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크리스틴 맥크렉켄 / 김은령
출판 : 명진출판
출간 : 2007.08.10
제목부터 2000년대 초반의 감성이다. 지금과는 시대상이 많이 달랐음을 감안해주시길.
방 정리를 하다 찾았는데 지금 읽어보면 좀 다른 느낌이 들지 궁금해서 재독 했다. 그때는 20대의 시각으로 읽었던 터라 '철없는 이야기잖아'하고 덮었었는데, 지금 읽어보니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자기 자신으로 살라는 내용이었구나 싶다.
이 책에 실린 리스트들은 저자가 싱글이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되지만, 세부 내용은 달라지더라도 자신의 매일을 똑같은 일상으로만 채워넣지 말라는 핵심만 기억한다면 누구에게나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다. 나이가 들수록 하던 것만 하고, 새로운 것은 피하려 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렇게 점점 굳어진 틀 안에 갇히면, 그때부터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그저 존재하는 상태가 되고 만다. 저자는 그렇게 되지 않도록 언제나 일상 속의 즐거움, 호기심을 잃지 말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에는 일단 도전해보라고 권한다. 그게 남들이 보기에는 사소하고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일지라도,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은 '해봐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입어보지 않은 색깔이 있다면 과감하게 입어보기.
먹어보지 않은 게 있다면 먹어보기.
주변에 사랑과 감사를 표현해보기.
남들을 의식해서 자신을 억누르지 말고, 우아하고 품위있게 스스로를 표현하고 대접하는 방식을 익히기.
일어나는 사건과 변화하는 상황을 모두 통제할 수는 없겠지만, 주어진 시간들을 어떤 감정과 기억으로 채워나갈지는 자신이 선택할 수 있다. 나이는 자연히 먹게 되지만 성숙은 자연히 이루어지지 않으니, 외면이 아닌 내면으로 '자신의 나이에 걸맞은' 사람이 될 수 있으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적절한 시기에 필요한 부분을 다시 읽을 수 있었다고 본다. 끝.
- 스물아홉 살의 마지막 날에 나는 막연한 두려움에 휩싸여 있었다. 몇 시간 후면 내 나이 앞자리 숫자가 2에서 3으로 바뀐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때 나는 30대가 되면 젊음도, 로맨스도, 낭만도, 즐거움도 모두 사라져 버릴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내 생각이 틀렸다. 30대에도 여전히 불타는 로맨스가 있었고, 활력과 낭만과 즐거움이 넘쳤다. 어쩌면 모든 면에서 20대보다 더 행복할 수 있는 조건들이 풍부했다. 비록 눈가에 주름은 늘고 피부에 탄력은 줄었지만, 아직도 핑크색 쉬폰 드레스가 어울릴 정도로 젊고 10킬로미터 정도는 가볍게 달릴 수 있는 건강한 체력도 가지고 있다. 사회생활을 통해 경험도 풍부해졌고, 인맥 층이 넓고 두터워졌으며 세상에 대한 안목도 깊어졌다. 또한 직장에선 연차에 비례해서 연봉도 높아지고 경력도 쌓이면서 든든한 은행통장도 가지게 되었다.
- 그런데도 왠지 30대는 뭔가 한풀 꺾이고 김이 빠진 느낌이 든다. 혹시 그 이유가 이제 인생 항로를 바꿀 기회는 사라진 것 같고, 다른 직업을 가질 가능성도 없어진 것 같고, 무언가 빠진 것 같지만 여기서 현재의 것들을 다 버리고 다시 시작하기엔 너무 늦은 것 같다는 아쉬움 때문은 아닌가. 솔직히 인생의 큰 틀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계속 김 빠진 채로 살 수는 없다. 큰 틀을 바꿀 수 없다면 인생에 영향을 주지 않는 작은 것들부터 바꿔보자. 직업을 바꿀 수 없다고 지긋지긋한 패션 스타일을 고수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 '세상을 바꿀 수 없다면 나를 바꿔라'라는 말이 있다. 물론 나를 바꾸기도 쉽지 않다. 대단한 깨달음을 얻고 자신을 바꾸기로 각오를 다지지만, 하루아침에 혁명적인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자신을 바꾸는 데는 오랜 시간과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다. 자신을 바꾸는 제일 좋은 방법은 평소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나씩 해보는 것이다. 남들 보기엔 별거 아닐 수도 있지만, 나에게 의미 있는 일이라면 충분히 도전할 가치가 있다.
