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1

[박찬일] 오사카는 기꺼이 서서 마신다 - 요리사 박찬일이 발품으로 찾아낸 오사카 술집과 미식 이야기

일루젼 2023. 3. 26.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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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박찬일
출판 : 모비딕북스
출간 : 2019.01.30 


       

아직 확실하게 정해진 건 아니지만, 아마 당분간은 휴일 없이 일을 하게 될 것 같다. 몸이 버텨낼 수 있을지 걱정되지만- 일단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보려 한다. 

 

그리고 그런 빡빡한 일정이 기다리고 있을 때는 마음의 안식처가 필요해지는 법이다. 원래는 여행 전에 읽고 다녀올까 했었지만, 일부러 읽지 않고 다녀왔다. 적당히 관심이 있을 때는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 정도로 헐렁하게 넘길 수 있지만, 한 번 '이걸 하겠다'라고 정하면 꼭 해야 하는 성미 때문이다. 못 가면 괜히 아쉬움만 생길 것 같아 부러 크게 찾아보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여행 스타일은 하루 종일 있어도 아쉽지 않을 숙소와, 꼭 가볼 식당이나 바를 고르면 끝이다. 나머지는 아무래도 좋다는 일종의 호캉스주의자이자 휴양지파. 이번에 다녀온 오사카 여행도 좋았지만, 3년 정도의 시간을 잡고 그 안에 한 번 정도 다시 다녀오고 싶다. 그때는 고래상어와 개복치가 있는 해유관, 그리고 니혼슈와 맛집 투어를 컨셉으로 가려한다. 아, 료칸에 틀어박혀 쉬는 휴양 일정도 필요하다. 

 

이 책은 19년에 출간된 책이지만 확인해보니 아직도 영업 중인 가게들이 많았다. 저자가 소개하는 가게들이 이미 오랜 시간 세월을 맞으며 버텨온 다치노미야 위주였기 때문일 것이다. 구글 맵에 하나씩 가게를 찾아 저장하며 묘한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무턱대고 다른 누군가의 기준에 따라가는 것을 소독차를 쫓아가는 아이들 같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저자의 추천을 따라가 보려는 독자들은 어떤 모습일까? 

 

하지만 누구에게나 처음이란 있는 법이고, 자신만의 취향과 잣대가 생기기 전에는 타인의 것을 빌려 체험해 보는 것이 우선이다. 어느 정도 감이 생기면 그때는 자신에게 맞는 것과 맞지 않는 것을 취사선택할 수 있게 된다. 취향의 영역은 좁고도 넓다. 블루리본, 자갓, 미쉐린 같은 서베이 리스트들이 미식가들의 성지이자 전쟁지가 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여행이라는 핑계로 채식을 유지하지 않고 마음껏 먹었다. 나는 여전히 헐렁한 베지테리언이다.

그리고 그런 나의 모순을 사랑하고 있다. 내가 나에게 관용을 베풀 수 있는 만큼 타인에게도 그럴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 박찬일은 애주가다. 왕년엔 엄청 마셨다. 세월이 음주본능을 꺾었지만 아직도 그는 가슴 깊숙이 애주가다. 술 좋아하는 요리사 박찬일이 오사카로 갔다. 계절을 수차례 바꿔가며 오사카의 술집과 밥집을 다녔다. 다양한 술과 안주를 맛봤다.  

 

 

이 책은 그 음주와 미식에 대한 기록이다.

 

 

- 오사카는 술꾼들의 도시다. 아침부터 마신다. 낮술과 혼술이 예사다. 심지어 서서 마신다. 동네 마실의 아지트도 술집이다. 나이와 세대를 가리지 않고, 남녀를 가리지 않고 마신다. 왜 오사카는 술로 자신들의 존재를 증명할까? 

 

- 잠깐 짬을 내어 오사카를 여행하고, 생맥주 몇 잔을 마시는 것이 다일지 모를 여러분에게는 무척 미안하지만, 나는 이기적으로 마셨다. 그리고 그 시간을 오래 남기려는 마음으로 기록했다. 그것이 책이 되었다.  

- 오사카에는 멋진 술집, 밥집도 많다. 거의 다 가보았다. 일본 식도락 여행자들이 바이블로 여기는 웹사이트 '타베로그'에서 높이 평가받는 집들이다. 비쌌다. 그곳은 숨이 막혔다. 내가 찾는 공기를 느낄 수 없었다. 음식은 아름답고, 미주(美酒)가 있었지만 마음을 울리지 않았다. 

- 특정 집단의 평가를 맹목적으로 좇는 건 어리석다. 연막 소독차를 쫓아가는 애들 같다. 분별이 흐리다. 이 책은 공정하고 평균적인 기준을 경원했다. 술꾼의 시선으로 보고자 했다. 그 프리즘 안에 들어 있는 집들을 실었다. 물론 술도 음식도 맛있고 싸다. 술집다운 마성이 있는 집이 많다. 문을 열고 나오면 사라지는, 상상의 공간 같은 집들을 고르고자 했다. 

 

 


 

- 주소대로 찾아가 가게에 당도하니 맥이 탁 풀린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니 줄을 서지 마세요.' 가게 밖에 이렇게 쓰여 있다. 돈 버는 것도 싫은, 괴짜 주인이 있다더니 사실이었다. 줄 세우고, 어떻게든 손님을 받으려고 하는 것이 사람 욕심이거늘. 남들한테 피해 안 끼치면서 줄을 서는 법은 없을까. 가게 벽에 내 몸을 바짝 붙였다. 나는 오랜만에 사람 노릇을 했다. 그렇지, 남한테 피해 주지 말고 살아야지. 안쪽을 흘끔 들여다보니 사람들이 가득 차 있다. 누구 한 사람 나올 기미가 없다. 가게 밖으로 폭소가 번져 나온다. 이런 자리는 둘 중 하나다. 주인과 손님이 어우러져 신나게 놀거나(일본어를 할 필요 따위는 없다), 개밥에 도토리가 되거나. 

 

- 말이 나와서 말인데, 일본의 성 평등 의식은 상당히 뒤떨어져 있다. 그런데 술집에서 여자들은 당당하고 아주 평등하게 대우 받는다. 이런 독특한 문화가 오사카 술집의 매력이랄까. 자리가 났다. 실내에 담배 연기가 자욱하다. 어어, 마스터가 담배를 물고 있다. 돈도 벌기 싫고, 하루하루 즐겁게 사는, 어떤 의미에서 '오대수'가 아닌가 싶다. 오늘도 대충 수습하며 즐겁게 살지 뭐. 이곳은 이탈리아 음식 베이스의 양식 스탠딩 바다. 말로 설명하니 멋있어 보이는데, 그냥 양식 필이 있는 마구잡이 요리를 내놓는 집이다. 그래서 더 멋지고 구미가 당긴다. 그렇지, 그렇지, 이러면서 먹었다. 술안주가 이래야지. 요리사가 어떤 강박을 벗으면 요리를 자유롭게 던진다. 간을 맞추고, 맛있어? 그럼 됐다. 

