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톰 닐론 / 신유진
원제 : Food Fights & Culture Wars
출판 : 루아크
출간 : 2018.03.25
도서관 서가에서 직접 골라 대출할 때의 가장 큰 장점은 옆에 꽂힌 책들을 훑어보면서 고를 수 있다는 점이다. 같은 분류로 모아놓은 안에서 다양성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이 책과 <미식의 역사>는 같은 줄에 꽂혀 있어서 함께 대출했는데, 같은 사료를 두고 다른 의견을 펼친 부분이 많아 흥미로웠다. 그러나 두 저자가 부딪친 부분에 한해서라면 기존에 읽어본 미식 관련 도서들에서는 대체로 이 저자와 비슷한 의견을 표하고 있었으므로 이 쪽이 일반론적인 의견인 듯 하다.
물론 정확하게 살펴보고 싶다면 참고문헌을 꼼꼼히 따져봐야하겠지만, 솔직히 말해서 원문들이 내게는 접근성이 무척 떨어지므로 그럴 의지는 없다. 톰 닐론 또한 다른 유럽도시들에 비해 파리에서 페스트 유행 수준이 현저히 낮았던 것은 레모네이드 덕분이라는 매우 급진적인 주장을 펼친다. 이런 부분들은 무척 흥미롭지만, 근거 자료나 주장의 신뢰도를 파악하기가 어려우므로 일종의 카더라처럼 읽어둔다.
(사족. <저급한 술과 상류사회 - 음료의 문화사> 역시 루아크 출판사에서 나왔던 책인데, 저자는 다르지만 기본적인 편집 형태가 동일해서 좋았다. 전자책으로 살펴본 바로는 원서는 이런 편집형태가 아니라 조금 놀랐다. 개인적으로는 가독성도 좋았고 자료를 살펴보기도 좋았던 편집이라 출판사에 감사하고 있다.)
저자는 식문화 관련 고서점을 운영하며 지속적으로 음식과 레시피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직접 13세기의 레시피에 도전했다는 부분을 읽으면서 깜짝 놀랐는데, 대단한 열정이다.
개인적으로는 정보의 복원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봤을 때 제대로 기록되지 않은 레시피들은 사실상 복원이 불가능하지 않나 생각한다. 우선 식재료들이 과거와 같은 맛을 가지고 있을지도 불확실하고, 소실된 용어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대로 따른다 하더라도 요리 자체의 특성상 같은 맛을 재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비교대상이 없다. 경험해보지 못한 맛을 재현한다는 건 사실 거의 불가능에 대한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성공 여부를 확인할 수가 없지 않은가? 하지만 그런 시도들이 무의미하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문제들에 부딪칠 수 있는 열정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저자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시간대를 넘나들며 음식과 문화/역사가 긴밀하게 연결된 순간을 살피려 노력한다. 다만 총 10개의 챕터 중 후반의 세 챕터는 조금 독립성들이 떨어지지 않나 하는 것이 내 개인적인 의견이다.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조리법을 개별 소스로 분류하기보다는 조리법이나 요리 자체로 인식하는 편이니, 각 소스를 챕터 별로 나눈 것에 공감하기 어려워서일지도 모르겠다.
즐겁게 읽었고, 만약 <미식의 역사>와 <음식과 전쟁> 두 권 중 한 권만을 읽겠다면 나는 <음식과 전쟁>을 추천한다.
(리뷰자 주 : Chilli로 표기되어 있으나 오기로 보인다)
- 나는 오랫동안 중세시대 후기, 곧 1300년에서 1500년 사이의 음식에 대해 식도락가적 관심이 있었다. 당시 음식은 지금에 비하면 매우 낯선데, 거북이, 양고기, 벌꿀, 술, 돼지비계들이 끼니마다 식탁에 오르는 듯했다. 향신료 무역이 활발히 이뤄지고 재료 공급이 원활했던 덕에 당시 요리는 실험적인 기이함으로 가득했다. 나는 쌀 전분과 아몬드 우유를 섞은 괴상한 블랑망제 blancmange와 14세기 문서에 기록된 레시피대로 모르토리오 mortorio라는 으깬 돼지고기 요리를 만들었다. 그러나 공작새 껍질을 발라내 구운 뒤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게끔 다시 껍질을 씌워 접시에 놓으려던 시도는 공작새를 죽이는 것이 명백한 불법이라는 이유로 좌절되었다.
