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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니 뮐, 디아나 폰 코프] 음식의 심리학 - 심리학자가 들려주는 음식에 담긴 42가지 비밀

일루젼 2023. 7. 13.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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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멜라니 뮐 / 디아나 폰 코프 / 송소민
출판 : 반니
출간 : 2017.03.30


       

공동 저자라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이 정도로 일관성 있는 유머코드를 갖춘 두 저자라면 상당히 좋은 관계가 아닐까 추측해 본다.

 

<음식의 심리학>은 서가를 훑어보다 눈에 띄어 고른 책인데, 마침 <나의 먹이>와 비슷한 시기에 읽게 되어 '음식'이란 인간에게 어떤 의미인가에 대해 다양하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식사'가 생존의 문제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감히 생각해 본다. 필수 요소로서가 아닌, 다양한 선택의 영역에 머물러 주었으면. 그리고 그것에 당연한 일이 되었으면. 직원들에게 최고의 효율성과 창조성을 위해 무상으로 식사를 제공하는 구글의 마인드가 우리의, 그리고 정부의 마인드가 될 수 있다면. (물론 그 직원들은 '구글'이 엄선한 인재들이라는 점, 한국은 이미 무상급식을 시행하고 있다는 점, 투자와 복지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점 등을 모두 배제한 비약임을 잘 알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선택권이 있는 식사라는 풍요로움이 무엇을 담보로 유지되고 있는가에 관해서도 생각해 본다. 인기 작물을 위해 불태워지는 산림, 기후 이상으로 나날이 줄어드는 경작지와 수렵지...

 

그럼에도 나는 '좋은 것'을 경험해봐야 할 필요성에 대해 역설하고 싶다.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선택-평가할 수는 없다. 좋은 것이 왜 좋은지, 혹은 왜 그런 가치가 매겨졌는지를 경험해 본 자만이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고 새로운 가치관을 만들어낼 수 있다.  

 

지금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무엇이 마땅하다고 인식하는지 되짚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즐겁게 읽었다.  

      


 

   내가 먹고 마시는 음식은 그 자체로 '제2의 자아'이다.

- 포이어바흐

 

 

- 먼저 좋은 소식부터 말하자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음식 천국이라 할 정도다. 이 말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에덴동산은 명함도 못 내민다. 좋지 않은 소식도 있다. 먹는 일이 점점 더 복합해진 것이다. 우리는 채식주의, 구석기 다이어트, 저탄수화물 식이, 해독주스 등 각종 식이요법의 파도에 휩쓸리다, 어중간한 지점에서 방향을 잃고는 금세 하던 대로 아무렇게나 먹기 일쑤다. 하지만 식사야말로 최고의 감각체험이 아닌가!

 

- 먹는 일은 항상 그렇게 반복된다. 그러니 우리가 어떤 태도를 왜 취하는지 이해하려면, 먼저 그 배후를 살펴보아야 한다. 특히 우리 자신의 배후를 말이다. 음식 때문에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은 매일 200번이 넘는다. 물론 매번 의식하면서 결정을 내리지는 않는다. 

 

- 이때의 선택은 잠재의식이 임무를 떠맡는다. 그러는 편이 다른 일에 신경을 더 많이 쓸 수 있어 실용적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행동의 주도권을 잠재의식에 넘겨주는 일은 위험하기도 하다. 음식을 먹는다는 대단히 감각적인 일조차 주도권을 넘기는 것이다.

 

- 자, 그렇다면 우리는 무수히 널린 음식의 밀림 속에서, 더 건강한 식사, 더 똑똑한 식사, 진정으로 음식을 즐기는 법을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까? 어떤 사람은 먹으면 행복해지는 음식이, 다른 사람에게는 속이 뒤집히는 음식인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을까? 가끔 배가 터질 듯 과하게 먹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무슨 근거로 배가 부른 순간을 알까? 궁금한 건 또 있다. 맛이 있다는 건 뭘까?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뇌와 심리는 어떤 역할을 할까? 

 

- "예측 가능한 위험은 매운 칠리가 주는 무척 자극적인 경험과 같다."

- 매운맛은 단맛, 짠맛, 쓴맛, 신맛, 감칠맛 등과 같은 미각에 속하지 않는다. 매운맛은 통각이다. 그래서 매운맛은 통증을 뜻한다. 때문에 남자가 건네는 매운 피자를 반사적으로 기피하는 당신은 조심스러운 타입이다.

- 로진은 부정적 육체경험이(빨라지는 맥박, 땀 흘리기, 열나기, 눈물, 숨 가쁨) 도취감을 불러일으키는 마조히즘의 특징이라고 했다. 그것은 공포영화를 볼 때, 공포는 느끼지만 실제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는 것과 같다. 동물세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 인간의 이성은 경고신호가 주는 제한 범위를 무시할 수 있다. "우리는 이른바 안전한 범위에서 벗어난 잠재본능의 승리를 기뻐한다. 그 대가로 뇌의 보상중추에서 분출하는 엔돌핀의 형태로 생화학 물질을 얻는다." 의사 하로 알브레히트(Harro Albrecht)가 그의 책 <고통 : 해방의 역사 Schmerz :Eine Befreiungsgeschichte>에서 쓴 말이다. 마라톤 선수들이 오래 달리고 나서 느끼는 지극한 쾌감, 이른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도 같은 경우다.  

 

- 매운 칠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모험정신이 강하고 아슬아슬한 위험을 즐긴다. 또 변화와 강렬한 기분과 모험을 갈망한다. 이 모든 성향은 이른바 감각 추구자(Sensation Seeker)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긍정적으로 표현하면 호기심이 아주 많은 사람들이다. 조금 덜 친절하게 표현하면 아주 빨리 싫증을 내는 사람들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안전 지향적인 사람에게는 경고음이 요란하게 울리는 상황이라 하겠다.

 

- 구글은 데이터 수집으로만 유명한 게 아니라 직원들을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구글은 이렇게 말한다. 언제든 손쉽게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건강한 직원은 행복하다. 행복한 사람은 혁신적이고 창조적이다. 그리고 행복한 사람이 뛰어난 성과를 거둔다. 이 때문에 일식, 태국 음식, 인도 음식을 비롯해 어떤 음식이든 모두 무료로 제공한다. 구글 직원은 하루 24시간, 일주일 내내 언제든 식당을 이용할 수 있다. 그래서 직원은 회사를 벗어날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있다. 출출하거나 목이 마를 때 몇 발자국만 가면 마이크로식당이 있고, 그곳에는 (몸에 좋은) 스낵이 준비되어 있다.

