할지, 단어를 눌러 읽는 습관이 생겼다. 그렇게 읽으면 이해도는 올라가지면 속도가 극악해지는데, 다행히 아직까지는 가벼운 책을 읽을 때는 스스로 의식하면 조절이 가능한 것 같다.
최근 내가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영역은 '읽는 속도'다. 속도와 정확성(이해도)과 기억 모두가 제대로 받쳐줘야 '읽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일단은 그렇다. 해오던 대로 해서는 답이 없다는 걸 깨닫고 약간의 좌절 및 슬픔을 느끼는 중인데 어쨌든 이대로는 절대 정리가 끝나지 않는다는 건 확실하다.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음.
- 세종은 강박적으로 온갖 것들을 파헤치고 다니는 듯 보였다. 새로운 무기를 통한 군사적 진보는 물론이고 천체의 움직임을 추적하고 예측하는 데 필요한 천문학적 자료, 거기에 백성들의 건강을 위한 약제학적인 지식까지. 하지만 그가 추구하는 과학적 진보는 이미 수십 년 전 세종 본인과 집현전 학자들이 함께 일구어 낸 바 있었다. 그렇다면 어떠한 이유로 다시 이런 분야들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일까?
- 오늘 아침에 벌어진 기이한 경연을 되짚어 보는 젊은 언어학자의 관심은 자신의 전문 분야인 언어 쪽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쓰기와 그에 따른 사고에 대한 것이었다. 박팽년은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사고하는 과정임을 알고 있었다. 그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이 반드시 글로써 표현되는 것은 아니지만 붓끝과 종이 사이의 공간에서 어느 정도는 구체화할 수 있다고 여겼다. 따라서 글을 쓰는 행위는 사고를 구체화하는 수단, 나아가 백성들 전체가 공유하는 문명을 형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었다. 만약 왕이 수집해 온 이 방대한 기록들이 그 안의 내용과는 무관하게 그저 기록하는 방식에만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면?
- 이 작은 방은 '네스토리우스 교회'로, 한성의 유일한 네스토리우스 교회일 아니라 아시아를 통틀어서도 유일한 네스토리우스 교회라고 할 수 있었다. 네스토리우스 교회는 로마 교회부터 이단으로 규정되었다. 신학에서 널리 통용되는 교리에서, 그리스도의 신적인 면과 인간적인 면을 완전히 분리하자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비단길을 따라 서쪽에서 동쪽으로 육천 오백 킬로미터의 거려를 가로질러 간 네스토리우스 선교사들은 7세기 초 무렵에야 출국의 수도에 도달하여 당나라 황제를 알현할 수 있었다. 그 뒤로 몇 개의 교회가 설립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독교 교리가 특히 장려되지는 않았다. 이후 몽골족의 원나라가 세워지면서 교체가 확장되었지만, 다음 황조인 명나라로부터 완전히 당하면서 다시 쇠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 네스토리우스 교회 : 유럽사 중심의 세계사에서 잊혀진 아시아의 기독교, 당나라의 황실에서는 경교라고 하여 공식적인 종교로 승인하였으며 국비를 들여 자원을 세우고 승려를 배치함.
- "하늘이 정해 둔 해답이 있을 것이옵니다. 전하께서 예전부터 꾸시는 그 꿈처럼 말입니다. 모든 것을 창조해 내려고 애쓰지 마옵소서. 그저 전하께서 잊고 계신 것을 떠올리시기만 하면 됩니다. 이미 전하께서는 해답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하늘이 그렇듯이 말입니다. 전하께서 알고 계신 그것을 찾으면 되옵니다."
- "그것을 보기까지 너무 오랜 세월이 걸렸소. 그렇게나 가까이에 있었는데도 말이오."
왕후가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본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요."
"세 가지 형태가 바로 열쇠였소. 그러니까..."
- 최만리의 목소리에 위협적인 기색이 어렸다.
"이것은 왕국의 존망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왕국의 존망?"
눈을 끔벅거리는 황희에게 최만리가 단호하게 말했다.