- 그러나 요리사들은 대개 진실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조작된 기원이 사실로 둔갑했고, 때로는 기발한 이야기가 넘쳐난 나머지 이런 창작물이 멋진 우연의 결과인 것처럼 묘사되었다. 예를 들면, 마요네즈는 연회에서 쓰던 걸쭉한 크림을 흉내 내다가 발명되었고, 고기 스튜에 초콜릿을 흘려 넣다가 멕시코 요리인 몰레 mole가 만들어졌으며, 신선한 치즈가 동굴에 버려졌다가 로크포르 Roquefort 치즈가 되었고, 커피콩은 염소가 이것을 먹고 기운차게 노는 것을 본 목동이 찾아냈으며, 나폴레옹 페이스트리 Napoleon Pastry는 비프 웰링턴 Beef Wellington(소고기에 푸아그라와 버섯 페이스트를 바르고 페이스트리 반죽을 입혀 구운 요리 - 옮긴이)이 더 낫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 1454년경 구텐베르크 성경이 출판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1475년에 출간된 첫 요리책은 요리책에서 기대할 것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바르톨로메오 사키(Bartolomeo Sacchi, 1421~1481)의 <진정한 즐거움과 건강에 대하여 De honesta voluptate et valetudine>는 마르티노 다 코모 Martino da Como(1430년경 출생, 15세기 요리 장인이자 교황청 요리사 - 옮긴이)가 쓴 <요리의 예술 Libro de artecoquinaria>에 실린 검증되지 않은 레시피를 거의 그대로 표절했다. 마르티노 다 코모는 15세기 서양에서 가장 유명한 요리사였다. '플라티나 Platina'라고도 알려진 바르톨로메오 사키는 교황청에 출판과 관련해 연줄이 있는 데다(교황의 역사에 대한 책도 썼다) 순회 인문주의자였을 뿐 사실 요리사는 아니었다. 그런 그가 고대 원전에 실린 식습관과 약에 대해 조언한 마르티노의 레시피를 보강해 음식에 관한 포괄적인 책을 만든 것이다. 이 책 외에 15 세기에 볼 수 있는 출간물은 1498년에 출간된, 아피키우스 Apicius가 쓴 4세기 로마 요리법인 <요리에 관하여 De re coquinaria>뿐이다. 그러나 16세기에는 식습관과 약효가 있는 음식에 관한 내용을 이상하게 혼합한 형태의 책과 비법에 관한 책이 도입되었다.
(리뷰자 주 : 질리언 라일리는 다소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
- 파리에서 레모네이드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 전염병이 도시를 엄습했을 당시에는 거리의 레모네이드 공급업자들이 레모네이드 사업을 장악하고 있었던 듯하다. 레모네이드는 무척 인기가 있었을 뿐 아니라 흔하기까지 했다. 레모네이드 판매업자들 덕에 도시 전역에서 손쉽게 사 먹을 수 있었던 것이다. 레몬(혹은 다른 감귤류)에 함유된 리모넨 limonene이라는 성분은 자연 살충제이자 구충제다. 특히 레몬 껍질에 리모넨이 가장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실제로 미국 환경보호청이 일반 해충 스프레이나 애완동물에 기생하는 벼룩과 진드기 퇴치제에 들어 있는 열다섯 가지 살충 성분 가운데 리모넨을 가장 효과적인 성분으로 꼽았을 정도다. 프랑스인들은 에그르 드 세드르를 만드는데 쓰인 레몬 껍질과 짓이긴 레몬을 '벼룩-시궁쥐-사람-시궁쥐'라는 감염의 순환 사슬을 깨기 위한 가장 적합한 장소에 내다 버렸는데, 그곳은 바로 쓰레기장이었다. 이렇게 해서 파리는 비록 우연일지라도 레몬 때문에 전염병으로부터 효과적인 보호를 받았다. 레모네이드 공급업자들은 부유한 지역을 관할했는데, 여기서 나온 레몬 껍질과 과육 찌꺼기가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살던 구역을 보호한 것이다. 시궁쥐들은 막대한 양의 레몬 때문에 괴로웠겠지만, 잡식성이었기에 분명 새로운 맛을 경험하는 행복도 누렸을 것이다. 이렇게 해서 전염병 박테리아에 감염된 벼룩들이 서서히 사라지지 않았을까.
