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1

[리사 크뢰거, 멜라니 앤더슨] 여자가 쓴 괴물들 - 호러와 사변소설을 개척한 여성들

일루젼 2022. 3. 21.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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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리사 크뢰거 / 멜라니 앤더슨 / 안현주
출판 : 구픽 
출간 : 2021.08.20 


     

이 책에서 쓰인 '사변소설'이라는 용어는 SF를 넘어서 '환상소설' 전반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현실에서 벗어난 모든 지점을 포괄하는 듯하다. 

 

두 저자는 1600년대 후반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관점으로 현실을 비틀어보았던 여성 작가들을 소개한다. 작가의 삶과 그녀들의 대표작, 특징들을 소개한 뒤 꼭 읽어볼 만한 작품(실제 대표작과는 다른 작품을 꼽기도 한다)과 관련해서 읽어볼 다른 작가들을 연결해서 추천해놓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고 또 감사한 부분은, 그 작품들 중에 국내에 소개된 작품들은 모두 출판사와 연도, 번역된 제목까지 꼼꼼하게 병기해주었다는 점이다. 덕분에 국내 출간작이 있는지 뒤져보는 수고를 덜 수 있었다. (읽어보고 싶은 목록은 한없이 길어지고 있지만)

 

알고 있는 작가도 있었고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작가도 있었다. 아무래도 이 책의 저자들이 재해석한 소개 내용이다보니, 직접 읽어보면 인상이 변할 것 같은 작가도 있었는데- 일단은 접근성이 좋고 가장 관심이 가는 작품들을 골라 기록해두었다. 

 

안젤라 카터의 <피로 물든 방>이나 셜리 잭슨의 <제비뽑기>, 최근 마차도의 <그녀의 몸과 타인들의 파티> 같은 작품들은 국내에서도 상당히 이슈가 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도 추천하는 작품들이다. 특히 <피로 물든 방>은 과거에 읽었을 때는 표제작 외에는 조금 실망스러웠다고 느꼈었는데, 이번에 다시 읽어본다면 어떨지 조금 기대 중이다. 

 

역사와 희생, 억압을 정면으로 맞설 수 없어서 작품에 녹여내었던 사람도 있었고, 자신의 이상을 구현시키려 애쓴 사람도 있었고, 최고의 아름다움을 추구한 사람도 있었다. 다양한 이들의 다양한 이야기- 그중에서도 지금의 현대인에게도 울림과 떨림을 줄 수 있는 작품들을 소개/추천하는 책이니 이 책 또한 일독을 권한다. 

 


   

 


하지만 그렇다면, '나는 너를 믿지 않아'는

괴물을 죽이는 가장 잔혹한 방식일 거예요.

<마법을 위한 하양>

(White Is for Witching)
-
헬렌 오이예미

 

 

- 어째서 여자들은 호러 소설을 쓰는 데 능할까? 어쩌면 호러가 관습을 거스르는 장르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호러 소설은 독자를 평소 걸음 하지 않는 불편한 장소들로 밀어붙이고, 본능적으로 피하고자 하는 것을 대면하게 강요한다. 그리고 여자들은 늘 관습을 거스른다고 비난을 받는다 혹은, 적어도 사회가 그들에게 설정한 세심하게 드리워진 경계들 너머로 발을 내딛는 데 익숙하다. 여자들은 무엇을 해라, 어떤 사람이 돼라, 말을 듣는다. 상냥해라, 아이를 키워라, 네 자리에 머물러라, 가르침을 받는다. 사회의 언저리로 물러나 입을 다물고 머리를 조아리고 있으라, 요구된다. 여자들의 사회적 소외는 과거에 보다 공공연했을지 모른다. 당시 여자들은 투표를 할 수도 재산을 소유할 수도 집 밖에서 일을 할 수도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일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벌어진다. 여자들은 아직도 착한 여자가 되라고 배운다. 어떤 시대든 여자들은, 들어가지 말라는 영역을 포함해서, 낯선 공간에 발을 들이는 데 익숙했다. 창작이 금지된 행위일 때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쓰는 것이 반역이며 권력을 쟁취하는 일이 된다.  