- 30대 후반에 이르러서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보면, 나의 30대는 꽤 재미있고 행복했다는 생각이 든다. 20대 때의 나는 성실하긴 하지만 소극적이고 약간은 어리바리한 상태였다. 그래서 남의 이목이나 자신감 부족으로 하고 싶은 일들을 마음에만 담아두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것들은 내 속에 커다란 아쉬움 덩어리들을 만들었고, 더 이상 미련과 회한으로 속앓이를 하기 싫어서 난 용기를 내어 과감해지기로 결심했다.
- 이 책은 내가 30대를 지나오면서 완료 체크를 한 희망사항 리스트의 한 부분이다. 항목들에 도전할 때마다 나는 충분히 즐거웠고, 체크를 할 때마다 조금씩 성장하는 자신이 대견스러웠다. 나의 30대는 그런 즐거움들과 충만함들로 늘 행복하고 활기에 넘치고 있다. 내가 작성한 88가지 항목들을 다 실천해보라는 것은 아니다. 이 중에서 자신에게 맞고 마음에 드는 것들만 선택하면 된다. 이 리스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아예 자신이 원하는 항목들로 리스트를 작성해도 좋다.
-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그것을 꼭 실천해보라는 것이다. 마음에만 간직해두고서 주저하지 말고 용기를 내어 직접 행동으로 옮겨보라는 것이다. 실패를 미리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실패하면 또 어떤가. 빨간 드레스를 입고 야한 춤을 추었다고 인생이 망가지지는 않는다. 실패가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인생만큼 딱하고 한심한 것도 없을 것이다.
- 또한 별 것 아니라고 미리 단정 지어서도 안 된다. 그것이 대단한지 아닌지는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시시하다고 여긴 일들이 막상 해보면 재미있는 경우도 많다. 시시한 고정관념이나 남의 이목 따위는 무시할 줄 아는 배짱도 필요하다. 서른다섯 살에 배꼽에 피어싱을 하고 비키니를 입는다고 도덕적으로 지탄받을 일은 아니지 않은가. 혹시 아는가, 생각했던 것보다 호의적인 시선에 뜻밖의 자신감을 가질 수도 있다.
- 생각만 하는 것과 실천하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수영을 잘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직접 물속에 뛰어들어 수영 연습을 하지 않으면 결코 이룰 수 없는 꿈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이런 이루지 못한 꿈들이 계속 쌓이다 보면 인생은 점점 재미없고 무의미한 시간들로 채워질 수밖에 없다.
- 열정은 나이에 반비례하는 게 아니다. 20대를 열정적으로 보낸 사람이 30대가 되었다고 갑자기 그 열정이 사라지는 일은 절대로 없다. 하지만 시큰둥한 20대를 보냈다면, 30대는 더욱 열정적으로 도전하고 경험하면서 보내야 한다. 행복은 머릿속이 아니라 경험에서 얻어진다는 것을 잊지 말자.
- 스스로 삶의 주도권을 잡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무언가 바꿔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당신은 행복하게 살고 싶은가? 그렇다면 다시 생각해보자. 선택권은 당신에게 있다.
- 보통의 운을 가진 평범한 사람들은 여름과 겨울의 짧은 휴가기간 동안 육체와 정신의 피로를 회복하고, 직장생활이나 업무에 필요한 새로운 지식이나 정보를 습득하고, 평소 하고 싶었던 일이나 취미 생활까지 실컷 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아마 대부분은 휴가기간 동안 부족한 잠을 보충하기 위해 침대에서 뒹굴거나 여행지의 리조트에서 선탠을 하며 소설책이나 읽는 게 고작일 것이다. 이게 나쁘다는 게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다는 거다. 그러니까 어떻게 해서든지 복잡하고 피곤한 속세로부터 잠시 떠날 수 있는 재충전의 시간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 그렇다. 당신은 분이 풀릴 정도로 상대방에게 화를 냈어야 한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예절과 매너, 참을성의 중요성을 교육받으면서 자란 우리들에게 화를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즐거움과 마찬가지로 분노도 솔직하게 잘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버하지 않고 품위와 인격이 손상되지 않을 정도에서 적당한 방법과 적절한 수준으로 화를 표출할 줄 아는 것은 사회생활에선 꼭 필요한 덕목이다.
- 나는 지금 이 아파트에서 8년 동안 살고 있다. 나로서는 최대 기록이다. 이 기록과 비례해서 점점 늘어만 가는 짐들 때문에 집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이사를 심각하게 고려한 적도 있었다.