 

-  수석요리사 스콧 지암바스티아니(Scott Giambastiani)는 구글 식단의 목적을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지구에서 가장 건강한 직원을 만들려 한다. 구글 직원들은 작은 접시로 약간 적게 먹는다. 그러면 오후에 너무 축 늘어지지 않는다. 그래야 최상의 성취 능력을 유지하고, 구글에 이익이 된다."

 

- 하지만 작은 접시를 들었다고 해서 반드시 배고픈 '구글 직원들이 건강한 선택을 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래서 신호등 체계로 직원들의 결정을 돕는다. 푸른 신호등이 켜 있는 음식은 언제든지 먹어도 되는 음식이다. 노란색 신호등은 가끔씩만 먹으라는 뜻이다. 빨간불은 너무 자주 먹지 말라는 뜻이다. 
 

- 이처럼 부드러운 개입으로 더 좋은 선택으로 행동을 조종하는 것을 '넛지 Nudge'라고 한다. 올바른 방향으로 돌리라는 신호를 주는 것이다. 리처드 탈러(Richard Thaler)와 캐스 선스타인(Cass Sunstein)은 저서 <넛지>에서 뷔페 식탁 뒤편에 거울을 걸어놓아도 같은 작용을 한다고 설명한다. 거울이 있으면 과일을 더 자주 가져가고 도넛을 집는 횟수가 드물어진다. 
 

- 파인애플을 언제 처음 먹었는지, 특히 어떤 형태로(가공형태, 포장형태, 있는 그대로) 먹었는지에 따라 그 맛에 대해 기대하게 된다. 처음 먹은 파인애플이 캔에 들어 있었다면, 아마 그것을 햄이 가득한 치즈가 발린 빵 사이에 끼어 오븐에 넣었다 먹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렸을 때부터 하와이 토스트에 익숙한 사람이다. 하와이 토스트의 장점은 캔에서 나는 약한 금속 맛을 없앨 수 있다는 데 있다. 이 인공적 파인애플 맛에 길들여진 사람이 신선한 파인애플을 처음 먹으면 파인애플 맛이 좀 이상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 우리가 음식에서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싫어하느냐, 어떤 음식이 매일 식탁에 올라도 되고, 어떤 게 절대로 오를 수 없느냐는 특정 음식문화 안에서 형성된 사회화의 결과다. 태국 마을에서 자란 사람은 알프스 산에서 치즈퐁듀와 뮤슬리를 먹고 자란 사람과는 다른 음식을 좋아한다. 또 개인의 음식세계 내에서는 교육, 학습과정, 경험, 기질(5장 참고)에 의해 개인적 호불호가 형성된다. 우리는 모두 식성이 까다로운 단계를 거친다. 생후 18~24개월에는 선천적으로 낯선 것에 대한 공포(네오포비아)가 두드러진다. 이 비판적 시선은 다섯 살까지 이어진다. 오늘날 부모에게 몹시 신경 쓰이는 아이의 까다로운 식성은 한때 생존을 보장하는 특성이었다. 

 

- 개인의 입맛에 영향을 주는 세력은 가족이다. 부모와 형제자매는 그들의 취향대로 일상을 행동하고 입맛을 보여준다. 거기에 우리 입맛은 길들여진다. 빈번한 노출 효과에 영향을 받는 것이다. "미각 인상의 체험은 반복적인 경향으로 진행된다." 음식심리학자 폴커 푸덜(Volker Pudel)의 말이다.

 

-  식품과학은 아직도 개인 간의 차이가 매우 크다는 사실을 그다지 고려하지 않는다. 세갈은 연구에 엄청난 허점이 존재하는 것을 확인했다. 예를 들어 실험참가자들 가운데 어떤 여성은 토마토를 먹으면 혈당수치가 급격히 치솟는 반면, 어떤 사람은 달걀보다 초밥을 먹은 후에 혈당수치가 올라갔다. 어쩌면 꿀을 바른 크루아상이 아침식사로 좋을 수도 있다. 
 

- 왜 그럴까? 학자들의 견해에 의하면 장내 박테리아 때문일 수 있다. 또한 연령과 체질량지수, 물론 운동 습관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결국 모두에게 통하는 대중적 다이어트 조언은 쓸모가 없고, 혈당수치 상승을 조절하는 식이요법은 필요한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과체중과 당뇨병 유행에 완전히 잘못된 접근을 하는지도 모른다. 우리 학자들은 마치 그것을 막는 방법을 안다는 듯 행동한다. 또 일반인이 학자들의 말을 듣지 않고 계속 무절제하게 먹기 때문에 과체중과 당뇨병이 생긴다고 여긴다. 어쩌면 사람들은 이미 우리 학자들의 말을 듣고 있고, 우리가 잘못된 조언을 하는 것이다."

- 한편으로는 섬뜩한 얘기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학문의 역사를 설명할 뿐이다. 지식은 결코 돌에 새긴 것처럼 확고부동한 게 아니다. 어제는 해가 된다며 금기 목록에 넣은 것이 내일이면 아무 문제 없이 소비될 수도 있다. 식품이 갑자기 완전히 다른 조명을 받는 경우는 항상 생긴다. 커피의 이뇨 작용이 갑자기 주목받기도 한다. 또 시금치의 철분 성분은 식탁에 오를 때보다 연구서에서 더 건강한 음식으로 등장한다.

 

- 캐나다의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교의 인그리드 페도로프(Ingrid Fedoroff)는 수년 전에 힘을 앗아가는 자기 조절이 얼마나 까다로운지를 실험을 통해 보여주었다. 실험대상자들은 10분 동안 피자 냄새를 맡은 뒤, 먹고 싶은 만큼 먹게 했다. 결과는 평소 의식적으로 조절하려 애쓰는 사람들이 피자를 훨씬 더 많이 먹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지옥으로 가는 길에 좋은 의도라는 포장도로를 깐 것이다." 아무리 운동을 더 많이 하거나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한들, 충족하고픈 욕구가 당장 유혹한다. 