- 리비히의 육즙은 처음에는 꽤나 인기를 끌었는데, 그 이유는 이 육즙이 사람들에게 '존스톤의 쇠고기액 Johnston's Fluid Beet(1870)'과 '리비히의 쇠고기 육즙과 몰트 와인 Liebigs Extract of Meat and Malt Wine'(1881)이라는 매력적인 이름으로 소개되어서다. 두 제품은 나중에 보브릴 Bovril과 윈카니스 Wincarnis로 각각 이름을 바꿔 달았는데 모두 놀라우면서도 약간은 불안한 인기를 누렸다. 보브릴은 조미료로서 또는 뜨거운 음료의 첨가물로서 지속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뜨거운 우유와 함께 온전한 쇠고기 맛을 느껴보세요) 보브릴은 '소 bovine'(라틴어로는 'bovem')라는 말과 에드워드 불워 리턴 (Edward Bulwer-lytton, 1803~1873. 영국의 소설가, 극작가, 정치가 - 옮긴이)의 <미래의 인종 The Coming Race>(1871)에서 막대한 힘을 이끌어낼 때 쓰는 신비로운 전자기 물질인 '브릴 vril'이라는 단어를 결합한 합성어다. 실제로 19세기 후반에는 어떤 상품에 약간의 과학적 지식만 더하면 그야말로 히트를 쳤다.
- 아즈텍 제국을 무너뜨리기 위해 에르난 코르테스 Hernán Cortés와 함께 싸운 스페인 정복자인 베르날 디아스 델 카스티요의 회고록인 <신 에스파냐 정복의 진정한 역사>에는 사람을 소금, 후추, 토마토와 함께 끓이는 방법에 관한 표준 레시피 같은 것이 기록되어 있다. 이는 인육을 재료로 하는 동시대 최고의 레시피인 동시에 고추를 첨가한 최초의 기록된 레시피이며, 100년이나 앞서 토마토를 사용한 레시피이기도 하다(토마토는 유럽에서 17세기 말까지도 대중화되지 않았다.) 말이 나온 김에 덧붙이자면, 우연히 카스티요가 칠리 요리에는 원래 콩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기록한 덕에 칠리 콘 카르네(간 소고기에 강낭콩, 칠리 가루를 넣고 끓인 매운 스튜 - 옮긴이)에 관한 오랜 논쟁이 끝났다). 멕시코시티 근처에서 발견된, 향료 때문에 빨갛고 노랗게 물든 아즈텍인의 뼈에 대한 최근 연구는 카스티요의 레시피가 실재했음을 입증해주었다.
- 식인에 대한 가장 유명한 초기 기록은 한스 스타덴 Hans Staden 이 쓴 브라질 투피남바 원주민에 대한 보고서다. 1557년 독일에서 간행된 이 기록은 "신세계 아메리카의 야생적이고, 벌거벗었으며, 냉혹하고, 사람을 잡아먹는 부족에 대한 실화와 묘사"라는 서술적인 제목이 붙었다. 스타덴의 책에는 투피남바족이 일정한 규칙을 정해놓고 사람을 먹는다고 나와 있다. 즉 대부분은 구워서 먹지만, 집안 행사에서는 가끔 끓여서 먹는다는 것이다. 이런 관습은 위대한 프랑스 인류학자인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Claude Lévi-Strauss의 이론의 주축을 이룬다. 다시 말해 식인종들은 그들이 물리치고 싶은 상대는 굽고, 아끼는 상대는 끓인다. 적에게는 불, 가족에게는 물인 것이다. 투피남바족은 어린이와 여자를 위해 내장 스튜를 만들기도 했는데, 그 이름이 마치 메누도(menudo, 소나 돼지의 위장으로 만든 매운맛의 멕시코 수프)나 필리핀의 선지 수프인 '디누구안 dinuguan'과 비슷한 '밍가우 mingau'처럼 들린다(놀라운 건 이는 현재 미국 쇠고기 육포 회사의 이름이다).
