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1

[우케쓰] 이상한 집

일루젼 2023. 6. 18.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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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우케쓰 / 김은모
출판 : 리드비
출간 : 2022.10.27


       

찾을 책이 있어서 서가를 훑던 중, 눈길을 사로잡는 붉은색이 있어 집어 들었다.

표지에서부터 등장하는 설계도면과 제목만 보고 일본 내에 실존하는 특이한 집들에 관한 에피소드 모음집인가 싶었는데 전혀 아니었다. 물론 저자가 저자인지라 모델이 된 곳이 실제로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이상한 집>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한 편의 소설이다. 

 

이 소설에서는 집의 구조들이 무척 중요하다. 잠깐 살펴봐서는 딱히 이상하다고 느껴지지 않을 수 있지만 설계대로 상상해 보다 보면 '엇!'하고 문득 이해되는 섬뜩함이 큰 매력. 물론 도면을 볼 줄 몰라도 상관없다. 등장인물인 구리하라의 설명이 자세하므로 충분히 상상해 볼 수 있고, 집의 기본 구조는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상한 집>은 저자가 들려주는 '이해되면 섬뜩한' 기담에 가깝다. 저자와 독자 간의 대결 같은 추리물이 아니기에 편안하게 읽을 수 있고, 놓치는 부분이 있더라도 후에 다시금 설명이 이어진다. 그보다는 약간의 상상력이랄까, 등장인물에게 최대한 이입해서, 마치 내가 이야기를 듣는 듯이 읽는다면 이 책의 재미를 가장 잘 느끼실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결말이 조금 아쉽다. 어느 선까지일지를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인데, 일종의 열린 결말이라면 열린 결말이지만... 

내 경우에는 본문 중에서 더 큰 충격을 받았었다. 하지만 후에 조금 더 생각해보다 보니 마지막에서 개개인이 '상상할 수 있는' 결말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리란 생각이 들었다. 최초에 내가 이해했던 것보다 훨씬- 훨씬 충격을 받을 수 있을 법한 결말도 가능했다.

 

즐겁게 읽었고, 스스로가 가진 심리적 한계선을 확인한 것 같아 나름대로 만족스러웠다.

끝. 


 

   "건축평면도만으로도 이렇게 소름 끼칠 수가 있다니"

 

 

- 어느 날, 평범한 오컬트 작가인 '나'에게 지인이 연락을 해 왔다. 막 구매하려는 집에, 아무리 봐도 이상한 공간이 있다는 것. '나'는 알고 지내던 건축 설계사에게 주택 평면도를 보여 준다. 설계사는 평면도에서 '위화감'이 느껴진다며, 한 가지 가설을 내놓았다. 그건 너무도 끔찍해서 차마 믿고 싶지 않은 이야기였다...

 

- 당신은 이 집의 이상한 점을 알겠는가. 아마 얼핏 봐서는 아주 흔한 가정집으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주의 깊게 구석구석 살펴보면, 집안 여기저기에서 기묘한 위화감이 느껴지리라. 그 위화감이 겹치고 겹쳐, 마침내 하나의 '사실'이 드러난다.

너무나도 무서워 결코 믿고 싶지 않은 사실이.

 

- 솔직히 직접 만나기는 불안했다. 메일만 봐서는 미야에 씨가 어떤 인물인지 판단할 수 없다. 혹시나 그 집의 관계자이기라도 하면...? 
하지만 여기서 꽁무니를 빼면 그 집의 수수께끼는 영영 풀 수 없다. 
이건 기회다. 나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미야에 씨와 만날 날짜를 잡았다.

 

- "네모난 방을 증축하면 작은 공간 두 개가 남죠. 이래서야 정원으로 활용하기 힘들어요. 하지만 삼각형 방이라면 나름대로 넓은 공간이 남습니다." 
"그럼 정원을 남기기 위해 삼각형 방을 만들었다는 말씀이세요?" 
"일단은 그렇게 생각했죠. 하지만 잘 생각해 보니 이상하더라고요. 정원으로 나가기 위한 문이 없거든요. 원래는 거실 문이 정원으로 통했어요. 하지만 삼각형 방을 증축한 후로는 그 문을 사용할 수 없게 됐죠. 다른 방에도 정원으로 통하는 문은 없고요. 즉, 어디서도 정원으로 나갈 수가 없습니다."