- 많은 다이어트 방법이 빠른 성공을 약속하지만 오래 지속되지는 않는다(요요 효과 때문에). 식습관을 전반적으로 바꾸는 것이 더 가능성이 높다. 또는 '배가 80% 찰 정도만 먹어라'라는 일본의 지혜를 따르는 것도 좋겠다. 

 

- 눈앞에 종류가 다른 과자가 놓인 접시가 두 개 있다. 한 접시에 곡물 과자가 놓여 있고, 다른 접시에는 캐러멜을 입힌 초콜릿 과자가 있다. 어떤 과자가 더 맛있을까? 아마 직감적으로 초콜릿 과자를 선택할 것이다. 그럼으로써 당신은 '건강에 나쁜 음식이 맛있다'는 직감에 굴복한다.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은 맛있다는 생각, 심지어 건강에 좋은 음식보다 훨씬 더 맛있다는 생각은 단순히 널리 퍼진 통념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신념처럼 가져온 생각이다. 바로 다음과 같은 말들 때문이었을 것이다. "브로콜리를 착하게 다 먹으면 상으로 바닐라 푸딩을 줄게!" "파프리카도 조금 먹으면 푸딩은 얼마든지 많이 먹어도 돼!" 

 

- 건강에 좋은 음식이 나온다는 통보만으로도 맛에 대한 기대가 떨어진다는 수많은 연구결과가 있다. 텍사스 대학교의 '망고 요구르트 드링크 실험'을 보자. 실험참가자들은 건강에 좋은 음료라는 정보를 받으면 제공된 망고 요구르트가 맛이 별로 없다는 판단을 내린다. 반대로 칼로리가 높다고 강조하면 맛있다고 칭찬한다. 

 

- 원래 우리 유전자에 설탕과 지방을 좋아하도록 입력되어 있다는 말로 간단히 넘길 문제가 아니다. 이때 유일하게 이익을 보는 쪽은 식품산업이다. 식품산업은 자본으로 식품을 조작해 입맛을 형성한다.   
 

- 이런 상황에서 과연 맛의 기대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줄 수 있을까? 

- 그렇다. 무엇보다 특히 교육을 통해 영향을 줄 수 있다. 독일의 킬 대학교 연구팀은 건강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면, 건강에 나쁜 음식보다 건강한 음식이 맛이 떨어진다는 생각을 없앨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다만, 식품에서 과도하게 효과를 얻으려는 사람은 합리성을 앞세워 맛을 죽이는 오류를 범한다. 연구자들은 말한다. "저절로 일어나는 맛 연상은 건강 의식이 높아지는 것으로 달라지지 않는다." 건강식품으로 인정한다고 해서 무조건 즐겨 먹게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 그렇다고 해서 심각해할 필요는 없다. 놀랍게도 프랑스에서는 '건강에 나쁜 음식은 맛있다'는 반대 경우가 통하고 있다. 다시 말해 프랑스인들은 건강한 음식이 더 맛있을 거로 기대한다. 프랑스 그레노블 대학교 연구팀은 그 이유를 특히 프랑스 사람들의 품질 인식 때문이라고 본다. 프랑스의 주방에서는 인공 향보다 허브와 천연양념, 신선한 파와 마늘을 더 많이 쓴다. 샐러드는 얇게 저민 레몬 조각, 고수, 아주 작게 네모로 썬 토마토 등의 재료를 매우 세심하게 섞어 혀에 닿는 즉시 향이 퍼지게 한다. 

- '건강에 나쁜 음식은 맛있다'는 직감을 없애려 당장 프랑스 요리를 먹을 필요는 없다. 프랑스 요리 방식에서 영감을 얻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 "제발 생선가스와 초콜릿 케이크를 더 많이 드세요!" 뜻대로 장사가 잘 안 되는 레스토랑 사장은 손님들에게 외치고 싶을 것이다. 의기소침해진 레스토랑 사장은 잠시나마 재밌어보려고 말장난 전략을 썼다. 메뉴의 요리 이름을 바꾼 것이다. 평범한 생선가스 대신 '즙이 풍부한 이탈리안 시푸드 필레', 초콜릿케이크에는 '슈바르츠발트 벨기에의 더블 초콜릿 케이크'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이름을 보고 슈바르츠발트(독일의 산맥 이름으로 검은 숲이란 뜻이다-옮긴이)가 벨기에와 대체 뭔 상관이 있냐고 의아해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명한 슈바르츠발트 체리 케이크와 세계에서 제일 맛있다는 벨기에 초콜릿과의 결합이 주는 암시만으로도 매력적인 디저트 소개로는 충분했다. 

 

-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이라는 말을 들을 때 당신은 무슨 생각이 드는가? 덴마크 아이스크림? 그런데 이런, 이 비싼 아이스크림은 결코 덴마크제가 아니다. 1961년 영국과 폴란드 출신 부부 로즈와 루벤 매투스(Rose & Reuben Mattus)가 뉴욕에 세운 미국기업 제품이다. 그런데 왜 많은 사람이 하겐다즈를 두고 자연스럽게 고급스런 덴마크 제품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할까? 이는 점화 효과의 고전적인 예다. 북유럽의 노르딕 언어처럼 들리는 제품 이름이 무의식 속에서 자연, 신선함, 디자인, 한여름 축제의 밤, 고품질 같은 스칸디나비아 반도 3국의 전형적인 연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하겐다즈가 그 모든 것과 관계가 있다고 여긴다. 

 

- "우리가 뇌에 대해 더 많이 알아갈수록 신경학 조작에 대한 유엔 헌장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예일대 심리학자 존 바그(John Bargh)는 수년 전에 이렇게 경고했다. 물론 그가 아이스티의 유혹에 의미를 둔 것은 아니었다. 바그는 1996년 간단한 실험을 통해 점화 효과가 사람들의 행동에 미치는 엄청난 영향을 증명했다.

 

- 바그는 실험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언어 테스트를 한다면서) 어휘 목록을 읽게 했다. 한 그룹은 '늙음'이라는 주제로 '건망증', '느릿느릿', '지팡이', '다리 절름거리기' 등을 읽었고, 비교그룹은 '젊음'을 주제로 '운동을 잘하는', '관절이 유연한', '춤추기', '파티', '즉흥적' 등을 읽었다.