"조선의 국왕은 물론 조선의 대신, 조선의 학자, 조선의 모든 백성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문제란 뜻입니다."
"고작 스물여덟 개의 문자가 그 정도로 큰 문제가 되겠소?"
"한자 일만 자를 익혀야만 한자로 적힌 책을 읽고 자기 생각을 한자로 표현할 수 있다고 하지요. 그러는 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필요한지는 영상께서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한데..."
- "저 문자를 보십시오. 머리가 좋은 자라면 아침을 먹으면서 스물여덟 개의 자음과 모음을 외울 수 있을 겁니다. 아둔한 종놈이라도 이레면 외울 수 있을 테고요."
영의정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눈치였다.
"일반 백성들도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왕국은 대격변을 맞게 될 겁니다. 모든 예의범절이 파괴되고, 결국에는 파멸의 길을 걷게 되겠지요."
- "때로는 하나의 일에 두 가지 의미가 담기기도 하는 법."
- "물론 그 말씀도 옳지요. 하지만 소문으로는, 그저 소문이겠지요? 듣기로는 다소 불길한 구석이 있더군요. 어떠한 연유로 전쟁놀이에서 적군의 역할을 하는 측에서 우리 명나라의 책략가가 즐겨 사용하는 원앙새 대형을 구사한 것입니까? 마치 황제의 군대가 조선을 공격하기라도 할 것처럼 말입니다."
순간 호수 속을 유유히 헤엄치던 잉어가 물 위로 펄쩍 뛰어올랐다가 다시 물속으로 들어갔다. 세종은 텀벙대는 물소리가 잦아들 때까지 기다렸다.
"명나라가 워낙 위대하다 보니, 조선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그 대형을 흉내 냈을 것이오. 그 정도 책략이 아니라면 어떻게 적군을 겁에 질리게 만들 수 있겠소?"
세종은 언제나처럼 진실과 모순의 여지를 반씩 남기며 재치 있게 받아쳤다. 과연 세종이 한 말은 모두 진실이었을까? 그의 생각을 알아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 한(恨)이라 말해야 할까. 마치 뜨거운 불길이 활활 타오르는 듯한 기분.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 수 없는 데서 기인한 감정, 절대로 체념할 수 없다는 욕망이자 도저히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가슴속에 품게 되는 헛된 바람.
- "전하께서는 돌아가는 물레방아에 발을 들이셨습니다. 바퀴가 부러져야 물레방아가 멈추겠지요."
세종은 자신의 옆에서 돌아가고 있는 물레방아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만약 저 바퀴가 하늘이 내린 것이라면 절대로 부러질 일은 없지 않겠느냐?"
"그럼 전하가 하시는 그 일이 어떻게 끝날지 전하께서도 잘 아시겠지요."
- "하늘과 땅은 감정이란 게 없습니다. 모두에게 공평하기까지 하지요. 지푸라기로 만든 개들이나 진배없습죠."
대장장이가 숯덩이를 삽으로 떠서 활활 타오르는 불구덩이 속으로 던지자 불꽃이 사방으로 튀며 주변을 환하게 밝혔다.
세종은 한낮의 태양처럼 이글이글 타오르는 숯덩이를 응시했다. 하나하나가 뜨겁게 타오르는 태양 같던 숯덩이의 열기는 두근거리는 심장 박동 속으로 이내 사라져 버렸다.
- 집현전 학자들에게 정사를 돌보는 업무를 부여했고, 집현전 박사들은 놀라운 업적을 이루었다. 실용적인 발명품을 고안하는 것은 물론, 정책의 법적 정당성을 구축하고 궁중 의식에 대한 설명서도 제작했다. 왕이 어떤 문제를 내든 합리적인 해답을 도출해 내기 위해 집현전 학자들의 연구는 끝없이 이어졌다. 세종은 집현전 학자들을 잘 어르고 끌어내는 데 일조했다. 지난 십여 년 간 세종은 젊고 자유분방한 학자들을 집현전에 데려다 앉혔다. 고대 문헌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 온갖 기호와 상징을 수집하는 학자, 알려지지 않은 전승과 신화에 관심을 가진 학자까지. 학자들은 왕이 보내는 지대한 관심에 우쭐했다. 본인이 가진 능력을 제대로 인정받는다고 여겼고, 왕의 기대와 희망을 한 몸에 받고 있다고 뻐기며 한껏 잘난 척하기도 했다. 그런데, 세종이 그들에게서 진정으로 바란 것은 무엇이었을까?