- 정말 좋아하고 아끼는 물건들만 남겨놓고 나머지는 필요한 사람에게 나누어주거나 쓰레기통에 버리고 대청소를 마치고 나니 내 아파트는 다시 숨 쉴 만한 공간으로 변했다.
- 인간관계에도 빗자루와 휴지통이 필요하다. 30대에 들어서면 주위에 친구라고 부르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게 된다. 가끔 일이 있을 때나 1년에 한두 번 정도 전화 통화를 하는 사람들 중에는 사실 성가시고 별로 도움도 안 되는 친구가 분명히 있다. 최악은 시간과 에너지를 갉아먹는 인간들이다. 이런 사람들을 정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소개팅에서 한 번 만난 남자를 차 버릴 때처럼 말이다. 손쉬운 방법은 그 사람에게서 걸려오는 전화를 무시하거나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그(혹은 그녀)의 제안이나 계획을 거절하는 것이다. 상대가 이런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한 단계 강도를 높여야 한다. 만일 그가 당신에게 좋지 않은 일을 했거나 피해를 입혔다면 이 점을 확실하게 인지시키고 내 인생에서 더 이상 문제가 일어나길 원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말해야 한다. 그렇게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면 당분간 일에만 집중해야 한다거나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얼마간은 친구들과 어울리기 힘들겠다거나 남자 친구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말하는 것도 좋다.
- 당신의 인생에서 어떤 관계가 가장 중요한지를 결정할 사람은 친구가 아닌 바로 당신이다. 친구는 매우 소중한 존재라는 건 모두가 인정하는 바이지만, 중요한 것은 친구의 기준이다.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는 못할망정 당신을 이용하려고만 들거나 해만 끼치는 인간은 절대로 친구라고 부를 수는 없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결혼이나 직장 때문에 함께 시간을 보내는 친구가 점점 줄어가더라도 옥석은 가려야 한다. 당신의 속만 긁어대는 쓰레기 같은 존재는 깨끗하게 쓸어버리고 대신 나에게 의미 있는 관계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기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집중해야 한다.
- 비탄에 빠진 패자로 인생을 보낼 수는 없지 않은가. 괴로움이 지나고 난 후 상실감을 만회하고 자기만의 기술을 계발하며 다음 기회를 기다리면 된다. 패배는 우리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 실패했을 때 얼마나 잘 극복하는가가 바로 성격이며 삶의 태도다. 실패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늘 이기기만 한다면 승리가 주는 기쁨의 의미도 퇴색할 테니까.
- 좋은 직장과 안락한 집, 나를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어서 힘든 일을 겪거나 절망에 빠졌을 때도 나는 다시 힘을 내어 세상을 살아갈 수 있었다. 이런 삶을 살 수 있는 것이 정말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 때면 진심으로 누군가에게 감사의 기도를 올리고 싶어 진다. 그런데 세상엔 나처럼 운이 좋은 사람보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그들의 불행을 안타까워만 하지 말고, 그들의 인생이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되기를 바란다면 무언가 구체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행동을 실천해보자. 올해를 기점으로 이 세상을 진전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을 시작해보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다고 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불우한 아이들의 상담자가 되어주거나 유방암 연구 기금 모금을 위한 10킬로미터 단축 마라톤에 나갈 수도 있다. 노숙자 쉼터에서 점심식사를 나눠주거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해 장보기를 대신해줄 수도 있다.
- 나는 습관적으로 책을 사서 모으는 버릇이 있다. 많이 읽는 편이기도 하지만 사서 모으는 취미만큼 다 읽지 못하는 책도 많다. 그래서 안 읽은 줄 알고 다시 읽기도 하고 읽은 줄 알고 다른 사람에게 선물로 주기도 한다. 그래서 내가 생각해낸 방법이 바로 책마다 서명을 남기는 것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맨 마지막 페이지에 서명과 날짜를 남기자. 특별한 감명을 받아서 몇 마디라도 써두고 싶다면 메모를 남겨도 좋다. 나중에 책을 읽은 사람들은 당신도 이 책을 읽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이 책 끝에 당신이 뭐라고 남길지 자못 기대가 된다.
- 세상의 모든 책은 자신의 생에서 한 사람 이상의 주인을 필요로 한다. 그렇지 않다면 책으로서의 존재 목적을 완수했다고 볼 수 없다. 우선 당신이 갖고 있는 책부터 시작해보자. 그러다 보면 주위 사람들이 당신의 뒤를 따를 것이다. 혹시 아는가. 당신이 엄청난 유행의 시작점이 될 수도 있다.