- 바그는 실험을 끝낸 참가자들과 인사를 하고 헤어지면서부터 몰래 진짜 실험을 시작했다. 참가자들이 출구까지 925미터의 거리를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한 것이다. 그 결과 늙음을 주제로 가졌던 사람이 문까지 가는 시간이 더 오래 걸렸다. 젊음을 주제로 점화 효과를 받은 사람은 1초 더 빨리 갔다. 한편 상상력을 기초로 하는 관념운동(이데오모터, 의지와는 관계없이 무의식에서 벌어지는 심리 활동에 따라 일어나는 운동 - 옮긴이)과의 결합은 이와 반대로 작용한다. 즉 늙은 사람처럼 행동하는 사람은 생각도 늙은 사람처럼 한다. 그 현상을 발견한 쾰른 대학교의 연구자들은 바그의 실험과는 반대로 실험을 했다. 학생들을 아주 천천히 걷게 했다. 그러자 실험대상자 모두가 노년에 해당하는 단어를 선택했다. 

 

- 이스라엘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은 점화 효과의 의미를 이렇게 요약한다. "점화 효과란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않거나 심지어 완전히 의식하지 못하는 자극에 의해 생각과 행동이 영향을 받는다는 뜻이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카너먼은 인지과정의 차원을 두 가지로 구분한다. 그중 하나는 구속되지 않은 충동과 연상과 본능으로 반응하는 (무의식적) 제1체계다. 반면에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저울질하는 의식적) 제2체계는 목표를 겨냥한 수많은 결정을 내리고 생각과 행동을 의식적으로 조절한다. 

 

- 아무리 광고 전략이 제1체계를 겨냥한다 해도 사람은 잠재의식에 모든 걸 내맡기지는 않는다. 사람은 말 그대로 '재점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먹는 습관이 이에 해당한다. 케이티 모삭(Katie Mosack)과 아만다 브라우어(AmandaBrouwer)는 재점화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파고들었다. 연구를 위해 124명의 여성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었다. 첫 번째 그룹에게는 건강한 식사에 대한 정보를 주고 식사 일기를 쓰도록 했다. 두 번째 그룹의 참가자들 역시 일기를 작성했다. 그런데 두 번째 그룹은 사전에 자신의 식습관목표를 정하고 일기를 쓰게 했다. 예를 들면 "나는 과일을 먹는 사람", "나는 채소를 먹는 사람", "설탕을 피하는 사람" 등으로 표현했는데, 이는 그들을 '건강한 식사를 하는 사람'으로 보이게 했다. 세 번째 그룹은 아무것도 하지 않게 했다. 
 

- 자신을 건강한 식사를 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한 두 번째 그룹의 일원들은 그렇지 않은 두 그룹에 비해 목표행동을 대단히 성공적으로 이루었다. 건강한 식습관을 의미론적으로 점화 효과를 받은 사람도 실험이 진행되는 동안 두드러지게 건강한 식사를 했다. 연구 책임자 케이티 모삭은 다음과 같이 연구결과를 요약했다. "주어진 역할에 자신을 일치시킬수록 전형적인 역할 행동을 할 가능성이 커진다." 

 

- 당신이 또다시 유혹을 참을 수 없다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말고 편안하게 먹고 싶은 걸 집어라. 하지만 누군가 슈바르츠발트 벨기에 초콜릿을 판다고 할 때는 의심해 보는 게 좋다

 

- 공교롭게도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유난히 플라시보 속임수에 잘 넘어간다. 이는 실험 대상자들의 뇌에서 증명된다. 그림이 제시된 실험에서는 이성적 결정에 관여하는 전두엽 피질이 강하게 활성화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플라시보 효과에 덜 속는 사람들은 특히 신체의 신호에 관여하는 부분인 대뇌피질의 섬엽이 강하게 활성화한다. 

- 연구 책임자는 말한다. "인간의 뇌구조와 행동구조는 타고난 것이 아니다. 이 두 구조는 일생을 살아가면서 결합을 통해 생겨난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배우는 방식이다." 외부의 보상이 학습태도에 큰 영향을 미칠수록 허위 광고에 더 쉽게 빠진다. 자신의 감각을 신뢰하는 사람이 더 무장이 잘되어 있다는 뜻이다.

 

- 와인에 관련된 감각 역시 배워서 얻을 수도 있다. 뇌신경학자 그레그 솔로몬(Gregg Solomon)은 단맛, 균형, 향, 탄닌성분, 미네랄 성분, 점성도는 와인을 많이 마시면 쉽게 알아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능력을 얻는 데에는 이성보다 경험으로 얻은 능력, 맛을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이 훨씬 더 큰 역할을 한다. 

 

- 음식에 들어가는 재료의 질과 뛰어난 조리법만이 훌륭한 음식의 핵심 요소라고 확신하는 사람들에게는 쓰디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값이 무지하게 비싼 최고급 꽃등심 소고기로 만든 요리도 빨간 접시에 담겨 있으면 별로 환상적인 맛이 나지 않는다. 음식을 먹는 일은 모든 감각을 동원하기 때문이다. 냄새를 맡고 눈으로 보고 맛을 보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우리는 음식을 느끼기도 하고 듣기도 한다. 음식을 즐기는 것은 다중 감각이 동원되는 일이다. 

 

- 또 다른 예도 있다. 병원이나 요양원에서 나오는 음식을 보고 훌륭하다고 느끼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끔찍하다고 여길 때가 많다. 냄새도 희미하고, 보기에도 희멀겋고, 맛도 심심하다. 최악의 경우 환자가 먹기를 거부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된 옥스퍼드 연구자들의 실험 결과가 있다. 영국의 한 병원에서 흰 살 생선을 베이지색 접시 대신 파란 접시에 담는 것만으로도 환자들의 먹는 양이 1/3 정도 많아졌다고 한다. 파란 접시에 담으니 이도 저도 아닌 정체불명의 덩어리로 보이던 게 바다에서 갓 튀어나온 신선한 생선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간단한 속임수가 큰 효과를 낸다. 

 

- 배가 부르다는 것을 무엇으로 알까? 속이 더부룩한 순간일까? 그보다 깨끗이 비운 접시나 발라먹은 닭 뼈가 쌓인 것을 볼 때일까? 대부분의 사람은 배가 그득 찼다고 느낄 때가 가장 확실한 포만 신호라고 한다. 한마디로 말해 음식을 끊임없이 집어넣어 위가 잔뜩 늘어난 상태다. 사실 위는 텅 비어 있는 기관으로 근육과 같이 단련할 수 있어, 흡수 능력이 이론적으로는 단시간에 두 배가 된다. 