- "우리가 찾고자 하는 지식은 실로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되어 있다."
박팽년과 눈이 마주친 세종은 젊은 언어학자가 무언가 감을 잡으려 한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하지만 세종은 자신이 추진하는 목표를 아직은 알리고 싶지 않았다.
"기록하는 방식에는 별 관심을 둘 필요가 없을 듯하니, 더는 논하지들 말라."
박팽년은 왕의 말을 그 주제를 더 깊이 파고들지 말라는 경고의 의미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충분히 이해했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왕은 이미 다음 단계로 넘어간 뒤였다. 세종이 집현전에 모인 학자들에게 물었다.
- 왕은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지나치게 위험하다고 생각한 것일까? 아니면 너무나도 중요한 사안이라 가장 충실한 협력자들에게조차 숨기려고 했던 것일까? 왕은 홀로 이 전투에 나서려 한 것일까? 언어학자 박팽년은 자신의 군주가 홀로 전투에 나서게 하지 않겠다고, 그 전투에 감연히 동참하겠다고 결심했다.
- 사제는 자기 앞에 평민 복장을 하고 서 있는 남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을까? 어쩌면 알면서도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모른 척했을지도 모른다. 모른 척해야 사제도 왕도 안전할 수 있을 테니까.
- 발치에 놓인 쟁기에 정신을 온통 빼앗기고 말았다. 그의 눈길은 쟁기의 줄기와 손잡이가 만나는 부분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 부분은 숫자 '7'의 형태를 어렴풋이 띠고 있었다. 왕을 사로잡은 것은 이번에도 '7'이었다.
- 문득 세종의 눈길이 음악 소리가 나는 곳으로 향했다. 여덟 개 돌판이 두 줄로 나란히 매달린 편경이 내는 소리였다. 돌판이 만들어 내는 특별한 울림은 다른 어떤 악기로도 대체할 수 없기에, 무거운 돌판들을 이곳까지 날라야 하는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편경을 가지고 나온 것이었다. 사실 조선의 유교적 의례에는 편경이 빠짐없이 등장했다. 의식이 치러질 때마다 등장하는 악기인 탓에 연주를 감상하는 것 말고는 딱히 주목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세종은 편경에 매달린 돌판들의 형태가 숫자 '7'과 비슷하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되었다. 악공이 편경의 돌판 하나를 두드렸다. 그 순간 세종의 시간은 뿌옇게 흐려졌다. 편경 소리가 공중으로 퍼져 나간다. 마치 '7'이라는 숫자가 자기 나름의 특별한 색과 소리를 발하는 것 같았다. '7'이라는 형태 자체가 색과 소리의 원천이라도 되는 것처럼, 나아가 세상의 근본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일부라도 되는 것처럼.
- 하늘에서 떨어지는 초록색 잎사귀들...
언제나 신비로운 그것...
- 싱그러운 초록 잎들이 가을바람에 흔들리듯 떨어진다. 하지만 흔히 볼 수 있는 가을 낙엽과 달리 생기 넘치고 선명한 푸른빛이다. 나뭇잎을 흔들어 날릴 정도로 강한 바람이 불지도 않는데 푸른 잎들은 부드럽게 공중으로 흩어진다. 나뭇잎 뒤로 쏟아져 내리는 밝은 햇살이 촉촉이 맺힌 물방울 사이로 반사되는 모양이 부드럽고 눈부시다. 하늘이 주신 선물 같은 천상의 것들이 신성한 기운을 받아 하늘 아래 세상으로 향한다.