- 이런 책에 깔린 개념은 '두루 여행하고 그 현상을 관찰하고 목록화한다면 세상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것으로, 18세기 유럽에서 계몽주의 학문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비법서 중 가장 유명한 두 권은 1555년(프랑스에서는 1557년, 영국에서는 1558년)에 이탈리아어로 처음 출판된 이후 200년 이상 대량으로 인쇄되었던 지롤라모 루리 Girolamo Ruscelli의 <피에몽의 마이스터 알렉시 목사의 비밀 The Secretes of the Reverend Maister Alexis of Piemont>과 프랑스의 약제상 겸 예언가였던 미셸 드 노스트라담(Michelde Nostradame, 1503~1566 혹은 노스트라다무스 Nostradamus)이 리옹에서 1555년에 출간한 책이다. 예언으로 유명해지기 전에 노스트라다무스는 비법서에 실을 레시피를 수집했는데, 너무 맛있어서 여자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도록 고안된, 말도 안 되게 복잡하면서도 이국적인 잼을 포함해 잼과 젤리에 관해서만 한 장을 온전히 할애했다. 비법서는 16세기 유럽에서 음식과 약물 중에 무엇이 더 긴급한 문제인지 파악하기 어렵게 할 만큼 인기가 많아서 요리법과 비법이 구분되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
- 토마토와 감자는 가지 속이었기 때문에 재배가 거부되었는데, 맨드레이크(약물, 특히 마취제로 쓰이는 유독성 식물 -옮긴이)나 벨라도나 같은 잘 알려진 유럽산 가지 속처럼 독성이 있을 것으로 의심되어서다. 유럽 농부들의 염려가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었다. 모든 가지속 식물은 알칼로이드 함량이 높기 때문이다(식용 식물은 위험할 만큼 높지 않지만 말이다). 알칼로이드 중에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니코틴으로, 담배에는 많은 양이 들어 있지만 토마토, 감자, 가지(아시아가 원산지이지만 뒤늦게 북유럽에 전해진) 같은 가짓과 식품에는 적은 양이 들어 있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옥수수는 매우 늦게 대서양을 건넜는데, 유럽인들이 밀, 귀리, 쌀, 보리를 이미 먹고 있어서였다. 가지의 일종인 칠리 페퍼는 유럽인의 입맛에는 너무 자극적이었다(포르투갈 탐험가들이 아시아에 소개했을 때는 기꺼이 받아들여졌는데도 말이다).
- 중세 유럽에서 상류층의 식사는 전통적으로 '혼란스러운 음식 service en confusion'이라고 알려진 방식으로 모든 요리가 한꺼번에 제공되었다. 초대된 사람들은 주인과 안주인에게 경의를 표했고, 그들보다 신분이 낮은 사람들에게는 차례차례 경의의 표시를 받아야 했다. 모두들 각자의 사회적 지위에 걸맞게 행동했으므로,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자리나 축제에서 목이 잘리는 무서운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걱정 따위는 하지 않아도 되는 분위기였다. 나이프와 두 손만이 유일한 도구였고, 음식은 페이스트리 껍질이나 나무 쟁반 trencher 이라고도 불리는 딱딱하고 두꺼운 빵 조각에 얹어서 먹었다. 보통 저녁식사는 몇 사람만 참석했지만(식량이 부족했던 겨울에는 귀족 혼자였을 수도 있다), 봄과 여름에는 무작위 요리가 포함된 서너 개의 호화로운 코스가 연속적으로 제공되는 공을 들인 연회가 열리기도 했다. 음식은 도난당하거나 재활용되거나 버려졌기 때문에 이런 모임의 정확한 규모를 짐작해내기란 어렵다.
(리뷰자 주 : 질리언 라일리는 봄 직전에는 궁핍했겠지만, 가을에 충분히 준비한 겨울은 일반적으로 풍성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그 당시 부엌은 큰 불이 날 경우 거의 통제할 수 없는 지경이었으므로 대개는 식사 공간에서 약간 떨어진 별도의 건물에 설치되었다. 따라서 느린 경호 행렬에 맞춰 테이블까지 음식이 이동하는 동안 다소 미지근하게 식었을 게 틀림없다.
