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2

[사라 바틀렛] 타로 상징 사전 - 56가지 타로 덱으로 알아보는 타로의 역사와 상징

일루젼 2022. 10. 4.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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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사라 바틀렛 / 윤태이
출판 : 한스미디어
출간 : 2022.06.21



제목과는 달리 타로의 상징 자체를 다루기보다는, 그 덱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이나 작가의 약력을 가볍게 소개하고 덱에 포함된 카드들의 이미지를 소개하는 책이었다. 그럼에도 일독할 가치는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와 완전히 생각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덱 제작자의 배경이나 히스토리에 관해 몰랐던 내용을 새롭게 접하기도 했고, 덱 자체를 처음 알게 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욘 바우어 외 마음에 드는 덱들이 있어 만족스럽다. 

 

덱이 기반한 시스템을 고려해서 분류하지는 않았고, 그보다는 중심 테마가 기호성이 약하고 대중성이 있는지의 여부로 러프하게 나누었다. 어느 정도는 저자의 기호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가장 인지도가 있을 법한 [영향력이 있는 덱]과 대체로 웨이트 계열에 다른 체계의 상징이 많이 쓰이지 않은 덱들을 [초보자의 점술용 덱]으로 소개한다. 이후의 분류는 개인마다 이견이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흥미롭게 읽었다.

 


 

 

이 책은 주로 타로 덱과 그 이야기, 상징, 비밀을 다루지만 
타로를 점술이나 자기 개발 목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알아두면 유용하다. 
아래는 카드 사용법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다.


콜레트 바론-라이드, The Good Tarot
엘리자베타 트레비산, Crystal Tarot
마리 앤젤로, Splendor Solis Tarot
덱마다 상징은 다르게 연결되기도 한다 (좌: Hermetic Tarot, 우: Via Tarot)

 

 


- 점술(Divination)은 '신으로부터 영감을 얻다'라는 뜻의 라틴어에서 유래했으며, 당신 안의 '신'의 반짝이는 흔적과 접촉하는 것이다. '점'을 보거나 신들로부터 영감을 얻고자 할 때 하는 일은 상징의 보편적 언어에 스스로를 활짝 여는 것이며, 이를 통해 우리 모두가 일부이고 또한 신성(神性)이라고도 할 수 있는 무의식의 깊은 작용과 연결된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의 목표와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고자 타로를 이용한다. 타로는 또한 내면의 성찰과 영적 성장, 그리고 대개의 경우 미래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한 결정을 내리는 데 이용된다. 한때는 '운세를 보는’ 도구로 여겨졌으나 타로의 진실은 (이 책에서 소개하는 것처럼) 특별한 덱을 창조하거나 그려낸 사람들뿐만 아니라 당신에 대한 모든 것 또한 비추고 보여주는 것이다. 화가와 오컬티스트, 마법사와 철학자... 그들 모두가 '당신'이다. 

 

- 대다수의 학자들은 타로 덱이 15세기 중반(혹은 더 이른 때라는 주장도 있음)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의 놀이용 카드에서 진화했다는 사실에 동의한다. 보다 자세한 정보를 원한다면 비스콘티 스포르차나 다른 초기 이탈리아 덱에 대한 설명을 읽어보길 바란다. 서로 견제하는 공작들의 위태로우리만치 아름다운 궁정은 트리온피(트럼프)라는 이름의, 위험을 부담해야 하는 카드놀이가 유행하기에 더없이 완벽한 장소였다. 초기의 카드는 손으로 그려졌으며, 새로운 인쇄 기술이 개발된 뒤에도 부유한 후원자들과 귀족들은 자신만을 위한 특별한 덱의 제작을 의뢰하는 일에 비용을 아끼지 않았다. 이러한 덱은 주로 사랑의 정표나 가족들 사이의 선물로 주고받았다. 트럼프 카드는 비유적인 모티프나 중요한 가족 구성원의 초상으로 꾸며졌기에 한 세트의 작은 작품집이나 다름없었다. 이러한 기법은 14세기 후반 비스콘티 가문의 <기도서(Book of Hours)> 등 필사된 책이나 중세의 채색 사본에서 이미 쓰였던 것이다.

- 카드는 오컬트적인 목적으로 쓰였을 수 있으나 전쟁에 미친 공작들도 인문주의적 철학과 오컬트의 부흥에 대한 흥미는 조심스레 감추어야 했다. 교회는 연금술이나 은밀한 마법에 손을 대는 일을 이단으로 간주했기 때문에 18세기 이성의 시대 이전까지는 타로의 명백한 오컬트적 이용이 세상의 빛을 보는 일은 없었다.

 

- 18세기의 과학 혁명 및 계몽과 함께 교회의 교리를 비롯한 전통적 신조와 반하는 새로운 철학이 유럽을 불길처럼 휩쓸었다. 마녀의 사술은 여전히 이단이었으나 새로운 영적 견해나 오컬트의 비밀 조직은 용인되었다. 1781년, 프랑스의 언어학자이자 프리메이슨 일원이었던 앙투안 쿠르드 제블랭(Antoine Court de Gebelin)은 타로라는 명칭이 이집트의 지혜의 신 토트에서 유래했으며 '삶의 장엄한 길'을 뜻하는 상형문자와 관련이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그는 또한 메이저 아르카나가 고대에 불타는 신전에서 구해낸 신비한 지혜가 담긴 평판(板) 모음에서 비롯되었다고 믿었다. 이는 <토트의 서>로, 상형문자와 숫자를 통해 모든 신과 소통할 수 있다는 비밀의 언어를 다루었다. 제블랭의 이집트 연구에 따르면 숫자 7은 강력한 신비의 힘을 지닌 숫자이며, 그는 그만의 타로 형식을 개발하고, 7의 3배수에 해당하는 카드로 이루어진 메이저 아르카나를 제안했다. 몇 년 뒤, 우연에 의해서인지 혹은 영리한 계산에 의해서인지 '에틸라'라고 알려진 프랑스의 오컬티스트가 타로와 점성술 사이의 관계에 대한 그의 견해를 발표하고 오직 점술만을 목적으로 한 최초의 덱을 만들었다.

 

- 타로가 고대 이집트에서 기원했다는 에틸라의 이론은 쿠르 드 제블랭과 멜레 백작의 1781년 저서 <원시의 세계>로부터 영향을 받았을까, 아니면 스스로 생각해낸 것일까? (멜레는 제블랭의 저서에서 타로의 트럼프 21장과 바보 카드가 히브리어 알파벳의 22개 글자와 가지는 신비주의적 연관성에 대한 내용 일부를 저술했다.) 1781년, 성직자이자 오컬티스트였던 쿠르 드 제블랭과 멜레 백작은 그들의 저서에서 타로는 고대 이집트의 필경사들이 신 토트가 밝힌 세계의 비밀을 금판에 새긴 지혜서였다고 주장했다. 에틸라는 쿠르드 제블랭의 저서가 출판되기 한참 전인 1757년부터 타로를 연구했으며, 그로부터 영향을 받은 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에틸라가 카드점의 활용에 대한 소론이 포함된 제블랭의 저서를 읽었을 것이라고 여긴다. 에틸라의 주장은 이집트의 원본 서적이 멤피스의 신전에서 토트를 만나 비밀을 들은 17명의 현자들에 의해 쓰였다는 내용이다. 제블렝과 마찬가지로 이를 뒷받침할 근거는 전혀 없다. 또한 '계몽적 사고'와 이집트의 모든 것에 매료된 집단적 분위기에 사로잡힌 탓인지 모르나, 에틸라는 단순히 시류에 편승하여 보다 더 뛰어난 지식인들의 머릿속에서 빚어진 견해를 대중화했을 뿐이라는 점도 제블렝과 같다. 그러나 이 경우에 타로에 대한 에틸라의 묘안은 훗날 위대한 사업의 핵심이 되었다. 
 

- 타로의 원형이 인간의 정신세계로 흡수될 수 있다는 크롤리의 믿음은 오늘날 우리가 타로 리딩의 개인 심리학적 측면이라 일컫는 것으로 당시에는 혁신적이었다. 여기에 다방면에 걸친 그의 신비주의 지식이 결합되어 탄생한 덱은 점술을 위한 타로일 뿐만 아니라 보다 더 오컬트적인 목적을 가졌다. 프리메이슨 일원이었던 레이디 해리스는 비전(秘傳) 사상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타로나 마법에 대한 지식은 없었기에 타로의 전통적 이미지를 성실히 조사하고, 크롤리가 자신의 저서 <이퀴녹스(Equinox)>에 쓴 타로에 대한 해설을 공부했다. 그녀는 또한 크롤리의 스케치와 메모를 바탕으로 작업에 착수하였으며, 마음에 차는 결과를 얻기까지 한 장의 카드를 여덟 번이나 다시 그리기를 서슴지 않았다. 

 

- 해리스가 설명한 우주 카드에 대한 크롤리의 요약은 기존에 정립된 세계 카드의 개념을 향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세계 카드에 일반적으로 그려지는 여성은 아니마 문디(세계영혼), 또는 가이아로 여겨진다. 그러나 해리스가 그린 뱀에 감싸인 여성은 혼돈 속에서 나신으로 나타나 춤을 추며 뱀의 모습을 한 연인 오피온을 만들어냈다는 고대 펠라스기족의 창조 여신 에우리노메이다. 여기에서 카드는 전 세계적인 '일체'를 나타내며, 해리스의 작품 대부분이 그렇듯, 1969년 발행되었을 때 새로운 세대의 영적 탐구자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레이디 해리스의 그림과 크롤리의 고무적인 시야는 둘 가운데 누구도 덱을 통해 경제적 이득을 보거나 완성된 덱의 모습을 보지는 못했지만) 20세기에 가장 전위적이고, 신비로우며, 큰 영향력을 남긴 덱을 만들어냈다. 

(리뷰자 주 : 또한 페르세포네.)

 

- 르네상스의 골든 타로는 현재 프랑스 국립 도서관에 소장된, 손으로 그려진 미완성 덱을 바탕으로 디자인과 창작이 이루어졌다. 한동안은 샤를 6세, 또는 그링고뉘르 타로라고 잘못 알려졌었으며, 15세기 후반에 이탈리아 북부 페라라를 통치했던 에스테 가문과 연관 지어 에스텐시 덱이라고 알려지기도 했다. 이 카드는 처음에 트리온피 놀이용 덱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어마어마한 의뢰비가 든 세밀화로 이루어진 선물 용도의 우아한 카드였을지도 모른다. 본래 덱 가운데 남아 있는 카드는 17장뿐이기에 창작자 조르다노 베르티와 조 드워킨은 에스테 가문 귀족들이 궁정의 정치를 떠나 휴식을 취하던 별궁인 팔라초 스키파노이아의 계절의 방에 있는 프레스코화의 이미지에서 영감을 찾았다. 스키파노이아(Schifanoia)라는 이름은 '무료함에서 벗어나다'라는 뜻의 스키바르 라노이아(Schivarla noia)에서 유래한 것으로 여겨진다. 1469년, 프란체스코델코사와 코즈메 투라는 이 궁전의 벽에 비유와 점성술의 아름다운 상징과 인물, 모티프를 그렸다. 이후 초상화가 발다사레 데스테가 보르소 데스테 공작의 의뢰를 받아 그림 속 인물의 얼굴들을 더 보기 좋게 다시 칠했다. 그런데 이 에스테 가문은 도대체 어떤 가문이고, 그들이 의뢰한 타로 덱과 비스콘티 스포르차의 타로 덱 사이에는 어떤 관련이 있는 걸까? 

 

- 파리에는 또한 거지와 도둑, 사회 부적응자는 물론 쿠르드 미라클이라는 빈민 지역이 존재했다. 그들만의 법으로 돌아갔던 이곳에서 어린 거지와 도둑들은 살이 썩어 드는 병자부터 앞이 보이지 않는 맹인까지 길에서 구걸하며 어떤 모습이든 연기할 수 있는 기술을 배웠다. 이들은 구걸을 마치고 지저분한 소굴로 돌아올 때는 병이 완전히 나은 건강한 모습이 되었으며, 불결한 삶으로 인한 혼돈과 기만과 공포가 반영된 탑 카드의 악랄해 보이는 인물과도 같은 도둑의 왕의 감독을 받았다. 짤막한 막대기에 달린 인형 머리를 들고 반려동물 같은 것을 품에 안고 가는 모습으로 그려진 바보는 파리의 거리를 행진하던 곡예사나 마술사를 연상시킨다. 파리는 변화하는 사교생활, 최초의 카페와 카바레, 프랑스 국립 극장의 설립, 연극, 행렬, 회전목마와 유랑하는 배우들로 이름을 떨쳤던 도시이다. 태양 카드에는 심각한 표정의 태양 아래에 기이한 모습의 원숭이가 움츠린 여인을 향해 거울을 받쳐 들고 있다. 이 광경은 미신에 몹시 의존했던 마리 드 메디시스와 그녀의 어린 아들 루이 13세, 그리고 리슐리외 추기경 사이의 소란했던 관계를 나타낸 것일까? 

