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오노 나츠메 / 서현아
원제 : 逃げる男
출판 : 시리얼
출간 : 2012.02.25
지난 가을, 겨울.
그리고 봄.
마지막으로 절기별 변화를 느끼며 보낸 적이 언제였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무더웠던 여름과 움츠러들었던 겨울의 기억만이 어렴풋하고, 그게 몇 년도의 일이었는지 떠올리려면 잠시 눈을 돌리고 생각을 해봐야하곤 했다.
좋게 말하면 무난한 일상을 보냈던 것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아무런 변화가 없었던 것이다.
분절점의 간격이 짧아지고 있다. 겨울의 내가 멀고도 낯설다. 특정 시기가 지나갔던 것처럼, 체질과 습관과 활동 영역이 조금씩 변화한다.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는 아직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지난 여름 나를 괴롭혔던 통증이 아주 가볍게 스쳐가준 걸로 보아 올해는 조금 더 활기차게 보낼 수 있을 모양이다.
<도망치는 남자>.
어떤 삶의 방식에 관한, 각자의 시선들.
봄의 시작에 읽기 좋은 만남이었다.
-"너는 20년을 도망쳤어.""아직도 도망칠 거야?
- "어렸을 때라면, 언니가 꼬마였을 때부터 그 얘기가 있었어?"
"있었지. 아이들의 눈에만 보이는, 숲 속의 곰 이야기."
"엄마는 거짓말이랬는데?"
"옛날이야기를 믿고 숲에 들어갈까 봐 어른들은 걱정하거든. 저 숲은 사람 손을 타지 않아서 위험하니까."
- "그 곰이랑 하룻밤을 보냈다가 무사히 숲을 빠져나오면 자기가 되고 싶은 게 될 수 있대."
- "... 너는, 울면 곁에 나타나 주는구나."
- "우리 마을의 전설 알아? 너에 대한 이야기란다. 어릴 때부터 늘 듣던 이야기야. 숲에 가면 이 일대에는 멸종하고 없다는 곰이, 오두막에서 혼자 살고 있대. 낮에는 곰의 모습이다가, 밤이 되면 사람으로 변하고, 날이 밝으면 다시 곰이 되지. 그 곰과 하룻밤을 보내고 무사히 숲을 빠져나오면, 자기가 되고 싶은 것이 될 수 있대. 하지만 어른이 돼서 이기적인 욕심을 갖게 되면 다시는 만날 수 없대."
- "너는 아이들에게만 보이니까. 나는 어린애라서 너를 만난 거야..."
- "숲에 들어가면 다른 길을 통해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냥 얼굴만 보는 걸로는 안 돼요. 그 사람은 도망치는 사람이니까. 무엇으로부터 도망치는지, 알아낸 다음에 만나러 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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