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1

[저드슨 브루어] 크레이빙 마인드 - 중독과 산만함, 몰입과 회복력의 비밀

일루젼 2022. 2. 2.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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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저드슨 브루어 / 안진이

원제 : The Craving Mind
출판 : 어크로스 
출간 : 2018.02.08 


스티븐 배철러,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메리 올리버 등 이전에 읽은 책들을 종합적으로 뒤섞는 느낌이었다. 

 

미국은 의전 과정과 유사하게 pre 과정으로 기본 전공을 이수한 다음 의대 과정에 진학한다. 이 저자는 생화학 전공 후 의대로 진학, 현재는 정신의학 전공의이자 연구자로 활동중이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각 영역의 전문가들의 의견을 엮어 '무의식적 반응을 멈추고 자신을 관조하라'는 메세지를 전하고 있다. 

 

중독 상태는 그 안에서 스스로 인지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한 번 변화의 필요성을 인지했다면, 그때부터는 욕망이나 자극에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는 것을 멈추어야 한다. 힘들게 저항하고 몸부림칠 필요는 없다. 자신의 상태와 욕구, 그것을 행하는 과정과 결과를 모두 차분하게 관찰한다.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제대로 보면' 그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그 다음 선택은 매우 자연스럽게 긍정적으로 흘러갈 것이다. 

 

저자는 이런 관찰에 명상이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연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보통 사람들이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 실제로는 몽상에 휩쓸려 현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꼬집으며, 명상은 명료하게 현실을 인식할 수 있게 도와준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주변 사람들에게 공감하되 스스로를 보호하는 이타적인 사랑과도 유사한 뇌활동을 보인다고 한다. 

 

다소 거칠게 요약하자면, 저자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잘 살기 위해서는 좋지 않은 습관과 중독으로부터 벗어나 삶을 몰입의 상태로 살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나와 주변 모두에게 관용적이고 공감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이 모든 활동은 스스로를 바르게 관찰하고 이해함을 통해서 '습관화'할 수 있는데, 이는 중독을 일으켰던 뇌의 학습 회로를 그대로 이용하는 또다른 방법이다. 보상 회로에는 좋고 나쁜 것이 없다. 그리고 이 모든 활동을 가장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이 바로 명상이다. 

 

라는 내용을 최대한 과학적으로 이끌어나간 책. 

 

부분적으로는 거의 읽어본 내용들임에도 잘 읽히지 않아서 좀 괴로웠다.

줄창 문학만 읽다가 비문학으로 넘어와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끝.

 


   

- 나는 생화학 전공자로서 분자에 대해 공부하는, 뉴 에이지 추종자들의 가짜 만병통치약과는 저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도 형과 형수의 결혼식이 끝난 뒤 나는 간단한 질문에 사로잡혔다. '왜 스트레스를 받을 때 몸이 아픈 걸까?' 그리고 그 질문과 함께 나의 인생행로가 바뀌었다.

    

- 비슷하게, 어떤 '편안하지 않음'에 대해 '뭔가 잘못되고 있구나'라고 느끼는데 그 느낌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알려줄 나침반이 없다면, 우리는 혼란에 빠지고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때로는 질병과 그 근본 원인을 알지 못하는 것이 미칠 듯이 괴로워 반쪽짜리 삶이나 중년의 위기에 이른다. 이곳저곳을 더듬다가 좌절과 불편을 떨쳐내기 위해 극단적인 행동을 선택하기도 한다.

 

- 만약 질병을 떨쳐내거나 때려 부수는 대신 질병과 친해진다면 어떨까? 다시 말해 스트레스나 질병에 대한 우리의 느낌을 나침반처럼 이용한다면 어떨까? 이때 우리의 목표는 지금보다 많은 스트레스를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스트레스는 이미 충분하니까!) 지금 느끼는 스트레스를 항해의 도구로 삼는 것이다. 스트레스는 실제로 어떤 느낌인가? 그것은 일시적 흥분을 비롯한 다른 감정들과 어떻게 다른가? 만약 '남쪽'(스트레스)과 '북쪽(스트레스가 없는 곳)을 가리키는 바늘을 정확히 읽어낼 수 있다면, 그 바늘을 나침반처럼 이용해서 삶의 방향을 잡을 수 있지 않겠는가? 