(리뷰자 주 : <미식의 역사>에서의 질리언 라일리의 의견과는 상반된다.)
- 고전적 지식 개요서인 플리니 Pliny의 <박물지 Natural History>(1세기) 같은 역사서, 최초의 요리책에 포함되기 한 세기도 전에 토마토 활용 레시피를 다룬 베르날 디아스 델 카스티요(Bernal Diaz del Castillo, 1492~1585)의 <신 에스파냐 정복의 진정한 역사 Historia verdadera de la conquistade la Nueva España> 같은 책이 그것이다.
1. 마요네즈가 1756년 미노르카 해전에서 프랑스가 승리하면서 우연히 발견된 것이라면, 플리니는 어떻게 마요네즈를 언급할 수 있었을까?
2. 7년 전쟁은 프랑스가 스페인의 마요네즈 레시피를 빼앗기 위해 시작한 것이 사실일까?
3. 칠면조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넘어왔는데 왜 '터키'라고 부를까?
4. 멕시코의 전통 요리인 몰레 포블라노 Mole Poblano의 기원 이야기(현재까지는 한 가지다)는 왜 스페인 사람이 도착한 후에야 등장할까?
이런 것들이 내가 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던 질문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답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음식의 역사가 대부분 만들어진 내용이었다는 것이다.
- 1. 프랑스 군대가 초기의 스페인 레시피를 자기 것으로 삼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2. 그럴 수도 있다.
3. 뒤마 덕분이다.
4. 식민지 지배 때문이다.
(리뷰자 주 : 이런 과자의 집이라면 홀릴 수 있을지도...)
- 한때 점도 혹은 농후함은 음식의 다양한 척도 중 하나였다. 음식은 적당히 진할 수도(귀리죽, 아스픽(aspic, 소, 송아지, 생선 등의 뼈를 푹 삶은 국물로 투명하게 만드는 젤리 형태의 음식 - 옮긴이), 또는 블랑망제 등), 혹은 진하지 않을 수도 있다(붉은 수프 또는 맥주 수프 beer soup(루 roux를 기반으로 맥주를 사용해 만드는 수프 - 옮긴이)). 사람들은 대개 음식의 농도에는 특별한 가치를 두지 않았다. 음식은 사치스러움이나 포만감과 결부된 일정 수준의 점도를 나타내는지 여부보다는 그 자체가 지닌 매력으로 평가받았다. 여러 세기에 걸쳐 음식이 수없이 변화한 것은 재료, 무역로, 제국주의, 자본주의, 유행, 기술의 영향을 받은 결과지만, 모든 요소가 한 번에 영향을 미친 경우는 드물었다. 이번 장은 현대의 액체 음식이 어떻게 진해졌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리뷰자 주 : 맛있어 보인다...?!)
- 이를 진하게 만들기 위해 가장 널리 쓰인 방식은 빵 부스러기를 넣거나 (기묘하고 비싼) 아몬드를 갈아서 섞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실용적이지 않았는데, 음식을 진하게 하기보다는 탁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계피 식초가 들어간 카멜린 소스, 녹색 소스로 알려진 파슬리 소스, 버주스(익지 않은 포도로 만든 포도주)로 만드는 아그라즈 소스처럼 훌륭하면서도 많이 쓰인 소스는 대개 매우 묽었다. 미트파이에 들어있는 그레이비소스(육즙으로만 만들어진)는 매우 고가여서 그레이비 도둑들은 파이 밑에 구멍을 뚫어 훔쳐낸 뒤 재사용하기도 했다. 이런 도둑은 워낙 많아서 <캔터베리 이야기>(1390년경)의 "요리사의 프롤로그와 이야기 The Cook's Prologue and Tale"에서 제프리 초서는 그의 천박한 요리사를 파이를 팔기 전에 피를 빼내는 사기꾼으로 묘사한다.
"많은 파이에는 피가 들어 있는데
두 번 팔리는 많은 파이가
두 번 돈을 벌고 두 번 차가워지네."
