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김용태
출판 : 덴스토리(Denstory)
출간 : 2014.12.01
표제가 마음에 들어 읽게 되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진짜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껴 가짜 감정을 표출하곤 하고, 그 괴리로 인해 마찰과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많다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감정 표출자 스스로도 그것이 표면적 감정이라는 걸 인식하지 못하고 본능적인 불쾌감의 일종으로 받아들인다는 내용을 예전에 다른 책에서 읽은 적이 있는데, 이 저자는 그 근원적 감정을 수치심으로 보고 있다. 자신이 완벽하지 않다는 수치심, 자신이 거부하는 모습이 스스로에게도 내재되어 있다는 걸 인정하지 못하는 수치심.
결론적으로 저자는 감정은 충분히 느껴주고 제대로 표현하면 해소할 수 있으며, 감정 그 자체에는 어떠한 가치관이나 판단이 불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것을 제때 인지하고 잘 표현(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 습관이 체화되면 삶이 수월해지고 오해와 괴로움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건강한 표출에 관한 설명이 모호하다고 느꼈다. 상대가 감정의 표현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로 미성숙하거나 병리적이라면 표현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그 경우 내적으로 해결하거나 다른 방법을 통해 표현할 수 있다는 부분을 더 깊게 다루어주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요지에는 공감하지만, 개인적으로 저자에게 상담을 받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인간이므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글을 읽게 되면 그 안에 저자의 가치관이 녹아나올 수밖에 없다. 스스로는 저자가 가지고 있는 경향성과 잘 맞는 편은 아니라고 느꼈는데, 이 지점이 내가 살펴봐야 할 불편함일수도 있겠다.
끝.
- 감정이 느껴질 때마다 알아주고 적절히 표현해줬다면 어땠을까? 바로 이 때문에 감정 조절이 필요한 것이다. 감정 조절을 못하고 감정에 압도되면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우선, 감정이 안 풀리면 쓸데없는 에너지가 많이 소모돼 항상 지친 느낌이다. 인식의 제한이 생겨 올바른 판단도 어렵다.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없다. 심지어 감정을 억압하면 몸이 아프고 신체 일부가 마비되기도 한다. 삶이 고통스럽다. 그러나 감정이 풀리면 인생이 풀린다. 삶의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
- 다른 사람이 자주 거슬리는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봐야 한다. 거슬리는 감정이 하찮은 것 같지만, 실제는 자신의 인생을 관통하는 문제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 거슬린다는 것은 화의 약한 단계다. 감정은 참 오묘해서 때론 위장을 한다. 불안한데 화를 내고, 우울한데 즐거운 표정을 짓기도 한다. 진짜 감정을 숨기고 가짜 감정으로 위장한다. 어떤 사람이 거슬렸다면 마음속의 뭔가가 건드려진 것이다. 거슬리는 감정은 어쩌면 두려움, 외로움, 열등감의 다른 표현일 수 있다.
- 당위적인 사람들은 '-해야 한다' 같은 형태의 생각을 가진 사람이다. 이들은 누가 요청하거나 자신이 뭔가를 계획하면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남들이 자신에게 요청하면 그 요청을 성실히 이행하고 남들에게도 같은 것을 기대한다. 자기가 요청했는데 다른 사람이 이행하지 않으면 쉽게 화를 내고 화를 통해서 자신의 생각을 관철하려고 한다. 이런 사람들은 삶에 있어서 부담감을 많이 느끼고 쉽게 우울해지는 경향이 있다.
- 우리는 우리의 감정을 잘 안다고 생각한다. 내 감정인데 내가 모르겠느냐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천·진영 부부의 사례에서 보듯 자기감정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불편한 감정이 느껴지면 표현하기보다 억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감정은 느끼고 표현하면 저절로 사라진다. 하지만 표현되지 못한 감정은 우리 몸 어딘가에 남아 끊임없이 표현되기를 요구한다.
- 사람은 어렸을 때부터 불안이나 두려움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감정을 억압한다. 화, 슬픔, 외로움, 수치심 같은 부정적 감정을 표현하면 위험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무의식 속에 꾹꾹 눌러놓는다. 즉, 불편하고 위험한 '진짜 감정'은 속으로 꾹꾹 눌러놓고 비교적 안전한 '가짜 감정'을 표현한다. 그러나 의식에서 사라졌다고 해서 그 감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무의식 속에 쌓인 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압력이 세지고 밖으로 나오려는 힘이 강해진다.
- 이런 사람들을 주지화 intelectualization 경향이 있다고 한다. 개념적이고 추상적이며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정서적으로는 매이지 않으려는 사람들이다.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감각적으로 무디고 감정 없이 말하기 때문에 단조로운 느낌을 준다. 사람 관계에서 쉽게 상처받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일이 아닌 공식적인 일이나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을 선호하고 일중독의 경향을 갖는다.