 

 

- 제이크와 나는 일정 기간 동안 이 요소들을 하나하나 분석한 끝에 연기론이 정말로 보상에 의한 학습 이론과 맥이 닿는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사실상 두 이론은 아름답게 맞아떨어진다. 연기론에서 제시하는 단계들은 이름만 다르게 붙여졌을 뿐 보상에 의한 학습의 단계들과 본질적으로 같다. 

 

- 뇌의 DMN에 관한 연구들은 일상생활에도 도움이 되는 무언가를 알려주므로,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그것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예컨대 우리는 우리의 경험을 밀고 당기는 데 사로잡힌다. 명상 수련회에 갔을 때 나는 정말 있는 힘을 다해 생각 중독과 싸우면서 내 생각을 밀어내려 했다. 만약 어떤 사고의 패턴(단순한 몽상이든 좀 더 복잡한 숙고형 반응이든)에 습관이 들어 있거나 중독된 상태라면 쓸데없는 생각 버리기에 사로잡히지 않기란 매우 어렵다. 알코올에 중독된 나의 환자들도 늘 그런 말을 했다. 

 

- 그래프에 따르면 처음 1분이 지나고부터 후측 대상피질 활동이 눈에 띄게 감소했으며 (중앙 수신 아래로 급격히 내려간 부분) 명상이 끝날 무렵에는 활동량이 더 떨어졌다. 고무적인 결과였다. 우리는 그 전에도 집단 분석에 근기하여 명상 중인 사람들의 후측 대상피질 활동이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었다. 하지만 자비 명상을 하는 동안의 뇌 활동이 나의 경험과 완벽하게 일치했다는 사실은 조금 더 특별했다. 맨 처음 자비 명상을 접했을 때 나는 그걸 '사이비'로 여기지 않았던가. 우리는 명상 초보자와 명상 숙련자들로부터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한 뒤, 자비 명상 중의 뇌 활동 변화에 관한 첫 번째 논문을 발표했다. 이 데이터는 어떤 경험에 사로잡혀 있을 때 후측 대상피질이 수행하는 역할에 대한 우리의 지식과도 맞아떨어졌다. 

 

- 그는 "명상을 시작할 때 호흡에 맞춰 7까지 숫자를 세면 마음을 진정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는 조언을 해줬다. 문제는 내 마음이 도무지 집중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내 마음은 세상의 하고 많은 것들 가운데 하필이면 나 자신의 호흡에 집중하는 일에 귀중한 시간을 쓰는 이유를 납득하지 못했다. 돌이켜보면 내 마음을 탓하기도 어렵다. 마음속에 더 멋진 것들(유쾌한 추억, 앞으로 진행할 실험에 대한 계획 등)이 가득한데 왜 호흡처럼 재미도 없고 흥분되지도 않는 대상에 주의를 집중하고 싶겠는가? 생각에 중독된 사람에게 호흡과 멋진 것들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답은 당연히 후자일 것이다.

 

- 우리는 흥분을 행복으로 착각한다. 처음 명상을 배울 때는 호흡에 주의를 집중하고 마음이 달아날 때 다시 호흡에 주의를 돌려야 함을 강조한다. 이것은 단순한 원칙이지만 우리가 체득한 보상에 의한 학습 메커니즘에 반하는 일이다. 앞에서 여러 차례 언급했지만, 우리가 뭔가를 학습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행동을 결과와 연결하는 것이다. 싯다르타 역시 이런 원리를 설파한 바 있다. 싯다르타는 자신을 따르는 제자들에게 원인과 결과를 인식하고 자기 행동의 결과를 똑똑히 알아야 한다고 거듭 훈계했다. 

 

- 퓰리처상을 수상한 시인 메리 올리버 Mary Oliver의 시로 이것을 설명해보자.

삶의 규칙
관심을 가지라
놀라고 감탄하라
그 일에 대해 이야기하라

 

- 관용을 베풀 때의 마음은 어떠한가? 기분이 좋고, 열려 있고, 기쁨에 찬 느낌이다. 관용을 실천할 때 우리는 놓아버리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를 배울 수 있다. 누군가에게 선물을 주는 것 자체가 뭔가를 놓아버리는 행동 아닌가. 하지만 모든 관용이 똑같지는 않다. 만일 선물을 주면서 대가를 기대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어떤 식으로든 인정받으리라는 기대를 품고 큰돈을 기부하면 기쁨을 느낄까? 상사 또는 데이트 상대에게 잘 보이려는 의도로 문을 잡아줄 때 우리는 어떤 종류의 만족을 얻을까? 승려 타니사로 비쿠 Thanistro Bhikkhu는 <조건 없는 관용: 부처의 문화>라는 제목의 에세이에서 팔리어 경전의 한 구절을 인용해 이상적인 선물의 세 가지 요건을 제시한다. "선물을 주기 전에는 선물을 주려는 사람이 기쁜 마음이어야 한다. 선물을 주는 순간에는 주는 사람의 마음이 고양되어야 한다. 선물을 주고 나서는 만족을 느껴야 한다."  

