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1

[오츠이치, 오이와 켄지] 고스 GOTH

일루젼 2022. 8. 16.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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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오츠이치 / 오이와 켄지 / 서현아
출판 : 학산문화사 
출간 : 2008.06.15 


       

책 정리를 조금 했다.

정리라고 하기도 민망한 것이, 가장 외곽에 쌓인 무더기 중에서 내보낼 책을 골라낸 정도다. 

 

휴일이 되면 뭘 할까 생각이 많았는데 막상 당일이 되면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은 경우가 태반이다. 마치 계획을 짜는 걸로 에너지를 모두 소모했다는 듯이. 그렇다고 매번 그 순간의 충동에 몸을 맡기기엔 조금 더 큰 단위의 결과를 얻기가 힘들다. 많은 자기 계발서에서 중장기 계획과 단기 체크 리스트를 병행하라고 조언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기분이라 나름대로의 안식일을 보냈다. 그동안 어쩐지 죄책감이 들어 하지 못했던 노닥거림으로만 하루를 꽉 채웠더니, 묘한 상쾌함과 충족감이 든다. 이런 하루도 괜찮다는 느낌. 그렇게 뒹굴 거리고 있자니 책더미가 눈에 들어와 '아 이젠 진짜 안녕이다' 싶은 책들을 골라냈다.

 

보는 순간 바로 결정되는 책이 대부분이지만, 어떤 경우에는 조금 애매하기도 하다.

다시 볼 것 같지는 않은데 언젠가 한 번은 찾을 것만 같을 때.

읽었던 기억이 나지 않을 때. 

그럴 때는 다시 한번 읽어본다.

 

<GOTH>가 그런 경우였다. 이전에 읽은 기억은 사라져 있었지만 (정말 안 읽었을지도 모른다) 묘한 기시감이 들었다. <살육에 이르는 병>에서도 등장했던 설정들이 조금씩 겹쳤기 때문일 것이다. <살육에 이르는 병>이 90년대 초반에 발표되었으니 아마 그 영향을 받았으리라 생각된다. 당시 일본에서 이런 분위기의 작품들이 많이 나왔던 것인지, 특정 사건이 있었는지까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두 작품은 상당히 유사한 분위기가 있다. 

 

그러나 작가의 말에서처럼 대다수의 작품은 파고 들어가면 최후의 뼈대는 비슷비슷할 수밖에 없는 듯도 싶다. 위기에 처한 주조연과 그것을 해결하는 주인공이라는 구도는 모든 이야기의 척추가 아닐까. 문제가 없으면 이야기도 없는 건, 아닐까.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환상과 

그럼에도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혐오감이라는 감각,

그리고 조금 더 생각해보면 그것이 나에게 위해를 끼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서 기인한 두려움이라는 이해.

 

'내'가 아닌 경우에, 나는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는가?

 


 

   

 

 

 

- 나는 '보통' 아이들과는 다르다. 그러므로 숨겨야 한다. 어렸을 때부터 쭈욱 그랬다. 

 

- 이 행위에 의미 같은 것은 없다. 다만 그 울림이 뇌리에 새겨져 나를 옭아매는 것이다.

 

- 그는... 나처럼 언제나 인간의 어두운 면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 다만... 그는 그래도 나와는 결코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 '피'나 '살'을 좋아하는 인간과, '단말마의 비명'을 좋아하는 인간은 다르다.

 

- "그래도... 나는 달라. 분명히 말하는데 나는 '반대'야."

 

 


 

- 이 책은 소설 'GOTH - 리스트컷 사건'을 오이와 켄지 선생님이 만화화한 것이다. 

 

- 놀랍게도 오이와 켄지 선생님의 첫 단행본이기도 하다. 그는 실로 매력적인 그림을 그린다. 

 

- 나는 소설에서 'GOTH'란 단어를 '문화이며 패션이며 스타일이다' 하고 실로 어정쩡한 표현으로 설명했다. 이렇게 무책임하게 써 버려도 되는지 벌벌 떨고 있었다. 하지만 한마디로 GOTH라는 것을 설명하기란 어려웠다. 가령 검은 옷에 하얀 메이크업을 하고 은으로 된 해골이나 십자가 액세서리를 단 사람들을 그냥 GOTH라고 불러도 될까? 

(리뷰자 주 : Goth라고 하니 '미하라 미츠카즈'의 <돌 Doll>이 떠올랐다. 인간과 Doll에 관한 고찰이 잘 표현되어 있어 마음에 들었던 작품. 개인적으로는 취향이 아니지만, 굳이 고르라면 고스 로리보다는 고스가 낫다. 나는 성숙파다.)

 

- 이 자리를 빌어 폭로한다. 나는 이상 심리 소유자의 내면을 그릴 생각은 없었고, 이상한 살인사건을 그리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내가 염원한 것은 좌우간 독자를 재미있게 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 때문에 독자가 열중할 수 있는 정도의 이상한 심리를 대충 묘사하고, 적 괴물의 흉악함을 나타낼 수 있는 사건을 그릴 필요가 있었다. 사실은 전혀 잔인한 사건을 쓰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 점을 오해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정말이라니까요. 좋아서 그런 걸 쓰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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