 

- 얼마나 먹는지를 자신의 위벽이 늘어나는 신호에만 의지하는 사람은 적절한 정도를 넘어 늘 더 많이 먹을 위험이 있다. 실제로 우리 몸은 영양소의 밀도 외에 더 많은 정보를 이용한다. 초콜릿 한 판은 위를 늘리지 않지만 탄수화물과 지방의 요구를 충족시킨다. 여기서 중요한 호르몬이 그렐린 Ghrelin이다. 

 

- 탄수화물은 그렐린 수치를 특히 빠르게 낮추지만 또한 빠르게 다시 상승시키기도 한다. 반대로 지방은 그렐린 수치를 천천히 낮추는 대신 보다 오래 낮은 상태를 유지한다. 그래서 견과류 한 줌을 먹는 것이 도넛 한 개를 먹는 것보다 더 오래 포만감을 유지한다. 

 

- 그런데 2013년 연구에 의하면 장내 박테리아가 사람의 식욕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한다. 기울리아 엔더스(Giulia Enders)는 저서 <매력적인 장 여행>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밤 10시에 몰아치는 격심한 허기 공격은 초콜릿을 씌운 캐러멜 사탕을 먹으라고 하고, 바로 짠 스낵 한 봉지를 먹으라고 지시한다. 그 공격은 조절 능력을 관장하는 기관에서 항상 나오는 게 아니다. 다시 말해 뇌에서 나온 게 아니라 지난 3일간 다이어트에 시달린 배 속에 들어 있는 박테리아 집단이 햄버거를 그리워하며 지시한 것이다." 

 

- 이뿐만이 아니다. 박테리아는 포만에도 관여하는 게 분명하다며, 엔더스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여러 연구는 박테리아를 고려해 음식을 먹으면 포만감 신호를 주는 성분이 크게 상승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박테리아를 고려한다는 의미는, 소화되지 않은 채로 대장에 도착해 대장에서 박테리아가 작업할 수 있는 음식을 먹는다는 것이다. 놀랍게도 면과 토스트 빵은 그런 음식에 속하지 않는다. 그보다 감자, 치커리, 마늘, 양파, 파스님이 좋다." 

 

- 칼로리 공급의 주도권을 되찾고 싶은 사람은 어쨌든 계획적으로 먹어야 한다. 길을 걸으면서 먹지 말고 식탁에서 먹는 게 좋다. 비 윌슨(Bee Wilson)은 저서 <먹는 법을 어떻게 배우는가 How we learn to eat"에서 신경을 더 많이 쓰라고 조언한다. "음식을 바꾸기 전에 먹는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 일 인분의 양을 줄이는 작은 속임수도 때로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왜 프랑스 여성들은 살이 찌지 않을까>를 쓴 미레유 길리아노(Mireille Guiliano)는 배고프다는 생각이 더 이상 들지 않으면 그 즉시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놓는다고 한다. 어쨌든 그녀에게는 가능한 일이다. 

 

- 후각 정보는 비강점막을 통해 감정과 기억과 언어와 행동을 조절하는 다양한 뇌 부위에 이른다. 또 시각, 청각, 촉각등 다른 감각 정보와의 협연을 통해 음식의 맛이라 말하는 것, 미국 뇌 연구가 셰퍼드(Shepherd) 박사가 말한 뇌미각 시스템이 생겨난다. 여기서는 세분화한 후각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셰퍼드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코의 뒤쪽 인두강으로 들어오는 냄새는 뇌가 최종적인 맛 체험을 조합할 때 활용하는 전체 요소들 중에 가장 우세한 요소다." 

 

- 냄새는 인두강을 통해 들어올까, 아니면 비강을 통해 코에 들어올까? 여기서 음식의 향은 대부분 무의식적 역할을 한다. 냄새 자극이 일정 강도 이상이 되어야 비로소 의식적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의 행동은 냄새에 영향을 받는다. 냄새가 감정을 조절하는 연변계에 직접 작용하기 때문이다.

 

- 한국에 있는 던킨도너츠 체인은 버스 정류장 근처에 있으며, 광고음악을 트는 즉시 커피 향을 뿜어낸다. 판매 분석 결과 버스 정류장 근처에 있는 지점의 매상이 29% 정도 빠르게 상승했다. 1995년 라스베이거스의 스페셜카지노는 여러 가지 향으로 실험을 했다. 그 결과, 향이 없는 일반 게임기보다 향이 나는 게임기에 사람들이 더 많이 와서 돈을 더 많이 쓰는 것이 확인되었다. 
 

- 후각은 연습하면 배울 수 있다. 아무 냄새도 맡지 못하는 사람 또는 극히 제한적으로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사람에게 장시간에 걸쳐 아침저녁으로 장미, 양념, 유칼립투스, 레몬 등 특수한 아로마오일 향을 맡게 한다. 그렇게 12주가 지나면 후각이 크게 발달한다. 후각 감각체와 후각세포가 증가하고 뇌는 변환과정을 가동해 향의 인지가 개선되는 것이다. 향의 종류를 규칙적으로 바꾸어주면 후각 재생은 더 빨라진다. 

 

- 기업가이자 게임개발자로서 컴퓨터 게임의 심리학적 충동을 연구한 제시(Josse Schell)는 '의지'와 '의무'의 차이를 연구했다. "우리가 해야 하는 것과 하려는 것의 차이는 일과 놀이, 노예와 자유, 효율과 오락의 차이다." 이 2013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컴퓨터 게임 분야 수장들의 회의에서 한 말이다. 좋은 의도로 실시한 수많은 간섭이 실패로 끝났다. 실패한 이유는 사람들이 자발적이 아닌 억지로 해야 한다는 '의무'로 느꼈기 때문이다. 

 

- 셸은 기술이란 '의무'를 '의지'로 바꾸는 것이라고 한다. 이때 무엇보다 사회적 자극이 도움이 된다. 인정받고 싶다는 소망은 인간의 가장 강력한 행동 동기다. 서로서로 행동을 격려하는 사람들이 간섭의 성공에 가장 확실한 요인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자발성도 성공 요인에 해당한다. 80명의 실험참가자가 참여한 프랑스 연구는 사람들이 받아들이느냐 거부하느냐를 자유롭게 선택하라는 정보를 받은 경우에 행동의 자발성이 두 배로 커진다는 결과를 얻었다. 리액턴스 이론을 창시한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잭 W. 브렘(Jack W.Brehm)이 1966년 이미 역설했듯이 자발성 강조는 목표행동에 강력한 영향을 준다. 
 