- 주지화를 방어기제로 쓰는 사람들은 영화 속의 기계인간들처럼 이성적으로 행동하면 모든 것이 괜찮을 거라 생각한다. 창백한 얼굴로 논리로만 말한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은 외로움에 직면할 때 너무 힘들어하고 감정적 표현을 하라고 하면 어색해한다. 즉, 다른 사람들과 감정적 교류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심지어는 가족관계에서도 본인의 역할만 하고 감정을 나누지 않는 삶을 산다. 감정적 유대를 맺지 못하기 때문에 부평초와 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이다.
(리뷰자 주 : 감정과의 분리 및 거리두기. 해당되는 부분이 있다.)
- 상대방이 원인을 제공했다는 면에서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우리는 상대방이 자극한 감정 덕분에 내가 어떤 부분에서 화가 나고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다. 상대방이 자극한 강도가 세면 셀수록 그것은 나의 중심에 가까운 것이 건드려진 것이다. 그래서 나를 열 받게 한 그 상대방에게 "당신 덕분에 내가 어떤 감정에 짓눌리고 있는지 알게 됐다."고 오히려 고마워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사실 혼자서 이런 작업을 하기는 만만치 않다. 감정을 하찮게 여기는 사회, 감정으로부터 도망가려는 사람들, 우리는 어디서도 감정이 얼마나 소중한 자산인지를 배울 기회가 없었다.
- 인간은 자신을 괜찮은 사람으로 여기고 싶어 한다. 각자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자신만의 영역이 있고 이것이 침범될 때 분노한다. 그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영역을 자존심이라고도 할 수 있다.
- 열등감은 자신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정신의학자 알프레트 아들러 Alied Adle는 열등감은 모든 인간에게 있고 열등감을 추진력으로 해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고 역설한다. 스스로 모자람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보다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더 노력하기 때문에 열등감은 잘 조절되면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 인간은 모순적 존재다. 이 상황에선 이렇게 살고 저 상황에선 저렇게 사는 존재다. 모순을 논리로만 해결하려 하면 많은 문제에 직면한다. 풀어도 풀어도 끝이 없는 늪에 빠진 상태가 된다. 인간이라는 모순적 존재를 품기 위해서는 안정된 정서가 필수적이다. 안정된 정서란 편안하고 자신감 있는 상태를 말한다. 이런 정서를 가진 사람들은 자기와 남의 부족한 부분, 약점을 품을 수 있다. 갈등 상황이 발생하거나 모순이 있더라도 이를 꼭 해결하려 하지 않고 품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다.
- 그런데 정서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은 모순을 견디기 어렵다. 화가 난 사람들은 자신이 옳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많은 논리를 개발한다. 그러나 이런 현상 자체가 이미 모순적이다. 화라는 부정적 감정을 토대로 해서 발전시킨 논리이기 때문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화난 사람들은 이런 현상을 인식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화는 인식을 제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 정서적으로 취약한 상태에서 논리적이려고만 하면 인식의 폭이 좁아져 부분적 인식을 할 수밖에 없다. 내담자 K 씨는 합리성, 논리성에 치우친 나머지 인간의 본질적 부분인 정서적 관계를 간과한 삶을 살았다. 화를 내는 아버지는 틀렸고, 합리적으로 얘기하는 자신이 옳다는 이분법적 논리에 빠진 나머지 다른 현상들을 지각하지 못하는 잘못을 범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화라는 감정이 만들어내는 편협하고 경직된 세계다.
- 외롭고 우울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상대를 불쌍히 여기는 경우가 많다. 연민은 특히 우울한 사람들이 많이 가지고 있다. 우울한 사람들은 자신이 비참하거나 형편없다는 느낌을 갖는다. 그리고 자신과 타인에게 많은 분노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렇게 부정적인 면만 가지면 살기 어렵기 때문에 우울한 사람들은 연민이라는 감정을 발달시킨다. 연민이 전면에 등장하면 다른 부정적 감정들은 숨겨진다. 자신의 부정적인 모습을 감추기 위해 필요한 감정이 연민이다. 연민을 통해서 자신이 괜찮은 사람 같은 느낌이 생기는 것이다.
- 연민에 사로잡히면 환상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피해가 전혀 없는 세상, 모든 사람이 친절하고 배려가 많은 세상, 아픔이나 고통이 전혀 없는 세상을 꿈꾸게 된다. 연민을 유지하게 하는 생각은 곧 이런 환상들이다. 자신이 이런 세상에 잠깐씩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그런데 현실이 그렇지 않다고 느껴질 때마다 슬프다. 연민이 많은 사람들은 눈물을 잘 흘린다. 왜냐하면 현실에 없는 환상적 세계를 살고 싶기 때문이다.
(리뷰자 주 : 내 경우는 어떤가 살펴보게 되는데...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꿈꾸게 되지 않나? 향상과 개선을 낳는 것은 연민과 불편이다.)