- 사실 많은 여성들이 정치나 경제문제에 대해선 소극적이거나 무관심한 반응을 보여 왔다. 오랜 가부장제의 역사가 세상을 지배하고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은 남자라는 잘못된 편견이 만들어낸 슬픈 현상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 여성들은 정치적, 사회적 이슈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견해를 위해더 적극적으로 활동해야 한다. 세상의 중요한 문제에 대해 제대로 된 정보를 알아보고 당신은 어떤 의견을 지지할 것인지 입장을 정리하자. 당신은 물론이고 세상에 도움이 될 수 있게 시간과 용기를 내서 정치적 시위에 동참하거나 신문이나 방송사에 편지를 보내거나 관련 단체의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좋다.
- 지금까지 각종 적금이나 연금을 들면서 착실히 돈을 모아 왔다면 고민이 덜할 것이다. 하지만 만일 그렇지 않다면 지금부터라도 자산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자신의 상황을 점검했다면 언제가 될지 모를 은퇴 후를 대비해서 전망 좋은 투자처를 찾아보자.
- 주저하지 말고 전문가와 상담을 해보자. 훌륭한 자산관리 전문가는 장기적인 목표와 단기적인 목표를 정확하게 세우도록 도와준다. 상담 후 투자로 연결된다면 상담료를 면제해줄지도 모른다. 원하는 목표를 정했다면, 신문 경제면으로 관심을 돌려보자, 주식에 관심이 있다면 처음에는 적은 금액으로 주목할 만한 주식을 사보는 것도 좋다. 어떤 방식이건 상관없이 자기 돈을 제대로 관리하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으니, 이제 돈이 당신을 위해 열심히 노력할 차례다.
- 뒷담화는 나를 형편없는 사람으로 만들 뿐이다. 위대한 사람은 '사상'을 논하고, 평범한 사람은 '사건'을 말하며 형편없는 사람들은 '남 험담'을 한다는 말이 있다. 누가 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아주 아주 가끔 '위대한 사람'이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평범한 사람 이거나 '형편없는 사람'으로 지내는 것이 아닐까 반성해본다.
- 내가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꽤나 좋아하던 선배가 있었다. 일에서건 생활에서건 그 선배는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 선배는 자주 형편없는 사람이 되길 자초했다. 그 모습이 어찌나 보기 안 좋던지 저 나이가 되면 절대 저러지 말아야지 맹세를 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나 역시 남의 험담에서 무죄를 주장하긴 힘들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독한 상사 밑에서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피해자들끼리 저녁마다 모여 맥주를 마시며 신나는 성토대회를 즐긴 적도 있다. 친구의 애인을 가로챈 얼굴도 모르는 그녀를 향해 친구들과 함께 저주를 퍼부은 적도 있다. '난 그런 의도가 아니었어요', '난 듣기만 했을 뿐이라니까요'라는 변명을 할 수는 있겠지만 역시 난 유죄다.
- 그런 노력 덕분인지 습관처럼 하던 쇼핑도 꼭 필요한 물건 외엔 자제하게 되었고, 요리 실력도 부쩍 늘었다. 빛의 수렁에서 완전히 벗어난 지금도 최소한의 신용카드로 최대한 알뜰하게 살려고 노력한다. 30대는 20대보다 더 품위 있는 생활을 유지해야 하고, 더 좋은 물건을 사야 하고, 챙겨야 할 관계도 더 늘었지만 그렇다고 카드빚까지 늘려서는 안 된다.
- 품위에 어울리는 멋진 가구로 바꾼다. 이태리의 유명한 가구 디자이너의 전시회를 다녀온 후 난 내 가구가 얼마나 후진지를 뼈저리게 느꼈다. 난 그 디자이너의 가구를 살 형편은 못 됐지만 그에 준하는 가구로 하나씩 바꿔가기로 작정했다.
- 나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대학시절 하숙집에서부터 사용하던 낡은 서랍장도 버렸다. 내가 찍어둔 고급 서랍장을 살 형편이 안 돼서 아직 그 자리를 빈 공간으로 두었지만 싸구려 서랍장을 치우는 것만으로도 내 집 값은 다시 두 배는 올라가 보였고 나의 안목과 품위도 한층 높아 보였다.
- 당신의 가구나 당신이 사는 집이 당신의 인격을 말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당신의 안목과 품위를 대변해주기는 한다. 예산이 충분하지 않다면 집 안을 잘 살펴보고 티 테이블이나 스툴, 의자 같은 작은 가구나 소품들부터 바꿔보자. 자신의 스타일과 생활방식을 참고해서 집 안에 있는 가구들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것들을 선택해야 한다. 볼품없는 가구들로 가득 찬 동네의 싸구려 상점에만 관심을 두지 말고, 인테리어 잡지나 고급 가구 매장에도 눈길을 돌려보자.