"음... 하지만 현관에서 삼각형 방 옆을 통과하면 갈 수 있지 않을까요?" 
"그게 불가능해요. 어제 위성사진과 자료를 참고해 계산해 봤는데, 담과 삼각형 방의 틈새는 기껏해야 20에서 30센티미터 정도라는 걸 알았죠."

 

- "방을 증설하는 공사는 규모가 꽤 커요. 당연히 업자가 자주 집에 드나들 테고, 이웃들의 시선도 끌겠죠. 부부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방을 만들어야 할 이유... 대체 뭐였을까요?"

 

- 그때 창밖에서 12시를 알리는 벨소리가 들렸다. 
"벌써 점심 먹을 때인가. 그럼 배달이라도 시켜 먹을까요?"

 

- 우리는 근처 메밀국수집에 점심을 주문했다. 메밀국수가 오는 동안 내내 품고 있었던 생각을 구리하라 씨에게 상의하기로 했다. 
 

- "집을 내놓을 때 업자가 심사했을 겁니다. 심사에 통과했으니 적어도 맨눈으로 살펴보고 알 수 있을 만한 증거... 예를 들면 핏자국이나 피해자의 유류품 같은 것들은 남아 있지 않다는 뜻이에요. 비밀구멍도 막아 버리지 않았을까요?"

 

- "그리고 '빛'과 '어둠'의 경계가 되는 장소, 그것이 바로 침실과 아이 방을 연결하는 이중문입니다. ... 이상하다 싶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그 이유를 알겠네요."

 

- "A는 히로토의 존재를 몰랐을까요?"

"뭐, 같은 집에 사는 이상 목소리는 들릴 테니 전혀 모르지는 않았을 거예요. 다만 실제로 히로토의 얼굴을 보면 A가 어떤 감정을 품을지 모르죠. 어쩌면 자신과는 정반대로 대접받는 히로토를 질투해 해코지할 수도 있어요. 부부는 그게 두려웠을 겁니다." 

 

- "제게는 두 살 많은 언니가 있었어요. 이름은 아야노. 상냥하고 예뻐서 자랑스러운 언니였죠. 언니는 저를 아주 아꼈고, 저도 그런 언니를 참 좋아했어요. 그런데 제가 열 살이던 해 여름에, 언니가 갑자기 집에서 사라졌어요.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깨자 옆에서 자고 있을 언니가 없더라고요. 그뿐만 아니라 침대, 책상, 옷 등등 언니 물건이 전부 없어져서... 깜짝 놀라 엄마에게 물어보자, '언니는 오늘부터 우리 가족이 아니야.'라고만 말하고, 그 외에는 아무것도 알려 주지 않았어요."

 

- "전화로 들은 언니 목소리는 예전보다 어른스러웠지만, 상냥한 말투와 콧소리가 약간 섞인 느낌은 변함 없더군요. 너무 기쁜 나머지 그날 한 시간도 넘게 통화했어요." 

 

- "그때 느낀 작은 위화감을 확인하지 않고 넘어간 게 지금도 후회스럽네요."

 

- "네. 이걸 그릴 때 그러고 보니 낮에도 불을 끄면 컴컴했다는 게 기억났어요. 어릴 적에는 그게 특별히 이상하다고는 생각지 않아서 내내 잊어버리고 있었지만..." 

 

- "복도 끝에 불단이 있잖아요. 이 불단에 부인을 모셨대요. 복도 폭과 크기가 똑같아서 딱 들어맞죠. 바늘 하나 꽂을 틈도 없을 정도로요. 집의 치수에 맞춰 불단을 만든 건지 아니면 불단에 맞춰 집을 만든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 집 자체가 거대한 부쓰마 같은 것 아니었을까 싶어요." 

(주 : 부쓰마. 불단이나 위패를 안치해 놓는 방) 
 

- "이건 어디까지나 '가타후치 씨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집 구조'입니다. 가타후치 씨 눈에 보이지 않았던 부분, 즉 숨겨진 방은 못 그리시겠죠."

 

-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를 종합하면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어요."

 

- "왜 굳이 거기서?"
"그 이유가 바로 이 사건, 그리고 이 집의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입니다."

 

- 그때 문밖에서 '시간 다 돼 갑니다'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회의실 대여 시간이 다 끝나 가는 모양이다. 시계를 보자 벌써 6시가 넘었다. 우리는 이야기를 일단락 짓고 서둘러 돌아갈 준비를 했다. 

 

- "... 아는구나. 그래. 사실 이 이야기를 네게는 하고 싶지 않았어. 하다못해 유키 너만이라도 무관하게 살았으면 했는데. 하지만 사정이 변했어." 

