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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작 6

[김보영] 종의 기원담

저자 : 김보영 출판 : 아작 출간 : 2023.06.14 에서도 한 번 당했는데(?), 이번에도 작가명만 보고 바로 구매했기에 이 책이 복간본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사실 표제작을 그대로 책제에 사용했으니 목차만 살펴봤더라도 바로 알아챘겠지만 나는 종종 기이할 만큼 아무 정보도 찾아보지 않고 지른다. 몇몇 작가에 한해서긴 하지만 말 그대로 '덮어놓고 지르는' 맹목적인 믿음을 보이는데, 아직까지는 딱히 고칠 마음이 없다. 그렇게 읽는 책들은 설사 다시 읽는 글이더라도 좋았기 때문이다. 은 이전에 발표된 의 두 이야기에 최초 발표인 세 번째 이야기인 를 더해 수록한 책이다. 읽어나가는 동안 세심하게 골라 사용된 표현들 -말 그대로 로봇의 관점에서 자연스러울 법한- 에 다시금 감탄하며 읽었다. 김보영 작가의 ..

[정보라] 여자들의 왕

저자 : 정보라 / 박인주 출판 : 아작 출간 : 2022.07.07 한여름의 중간, 한 단위의 마무리로 좋은 책이었다. 가 퍽 마음에 들어 이번에 나온 신간은 주저없이 읽어보았는데, 표지부터 수록작 하나하나가 모두 만족스럽다. 표제작이 이라 '남자 죽이는 여자들 이야기'라는 오해를 받았다는 작가의 말이 웃펐다. 주 화자들이 여자인 경우가 많았을 뿐, 이 소설 속에서 사람들은 서로 죽고 죽이고 그냥 죽었다. 그러나 이야기는, 이미지는 남았다. 또한 아마노 요시타카 분위기의 표지 일러스트가 무척 마음에 들었는데, 작업을 하신 박인주 일러스트레이터의 다른 작품들을 살펴보니 결은 조금 다르지만 아주 매력적인 화풍을 가진 분이었다. 나는 이런 우연한 확장들을 통해 좋은 것을 만날 때 무척 기쁘고 감사하다. 언젠..

[문목하] 유령해마

저자 : 문목하 출판 : 아작 출간 : 2019.11.11 문목하의 을 읽고 정말 큰 충격을 받았었다. 너무 좋았다. 그 살짝 건조한 듯한 분위기와 섬세한 설정, 여운이 남는 결말까지 눈물이 핑 돌게 좋았다. 당시에는 블로그를 닫아두었던 상태였기 때문에 정말 좋게 읽었지만 리뷰를 남기지 못한 책들이 여러 권 있는데, 그중 한 권이 이다. 단 두 권뿐인 발표작을 다 읽어버리고 나면 이후의 기다림이 너무 괴로울 것 같아 신작이 발표되면 읽으려고 아껴두고 아껴두던 를 더는 참지 못하고 읽어버렸다. 문목하의 소설을 읽다 보면 세상의 수많은 히어로들을 만난다. 그들이 짊어진 무게와 고뇌를 본다. 그들이 그저 인간임을 본다. 그리고 누군가는 져야 할 무게를 다시 본다. 슈퍼맨은 없다. 그저, 그걸 나눠지고 싶지 않..

[정보라] 저주토끼

저자 : 정보라 영제 : Cursed Bunny 출판 : 아작 출간 : 2022.04.01 최근 며칠간 리뷰를 쓸 때마다 느꼈던 얇은 막이랄지 껍질이랄지를 벗어난 기분이다. 엷은 안개에 갇혀서 몽롱한 상태로, 뭐라고 말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말은 하고 있는 기분은 정말로 답답하고 끔찍했다. 이번 탈출법은 소금빵 에그 샌드위치와, 토닉워터 얼음을 띄운 차가운 레드 와인의 힘이다. 그리고 약간의 우울한 음악이다. 혹은 단순히 뭔가가 틀어졌음을, 그래서 갑갑함을 느끼면서도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걸린 걸지도 모른다. 지나고 나면 조금 부끄러워지겠지만 그 순간에는 앞을 생각하지 말고 푹 빠져버리는 게 가장 빠른 탈출법인 것 같다. (바꿔 말하면 이 리뷰는 취중 리뷰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책 ..

[김보영] 다섯 번째 감각

저자 : 김보영 출판 : 아작 출간 : 2022.02.10 좋았다. 저자명만 확인한 뒤 복간된 책인 줄 모르고 구매했지만, 다시 읽어도 여전히 좋았다. 미묘하게 바뀐 부분들을 더듬었다. 조금 더 친절해지고, 조금 더 알기 쉽도록 풀어 설명된 부분들이 눈에 걸렸다. 좀 더 매끄러워졌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나는 이전 발표작의 형태가 더 취향이었다. 너무나 익숙하던 것들을 불현듯 낯설게 만드는 능력은 정말 탁월하다. 그 낯섦을 인지한 뒤에도 '새로운 당연함'을 탄탄하게 받쳐주는 세계관에 설득되고 만다. 문득 정말 이런 세계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들만큼. 그 무엇도 '당연한' 것은 없는가 하는 어지러움이 일만큼.

[심너울]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

저자 : 심너울 출판 : 아작 출간 : 2020.06.01 톡톡 튀는 상상력이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유쾌하게 읽었는데, 배경이나 핵심 설정은 상당한 미래인데 기본적인 생활상은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점이 눈에 띈다. 작가는 허구라고 했지만 누가 읽더라도 특정 사건이나 기업이 떠오르는 설정도 있었다. 현재와 유사한 부분이 많은 만큼 몰입이 강해질 수도 있겠고, 아쉬움이 커질 수도 있겠는데 내 경우엔 반반으로 미묘했다. 참신한 아이디어들이었지만 새로운 세계관을 만들어내기보다는 일상 속의 상상으로 그치는 듯해서 조금 아쉬운 마음이 있다. 하지만 단편에서 그 정도의 설정을 풀어내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도 생각한다. 에서 배양육에 관한 설정은 무척 신선했다. 대체로 소설 전반에서 느껴지는 작가의 이미지는 이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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