"For many a pastee hastow laten blood
and many a Jack of Dovere hastow sold
That hath been twice hoot and twice cold."
위 시에서 'Dover[e]'는 'do-over'의 속어다. 곧 'Jack of Dover'는 값싼 포도주로 채워진 비싼 포도주병 혹은 두 번 이상 조리되는 파이를 의미할 수 있다. 이 문장은 무척 유명하다. 한 세기 뒤 최초의 공산주의자인 토머스 모어(Thomas More, 1478~1535)는 "파리의 재크, 두 번 구워진 사악한 파이 A Jak of Parys, an evil pye twyse baken"라는 말로 그레이비 도둑이 만든 음식이라는 비난을 영불해협 너머로 전파시켰다. 이 문장의 어느 부분이 1512~1514년의 영국-프랑스 전쟁에 기여했는지는 알려지지 않는다.
- 중세시대부터 요리의 점성을 높이고 안정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수액이 사용되었다. 프랑스의 약제사 겸 예언가면서 노스트라다무스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진 미셸 드 노스트르담은 그가 좋아하는 16세기의 유명한 음식을 요리하곤 했는데, 설탕으로 먹을 것과 마실 것을 만들 때 트래거캔스 고무 Tragacanth gum(콩과 나무줄기에서 채취하는 끈끈한 고무 분비물을 굳힌 물질로 의약품이나 접착제 등으로 사용됨 - 옮긴이)를 추천했다. 아라비아고무 Gum arabic는 아직도 몇몇 후식류에 들어가며, 구아르 고무 guargum나 메뚜기 고무 locust bean gum는 식품 생산에 흔히 사용된다.
- 1960년대 초 쿠바 미사일 위기와 가가린의 로켓 발사 사건 이후 미국 농무부는 식물에 병을 일으키는 크산토모나스 캄페스트리스 Xanthomonas campestris라는 박테리아가 분비하는 다당류를 건조시키면 음식을 진하게 만드는 훌륭한 재료 겸 유화제가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렇게 해서 20세기 최고의 상품이자 음식의 점성을 다용도로 진하게 하는 크산탄 고무 xanthan gum가 탄생했다. 이것이 냉전에서 미국에게 승리를 안겨준 것일까? 의견은 갈리지만 모든 것을 감안하면 '그렇다'라고 할 수도 있겠다.
- 나는 먹는 것을 좋아하는 것만큼이나 음식 플레이팅이나 데코레이션에도 무척 관심이 많았다. 10여 년 전쯤, 제프리 초서 Geoffrey Chaucer의 <캔터베리 이야기 The Canterbury Tales>(1387~1400)에 나오는 모든 음식을 요리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육수 중개시장에 파이 요리에서 뽑아낸 육수를 내다 팔던 괴짜 요리사 로제 Roger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게 그 발단이었다. 마침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에 중고서점을 열기 위해 벌이가 시원찮던 음식점을 정리했는데, 나는 오래된 요리를 재현하는 일과 서점 일을 결합시켜보고 싶었다. 그 프로젝트의 첫 요리는 13세기 레시피로 만든 닭요리였다. 우선 뼈를 다 발라낸 순살을 깨끗이 씻고 끓인 뒤 다시 뼈에 두른 다음 실제 닭 모양으로 보이게끔 튀겨내는 것이었다.
- 다음부터는 음식의 역사에 대한 관심이 더욱 많아졌다. 내가 운영하던 중고서점이 인터넷 서점의 압박에 무릎을 꿇고 희귀 고서적을 찾는 것보다 중고책을 팔기가 더 어려워지면서, 나는 오래된 희귀 요리 서적에 대한 카탈로그를 발행하겠다는 (모호한) 각오로 최상의 작품을 찾아 사들이기 시작했다. 음식은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도 이에 대한 역사 기록은 매우 드물다. 고대에 제작되어 지금까지 전해 내려온 요리책은 4세기 무렵에 만들어진 책 한 권이 유일하다. 그 외에는 연회에 대해 묘사한 몇몇 문서만 존재할 뿐이다(2세기 후반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숙련된 연회자들 The Learned Banqueters과 몇몇 간단한 문서들이 그것이다).
