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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운인가, 설인가. 그도 아니면 민화인가.
아마도 민화는 아닐 것이다. 그는 끝내 염을 얻었다.
그러하면, 차마 손을 뻗지 못하고 있으니 운인가.
아마도 운은 아닐 것이다. 나는 그렇게 접어넣지 못한다.
그렇다면, 결국, 나는 설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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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시리즈를 썼던 정은궐의 글이다. 고전에 강한 면모를 보이는 그녀의 글은 항상 생동감이 있다.
그런데 아무래도 정은궐 작가는 '성균관'처럼 밝고 약간은 가벼운 이야기가 잘 맞는 듯 싶다.
속칭 '뽕삘'이라고 하는데ㅋㅋㅋ
정작 작가는 비극이 좋고 애잔하고 서글픈 이야기를 쓰고 싶어하는데... 문체랄까, 작가가 '뽕삘'이 있으면 아무리 비극적으로 써도 해피의 향기가 나... 작가의 취향과는 별도로...
(나만 그렇게 느낀 거 같긴 한데, '해를 품은 달'에서 왠지 모르게 묘한 뽕삘이...)
정은궐 작가의 진짜 매력은 밝고 맑은 톡톡 튀는 장면들에 있는 듯 하다. 그래서인지 '월'보다는 '연우'일 때가 훨씬 자연스러운 느낌이었는데 '기품 있고 처연한' '월'의 이미지가 잘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그리는 바람직한 여성상은 "현명하고 진취적이며, 조금은 당돌할 정도로 자기 주장 혹은 신념이 있는 여성"이라고 느껴지는데, '월'은 상황상 현명하지만 그것을 강하게 드러내면 안되는 경우이기 때문인 듯 하다. 하지만 그녀가 목소리를 낼 때는 '연우'로서가 되어버린다고 봐야하니, 이걸 확실히 하려면 다른 작품에서 독립된 '월' 같은 캐릭터가 나타나야 할 듯.
(맨 처음의 담양에서의 '월'이 참 좋았는데, 뒤로 갈 수록 이미지가 좀 변했어.... ㅠㅠ)
'해를 품은 달' 자체는 상당히 잘 써진 연애 소설이다.
캐릭터도 다양하고, 이름을 이용한 언어 유희가 상당히 아름다웠다.
설이 염에 닿으니 녹지, 녹아 비가 오지.
해가 지면 달이 뜨고, 달이 지면 해가 뜨니 함께 할 수 없음이라.
달이 구름에 가리우니.
솔직히 훌쩍 거리면서 읽었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다 읽고 덮으면서 아주 조금, 조금 아쉬웠다. 좀 더 쥐어짰다가 놓아주는 것도 좋았을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떠오른 것은 김대원 씨의 "적루". 내용적인 면은 비슷하지 않지만 캐릭터들이 조금 겹쳤다.
읽을 기회가 닿는다면, 그리고 사극 로맨스를 좋아한다면 한 번 보는 것도 좋겠다.
그런데 아무래도 정은궐 작가는 '성균관'처럼 밝고 약간은 가벼운 이야기가 잘 맞는 듯 싶다.
속칭 '뽕삘'이라고 하는데ㅋㅋㅋ
정작 작가는 비극이 좋고 애잔하고 서글픈 이야기를 쓰고 싶어하는데... 문체랄까, 작가가 '뽕삘'이 있으면 아무리 비극적으로 써도 해피의 향기가 나... 작가의 취향과는 별도로...
(나만 그렇게 느낀 거 같긴 한데, '해를 품은 달'에서 왠지 모르게 묘한 뽕삘이...)
정은궐 작가의 진짜 매력은 밝고 맑은 톡톡 튀는 장면들에 있는 듯 하다. 그래서인지 '월'보다는 '연우'일 때가 훨씬 자연스러운 느낌이었는데 '기품 있고 처연한' '월'의 이미지가 잘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그리는 바람직한 여성상은 "현명하고 진취적이며, 조금은 당돌할 정도로 자기 주장 혹은 신념이 있는 여성"이라고 느껴지는데, '월'은 상황상 현명하지만 그것을 강하게 드러내면 안되는 경우이기 때문인 듯 하다. 하지만 그녀가 목소리를 낼 때는 '연우'로서가 되어버린다고 봐야하니, 이걸 확실히 하려면 다른 작품에서 독립된 '월' 같은 캐릭터가 나타나야 할 듯.
(맨 처음의 담양에서의 '월'이 참 좋았는데, 뒤로 갈 수록 이미지가 좀 변했어.... ㅠㅠ)
'해를 품은 달' 자체는 상당히 잘 써진 연애 소설이다.
캐릭터도 다양하고, 이름을 이용한 언어 유희가 상당히 아름다웠다.
설이 염에 닿으니 녹지, 녹아 비가 오지.
해가 지면 달이 뜨고, 달이 지면 해가 뜨니 함께 할 수 없음이라.
달이 구름에 가리우니.
솔직히 훌쩍 거리면서 읽었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다 읽고 덮으면서 아주 조금, 조금 아쉬웠다. 좀 더 쥐어짰다가 놓아주는 것도 좋았을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떠오른 것은 김대원 씨의 "적루". 내용적인 면은 비슷하지 않지만 캐릭터들이 조금 겹쳤다.
읽을 기회가 닿는다면, 그리고 사극 로맨스를 좋아한다면 한 번 보는 것도 좋겠다.
망월회고 (望月懷古) - 장구령 (張九齡)
(달 보며 옛 생각에)
海上生明月 바다 위로 떠오른 밝은 달
天涯共此時 하늘 저 끝까지 고루 비추리라
情人怨遙夜 사랑하는 사람들 서로 멀리 있는 이 밤을 원망하며
竟夕起相思 임 그리운 생각에 잠 못 이뤄 하리라
滅燭憐光滿 촛불 끄고 방안에 가득한 달빛 아끼다가
披衣覺露滋 저고리 걸치고 뜰에 내려서니 촉촉이 이슬이 젖어오네.
不堪盈手贈 손으로 가득 떠서 보내드릴 수 없는 터에
還寢夢佳期 다시 잠자리 들어 임 만나는 꿈이나 꾸어 보리라
상사몽 (相思夢) - 황진이(黃眞伊)
相思相見只憑夢 그리워라, 만날 길은 꿈길밖에 없는데
儂訪歡時歡訪儂 내가 님 찾아 떠났을 때 님은 나를 찾아왔네
願使遙遙他夜夢 바라거니, 언제일까 다음날 밤 꿈에는
一時同作路中逢 같이 떠나 오가는 길에서 만나기를
나는 운인가, 설인가. 그도 아니면 민화인가.
아마도 민화는 아닐 것이다. 그는 끝내 염을 얻었다.
그러하면, 차마 손을 뻗지 못하고 있으니 운인가.
아마도 운은 아닐 것이다. 나는 그렇게 접어넣지 못한다.
그렇다면, 결국, 나는 설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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