- 그날 밤, 두 사람의 귀환을 환영하는 만찬은 궁궐이 있는 한성에서 멀리 떨어진 초정이라는 마을의 어떤 별채에서 열렸다. 초정에서 솟는 온천물이 병든 몸을 낫게 해 준다는 소문은 두 사람도 들어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한 번도 와 본 적은 없는 곳이라 두 사람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겨우 말 등에서 내린 평화와 매두는 처음 보는 내관을 따라 별채 안으로 들어갔다. 갖가지 형상의 바위들이 널린 별채 안은 짙은 수증기로 덮여있었다. 문득 두 사람의 귓가로 편경이 내는 아름다운 울림이 흘러들었다. 가야금의 현을 뜯는 소리도 들려왔다. 그곳까지 안내해준 내관은 두 사람을 남겨 두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리뷰자 주 : 초정리 광천수, 탄산수. 다만 초정 온천은 차가운 온천인데, 물을 데워 써서 수증기가 생겼을 수도 있겠지만 오해의 소지가 있다.)
- "공자님께서 살아 계셨다면 자네 말이 옳다고 하셨을 것이야."
역관들이 왕의 시선이 약간 이상하다는 점을 발견한 것은 그즈음이었다. 왕은 매두에게 말을 하면서도 초점을 똑바로 맞추지 못하고 앞쪽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세종의 시력에 이상이 생겼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아차렸다.
"알아차렸나 보군."
(리뷰자 주 : 눈에 대한 감사와 두려움이 깊어지는 나날이다.)
- 세종은 한자와 파스파 문자로 귀에 들리는 소리를 적어 내려간다. 그러면서 그 소리를 텅 빈 공간 위에 시각화하려 애를 쓴다. 세종은 자신이 쓴 글자들을 가만히 응시한다. 어느 순간, 무엇인가가 그의 영혼을 사로잡는다. 세종이 불쑥 말했다.
"왜 모음은 항상 자음을 따라다니는 걸까?"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있던 역관들은 왕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예전에도 그 점에 주목한 바 있었다. 각종 음운 사전을 살펴볼 때마다 그러하였다."
- "대부분의 모음이 자음과 함께 사용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왕은 역관들의 말을 듣지 못한 표정이었다. 그는 머릿속에서 이어지는 사고의 흐름에 완전히 몰입해 있었다.
"지금까지는 그 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생각을 못 하였다."
왕이 무엇에 홀린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세종은 자신이 받아 적은 문자들을 가만히 응시한다. 뛰어난 기억력과 놀라운 상상력을 바탕으로 마침내 새로운 문자가 시각화되기 시작한다.
"음절을 어떤 방식으로 분리할 수 있을까? 모음은 왜 혼자서는 존재할 수 없는가?"
수증기가 뽀얗게 피어오르는 온천물 속에 앉은 평화와 매두도 왕의 말을 들으며 심오한 깨달음을 얻었다. 왕이 무언가 깨달은 듯 큰 소리로 외쳤다.
"마치 땅과 하늘 사이에 인간이 있는 것처럼!"
그 순간 세종의 얼굴 위에 환한 빛이 번졌다.
- 세종은 무한하게 펼쳐진 공간을 걷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구름 한 점 없이 푸른 하늘 아래에서 왕은 유일하게 똑바로 서있는 존재다.
둥근 태양과 평평한 땅과 똑바로 서 있는 한 사람.
저 멀리 또 하나의 고독한 존재가 보인다.
앞서 제례에서 처음 보았던 편경이라는 타악기다. 숫자 '7'을 닮은 돌판들이 매달린 타악기.
돌판의 깊은 울림이 들리지만, 워낙 멀리 떨어져 있어서 연주하는 이의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세종은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걸어간다. 찰나인지 영겁인지 모르는 왜곡된 시간 감각 속에서, 세종은 편경을 연주하는 이가 소현왕후임을 깨닫는다. 소헌왕후는 편경의 돌판을 부드럽게 두드리며 보일락 말락 미소를 짓는다.
