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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비평 7

[정세랑] 청기와 주유소 씨름 기담

저자 : 정세랑 / 최영훈출판 : 창비출간 : 2019.06.21       국민학교와 초등학교를 모두 경험해 본 세대-라고 하면 대략적인 나이대가 나올 것이다. 당시 나는 하교길에 하천을 따라 난 둑길을 걷는 걸 무척 좋아했는데, 훨씬 가까운 보도블럭 길을 두고도 그리로 다녔던 걸 보면 진심이었던 것 같다. (철로를 건너고 싶을 때만 블럭 길로 갔다) 바로 옆이 아파트 단지라 완전한 시골이었다고 하기는 좀 어렵지만, 그런대로 자연적인 삶을 잘 누릴 수 있었다.   둑에서 하천으로 내려가 천변에서 놀다 들어가는 게 일과였다. 메밀을 찾아 씨를 쪼개보기도 하고, 송사리나 개구리, 물잠자리 등을 잡으며 뛰놀았던 기억들은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지금은 곤충들을 쉽게 만지지 못하는 새가슴이 되었지만) 매일 ..

[신해욱] 해몽전파사

저자 : 신해욱 출판 : 창비출간 : 2020.02.29       소설이면서도 산문시 같았던 글.  는 꿈을 모으는 한 여성('진주 씨')과 우연히 그녀를 만나게 된 '나'의 이야기다. '나'의 성별은 모호하지만 아마도 여성일 것이다. 그녀들은 꿈을 채록하고, 꿈에 관한 작품들을 감상하고, 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하지만 진주 씨가 운영하는 '해몽전파사'는 이름과는 달리 해몽을 제공하지 않는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꿈을 모을 뿐이다. 어떤 해석도, 분석도 달지 않는다. 그래서 에는 46개의 꿈이 날 것에 가까운 상태로 실려 있다. 활자로 옮기는 과정에서 꿈은 작중 '나'의 표현마따나 '박제'되고 '번역'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소설보다는 시에 가까운 꿈들은 가만가만 읽지 않으면 그대로 흘러나가 버..

[구병모] 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저자 : 구병모출판 : 창비출간 : 2009.03.30        한 발짝씩 늦는 느낌이다. 뭔가가 유행일 때는 한켠에 비켜서있다가, 시들시들 잊혀졌을 즈음에야 뒤늦게 뛰어드는 느낌? 2 페이즈가 되어서야 진입하는 거라고 포장해 볼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조금 겸연쩍다.  예전에는 '인디병' 비슷한 게 있었다. 남들이 다 좋아하는 것 같으면 좋아하던 것도 싫어지던 삐뚤어짐. 그래서인지 '베스트셀러'라거나 'top 10' 같은 수식어가 붙으면 기를 쓰고 피하려 했었는데, 이제 중년에 접어들고 나니 뭐가 유행인지조차 잘 모르게 되어 버렸다. 여기에는 시대적인 변화도 한 몫하는 것 같은데, 채널들이 워낙 다양하게 분산되다 보니 이전처럼 '국민적 대유행'이 힘들어진 것도 한 요인 아닐까.    흰소리를 길게 ..

[박서련] 마법소녀 은퇴합니다

저자 : 박서련 출판 : 창비 출간 : 2022.04.10 아... 미친 것 같다...!! 행복한 클리셰 비틀기. 어른들을 위한 현실적 동심 파괴와 블랙 유머. 아니, 미쳤다. 박서련 작가님, 사랑해요. 내가 이 작품에 대해 뭐라 더 말할 수 있을까 고민한 시간만 한 달여. 결론은 그냥 한 줄이다. 를 읽읍시다. 생활에 찌든 사회인이여. 희망이 보이지 않는 삶에 짓눌린 현대인이여. 우리 모두, 그래, 까짓것 마법소녀가 됩시다. 글쎄... 개개인에게 와닿는 바는 다 다르리라고 생각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그저 클리셰만 모아놓은 글이라고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지금 이 한순간을 위해서 지난했던 그 길고 질척한 과거가 필요했다는,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그 한순간을 느껴봤다면. 는 무척 기억에 남을 만한 작품이 될 ..

[김려령] 트렁크

저자 : 김려령 출판 : 창비 출간 : 2015.05.29 아. 정말 좋았다. 이 책을 읽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굳이 풀자면, 쓱쓱 넘겨보던 피드에서 '공유-서현진 조합이 성공했다'는 내용을 본 것이 시작이었다. 로맨틱 코미디도 정극도 잘 소화하는 둘이지만 색감이 좀 다르지 않나? 어딘가 우울한 느낌이 들어가야 잘 어울릴 것 같은 조합인데 좀 묘하네- 하고 생각하다가 무슨 드라마인지 찾아봤다. 넷플릭스 제작의 로, 원작 소설이 있다고 했다. 드라마는 못 보더라도 소설은 읽어볼 수 있지. 어라? 의 김려령 작가네? 그때부터 살짝 진심이 되었던 것 같다. 를 재미있게 읽었었지만, 동시에 내게 남은 저자의 이미지는 청소년 성장물을 잘 쓰는 작가였다. 그런데 '김려령'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데, 트렁크가 발..

[은희경] 중국식 룰렛

저자 : 은희경 출판 : 창비 출간 : 2016.06.30 이후 10여 년 만에 만난 은희경이다. 그리고 긴 시간을 잊고 지냈던 나를 꾸짖기라도 하듯 한 문장마다 눈을 뗄 수 없게 끌어당기고 후려쳐댔다. 개인사를 많이 겹쳐 읽게 되었다. 40여 년이 가까워오는 시간 동안 나는 대체 뭘 하며 보내왔나 싶기도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겪고 느껴왔었다. '그녀는 자신이 서울에서 알고 있는 유일한 까페가 안국역 쪽에 있다면서 장소까지 스스로 정했다.' '만나기로 한 장소를 검색해보니 까페가 아니라 독일 생맥주를 파는 술집이었고, 레지던스 호텔 1층에 있었다.'라는 두 문장을 읽자마자 눈앞에 선명하게 떠오른 붉은빛의 간판. 이름은 조금 시간을 들여 다시 확인해야 했지만, 나는 확실히 그곳에 간 적이 있었다...

[손원평] 튜브

저자 : 손원평 출판 : 창비 출간 : 2022.07.22 이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당신이 가장 마지막으로 크게 변했던 건 언제입니까?" 매일매일의 비슷한 일상. 출근하고 퇴근하는, 아이를 데려가고 데려오는 지겨울 정도로 익숙한 나날들. 그런데도 조금씩 나빠지는 상황과 아무 걱정 없이 해맑아 보이는 과거 어느 순간의 나. 손원평의 신간 는 겹겹이 밀려드는 파도에 휩쓸려 떠돌다 자기도 모르게 가라앉아가는 이들에게 가느다란 지푸라기를 보여준다. 당신이 잊고 있을 뿐, 누구에게나 지푸라기는 있다고. 그것 하나로 모든 것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지푸라기를 모아 엮어 나가다 보면 튜브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소설의 주인공인 김성곤 안드레아는 몇 차례나 거듭되는 사업 실패 끝에 이혼을 목전에 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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