- 몇 달 안 되어, 매기와 케이트는 전 세계를 돌며 마을 회관에서 죽은 자와의 대화를 '공연'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사랑했던 사람들, 그리고 인기 있는 역사적인 인물들과의 대화를 고대하며 이 행사에 몰려들었다(벤저민 프랭클린과 에이브러햄 링컨이 특히 사후에 활발하게 활동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흐름은 들불처럼 번졌고, 사람들은 가정에서 교령회를 열고 사후 영혼의 운명에 대한 믿음을 키우기 시작했다. 셜록 홈스의 창조자 아서 코넌 도일 경도 신봉자 중 한 명이었다.

- 도일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도일의 친구, 마법사 해리 후디나들이 노골적인 회의론자였던 것과 달리 열성적인 심령론 지지자였다. 도일에 대해 더 많은 자료를 찾는다면, 대니얼 스태샤워의 <이야기를 말하는 자, 아서 코넌 도일의 생애 Teiller of Tales: The Life of Arthur Conan Doyle (HenryHolt and Co., 1999)>를 보라.

 

- 초자연적인 소설의 작가들은 이 단체들에 불가항력적으로 이끌렸다. 앨저넌 블랙우드와 디온 포춘은 황금의 효 교단 Hermetic Order of the Golden Dawn (19세기 말 영국에서 결성된 오컬트 집단으로 '황금 여명회'라고도 불린다 -옮긴이)과 그 교단에서 파생된 유파의 회원이었으며, 이들은 초자연적인 협회들이 보다 객관적이고 회의적인 태도를 취한 것과 달리 미지의 존재에 대해 오컬트와 마법적인 해석을 선호했다. 독자에게 친숙할 법한 다른 회원으로는 유명한 주술사인 알레스터 크로울리가 있다. 텔레마라고 불리는 그의 믿음 체계에는 제의적인 마법(상당량의 성적인 '매직 Magick'과 함께)과 동서양의 종교, 철학이 뒤섞여 있다. 주지육림 위에 이집트의 신들이 뒤섞인 신비주의를 생각해 보라. 그러면 아주 정확하지는 않아도 대략 크로울리가 무엇을 실험하고 있었는지 감이 잡힐 것이다. 기타 소설가들, 헨리 제임스(그의 형제인 윌리엄이 미국심령협회의 설립자였다), 버논 리, 마크 트웨인, 아서 코넌 도일, 마저리 로렌스 등이 심령협회의 회원이거나 혹은 그들의 연구에 적어도 흥미를 보였다. 

- 이 복잡한 철학에 대해 쓰인 수많은 책들의 시작은 알레스터 크로울리였다. 크로울리가 직접 쓴 <모두를 위한 법칙: 법칙의 서에 대한 해설 The Law is for All: An Extended Commentary on the Book of the Law>(1983)은 텔레마가 기반으로 하는 작품(<법칙의 서 The Book of the Law>, 역시 크로울리가 직접 쓴 탈레마를 설명하는 책 - 옮긴이)을 탐구한다. 웹사이트 Thelema.org는 이 신앙 체계에 대한 무료 자료들을 수록하고 있다.

 

- 위어드 픽션을 쓰는 작가들은 종종 영감을 찾기 위해, 그리고 때로는 개인적인 동기로 오컬트로 돌아서곤 했다. 디온 포춘은 마저리 로렌스와 기타 신비주의자로 전향한 작가들보다 한 발 더 나아갔다. 그녀는 자신의 철학에서 하나의 종교를 키워냈다. 오컬트에 대한 그녀의 믿음은 소설에도 영향을 미쳤으며, 그녀가 쓰는 신비주의적 작품들에 차례로 섞여 들었다. 1890년 웨일스에서 바이올렛 메리 퍼스라는 이름으로 태어난 디온 포춘은 크리스천 사이언스(1866년 창설된 기독교 교파의 하나로, 오로지 심령만이 유일한 실재이고 육체의 병 역시 정신의 힘, 즉 기도만으로 고칠 수 있다고 피력했다. 정식 교파로 인정되지는 않는다 - 옮긴이)를 믿는 가정에서 자랐고 유년 시절 환영을 보고 심령적인 능력을 보였다고 한다. 그녀는 보다 신도가 적은 신지학협회(1875년에 뉴욕에서 설립되어 신지학을 기반으로 모든 종교의 통일을 주장하며 활동하는 국제적 종교 단체 - 옮긴이)에 합류했고, 이후에는 황금의 효 교단에 합류했다. 

