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1

[신서경, 송비] 지구 멸망 일주일 전, 뭐 먹을까?

일루젼 2022. 8. 5.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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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신서경 / 송비
출판 : 푸른숲 
출간 : 2021.03.03 


 

전염병도, 거대 운석과의 충돌도 아니었다. 그저 고요하게 멈춰간 지구 내부 물질 순환으로, 오랜 기간 축적된 만성 질환으로 인한 사망처럼 그렇게 멸망은 예고되었다. 

 

내부의 순환이 멎으면 지구의 자기장도 사라지게 된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쏟아지는 태양으로부터의 방사선과 자외선 샤워를 피할 길이 없어진다는 것. 지구의 대기가 경계막으로부터 풀려나 흩어진다는 것. 

 

그렇게 예고된 멸망까지는 앞으로 일주일. 

하지만 죽을 걸 알면서도 당장 산 입에 거미줄을 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다는데, 당신은 누구와 무엇을 먹을 계획인가?

 

엄청나게 암울한 상황인데도 묘하게 일상툰스러운 잔잔한 다정함이 있는 만화였다. 오래전부터 보고 싶었던 이들과 함께 하는 의미 있는 식사라면, 그 메뉴 자체보다는 그 자리로서 최후의 만찬으로 손색이 없을 것이라는. 식당들도 문을 닫고, 마트도 털려 식자재도 떨어졌다는 설정이 묘하게 현실적이면서도 서글펐다. 

 

몇 해 전부터 앵두가 먹고 싶은데, 어릴 때는 쉽게 구했던 것이 앵두 열매였는데 지금은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구하기 힘들 정도로 판매처가 드물다. 아마도 한 철에 잠깐 소량 나오는 데다, 따는데 손이 많이 가고 과육이 쉽게 물러 그런 모양이다. 막상 구하면 몇 개 먹지 못하면서도 한 번씩 생각이 나니 신기하다. 

 

아. 그리고 만두도 먹고 싶다. 밑은 구워서 바삭하지만 위는 쪄서 쫄깃한, '월래순교자관'의 만두 같은 그런 만두. 

혹은 연남동 하하의 만두나 명화원의 군만두.

비비고의 비건 만두는 매우 만족스러운 맛이지만, 이 만두들은 한 번 생각나면 며칠은 머리속을 떠돈다. 

 

끝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전혀 극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런데도 약간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생각했다. 

그리고 무엇으로 마지막 식사를 하고 싶은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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