 

- 음식이 입에 쩍쩍 붙는다. 오크라와 미역무침 300엔. 시작하기 좋은 안주다. 당신이 가는 날에는 아마 또 다른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방어를 허브와 빵가루에 굴려서 오븐에 구운 요리를 시켰다. 이 집 마스터는 요리 많이 해본 사람이다. 가케를 돌냄비에 끓여내는 요리가 있는가 하면, 카레로 만든 셔벗도 있다(이건 절대 먹지 마라). 함바그(맞다. 햄버그)라는 안주가 있는데, 일본 사람은 참 이런 거 잘한다. 제길, 맛있어. 
 

- '가성비'. 한국 네티즌이 식당을 평가할 때 자주 쓰는 말이다. 가격 대비 성능비. 영어로 코스트 퍼포먼스, 일본에서도 쓴다. '코스파’라고 줄여서. 이른바 코스파 높은 술집의 대명사는 가쿠우치다. 가쿠우치는 곧 다치노미야이기도 하다. 가쿠우치가 다치노미야의 일종이다. 덴노지 사거리 한 골목의 이 집은 우연히 불빛을 보고 찾아들었다. 역시 전형적인 가쿠우치의 모습이다. 가쿠우치라는 이름을 붙이려면 반드시 주류 도매상이어야 한다. 한국에서 진짜 정육식당은 고기를 팔면서 고기 요리도 파는 것처럼. 가쿠우치의 발상지라는 기타큐슈시에서는 '술을 상점에서 사서 거기서 바로 마시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현대의 가쿠우치도 그런 의미가 살아 있다. 주류 도매상인 것은 변함없고, 시간이 흐르면서 간단한 주점처럼 진화했다. 안주는 원래 캔에 든 것이나 간단한 마른안주를 취급하다가 점차 따뜻한 안주도 팔게 됐다. 이 집에서는 가쿠우치의 원형에 걸맞게 캔 요리가 주력 메뉴다. 주문하면 즉석에서 따주는데, 그냥 먹거나 구미에 따라 후추와 시치미 같은 걸 뿌려 먹어도 된다. 물론 '솜씨 없는 집의 요리는 손을 댈수록 맛이 없어진다'는 명제(?)에 충실하게 그냥 먹어도 좋다. 

 

- 저녁술은 보통 마시는 줄이고, 진짜 술꾼들은 낮술을 마신다. 일반 직장인은 물론 어렵겠지만, 일본은 특이하게 낮술꾼이 많다. '도대체 일은 언제 하지?'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일본인은 일을 많이 한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 우리가 보기에 더 수상하다. 낮술은 은밀한 즐거움을 준다. 내가 취한 사실을 남들은 잘 모른다는 뜻이다. 설마 낮에 술 취했으려고! 이런 예상의 허를 찌른다. 한데 골수 술꾼 중에는 낮술도 아니고 아침술을 마시는 이들이 있다. 해장술이어도 좋고, 그렇지 않아도 멋지다. 아침, 빈속에 짜르르 들어가는 술맛을 상상해 보라. 그 맛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 세상에 얼마나 있을까. 오사카에서는 그런 집을 더러 볼 수 있다. 바로 신세카이 잔잔요코초(골목)의 다치노미야 논키야다. 날씨가 좋으나 궂으나 아침부터 술꾼들이 이 집 앞에 줄을 선다. 세상에, 아침 8시 오픈. 그러니까 이 집에는 직장인이 한창 출근하는 시간에 술을 마시러 오는 사람들이 있다는 뜻이다. 

 

- 이 집의 명물은 다채로운 작은 요리 접시들과 오뎅이다. 문밖에 서서 먹는 오뎅이 끝내준다. 이 집 오뎅은 맛도 맛이지만, 보통 오뎅집에 별로 없는 채소 오뎅이 꽤 많다. 여주인에게 들으니, 본인이 몸이 아파 채소를 즐겨 먹으면서 그것을 오뎅에도 많이 넣게 되었다고 한다. 추천하는 건 두 가지. 하나는 구조네기다. 채소가 맛있기로 유명한 교토의 파다. 달고 진하다. 파를 오뎅집에서 돈 내고 먹는다고? 그렇다. 무도 돈을 치르고 먹는데, 명물 파야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다시(육수)를 쭉 빨아들인 파는 입 안에서 천천히 단맛을 풀어낸다. 오사카가 속한 간사이 지방에서는 이런 잎이 많은 파를 주로 먹는다. 뿌리를 중시하는 파는 도쿄 이북의 간토와 도호쿠 지방 사람들이 즐긴다. 도쿄에는 센주네기라는 파가 있는데, 이것도 명물 파고, 규슈에서는 만노네기가 유명하다. 땅덩어리가 크고 지역성이 강한 일본 답게 파조차 세밀하게 나뉘고 개별적이다. 

 

- 다른 채소 오뎅으로는 무를 넣은 오뎅을 추천한다. 한국에서는 공짜거나 줘도 안 먹는 무도 일본에서는 돈을 받는다. 보통 한쪽에 100엔에서 120엔 한다. 무를 맛볼 요량이라면 단어 하나를 기억해 두자. 소코다이콘. 밑에 가라앉은 무라는 뜻이다. 장시간 다시를 빨아들인 무이니 맛이야 말해 무엇하리. 잇몸을 데어가며 베어 물면 즙이 그득 스며 나온다. 이때 소주나 니혼슈를 마셔야 제격이지만 싸구려 2급 주도 좋다. 마침 다루지케(병이 아니라 술통에 담아서 파는 청주)로 야마가타현의 도쿠베쓰준마이가 있길래 시켜봤다. 전용잔에 그득하게 담아내는데 양이 두 잔 분량은 돼 보였다. 정말 맛있다. 

 

- 일본의 술꾼들은 니혼슈를 따끈하게 데우거나 미지근하게 해서 마시는 걸 좋아한다. 물론 고급주는 차게 마시기도 하고, 여름에는 레이슈라고 부르는 차가운 술이 잘 팔린다. 이방인이 니혼슈를 미지근하게 데운 누루칸이나 조온(상온)으로 시키면 직원이 슬쩍 쳐다보는 일이 있다. 어, 술 마실 줄 아네, 이런 느낌이랄까. 차가운 청주만 마셔왔다면, 오사카에서는 누루칸이나 조온으로 꼭 시켜볼 것. 한겨울이라면 물론 뜨겁게 데운 아쓰칸이 제격이다. 한여름에 아쓰칸으로 마시는 사람도 꽤 있다. 원래 일본인은 니혼슈를 그다지 차게 마시지 않았고, 그런 습관이 남아 있다(우리나라도 지방에 가면 막걸리와 소주를 미지근하게 마시는 문화가 있다). 한두 잔씩 마시다 보니 시간이 꽤 흘렀다. 고작 아침 10시. 신세카이의 술꾼들은 이곳에 다 모여서 한잔씩 걸치고 불하다. 

 

- 일본의 다치노미는 '정원'이 없다. 값이 싼 대신 더 많은 사람이 카운터에 서서 먹어야 한다. 어지간하면 자리를 비켜주면서 같이 마시는 게 예의다. 그걸 다크덕스라고도 불렀다. 프라이빗한 영역이 정확한 일본인들이 이런 걸 잘 지키는 게 신기하고, 한국은 (지하철 등에서) 당최 남에게 공간을 잘 허락 안 하는 걸 보면 참 난해하다. 어쨌든 일본에 오면 일본의 룰을 지켜야 한다. 