- 유럽의 엘리트 계급이 먹었던 음식들이 요리책에 기록되기 시작했지만, 당시 왕족들이 먹었다는 것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기록과 실재 사이에는 커다란 간극이 존재한다. 제국이 흥망성쇠하는 동안 식민지에서 벌인 사업인 탐험, 착취, 투기 등이 향신료 무역이나 설탕 농장 운영, 칠면조 사육과 같이 먹을 것에 관련된 사업인 경우가 무척 많았는데도 먹는 것에 대한 일상적 이야기는 대개 무시되었다. 1623년에 암본섬에서는 정향 공급을 둘러싸고 아주 작은 전쟁이 일어났다. 이 전쟁에 대한 역사 기록은 남아 있지만, 화폐적 가치를 넘어서 사람을 죽이는 것이 정당화될 만큼 정향이 왜 그리 각광받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새뮤얼 피프스(Samuel Pepys, 1633~1703)나 존 이블린(John Evelyn, 1620~1706) 같은 일기 작가나 역사가들은 가끔 동시대인이 먹는 음식이나 새로 문을 연 식당을 두고 가치 있는 관찰을 하기도 했지만, 그들 역시 당대 사람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음식을 먹었으며 그 음식들이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설명을 해주지 못했다. 음식은 분명히 존재했지만, 매일 만들고 먹는다는 사실에 가려져 현대인들에게는 오히려 미지의 존재가 되어버린 듯하다.
- 육즙 추출 개념은 고기 육수를 농축시키면 반죽으로 졸이는 '글라스 드 비앙드 glace de viande'를 만드는 프랑스 기술과 비슷하다. 그러나 대개 그렇듯 산업화는 속도와 효율성을 가속화하면서 역겨운 물질도 엄청나게 만들어냈다. 발효된 악명 높은 식물과 고대 로마의 생선소스 가룸 garum에서 나는 듯한 지독한 냄새 때문에 후각 능력에 문제가 있지 않고서는 그 누구도 리비히 육즙 회사의 공장 근처에 가려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가룸 소스의 생산 방식(물고기를 소금물에 불렸다가 따뜻한 태양빛 아래에서 최소한 한 달간 건조시킨다)과 달리, 리비히의 공장은 거대한 강철 롤러를 이용해 쇠고기를 분쇄한 다음 이를 끓이고 찌고 되직하게 농축해 걸쭉한 갈색 육즙으로 생산해냈다. 이 걸쭉한 육즙은 병에 담겨 영양분이 30분의 1로 농축되었다는 과장된 문구를 달고 영국으로 보내졌다.
- 16세기 초반 즈음 개인 접시와 포크를 사용하게 된 이후로(요리나 서빙을 할 때 사용했던 기존 도구는 아니지만) 식사는 더 화려해졌지만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 프랑스의 왕 루이 14세는 봉건시대 저녁 만찬이라는 퇴폐적인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다. 1648년부터 1653년까지 프랑스 신흥 중산층이 '프롱드의 난'이라는 급진적인 난을 일으키자, 루이 14세는 귀족을 감시하고 은혜를 베풀어 출세할 기회를 주기 위해 베르사유 궁전으로 이들을 이주시켰다. 어떤 사람은 상류 귀족층 1만 명 정도가 궁전에서 살았다고 추정한다.