 

- 유명한 미식축구 코치 빈스 롬바르디 Vince Lombardi는 "연습을 한다고 완벽해지지는 않는다. 완벽한 연습을 해야 완벽해진다"고 말했다. 음악의 좋은 점은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초점을 맞추는 일상적인 경험을 초월할 수 있도록 마법의 재료를 더해준다는 것이다. 음악 자체가 좋아서 음악을 연주할 때면 그 재료들이 하나로 뭉쳐지고, 그러면 음악은 저절로 기분 좋고 희망적인 "할렐루야"를 노래하기 시작한다. 완벽한 연습이 우리를 몰입 상태로 이끌어준다.  

 

- 세상의 모든 것과 연결된 느낌을 받을 때 당신은 모든 일에 책임을 느낀다. 그러면 더 이상 그것들을 외면해버릴 수 없게 된다. 당신의 운명은 다른 사람들의 운명과 엮인다. 당신은 온 우주를 어깨에 짊어지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걸 배우지 못하면 그 무게에 짓눌릴 테니까. 당신은 온 세상을 사랑할 만큼 강해져야 한다. 그러면서도 마음을 비워 세상의 가장 끔찍하고 무서운 것들과 한자리에 앉아야 한다.

- 앤드루 보이드 Andrew Boyd

 

- 이것을 공감 피로의 개념에 적용해보자. '나'의 요소를 제거하면 원래 자기 보호에 투입되던 에너지가 자유로워지고, 따라서 자기를 보호하느라 피로해질 일이 없어진다. 다시 말해 환자들의 고통을 나 개인의 일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몹시 피곤한 일이지만, 만일 내가 그것을 나 개인과 연결하지 않으면 나는 그만큼 자유로워진다는 얘기다. 환자들도 그 차이를 알아차린다. 병실에 들어가고, 환자와 눈을 맞추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질문에 답하는 과정을 생각해보라. 이 모든 소통이 임상적이고 폐쇄적이며 별 내용 없는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고, 따뜻하고 개방적인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후자일 때 환자들의 만족도는 높아지고 치료 경과도 좋아진다. 그러면 의사들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 간절히 원하는 바로 그 행복을 파괴할 수 있는 습관에 쉽게 빠져든다. 이러한 고통과 불균형의 상당 부분은 아직도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에서 비롯된다. 우리 인간은 모든 걸 갖추고 있는 기적 같은 존재이자 진정한 천재인데도, 우리는 생애 주기 내내 학습하고 성장하고 치유하며 스스로를 변화시킬 능력을 가졌다는 점에서 다른 어떤 존재와도 비교 불가능한데도, 이 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우리는 왜 허전함을 느낄까? 왜 계속해서 만족을 필요로 하며 끊임없는 욕망을 즉각적으로 채워야 한다고 여길까? 이 모든 것을 고려할 때, 우리가 진짜로 욕망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것을 욕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요약하자면, 그럼에도 뭔가를 욕망하는 존재는 누구일까? 당신의 뇌는 누구의 소유일까? 누가 당신의 뇌를 움직일까? 욕망의 결과는 누가 감당할까? 일을 바로잡을 사람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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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 챙김의 정의는 하나가 아니다. 아마도 가장 자주 인용되는 것은 존 카밧진이 삶이 망가진 사람에게 에서 제시한 실제적인 정의일 것이다. 전 세계의 MBSR 강좌에서 언급되는 그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수용적인 태도를 가지고 현재의 순간에 의식적으로 주의를 기울일 때 생겨나는 알아차림." 최근에 불교 명상 지도자인 스티븐 배철러 Stephen Batchelor가 쓴 글에 따르면 이 정의는 인간이 "주의를 한 곳에 머물게 하면서도 비반응적 알아차림 nonreactive awareness이라는 명료한 공간에 머무르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마음 챙김은 세상을 더 명료하게 보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주관적인 편견에 사로잡혀 계속 제자리를 맴돌기 때문에 길을 못 찾는다면, 마음 챙김은 바로 그 편견들을 알아차리게 만들어 결국 길을 잃는 이유가 우리 자신에게 있음을 깨닫게 해 준다.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우리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불필요한 짐을 덜어내고, 방향을 다시 설정할 수 있다.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마음 챙김은 인생이라는 영역을 탐험하는 데 도움을 주는 지도와 같다. 
 