 

- 당대에 유행했던 미술 양식과 조르주 뮤셰리의 점성술도가 반영된 점성술 타로는 전통적인 그 어떤 타로와도 닮지 않은 타로 덱이다. 48장이라는 비교적 적은 수의 카드로 이루어진 덱이며, 별자리마다 세장의 십분각(Decan) 카드로 이루어진 마이너 아르카나와 점성술 행성카드 9장, 달의 교점 카드 1장, 상승점 (Ascendant) 카드 1장, 길성 (Fortune) 카드 1장으로 이루어진 12장의 메이저 아르카나로 구성되었다. 뮤셰리의 십분각 체계는 황도대를 나누는 고대의 점성술 방식인데, 르네상스 시대의 오컬티스트 하인리히 코르넬리우스 아그리파가 즐겨 활용했고, 12세기에 마크 에드먼드 존스 등의 점성술사들에 의해 대중화됐다. 이 체계에 따르면, 황도대의 360도는 36개 분각으로 나눌 수 있으며, 12궁의 각 별자리마다 10도의 분각 3개가 주어진다. 점성술 타로에는 또한 카드가 미래를 점치기 위한 목적뿐만 아니라, 점성술사이자 오컬티스트였던 조르주 뮤셰리가 특히 뛰어났던 것으로 보이는, 스스로에 대해 보다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하는 목적으로 구상되었다는 점을 설명하는 짤막한 책자가 포함된다. 

 

- 솔라 부스카 타로(Sola Busca Tarot)는 15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이탈리아 덱들 가운데 카드 78장의 그림 묘사가 모두 남아 있는 유일한 덱이다. '고전'에서 영감을 얻어 동판화로 그렸다는 이 불가사의한 세밀화는 늘 미술사학자와 타로 전문가 모두를 매료시켜왔다. 화가가 누구인지, 결혼식이나 어떤 의식을 위해 만들어졌는지, 전설 속 영웅들의 묘사가 고전이라면 뭐든 각광받았던 당대의 유행에 따른 것인지, 혹은 작품에 숨겨진 어떤 의미가 있는지 등 이 덱에 대한 수수께끼는 수없이 많다. 이탈리아 북부에서 1491년에 만들어진 이 덱은,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가 2009년에 이탈리아 정부에 판매한 밀라노의 솔라 부스카 가문의 이름을 땄다. 현재는 밀라노 브레라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78점의 판화는 RWS 덱의 핍 카드에 영감을 준 것으로 여겨지며, A.E. 웨이트와 파멜라 콜먼 스미스는 영국 박물관에서 사진 복제품으로 이 작품을 접했다. 

- 일부 미술 전문가들은 이 덱이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인 안코나의 니콜라 디 마에스트로 안토니오가 그린 것이라고 주장하며, 페라라 공작 알폰소 데스테와 안나 스포르차의 결혼을 기념해 미상의 화가가 그린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알폰소가 밀라노 공작 루도비코 스포르차의 조카인 안나와 결혼한 것은 1491년 1월이기에 만들어진 시기로 보면 후자가 더 잘 맞아떨어진다. 같은 날에 루도비코 또한 알폰소의 누이인 베아트리체 데스테와 결혼했으며, 합동결혼식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지휘했다. 정치적 관점에서 이 결혼은 두 가문의 결속을 공고히 하려는 목적이었다. 에스테 가문의 통치자들이 거의 그랬듯, 알폰소는 미술은 물론 인문주의나 마법에 관련된 모든 것들의 인심 좋은 후원자였다. 훗날에는 이탈리아 궁정의 악명 높은 팜므파탈 루크레치아 보르자의 마지막 남편이 되는 영광을 얻기도 했다. 

 

- 이 덱에는 연금술과 헤르메스주의에 대한 암시가 곳곳에 등장한다. 연구자들은 솔라 부스카가 '납을 금으로 바꾸는 학문', 혹은 보다 비밀스럽고 심오한 의미로 말하자면 인간성의 납을 영적 계몽의 금으로 바꾸는 연금술의 지식을, 문학 속 로마의 세계에서 가져온 은밀한 역사적 서술 뒤에 숨진 비밀 필사본인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연금술 사상은 르네상스 시대의 부유한 엘리트층 사이에서 크게 유행했다. 의례적 마법과 점성술, 연금술에 대한 깊은 관심은 통치자로서 권력을 유지하고, 위험과 폭력이 난무하는 시대에 살아남아 통제를 잃지 않고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일상적 전략에 있어 필수적인 부분이었다. 덱 곳곳에서 개인의 깨달음으로 향하는 이러한 연금술 과정을 가리키는 중의적인 철자나 상징을 볼 수 있다. 

- 솔라 부스카는 중세 시대 베네치아의 사본 <비밀의 비밀(Secretum Secretorum)>과 어느 정도 들어맞는 듯 보인다. 이 사본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와 그의 제자 알렉산더 대왕이 주고받은 서신으로 이루어졌으며, 아리스토텔레스가 알렉산더 대왕에게 점성술과 연금술, 마법과 철학의 신비와 더불어 이러한 힘을 다스리는 방법을 가르친다. 중세 시대에 알렉산더 대왕은 영웅적이고 신화적인 인물로 그려졌으며, 귀족 사회에서 가장 이름을 날린 역사적 인물이었다. 고대에도 이미 신격화되었으며, 그리핀이 끄는 마차를 타고 하늘로 올랐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이 덱에서는 알렉산더 대왕이 소드의 킹으로 등장한다. 그와 관련된 다른 인물로는 소드의 나이트 아모네가 있다. 아모네는 신화 속 알렉산더의 아버지이자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와 이집트의 신 아몬이 결합된 신적 존재 제우스 아몬이다. 소드의 퀸 올린피아는 신화 속 알렉산더의 어머니이자 '뱀 여인'으로 불렸던 올림피아스이다. 

 

- 알렉산더의 '마법사 스승'은 컵의 나이트에서 볼 수 있듯 나타나보라고 알려진 인물과 함께 등장한다. 알렉산더 대왕은 새로운 '태양'이라고도 불렸는데, 태양은 고대 연금술에서 금의 상징이자 연금술로 만들어지는 현자의 돌, 혹은 라피스 필로소포룸(Lapis philosophorum)의 상징이다. 트럼프 카드 올리보에는 태양의 승리가 묘사되었으며, 널리 알려진 연금술의 생명체로, 가루를 내어 '금'의 주요 재료로 쓰인다는 바실리스크가 등장한다. 이탈리아 전문가들이 덱을 더 연구하여 대담한 헤르메스 주의 마법사이자 신비주의 철학가 루도비코 라자렐리가 덱의 창작자일 수 있다고 밝혀냈다. 라자렐리는 15세기 후반에 연금술과 헤르메스 주의의 영향력과 힘으로 페라라와 우르비노, 파도바, 베네치아의 궁정을 지배했던 인물이다. 그가 정말 이 비밀스러운 작품의 진짜 지휘자일까? 만테냐 덱을 알아보며 살펴봤듯, 라자렐리는 신비주의자이자 시인이었고, 헤르메스 주의 마법의 대가였다. <헤르메티카(Hermetica)>는 2세기의 사본 모음으로, (베네치아 사본과 비슷하게) 마법사 헤르메스 트리스메기스트수와 비전(秘傳) 지혜의 제자 사이에 오가는 대화 형식으로 기록되었다. 15세기 후반에 마르실리오 피치노가 번역했으며, 이 사본이 헤르메스주의에 깊이 매료된 라자렐리로 하여금 이 작품을 만들도록 하였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컵 10 카드의 인물은 중세 시대 판화 속의 헤르메스 트리스메기스투스와 비슷한 터번을 쓴 남자가 등장한다. 연금술과 헤르메스 주의 문서에 등장하는 다른 상징으로는 완드 3에서 인물의 머리로부터 뻗어 나오는 일루미나토(현자의 깨달음), 야누스 라치니우스의 판화와 디스크 9 카드의 연금술 용광로, 연금술과 마법의 ... 

 

- 요제프 파울 오스발트 비르트는 그의 저서를 통해 타로가 여러 규율들에 어떻게 부합하는지를 세심히 설명했다. 철학의 맥락에서 저술하면서 바보 카드에 번호가 매겨지지 않은 이유를 숙고하였는데, 번호가 매겨지지 않은 카드이기에 마법사의 앞도, 세계의 뒤에도 오지 않지만 만약 카드를 하나씩 원이나 바퀴 모양으로 내려놓는다면 바보 카드는 시작과 끝 사이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따라서 바보는 우리의 본질인 무한대 기호인 것이다.  

 

- The English Magic Tarot. 이 독특한 덱은 이야기를 다른 차원에서 풀어놓는다. 강렬한 이미지로 그려진 인물들(대다수는 현실 속 지역 사회의 친구들을 바탕으로 그렸다)은 영국의 역사에서 마법과 오컬트가 가장 활발히 이루어졌던 15세기 후반부터 17세기 중반의 인물들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마법사 카드에 등장하는 인물은 엘리자베스 1세가 총애했던 점성술사 존 디 박사다. 둘째로 레처는 무작위로 색을 입힌 글씨와 특이한 알파벳, 거울 문자를 이용해 비밀스러운 메시지와 암호를 더했다. 예를 들어 여황제 카드에 거꾸로 쓰인 글씨를 거울에 비춰보면 'solid thing'이라는 문구가 드러나는데, 이는 단서의 일부로 다른 모든 수수께끼와 합쳐지면 덱을 하나로 묶는 고대의 진리를 향한 오컬트의 보물 찾기가 시작된다. 이 덱의 형식은 RWS를 따랐다지만, 읽는 이들이 보게 되는 생생한 이미지와 마법적 수준은 새로운 기원이다. 이 '추리 소설' 타로는 레처가 부활시킨 르네상스 시대의 기억술로 보완됐는데, 이 기억술은 당대의 오컬티스트들이 사고를 더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리고자 썼던 것이다. 기억 극장 기술의 위대한 창안자는 15세기 이탈리아의 철학가 길리오 카밀로였으며, 존 디 박사, 마법사이자 철학가 조르다노 브루노 등의 인물도 그밖에 다른 기억술 체계를 사용했다. 상징적이고 창의적인 마인드 매핑 기술의 일종인 기억 극장은 고대 로마에서 정보를 기억해 내거나 창조해 낼 때 쓰던 연상법과 유사하다. 아이디어를 저마다 다른 방이나 공간에 둠으로써 필요할 때 해당하는 방 안을 걷는 상상을 해서 아디이어를 기억해낼 수 있는 것이다. 이 기술은 카드에 담긴 '아이디어'와 카드의 상징적 이미지를 연상 지어서 그 의미를 기억해냄으로써 타로카드의 리딩에도 적용할 수 있다. 타로는 그 자체로도 여러 차원에서 우리에게 말을 건네지만 이 덱은 더욱 많은 차원에서 말한다. 삶, 수수께끼, 단서, 그리고 아이디어와 상징의 짜임새에 녹아들어 있는 카드 속 인물들이 사용자가 우주와의 마법적인 연결점을 재발견할 수 있게 해 준다. 이 덱은 또한 내 안에 감춰진 오컬트 지식 망의 이해를 향한 길을 열어준다. 

 

- The Hermetic Tarot. 모티프로 나타낸 황금의 효 교단의 헤르메스 주의 사상. 흑백 이미지의 헤르메스 주의 타로는 오컬트의 기호와 상형문자로 가득하며, 새뮤얼 매더스(황금의 효 교단 창시자)의 타로 체계에 바탕을 둔 아주 섬세한 덱이다. 창작자인 고드프리 다우슨은 서양 점성술의 요소와 함께 황금의 효 교단이 해석한 카발라의 상징을 더했다. 메이저 아르카나의 각 카드 왼쪽 모서리에는 카드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글씨도 등장한다. 천체 십분각의 낮과 밤의 천사 이름도 마이너 아르카나의 모든 카드에 들어갔다. 황금의 효 교단의 양식에서 여사제는 은성의 여사제로, 황제는 권능자들의 딸로, 교황은 영원한 신의 마법사로 다시 이름 지어졌다. 연인은 신성한 목소리의 아이들로 불리며, 카드에는 널리 알려진 그리스 신화 속 페르세우스와 안드로메다 이야기가 묘사됐다. 안드로메다는 바위에 사슬로 묶여 넵투누스의 심해에서 올라온 괴물에게 잡힐 위기에 처했고, 페르세우스가 검을 휘두르고 메두사의 머리로 괴물을 돌이 되게 한다. 앞선 타로의 연인 카드와 달리 여기에는 연인의 결합 전 모습을 담았는데, 연금술에서 코느융티오(Conjuntio)라고 하는 이 결합은 결합을 촉발할 촉매를 필요로 하며, 연금술 변형의 여러 단계에는 결합 이전에 순물과 불순물을 나누는 분리 과정이 존재한다. 