 

- 된장을 걸쭉하게 풀어 쇠심줄 따위를 조린 도테야키는 오사카 선술집의 인기 안주인데, 아마도 이 집이 가장 맛있는 축에 들 것 같다. 맛이 진하고 깊다. 잘 볶은 옛날짜장 맛도 난다. 아닌 게 아니라 짜장은 원래 갈색 된장이었으니까. 도테야키의 양도 적지 않은 편. 노포답게 직원들도 수십 년째 근무한다. 나이 들고 아우라 있는 직원이 주인인 줄 알았더니 새파란 젊은이가 점주라고 한다. 이런 소박한 선술집에서 30~40년을 근속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뭔가 하고 순간 오싹한 기분이 들던 기억이 있다. 

- 오사카 답게 구시카쓰도 맛이 좋다. 일반 식용유가 아니라 라드, 그러니까 돼지기름에 튀겨버린다. 그래서 맑지 않고 검은색을 띠지만 문제없다. 라드는 원래 그렇다. 제일 먼저 먹어봐야 할 것은 베니쇼가(붉은 생강)를 두툼하게 저며 튀겨낸 것. '선수'들이 꼭 먹는 안주다. 이런 걸 튀길 생각을 하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의외로 맛이 좋고 새콤달콤해서 입맛이 당긴다. 쓰루하시의 다치노미야 겐지와 맛을 비교해 보라. 닭 날개 모양을 낸 소고기, 정어리 한 마리를 통째로 튀기는 이와시 구시카쓰도 일품이다. 직원 유니폼에 '바닥에 꼬치를 버리지 마시오'라고 쓰여 있다. 

 

- 구시카쓰집에는 3대 불문율이 있다. 첫째, 자기가 먹은 꼬치를 바닥에 버리지 말 것. 숨기는 것, 모르고 떨어뜨리는 것 모두 금지다. 둘째, 자기가 먹던 구시카쓰를 소스에 두 번 찍는 '니도' 금지(위생 문제). 셋째, 물수건은 공용이므로 깨끗하게 사용하기. 꼬치를 떨어뜨리면 계산을 정확히 할 수 없고, 소스는 먹던 걸 찍으면 위생에 문제가 있으며, 물수건은 공용이니 혼자서 더럽히지 말라는 뜻이다. 다른 조항은 그렇다 치고 물수건을 같이 쓰는 건 좀 심하다 싶지만 오사카의 웬만한 선술집에서는 흔한 일이다. 위생 끔찍하게 따지는 것 같은 일본에선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일이지만, 달리 보면 마음이 편해진다. 일본도 별 수 없잖아. 이러면서. 가게는 낡았고, 세월의 흔적이 진하며, 직원들도 그다지 친절하지 않다. 그래도 이 노포의 소박하고 은근한 느낌은 사람을 자꾸 끄는 맛이 있다. 교바시의 최강자라는 말이 그냥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술을 데우는 금속 주전자가 세월만큼 낡았다. 

 

- 다코우메는 도톤보리에 있는 전설적인 오뎅집이다. 1844년 개업했으며 일본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오뎅집이라 한다. 그 분점이 오사카 북쪽인 신우메다 식당가에 있다. 먹자골목의 터줏대감 중 하나. 이곳은 60년 정도 됐다. 음식이 맛있고 서비스는 적당한 가게다. 
 
- 알다시피 오사카를 비롯한 간사이 지방에서는 오뎅을 간토다키라 부른다. 간사이에서 파는 오뎅인데 간토다키라 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1923년 관동대지진으로 파괴된 도쿄를 떠나 간사이 지방으로 요리사들이 이주하면서 시작되었다는 설이 있는데, 실제로 도쿄식 니기리즈시는 이때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또 다른 설로는 간토식 요리인 오뎅이 간사이로 전해졌으므로 간토다키라고 불렀다는 설, 마지막으로 오사카 인근의 사카이라는 소도시에 광둥 출신 중국인이 많이 살았는데, 이들이 먹는 요리를 간톤다키(広東煮)라 부르면서 일본인들이 흉내 내 요리하다가 나중에 간토다키(関東煮)가 되었다는 설이 있다(니혼케이자이 신문 2013년 1월 30일 자 간사이 판 기사에서 인용).

 

- 역시 오뎅은 술이 중요하다. 월요일 낮인데 낮술광들이 진을 치고 있다. 오뎅집의 주류는 일반적으로 니혼슈가 기본이며, 생맥주나 병맥주도 있다. 니혼슈는 보통 준마이나 혼조조급 술을 하우스 술로 쓴다. 100mL 내외인 잔술이나 1홉인 180mL 도쿠리로 시킬 수 있다. 1홉이면 두 잔 정도 나온다. 우리나라와 달리 차게 마시는 경우는 별로 없다. 한여름에도 의외로 데워 내는 집이 많다. 히야(조금 차갑게), 조온(상온), 누루칸(미지근하게), 아쓰칸(뜨겁게) 중에서 여름에는 누루칸이나 조온으로 마시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물론 아쓰칸을 마시는 오지상도 흔하다. 

 

- 여러 지방 술을 갖추고 있다. 효고현의 고급 품종 쌀 야마다니시키(山田錦)로 만든 술을 누루칸으로 한 잔 마셨다. 아주 훌륭하다. 오뎅 외에 안주류도 풍성하다. 노주방장이 한쪽 구석에서 열심히 요리를 만든다. 갈퀴처럼 거칠고 늙은 손으로 빚어내는 안주가 좋다. 마침 6월이라 가쓰오(가다랑어) 철이다. 다타키로 살짝 구운 후양하, 양파, 마늘, 생강과 간장으로 양념한다. 맛있다. 은어구이도 있다. 서서 먹는 집이며, 개성이 풍부하고 깊이 있는 음식을 낸다. 가격이 좀 센 편.  

 

- 이 지역에 아주 오래된 식당가가 있다. 바로 신우메다 식도가다. 신(新)이라는 말이 붙었지만, 1950년에 형성된 상가로 전형적인 '먹자골목'이다. 세련된 우메다 지역의 쇼핑과 비즈니스 타운에 이렇게 오래된 노포가 모인 상가가 함께 존속하고 있어서 묘한 대비를 이룬다. '구이다오레(먹다 망한다)'와 '노미다오레(마시다 망한다)'는 오사카 사람들 다운 분위기다. 당시 개업한 가게도 여덟 곳이 남아 있고, 현재는 100여 곳 정도가 영업한다. 우메다 지역이 빌딩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옛 시타마치 느낌이 있는 이 식도가 일부러 찾는 사람들이 많다. 시타마치란 오래된 서민 상업지구를 말한다. 식도가 안에 일본인들이 먹는 거의 모든 음식이 망라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데, 최근에는 술집 중심으로 편성되어 있는 편. 퇴근 후 한잔 하며 요기하는 사람이 몰리고, 아예 오사카의 주특기인 낮술광들도 꽤 있다. 들어가는 출입구가 여럿이어서 찾기 어렵지 않은 반면, 원래 들어갔던 곳을 놓치기 쉽다.  