세종은 다시 한 번 숫자 '7'을 닮은 형태에 집중한다. 그러고는 상상 속의 풍경을 가로질러서 또다시 걷는다. 왕후와 편경의 모습이 멀어지지만 돌판의 깊은 울림은 계속 울려 퍼지고 있다.
어느 순간, 황소 한 쌍이 쟁기를 끌고 나타난다. 친경례 때 보았던 그 모습이다. 세종은 쟁기를 바라본다. 이번에도 숫자 '7'의 형태다.
다음 순간, 세종은 혼자 걷고 있다. 그는 자신이 한 말을 다시금 떠올려 본다.
"땅과..."
발아래로 펼쳐진 땅이 끝없이 뻗어 나간다.
"하늘 사이에..."
머리 위의 태양이 거대한 원으로 커진다.
"인간이 있으니..."
세종의 발걸음이 멈춘다.
- 평평하게 펼쳐진 땅과 둥근 태양 사이에 오직 하나의 존재만이 수직으로 서 있다.
땅과 태양 그리고 인간.
수평선과 원 그리고 수직선.
바로 이 상징들이 왕이 그렇게도 찾아 헤매던 문제를 해결할 열쇠였다.
- "이제 몇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바뀔 것이다. 그러면 그대들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게 될 것이다."
왕의 목소리가 잠시나마 가벼워졌다. 그동안 세종은 한여름 쏟아져 내리는 유성우 아래에서 시를 짓던 젊은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다시 한 번 그대들을 편안한 꿈속에서 끌어내는 폭군이 되는 것을 용서하기 바란다."
왕은 그 말을 끝으로 자리를 떠났다.
(리뷰자 주 : 시간보다는 시진이 적절한 번역이 아니었을까? 홍작도 주작이었더라면 싶은 마음이 있다.)
- 세종은 어느 때보다 기품 있어 보였다. 그리고 자신만의 세계에 몰입해 있는 것처럼 보였다. 황씨 부인은 갑자기 솟구친 경외심에 발길을 멈추고 말았다. 입술이 달라붙은 듯 떨어지지가 않았다. 하지만 이대로 지켜보고만 있어서는 안 되었다. 그녀는 온몸의 힘을 끌어모아 크게 외쳤다.
- 이제부터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오직 한 사람, 젊은 언어학자 박팽년을 제외한다면 그러했다. 때문에 박팽년은 수많은 사람들 속에 있으면서 홀로이 뚝 떨어진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혀 있었다.
- 만약 그의 삶을 반으로 나눈다면 그 문자 이전과 이후로 뚜렷하게 구분될 것이 분명했다. 그는 빗물에 쓸려 희미해지는 혁명적인 문자를 묵묵히 응시했다. 그의 귓가에는 혁명을 행하던 왕의 외침이 은은히 들려오는 것 같았다.
- 어느 신화에서는 우물이 천국으로 가는 통로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굳이 그 신화를 알지 못하더라도, 학식이 높은 그들은 우물과 하늘의 원리 사이에 존재하는 은유적 연관성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세종이 이 우물을 맑고 깨끗하게 유지하는 데 과거의 어느 군주보다 더 열심이었다는 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날 밤은 우물에 독이 들어갔다는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비유하자면, 그러했다.
- "전하께서 창제하신 스물여덟 자를 모두 익히는 데 겨우 차 한 주전자 준비하는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믿어지시오?"
박팽년이 탄복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각각의 자음들은 혀가 입천장에 닿거나 이의 뒤에 닿거나 목구멍이 닫히거나 혹은 열리는 모양을 그대로 본떠 만들어진 것이오. 그리고 모음 또한 자연의 근본적인 원리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오. 집현전 서가에는 고금의 여러 나라에서 사용된 문자에 관한 책들이 가득하오. 하지만 그 어떤 문자도 전하께서 만드신 것과 같지 않소."
- 소르친은 혼자였다. 그는 말 타기를 배우기 전부터 들어온 몽골의 오래된 이야기를 떠올렸다.