- 다른 하나는 속으로 무시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내현적 자기애의 사람들이다. 마음속에 자기 중심성, 즉 자기애가 들어 있다. 이들은 겉으로는 겸양지덕을 가진 사람들이다. 보기에는 친절하고 겸손해서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데 무리가 없다. 그러나 속으로 들어가면 그렇지 않다. 속에서는 많은 판단을 하는 사람들이다. 겉으로는 겸손하지만 속에서는 자신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배운 사람들에게 더 많이 나타나는 유형이다.
-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마음이 편안해지면 일단 삶이 쉬워지고 가벼워진다. 또한 삶의 에너지를 선택적으로 집중해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무슨 일을 하는 생산성이 커진다. 현재의 어색하고 거북한 느낌을 방치하지 말고 그 속에서 자신을 지배했던 역사적 사실을 찾아내자. 그리고 눌린 감정을 표현해주자. 그러면 현재 삶의 문제를 더 잘 해결해나갈 수 있는 에너지와 여유가 생긴다.
- 감정 속에 묻혀 있던 주제가 드러나면 그동안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또 다른 세상을 보게 된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명확해지는 것이다. 이 단계의 위기 요인으로는 자신의 주제가 드러날까 봐 두려워하는 마음이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드러나면 그런 자신을 싫어할까 봐 두려워한다.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기 위한 방어기제를 가지고 산다. 일반화의 기제, 주지화의 기제, 행동화의 경향, 사회화 현상 등은 모두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방법들이다.
- 일반화의 기제를 쓰는 사람들은 "인간은 다 그래.", "안 그런 사람이 어디 있어!"와 같이 말한다. '자신의 주제'를 '사람의 주제'로 바꿔서 자신의 문제를 숨긴다. 익명의 사람들 속으로 자신을 숨긴다. 일반화는 대체로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듯 보여 듣는 사람들은 아무런 문제를 느끼지 못한다.
- 주지화의 기제는 기천 씨의 예에서 보듯 감정을 생각으로 정리한다. 감정이 생기면 자신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찾아 합리화함으로써 처리한다. 여우의 신 포도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포도를 따려다 결국 실패한 여우는 "저건 신 포도일 거야."라고 중얼거린다. 여우는 포도를 먹고 싶지만 따 먹을 수가 없다. 아쉬움을 달래려고 '저 포도는 시어서 맛이 없을 거야. 그러니 안 먹는 게 나아.'라고 생각하며 먹고 싶은 마음을 숨기려고 한다.
- 행동화의 경향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서 행동을 하는 경우다. 부끄럽고 창피한 느낌이 들면 이런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서 일로 시선을 돌린다. 집안일이나 회사일을 하거나 취미 활동에 지나치게 몰두한다. 이러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일이나 사람들에게 의존할 수 있다.
- 사회화 현상은 심리적 느낌에 집중하지 않고 사회적 사건들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다. 정치, 경제, 사회적 사건이나 화제에 집중함으로써 자신의 감정에서부터 멀어지는 방법으로, 특히 남성들이 많이 사용한다. 또한 사람들 중에는 둘만 있으면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다는 아니지만 이들 중 일부는 사회화 경향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이 드러나기 쉬운, 둘만 있는 자리보다는 여러 사람과 있어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되는 자리를 선호한다.
- 많은 사람들이 어른이 돼서도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사는 이유는 이렇게 자신의 주제가 드러날 때마다 회피했기 때문이다. 회피는 사람들이 그 주제에 직면해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다. 자신의 주제를 직면한 사람들은 자신의 문제를 알게 되고 해결해간다. 이런 사람들의 인격은 꾸준히 성장하지만 그러지 않은 사람들은 제자리에 머무르게 된다.
- 어떤 감정을 느끼는 감정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부정적 감정이든 긍정적 감정이든 감정을 느끼게 된 이유가 있고 그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다. 감정에 얽매여 왜곡된 삶을 살지 않으려면, 역설적으로 어떤 감정이든 환영해주고 돌봐줘야 한다.
<감정 조절 훈련>
1단계 : 느낌 알아차리기
2단계 : 느낌 표현하기
3단계 : 내 인생의 주체 찾기
4단계 : 나를 깊이 이해하기
5단계 : 원치 않는 내 모습 수용하기
6단계 : 나를 성장시키는 긴 싸움
7단계 : 새로운 가치관의 탄생
<감정 조절 10 계명>
1. 오늘 내 기분이 어떤지 물어본다
2. 불편한 감정을 환영한다
3. 부정적 감정일수록 표현한다
4. 내 감정은 나의 것임을 명심하자
5. 언어에 예민해지자
6. 감정이 주는 신호를 읽는다
7. 감정 조절의 7단계에 익숙해진다
8. 자신이 작은 존재임을 인정한다
9.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한다
10. 가치관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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