- 매더스는 이 신화를 이용해 완전함을 달성하고자 하면 혼란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설명했다. 타로 리딩에서 이 카드는 우리가 홀로 남을 운명을 타고나지는 않았으나 나 자신과 내면의 혼란, 개별성을 받아들여야만 진정한 결합이 이루어질 수 있음을 나타낸다. 나 자신을 사랑하고, 나의 실수나 혼란까지 사랑해야만 타인을 사랑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덱은 납을 금으로 바꾸는 연금술의 과정을 나 자신의 심오한 심리적, 영적 변화로 드러낸다. 덱에 담긴 연금술의 복잡성이 돋보이지만, 풍부한 상징들 사이에는 세계영혼과 우리 사이의 연결을 밝힌다는 이 타로의 또 다른 측면이 감춰져 있다. 

(리뷰자 주 : 개인적으로는 이 덱의 히브리 알파벳 연결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스플렌더 솔리스 타로는 내 안에서 일어나는 연금술적 변형의 과정의 이해로 향하는 불 밝힌 길이다. 메이저 아르카나는 장인, 혹은 과정에서의 변화를 일으키는 힘을 드러내는 원형이며, 마이너 아르카나의 네 슈트는 영과 혼, 몸과 마음이라는 네 개의 세계를 표현한다. 이 덱의 바탕이 된 연금술에 관한 채색 필사본 <태양의 영광(Splendor Solis)>은 1582년경에 만들어졌으며, 파라켈루스의 스승으로 추정되는 전설적인 인물 살로몬 트리스모신이 남긴 것으로 여겨진다. 사본은 상징적인 연금술의 죽음과 왕의 부활을 그린 22개의 연속적 이미지로 이루어졌다. 이미지에는 각각 당대에 알려졌던 주요 행성과 연관된 일곱 개의 플라스크, 또는 증류기가 등장한다. 덱의 창작자 마리 앤젤로는 원형적 주제와 융 심리학의 저자이자 학자이고, 삽화가 데비 바치는 화가이자 출판인이며 25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타로 리더이다. 두 사람은 자기 내면의 황금을 발견하라는 연금술의 비밀스러운 메시지를 드러내고자 이 독특하고 아름다운 덱을 함께 만들었다. 둘은 이 메시지가 숨겨져 있지만 타로를 이용해 드러낼 수 있다고 믿는다. 

 

- 뛰어난 판화가이자 화가, 삽화가인 수전 제임슨은 영국 남부에 살며, 마법 단체의 회원이다. 이 아름다운 덱은 크롤리의 토트 덱의 텔레마 전통과 더불어 카발라, 연금술, 점성술 등 그밖에 여러 주제에서 영향을 받았다. 비아 타로는 원형적 주제와 신화를 상징주의가 풍부하게 담긴 생생하고 조형적인 삽화로 묘사하고 있으며, 레이디 프리다 해리스가 그린 토트 덱의 추상적인 삽화보다 훨씬 공감하기가 쉽다. 제임슨은 메이저 아르카나의 이미지가 꿈을 통해 그녀에게 처음 내려왔고, 이후에는 흑수정으로 점을 치는 의식을 통해 전해졌다고 회상한다. 마이너 아르카나는 제임슨 자신의 내면과 영적 수행, 그리고 크롤리의 메모와 디자인을 해석한 내용을 통해 영감을 얻었다. 코트 카드의 인물들은 극적이고, 생동감 넘치며, 주로 풍경이나 (컵의 공주처럼) 바다와 함께 그려졌다. 비눗방울 같은 구를 든 인물들에는 극적인 표정이나 움직임을 부여해 각 카드에 담긴 에너지를 드러냈다. 예를 들어 완드의 에이스에는 힘이 넘치는 불길이 타오르는 완드를 높이 치켜들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카드에 담긴 열정과 불의 요소와의 연관성을 나타낸다. 수잔은 평소 유화를 즐겨 그리지만, 이 덱의 삽화는 색연필로 그려졌다. 영적인 리딩과 내면의 성찰, 개인의 성장과 마법 명상을 위한 근사한 토트풍의 덱이다. 

 

- 로제타 타로의 창작자는 화가이자 텔레마이트(크롤리의 '네 의지대로 하라' 철학의 추종자)이며 신비에 싸인 M.M. 멀린이다. 크롤리의 토트 덱을 바탕으로 한 이 덱에는 점성술과 연금술, 카발라의 상징이 가득하다. 이 덱은 타로가 황금의 효 교단에 뿌리를 둔 보편적 언어를 말한다고 보여준다. 신성한 빛의 타로에서 보았듯, 황금의 효 교단은 고대부터 이어져온 이러한 오랜 관련성을 자신들의 신념체계에 맞춰 재정비했다. 이 덱에는 각 슈트의 특성을 반영하고자 여러 미술 재료가 사용됐다. 덱에서 정신의 다섯 번째, 혹은 전형적인 영(Spirit) 슈트로 여겨지는 메이저 아르카나는 아크릴 물감으로 그렸다. 완드(불) 슈트는 색연필과 아크릴 물감을 조합해 그렸으며, 소드(공기) 슈트는 드라이포인트 에칭기법으로 그리고 이후에 아크릴 물감을 손으로 칠해 완성했다. 컵(물) 슈트는 수성 잉크와 물감을 섞어 그리고 아크릴 물감을 더했으며, 디스크(흙) 슈트에는 유성 안료와 아크릴 물감을 썼다. 모든 슈트에 아크릴 물감을 써서 카드의 영적 요소를 강조했다. 멀린은 이 타로를 크롤리로부터 영감을 얻어 만들었지만, 덱에는 연금술의 상징이 더 많이 쓰였다. 디스크 3 카드에는 벌집의 방을 만들고 있는 말벌이 묘사됐다. 각 방에는 알이 들어 있으며, 알에는 각각 수성, 황, 소금을 나타내는 상형문자가 있다. 디스크 5 카드에는 다양한 시계의 메커니즘이 그려졌고, 디스크 9 카드에는 주판이 등장한다. 

- '로제타'라는 이름은 19세기가 시작될 무렵 로제타에서 발견된 기원전 196년의 화강암 비석인 로제타석을 가리킨다. 비석에는 이집트 상형문자와 민중 문자, 고대 그리스어 문자가 새겨져 있어 이전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이집트 상형문자의 해독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와 비슷하게 로제타 타로는 이집트의 상징주의와 그리스의 신화와 철학, 연금술의 상징주의를 한 덱에 엮어냈다. 만약 타로가 언어라면, 더 깊은 이해를 향한 길을 열고, 읽는 이로 하여금 그들 내면 안에 작용하는 원형과 이어지도록 도와줄 존재는 독특한 언어의 조합을 지닌 이 덱이 될 것이다. 이 덱은 또한 명상과 자기 발견, 혼이 담긴 변화를 위한 강력한 도구이기도 하다.

- 어쩌면 '타로는 그 자체만으로 지적인 존재'라는 알리스터 크롤리의 믿음은 많은 이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맞는 말인지도 모른다. 초기의 덱에 얽힌 이야기와 비밀, 창조적 공모자들에 대해 읽다 보면, 혹은 창작자가 타로의 원형적 성질을 존중하고 활용하여 그들만의 창조력을 내보인 현대의 타로를 살펴보면, 살아 있는 타로의 힘과 교감하게 된다. 타로가 에너지라면, 목소리라면, 비밀이라면, 지능이라면, 지금껏 있었던 모든 것과 앞으로 있을 것의 전령이라면, 어떤 면에서는 신성한 것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타로에 의지하여 '세계와 하나 되는'순간을 찾을 수 있으며, 그때에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는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진실을 알 수 있다.

 

- 타로는 특이한 모순이다. 잔인하리만치 솔직하지만 앞으로 나아갈 길을 알려줄 만큼 다정하다. 타로는 결코 거짓말하지 않으며, 언제나 진실만을 말한다. 메시지를 읽는 이와 메시지의 새로운 버전을 그리고 만들어내는 이를 투영할 뿐만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깊이까지 비춘다.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는 '얼굴을 보려면 거울을 보고, 영혼을 보려면 예술 작품을 보라'고 했다. 어쩌면 타로는 가장 뛰어나고 근사한 예술 작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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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로는 자신이 가진 기회를 발견하고 이렇게 알게 된 것을 활용하기 위한 객관적 방식으로 여겨진다. 타로는 질문이나 문제에 관련된 지금의 상황(보통 '지금의 나' 카드에 해당)을 밝히고, 현재 이 순간 이전에 있었던 영향(과거 카드)과 가까운 미래에 있을 영향과 벌어질 일 (미래 카드)을 드러낸다. 물론 진화하고 살아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끊임없는 변화를 겪기 때문에 운명과 자유 의지가 늘 서로 맞아떨어지지는 않는다. 운명은 의도와는 상관없는 것으로 여겨지고, 자유의지는 개인의 선택을 통해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선택을 내리는 것과 예상치 못한 일들을 마주하는 것은 모두 세계 속 '나'의 깊은 울림의 일부이다. 따라서 이 둘은 모든 순간의 일부이며, 타로를 이용할 때는 두 에너지가 동시에 작용하므로 '내 운명은 정해져 있어'라는 생각보다는 '내 기질이 나의 운명이야'라고 생각해 보자. 

 

- 르네상스 시대에 공작과 귀부인, 악인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카드놀이로 포장된 세밀화 모음으로 처음 등장했을 때 타로는 세상을 보는 새로운 방식을 보여주었다. 하늘과 별은 더 이상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부였으며, 고대의 사상이 세계는 개인의 내면에 있다는 깨달음을 다시금 일깨웠다. 당시에 타로가 손에 쥔 호화로운 아름다움을 통해 비밀스럽고 심오한 사상을 전파하는 은밀한 방법이었든, 혹은 그저 르네상스 시대의 비유적 장치에 불과했든, 뒤따라갈 타로의 유산을 위한 선례를 남긴 것은 분명하다. 비스콘티 스포르차 덱의 이야기는 다소 깊이 있게 다루었는데, 이 덱이 과거에나 현재에나 그러한 유산의 전형이기 때문이다. 

- 비스콘티 스포르차 덱은 이후의 타로를 위한 선례를 남겼을 뿐만 아니라 르네상스 시대정신의 중심에 자리한 부패와 음모, 권력은 물론 마법적 계시를 향한 탐색이 반영되어 있다. 화려한 행사와 고전 우화, 무자비한 가문들과 그들 사이의 권력 투쟁은 심오한 그리스 철학, 떠오르는 인문주의와 다툼을 벌였다. 타로라는 세밀화 모음과 채색 사본 그 자체가 르네상스 시대를 그대로 보여준다.

 

- 이러한 이탈리아식의 미술은 유럽 전역으로 뻗어나간 카드놀이의 보급과 제작 측면에서 높은 기준을 세운 마르세유 인쇄 업계의 카드 제작자들에 의해 금세 선두를 빼앗겼다. 그러나 마르세유 양식의 덱들 또한 타로의 점술적 측면에서 새로운 시장의 가능성을 엿본 어느 약삭빠른 프랑스인에 의해 밀려나고 말았다. 18세기 후반의 계몽된 프랑스의 전형적인 인물인 오컬티스트 에틸라는 대중에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상품화하여 사업의 시류에 잽싸게 편승했다. 

- 19세기 후반에 이르러 에틸라의 덱과 같은 '점술' 카드는 응접실의 오락거리로서는 물론 심오한 비전(秘傳)의 사상가들 사이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오늘날 우리가 아는 가장 상징적인 덱 가운데 하나인 라이더 웨이트 스미스 덱(RWS 덱으로 불림)은 신비주의에 다방면적인 뿌리를 둔 영국의 오컬티스트가 상상력이 풍부한 무대 디자이너와 함께 만들어냈다. 그리고 1930년대 후반에는 상류층 화가 레이디 프리다 해리스(Lady Frieda Harris)가 오컬트의 악당 알리스터 크롤리를 설득해 신비주의 미술 작품의 창작을 함께 하였으며, 제작된 타로 덱은 두 사람의 사망 이후 약 30년이 지나도록 발행되지 못했다. 

