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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구성은 전편, "더크 젠틀리의 성스러운 탐정 사무소" 쪽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참, 그 작품의 원제는 holistic인데... 사실은 전체주의 탐정 사무소라고 번역했어야 했다고 본다.ㅋ)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쪽의 내용이 더 마음에 와닿는 바가 있어서. 나쁘지 않게 읽었다.
발할(발할라), 발키리, 오딘과 토르 등 북유럽 신화를 엮어 써나갔는데,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니벨룽의 반지"도 한 줄 나온다. 자세한 건 몰라도 크게 지장 없지만 안다면 조금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듯.
음... TV에서 눈을 안 떼던 소년의 정체는 책을 완독한 지금도 사실 잘 모르겠다;;;
나머지는 작가가 친절하게 모두 알려줬는데... 그 소년이 녹색 눈은 아닌 것 같은데.
그리고 녹색 눈에 털복숭이는, 아무래도 'green-eyed monster'에서 착안한 게 아닐까 싶다.
셰익스피어가 오셀로에서 그렇게 사용해서 관용구로도 많이 쓰이는데 말 그대로 '녹색 눈의 괴물'이라는 뜻도 있지만 '질투'를 의미하기도 한다. 더크의 낡은 냉장고가 죄책감을 낳았으니, 작가가 질투심이라는 중의적인 의미를 노리고 일부러 그렇게 쓴 것 같다고, 소설을 써본다!ㅋㅋ
<발췌>
아마도 정신이 나갈 만큼 놀랄 것이다. 인류가 신화로 간주해온 모든 이야기가 실재임을 깨닫고 충격을 받겠지만, 정신이 들면 지금껏 보아온 이 노인의 모습이 전사 신들의 아버지로서의 모습이었음을 깨달을 것이다. 인류가 신화를 믿지 않게 된 뒤에도 그 신화 속 존재들이 여전히 세상에 살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메이 부인은 가장 위대한 물리학자들의 말을 받아 적고 있는 중입니다. 메이 부인을 찾아오는 영혼들은 자기네가 위대한 물리학자들이라고 주장하죠. 아인슈타인, 하이젠베르크, 플랑크 같은 물리학자들 말입니다. 그런데 그 주장을 논박하는 게 아주 어렵습니다. 물리학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저기... 저 여인이 자동기술법으로 생성하는 정보가 대단히 심오한 논리를 바탕으로 하는 물히학적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중략)
그런데 이 현상으로 인해 과학자들은 대단히 흥미로우면서도 당혹스러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저 부인이 전해주는 정보가 그 자체의 의미로만 보면 아주 논리적인데 그 정보가 전달되는 수단은 전혀 논리적이지 않은 것이죠."
"아, 요즘은 사정이 좋질 않아. 아주 나빠. 사물은 서로 영향을 미치는 법이야. 우리 세상은 아가씨네 세상에 영향을 미치고, 아가씨네 세상은 우리 세상에 영향을 주고 있어. 가끔은 어떤 영향인지 정확히 모를 때도 있고,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많지. 요즘은 어찌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대처하기조차 어려워. 이쪽 세상과 그쪽 세상은 다양한 측면에서 거의 똑같다고 보면 돼. 그쪽 세상에서 어떤 자리에 건물이 있다면 이쪽 세상에서도 그 자리에 비슷한 구조물이 있거든. 진흙투성이 작은 언덕일 수도 있고 벌집일 수도 있고 여기 이런 집일 수도 있고 이것보다 훨씬 규모가 큰 구조물일 수도 있어.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지. 얘, 너 괜찮니, 토르?" (중략)
"그쪽 세상에서 적절히 처리되지 못한 상황은 십중팔구 우리 세상에도 그 현상이 나타나게 되어 있어. 뭐든 그 흔적이 드러나지. 그쪽 세상에서 남몰래 저지른 죄악도, 입 밖에 내지 않은 생각도 이쪽 세상에서 다 표출된단 말이야. 이곳에 새로이 강력한 신이 출현할 수도 있고 각다귀 한 마리가 나타날 수도 있는 것이야. 그런데 요즘은 강력한 신보다는 각다귀가 탄생하는 경우가 더 많아. 아, 전보다 각다귀 수는 많아지고 영원불멸의 신의 수는 줄어들고 있어."
이는 '정령의 수호자'나 '카라스'와도 접점이 있다고 느껴진다. 신으로 대표되는 정신계와 인간으로 대표되는 물질계, 그리고 점점 붕괴되는 정신계.
물질 사회는 너무 영혼을 잃어가는 기분이다.
지구가 품을 수 있는 생명의 총량은 정해져 있는데, 무서울 정도로 늘어나는 인간은 많은 수의 종들을 멸종시키고서도 모자라 자신의 혼들 마저 나누고 있는 게 아닐까.
믿음과 선이 실종된 자리를 채우는 '각다귀'ㅋㅋ
뭐, 죄책감이나 질투심도 신이 될 수 있다는 건. 바꿔 말하면 감정을 잃어간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음반사의 변호사와의 계약은 "파우스트"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어쩌면 총 집합 짬뽕으로 풍자한 걸 수도 있겠다.
뭐, 내가 이렇게 봐서 그렇고 소설 자체는 편하고 유쾌하게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입담을 조금 자제한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무난하다?;;)
이제 히치하이커가 기다리고 있군.
p.s. 그리고 이어지는 의문 하나.
리처드 도킨슨은 왜 더글러스 애덤스가 자신의 지지자인 것처럼 그의 소설 중 일부를 인용한 것일까?