- 비반응적 알아차림, 혹은 비판단적 알아차림 nonjudgmental awareness이라는 용어는 무엇을 의미할까? 이 책에서 우리는 먼저 보상에 의한 학습이 주관적 편견을 만들어내고, 이 편견이 우리의 세계관을 왜곡하며 우리로 하여금 사물의 본질을 깨우치지 못한 채 습관적인 반응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과정을 살펴볼 것이다. 또한 편견에 의거한 판단이 종종 혼란을 일으킬 뿐 아니라, "기분이 별로니까 뭔가 해봐!"라는 반응을 유발해서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든다는 점도 살펴볼 것이다. 숲 속에서 길을 잃고 허둥대기 시작할 때, 우리의 본능에 따른 행동은 더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다. 그러면 길을 찾기는 당연히 더 어려워지지 않겠는가.

 

- 내가 '강제'를 언급한 이유는 무엇일까? CBT 계열의 치료법들은 인지를 이용해 행동을 통제한다. 그래서 인지행동 치료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불행히도 우리의 뇌에서 의식적인 행동 조절 능력이 가장 뛰어난 부위인 전전두엽의 스위치가 제일 먼저 꺼지고, 그러면 우리는 오래된 습관으로 돌아간다. 따라서 나의 환자가 경험했던 것과 같은 각성이 중요하다. 습관에서 진짜로 얻는 것이 무엇인가를 보게 되면 우리는 그 습관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또한 그것을 뼛속까지 알고부터는 담배를 참기 위해 스스로를 통제하거나 강제할 필요가 없어진다. 

 

- 이러한 '알아차림'이야말로 마음 챙김의 본질이다. 우리가 특정한 행동을 무심코 반복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명료하게 보고, 아픈 각성의 과정을 거치는 것. 시간이 흐르면 우리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가 점점 더 명료하게 보인다. 그러면 우리는 낡은 습관을 놓아버리고 새로운 습관을 형성한다. 역설적이지만 마음 챙김은 단지 호기심을 갖고 우리의 몸과 마음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가까이 다가가는 일에 불과하다. 우리의 나쁜 욕망들을 최대한 빨리 없애려고 애쓰는 것이라기보다는 우리 자신의 경험에 기꺼이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 내 환자들의 증상과 선배들의 충고에는 다 이유가 있다. 경계성 성격장애 증상을 보이는 사람은 안정적인 자아관을 형성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예측 가능한 상호작용의 규칙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뇌는 항시적으로 과도한 시뮬레이션을 수행하면서(이것은 나의 랜스 중독보다 더 심하다. 적어도 나의 시뮬레이션은 랜스의 고백을 들은 뒤 영원히 중단됐으니까) 항상 사랑받는다는, 혹은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으려고 애쓴다. 손잡이를 누르는 쥐들이나 페이스북에 뭔가를 올리는 사람들처럼, 경계성 성격장애 환자들은 무의식적으로 도파민을 한 번 더 분비시킬 방법을 찾는 것이다. 내가 상담 시간을 연장해주면 그들은 자신이 특별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행동, 보상. 그들이 "정말로 필요하다"라고 주장해서 내가 상담을 한 번 더 잡아줄 때도 그들은 자신이 특별하다고 느낀다. 행동, 보상. 나는 순진했다. 나는 그들에게 언제 '위기'가 찾아올지 몰랐으므로 그때그때 상황을 보면서 적절하다고 여겨지는 대로 반응했으니 말이다. 그러니 환자들은 물론 나 자신조차 나의 반응을 예측할 수가 없을 수밖에. 그들은 매우 원초적인 의미에서 자신을 사랑해주고, 안정적 애착을 제공하고, 자신의 세계에 예측 가능한 이정표를 만들어줄 누군가(이 경우에는 나)를 원했다. 그들의 잠재의식은 나에게서 그런 단서를 주는 행동을 이끌어내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리고 나의 행동들 중 어떤 것이라도 일관성을 보이지 않는 경우, 그들은 가장 끈질긴 유형의 강화를 얻었다. 나는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접착제를 제공하고 있었던 셈이다. 