- 당신이 아무리 해도 일이 진척되지 않는 상태라면 열망을 일깨우는 게 도움이 된다. 프랑스의 약사 앙투안 오귀스탱 파르망티에(Antoine Augustin Parmentier)는 감자를 보급할 목적으로 일부러 민중들에게 감자를 금지하고 왕실 밭에서만 재배하면서 낮에 군인들이 지키게 했다. 그러자 민중들은 밤에 몰래 밭에 들어가 이른바 아주 귀하다는 감자를 훔쳤다. '아주 귀한' 감자 소식은 눈 깜짝할 사이에 퍼졌고, 사람들은 몰래 감자 밭을 일구었다. 러시아의 카타리나 여제도그 일을 전해 듣고 왕실 밭에 울타리까지 치고는 감자를 훔치는 사람은 엄하게 처벌하라고 지시했다. 물론 러시아 민중들도 어떻게든 감자를 얻을 수단과 방법을 찾아냈다. 

 

- 금지하면 매력이 더 커지는 것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경우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 어떤 이들은 점심 따위는 낙오자들이나 먹는 거라고 치부한다. 1987년의 전설적인 영화 <월 스트리스 Wall Street> 1편에서 주인공 고든 게코는 "점심은 약골이나 먹는 거야"라고 한다. 이때 정치 권력가들과 사업가들이 같이하는 '파워런치'는 예외다. 1980년대에 나온 같은 이름의 책에서 저자는 비즈니스 점심에서 파워런치로 변한 것은 섬광에서 레이저로 바뀐 것과 같다고 설명한다. 파워런치가 더 진지하고 집중적이고 강력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요즘은 사업상 식사뿐만 아니라 점심 자체가 혹독한 의미상실에 빠진다. 수많은 기업의 지도자급들은 직원들이 점심시간에 컴퓨터 앞에서 생식, 샐러드, 뻑뻑한 곡물 빵, 퀴노아를 먹는 것을 모범으로 생각한다.

 

- 공교롭게도 학계에서조차 똑똑한 식사 태도를 일에 쫓겨 가혹하리만치 소홀히 여긴다는 게 놀랍다. 한 번은 리포터가 멕시코 영화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AlejandroGonzáles Inárritu)에게 미국으로 이주한 당시 가장 큰 문화충격이 무엇이었냐고 묻자 감독은 이렇게 대답했다. "플라스틱 그릇에 음식을 먹는 것. 점심시간에 비닐봉지에 담긴 점심을 배달시키고 식당에 가서 제대로 된 그릇에 담아 먹는 시간을 내지 않고 그냥 사무실에 앉아서 먹는 것." 감독은 멕시코에서 '소브레메사 sobremesa'라고 부르는 것을 그리워했다. 식사가 끝난 후에도 느긋하게 식탁에 앉아서 와인과 담배와 대화를 즐기는 시간이다. "미국에서는 곧바로 계산서가 옵니다. 그리고 끝이죠. 나는 거기에 익숙해지지가 않아요."

 

- 일반 상식에도 일 중간에 취하는 휴식이 (적어도 30분) 생산성을 해치는 게 아니라 추진력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신경질적인 동료가 옆에 없는 한 시간은 매우 큰 휴식이 된다. 몇몇 연구는 휴식이 긴장 이완과 창의력에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준다. 그러니 혼자든 편안한 동료와 같이하든 가능하다면 잠시 산책을 하자. 우리가 모두 문 앞에서 보트를 탈 수 있는 제네바 호수를 가진 것은 아니니까. 

 

- 오늘날 외출은 어디론가 가서 음식을 먹는다는 뜻이 되었다. 외식을 빼놓고 다른 것을 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 근사한 식사를 하지 않는 데이트는 데이트가 아니다. 민족학자 필립 반니니(Phillip Vannini)에 따르면 영화관에서 팝콘이 빠지면 제대로 된 영화관 체험이 아니다. 아이스크림이 빠진 해변의 하루는 결코 여름 체험이 아니다. 소풍을 가도 무조건 간식을 챙겨간다. 우리는 어느덧 간간이 먹는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무엇을 먹느냐만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드러내는 게 아니다. 

어떻게 먹는가도 그 사람을 드러낸다. 

 

 

 - 스위스 문화학자 발터 라임그루버(Walter Leimgruber)는 문명이 매우 중요한 식사 도구를 이용한 규율 과정이 종말에 이르렀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역행한다는 사실을 문화비판적 시선으로 본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엘리아스가 말한 포크와 나이프로 하는 모든 식사 예절이 점차 사라지고 규율 없이 아무렇게나 먹고, 장소를 가리지 않고 아무 데서나 먹는 식사 태도가 자리 잡는 현상을 달리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무엇이 어떤 냄새가 나고 어떤 맛이 나는지 더 이상 의식하지 못하고 먹을 때가 많다. 모든 음식에 소스로 끼얹어지는 케첩이나 마요네즈 유형은 아무 맛도 없는 음식을 만들어낸다. 음식에 집중하지 않고 먹으면, 결국 (특히 오래전부터 그런 식으로 먹어온 미국의 경우를 보라) 과도한 음식 소비와 과체중을 부른다. 

 

- 페란 아드리아(Ferran Adriá) 또는 헤스톤 블루멘탈(HestonBlumenthal) 같은 유명한 분자요리 전문가는 입 안의 느낌을 자극하는 것으로 손님의 기대감을 교묘하게 다룬다. 예를 들어 블루멘탈은 유리컵의 한쪽은 따뜻하고, 한쪽은 차가운 '핫 앤 아이스티'를 제공한다. 양손으로 컵을 쥔 손님은 헷갈린다. 아이스 티를 마실까 핫 티를 마실까? 아드리아는 지금은 문을 닫았지만 한때 운영한 레스토랑 '엘 불리'에서 이탈리아 브랜드 그라파 유리잔에 녹색 음료를 채웠다. 웨이터가 권하는 대로 머리를 뒤로 제치고 마시면 뜨거운 콩 수프가 따뜻해지다가 나중에는 차가워지는 놀라운 변화를 체험한다. 마지막에는 강렬한 박하 맛이 혀에 남는다. 아드리아가 익숙한 형태였던 음식의 밀도와 온도를 바꾼 것이다.