 

- 이 식도가의 재미는 하시고자케다. 하시고란 사다리라는 뜻으로, 술집 순례를 의미한다. 영어로는 바호핑. 서서 마시는 집들이다.

 

- 하시고자케를 할 수 있는 곳이 이곳 말고도, 오사카 에키마에 빌딩 지하, 후쿠시마(시내의 역 이름. 원자력 발전소가 터진 지역과는 다르다), 덴마, 우라난바 등 아주 많다.  

 

 

맛에는 기다림이 없고, 자리에는 기다림이 있다.

 

 

- 일본 음식 하면 회나 초밥 같은 해산물이 자연스럽게 떠오르지만, 정작 오사카 사람들이 정신 팔려 있는 음식은 바로 야키니쿠다. 그중에서 만료는 오사카 최고 인기 야키니쿠 가게다. 영업 전부터 가게 앞에 기다리는 손님들이 장사진을 친다. 두 달 전부터 받는 전화 예약을 하면 좋지만 관광객에게 쉽지 않은 일이라 보통 미리 가서 당일 저녁 예약을 해야 한다(외국인 예약은 잘 받지 않는다는 소문도 있다.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아도 잘되기 때문에 관광객을 꼭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없는 듯하다). 

 

- 기다리면서 생긴 서운한 마음은 메뉴판을 받으면 눈 녹듯 사라진다. 신선한 최상급 와규부터 눈에 들어온다. 도쿄 긴자의 야키니쿠야에서 한 점 먹을 수 있는 가격으로 무려 한 접시를 제공하는 놀라운 메뉴다. 거기에 호르몬(일본에서는 곱창 등 내장을 이렇게 부른다), 토종닭, 직접 만든 소시지까지 만료는 야키니쿠 만물상이다. '음료는 어떤 걸로 하시겠습니까?' 오사카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습관성 생맥주 주문 병이 도지려는 찰나 옆 테이블에서 종업원이 생과일을 직접 갈아 과일주를 만드는 모습이 보인다. 만료의 자부심은 여러 가지에서 비롯된다. 장사를 제대로 하는 집이다. 김치와 나물도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김치의 발음이 '기무치'이듯 나물은 '나무루'다. 일단 특상 로스와 시오로스(소금구이)부터 화로에 올린다. 스테이크처럼 두툼하게 썬 와규로스가 구수하고 달콤한 연기를 내며 식욕을 자극한다. 부드럽게 녹아드는 맛이다. 기다린 수고는 로스구이로 이미 보상받은 셈이다. 마지막 순서는 오사카에서 반드시 먹어야 할 특수 부위, 특히 규탄(소 혀)을 향한 일본인의 지지는 절대적이다. 우리나라는 소 혀를 주로 수육이나 탕으로 먹지만 일본인은 얇게 썰어 구워 먹는다. 특히 혀 안쪽이 지방이 많아 구이에 적합하다. 이 부분을 규탄모토라고 하는데, 소 혀의 새로운 경지를 경험할 수 있다.

 

- 특수부위를 계속 주문한다. 쫄깃하고 오독오독 씹히는 느낌을 좋아한다면 코리코리(동맥)를 꼭 맛봐야 한다. 우리나라 대구에서 '오드레기'라 부르며 즐겨 먹는 부위다. 가벼운 마음으로 계산서를 들고 카운터로 가는데 앞서 본 글귀가 다시 말을 건네는 듯하다. 그래, 네가 옳다. 맛에는 기다림이 없었다. 비록 자리에는 기다림이 있을지라도. 

 

- 허름하고 작은 가게. 평판이 높은 집은 아니지만 닭 하나는 죽여준다. 좋은 닭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덩치 좀 있는 주인장 바바(馬場) 씨가 엄청난 연기를 피워 올리며 닭을 굽는다. 소박한 야키토리인데, 마치 장사가 엄청나게 잘되는 야키니쿠 집처럼 연기를 뿜어댄다. 이 집은 오사카 남쪽의 와카야마닭을 쓴다. 토종닭을 뜻하는 '지도리(地鷄)'다. 보통 육계는 30일 내외로 길러낸다. 이 집은 그 두 배인 생후 60일 넘은 닭을 쓴다. 닭이 크니까 맛이 더 깊을 수밖에 없다. 또 큰 만큼 기름기도 많아서 연기도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주인장이 손님들한테 '내가 하루 종일 연기를 마시니까 너희도 좀 마셔' 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다. 연기와 재판하는 심정으로 닭을 굽게 된다. 닭이 크니까 살도 붉다. 부위별로 시킬 수 있다. 쫄깃한 다릿살 모모니쿠, 목살인 세세리를 먹었다. 닭이 크니까 목살이 따로 나온다(우리나라에선 거의 볼 수 없다. 한 달 키운 육계는 발라낼 목살이 없기 때문. 더러 유통되는 건 대개 늙은 산란계에서 얻는다). 

 

- 니혼슈를 먹어본 경험이 없다면 아마쿠치 계열이 부드럽고 단맛이 있어서 편하다. 초가라쿠치(超辛口, 고도로 드라이한 맛)에 도전해 봐도 좋다. 니혼슈는 450엔이니 매우 싼 편이다. 생맥주 중간 잔이 350엔에 불과하고, 주하이나 하이볼도 300~350엔. 야마자키의 하이볼도 고작 600엔. 하이볼을 독하게 마시고 싶을 땐 '고쿠(진하게)'라고 주문하면 더 진하게 타준다. 물론 돈은 약간 더 내야 한다. 

- 그날의 싱싱한 해산물 회와 회무침, 가쓰오 내장으로 만든 슈토(酒盗, 술 도둑이란 뜻의 젓갈)의 어마어마하게 짠맛도 체험해 보길. 묘하게 술이 당긴다. 자리는 15명 정도가설 수 있는 카운터석이 전부. 요리하고 술 따르는 장면을 그대로 볼 수 있다. 젊은 남자가 요리하고, 여자는 술을 따른다. '연애 예약제, 헤어지면 연락 주세요'라는 말이 써 있다. 이 말이 이 가게의 성격을 보여준달까. 물론 음식도 훌륭하니 더할 나위 없다. 옆자리 손님들이 한참 대화를 나누길래 일행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날 초면이란다. 열린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술집, 귀엽지 않은가.

 

- 손님들은 에어컨 실외기 위에도 안주와 술잔을 얹어놓고 마셔댄다. 이 집은 군세이(훈제)가 전문이라는데, 별 희한한 것을 다 훈제한다. 군세이 모리아와세(훈제모둠)를 하나 시켜서 맛보면 좋다. 기어코 술까지 훈제한다. 칵테일인 군세이 레드아이는 토마토 주스와 맥주를 섞고 훈제한 통후추를 갈아 넣어 알싸하고 독특한 맛이 난다. 음식 맛보다는 분위기, 즉 '물'이 좋아서 모이는 것 같은 손님들.  