- 그 수위를 어느 선에서 조절할 것인가. 어떤 대상에 대해 의견을 표출할 것인가는 개인적인 선택의 문제다. 세상을 바꿀 수는 없을지라도 누군가의 잘못된 편견을 바꾸도록 노력할 수는 있다.
- 일상에서 벌어지는 온갖 축하할 일들을 찾아보자. 그리고 샴페인을 터트려보자. 꼭 거창하고 대단한 일이 있을 때만 축배를 들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사실 인생의 진짜 즐거움은 일상의 사소한 거리들을 찾아 그것을 즐기며 추억을 쌓아가는 데 있다. 그저 막연히 좋은 소식이 들리기를 기다리거나 그럴 때를 대비해 에너지만 잔뜩 쌓아두지 말고 축배를 들 기회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내지는 거다.
- 그리고 축하할 일이 있으면 언제나 샴페인을 마시는 관례를 만들어놓도록 하자. 샴페인 코르크 마개를 딸 때 나는 '퐁' 소리는 어떤 상황에서나 사람들 사이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고 축제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저렴하고 질 좋은 샴페인을 종류별로 구비해놓고, 샴페인용 플루트 잔도 여러 개 마련해놓자. 언제든지 축배를 들 일을 발견하는 즉시 축하할 수 있도록 말이다. 축배를 들 이유가 따로 정해져 있는 게 아니다! 자, 그럼 친구들을 불러 모아 서로의 행운을 위해 건배를 해보자.
- 유지시켜 주는 요가나 수영, 정원 가꾸기 같은 다양한 활동들을 찾아보고, 주위에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앞으로 다가올 몇십 년은 당신을 지금보다 더 행복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긍정적인 생각으로 40대를 바라보자. 40대야말로 인생의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시기다. 20대에는 조종술을 배우고, 30대에는 자신의 힘으로 방향타를 조종할 수 있게 되고, 40대가 되어야 자신의 인생 항로를 유유히 항해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니 실컷 즐기자. 아직도 즐거운 거리들은 무궁무진하다!
- 나이 들면 좋은 일이 뭐가 있을까 하는 질문에 제일 먼저 떠오른 대답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내가 당신 나이였을 때' 하고 말할 수 있다"였다. 30대가 되니 20대보다는 30대가 30대보다는 40대가 좋다는 말은 거짓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다만 20대만큼이나 30대도 즐거우며 30대만큼이나 40대도 근사하다는 말은 진실임을 믿게 되었다. 그냥 나이 드는 것은 좋은 것이 아니다. 멋지게 나이 드는 것이 좋은 일이다.
- 멋지게 나이 들려면, 해보고 싶은 일은 미뤄두지 말고 그때그때 하고 지나가야 한다.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다면(살짝 문제가 좀 있다 한들 어떤가. 우리가 가끔 잘못도 하고 죄도 지어야 신께서도 '용서'를 하실 수 있지 않은가) 용기를 내어 시도해봐야 한다. 인생 최고의 황금기가 될 수도 있는 40대를 앞두고 과연 무엇부터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면, 그때에는 이 책을 읽어보자. 짧은 데다가 아무 페이지나 펼쳐 읽어도 문제가 없고 고리타분한 설교를 늘어놓지 않으니 더할 나위 없이 반갑다.
- 그렇다고 가볍게 여기지는 말자. 지은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 책에 나와 있는 88가지를 그대로 해보라는 것이 결코 아니다. 자신이 원하는, 자신이 꼭 하고 싶은 88가지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우리 대부분은 너무 바쁘고 너무 소극적이어서 인생에서 자기가 간절히 원하는 것이 무언지 생각도 못하는 헛똑똑이가 아닌가.
'활자가 흐르는 이야기 > Book1'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윤희] 삼개주막 기담회 - 1 (0) | 2022.09.15 |
---|---|
[원종우] 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로소이다 (0) | 2022.09.13 |
[이영도] 별뜨기에 관하여 (2) | 2022.09.13 |
[다른몸들] 돌봄이 돌보는 세계 (0) | 2022.09.10 |
[은희경] 중국식 룰렛 (0) | 2022.09.04 |
[데비 텅] 소란스러운 세상 속 둘만을 위한 책 - 혼자가 좋은 내가 둘이 되어 살아가는 법 (0) | 2022.09.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