 

- 그녀는 마법이 치료 불가해 보이는 정신 장애를 도울 수 있다는 믿음으로 오컬트적인 수련을 심리학 특히 융의 연구와 과 연관 지은 면에서 독창적이었다. 신비주의자의 마법과 관련한 그녀의 첫 책 중 하나인 <신비한 카발라 The Mystical Qabalah>(1935)는 유대교적인 신앙 전통과 오컬트의 핵심 요소를 결합해 훌륭한 삶으로 이끄는 일종의 허위 종교적인 안내서였다. 그녀는 결국 고유한 오컬트적 질서를 창조하기에 이르러, '내면의 빛 사회 the Society of the Inner Light'를 결성한다. 이 단체는 사람들을 소위 신성한 의도, 혹은 삶의 진실한 목적으로 이끄는 데 주력한다.

- 내면의 여신 추종자로서의 삶 이전에, 포춘은 오컬트 미스터리와 위어드 픽션을 썼다. 그녀의 1926년 단편 모음집 <닥터 태버너의 비밀 The Secrets of Doctor Taverner>의 캐릭터인 닥터 태버너는 셜록 홈스와 초능력자 닥터 하우스를 합친 것처럼 읽힌다. 전형적인 플롯은 이런 식이다. 치명적인 환자에게 정통 의학이 실패했을 때, 닥터 태버너가 나타나 구한다! 약간의 마법적인 도움으로 이 훌륭한 의사는 환자를 수많은 초자연적인 적들, 희생자들에게서 생기를 빨아들이는 뱀파이어나 사람들에게 자살을 유발하는 신비한 돌에게서 구해낸다. 닥터가 궁지에 몰렸대도 걱정할 것 없다. 다른 세계의 비밀들이 초자연적인 환영으로 그에게 나타난다. 태버너 이야기는 포춘을 여성 작가가 드문 이 장르에서, 오컬트 탐정물을 쓰는 작가 중 하나(모범적인 작품을 생산한)로 공고히 위치시켰다.   

 

- 1927년에 발표된 포춘의 두 번째 소설이자 첫 오컬트 소설인 <악마 연인 The Demon Lover>은 심지어 보다 두드러진 현대적 호러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 영화 <하얀 좀비 White Zombie>(1932)나, 무고한 희생자들에 마술을 휘두르는 사악한 마법사가 등장하는 당대의 영화적 흐름을 타고, <악마 연인>은 젊은 여성을 재물로 쓰려는 마법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목표는 그가 이 여자를 사랑하게 되면서 난국에 빠진다. 그의 동료 마법사들(사악한 것은 물론, 흥미롭게도 따분한 백발의 늙은 남자들 한 무리로 구성된)은 그와 그의 연인에게 흑마술을 행한다. 여기에 또한 환생이며 다른 세계에서 오는 초자연적인 지원(닥터 태버너에게 딱 맞게 도착하곤 하는 도움과 별반 다르지 않은)이 있다. 이 이야기와 또 다른 이야기들에서도, 포춘은 마법이라는 개념에 적대감을 보이지 않는다. 그보다는, 기존의 마법 질서가 마법의 수행에, 그리고 특히 마법을 수행하는 남자들과 얽힌 여자들의 안녕에 지장을 준다고 단언한다. 

 

- <악마 연인>은 포춘이 바이올렛 퍼스라는 이름으로 출간한 소설이다. 그녀가 택한 필명은 그녀 가문의 문장, "Deo, non Fortuna" (신에 의해, 그리고 운이 아닌)의 축약이었다. 이 라틴어 문구는 또한 그녀가 황금의 효 교단에 합류했을 때 소위 그녀의 마법 이름이기도 했다. 그녀의 차기작들, <날개 달린 황소 The Winged Bull>(1935), <염소 발을 한 신 The Goat Foot God>(1936)은 계속해서 여성의 경험에 초점을 둔다. 이 책들에서 포춘은 성생활에 보다 자유로운 태도가 젠더 평등을 이끌 수 있으며, 디온의 캐릭터들이 종종 겪는 정신적 질환 가장 흔하게는 우울증과 신경질환을 벗어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탐구했다. 이 후기 소설들은 성적인 치유를 마법적 치유법으로 제시한다. 