 

- 잘생긴 청년이 눈길을 끌어당기는 집. 점주도 미남이다. 잘생긴 데다 요리도 잘한다. 생선 요리를 제대로 하는 가게로 오사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훌륭한 다치노미 이자카야. 한치를 쓱쓱 썰어 내기도 하고 기름 오른 방어에 꽁치회, 고등어초회, 광어회도 있다. 이런 맛있는 안주가 고작 380엔에서 480엔 선이다. 물론 양이 적지만 한둘이 가서 신선한 생선 요리로 입맛을 돋워가며 기분 좋게 취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오사카 시내에서 약간 떨어진 후쿠시마 골목에서 하시고자케(여러 바를 연이어 돌아다니며 조금씩 먹고 마시는 행위, 보통 대여섯 집을 돈다)를 할 때 적절한 곳이기도 하다. 다만, 가게 분위기에 완전히 취하면 하시고자케는 어림없다. 점주 아저씨의 길게 기른 구레나룻이 멋있다. 

 

- 가게는 이 이색적인 요리를 즐기는 젊은이들로 넘쳐난다. 내장 요리를 볶아서 내는 접시는 미니어처처럼 작아 양이 적지만 값이 워낙 싸니 큰 문제가 아니다. 심지어 족발도 있다. 삶아둔 새끼 돼지의 족발을 철판에 지져내는데, 바삭한 누룽지 같은 양념과 껍질이 맛있다. 니혼슈도 좋으며, 특히 찬술(레이슈)이 맛이 깊다. 야마가타산 준마이긴조 한 잔이 불과 450엔. 입에 쩍쩍 붙는다. 최고의 맛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멋진 분위기는 내장을 파는 집 중에서 가장 뜨겁고 힙하지 않을까 싶다. 한 번 가보면 누구나 또 가고 싶은 집으로 점찍게 될 것이다. 

 

- 하시고자케(梯酒)는 술집 순례를 말한다. 한 집에서 한 잔 정도 마시며 여러 집을 도는 것. 일본인이 아주 좋아하는 음주법이다. 옛 유행가에 하시고자케에 대한 구절이 나올 정도. 영국이나 아일랜드에서는 여러 바를 도는 행위를 바 투어(bar tour), 퍼블릭 크롤(publiccrawls), 바호핑(barhopping) 따위라고 부른다. 우라난바에는 스타일이 저마다 다른 술집과 바가 몰려 있어 하시고자케를 하기에 적당하다. 하시고자케를 하려면 일단 안주가 싸고 잔술을 팔아야 한다. 이런 조건에 잘 맞는 곳이 오사카에 널려 있다. 덴마바시, 우라난바, 후쿠시마, 오사카역 지하상가 등이 최적의 장소. 한국은 대개 안주를 필수로 주문해야 하고, 안주의 양이 많고 비싼 데다가 잔술을 잘 안 팔아서 바호핑에는 최악인 셈. 

 

- 덴마역 주변은 아마도 한국인이 많이 찾는 오사카 스시의 성지(聖地)일 것이다. 유명한 '하루고마'와 '스시마사'가 마주 보고 장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가성비 갑' 스시집이다. 이 두 집은 개인적으로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최상은 아니지만, 그 가격에 줄 수 있는 최선의 스시를 낸다. 관광객이 이 두 집 앞에 줄을 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루고마의 줄이 더 긴데, 스시마사가 못한 것도 없다. 확실히 우리는 잘 모르는 분야이니 '권위 있는' 블로거의 추천이나 소문을 따르는 것 같다. 나 같으면 비교적 자리가 잘 나는 스시마사에 가겠다.

 

- 기요스시는 이런 강적들 사이에서 전혀 꿀리지 않고 스시를 만드는 집이다. 좌석이 모두 8개에 카운터석이 전부로 규모가 작고 서비스도 기대하기 어렵다. 주인이 말수가 없어서 주문받고, 돈 내고 나갈 때 '오키니’(대단히 고맙습니다의 오사카 사투리) 하는 것이 고작이다. 손님이나 주인이나 각자 일에 충실한(?) 스시집이다. 비지엠도 없고 라디오나 텔레비전도 틀어놓지 않아 적막이 흐른다. 그 와중에 스시를 만드는데, 보면 깜짝 놀랄 것이다. 이 집 주인은 아마도 세계에서 스시를 제일 빨리 쥐는 요리사일 것이다. 물론 프로페셔널한 경지에서. 혼자 오는 손님이 많다. 조용히 먹고 싶은 걸 주문하고는 술잔을 기울인다. 추운 날이라면 전통적인 '아재' 니혼슈인 하쿠쓰루(白鶴) 브랜드의 진술을 데워 마시는 것이 이 집을 잘 느끼는 방법일 것이다. 달걀이나 문어를 올린 간단한 스시는 두 점을 올린 한 접시에 120엔부터 있다. 싸다. 최고는 마키다. 스시는 네타가 좀 얇고(값이 싸서 그럴 것이다),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마키는 제대로 낸다. 그가 얼마나 빨리 마키를 마는지 보라. 순식간에 두르르, 사각형의 마키가 완성된다. 슬로비디오 서비스는 없다. 다시 보고 싶으면 한 번 더 시켜야 한다. 샐러드마키(사라다마끼)를 시켜보길. 붕장어와 다랑어는 각각 240엔으로 이 집에서 최고급 스시. 작고 소리소문 없는 스시집이지만 지역에서 명망이 높다. 과연, 이 집 주인의 엄청난 스피드 때문일까, 과묵함이 존중받는 것일까.

 

- 얏코즈시는 지인의 소개로 처음 왔다. 홀을 보는 안주인은 그다지 곰살맞지 않고, 스시도 탁월하지 않다. 그런데도 신세카이에 오면 후미진 곳에 있는 이 집을 찾게 된다. 뭐랄까, 편안하다. 여름엔 냉두부(얏코), 겨울엔 뜨거운 두부(유도후)를 먹는 것이 최고다. 스시는 마키를 잘한다. 뎃카마키와 나라마키(나라즈케를 넣은 마키) 같은 것들이다. 뚱한 표정의 안주인은 생맥주를 잘 따른다. 최상급 생맥주다. 이 집에서 꼭 먹어야 할 건 밧테라다. 포르투갈어로 작은 배, 바테이라(bateira)처럼 생겼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고등어를 초로 양념하고 반투명한 다시마인 시로콘부를 얹어 낸다. 오사카의 명물이다. 니혼슈가 잘 어울린다. 

 

- 식초에 살짝 절인 정어리회도 있다. 정어리는 워낙 빨리 상해 식초에 절였을 것이다. 그래도 익히지 않은 정어리, 아니 정어리 자체를 보기 어려운 우리에게는 귀한 생선이다. 물론 해물은 계절에 따라 있다, 없다 한다. 시마아지라고 하는 커다란 줄전갱이, 새조개에 참치며 도미도 있다. 그저 뭐든 크기가 우리나라의 두 배다. 어떤 건 이가 푹푹 들어가게 씹는 맛이 있고, 어떤 건 입에서 스르르 녹는다. 생선이 질릴 때쯤 되면 김으로 만 마키도 원하는 대로, 재료가 있는 대로 만들어준다. 모르긴 몰라도 가을과 겨울에는 고등어로 만드는 오사카 밧테라를 내줄 것이다. 보통 구루마에비라고 부르는 보리새우를 수조에서 꺼내 초밥도 만들어주고 회로 내주기도 한다. 대가리는 구워서 뜻밖에도 섬세하게 레몬 소금과 함께 준다. 보리새우는 일본에선 대개 양식하니 늘 있을 터. 오사카에선 구루마에비라고 하지 않고 오도리(춤이라는 뜻)라고 부른다. 살아서 팔딱이는 모습이 춤추는 듯해서 붙인 이름이다. 한국에서 보리새우를 오도리라고 부르는 건 아마도 오사카의 영향인 듯하다. 간파치스시는 고작 15석 정도의 작은 가게지만 알차다. 비교적 싼값에 초밥을 실컷 먹을 수 있다. 보증한다. 