 

- 가장 오래되고, 아름다우며, 흥미로운 타로 덱 가운데 하나인 비스콘티 스포르차는 가장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기도 하다. 이 덱은 정교하게 그려진 세밀화 속에 짜여 넣어진 두 통치자 가문의 운명과 성쇠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 깊은 무언가를 드러낸다. 다양한 비스콘티 스포르차 덱의 버전은 15세기 초반에 만들어졌다. 여기에 실린 피어폰트 모건 덱은 그 가운데 가장 온전한 것으로 여겨지며, 비앙카 비스콘티와 프란체스코 스포르차가 밀라노 공작 작위를 계승한 1450년경에 만들어졌다. 55장의 핍 카드(숫자 카드)와 22장의 트럼프 카드(메이저 아르카나)는 세계 곳곳의 여러 박물관 및 개인 수집가들이 실제 소장하고 있는 카드들로 구성된다. 원본 카드 가운데 네 장(악마, 탑, 코인의 나이트, 소드 3)은 소실이나 훼손된 것으로 여겨지며, 덱을 온전히 하기 위해 여러 차례 새로이 만들어졌다.

 

- 본래 부와 권력의 상징이나 유행하는 카드놀이의 호화판으로 선물하고자 의뢰되었기에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 덱에 비밀이나 점술에 대한 그 어떠한 것도 담겨 있지 않다고 여긴다. 대다수의 미술사학자들은 트럼프 카드에는 가문의 문장이나 당대에 널리 알려졌던 비유적 상징 정도만이 쓰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부 타로 전문가들은 트럼프 카드에 비전(秘傳)의 진실에 대한 숨겨진 단서가 담겼다고 믿는다. 

- 15세기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에서는 각 도시 국가마다 부유한 가문의 궁정에서 고전 예술과 신화의 상징주의, 고대 철학이 융성했다. 위험을 감수하는 카드놀이로 당시 유행했던 ‘트리온피(trionfi)'는 카니발과 비슷한 고대 로마의 가두 행진에서 유래하여 공작의 영광을 드높이는 승리(triumphs)의 행렬에서 이름을 땄을 것이다. 이탈리아 전역에 걸쳐 부유한 가문들이 화가가 직접 그려내는 다양한 덱을 의뢰했으나, 이러한 덱의 트럼프 카드에는 대개 어떠한 체계 내에서 고전의 신이나 기독교의 덕목이 그려졌으며, 비스콘티 스포르차 덱의 카드와 비슷한 것은 없다.

 

- 르네상스 시대는 우화적 향수(鄕愁)뿐만 아니라 되살아나 들끓어 오르는 비전(秘傳)적 사고의 온상이기도 했다.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이러한 지적 시대의 주요 인물이었으며, 이는 15세기의 철학자이자 인문주의자였던 게미스토스 플레톤의 가르침 덕분이기도 했다. 플레톤의 가르침에 감명받은 피렌체 공작 코시모 데 메디치는 1462년에 점성술사이자 학자였던 마르실리오 피치노에게 플라톤의 저서를 번역하도록 의뢰했다. 

- 플레톤의 또 다른 열렬한 제자로는 화가 보니파초 벰보가 있으며, 1420년대에 3대 밀라노 공작 필리포 비스콘티로부터 카드 제작 의뢰를 받고, 이후 1450년에 비앙카와 프란체스코를 위한 덱의 대부분을 그린 바로 그 화가이다. 플레톤의 신플라톤주의 사상과 함께 헤르메스 주의라는 비밀스러운 사상의 새로운 물결이 유럽의 궁정들에 퍼져나갔으며, 마법이 이단의 경계 위를 아슬아슬하게 오갔다. 이러한 인문주의적 사상의 위태로운 물결은 공작령 궁정의 '지적 엘리트'들 사이에 스며들었다. 궁전의 서고는 점성술과 그 밖의 비전의 학문에 대한 귀중한 사본과 문서로 가득 채워졌다. 

- 점성술과 마법의 전통이 풍부했던 이탈리아지만 이러한 사상은 사술과 어떤 식으로든 밀접하게 연관된 탓에 대부분 지하에 숨겨졌다. 별을 보고 점을 치는 일은 흔했으며, 점성술을 익힌 의사들이 자손 생산이나 출정, 결혼을 하기 좋거나 독살을 피할 수 있는 시기를 예측하며 권력층에 자문을 제공하곤 했다.

 

- 비앙카 비스콘티의 아버지인 필리포는 미신을 신봉했던 것으로 보인다. 필리포의 전기 작가이자 점성술에 관심이 있었던 데쳄브리오는 세상을 등진 소시오패스인 공작이 어둠과 지저귀는 새, 번개를 두려워했다고 전했다. 흥미롭게도 주로 번쩍이는 번개와 불타오르는 탑이 그려진 탑 카드가 유실이나 훼손되었다. 델라 토레 가문은 13세기부터 14세기 사이에 비스콘티의 숙적이었는데, 델라 토레 가문의 문장에는 거센 불꽃이 타오르는 탑이 등장한다. 덱에 탑 카드가 포함된 것은 추후에 일어날 델라 토레 가문의 몰락에 대한 암시일지도 모른다. 

- 그렇다면 탑 카드는 미신을 신봉하는 공작과 훗날 그의 뒤를 이은 스포르차 앞에 놓여도 재앙의 심각한 징조를 나타냈을까? 필리포는 카드놀이를 즐겼으나 트리온피 덱을 보다 진중하게 쓰기를 선호했다고 알려졌다. 그 말은 공작이 카드를 보다 초속적이고 계몽적인 놀이에 썼다는 뜻일까? 1412년 필리포는 권력을 장악하고 3대 밀라노 공작의 자리에 올랐다. 전해진 바에 의하면 이후에 (유산을 차지하고자) 나이가 두 배 많은 부인 베아트리체를 죽일 음모를 꾸몄고, 그녀는 결국 간음했다는 누명을 쓰고 사형당했다. 트럼프 카드가 '심판'일 수도 있는 것이다. 한 쌍의 연인이 무덤 속에서 고개를 들고 신의 구원을 빌고 있다. 둘 사이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또 다른 얼굴은 어쩌면 필리포 또한 해명을 구하고 있다는 암시일지도 모르다. 

- 스포르차 또한 행성들이 하늘에 그려내는 조짐과 징후에 집착했다. 1450년 밀라노 공작의 자리에 올랐을 때 스포르차는 비앙카의 점성술 내력과 그에 따른 미신적 마음가짐에 영향을 받아서 매일 점성술사들을 만나 조언을 구했으며, 그의 후계들이 그러했듯 평생 동안 점성술에 매달리고 의존했다. 귀중한 세밀화가 그려진 카드 또한 '조짐'이었던 게 아닐까. 가문의 역사가 건네는 경고를 그림으로 그려낸 교훈으로서의 타로는 어떻게 행동하고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에 대해 두려움을 자아내거나 혹은 현명하게 깨우쳐 주었을 수 있다. 또 그와 동시에 비전(傳)의 사상이 은밀히 지켜질 수 있는 권력자들의 손에 이에 대한 단편적인 통찰력을 제공했는지도 모른다.

 

- 프란체스코 스포르차는 용병 가문에서 태어났다. 타협을 모르는 성격이었던 그의 아버지는 더 높은 계급의 장교로부터 ('힘'을 뜻하는) 스포르차라는 이름을 받았다. 공작의 서녀인 비앙카보다 나이가 두 배 많았던 프란체스코는 1441년에 그녀와 결혼하고 두 가문의 결합에 따른 새로운 상징들을 채택하였다. 카드의 대다수에 등장하는 금빛 배경 위에 신성하게 빛나는 태양이 그중 하나이다. 

- 트리온의 일반적인 슈트는 군인을 상징하는 소드, 귀족을 상징하는 완드, 성직자를 상징하는 컵, 상인을 상징하는 코인(펜타클)으로 구성됐다. 코트 카드에는 비스콘티 가문의 문장과 모티프, 교묘한 상징이 들어갔다. 예를 들어 여황제는 위풍당당한 비스콘티의 독수리 문양이 그려진 방패를 들었고, 상징적으로 엮인 가문의 다이아몬드 반지 문양의 옷을 입었다. 기사들은 말에 가문의 문장을 달았으며, 궁정 인물들의 대부분은 (머리카락 색이 어두웠던 필리포를 제외하고) 비스콘티 가문에 대대로 전해 지는 금빛 머리카락을 가졌다. 

- 신플라톤주의 사상 또한 비스콘티의 궁정화가 벰보와 그의 작업실을 통해 여과되어 깃들었을 수 있다. 트럼프(메이저 아르카나) 카드는 번호가 매겨지지 않았다. '마트'라고 알려진 바보는 내륙 지방에서 요오드 결핍으로 인해 흔히 발생하던 갑상선종을 앓는 초췌한 남자로 그려졌다. 그러나 어쩌면 이 '마트'는 궁극적 바보인 신이 변장한 모습이거나 플라톤의 데미우르고스(세계를 창조하는 신) 그 자체가 아닐까? 전형적인 노인으로 그려지는 은둔자는 고전 신화와 중세 기독교 상징주의 곳곳에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여기서는 긴 막대를 들고 모래시계를 바라보고 있으며, 사트르누스/크로노스와 '시간'을 나타낸다. 그러나 베노초 고촐리의 작품 속 플레톤의 초상과 묘하게 닮은 모습이기도 하다. 어쩌면 벰보는 살아 있는 신플라톤주의자의 세밀화를 통해 제게 고대의 진리를 가르쳐준 그의 '스승'을 교묘히 암시한 것은 아닐까? 

 

- 협잡꾼의 전형인 마법사는 세계 신화 속에서 가장 오래된 존재 가운데 하나이다. 여기서는 탁자 앞에 앉아 마법의 재료를 다루고 있는 모습이다. 오른손 아래에 자리한 특이한 모자는 마법과 연관이 있는 그리스의 신 헤르메스가 쓰던 챙 넓은 모자와 비슷하다. 헤르메스는 마술사(illusionist)였다. 그는 아이디어를 전달하고, 마법을 일으켰다. 이집트의 토트와 동화된 존재로 헤르메스 주의 철학의 '세 번 위대한 헤르메스'를 연상시키는 고대의 장난꾸러기 신이었다. 

- 여교황(여사제)은 일부 학자들에 의해 비앙카의 조상 마이프레다 피로바노를 나타낸다고 여겨진다. 마이프레다는 수녀였으며, 죄인을 포함한 모두의 구원을 설파했던 신비주의자 굴리엘마 라 보에마의 열성적인 추종자였다. 마이프레다와 그녀를 따르던 안드레아 사미타는 결국 이단으로 화형 당했다. 그러나 플레톤과 신플라톤주의 사상으로 가득 찬 벰보의 작업실에서 그려졌다면 여교황은 또한 플라톤의 디오티마가 변장한 모습일 수도 있지 않을까? 만약 그녀가 디오티마라면 전형적인 무녀일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의 미래를 예언해 내는 사람일 수도 있지 않을까?

- 필리포의 서고의 1426년자 서고 목록에는 주사위를 던져 점을 보는 방법을 설명하는 <소르테스 택실로룸>을 비롯해 연금술, 철학, 신화, ‘기억술’, 점술에 대한 방대한 양의 서적이 올라있다. 스포르차의 파비아 성 서고에도 흙점(땅 위에 놓인 흙이나 돌의 무작위한 형태나 무늬를 해석해 점을 치는 법)에 대한 알포돌의 신비로운 저서 <자유 심판과 심의>를 비롯해 연금술, 점성술, 예언 및 점술에 대한 수많은 서적이 있었다.

- 점성술사와 예언가, 마법과 플라톤, 헤르메스 주의 사상에 둘러싸인 채, 부와 권력을 쥔 공작 앞의 탁자 위에 드리워진 세밀화 작품들은 삶이 과거뿐만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그들의 눈앞에 펼쳐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식이었다. 가문의 운명과 성쇠에 대한 이미지들은 그들의 운명의 순환성을 보여줬으며, 이는 결국 타로의 목적이기도 하다. 만약 비스콘티 스포르차 가문이 통치자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하거나 끔찍한 운명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점술과 점성술의 지식이 가지는 힘을 믿었다면, 타로는 그 가운데 가장 교묘하고, 비밀스러우며, 예술적인 방식이었을 수 있다. 

 

- 대중적으로 마르세유 타로라 알려진 이 덱은 15세기 초반부터 16세기경 북부 이탈리아의 덱에서 파종되었다. 타로 드 마르세유라는 이름은 1930년대에 프랑스의 카드 제작자 그리모가 붙인 것으로, 마르세유의 니콜라 콩베르가 18세기에 제작한 특정 버전의 덱에서 이름을 땄다. 마르세유 양식은 점술과 카드놀이 목적으로 쓰이는 가장 대중적인 타로 덱 가운데 하나이다.

 

- 1499년 프랑스의 찰스 8세가 밀라노를 침략하면서 도시는 1535년까지 프랑스의 지배를 받았다. 이에 타로키(tarrochi)라는 도박놀이의 인기가 프랑스와 독일, 스위스로 빠르게 전파되었다. 초기에는 목판과 스텐실을 이용해 채색한 덱이 제작되었으며, 인쇄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새로운 방식으로 대체되었다. 인쇄로 제작된 타로 덱 가운데 프랑스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덱은 리옹의 카텔랑 조프루아가 발행한 것으로, 1557년에 만들어졌다. 