 

- 작은 꼬마 요정 같은 인간, 멸망 이후 복구 중인 세계의 한 복판에서 펼쳐지는 지하 세계의 여행, 마법. 이 모든 이야기 요소들은 정원 일, 위카, 그리고 기독교의 퀘이커 교도적인 가치를 두루 포용한 한 탁월한 여성의 상상력의 산물이었다. 던전 앤 드래곤의 팬이라면 마거릿 세인트 클레어라는 이름은 알아보지 못할지라도 그녀가 쓴 SF는 알아볼 것이다. 이 게임의 최초 디자이너 중 한 명인 게리 가이각스는 <던전 마스터스 가이드 Dungeon Masters Guide>(1979)의 부록 N에 그녀를 포함시켰다. 이 목록에는 그의 확장적인 세계를 창조하는 데 영감을 준 것들이 실려 있다. 특히, 가이각스는 세인트 클레어의 소설 <그림자 인간 The Shadow People>(1969)과 1969년작 <라브리스의 상징 Sign of the Labrys>(라브리스는 양날이 있는 도끼를 말한다 - 옮긴이)를 언급했다. 두 소설 모두 가이각스의 창조물인 던전을 반영하는 지하 세계로의 여행과 탐험을 담고 있다. 

 

- C. L. 무어는 미국의 사변 소설 작가 캐서린 무어의 필명이다. 무어가 자신을 이니셜로 밝힌 이유는 자신의 젠더를 감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본업인 비서 일을 계속하면서 고용주에게 자신이 작가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한 것이었다. <샴블로>는 1933년 <기이한 이야기들>에 실린 그녀의 첫 번째 단편이며, 그 즉시 주목할 만한 작가로서 그녀의 위치를 정립했다. 그 이후 무어는 단독으로, 그리고 남편인 헨리 커트너와 공동 작업으로 펄프 잡지들에 더 많은 단편들을 실었다. 이들 부부는 각자, 그리고 공동으로 루이스 파제트, 로렌스 오도넬, C. H. 리델을 비롯한 여러 개의 필명을 이용했으며 덕분에 점점 늘어나던 무어의 팬들이 그녀의 작품을 찾아내기 어렵게 만들었다. 루이스 파제트로서 무어는 뚜렷하게 여성적인 이름들보다 젠더 중립적인 이름들을 선호했다 그녀는 <트원키 The Twonky>(1942), <보르고브들은 밈지했다 Mimsy Were the Borogoves>(1943)를 비롯한 가장 인상적인 단편들 몇 편을 써냈다. 전자는 텔레비전으로 위장한 한 로봇과 의도치 않게 그것을 자신들의 가정에 들인 한 부부에 관한 경고성 이야기이다. 이 책은 1953년에 영화로 각색되었다. 

- '밈지'는 두 단어의 합성어로 루이스 캐럴의 시 '재버워키'에서 제목을 가져왔으며(루이스 캐럴의 1871년작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시 '재버워키'의 한 구절. 밈지는 루이스 캐럴이 직접 고안한 '불쌍한 misarable'과 '약한 Himsy'의 합성어이다 - 옮긴이), 194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미래의 장난감들을 묘사한다. 한 남매가 장난감들을 발견하고, 그 장난감들은 아이들에게 다른 차원으로 향하는 포털을 만드는 방법을 가르친다. 19세기 소녀인 한 캐릭터는 루이스 캐럴의 고전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영감을 준 앨리스 리델과 이름이 같다. <트원키>처럼 이 이야기 역시 2007년 <마지막 밈지 The Last Mimzy>라는 영화로 각색되었으며, 여기에는 조엘 리처드슨과 티모시 허튼이 출연한다.  

 

- 1948년 <뉴요커>에 당시 무명이었던 한 작가의 단편이 한편 기자 되었다. 불길한 비밀을 품은 어느 한 마을에 관한 이 이야기 독자들이 너무도 분노한 나머지 잡지 측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투전적인 편지를 받고 있으며, 구독도 다수 취소되었다고 보고했다. 이 이야기는 결리 잭슨이 쓴 <제비뽑기 The Lottery‎>로 이후 미국 사상 가장 유명한 단편 중 한 편이 되었다.