"진정한 용사에게 친구란 자기 그림자와 말채찍만으로 충분하다."
- "전하께서는 백성들이 하고자 하는 말을 표현할 방도가 없다는 점을 안타까이 여기셨사옵니다. 하지만 백성들이 자신의 불만을 종이 위에 일일이 표현한다고 해서 도대체 무엇이 달라진다는 말씀이옵니까?"
최만리는 몸을 돌려 신문고가 있는 방향을 가리켰다.
"조금 전 소신이 행한 것처럼 백성들도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다면 신문고를 두드리면 될 일이옵니다."
최만리가 다시 왕에게로 몸을 돌렸다.
"글을 읽고 쓰는 것이 뭐가 그리 중요하단 말씀이옵니까?"
- 순돌은 창백한 달빛을 받으며 궁궐을 가로질러 보초병들의 막사로 돌아가고 있었다. 늙은 몸뚱이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피로감에 절어 있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궁궐에서만 맛볼 수 있는 고요한 아름다움에 다시 한번 경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감사함을 느꼈고, 이처럼 아름다운 곳에서 삶을 마감할 수 있다는 사실에 깊이 위안받을 수 있었다.
- 순돌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의 자리로 걸어가서 장비를 풀고 옷을 벗은 다음 자리에 누웠다. 하지만 눈을 감지는 않았다. 그는 전하를 향한 애정을 혼자만의 것으로 간직하지 못한 스스로를 질책하고 있었다. 듣고 싶어 하지 않는 자들에게 말하지 말고 마음속에 꽁꽁 숨겨 놨어야 했거늘, 값을 매기지 못할 정도로 귀하디 귀한 추억이 한낱 잠자리의 조롱거리로 전락하기란 얼마나 쉬운 일인가. 순돌은 자신이 아무 감정도 느끼지 못하는 목석이 되기를 바랐다.
- 황씨 부인은 자신의 조그만 심장이 벅찬 희열로 뛰노는 것을 느꼈다. 조선에서 이제껏 통용되어 온 한자는 여자들에게는 너무도 높은 벽이었다. 그녀들은 한자를 배우고 익히는 시간을 허락받지 못했고, 궁궐 안에 사는 후궁들도 그 점에 대해서는 예외가 아니었다. 남자, 그중에서도 양반에게만 허락된 한자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왕이 창제한 훈민정음은 단지 새롭고 특이하기만 한 발명품이 아니었다. 황씨 부인은 자신의 앞을, 여자들의 앞을 가로막고 있던 거대한 벽이 허물어지는 환상을 보았다.
- "지난밤에 꾸었던 꿈속에서... 손으로 해를 잡고... 손으로 달을 잡고..."
황씨 부인은 읽기를 멈추고 세종을 돌아보았다.
"기묘하지만 아름다운 구절이옵니다."
세종이 말했다.
"과인은 이 노래를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이라 부르려고 한다. 중전을 기리는 애도의 시다."
- "부처는 모든 지혜의 원천이나 우리가 깨닫는 지혜는 수천 수만 가지의 형태가 아니더냐. 이는 달이 세상의 모든 강물을 비추는 것과 같은 이치겠지."
- 본래 목판 인쇄술은 7세기 중국의 당나라 시대부터 사용되었고, 그보다 한층 진보된 금속 활자는 14세기 후반 조선의 전 왕조인 고려 때 발명된 바 있었다. 세종이 머무는 궁궐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주자소(鑄字所)에서는 서양의 구텐베르크 활자보다 수십 년 앞선 시기부터 정교하게 만들어진 금속 활자를 통해 각종 문서를 찍어 내고 있었다. 그날 저녁, 주자소에서는 흥겨운 콧노래 소리와 함께 문서들이 연속해서 찍혀 나오고 있었다. 주자소 장인들은 한자와 훈민정음이 뒤섞인 금속 활자들로 많은 양의 사본을 찍어 내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 사본은 앞서 세종이 정인지의 도움으로 작성한 일종의 부수 자료로서, 새로운 문자에 대한 설명과 용례가 상세히 담겨 있었다.