 

- 당시 마르세유는 번창한 항구일 뿐만 아니라 제지와 인쇄 산업으로 막대한 이익을 거두었으며, 17세기 중반에 달해서는 타로키 놀이용 카드 제작의 중심지가 되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마르세유 덱은 장 노블레가 제작한 것(1650~60년경)으로, 이탈리아 덱의 영향을 크게 받았으며 강렬한 이미지가 매우 두드러진다. 장 노블레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적으나 카드 제작의 장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는 소박한 편이지만 카드의 크기가 당대의 카드들과 비교해 대단히 작으며, 표제가 달린 첫 덱이기도 하다. 메이저 아르카나는 다른 일반적 덱의 이미지를 독창적으로 변형해 구성되었으며, 초기 이탈리아의 덱과 유사한 비전(秘傳)의 상징주의 또한 쓰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마법사의 모자는 무한대 기호와 같은 모양으로, 우주의 끝없는 순환을 의미한다. 한 손에는 (지식과 성장의 상징인) 도토리를 들었고, 앞에는 도박과 점술에 널리 쓰였던 주사위 세 개가 놓여 있어 밀라노 공작의 서고에 주사위 등의 도구를 이용한 점술에 대한 서적이 가득했음을 떠올리게 한다. 

 

- 별은 앞선 비스콘티 스포르차 덱의 이미지에서 이미 정직, 진실, 신의 인도를 상징했고, 그리스 신화에서 진실은 여신 이리스로 묘사되곤 했다. 이리스는 신들이 신성한 맹세를 할 때마다 스틱스 강물을 길어 병에 담아오는 역할을 맡았으며, 거짓을 말한 신이나 여신은 일 년 동안 혼수상태에 빠지는 벌을 받았다. 미술에서는 전령의 완드와 물항아리, 신들에게 줄 포도주가 담긴 병 등과 함께 그려졌다. 

- 죽음 카드는 처음으로 '죽음'이란 이름을 얻었다. 이전에는 당대의 미신 문화로 인해 '이름 없는 카드'로 알려졌다. 웃음 짓는 해골로 표현되었던 이미지가 죽은 자들의 영혼을 거두는 해골의 이미지로 바뀌어 끝, 삶 그 자체의 종극, 새로운 시작을 암시한다.

- 노블레의 덱과 더불어 자크 비에비유와 장 도달, 니콜라 콩베르의 버전은 이후 발행된 모든 마르세유 덱의 근원으로 여겨진다. 프랑스의 도예가이자 화가, 타로카드 역사가로 1990년대에 노블레의 덱을 재채색 및 재작업한 장 클로드 플로노와(1950~2011년)에 따르면 덱에 쓰인 색은 연금술과 마법의 다양한 속성을 나타낸다. 빨간색은 피를, 검은색은 땅을, 파란색은 몸과 영혼을, 초록색은 인간의 희망과 연관된다.

 

- 플로노와에 따르면 노블레는 판화와 인쇄로 카드를 제작하던 가문 출신이다. 중유럽에서 30년 전쟁이 끝난 직후인 1650년경, 프랑스의 루이 14세는 새로운 조세를 부과하였으며, 이 가운데는 놀이용 카드의 생산에 대한 세금이 포함되었다. 생산된 카드 덱의 숫자를 통제하고자 인쇄된 낱장의 수를 모두 세고 이에 따라 세금을 매겼다. 그런데 노블레는 자신의 덱에서 마술사 카드를 살짝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마술사가 으레 손에 드는 지팡이 대신 손가락 하나를 음경의 형태로 묘사하였는데, 이를 모욕의 몸짓으로 풀이할 수 있을까? 나라가 시행한 세금 제도에 대한 미묘한 조롱의 표현일까? 아니면 그리스 신 헤르메스와 그의 강대한 남근에 대한 모호한 언급일까? 과거 헤르메스는 돌기둥에 발기한 음경이 조각된 '헤름'이란 이름의 주상으로 묘사되곤 했으며, 이는 홀로 여행하는 이들이 집까지 무사히 걷도록 해주는 행운의 상징이자 힘을 부여해주는 석조물이었다. 이와 같이 마술사 카드는 우리에게 지상과 천상의 힘을 모두 사용해 삶을 헤쳐 나가라고 말해준다. 

- 노블레가 마술사 카드를 수정한 진짜 이유가 무엇이든 이 덱은 앙투안 쿠르드 제블랭이 1781년 저서 <원시의 세계(Le Monde primitive)>에서 해석한 가장 영향력이 큰 버전들 가운데 하나가 됐다. 또한 이후에 제작된 타로 덱을 위한 본보기가 되었다. 

- 마르사유 덱은 두 가지 관점에서 널리 인기를 끌었다. 첫째는 유럽 전역에서 즐겼던 타로(혹은 타로키)라는 단순한 카드놀이로서이고, 둘째는 타로의 점술적 측면에서이다. 점술로서는 18세기에 오컬트에 대한 흥미가 일면서부터 인기를 끌었으며, 여기에는 오컬티스트이자 언어학자, 프리메이슨이었던 쿠르 드 제블랭과 스스로를 에틸라라고 칭했던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프랑스인의 영향이 컸다. 

 

- 19세기 유럽에서 타로는 점술의 도구로 인기를 얻어갔다. 유행하던 비전의 지혜는 다양한 오컬트 사상의 흐름을 타고 프리메이슨의 부각, 카발라의 신비주의, 점성술, 초자연적 심령주의와 심령술의 부흥 등 여러 줄기를 따라 진로를 틀었다. 영국에서는 마담 블라바츠키의 급진적인 신지학 협회가 프리메이슨과 장미십자회의 분파를 진두지휘했다. 런던 한편에서는 또한 새로운 단체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바로 이집트 신화와 점성술, 에노키안 마법, 연금술, 타로, 카발라를 통합한 황금의 효 교단이다. 교단의 초기 가르침은 <암호서(The Cipher Manuscript)>라고 알려진 고대의 신비로운 문서에 바탕을 두었다. 이 문서의 이교도적이고 전고전적 기원에 대한 이야기가 만연했으나(타로의 역사는 여전히 고대 이집트와 연관되었다), 이 책은 (A.E. 웨이트에 따르면) 사실 교단의 입회자 가운데 하나로 프리메이슨 일원이자 <프리메이슨 대백과전서(RoyalMasonic Cyclopaedia, 1877년)>의 저자 케네스 매켄지 (1833~86년)가 창안한 책이었다. 

- 황금의 효 교단 창시자들인 의사 겸 오컬티스트 윌리엄 윈 웨스트코트와 야망에 찬 켈트 부흥 운동가 겸 장미십자회 일원 새뮤얼 L.M. 매더스는 메이저 아르카나의 배치와 속성에 대한 그들의 견해를 이미 제기한 바 있다. 이는 입회자들이 미래를 예측하고, 더 중요하게는 미래를 조작하고자 타로를 이용한다는 황금의 효 교단의 구전에 합쳐졌다. 이러한 방법은 비밀로 감춰졌으나 수정주의자 회원인 아서 에드워드 웨이트는 이후 현대의 해석 대부분의 근거가 된 황금의 효 교단의 타로 사상을 받아들였다. 황금의 효 교단의 초창기 입회자로는 알리스터 크롤리와 시인이자 작가로 웨이트에게 화가 파멜라 콜먼 스미스를 소개해 준 W.B. 예이츠가 있다. 

 

- 아서 에드워드 웨이트는 1857년 뉴욕에서 태어났으며, 영국에서 홀어머니의 손에 컸다. 1891년에 황금의 효 교단의 99번째(그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숫자였을까?) 가입자로 입회하였으나, 교단이 와해되면서 웨이트는 오컬트의 실행보다 영적 계몽을 선호하는 성격의 신비주의 분파를 세웠다. 1909년, 크롤리가 교단의 비밀을 폭로하는 동안 웨이트는 황금의 효 입회자 W.B. 예이츠와 삽화가 파멜라 콜먼 스미스의 도움을 받아 그만의 타로 덱을 발행할 준비를 마쳤다. 타로와 카발라, 헤르메스 주의, 점성술의 연관성을 강조하는 그의 이론과 분석은 에틸라의 혼란스러운 견해나 제블랭과 레비의 편향된 사상에 비하면 조사한 내용이 탄탄하고 획기적이었다. 웨이트는 타로가 15세기 이전에 쓰였다는 증거가 없으며, 이집트에서 기원한 것이 아니라고 여겼다.

 

- 친구들 사이에서는 픽시라고 불렸던 파멜라 콜먼 스미스(1875~1951년)는 영국에서 태어났으며, 자메이카로 이주했다가 이후 뉴욕 브루클린의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공부했다. 영국으로 돌아간 직후에는 <삽화가 들어간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시문>과 브람 스토커가 여배우 엘런 테리에 관해 쓴 책 등을 작업했다. 엘런 테리는 젊은 삽화가에 감명을 받았으며, '픽시'는 라이시움 극단의 휘하로 들어갈 수 있었다. 스미스는 극단과 함께 영국 곳곳을 돌며 무대와 무대의상 디자인에 참여했으며, 자신만의 축소 무대 제작사를 만들고, 디자인과 장식에 대한 기사를 썼다. 

 

- 크롤리의 양성애 성향과 오컬트의 오용, 세계 여행은 다수의 전기작가들에 의해 잘 설명되어 있다. 타로에 대한 그의 초기 관심은 1930년대 후반에 그의 지인이자 문예잡지 <더 골든 하인드>의 공동 편집자였던 클리포드 벡스를 통해 화가이자 사교계 명사였던 레이디 프리다 해리스를 만나게 되면서 절정에 달했다. 사실 타로 덱을 만들어 자신에게 삽화를 맡기고, 덱에 딸린 책을 써보라고 크롤리를 먼저 설득한 것은 해리스였다. 처음에 크롤리는 기존에 있던 덱의 이미지를 다시 그려서 쓰는 편이 더 쉬우리라는 생각에 이 제안을 거절했다. 그러나 해리스는 결국 크롤리가 자신에게 삽화를 맡기도록 설득해냈는데, 그녀에게 마법을 가르쳐주는 대가로 일주일마다 2파운드를 지불하기로 한 탓이 컸다. 당시 크롤리는 파산한 상태였기에 이를 수락했다. 

 

- 팔라다니는 또한 전통적인 이미지에 그만의 독특한 예술적 자유를 가미했다. 예를 들어 별 카드는 기존의 그 어떠한 별과도 다르게 묘사되었다. 극락조나 어느 신화에 등장할 법한 장엄한 새가 저 멀리 보이는 팔각 별을 향해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듯한 태세로 무성한 잎사귀 위에 앉아 있다. 별은 대개의 타로 덱에서 그렇듯 뾰족한 끝 부분이 여덟 개인 모양으로 그려졌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비너스, 혹은 메소포타미아의 여신 이슈타르와 그에 대응하는 이난나의 별과 연관된다. 별은 우리가 별, 혹은 여신의 빛을 향해 날아오른다면 여신은 우리에게 성공을 보상으로 내려 축복할 것이나, 그를 위해 우리는 신중하게 행동하고, 보상이 마법처럼 돌아오리라 기대해서는 안된다고 말해준다. 그밖에는 대체로 RWS를 바탕으로 그려졌으며, 연인 카드를 예로 보자면 미술 공예 운동 시대 스테인드글라스의 풍부한 색감과 라파엘 전파 양식에서 영감을 얻은 모습이 어우러졌다. 생생하면서도 단순한 이미지가 즉각적으로 기사도적 사랑을 떠올리게 한다. 소드 4카드는 휴식이나 잠에 든 기사의 모습으로 내면 성찰의 시간을 직접적으로 암시하며, 막대기(완드) 3 카드는 탐험에 나선 기사를 완강하고 냉엄한 모습으로 묘사했다. 팔라디니 또한 타로를 이용하며 탐구자가 스스로를 이해하고 삶을 보다 충만하게 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는 아름다운 신세계를 향한 탐험의 길에 올라 있었다. 이 텍은 이미지의 대부분이 지근거리에서 보는 듯 그려졌다는 점에서 특별하며, 더 나아가 우리의 내면세계 또한 가까이 들여다보듯 상세하게 보여준다. 