 

- 그녀의 장편소설 <젖니 Baby Teeth>(2018. 국내 출간. <나의 아가, 나의 악마>, RHK, 2021)는 엄마가 자신의 딸을 보호하기 위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악몽 같은 시선을 담는다. 그런데 그 딸은 엄마를 살해하려 하는 것 같다. 엔터테인먼트 위클리는 이 작품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나를 찾아줘>를 만나고 오멘을 만난 케빈(라이오넬 슈라이버의 소설 <케빈에 대하여>의 주인공. 해당 작품을 원작으로 하는 동명의 영화도 있다 - 옮긴이)에 대해 얘기해야 한다." 

 

- 조지 R. R. 마틴은 <얼음과 불의 노래>에서 거대한 신화가 깃든 완전한 왕국을 창조한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용들과 근친상간적인 로맨스 이전에, 마틴은 SF와 호러 세계에서 페미니스트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리사 터틀과 협업했다.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태어났지만 1981년 이후 영국에 기반을 둔 터틀은 대륙과 장르를 넘나드는 창조적인 작품을 생산하는 작가이다. 호러 쪽으로 기울긴 했지만, 그녀는 SF와 판타지 역시 출간했다. 그녀의 이야기들에는 항상 페미니즘이 가미되어 있으며, 대부분은 복잡한 여성 캐릭터를 선보인다. 터틀은 단편 소설들로 작가적 경력을 시작했다. 처음으로 출판된 작품은 단편 <집 안의 낯선 자 Stranger in the House>(1972년 모음집 <클라리온 Clarion>에 실렸다)였다. 그녀는 1974년 존 W, 캠벨 어워즈에서 최고의 데뷔 작가상을 수상했으며 첫 장편소설 <바람의 낙원 Windhaven>(1981)을 마틴과 함께 썼다. 이 소설은 로커스 상에 노미네이트 되었다. 

 

- 오이예미의 동화를 재해석한 이야기의 팬이라면 카먼 마리아 마차도의 단편집 <그녀의 몸과 타인들의 파티 Her Body and Other Parties>을 즐겁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전미 도서상 최종 후보에 오른 이 작품은 가장 오래된 동화와 도시 괴담 속 반페미니스트적인 정서를 아우르면서 이 이야기들에 반전을 덧붙인다.   

 

-  이 나이지리아 출신 미국인 작가의 연대기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엘리트를 위한 행성 대학에 입학한 젊은 아프리카계 여성으로 가족과 고향을 잊지 않으면서 자신의 잠재력을 발견해야 하는 운명이다. 오코라포르의 <아카타 마녀 Akata Witch>(2011)는 유사한 아프리카계 디아스포라적인 소재를 다루지만 이번에는 청소년을 독자로 설정한다. 이 판타지에서는 나이지리아에서 '레오파드 피플'이라 불리는 마법 능력이 있는 십 대 무리를 다룬다. 이 시리즈는 그 이전의 일을 다루는 속편 <아카타 전사 Akata Warrior>(2017)로 이어지며, 이 작품은 2018년 로커스 상을 수상했다. 아프로퓨처리스트적인 반전을 다루는 판타지 이야기들이 오코라포르의 구역인 듯하다. 2018년, 그녀는 <블랙 팬서>의 천재 여동생 이야기를 다루는 마블 코믹스 <슈리 Shuri>를 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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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이 장르를 정치적인 영역으로 끌어가면서 유령 이야기를 그저 어둠 속에서 속삭이는 무서운 이야기들 이상의 것으로 만든 이들은 여자들이었다. 미국에서는 영적인 불길이 순식간에 온 나라를 휩쓸었으며, 그 불길을 일으킨 것은 두 젊은 여성이었다. 1848년 만우절 전날, 마가레타 '매기'와 케이트 폭스 자매가 벽을 두드려 유령과 '대화'를 하면서 영적 문제들에 대해 자라나던 대중의 흥미를 문자 그대로 건드렸다. 그들은 부모에게 자신들이 영적인 세계에 말을 건넬 수 있으며, 영혼들이 "예"에는 한 번, "아니요"에는 두 번 두드려 대답한다고 말했다. 충격 속에서, 가족은 이웃을 초대하여 딸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지켜봤다. 이것이야말로 자매들을 세계적인 무대에 오르게 한, 그리고 나아가 근본적으로 새로운 종교, 즉 심령론을 창조한 긴 여정의 시작이었다.  