 

- 기리 아지(자른 단면의 맛)가 혀에 서늘하게 닿는다. 이건 프로다. 일본에선 흔히 '우동은 간사이, 소바는 간토'라는 말을 한다. 알다시피 오사카가 간사이 지방을, 도쿄가 간토 지방을 대표한다. 이 말은 곧 오사카의 소바는 우동만큼 위용을 뽐내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름의 소바 문화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여기 유흥의 거리 난바의 밤을 책임지는 작은 소바 식당이 있다. 거나하게 마신 후 집에 돌아가기 전에 먹는 해장 국수의 맛을 아는 이는 안다. 자정이 넘은 시간, 주와리 (100% 메밀)라 쓰여 있는 붉은 초롱 아카초친은 애주가에게 일종의 구조 신호다. 식당은 주방을 마주 보고 있는 여섯 석이 전부다. 호탕한 성격의 주인은 주문을 받자마자 제면에 돌입한다. 손님은 그저 느긋하게 앉아 마지막 술잔을 기울이며 포대 안의 메밀가루가 제면기를 거쳐 한 그릇의 국수로 탄생하는 과정을 즐기면 된다. 

 

- 오유와리. 술에 따듯한 물을 타 향을 돋우고 부드럽게 마시는 방법이다. 이곳의 유일한 소주는 메밀소주. 거기에 따듯한 소바 면수를 타면 소유와리와리에가 된다. 뜨끈하고 구수한 면수 덕에 메밀소주 맛이 부드러워지고 향이 솟는다. 국수가 나오기 전 몸을 녹여주는 한 잔이다. 일종의 어묵인 사쓰마아게를 안주 삼아 먹어도 맛있다. 

 

- 메밀국수 종류는 단출하다. 차가운 소바로는 모리소바, 도로로소바(참마국수), 오로시소바(무국수)가 있고, 따듯한 소바로는 온 모리소바와 온모리소바 위에 달콤하게 절인 청어를 올린 니신소바가 있다. 면은 꾸덕하게 씹히고 쓰유(장국)는 짭짤하고 감칠맛이 돈다. 우동처럼 쫄깃한 면은 아니지만 메밀 면이 지녀야 할 덕목을 두루 갖췄다. 우리나라의 이름난 막국숫집 못지않은 면이다. 무엇보다 호방한 주인의 성격에 국수 맛이 절로 난다. 자정이 넘은 시간 난바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해장일지도 모른다. 

 

- 시내에 흔한 체인점 긴류나 이치란에서 라멘을 먹어도 좋다. 진심이다. 그건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라멘다운 라멘을 먹으려면 수고가 필요하다. 오사카 시민들도 먹고 싶어서 오랜 기다림을 마다하지 않는 곳은 따로 있으니까. 그런 집은 한국인의 인스타그램을 둘러보면 많이 찾을 수 있다. 시간이 있다면, 그렇게 할 가치가 충분하다. 하지만 시간이 없고, 오래 기다리기 싫다면 아래 소개하는 집들을 찾아가 보라. 맛에 비해 덜 기다려도 된다 싶은 집들을 골랐다.  

 

- 라멘은 과거에는 도쿄를 중심으로 한 간토와 규슈 지방에서 강했다. 그 지역 사람들이 좋아했고, 그만큼 경쟁이 심했다. 그러다 보니 질이 올라가고 세계적인 명성도 얻었다. 오사카를 비롯한 간사이 지방은 라멘 하면 뭔가 아귀가 맞지 않는 느낌이었다. 맛있는 음식이 워낙 많으니까. 우동도 끝내주니까. 하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오사카 고유의 주카소바식 라멘(닭 육수를 기본으로 노랗고 가벼운 면과 무겁지 않고 간결한 토핑이 조화를 이룬 전통 라멘)은 물론이고, 도쿄의 영향을 받은 쓰케멘, 토핑이 과장된 온갖 요란한 라멘의 격전지다. 맛의 고장답게 역시 맛있게 말아 낸다. 후루룩, 후룩. 일본 라멘집에서는 크게 소리 내어 면발을 빨아들여야 제맛이다. 

 

- 수비드와 재료의 해체, 전통적인 우동 면의 차용, 역사와 반(反)역사, 젊은 라멘진(拉麵人)의 반란과 혁명, 지방을 둘러싼 여러 가지 해석과 폭력적인 비계 폭탄(심지어 누린내까지 극찬받는 경우도 있다), 오토시 스타일까지 거론하는 오타쿠들의 극성이 반영되어 왔다. 라멘은 이제 일본식 요리 문화의 만화경이 되었다. 파르메산 치즈를 갈아 넣고 대파 기름에 버무린 아부라 소바가 나와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토마토소스를 넣은 국물 많은 파스타형 라멘은 이미 브랜드가 등장했다. 당신도 라멘 기획자가 되어보라. 창조하기 좋은 영역이다. 무엇을 상상하든 다 만들어낸다. 라멘은 이제 작은 우주다. 이 집에 와서 이런 나의 해석과 가설은 더욱 힘을 얻었다.

 

- 도리소바자긴. 소바라는 전통적 명칭, 고급의 대명사인 도쿄 긴자를 비튼 것으로 보이는 위트(자긴이라니!), 심지어 크림소스 같은 국물을 뽐낸다. 어디까지가 라멘인가. 우리는 그것을 규정할 수 있는가. 신사이바시에 있는 이 가게에서 이런 생각이 더 짙어졌다. 물론 이곳은 닭이 메인이다. 옵션에 있는 '닭 지방 추가 큰 것 250엔'. 당신 같으면 닭의 기름기를 2500원 주고 사서 라멘에 얹어 먹겠는가. 여기서는 물론 예스다. 

 

- 밀가루, 물, 소금. 이 집 상호의 뜻이기도 하고 우동의 3요소이기도 하다. 우동은 재료가 단순하다. 그래서 어렵다. 전통적인 우동의 세계가 단단한 것도 그런 까닭이다. 새로운 방식은 발붙이기 어렵다. 냉면이, 짜장면이, 설렁탕이 그렇듯이. 한데 이 집 우동은 전통과 다른 방법으로 접근한다. 고나, 미즈, 시오를 아는 사람이 설계했다. 극도로 쫄깃한 면발, 계절감을 살린 제철 우동 같은 것이 돋보인다. 게다가 우동의 식감을 살려서 만든 '우빵'이라는 이름의 빵도 판다. 식빵을 한쪽 먹어봤다. 초유의 경험이다. 이런 식빵은 없었다. 