 

- 2010년 맷 킬링스워스 Mat Kilingsworith와 댄 길버트Dan Gillert는 우리가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들거나 몽상(전문용어로는 SIT stimulus-indepenclent thought라고 하는데, '외부 정보와 무관하게 내부에서 일어나는 생각'이라는 뜻이다)에 잠길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조사했다. 그들은 아이폰을 이용해 무작위로 추출한 2200명에게 일상적인 하루를 보내는 중에 몇 가지 질문에 답하도록 했다. 질문은 다음과 같았다. "지금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지금 하는 일이 아닌 다른 생각을 하고 있습니까?", "지금 기분이 어떻습니까?" (응답자들은 '매우 나쁨'부터 '매우 좋음'까지 다양한 답변을 선택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얼마나 자주 몽상에 잠겨있을까? 마음의 준비를 하시길. 그들은 일과의 50퍼센트 가까운 시간 동안 일에 집중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것은 깨어 있는 시간의 절반이 아닌가! 자, 여기 직관에 어긋나는 결과이자 하나의 열쇠가 있다. 연구자들이 일에 대한 집중 여부와 행복의 관계를 조사했을 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몽상에 잠기는 순간에 덜 행복하다고 답했다. 연구의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사람의 마음은 원래 방황한다. 그리고 방황하는 마음은 불행한 마음이다."

 

-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하와이를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지는데 말이다. 앞날의 행동을 예측할 때 도파민이 분비된다고 앞에서도 이야기하지 않았던가. 대체로, 유쾌한 사건에 대한 몽상에 잠길 때는 눈앞의 일에 집중할 때와 동일한 수준의 행복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눈앞의 일이 무엇인가는 상관없이 말이다. 그러나 중립적인 몽상과 불쾌한 몽상까지 다 합쳐서 분석하면 몽상에 잠기는 행위와 낮은 행복도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있었다(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말하자면 킬링스워스와 길버트가 제시한 결론대로, "방황하는 마음은 불행한 마음"이다. 다른 계획을 세우느라 바쁜 사이에 우리의 진짜 삶이 흘러가버린다는 내용의 시와 격언이 얼마나 많은가? 몽상에 잠길 때 우리는 불필요한 걱정 또는 흥분에 사로잡혀 자신을 소진할 뿐 아니라 축구 경기까지 놓친다는 이야기다. 

 

- 작고한 심리학자 수전 놀랜-혹스마 susan Nolen-Hoeksema는 사람들이 "자신의 부정적 감정에 대해 반복적이고 수동적으로 생각을 거듭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집중적으로 탐구했다. 말하자면 사람들이 '숙고형 반응 ruminative response styles'에 사로잡힐 때 벌어지는 일에 대한 탐구였다. 예컨대 위의 사례에서 당신의 아이디어가 바보 같다고 말한 동료에게 '숙고형'으로 반응한다면, 당신은 그것이 정말로 바보 같은 아이디어라는 걱정에 사로잡힐지도 모른다. 나아가 당신의 아이디어는 죄다 형편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평소 같으면 그런 말을 듣더라도 그냥 어깨를 으쓱이고(혹은 그 아이디어가 바보 같다는 점을 인정하고 그것만 철회하거나) 말았을 텐데. 당연하게도 슬픔을 느낄 때 숙고형으로 반응하는 사람들은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도 우울증 증상을 더 많이 드러낸다는 점을 밝혀낸 연구 결과들이 있다.

 

- 이처럼 다양한 연구들은 무엇을 설명해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고 나서 우리는 '오컴의 면도날 법칙'을 적용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오컴의 면도날이란 어떤 사실 또는 현상을 설명할 때 불필요한 가정을 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과학 분야에 이를 적용하면 가장 단순한 가설을 복잡한 가설보다 우선시해야 하며, 어떤 미지의 현상에 대한 설명은 우선 밝혀진 수치 또는 사건에서 찾아야 한다. 오컴의 면도날 법칙에 입각해서 우리는 우리의 모든 데이터와 일치하는 동시에 선행 연구들과도 일치하는 가설이 있는지 검토해보았다. 우리의 신경 현상학 데이터에서 얻은 지식을 다른 연구에 적용했더니, 가장 단순한 설명은 롤로가 발을 헛디딘 이유와 동일했다. 우리의 데이터는 어떤 경험적인 교훈과 직접적인 연관을 나타냈다. 