 

- 에드워즈는 여행을 즐겼고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자신이 겪은 모험담을 담은 책들을 출간했다. 하지만 그녀의 삶은 1873년부터 1874년 겨울에 이르는 시기에 달라졌다. 그녀는 우울하고 줄곧 비가 오는 유럽의 날씨 탓에 이집트로 여행을 떠났다가 그곳에서 화창한 기후가 훨씬 더 매력적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에드워즈와 동료 루시 렌쇼는 배를 한 척 빌려 나일 강을 항해했고 이 여행의 결과 그녀의 가장 인기 있는 여행담 중 하나인 <나일 강 위로 수천 마일 Thousand Miles Up the Nile>(1877)이 탄생했다. 이 책의 출간으로 에드워즈는 작가로서의 경력을 연구자로서의 경력과 맞바꾸게 되었다. 그녀는 독학으로 상형문자를 공부했고, 고대 유물을 형편없이 다루는 모습을 목격한 뒤로 고고학적인 발굴품의 본모습을 유지하는 일을 했다. 이집트 여행에 이어, 에드워즈는 1880년대와 1890년대에는 미국과 영국에서 고고학과 이집트학과 관련해 다양한 주제들로 강의를 했으며 여기에는 남성 지배적인 영역에서 여성 탐험가의 역할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1882년, 그녀는 향후 이집트에 대한 연구가 세심하게 다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자 이집트 탐험 기금을 설립했다. 

 

- 올리펀트의 캐릭터는 초자연적인 것과 맞닥뜨릴 때 신에게, 혹은 최소한 종교적인 신념에 의문을 던지는 경향이 있다. 만일 과거에서 죽은 자가 돌아와 현재에 출몰한다면, 분명 신은, 과학에 견주어 볼 때, 그 답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올리펀트의 이야기에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기계적 신의 출현, 극 중에 갑자기 신이 등장하여 사건을 모두 해결하는 기법으로 고대 그리스 비극에서 주로 이용한 연출 기법 - 옮긴이)는 없다. 도움을 주는 신은 없다. 올리펀트가 대체로 자신의 초자연적인 이야기에서 신의 이름을 언급하거나 혹은 종교적인 무엇을 언급하지 않는다는 점은 흥미롭다. 오히려 그녀의 이야기들에서는 기독교적인 패러다임이 시험에 들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올리펀트는 이런 기독교적인 요소들을 트라우마와 뒤섞는다. 그녀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배경 무너져 가는 성들, 오래된 장원의 저택들은 오랜 학대의 역사에 시달린다. 그녀의 캐릭터들은 종교와 같이 마음을 달래주는 개념에서 안도감을 얻으려 하지만 안도감은 쉽사리 찾아지지 않는다. 적어도 올리펀트에 따르면, 과거는 결코 진정으로 극복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란, 오로지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을 뿐이다. 그것이 얼마나 고통스럽든지 간에. 

 

- 호러 분야에 대해 이들이 기여한 바는 오컬트 탐정 소설이라는 하위 장르에 있다. 1922년, 디온 포춘의 유명한 닥터 태버너가 등장하기 전에 애스큐 부부는 1914년 주간 <이야기꾼 Weekly Tale-Teller>에 게재된 단편 모음집 <아일머 반스, 유령 폭로자 Alyner Vance: Ghost-Seer>에서 작품명과 동명의 오컬트 탐정을 창조했다. 반스와 조수 덱스터는 실질적으로 셜록 홈스와 왓슨에 다름 아니다. 다만 이들이 해결하는 사건들이 더 기이할 뿐. 탐정들은 고스트 서클이라 알려진 단체에 소속되어 있지만, 이 단체는 결코 명확하게 서술되지 않는다. 이들은 당신의 문제가 비현실적일 때 당신이 유령이나 뱀파이어와 사랑에 빠진 것 같다고 생각되지만 아무도 당신을 믿지 않을 때 부르는 이들이다. 반스의 룸메이트라는 것 외에, 덱스터는 이 듀오의 불가사의한 조사를 기록하는 일을 하며, 시리즈가 진행되면서 자기만의 초자연적인 능력을 개발하게 된다(사건의 보고자라는 역할을 결코 넘어서지 않는, 홈스의 파트너 왓슨과 달리). 아일머 반스의 모험담은 '페니 드레드풀'류의 이야기들, 특히 '인베이더'나 '뱀파이어' 같은 이야기들을 펼쳐낸다. 이 듀오는 호러 소설의 독자들에게 친숙한 시나리오들과 맞닥뜨린다. 뱀파이어, 폴터가이스트, 빙의, 유령이 나오는 집. 