- 평범한 부모가 천재 자식을 낳는 것과 천재 부모가 평범한 자식을 낳는 것 중 어느 쪽이 문제의 소지가 클까에 대한 논쟁은 예전부터 있어 왔다. 세종의 경우는 천재 부모가 평범한 자식을 낳았다고 할 터였다. 어쩌면 세종은 자식들이 장성해 가는 과정에서 남들과는 다른 천재성을 발현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의 기대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금 평복 차림으로 궁궐 담장을 넘은 세자와 세제만 해도 그랬다. 그들은 일반 백성들처럼 아버지의 업적을 우러러보는데 그쳤다. 때로는 광기처럼 보이기도 하는 아버지의 천재성을 부담스러워했으며, 그래서 자신들이 그러한 재능을 물려받지 못한 사실을 오히려 감사히 여겼다.
- 요정들이 사는 신비한 섬처럼 호수 위에 둥실둥실 떠 있는 경회루에서는 오늘도 명나라 사신단을 환영하는 잔치가 열렸다. 악공들의 고아한 연주와 무희들의 아름다운 춤사위가 이어지고, 수라간에서 정성을 다해 만든 갖가지 궁중 요리들이 향기로운 술과 함께 제공되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계영배(戒盈杯)라고 불리는 술잔이었다. 가득 채우는 것을 경계한다는 뜻의 이름을 가진 그 술잔은 술이 어느 정도 차면 윗부분에 뚫린 구멍을 통해 흘러나가게끔 제작되어 마시는 사람으로 하여금 만취하는 것을 방지하도록 도와주었다.
- 그날 밤, 신숙주는 검은 바다를 나아가는 무역선의 갑판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본래 별은 육지에서보다 바다 위에서 더 빛나는 법인데, 날이 흐려서인지 그리 뚜렷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는 한성에서부터 가져온 기구를 꺼내 들었다. 세종의 지시로 만들어진 그 소간의(小簡儀)는 천문 관측에 사용되는 간의(簡儀)를 휴대하기 좋게 축소 개량한 것인데, 그는 이 작고 정교한 기구를 통해 자신이 탄 배의 현 위치를 가늠하고 싶었던 것이다.
- 당시만 해도 학자라면 누구나 수석을 한두 개쯤 가지고 있었다. 황잔이 가진 것은 두 뼘 정도 길이의 비대칭적인 석회석으로 태호(太湖)라는 호수에서 구한 돌이었다. 석회석의 특성상 그 수석에는 여러 개의 구멍이 뚫려 있었다.
- 붉은 바다의 주군이 해변에 가져다 놓았던 왕좌를 닮은 커다란 의자는 지금 대장선 갑판 중앙에 옮겨져 있었다. 그가 탄 대장선은 함대의 가장 좌측 전방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곳은 전투가 벌어졌을 때 가장 먼저 공격에 나설 수 있는 위치이기도 했다. 그의 주변에는 여러 명의 해적들이 아딧줄을 조종하느라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 그 무렵 코이누는 갑판 아래 선창에 웅크리고 앉아서 손발이 결박된 조선인 학자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지루함을 느꼈는지 군데군데 고인 바닷물을 손가락에 찍어 선창 바닥 위에 찍찍 긋기 시작했다. 소년의 시선이 자신에게서 거둬진 뒤에도 신숙주는 계속 소년을 바라보았다. 그는 지금 소년이 보이는 행동을 통해 그 마음속에 숨겨진 '쓰기'에 대한 본능적인 갈망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 하루 하루가 새로웠다. 매일 뜨고 지기를 반복하는 태양마저도 경이롭게 느껴졌고, 어떤 날은 무언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두렵기까지 했다. 아이는 각각의 시간들이 뿜어내는 서로 다른 향기를 맡을 수 있었고, 그것들이 드러내는 다채로운 형태를 구별할 수 있었다. 그토록 변화무쌍한 시간은 아이에게 있어서 측정 가능한 것일 뿐만 아니라 감지 가능한 것이기도 했다. 어느 날인가 코이누는 생각했다.