- '영적 쿠튀르 디자이너'로 알려진 유명 콜라주 화가 에이미 저너는 배우자 몬티 파버와 여러 신비주의 서적 및 신탁용 카드 덱을 공동 창작했다. 그녀가 디자인한 의류는 착용자에게 영적인 힘을 실어준다고 하며, 리아나와 골디 혼을 비롯한 유명인사들이 구입했다. 인챈티드 타로는 신화와 마법, 불가사의, 영성에 바탕을 두었으며, 각 카드에 담긴 에이미의 삽화는 물감, 레이스, 종이와 함께 다양한 보석과 부적, 천을 이용한 정교한 콜라주로 이루어졌다. 몬티가 쓴 책자에는 카드를 해석하는 세 개의 단계가 설명되었는데, 이는 무의식과 의식, 영적 상태를 연구한 결과, 셋을 연결하려면 타로와 같은 신탁이 해답이라는 깨달음을 얻어 직접 고안한 체계이다. 첫 번째 단계는 '꿈'(카드가 무의식의 나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두 번째는 '자각'(카드가 현재 내 삶에서 무엇을 의미하는가), 세 번째는 '황홀경'(카드의 본질을 다루는 방법)이라고 칭한다. 예를 들어 악마 카드는 꿈 단계에서 더 깊은 자아의 어두운 욕망과 유혹을 나타내고, 자각 단계에서는 부정적 생각을 떨치지 못하는 것이 부정적 영향을 불러온다는 의미이며, 황홀경 단계에서는 그러한 감정을 다스리고 자기애를 회복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초보자를 위해 카드를 해석하는 쉽고 빠른 방법 또한 나와 있어서 여러 수준을 고려한 이해의 방법을 제시하는 이 덱은 자기 발견과 점술을 위한 하나의 아름다운 체계이다.

 

- 폴리나 타로의 카드에는 사랑스럽고 낭만적인 요정들과 상상 속의 정령들이 떠다닌다. RWS 덱에 바탕을 둔 이 덱은 폴리나 캐시디의 유쾌하고 발랄하며, 활기차고 생동감 넘치는 삽화로 채워졌다. 엷은 색감으로 그려진 수채화에는 정교하고 세밀한 요소가 가득하다. 창작자이자 삽화가인 캐시디는 뉴올리언스 지역에 살면서 덱을 그려낼 영감을 얻었으며, 연인 카드와 완드 2 카드에서 볼 수 있듯 환상적인 정령들은 19세기의 마디그라 복식을 차려입었다. 카드의 상징주의는 RWS 덱의 원형적 모티프를 따랐으나, 각 카드에는 직감이 좋은 독자라면 그저 예쁘기만 한 그림이 아니라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음을 알아챌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상징이 담겨 있다. 예를 들어 황제의 갑옷은 만물을 꿰뚫어 보는 눈(통찰력과 힘의 상징)으로 장식되었으며, 은둔자는 신화 속 동물의 수호를 받고 회중시계와 전등갓(시간과 빛의 상징)을 지닌 신비로운 여인이다. 자세히 보면 죽음 카드의 나무껍질 위에 깜짝 놀란 얼굴 등과 같이 마법을 부리는 자그마한 신비의 존재나 정령들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정령과 요정들은 작가가 덱을 창작하는 18개월 동안 카드에 담기기를 원했다고 한다. 폴리나는 며칠, 때로는 몇 주씩 집중력을 끌어올리고 자신의 무의식 속으로 파고들어서 각 카드의 의미와 상징을 '직접 살아보는' 시간을 보냈으며, 그렇게 탄생한 덱은 긍정적인 타로 리딩을 위해 신비로운 마법을 부려준다. 
 
- 이 장에서는 마음에서부터 노래하고, 영혼을 부르며, 우리를 타로의 여정으로 이끄는, 세계의 정신과 이어주는 다양한 타로 덱을 살펴본다. 이들 덱은 전설로 인해, 흥미로 인해, 뛰어난 예술 작품으로서의 가치로 인해, 또는 그저 대단히 인기가 높아서, 타로의 예술과 역사에 대한 이야기와 떼려야 뗄 수 없이 얽혀 있다. 지대한 영향을 남긴 비스콘티 스포르차 덱 외에도 수집품으로서의 가치를, 그리고 무엇보다도 매혹적인 이야기를 다투는 르네상스 시대의 초기 고전 이탈리아 덱이 몇 가지 있다. 결국, 상징을 통해서든 이야기를 통해서든, 우리 모두가 예술가의 눈 속에 비추어진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것은 이미지의 힘, 예술가의 시야, 그리고 그 시야에 연결하는 우리의 능력이다. 그러나 예술가들은 가끔 그들 자신의 창작물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 그들 주변에 일어나는 일까지도 반영하곤 한다.  

- 덱의 희소성 또한 이 범주에 든다. 더 이상 인쇄가 되지 않으나 구할 수는 있는 경우라면 당연히 타로 수집가들 사이에서 귀한 보물이 되곤 한다. 르네상스 시대 에스테 가문의 미완성 덱과 이른바 만테냐 타로키, 18세기 프랑스의 이름 없는 덱과 거기에 비친 파리의 삶, 여기에는 단순한 타로의 역할 그 이상이 존재한다. 역사적 시대든, 과거에 살았던 사람이든, 또는 창작자와 그들이 덱에 미친 영향력이든 타로에는 예술 세계의 변화하는 유행을 잊지 않는 삶이 반영되어 있다. 예를 들어 전통에서 벗어난 점성술 타로는 아르데코 운동이 서구를 휩쓸었던 시기에 만들어졌다. 이후 여러 발행사와 창작자가 바우어, 보티첼리, 클림트 등 잘 알려진 예술가들의 작품을 이용했고, 살바도르 달리 등 몇몇 화가들은 그들만의 덱을 만들기도 했다. 이 장에서는 치로 마르케티의 타로 같은 현대 미술 수집가의 덱도 소개한다. 치로 마르케티는 타로 삽화에 디지털 판타지 기술을 처음으로 활용했던 사람 중 한 명으로, 지금도 여전히 작품의 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다. 예술가 엘리사베타 트레비산의 섬세한 시야와 패트릭 발렌자의 기이한 세계 등도 빼놓을 수 없다. 

- 에스테 가문은 비스콘티 스포르차 가문과 마찬가지로 미신을 믿었으며, 위험이나 기쁨을 내다보고자 점성술사들에게 의존하기로 유명했다. 승리와 재앙으로 점철된 한 통치자 가문의 시대를 그린 광경들을 통해 이 타로 덱에 숨결을 불어넣은 것은 가문의 추악한 이야기들이다. 1418년, 페라라의 공작 니콜로 데스테는 늦은 나이인 서른다섯에 열네 살인 파리시나와 결혼했다. 당시에는 결혼에 있어 나이차는 중요하지 않았고, 공작의 첫 번째 부인이던 질리오라가 1416 년에 자식을 남기지 못한 채 역병으로 죽었기에 니콜로에게 자문을 제공하던 점성술사들은 후계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니콜로는 서출이었으며, 이탈리아 귀족 대개가 그렇듯, 불륜을 일삼고 아들 우고와 레오넬로, 보르소를 비롯해 여러 사생아를 낳았다. 1423년, 파리시나는 궁정 여인들 사이 유행하던 카드놀이에 흥미를 느꼈는지 피렌체에 호화로운 임페라도리, 즉 '황제' 카드 덱을 의뢰했으며, 이는 해당 연도의 에스테 가문 장부에서 처음 언급되었다. 이 특별한 카드 세트는 최고급 금으로 도금될 예정이었다. 그녀는 시종 조이시를 보내 7 플로린과 경비를 주고 완성된 카드를 받아오게 했다. 얄궂게도 조이시는 카드뿐만 아니라 이후 또 다른 이야기도 전달해 비극을 몰고 왔다. 파리시나가 재미있는 카드놀이도, 촛불이 밝혀진 연회도, 축제와 승리의 행렬도 더는 즐길 수 없게 된 것은 이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다.

- 다음 해에 니콜로는 열아홉 살이던 아들 우고에게 라벤나로 여행하는 파리시나와 동행하도록 했다.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페라라에 흑사병이 번지게 되자 두 사람은 포강 인근의 빌라에서 여름을 보내게 됐다. 그곳에서 우고와 파리시나는 사랑에 빠졌고, 둘의 은밀하고 금지된 관계는 점점 더 깊어졌다. 어느 날 청소를 담당하는 하녀가 파리시나의 방에서 흐느끼며 뛰쳐나오는 모습을 본 조이시는 자초지종을 알아보다가 침대에 함께 있는 연인을 발견하게 됐고, 그는 이 불륜 관계를 니콜로에게 보고했다. 1425년 5월 소식을 들은 니콜로는 부인이 바람난 르네상스 시대의 공작이라면 당연히 내보일만한 반응을 보이며 파리시나와 우고는 물론 관련된 이들 모두를 처형하라고 지시했다. 분노한 니콜로는 궁정 안에 간통을 저지른 여인이 있다면 그들 또한 처형할 것이라고 공표했다. 에스테 가문의 이야기에 타로 덱이나 카드놀이가 다시 언급된 것은 그로부터 20년 가까이 흐른 뒤인 1440년대 초이다. 궁정에서의 유행이 급작스레 사그라들었던 것은 카드놀이가 비참한 운명을 몰고 온 파리시나의 경솔했던 일탈을 떠올리게 한 탓일까? 

- 비스콘티 가문과 에스테 가문의 운명이 교차하게 된 1440년대에 트리온피 덱이 궁전과 공작, 변덕스러운 궁정의 세계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니콜로 데스테는 밀라노와 베네치아 사이에 오랜 시간 이어져 온 정치 분쟁에 중재자로 나섰고, 밀라노와 페라라의 우호적 관계를 공고히 하고자 필리포 비스콘티 (밀라노 공작)에게 자신의 아들 레오넬로와 비앙카 비스콘티의 결혼을 제안했다. 비스콘티의 입장에서는 이 혼약을 받아들이면 (당시 비앙카와 혼담이 오가던) 성급한 스포르차의 심기를 거슬러서 전쟁 임무를 내팽개치도록 할 빌미를 줄 수 있었다. 이를 더 확실히 하고자 비스콘티는 이 결혼이 금방이라도 이루어질 듯 보이도록 딸을 페라라로 보냈다. 페라라 궁정에서 성대한 환영을 받은 비앙카는 아름다운 세밀화와 금을 입힌 정교한 카드 덱을 향한 아버지의 기호와 그녀 가문의 미신적 믿음과 신플라톤주의 사상은 물론 자문을 제공하는 점성술사들에 대해 이야기했을지도 모른다. 페라라에서 학자, 음악가와 예술가, 교양 높은 '예술 애호가'였던 레오넬로와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된 비앙카는 이 예술의 안식처에서 지낼 수 있음에 무척 들떴고 조금은 무모하고 경박하며 완고하기도 하다고 묘사되었다. 비앙카와 그녀의 가문이 혼약을 받아들이도록 꼬여내려는 레오넬로의 계략인지 모르나, 타로가 훌륭한 수단이 될 것도 같았다. 비앙카에게 선물, 혹은 사랑의 정표로 줄 금박을 입힌 세밀화 14점의 의뢰가 궁정화가 사그라모로에게 들어갔다. 이 카드는 1441년 비앙카에게 건네졌다.