 

- 프랜시스 스티븐스라는 필명을 사용했던 거트루드 버로우스 베넷은 미국의 SF와 판타지의 선구적인 여성 작가였다. 베넷의 작품 모음집 <악몽, 그리고 기타 다크 판타지 이야기들 The Nightmare and Other Tales of Dark Fantasy>(2004)의 서문에서, 편집자 게리 호픈스탠드는 이전에는 H.P. 러브크래프트가 현대 미국의 다크 판타지를 고안했다고 주장했지만 이제는 거트루드 버로우스 베넷이 공을 인정받아 마땅하다 믿는다고 시인한다. 불행히도 베넷의 삶과 작품에 대한 기록은 거의 남지 않아서, 아카이브와 모음집들에 수록된 단편들과 2018년 블랙 독 북스에서 단권으로 출간한 두 편의 소설 <주장 Claimed!>과 <아발론 Avalon>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그녀의 삶과 공개된 기록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은 대부분 호픈스탠드와 같은 문학 비평가들의 작업과 역사가 에릭레이프 다빈의 책 <경이로운 파트너들 Partners in wonder>(2005) 덕분이다. 

 

- 1883년, 미니애폴리스에서 태어난 베넷은 8학년까지 학교에 다닌 다음 예술 공부를 위해 야간 학교로 진학했다. 베넷은 삽화가가 되고자 했지만 대신 속기사로 취업한다. 그녀는 영국의 저널리스트이자 탐험가 스튜어트 베넷과 결혼했고 그는 결혼한 지 1년 만에 보물을 찾아 떠났다가 열대 폭풍에 휩쓸려 죽었다. 베넷은 자신과 자신의 딸, 그리고 병든 어머니를 부양하기 위해 평생 사무직으로 일했다. 자신의 소설 대부분을 1917년과 1923년 사이에 출판했지만,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훨씬 이전부터였고 백화점에서 서무 일을 하며 17세에 첫 번째 SF 단편을 출간했다. 1904년, 그녀의 단편 <토마스 던바의 흥미로운 경험 The Curious Experience of Thomas Dunbar>이 잡지 <아거시 Argosy>에 실렸고(베넷의 실명으로), 일주일쯤 뒤에 아동 잡지 <어린이의 친구 Youth's Companion>에 그녀의 시 몇 편이 게재되었다. 

- 그녀가 프랜시스 스티븐스로 게재한 첫 단편은 1917년 주간 <모든 이야기>에 실은 <악몽 The Nightmate>이었다. 흥미롭게도, 그녀는 이 작품을 다른 필명으로 투고했으나, 편집자가 그 대신(왜인지 모르겠다) 프랜시스 스티븐스를 사용했고 그녀의 경력은 이렇게 굳어졌다. 1918년에 주간 <아거시>에 연재한 <공포의 요새 The Citadel of Fear>는 격찬을 받았고 여기엔 아우구스투스 T. 스위프트에게 받은 팬레터도 있었다. 이 독자는 바로 저 위대한 H. P. 러브크래프트로 밝혀졌다.  

 

- 주디 오펜하이머의 <개인적인 악마들 Private Demons>(1989)은 셜리 잭슨에 대해 처음 쓰인 상세한 전기이다. 오펜하이머는 책 표지에 제공되는 소개 이상의 완전한 초상을 얻기 위해 잭슨의 가족과 친구들을 인터뷰했다. 책에서 그녀는 잭슨이 어쩌면 습득했을지 모를 마법과 오컬트에 초점을 맞추었다. ... 아마도 좀 지나치게 많이. 루스 프랭클린의 보다 최근작이며 전반적으로 더 호감이 가는 <셜리 잭슨: 유령에 사로잡힌 삶 Shirley Jackson: A Rather Haunted Life>(2016)은 의회 도서관 아카이브에 소장된 잭슨의 사적인 편지들과 노트들을 파고들며, 잭슨의 작품들을 통찰력 있게 읽어내어 날카롭지만 공감 어린 전기적 초상을 엮어낸다. 잭슨의 전기를 하나만 읽는다면, 프랭클린의 것을 택하라. 