 

- 고대 그리스인은 사랑을 최소 네 가지 단어로 구분했다. 뜨겁고 정열적인 사랑을 가리키는 에로스, 부모와 자식 간의 정을 뜻하는 스토르게, 우정을 의미하는 필리아, 그리고 인류 전체를 향한 이타적인 사랑인 아가페. 사랑의 유형 중 비교적 단순한 앞의 세 가지와 달리, 아가페는 보다 신비로운 개념이다. 예컨대 기독교에서 아가페는 신이 신의 자녀들에게 베푸는 조건 없는 사랑을 뜻한다. 또한 아가페는 호혜적인 감정이다. 신은 인간을 사랑하고, 인간은 신을 사랑한다. 로마 시대의 작가들은 아가페의 무조건적이고 이타적인 성격을 온전히 표현하기 위해 이 단어를 '카리타스 caritas'로 번역했다. '자선 charity'이라는 영어 단어가 바로 카리타스에서 유래했다. 

 

- 나는 산악자전거를 타거나 수련회에서 명상할 때 현재의 순간에 집중하기 위한 조건들을 반복해서 재현할 수 있음을 경험했다. 자기 평가의 부재와 내재적 기쁨을 경험했다. 나의 이런 경험들은 명상이 몰입 상태로 들어가는 길이 될 수 있다는 칙센트미하이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칙센트미하이는 <몰입의 즐거움>이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이론적으로는 우리가 스스로의 의지로 습득할 수 있는 어떤 기술 또는 훈련도 가능하다. 우리가 원한다면 명상과 기도도 가능하다." 하지만 몰입의 조건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칙센트미하이는 활동을 수행하는 사람의 태도 또는 동기를 강조한다. "중요한 것은 그 활동을 대하는 태도다. 신과 가까워지기 위해 기도를 하거나, 단단한 가슴 근육을 만들기 위해 운동을 하거나, 지식을 늘리기 위해 공부를 하는 사람은 그 활동에서 얻을 수 있는 다른 것을 많이 놓치게 된다. 어떤 활동을 그 자체로 즐겨야 하며, 결과보다 자신의 주의를 통제하는 능력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 태도를 중시하는 칙센트미하이의 이론을 해석하는 방법 중 하나는 태도가 몰입의 요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예컨대 우리가 어떤 환상적인 상태 또는 신성함에 도달하기 위해 명상을 한다면 암묵적인 자기 참조가 방정식에 포함된다. 자아가 수축하는 동안, 혹은 어떤 경험에 집착하는 동안 '우리'는 '우리의' 경험과 분리되며, 그런 상태로 둘은 하나가 될 수 없다.  
 

- 극한 스포츠 선수 딘 포터는 비록 짧지만 행복한 인생을 살았을 것이다. 자신이 몰입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 어떤 조건들을 재현해야 하는가를 알아냈으니까. 결국은 큰 대가를 치르긴 했지만 말이다. <슈퍼맨의 부흥>을 보면, 포터는 앉아서 명상하는 것보다 훌쩍 날아가는 것을 더 좋아했다고 한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그것은 몰입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들을 생략하는 방편이었다. "나는 쉬운 방법을 선택한다." 포터는 이렇게 말했다. "15초의 몰입을 경험하기 위해 2시간 동안 가만히 앉아서 명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 목숨을 걸고 그곳에 곧바로 도달할 수도 있다. 그럴 때의 쾌감은 몇 시간 동안 지속된다." 흥미롭게도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그 반대의 경우를 발견하게 되었다. 적절한 재료들을 혼합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에서 나의 명상 수행은 깊이를 더해갔고, 그러자 산악자전거를 타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활동을 하는 도중에 몰입 상태에 도달하고 그 상태에 더 유리한 조건들을 찾아 마음을 다해 연습하면 우리의 뇌 안에서 몰입에 관여하는 신경의 경로들이 강화되는 것일까? 내재적인 보상이 되는 행동(산악자전거 타기, 명상, 악기 연주 등)의 계기로 작용하는 조건을 알게  된다면 우리의 뇌는 그런 '행동'을 학습할 것이다. 이는 뇌가 다른 모든 것을 학습하는 과정과 동일하다. 역설적인 말이지만 스스로를 세상으로부터 단절시키는 습관들(텔레비전 보기, 술 마시기, 약에 취하기)에 무심코 빠져드는 대신, 우리는 뇌에서 보상에 의한 학습을 담당하는 바로 그 경로를 이용해 세상에 더 적극적으로 관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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