 

- 가에이에게는 소이치로세이키치라는 아들과 지즈루라는 딸이 있었다. 

- 첫째 소이치로는 아버지와 달리 내향적인 성격이었다. 둘째 지즈루와 사이가 좋아, 다 큰 후에도 같이 소꿉놀이를 하는 등 별난 구석이 있는 청년이었다고 한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막내 세이키치는 활발하고 문무를 겸비한 호기로운 청년이었다. 어릴 적부터 배짱이 두둑했고 사람을 다루는 능력도 있어서, 어떻게 보아도 세이키치가 가타후치 가문의 후계자로 적합했다.

 

- 하지만 가에이가 후계자로 선택한 건 첫째 소이치로였다. 그 이유는 세이키치의 출생이다. 

- "입밖에 내지 않아도 함께 있으면 반드시 뭔가 전해지는 법이거든."

 

- 체격은 또래 아이들과 크게 차이나지 않았지만, 창백하니 건강해 보이지 않는 피부와 마치 모든 감정이 빠져나간 것 같은 표정이 얼마나 이상한 환경에서 자랐는지를 말해 주는 듯 했습니다. 모모야는 머리가 좋아 여섯 살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또렷또렷하게 대답을 잘하는 아이였지만, 능동적으로 뭔가 하거나 자신의 기분과 욕구를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습니다. 예전에 텔레비전에서 부모님과 함께 신흥종교에 빠진 아이들의 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거기 나온 아이들과 비슷한 느낌이더군요. 모모야는 가타후치 가문 사람들에게 인격을 빼앗긴 것 같았습니다. 

 

- 연회가 끝난 후 기요쓰구 씨가 제게 '너도 여러모로 힘들겠지만, 일에 차질이 없도록 열심히 해. 모모야는 딱한 아이야. 되도록 예뻐해 줘' 하고 슬쩍 귀띔한 기억이 나네요.  

 

- 그걸 왜 요시에 씨가 가지고 있었을까. 

 

- "뭐, 이것도 단순한 '억측'이니까요. 굳이 담아 두지 마세요." 
구리하라 씨는 웃으며 말하더니 남은 커피를 마저 마셨다. 악의 없는 그 무신경한 말이 약간 심기에 거슬렸다.

  

 

 

 
이상한 집
ㆍ일본 현지 30만 부 돌파! ㆍ영화화 확정! ㆍ유튜브 조회 수 1,000만 뷰 돌파! ㆍ2021년 일본 호러 미스터리 1위! 한ㆍ일 온라인 커뮤니티를 경악에 빠트린 화제의 부동산 괴담 ‘일본의 이상한 집’, 그 충격적 진실이 밝혀진다! 건축 평면도만으로도 엄청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며 ‘부동산 미스터리’라는 신기원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우케쓰의 《이상한 집》이 마침내 한국에 소개된다. 2020년, 일본의 호러ㆍ오컬트 콘텐츠 크리에이터 ‘우케쓰’가 한 동영상을 올렸다. 언뜻 평범해 보이는 주택 평면도에 숨겨져 있는 ‘위화감’을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찾아내는 내용이었다. 이 동영상은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몰입감과 공포감이 굉장하다는 입소문을 타고 조회 수 1,000만 뷰를 돌파했고, 국내에도 누리꾼들이 커뮤니티에 자발적으로 번역, 공유하며 알려졌다. 온라인의 인기에 힘입어 소설화된 《이상한 집》은 유튜브에서는 미처 밝히지 못했던 ‘이상한 집’의 진짜 비밀이 무엇인지를 다룬다. 소설 《이상한 집》은 온라인에서의 흡인력이 그대로 살아있다는 극찬을 받으며 2021년 일본 호러 미스터리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또한 아마존 재팬 초장기 베스트셀러에 등극하였으며, 영화로도 만들어질 예정이다. ▮ 줄거리 어느 날, 평범한 오컬트 작가인 ‘나’에게 지인이 연락을 해 왔다. 막 구매하려는 집에, 아무리 봐도 이상한 공간이 있다는 것. ‘나’는 알고 지내던 건축 설계사에게 주택 평면도를 보여 준다. 설계사는 평면도에서 ‘위화감’이 느껴진다며, 한 가지 가설을 내놓았다. 그건 너무도 끔찍해서 차마 믿고 싶지 않은 이야기였다…….
저자
우케쓰
출판
리드비
출판일
2022.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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