- 조지 고든 노엘이 언급한 호기심을 일으키는 생선소스는 버제스 Burgess의 앤초비 진액에 대한 광고 문구에서 빌려온 것인데, 앤초비 진액은 18세기 후반과 19세기 초반 리딩 소스 Reading Sauce (루이스 캐럴 Lewis Carroll의 시 <시인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Poeta Fit, Non Nascitur>(1869)와 쥘 베른 Jules Verne의 <80일간의 세계일주 Around the World in 80 Days>(1873)라는 모험 소설에서 언급된) 그리고 지금은 사라진 여러 생선소스와 시장에서 경쟁했던 아주 인기 많았던 조미료였다. 조지 고든 노엘은 (버섯)케첩과 함께 콩으로 만든 소스(영국이 중국과 일본에서 수입한 비교적 새로운 품목인 간장)를 언급한다. 현재 이 두 소스는 농축된 글루탐산과 강력한 우마미 맛 때문에 애용되고 있다. 간장의 수요는 급격히 증가해서 도처에서 가정식 레시피가 등장했다. 집에서 간장을 만들려면 콩을 삶고 으깨서 모양을 다진 뒤 이를 건조한 다음 몇 달 동안 발효시켜야 한다. 오래 걸리는 일이지만 연어와 간장을 모두 사기 위해 비싼 가격을 지불하지 않으려면 선택의 여지가 없다. 19세기의 첫 10년 동안 간장 레시피는 빠르게 보급되었는데, 콩이 최신 글루탐산 첨가제로서 단기간에 크게 유행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 그런데 간장과 우스터셔 소스를 어떻게 연결시켰을까? 19세기 중반부터 간장이 우스터셔 소스의 비법 성분 중 하나라고 인식되었는데, 2009년에 리&페린스 Lea&Perrins 사가 고용한 회계사가 우연히 잡동사니 속에서 초창기 레시피를 발견한 덕분에 이 사실이 확인되었다. 영국의 우스터셔 소스는 기본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소스 재료인 콩과 앤초비에 향신료와 다른 재료를 섞은 것인데, 처음 보는 것 같은 매우 이국적인 혼합물은 아니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는 간장과 다른 액체를 섞어 또 다른 조미료를 만들어낸 긴 역사가 있다.
- 프랑스는 베라크루스를 6개월 동안 봉쇄하고 주요 거래 물품과 계피, 아니스, 파인애플 같은 인기 있는 페이스트리 재료의 수입을 방해했다. 외교적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자 유럽의 여러 나라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군함을 파견했다(말하자면 식민지가 인과응보를 당하는 모습을 즐겁게 관찰했다). 샤를로트 아 라 파리지엔 Charlotte à la Parisienne(프랑스의 일반적인 후식, 비스킷을 손가락 모양으로 만든 뒤 바바리안이나 무스 크림을 넣어 차갑게 응고시킨 영국식 샬럿을 프랑스식으로 만든 것 - 옮긴이)의 열렬한 애호가인 샤를 보댕(Charles Baudin, 1784~1854) 제독이 함대 지휘관으로 임명되었다. 그는 개인 요리사를 데려갔는데 마리 앙투안 카렘의 수제자였다. 카렘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랑스 요리사이자 샤를로트 아 라 파리지엔의 발명자인 동시에 <파리 왕실 제과사 Le Patissier Royal Parisien> (<파리 왕실의 페이스트리 요리사와 제과사 The Royal Parisian Pastrycook and Confectioner>란 제목으로 1834년 영어로 번역되어 출간됨)라는 책을 썼는데, 이 책에서 피에스 몽테 pieces montées를 선보였다.
- 어떻게 하면 우리는 음식의 의미를 미화하지 않으면서 음식이라는 일상적인 존재를 격상시킬 수 있을까? 항상 그렇듯 왕의 만찬이나 광대한 해안에 떠밀려 온 사향 과일에 대해 이야기하기는 쉽지만, 현실의 음식에 대해 이야기하기는 무척 어렵다. 전 세계적으로 요리 재현가와 중세 연구가들이 애호하는 최초의 영국 요리책은 14세기 말의 <요리하는 방법 The Forme of Cury>('cury'는 '요리하다'라는 뜻의 고대 프랑스어 동사 'cuire'에서 유래했다)이란 책이다. 이 책은 제프리 초서가 살아 있을 때 나온 책인데, 내가 그의 요리를 재현하려고 노력했을 때 처음으로 참고한 책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고대 요리책처럼 이 책 역시 왕족을 위한 레시피 모음집으로, 리처드 2세(1367~1400)의 요리사가 엮은 것이다. 다른 고대 요리책들도 거의 같은 맥락이다. 13세기 초 프랑스의 유명한 요리책 <타이유방의 요리책 Le Viandier de Taillevent>(대략 '타이유방의 고기 전문가')은 발루아 왕가의 한 요리사가 쓴 책이다. 경이로운 이탈리아의 요리책 <요리의 예술 작품>은 바티칸의 연줄을 이용했던 바르톨로메오 스카피가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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