이 책을 읽었다면, 그가 자신과 생각을 같이 한다고 생각하긴 좀 어려웠을 텐데. 더글러스 애덤스는 자신의 글이 무신론을 옹호하기 위해 발췌된 것을 알고 있을까?;;
(참, 그 작품의 원제는 holistic인데... 사실은 전체주의 탐정 사무소라고 번역했어야 했다고 본다.ㅋ)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쪽의 내용이 더 마음에 와닿는 바가 있어서. 나쁘지 않게 읽었다.
발할(발할라), 발키리, 오딘과 토르 등 북유럽 신화를 엮어 써나갔는데,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니벨룽의 반지"도 한 줄 나온다. 자세한 건 몰라도 크게 지장 없지만 안다면 조금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듯.
음... TV에서 눈을 안 떼던 소년의 정체는 책을 완독한 지금도 사실 잘 모르겠다;;;
나머지는 작가가 친절하게 모두 알려줬는데... 그 소년이 녹색 눈은 아닌 것 같은데.
그리고 녹색 눈에 털복숭이는, 아무래도 'green-eyed monster'에서 착안한 게 아닐까 싶다.
셰익스피어가 오셀로에서 그렇게 사용해서 관용구로도 많이 쓰이는데 말 그대로 '녹색 눈의 괴물'이라는 뜻도 있지만 '질투'를 의미하기도 한다. 더크의 낡은 냉장고가 죄책감을 낳았으니, 작가가 질투심이라는 중의적인 의미를 노리고 일부러 그렇게 쓴 것 같다고, 소설을 써본다!ㅋㅋ
<발췌>
아마도 정신이 나갈 만큼 놀랄 것이다. 인류가 신화로 간주해온 모든 이야기가 실재임을 깨닫고 충격을 받겠지만, 정신이 들면 지금껏 보아온 이 노인의 모습이 전사 신들의 아버지로서의 모습이었음을 깨달을 것이다. 인류가 신화를 믿지 않게 된 뒤에도 그 신화 속 존재들이 여전히 세상에 살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메이 부인은 가장 위대한 물리학자들의 말을 받아 적고 있는 중입니다. 메이 부인을 찾아오는 영혼들은 자기네가 위대한 물리학자들이라고 주장하죠. 아인슈타인, 하이젠베르크, 플랑크 같은 물리학자들 말입니다. 그런데 그 주장을 논박하는 게 아주 어렵습니다. 물리학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저기... 저 여인이 자동기술법으로 생성하는 정보가 대단히 심오한 논리를 바탕으로 하는 물히학적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중략)
그런데 이 현상으로 인해 과학자들은 대단히 흥미로우면서도 당혹스러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저 부인이 전해주는 정보가 그 자체의 의미로만 보면 아주 논리적인데 그 정보가 전달되는 수단은 전혀 논리적이지 않은 것이죠."
"아, 요즘은 사정이 좋질 않아. 아주 나빠. 사물은 서로 영향을 미치는 법이야. 우리 세상은 아가씨네 세상에 영향을 미치고, 아가씨네 세상은 우리 세상에 영향을 주고 있어. 가끔은 어떤 영향인지 정확히 모를 때도 있고,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많지. 요즘은 어찌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대처하기조차 어려워. 이쪽 세상과 그쪽 세상은 다양한 측면에서 거의 똑같다고 보면 돼. 그쪽 세상에서 어떤 자리에 건물이 있다면 이쪽 세상에서도 그 자리에 비슷한 구조물이 있거든. 진흙투성이 작은 언덕일 수도 있고 벌집일 수도 있고 여기 이런 집일 수도 있고 이것보다 훨씬 규모가 큰 구조물일 수도 있어.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지. 얘, 너 괜찮니, 토르?" (중략)
"그쪽 세상에서 적절히 처리되지 못한 상황은 십중팔구 우리 세상에도 그 현상이 나타나게 되어 있어. 뭐든 그 흔적이 드러나지. 그쪽 세상에서 남몰래 저지른 죄악도, 입 밖에 내지 않은 생각도 이쪽 세상에서 다 표출된단 말이야. 이곳에 새로이 강력한 신이 출현할 수도 있고 각다귀 한 마리가 나타날 수도 있는 것이야. 그런데 요즘은 강력한 신보다는 각다귀가 탄생하는 경우가 더 많아. 아, 전보다 각다귀 수는 많아지고 영원불멸의 신의 수는 줄어들고 있어."
이는 '정령의 수호자'나 '카라스'와도 접점이 있다고 느껴진다. 신으로 대표되는 정신계와 인간으로 대표되는 물질계, 그리고 점점 붕괴되는 정신계.
물질 사회는 너무 영혼을 잃어가는 기분이다.
지구가 품을 수 있는 생명의 총량은 정해져 있는데, 무서울 정도로 늘어나는 인간은 많은 수의 종들을 멸종시키고서도 모자라 자신의 혼들 마저 나누고 있는 게 아닐까.
믿음과 선이 실종된 자리를 채우는 '각다귀'ㅋㅋ
뭐, 죄책감이나 질투심도 신이 될 수 있다는 건. 바꿔 말하면 감정을 잃어간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음반사의 변호사와의 계약은 "파우스트"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어쩌면 총 집합 짬뽕으로 풍자한 걸 수도 있겠다.
뭐, 내가 이렇게 봐서 그렇고 소설 자체는 편하고 유쾌하게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입담을 조금 자제한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무난하다?;;)
이제 히치하이커가 기다리고 있군.
p.s. 그리고 이어지는 의문 하나.
리처드 도킨슨은 왜 더글러스 애덤스가 자신의 지지자인 것처럼 그의 소설 중 일부를 인용한 것일까?
이 책을 읽었다면, 그가 자신과 생각을 같이 한다고 생각하긴 좀 어려웠을 텐데. 더글러스 애덤스는 자신의 글이 무신론을 옹호하기 위해 발췌된 것을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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