 

- 보통 일본 우동을 설명할 때 '허리가 강하다, 허리가 없다' 이런 표현을 쓴다. 고시가 쓰요이(腰強心), 고시가 나이(腰外無心). 면발의 힘을 말한다. 원래 오사카 우동은 후자다. 우리에게도 친숙한 시코쿠 지방의 사누키 우동과 도쿄 쪽의 우동이 허리가 강한 면을 쓴다. 전통적인 오사카 우동은 면발이 부들부들하다. 물론 어디까지나 전통이다. 근자에는 각자 우동집 선수들이 개성을 발휘한다. 간사이는 우동, 간토는 소바라는 말도 이젠 별 의미 없지 않은가. 간사이에도 좋은 소바집이 얼마든지 있다.  

 

- 이 집의 명물은 두 가지. 우선 오지야우동을 시킨다. 780엔. 오지야란 밥을 말아 넣었다는 뜻이다. 쇠 냄비에 우동과 밥이 담겨 나오는 모양새부터 범상치 않다. 일본의 간결한 음식과 거리가 있다. 주인장은 "옛날에 궁녀들이 먹던 스타일이오. 밥을 넣고 해산물과 버섯, 달걀 등 힘이 나는 재료를 우동과 함께 먹는 것이지"라고 한다. 진짜 밥이 들어 있다. 우동 속에 밥이라... 일본 음식에서는 아주 드문 조합이다. 붕장어와 표고버섯, 가마보코(어묵), 유부 등이 들어 있다. 이 한 그릇이면 배가 든든하다. 

 

- 원래 이 집이 원조인 우동은 따로 있다. 기쓰네 우동이라고 한다. 여우의 털처럼 갈색 빛이 나는 튀긴 유부를 올려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는 설이 있다. 원래는 '콩콩 우동'이라고 했다고 한다. 여우의 울음소리가 일본인에게는 콩콩으로 들리는 모양이다. 그러다가 기쓰네 우동으로 정착했다. 

 

- 일본에 오면 튀김 맛을 봐야 한다. 하나는 덴푸라다. 일본식의 '투명한' 튀김을 말한다. 다른 하나는 요쇼쿠, 즉 양식 기법의 튀김이다. 돈가스며 멘치가스 같은 것이다. 덴푸라가 참기름 위주라면 프라이는 라드 중심이다. 우리나라에선 거의 사라져 보기 어려운 동물성 기름 튀김을 일본은 고수한다. 더 진한 맛이다(물론 칼로리도 더 높다). 

- 센즈는 매우 비좁고 그다지 청결하지도 않은 가게다. 메뉴도 과하다 싶게 많다. 전부 신경 쓰려면 매일 부하가 걸릴 것이다. 가게 안은 대낮에도 튀김 냄새가 빠지지 않는다. 이런 가게를 꾸려가는 젊은 주방장이 대단하다 싶다. 주문하면 튀기기 시작하는데 고소한 라드 냄새가 확 퍼진다. 제대로 된 튀김을 맛본다는 기대감이 솟는다. 단순한 튀김집이 아니고 중국집에 가깝다. 저녁에 술안주가 될 만한 소소한 중식 요리가 많다. 카레, 돈부리, 각종 정식 메뉴 이름이 벽면에 가득하다. 테이블 두 개에 카운터 자리가 고작 여섯 석. 엄청나게 큰 돈가스(로스가스)와 멘치가스, 헤레가스(히레가스의 오사카 사투리)가 모두 1080엔 가격은 좀 나가지만 양이 정말 많다. 멘치가스도 독특하다. 안심 정식을 시켰더니 안심 덩어리를 말고 접어서 공들인 모양으로 튀겨 내온다. 역시나 양이 어마어마하다. 튀김옷이 바삭거리면서 입천장을 치고 지나간다. 귀가 윙 울릴 정도로 바삭한 첫입의 박력 있는 소리가 아직도 기억난다. 돈가스는 소스를 듬뿍 덮어 내온다. B급 구르메란 이런 맛이다.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 우리의 혈당과 심장박동을 높이겠다는 악마적 미각이다. 심지어 볶음밥도 잘한다. 꽤 상쾌하게 뽑아내는 생맥주가 벌컥벌컥 들어간다. 아카미소돈지루(붉은 된장돼지고깃국)가 맛있다. 

 

- 마니아들에게 인기 있는 커피숍. 수염을 기른 젊은 바리스타 이지리 겐이치로가 만드는 커피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일본에선 넬드립이라고 부르는 융 드립 커피가 인기다. 섬세하고 집중력 있게 딥 로스팅을 한 진한 커피를 뽑아낸다. 젊은 바리스타가 시계 수리공 같은 집중력을 보여준다. 넬 드립 커피 한 잔이 만들어지는 데 보통 준비 단계부터 5분 정도 걸린다. 마치 유명한 야구 선수 스즈키 이치로의 루틴처럼 천천히 똑같은 동작을 반복한다. 커피가 빵처럼 부풀면 향이 뿜어져 나오는데, 잠시 어질어질하다. 루틴이 길어서 손님이 밀리면 그만큼 오래 기다려야 한다. 보통 넬 드립은 종이 필터에 비해 진하면서도 질감은 부드러운 커피가 이래저래 여운이 긴 커피다. 

 

- 직원 : 뭐라뭐라뭐라 (100% 무얼 마시겠느냐고 묻는 것이다)

나 : 메뉴판에서 마실 것을 찍는다. 아니면 이렇게 외친다. "나마! (생맥주)"

 

- 큰 잔을 원하는지 작은 잔을 원하는지 묻는 경우도 있다. 그때 못 알아들어도 웃으면서 가만히 있으면 알아서 해준다. 참고로 중간 크기 잔은 나마추, 작은 잔은 나마쇼라고 한다. 우리도 아는 '조끼'를 응용하여 '조끼데(조끼)' 하면 알아듣는다. 어떤 직원은 "조끼는 없고 같은 양의 중간 크기 잔이 있는데 그것도 괜찮습니까?" 하는 경우도 있다. 아, 피곤하다. 병맥주는 빙비루, 소주는 쇼추, 하이볼은 하이보루라고 하면 된다. 

 

- 니혼슈는 좀 복잡하다. 리스트가 있으면 잔(키, 구라스), 홉(合, 고), 병(보) 등으로 용량이 표시돼 있다. 잔으로 파는 경우가 많다. 홉은 도쿠리다. 1홉짜리가 기본이다. 

 

- 자, 용량을 정했으면 어떤 상태를 원하는지 결정해야 한다. 차갑게, 상온으로, 미지근하게, 뜨겁게 중 어떤 상태로 마시고 싶은지 고르면 된다. 각각 쓰메타이, 조온, 누루칸, 아쓰칸이다. 자, 정리해 보자. 차가운 술을 잔으로 두산 마시고 싶으면 메뉴에 있는 술 이름을 짚으며 이렇게 말하면 된다. "고레 쓰메타이데 후타쓰구라스 구다사이!" 쉽지 않은가! 한 잔은 히토쓰. 세 잔, 네 잔은? 그냥 손가락으로. 

- 간단하다. 비싼 것이 좋다. 농담이 아니다. 그래도 알고 마시기를 바란다면 알아보고 가는 편이 좋을 터. 그런데 이게 은근히 복잡해 익히기가 쉽지 않다. 이것도 당연히 마케팅이라 소비자와 판매자, 생산자가 서로 머리를 굴린다. 물론 알면 알수록 유리하다. 보통 허름한 동네 이자카야에 가면 니혼슈 종류가 거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냥 한 종류만 판다. 그걸 온도에 따라 구별해 마실 뿐이다. 그런 술은 대개 됫병들이 준마이(純米)다. 준마이는 쌀과 누룩만으로 빚는 꽤 괜찮은 술이다. 