- 알라 카르보나라 스파게티는 투명한 연갈색의 젤라틴 가락 형태로 만들어진다. 그 위에 파르메산 치즈와 햄 조각을 얹고, 접시 주위에 달걀 소스를 두르고, 송로버섯 오일을 뿌린다. 입 안에서 닭고기 육즙이 흐르면서 송로버섯 오일과 어우러져 특유의 연기 향이 난다. 엘 불리 레스토랑은 최근까지 200만 건의 예약문의가 있을 정도로 매년 큰 수익을 올렸다.

- 입 안에서 나는 느낌을 연구하는 실험은 이미 오래전부터 해왔다.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의 이탈리아로 되돌아가 보자. 정확하게는 도시 투린이다. 그곳의 '성스러운 미각을 추구하는 음식점'에서 미래파 예술가 필리포 토마소 마리네티(Filippo Tommaso Marinetti)가 이끄는 문화 혁명이 일어났다. '마르스 소스를 곁들인 햇빛 속의 바다 연어'나 '황홀에 빠진 돼지' 메뉴는 오감을 자극했다. 또 '촉각 디너파티'에 참석한 손님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우선 코르크, 사포, 털, 금속조각, 비단, 벨벳 등 다양한 소재가 곁에 붙은 평상복을 입고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깜깜한 공간에 들어가 손으로 더듬어 서로의 짝을 찾는다. 짝을 찾으면 불이 켜진 방에서 좌석 안내를 받는다. 식탁에 앉은 손님은 오른손으로 올리브, 회향, 금귤을 입에 넣는 동안 왼손으로는 상대방 옷에 붙은 사포를 문지른다. 

 

- '촉각 채소밭'에 온 손님들은 대략 다음과 같은 식이다. "드레싱을 뿌리지 않았고 선택의 폭이 매우 큰, 생채소 또는 익힌 채소가 있는 커다란 쟁반을 모든 손님 앞에 놓는다. 손님들은 손을 쓰지 않고 얼굴을 채소에 파묻고는 입술과 뺨에서 느껴지는 향과 촉감의 영감을 받아 진정한 맛을 경험한다. 음식을 먹는 사람이 쟁반에서 얼굴을 떼고 씹을 때마다 옆에서 대기하던 웨이터가 손님의 얼굴에 라벤더 향을 뿌린다."

- 아방가르드주의자 마리네티가 푹 삶아 불어 터진 면처럼 지독하게 싫어했던 것은 없었다. 아마 그런 건 당장 내다 버리고 '부피와 무게'에서 해방된 음식으로 바꾸고 싶었을 것이다. 식사 도구? 마리네티 식탁에는 오르지 않았다. 식사는 철저히 일체를 이루어야 했다. 그의 '마법의 요리'는 거친 소재로 겉을 감싼 주발에 담겨 나왔다. 주발 안에는 불에 녹인 설탕으로 형태를 잡은 둥근 공이 들어 있었다. 공은 설탕을 뿌린 과일이나 마늘, 바나나 죽, 초콜릿, 후추, 날고기로 안이 채워져 있었다.

- 히치콕 감독이 사는 로스앤젤레스의 벨 에어 거리에 들어서자 캐리 그랜트는 네 번째 아내인 다이안 캐넌에게 모든 것을 조심하라고 말했다. 히치콕은 예상치 못한 일을 벌이는 것으로 유명했다. 영화감독은 유리세정제 윈덱스 같은 블루 마티니를 얹은 쟁반을 들고 두 사람을 맞았다. "캐리, 용서해 주게. 환각제가 마침 다 떨어졌네. 그러니 이 마티니를 마시는 거로 대신하자고. 자네가 한 잔 마시면 곧 눈으로 색을 볼 수 있도록 내가 다 준비해 놓았네." 다이안 캐넌은 저서 <사랑하는 캐리에게 - 캐리 그랜트와 함께 한 내 인생 Dear Cary. My life with Cary Grant>에서 그때를 회상했다.

- 다이안 캐넌과 캐리 그랜트가 식탁에 앉자 두 집사가 '뚜껑이 덮인 큰 쟁반'을 들고 들어왔다. 히치콕이 신호를 보내자 집사는 뚜껑을 열었고, 최고급 쇠갈비가 모습을 드러냈다. 쇠고기에서는 기가 막히게 맛있는 냄새가 났지만 보기는 너무 끔찍했다. 파란색이었다. 그것도 아주 밝은 터키석 파란색이었다. 이어 채소가 나왔다. 파란색 브로콜리, 파란색 감자, 파란색 빵도 있었다. "이걸 먹을 수 있을까?" 다이안이 캐리에게 속삭였다. "색은 역겹지만 맛은 굉장히 좋을 거야. 내가 장담해." 캐리가 대답했다. 아무튼 그날 밤 캐리와 다이안은 밤새 화장실에 들락거려야 했다. 다음 날 아침 화장실 복도의 양탄자에 골이 생길 때까지.

- 실제로 쇠고기에 문제가 있었는지, 그냥 파란색을 떠올리는 것으로도 장에 탈이 난 것인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한 가지 사실은 확실하다. '이상한 색을 가진 식품'에는 사람이 본능적으로 흠칫 놀라 물러선다. 이는 이미 1936년 화학자 H. C. 모이어(H. C. Moir)의 첫 연구에 나타나 있다.  

 

- 그는 접시에 음식을 어떤 모양으로 놓느냐에 따라 우리의 기대와 맛, 특히 돈을 지불할 의향이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는지 조사했다. 실험을 위해 미첼과 그의 팀은 실험참가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었다. 세 그룹은 내용물이 똑같은 샐러드를 받았다. 단지 모양에만 변화를 주었다. 첫 번째 그룹의 샐러드는 버섯, 브로콜리, 새싹 등의 재료를 옆으로 나란히 배열했다. 두 번째 그룹은 재료를 모두 섞어 한 덩어리로 쌓아 올렸다. 세 번째 그룹은 예술적으로 아름답게 꾸몄다. 참가자들은 그것이 칸딘스키의 작품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샐러드임을 알지 못했다. 