 

- 그러나 이 묘안은 레오넬로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지 못했으며, 비앙카는 1441년 3월 이전에 페라라를 떠났고, 8월에는 밀라노와 베네치아 사이의 평화조약의 일부로써 프란체스코 스포르차와 결혼했다. 레오넬로는 비스콘티와 스포르차의 결혼으로 인해 슬펐는지, 아쉬웠는지, 아니면 패배감을 느꼈는지 1442년 그의 지출 목록에는 비앙카와 그녀의 아버지가 선호했던 유형의 트리온피 카드를 여럿 구매한 기록이 있다. 그 이후로 에스테 가문은 카드 덱의 제작을 자주 의뢰했고, 이렇게 만들어진 다양한 카드가 오늘날에도 박물관이 덱을 이루는 78장의 카드(원본 카드 50장에 기반함)는 자기 성찰에 영감을 주며, 그리스의 뮤즈와 기본적인 덕목들, 천체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향해 이끄는 지침으로 여겨지곤 한다. 이 덱은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 안드레아 만테냐가 판화로 제작한 것으로 여겨졌으나, 최근의 연구에 의해 사실이 아님이 증명되었고, 몇 가지 흥미로운 가설과 함께 덱의 기원을 찾기 위한 새로운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 이 덱은 (판화 모음으로써) 15세기 말에 등장하였으며, 비스콘티 스포르차와 에스테 가문의 덱과 동시대에 만들어졌다. 그러나 양식이나 구성이 트리온피 덱과는 전혀 다르다. 50가지의 상징적 인물로 구성되었으며, 이 인물들은 10장의 카드로 구성된 다섯 개의 범주로 나뉜다. 다섯 개 범주는 인간의 상태, 아폴로와 뮤즈, 예술과 과학, 재능과 미덕, 행성과 천구이다. 16세기 이탈리아의 역사가이자 화가, 작가였던 조르조 바사리는 만테냐가 동판화로 제작한 트리온피에 대해 기술하고, 이들 이미지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되는 우화가 새겨진 일련의 판에 대해 설명했다. 앞서 전문가들은 이 덱이 놀이용 카드나 이탈리아 궁정 사람들의 유흥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당시 유행했던 고전 신화의 이해를 돕기 위한 교육적 도구로서 만들어졌다고 생각했다. 남아 있는 견본은 'E 시리즈'와 'S 시리즈'로 알려진 재단되지 않은 시트들뿐이며, 현존하는 카드는 런던의 영국 박물관과 프랑스 국립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이들 카드는 비슷한 이미지를 스케치북과 프레스코화에 베껴 그린 화가 아미코 아스페르티니(1474~1552년경)와 1496년부터 1506년까지 두 가지 분류의 카드를 만든 알브레히트 뒤러 (1471~1528년)를 비롯해 이후의 예술가들에게 영감이 되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 일부 미술사학자들은 화가이자 시인, 헤르메스 주의 철학가인 루도비코 라자렐리 또한 이들 이미지와 관련이 있었을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더 상세한 연구가 진 뒤로 타로 전문가들은 다름 아닌 라자렐리의 사본이 만테냐 덱의 진짜 출처이자 영감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어째서일까? 라자렐리는 1469년 베네치아에서 이른 나이에 이름을 날렸으며 칭송받는 계관시인이었다. 마법사이자 헤르메스 주의자, 점술가였던 그는 자신이 대담하고 기이하며 논란을 몰고 다닌 설교사이자 마법사 조반니 머큐리오 다 코레지오의 제자라고 주장했다. 라자렐리가 남긴 시집 가운데는 예술을 사랑했던 인문주의자인 우르비노의 공작 페데리코 몬테펠트로를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채색 사본이 있다. 이 시집은 뮤즈와 천구, 그리스 신 카드의 이미지로 장식되었으며, 파도바에서 트로이 전쟁을 주제로 한 마상시합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라자렐리는 또 다른 저서를 통해 점술에서 히브리어 글자의 사용과 그가 세운 언어의 마법 이론을 연결 지었다. 그는 단어가 '사물'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마법적 힘을 행사할 수 있다고 믿었다. 다시 말해 어떤 물건이나 사람을 마법주문을 통해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라자렐리의 저서를 열광적으로 탐독했던 독일의 하인리히 코르넬리우스 아그리파 ... 
 
- 여러 출처에 따르면 루도비코 라자렐리는 그의 사본을 장식하기 위해 베네치아 어느 서점의 채색 사본과 펜화, 목판화와 동판화 등을 조사했다고 한다. 이들 수집품을 바탕으로 1471년(혹은 1474년)에 <이교도 신들의 그림(Degentilium deorum imaginibus)>이라는 제목의 사본을 위한 독특한 채색화 모음을 만들었다. 여기에는 27점의 채색화가 포함되며, 이 가운데 23점은 만테냐 타로키의 모티프와 매우 유사하다. 우르비노 공작의 귀중한 사본 가운데 또 다른 하나에는 인문학 카드의 이미지들이 쓰였다. 이들 이미지 또한 만테냐 덱의 이미지와 동일하지는 않으나 유사하다. 인문학 카드의 주제들은 그리스와 로마 시대에 과학과 철학의 근간이 되었다. 예를 들어 문법학 카드에서의 상징은 줄과 화병이고, 음악 카드에서는 피리이며, 점성술 카드에서는 별이 그려진 구, 신학 카드에서는 하늘과 땅이 그려진 구이다. 이들 상징은 헤르메스 주의와 신플라톤주의 사상에서 인간의 사고에 작용하는 원형과 유사한 것으로 여겨진다. 라자렐리는 소수만이 이해할 수 있는 상징적 방식으로 그의 비밀스러운 믿음을 알리고자 그림을 이용한듯하다. 흥미롭게도 일부 이탈리아 전문가들은 그가 솔라 부스카 타로 또한 만들었다고 믿는다. 

 

- 만테냐 타로의 대부분이 라자렐리의 작품이거나, 혹은 거기에서 영감을 얻었다면 이러한 사상이 매력적이고 파격적이나 동시에 이단적으로 여겨졌던 이탈리아 궁정의 대리석 복도를 따라 이 상징들이 매우 은밀하고 극도로 조심스럽게 미끄러져 나아갔으리라는 사실이 그리 놀랍지 않다. 이 타로카드는 신화의 배움이라는 명목 아래 감추어졌기는 해도 라자렐리의 헤르메스 주의와 인문주의적 사상을 고스란히 비추고 있다. 이 이미지들을 다른 관점에서 살펴보면 원형적 연관성으로 점철된 또 다른 타로카드를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카드의 두 번째 분류는 아홉 뮤즈와 아폴로로 구성됐다. 뮤즈들로는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칼리오페와 '천상의' 우라니아,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에라토가 있다. 헤르메스 주의와 신플라톤주의 철학에서 이들 뮤즈는 원형적 힘으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영혼의 창조적 영감을 나타냈다. 타로 덱에서 이 부분은 창조적 정신을 자유롭게 하고 '영혼'의 감각으로 힘을 얻는 르네상스풍 화가와 작가, 음악가들의 궁극적인 이상(理想)을 반영한다. 이것이 바로 만테냐 덱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이다. 

- 민키아테 에투리아는 피렌체에서 유래한 16세기 초반의 카드놀이이며, 97장으로 이루어진 덱이다. 이 덱은 타로와 긴밀히 연관되어 있으나 40장, 혹은 41장의 트럼프로 구성된다. 각 14장으로 이루어진 슈트 네 개와 트럼프, 바보(또는 '마토') 카드로 이루어졌다. 네 개의 슈트는 컵, 코인, 소드, 말뚝이다. '민키아테'는 '허튼소리'를 뜻하는 단어에서 땄으며, 남근을 의미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하기도 했다. 이와 비슷한 민키오네(Minchione) 또한 이탈리아어로 '바보'를 뜻하는 단어에서 나왔고, 민키오나레(Minchionare)는 누군가를 비웃는다는 뜻이다. 바보 카드는 '변명'이라고도 불렸기에 본래 의도는 카드를 '바보의 놀이'로 묘사하려는 것이었을지 모른다. 

- 16세기 초반에 이르러 민키아테는 트럼프 카드 중 가장 가치가 높았던 35번 카드 제르미니의 이름을 따서 제르미니라고 알려졌다. 제르미니의 가장 오래된 기록은 1506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놀이는 피렌체에서 시작되어 이탈리아 전역과 프랑스로 퍼져나갔으며, 트리온피와 비슷했다. 이러한 유형의, 위험을 부담하는 타로카드는 삶과 죽음의 놀이에 대한 것이기도 했다. 우르비노의 공작 로렌초 데 메디치(1492~1519년)는 당시 대개의 귀족들이 그러했듯 대단히 문란했기에 젊은 나이에 매독에 걸린 것이 그리 놀랍지는 않다. 1517년, 전투를 치르다 부상을 입고 사경을 헤매는 동안 그가 이미 관에 넣어졌다는 소문과 동시에 아직 살아 있다는 정보 또한 퍼져나갔다. 실제로는 병상에 누워 친우들과 누이의 남편인 필리포 스트로치와 함께 제르미니를 즐기는 중이었고, 일부의 주장처럼 손에 카드를 쥔 채 무덤에 묻히지는 않았다.

 

- 르네상스 시대 궁정 귀족들에게 카드놀이는 중독성 있고 많은 돈이 드는 습관과도 같았으며, 도박이 벌어지는 연회가 성벽 안에서 암막을 치고 밤새 계속되곤 했다. 그러나 매독에 걸린 로렌초의 건강은 점점 더 악화되었고, 1519년에 이르러서는 죽음을 목전에 두었다.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침상에 누운 채 보내며 위로나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몇몇 사람들만을 곁에 두었는데, 그 가운데 하나인 필리포 스트로치는 이후에 로렌초가 죽는 그 순간까지 제르미니를 했다고 증언했다.

- 사고와 영감의 행성인 뮤셰리의 수성은 전갈자리 11도에 위치하며, 10-11 전갈자리 카드에는 제 꼬리를 삼키는 세계의 뱀이 그려졌다. 이 카드에 대한 뮤셰리의 해석은 '끝과 다시 태어남'이므로, 자연의 무한한 순환을 상징하는 우로보로스이다. 우연인지 (혹은 동시성의 작용인지) 1925년에 멀리 떨어진 미국에서 저명한 점성술사 마크 에드먼드 존스 또한 십분각 체계를 연구하고 있었다. 그는 뛰어난 예지력을 지닌 엘시 윌러와 함께 황도대의 각 360도에 대한 상징적 해설을 공개했다. 이를 새비언 심벌이라고 하며, 이 체계에 따르면 11도 전갈자리는 '물에 빠진 사람이 구조된다'를 의미한다. (생각해 보면 뮤셰리는 일생에서 두 번 '물에서 건져진' 적이 있다.) 20-21 금성 전갈자리 또한 '군인이 자신의 양심을 따라 명령을 거부한다'고 해설되었으며, 카드에 대한 뮤셰리의 해석은 '도난 공포, 사악함'이다. 뮤셰리는 전갈자리의 어두운 면을 본 반면에, 마크 에드먼드 존스는 (천칭자리의 태양과 사자자리의 달 긍정적인 면을 보았던 것이다. 양심에 따라 명을 거부한(전통적 형식을 따르지 않음) 것이든, 혹은 익사할 뻔한 경험에서 온 공포로 인해서든, 뮤셰리는 그가 연구한 황도궁 십분각의 언어를 드러낼 직접적이고도 심오한 방식을 찾아냈다. 타로의 '원형적 성질'이 가지는 힘과 아르멩골의 찬란한 재능이 깃든 삽화를 이용해 시대의 예술과 시간뿐만 아니라 그 자신의 탄생도까지 반영된 독특한 점성술 덱을 만들어냈다.

 
 - 이 덱은 스웨덴 출신으로 20세기 초반에 가장 이름을 날렸던 삽화가 가운데 하나인 욘 바우어(1882~1918년)의 작품을 담았다. 36세의 나이에 비극적인 죽음을 맞기까지 1,000점이 넘는 작품을 남긴 욘 바우어는 작품에 북유럽의 신화와 풍경, 설화에 깃든 어둠과 빛을 모두 담아냈다. 그의 작품은 라파엘 전파와 상징주의 미술에서 영감을 얻은 동화와 판타지의 조합이다. 신비로운 인물들과 트롤, 오거, 동화 속 존재들이 어두컴컴한 숲에 빛을 밝히며, 여름이면 빛이 물러가지 않고 겨울이면 어둠이 끝나지 않는, 머나먼 북부에서의 삶이 뿜어내는 으스스한 분위기가 어우러진다. 스몰란드의 숲과 자연, 사미족의 삶과 문화, 초기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의 회화, 이 모든 것이 욘만의 독특한 화풍에 지대한 영감을 준 존재들이다. 이 덱은 욘의 회화와 삽화 작품에서 가져온 다양한 이미지를 이용해 디자인과 제작이 이루어졌다. 그 자체만으로 하나의 예술 작품이며, 타로 덱으로서는 신화와 얽힌 환상적인 인물과 풍경으로 표현된 원형적 주제를 이해하고 해석하기가 쉽다. 스웨덴의 풍경과 숲에서 볼 수 있는 어두운 색감의 회색과 검은색, 베이지색이 강렬히 혼합된 색채로 이루어진 욘의 작품 속 세밀한 묘사를 덱의 처음부터 끝까지 볼 수 있다. 

 

- 어린 시절 욘 바우어는 학교생활에는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했지만, 상상력이 매우 뛰어나서 여러 트롤들과 친구가 되어 놀았다는 이야기를 하곤 했다. 아주 어렸을 적에도 직접 동화를 썼고, 교과서는 친구들과 선생님들, 지역의 유명인들을 그린 캐리커처로 가득했다고 한다. 다른 무엇보다 스톡홀름에 있는 스웨덴 왕립 예술원의 미술 대학에 진학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결국 원하던 학교에 진학했고, 다른 작업도 많이 했으나 1907년부터 1915년까지 매년 크리스마스 시기에 출판됐던 <노움과 트롤에 둘러싸여 (Bland Tomtar och Troll)>라는 도서의 삽화를 그리며 성공적인 삽화 작가로 자리했다. 그밖에도 동판화, 벽화, 무대디자인 등의 작업을 했으며, 스웨덴과 미국, 이탈리아, 독일, 영국 등지에서 전시회를 가졌다.