 

- 니혼슈 리스트가 있는 집은 조금 복잡한 등급체계에 따라 나눠놓는 것이 보통이다. 재료를 기준으로 준마이인지 아닌지 따지고, 재료인 쌀을 얼마나 깎았는지도 중요하다. 보통 정미율에 따라 다이긴조(大吟, 50% 이하), 긴조(吟醸, 50~60%), 혼조조(本酸造, 60~70%)로 또 나눈다. 그러니까 준마이 다이긴조는 최상급이다.

 

- 그러면 준마이 다이긴조가 최고냐? 대개는 그렇다. 그러나 메이커에 따라 긴조가 다른 데서 나온 준마이 다이긴조보다 좋은 경우도 있다. 머리가 아프다. 그러나 이 책에서 소개하는 가게들은 대개 엇비슷한 술을 갖춰놓고 있다. 한 잔에 500~700엔선이다. 가격이나 등급에 구애받지 말고 이것저것 시켜서 맛보라. 자, 딱 한 잔만 마신다면? 나라면 야마가타현의 준마이 다이긴조를 시키겠다. 야마가타현은 실패할 확률이 적은 술이 많이 나오는 고장이다. 이 밖에 술을 신슈(酒), 나마자케(生酒), 나마겐슈(生原酒), 무로카(無濾過), 고슈(古酒) 등으로 현란하게 구별하는 경우도 있다. 있으면 마셔보라. 발포주로 나오는 니혼슈도 더러 있다. 
 
- 소주는 오사카에서 즐길 수 있는 주류의 하나. 주문하는 법이 좀 복잡하다.

1. 먼저 원하는 상표를 고른다.
2. 보리(무기)인지 고구마(사쯔마)인지 선택한다.
3. 마시는 법을 정한다. 온더록스(롯꾸), 미즈와리(찬물을 섞는다), 오유와리(더운물을 섞는다), 칵테일(고꾸떼루), 스트레이트(스또레또 중 고르면 된다. 스트레이트를 주문하면 깜짝 놀란다. 

- 한국식으로 병째(보또루) 시키면 진심이냐고 묻는 듯 한참 쳐다본다. 현지인은 더러 병째 시켜서 몇 잔 마시고 보관해 놓지만, 관광객이 그러면 놀랄 수밖에. 일본은 소주를 차게 보관해놓지 않기 때문에 얼음을 넣어주는 온더록스로 마시는 걸 추천한다. 빨리 마시면 독하고 천천히 마시면 순하다. 일본 소주는 우리나라 소주보다 훨씬 비싼 대신 향과 품질이 좋다. 희석하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 한 잔에 300~500엔 한다. 우리나라의 한 병 값이다. 소주에 과일이나 기타 향이 나는 탄산수를 섞어주는 음료를 추하이라고 하는데 젊은이들에게 인기 있다.

- 야키니쿠는 한국보다 부위를 더 다양하게 쓴다. 내장도 세분화돼 있다. 보통 많이 먹는 부위는 다음과 같다. 이 외에도 더 세밀하게 부위를 나누어서 파는 집이 많다.

로스 또는 조~로스 : 上(조~)이 붙으면 더 고급 부위를 의미한다. 고기 자체가 더 고급이라는 뜻이 아니라 부위를 해체했을 때 더 맛있는 부분이다. 등심 쪽 고기를 말한다.

히레 : 안심인데, 야키니쿠 집에서는 잘 취급하지 않는다. 양식집의 스테이크감으로 많이 팔리기 때문이다.

가루비 또는 조-가루비 : 뼈가 없는 갈빗살이라고 보면 된다.

하라미 : 안창살. 인기 높은 부위다. 한국과 비교했을 때 '가성비'가 가장 좋은 부위다.

미노 : 양 또는 양깃머리. 上(조)이 붙으면 더 두툼하고 쫄깃하다.

호호 : 드물지만 가끔 소볼살이 있다.

뎃쨘 : 한국어 대창을 본뜬 발음. 大腸(다이쪼~)라고도 한다.

탄, 조-탄 : 우설. 조탄은 혀의 안쪽 두꺼운 부위로 지방이 많아 더 부드럽다.

레바 : 간으로 구워 먹는다.
코리코리 : 대동맥. 아주 쫄깃하다.

 

- 한국어, 영어, 중국어 메뉴 있는 집은 피한다. 설명을 굳이 안 해도 알 것이다. 전 지구인의 식성과 미각을 만족시키겠다는 의도를 드러내는 집이다. 이 항목은 사실 음식의 수준을 보여주는 판독기 구실을 한다. 일본에 처음 가면 이런 글을 써놓은 집의 음식도 꽤 먹을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내공이 늘수록, 이 말에 숨은 의미를 알게 될 것이다. 

- 음식 사진이 걸려 있는 집 역시 무슨 뜻인지 알 만하다. 일본은 음식 모형을 내건 집 이많다. 한때 엄청 유행했다. 보통 밥집에서 많이 쓰는 방법인데, 당시 너도나도 하던 터라 음식 맛을 감별하는 기준이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관광지에서 이런 걸 내건 집은 피하는 것이 좋다.
   

 

 

 
오사카는 기꺼이 서서 마신다
요리사 박찬일이 발품으로 찾아낸 오사카 술집과 밥집 107곳을 담은 『오사카는 기꺼이 서서 마신다』. 오사카의 술꾼들과 가슴을 나눈 저자가 각 음식점들의 고유한 정서를 소개한 미식 여행서이다. 지난 10년간 꾸준히 오사카를 다닌 저자가 엄선한 오사카의 대표적인 술집인 다치노미야(선술집)를 비롯해 야키니쿠야(고기구이집), 이자카야, 가쿠우치, 고료리야, 바, 스낫쿠, 그리고 라멘, 우동, 소바, 스시, 카레, 양식(요쇼쿠), 덮밥, 정식(우리나라의 백반), 카페, 빵집, 식재료점 등 술집 70곳, 밥집과 카페, 빵집 등 37곳의 미식의 스폿들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사라져가는 술꾼들을 찾는 심정으로, 배고픈 나그네의 심정으로 술집과 밥집을 고르고 평가했고, 비싸고 잘 나가는 집보다는 가슴으로 공감할 수 있는, 맛있고 저렴한 집들을 고르고 골라 담아냈다. 더불어 일본 술의 계보를 그리고 안주에 따라, 분위기에 따라 안성맞춤인 술을 추천해 오사카에서 술을 맛있게 먹는 방법을 알려준다. 또 식당 107곳의 실용적인 정보(음식점 이름/박찬일 코멘터리/별점/추천 메뉴/주소/교통편/전화번호/영업시간과 휴업일/결제 방법/흡연 여부)를 한 손에 쏙 넣을 수 있는 인덱스 북을 통해 오사카 여행에도 도움을 준다.
저자
박찬일
출판
모비딕북스
출판일
2019.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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