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프레드 반렌트 / 라이언 던래비 / 최영석
원제 : Action philosophers!
출판 : 다른
출간 : 2013.05.18
<겨울서점>에서 추천을 받아 구해놓고 잊고 지냈는데, 나름대로 야심차게 시작하는 '책 파먹기' 프로젝트의 1권이 되었다.
일단은 이번 겨울 동안에는 집에 쌓인 책들이 어느 정도 줄어들 때까지 최대한 외부 도서를 지양해보자는 것인데, 사실 이미 상호대차를 신청해둔 책도 있어서 생각대로 잘 될지는 미지수다.
<지상 최대의 철학 쑈>는 일단, 재미있었다. 약간의 왜곡될 위험성을 감수하고 시대별로 등장했던 철학자들의 핵심 주장이나 관련 일화를 선명한 만화로 설명한다. 사조가 바뀌면 그림체를 바꿔서 표현하는 섬세함도 갖추고 있다. 그림으로 설명하는 방식의 장점을 거의 극대화한 책이 아닌가 싶은데, 이해와 기억을 돕기 위해 애쓴 흔적들이 곳곳에서 보인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점은 상호 연결되는 인물들이 등장할 때 이전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와 직관적인 이해를 도왔다는 점이다.)
철학에 막 관심이 생긴 분들이나 한 번 큰 흐름으로 정리하고 싶으신 분들, 혹은 잘 알고 있지만 재미있게 웃고 싶은 분들께 추천한다.
최초로 철학의 역사를 다룬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렇게 말했어.
"초기 철학자들 대부분은 물질의 기본 법칙이 모든 것의 유일한 법칙이라고 생각했다."
- 자, 나는 여기까지 쓰고 추천의 말을 마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사상의 역사를 다루는 책이다. 주제가 주제이니만큼 쉽고 재미있고 간결한 만화책이 어떤 독자님은 마뜩잖을 수도 있다. 어떤 독자님은 더 버거운 지적 도전을 원할 것이다. 괴로운 책 읽기의 즐거움을 아는 독자, 그분들을 위해서도 나는 이 책을 추천한다. - 추천사 : 김태권
- 생뚱맞게도 나는 이 대목에서 소설 <바벨의 도서관>을 생각한다. 무한히 이어지는 책의 미로에서, 세상의 진면목이 그 한 권에 담겨 있다는 궁극의 책을 찾아 헤매는 주인공을. (소설의 내용과는 별 상관없지만, 보르헤스의 소설에서는 누구나 각자 읽고 싶은 것은 읽어 내기 마련이니 보르헤스 선생도 내 제멋대로의 독해를 용서해 주시리라.) - 추천사 : 김태권
- 다시 말하자면, 우리 정체성이란 우리가 축적해 온 지각들의 총합인 거야. 우리는 우리가 연속적 자아를 갖고 있다고 믿어. 단지 '연상의 습관'일 뿐인 이것이 인과 관계를 만든 거지. 우리가 매 순간마다 이전과 같은 사람이라고 느끼는 건 그래서라고!
- 아, 물론 이 만화책이 그 책이라는 건 아니다. 내가 비록 이 책을 추천하는 입장이지만 그런 심한 뻥을 칠 수는 없다. 그래도 이 말은 하련다. 한 권에 알차게 정리한 책이다. 서가에 꽂아 두었다가 생각날 때마다 읽고 전체 줄기를 얼추 파악하기에 마침맞다. 준비 운동도 없이 원전의 거친 바다에 뛰어들다 탈이 나지 않도록 이 책으로 시시때때로 몸을 풀어 주시라.
- 미술사를 전공한 선생님이 들려준 흥미로운 이야기. 처음 미술의 역사를 공부할 때는 각 시대의 양식적 특징을 도식화해서 달달 외운단다. 그런데 한참 공부하다 보면 나중에는 도식을 버릴 때가 온다고 한다. 그러나 처음 단계에서 정리된 도식을 열심히 익히지 않으면 도식을 넘어서는 단계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른 공부에도 들어맞지 않을까. 처음에 정석부터 익혀야 나중에 정석을 넘어설 수 있고 문법을 암기해야 문법 없이 의사소통할 수 있으며 기법을 외워야 기법을 의식하지 않게 된다. 철학사 공부라고 다르겠는가. 나중에는 도식화된 사고를 넘어서서 자기만의 사유를 펼쳐야겠지만 처음 입문할 때는 철학 사조별 특징을 익혀야 할 터. 도식을 설명하려면 역시 그림으로 그려 보여 주는 것이 마침맞다. 하물며 재치 넘치는 액션 만화로 구성했으니 얼마나 좋은 책인가!
- 선험적인 것 A Priori과 후험적인 것 A Posteriori : 칸트 철학의 핵심 개념 중 하나. 선험적인 것은 경험과는 독립적이며 보편적이고 필연적인 것을 뜻한다. 반대로 후험적인 것은 경험에 좌우된다.
- 수피즘 Sufism : 이슬람의 신비주의적 분파. 정신적 체험을 통한 신과의 합일을 추구한다. 세속적 타락이나 형식적 율법을 경계하며 직관과 깨달음을 중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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