 

- 관련 작품: 스티븐 와이젠버그의 <현대판 메데이아 Modern Medea>(1998)는 마거릿 가너의 탈출과 다시 잡히게 된 과정, 그리고 재판을 둘러싼 사건 개요를 서술한다. 이는 그 어떤 현대의 드라마만큼이나 시선을 끄는 역사이다. 초자연적인 것들이 잠재되어 있는 세계에서 살아가는 강인한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들의 삶에 초점을 두는 소설을 더 읽고 싶다면 글로리아 네일러의 <엄마의 날 Mama Day>(1988)을 읽어 보라. 모리슨과 마찬가지로, 네일러 역시 노예제도의 잊을 수 없는 과거와 그 과거가 가족의 역사를 어떻게 파멸시키는가를 탐구한다. 

 

- 타나나리브 듀의 소설 <좋은 집 The Good House>(2003)은 우리의 필수 독서 목록에 있다. 듀는 가족의 역사가 어떻게 가정들을 괴롭히는가를, 명목뿐인 집, 그리고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북미 원주민이 역사적으로 결합한 선상에서 그 집의 위치에 초점을 두고 그려 낸다. 네일러의 <엄마의 날>에서처럼 이 소설의 초자연적인 요소들은 조상의 저주에 기원을 두었을 수 있다. 듀의 단편 모음집 <유령의 여름 Ghost Sunamer>(2015)은 다양한 초자연적이고 종말론적인 이야기들을 선보인다. 제목이 된 중편 소설은 <빌러비드>의 훌륭한 후속 편이다. 이 이야기에서, 듀는 우리가 알든 모르든 역사에 얼마나 좌우되는지 탐구한다. 그녀는 폭력을 피하지 않는다. 옥타비아 버틀러의 <혈연>(1979, 개정판 2009) (국내 출간, <킨>, 비채, 2016) 속 주인공처럼, 듀의 캐릭터들은 과거의 만남들로 신체적으로 상처를 입었다. <혈연>으로 말하자면, 버틀러의 노예제도에 대한 시간 여행 소설을 아직 안 읽었다면, 무엇을 기다리는가?  

 

- 1984년, 카우이에서 다작 작가이자 휴고 상 수상자인 미국의 SF와 호러 작가 시어도어 스터전의 창작 워크숍에 등록한 뒤로 그녀의 삶은 급격하게 변화했다. 스터전은 위어드 픽션을 쓰는 작가들의 멘토였다. 그가 커트 보니것의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캐릭터 킬고어 트라우트(커트 보니것의 문학적 페르소나로 볼 수 있다 - 옮긴이)에 영감을 주었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1986년에 엥스트롬은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오리건으로 이주했고, 거기서 작가적 경력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 다른 누구보다 독자를 더 유혹했던 두 아티스트는 이성이었다. 리사 팰컨스턴과 질 바우먼.

- 팰컨스턴의 특징은 오싹한 것을 무고한 것과 짝짓는 것이었다. 지브라가 출간한 브렛 러더포드와 존 로버트슨의 1987년작 <파이퍼 Piper>에 그녀가 그린 표지에는 두 명의 금발 아이들이 해골 머리를 한 어릿광대 주변에서 춤을 추고 있다. 그녀는 또한 V. C. 앤드루스의 표지를 장식하는 아름답고도 섬뜩한 금발의 아이들을 창조했다.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켄 그린홀의 <아이의 무덤 Childgrave>(1982, 2017 개정판)의 표지 이미지로, 눈을 커다랗게 뜬 한 소녀의 얼굴이 (역시 금발인) 작은 마을 위에 떠 있고, 교회 첨탑이 그녀의 순진한 파란 눈에 위험할 정도로 바짝 붙어 있다. 

- 질 바우먼은 종종 마른 해골처럼 보이기까지 하는 인물화와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를 표현하는 표지들을 창조했다.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코 부분이 없는 망가진 아기 인형이 그려진 엘리자베스 엥스트롬의 <어둠이 우리를 사랑할 때>(1985)의 표지이다. 인형 그 자체만으로는 충분히 섬뜩하지 않다는 듯이, 바우먼의 인형은 마치 손을 뻗어 독자를 움켜쥘 듯이 보인다. 바우먼은 피터 스트라우브와 스티븐 킹 같은 이 장르의 유명 작가들 작품 몇몇을 그렸고 그녀의 작품은 세계 판타지 문학상에 여러 번 노미네이트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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