오늘은 정말 황금처럼 찬란하구나!
코이누는 어른들에게 그 사실을 알려 주고 싶어서 집으로 뛰어 들어갔다. 얼굴만이 아니라 온몸으로 '오늘은 정말 황금처럼 찬란해요! 그렇지 않나요?'라고 외쳤다. 하지만 아이의 혓바닥은 아이의 마음과 달리 움직여 주지 않았고, 어른들은 아이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아이가 듣지도 말하지도 못한다는 것을 이미 알기 때문이었다. 아이는 그들에게 없는 사람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자리에 있지만, 그 자리에 없는 사람. 코이누는 자신이 느꼈던 경이로움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느꼈다. 그날 이후 황금처럼 찬란한 날은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는 그런 날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도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크나큰 별의 탄생부터 작디작은 원자의 붕괴까지 남김없이 기억하는 신께서는 아이가 잊어버린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 자신이 끌고 온 수레로 다가간 남자는 수레 바닥 아래로 팔을 뻗어 더듬었다. 곧바로 빠져나온 남자의 손에는 몽골족 전사가 사용하는 전투용 활이 들려 있었다. 호 형태의 활이 수레 바퀴 안쪽 면에 딱 들어맞는다는 점은 남자에게 있어서 큰 행운이었다. 덕분에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궁궐 안으로 들여올 수 있었으니까. 활보다 숨기기 쉬운 화살들은 수레에 실린 위장용 짐 밑에 있었다.
- 명나라에서 비밀리에 파견한 전령이 자금성의 외궁인 태화전을 지나 그 남쪽에 위치한 태화문에 이르렀다. 문밖에 미리 대기시켜 둔 쾌마에 오른 전령은 검문소를 지나 자금성 남쪽 끝에 있는 오문(千門)을 향해 달려갔다. 이어 농경의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신농단을 지나, 하늘에게 제사를 지내는 천단을 지나, 북경성의 성문을 통과한 전령에게는 이제 조선을 향해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일만이 남아 있었다.
- 양군에서 발사한 화살들이 하늘로 솟구쳤다가 소나기처럼 지면으로 내리꽂혔다. 하지만 그들의 중간 지점을 지나가는 소달구지까지 미치지는 못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소달구지는 유유히 굴러갔다. 끊임없이 울려 나오는 종소리가 마치 웃음소리처럼 들렸다. 왕진이 휘하 장수 한 명에게 말했다.
"당장 말을 몰고 나가 저자의 목을 베라."
그런데, 기이하게도, 황제가 만류했다.
"그냥 보내 줘. 소는 상서로운 동물이라는데, 우리에게 행운을 주려고 온 건지도 모르잖아."
몽골 전사 한 명이 에센에게 말했다.
"당장 말을 몰고 나가 저자의 목을 베겠습니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에센이 만류했다.
"그 옛날 꿈에서 소를 본 무당이 칭기즈칸의 탄생을 예언했다는 얘기가 있지. 그냥 보내 줘라."
소달구지는 계속 굴러갔다. 네스토리우스 사제는 자신이 죽음의 문턱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갔었는지 알지 못했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리뷰자 주 : 이건 너무 작위적인 면이 있다. 영상을 위한 글을 주로 썼었기 때문일까? 사제는 분절된 사건들을 하나로 묶어 이어지게 하는 인물이자 저자가 투영된 인물처럼 보이는데, 소설의 후반부는 '마무리'를 염두에 둔 장치가 많이 보여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쉬웠다.)
- To English-speaking readers unfamiliar with Korean history, I hope this book can be an introduction to the story of hangul, but that it can also convey at least something of my original excitment upon learning of that creation - and of the unique mind and personality behind such a profound human accomplishment.
To Korean readers, I can only ask forbearance and forgiveness for my presumption in attempting to retell one of the great stories of Korean culture. Please know that my motivation was always aw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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