 

- 엘리사베타 트레비산이 유리에 템페라 화법으로 그린 크리스털 타로의 삽화는 르네상스·라파엘전파 화가들, 구스타프 클림트로부터 영감을 얻었다. 스테인드글라스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코트 카드와 메이저 아르카나를 통해 숨겨진 영적, 정서적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엘리사베타 트레비산은 패턴 속에 또 다른 패턴을 만들어내는 빼어난 재능을 가졌다. 그녀의 작품은 절제 카드의 자홍색, 청록색, 황토색과 세계 카드의 강렬하고도 은은한 색조, 악마 카드의 선명한 보라색, 빨간색, 초록색에서 볼 수 있듯 다채로운 색감이 혼합되어 있다. 이 가운데 악마 카드의 악마는 성별을 구분할 수 없으며, 두 눈이 텅 빈 채 비웃음 짓는 듯한 얼굴을 하고, 뱀 같은 생명체와 함께 있는 모습으로 우리 내면의 악마를 불러낸다. 우리는 과연 누구일까? 우리가 시험에 든다면 드러날 진짜 얼굴은 무엇일까? 

- 1957년 이탈리아 북부 메라노에서 태어난 엘리사베타는 파도바의 미술 학교에 진학했고, 유명한 만화가이자 삽화가였던 아버지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평생 동안 그림에 전념해 왔다. 트레비소에 거주하며, 화판에 과슈, 파스텔, 수채물감 등 여러 재료를 혼합해 그림을 그린다. 흙, 유리, 나무, 천, 벽화 등의 장식과 파피에마세 작업도 하며, 여러 잡지와 생태학에 대한 아동도서의 삽화가로도 활동했다. 많은 화가들이 그렇듯 엘리사베타도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 편이지만, 가장 즐겨 그리는 주제는 신화 속의 여인이든 현실의 여인이든, 여성의 신체에 집중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여성의 주제는 늘 그 주변과 어떠한 관계를 가지는데, 라파엘전파 화풍으로 그려진 아름답고 강인한 여성이 온순한 사자를 지배하고 있는 힘 카드가 그 예이다. 엘리사베타는 그녀의 작품은 식물과 동물의 축소판이 어우러진 하나의 세계이며, 그 속에서 인물들은 그 세계의 일부가 된다고 말한다. 세밀한 부분까지 주의를 기울이는 꼼꼼함으로 식물과 풍경, 바다와 하늘, 실내까지 환경의 모든 면면을 탐구한다. 이 덱은 완전히 다른 또 하나의 세계로의 여정이며, 결코 끝나지 않고 이어지는 탐험이다.  

 

- 이것을 융이 말한 '개인화'라고 하든, 영혼의 부름이라고 하든, 킴의 '와일드 언노운'은 우리 안에서, 그리고 우리와 함께 움직이는 능동적 에너지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이 덱은 탐구자, 혹은 타로를 읽는 이로 하여금 명상하고 답을 구하게 하며, 자연의 영혼과 이어짐으로써 우리안에 감춰진 신비로운 에너지를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와일드 언노운'은 한 번도 밟아본 적 없는 땅이며, 삶에서 맞닥뜨리는 미지의 요소이고, 늘 아슬아슬하게 손에 닿지 않지만 나의 안에 그리고 또 밖에 있음을 알 수 있는 무엇이다. 킴은 이를 "야생 그 너머의 존재이고, 미지 그 너머의 존재이며, 관대함 그 너머의 존재"라고 말한다. 

 

- 이 타로 덱은 개인의 성장을 위한 도구이자, 자신안에 있는 미지의 야생을 이해하도록 이끌어주는 지침이며, 무엇보다도 자연과 우리만의 타로 세계에서 자연이 가지는 위치에 삶을 부여하는 독특한 미니멀리즘 작품이다. 

 

- The Lost Code of Tarot. 
허구와 독창성이 담긴 이 타로 덱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암호가 적힌 공책과 보이니치 필사본의 알려지지 않은 문자와 그림에서 영감을 얻었다. 전통적인 그 어떤 덱과도 닮지 않은 이 덱의 상징과 카드, 따라붙는 이야기는 보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런데, 만약에 말이야..."라고 말을 걸어오는 거대한 수수께끼 같다. 타로의 잃어버린 암호는 창작자이자 삽화가 앤드리아 애스트가 상상한 타로의 역사를 들려준다. 런던의 고고학자 애벗 박사가 비밀 사본과 '최초의 타로 덱'이 잠들어 있던 고대의 연금술 연구소를 발견했다는 이야기이다. 애스트는 이 타로에 대해 모험과 마법, 과학과 불가사의가 뒤엉킨 다중 매체적 경험이라고 설명한다. 흥미로운 거미줄과도 같은 이 타로는 고대 오컬트의 세력 다툼과 허구의 연금술사가 남긴 알 수 없는 글(그림자의 책)을 중심으로 짜였다. 애벗 박사는 이 책을 해석해서 타로의 본래 의미와 진실을 밝혀낸다. 이 덱에 딸린 <그림자의 책>은 잃어버린 암호의 이야기를 꾸며낸 문서의 형태로 제작되었으며, 카드 자체만큼이나 흥미롭다. 카드에 대한 단순하거나 뻔한 해석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이 뛰어난 덱은 초보자가 이해하기에는 어려울 수 있지만 타로의 활용에 대한 대안적이고 참신한 시야를 제공한다. 

 

- 요제프 파울 오스발트 비르트(1860~1943년)는 스위스 출신의 오컬티스트이자 화가, 작가였으며, 19세기 프랑스의 시인이자 장미십자회일원으로 오컬트에 대한 모든 것의 전문가로 널리 알려진 스타니슬라스드 게이타와 함께 비전과 상징주의를 공부했다. 1889년, 비르트는 게이타의 지도를 받아 22장의 메이저 아르카나로만 구성된 점술용 타로를 만들었다. 카발라 타로의 신비(Arcanes du Tarot Kabbalistique)라고 알려진 이 타로는 1889년에 처음 등장했으며, 삽화는 마르세유 덱을 바탕으로 그려졌으나 오컬트의 상징이 함께 쓰였다. 이후 이 타로에 카드가 추가되어 78장의 카드로 이루어진 온전한 덱이 만들어졌다. 

- 점성술과 그밖에 다른 오컬트를 주제로 여러 책을 쓴 오스발트 비르트는 근본적으로 프리메이슨 일원이었으며, 당시에는 프리메이슨 제도의 첫 3도, 혹은 단체에 입회하는 첫 세 개의 단계에 대해 설명하는 짧은 세 권의 책을 쓴 것으로 널리 알려졌었다. 그가 사망한 뒤로 카발라와 헤르메스 주의, 프리메이슨 사상의 관점에서 찾을 수 있는 모든 비전 및 오컬트와의 연관성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 저서 <마법사의 타로(TheTarot of the Magicians)〉를 통해 주로 타로와 관련된 인물로 다뤄졌다. 비르트는 또한 19세기의 위대한 의식 마법사이자 오컬티스트로 황금의 효 교단의 타로 체계에 많은 영향을 미친 엘리파스 레비에게 지대한 경의를 표했다. 

 

- 바퀴에서 떨어지는 신화 속 짐승은 우리의 죄를 나타내며, '길을 여는 자’를 뜻하는 이집트의 늑대 신 웨프와웨트는 진전과 변화를 일으키고자 바퀴를 기어오른다. (일부 학자들은 이 인물을 검은 머리를 하고 영혼을 사후 세계로 이끄는 아누비스로 해석하기도 한다.) 꼭대기에는 비밀스러운 지식의 수호자 스핑크스를 닮은 생물체가 앉아 있다. 이 카드는 인생의 전환점이나 중요한 변화, 또는 새로운 기회를 향해 마음을 열어야 할 때를 의미한다.

 

- 만화와 영화 예술가 렉스 반 린은 2012년에 극작가 하워드 게이튼과첫 협업을 통해 주인공이 타로 덱을 이용해 얻은 단서로 사건을 풀어나가는 '비전(秘傳)의 형사 이야기'를 다룬 만화 소설 <존 발리콘은 죽어야 한다(John Barleycorn Must Die)>를 창작했다. 이 책에서 발리콘이 쓰던 허구의 타로 덱이 잉글리시 매직 타로의 영감이 되었다. 렉스는 발리콘 타로의 삽화를 구상하던 때에 매일 영적인 시간을 갖고 데본샤이어의 이웃 앤디 레처와 마주 앉아 차를 마시면서 잉글리시 매직 타로의 더 구체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게 됐다. 작가이자 드루이드, 포크 음악가, 신이교주의 전문가인 레처는 자연의 마법에 대해 비슷한 흥미가 있었으며, 렉스와 함께 작업을 하면서 덱이 반드시 영국의 마법에 관련되어야 한다는 렉스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덱의 핵심테마를 구상했다. 레처는 또한 덱에 포함될 책자를 썼고, 스토리텔링의 핵심인 카드 채색은 삽화가 스티브 둘리에게 맡겨졌다. 

 

 

 

 
 
 
타로 상징 사전(양장본 Hardcover)
《타로 상징 사전》은 타로의 역사나 각 카드의 이름과 의미, 스프레드 방법, 해석 방법 등에 대한 실용적인 지침뿐만 아니라, 타로를 가득 채우고 스며든 이야기와 비밀, 상징과 모험에 대한 책이며, 이를 마주한 모든 이들의 유산 또한 다룬다. * 특별한 이야기를 품은 56가지 타로 덱 이 책은 크게 ‘영향력 있는 덱’, ‘초보자의 점술용 덱’, ‘예술 작품과 수집가의 덱’, ‘난해하고 오컬트적인 덱’, ‘현대의 덱’의 다섯 가지 카테고리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56가지의 타로 덱을 소개합니다. 각각의 타로 덱은 창작자와 삽화가, 발행사 등의 기본 정보는 물론, 어떻게 구상되었는지부터 어떤 과정을 통해 제작되었으며, 그 이후에 사회·문화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까지의 모든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흔히 ‘타로카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라이더 웨이트 스미스(RWS)’와 ‘유니버설 타로’는 물론,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가 제작한, 아주 독특한 이미지의 ‘달리 유니버설 타로’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 우리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추는 타로의 세계 타로의 세계에서는 자기이해를 향해 막 첫걸음을 뗄 때, 타로카드의 첫 번째 카드인 메이저 아르카나의 ‘바보’ 카드의 여정에 우리 스스로를 빗대곤 합니다. ‘바보’ 카드, 혹은 ‘나’ 자신은 메이저 아르카나를 따라 개인적 성장을 위한 디딤돌이 되는 다른 인물들을 만나거나 여러 상태를 경험하는데요. 실제로 각 카드나 디딤돌은 우리 안의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마법 같은 무언가를 나타냅니다. 우리는 ‘바보’ 카드의 여정을 통해 결정을 내리거나 결정에 따른 책임을 지도록 교훈을 얻기도 하고, 우리가 공감하는 깊고 원형적인 주제에 대한 이해를 얻기도 하죠. 타로에 생기를 불어넣는 것은 바로 문화적 ‘삶’입니다. 심오한 메시지의 전달 수단이든 점술의 도구이든 타로는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생각의 흐름처럼, 지나온 장소가 가진 문화 혹은 사회의 모든 이미지와 아이디어, 철학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타로의 모든 것은 곧 당신의 모든 것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거예요. * 타로 덱에 담긴 흥미롭고 은밀한 이야기들 ‘르네상스의 골든 타로’에는 이탈리아 북부의 페라라를 통치했던 ‘에스테 가문’의 추악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에스테 가문은 미신을 맹신했으며, 미래를 내다보고자 점성술사들에게 의존하기로 유명했는데요. 1418년, 서른다섯 살의 니콜로 데스테 공작은 열네 살의 파리시나와 결혼하게 됩니다. 1416년, 니콜로의 첫 번째 부인이 자식을 남기지 못한 채 역병으로 죽자, 점성술사들이 가문의 후계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기 때문이죠. 물론, 니콜로에게는 그 당시 이탈리아 귀족 대개가 그랬듯 불륜으로 낳은 여러 사생아가 있었습니다. 거기에는 아들 우고도 있었어요. 1424년, 니콜로는 열아홉 살이던 우고에게 라벤나로 여행하는 파리시나(당시 스무 살)와 동행하도록 지시했고, 여행에서 돌아오던 중 페라라에 흑사병이 번지자 두 사람은 포강 인근의 빌라에서 여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두 사람은 사랑에 빠져버렸죠. 1425년, 결국 이 사실을 알게 된 니콜로는 크게 분노하여 파리시나와 우고는 물론 관련된 모든 이들을 처형합니다. 바로 이것이 ‘르네상스의 골든 타로’를 관통하는 이야기입니다. 특히, 책에 실린 ‘컵 2’, ‘소드 6’, ‘소드8’ 등의 카드에서 두드러지죠. 이렇게, 타로 덱에 담긴 또 다른 은밀한 이야기들을 《타로 상징 사전》에서 만나보세요!
저자
사라 바틀렛
출판
한스미디어
출판일
2022.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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