- 연구 결과 '칸딘스키 샐러드'가 절대적인 인기를 얻었다. 세 번째 그룹의 참가자들이 샐러드 맛을 가장 좋다고 평가하고, 심지어 값을 두 배로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샐러드를 먹기 전에 그리고 먹은 후에 내놓은 평가였다. 미첼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레스토랑을 찾는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음식에 '예술적 가치'를 결합한다. 음식이 예술적으로 보이면 훨씬 복합적으로 느낀다. 각각의 재료를 배열할 때 추상적인 그림으로 보이는 것을 더 좋아한다."

 

- "눈으로도 먹는다." 이 분명한 이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란 것 같다. 아무튼 유명 레스토랑에서는 일류 요리사들 사이에서 정교함과 창조성 문제를 두고 일종의 비공식적인 경쟁이 벌어진다. 일류 요리사들은 순간의 예술작품을 창조한다. 이 분야의 세계 최고 레스토랑 가운데 하나인 코펜하겐의 노마(NOMA) 레스토랑은 코스 요리 가격이 수백 유로에 이른다. 어떤 요리는 축소해서 박물관에 전시해도 좋을 만큼 훌륭하다. 예를 들어 토기 쟁반에 나오는 늪지대 풍경은 버섯 같아 보이는 바삭바삭한 지의류를 크림소스에 적셔 곁들인 요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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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리가 예술인가 아닌가 예술이라면 어느 선까지 예술인가라는 문제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또 다른 주제이기도 하다. 뛰어난 요리사가 음식을 아름답게 장식할 때 예술성을 발휘해 손님이 먹어야 할지 그냥 눈으로 봐야 할지 알 수 없게 만드는 일은 오랜 전통을 가졌다. 그런 일이 과거에는 호사에 속했다. 

- 1642년 뉘른베르크 출판사에서 나온 <트린시어 책 Trincir-Buch>에 이런 문구가 나온다. "관람요리는 사람 손으로 만들어, 사랑스럽게 바라볼 수 있고 먹을 수도 있는 요리를 말한다. 관람요리는 우선 눈을 즐겁게 하고 그다음으로 입을 즐겁게 한다. 그리고 흔히 다른 요리로 배가 불렀을 때 주어진다." 귀족들이 누린 관람요리는 층층이 쌓아 올린 퇴폐였고, 일차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용도였다. 당시 식탁에 올라와 음식처럼 보이는 게 모두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 보수공사로 문을 닫기 전까지, 샌프란시스코 현대예술박물관 내 식탁을 장식한 것은 먹을 수 있지만 그러기에는 너무나 예뻤다. 이 요리예술의 책임자는 과자제조자 케이틀린 프리맨(Caitlin Freeman)으로 거의 사진작가 수준이다. 그녀는 미국 팝아트 예술가 웨인 티보(Wayne Thiebaud)의 그림 <케이크 Cakes>를 우연히 본 순간부터 케이크에 매료되었다. 그리고 박물관 안 블루보틀 카페에서 선보일 예술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케이크를 만들어냈다. 프리맨의 걸작은 '몬드리안 케이크'로, 흰색, 파란색, 노란색, 빨간색의 기하학적 블록으로 분할된 부드러운 케이크 겉에 초콜릿을 녹여 입혔다. 예술작품을 모방해 케이크를 만드는 일에는 많은 시간을 바쳐야 한다. 프리맨은 <모던 아트 디저트 Modern Art Desserts>에서 몬드리안 케이크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틀에 걸쳐 6시간 동안 고도로 집중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렇다 해서 반드시 '몬드리안 케이크'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책에는 워홀의 젤리, '레이먼 케이크', '마티스 파르페', '리히텐슈타인 케이크'는 훨씬 더 빨리 만들 수 있다고 쓰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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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텐슨은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밀크셰이크를 사게 하는 요인은 음료 자체가 아니라 소비자들의 직업이다."

 

- 여기서 심리적으로 크게 안정을 주는 요소로 등장하는 물건이 빨대라는 사실은 정말 단순하면서도 거의 생각지도 못하는 일이다. 단지 빨대가 옷에 음료가 떨어지는 것을 막기 때문이 아니라 빨대를 빠는 행위가 마음을 가라앉히는 효과를 준다. 밀크셰이크는 입에 들어가면 밀도가 달라진다. 공기가 많은 입속에 음료가 조금 들어온다. 그 결과 부드러운 크림 같은 느낌이 난다. 밀크셰이크가 입안에 오래 머물면 맛이 더 강해지는데, 특히 단맛이 강해진다. 거기에 빠는 행동은 욕망, 안정감, 포만감과 결부되어 있다. 빠는 행동은 인간이 하는 첫 번째 경험이자 생존 유지를 위한 타고난 반사작용이다. 살아가면서 긍정적인 기분을 동반한 반사작용대신 습관이 들어선다. 이 연상이 다시금 밀크셰이크를 사도록 부추긴다. 긍정적인 기분은 도파민 호르몬에 의해 조절된다. 기쁠 때 도파민이 분출하기 때문에 행복 호르몬이라고도 한다.

- 이 실험은 소리가 음식을 먹지 못하게 부추길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소리에 의한 음향 암시 자극은 식욕뿐만 아니라 맛을 느끼는 데에도 영향을 준다. 스펜스와 블루멘탈은 또 다른 실험을 했다.

 

- 특별히 제조해 기이하게도 스크램블에그와 베이컨 맛이 동시에 나는 아이스크림을 토스트 빵과 함께 내주었다. 참가자들이 아이스크림을 먹는 동안 배경음으로 양계장에서 나는 소리 또는 음식 굽는 소리를 들려주었다. 정확히 똑같은 아이스크림을 먹었으면서도 참가자들은 배경음에 따라(한 번 내렸던 판단은 무시하고) 스크램블드에그 또는 베이컨맛이 난다고 했다. 아무튼 배경음이 들리는 들리지 않든 항상 통용되는 사실이 있다. 스펜스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먹거나 마실 수 없다. 뇌는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뇌는 최종적 문제인 '맛이 있느냐 없느냐'를 답하기 위해 끊임없는 선별작업을 하기 때문이다."

 

- 벨기에의 한 초콜릿 상점에 들어가면 시식용으로 초콜릿 명장 도미니크 페르순(Dominique Persoone)이 만든 프랄린 초콜릿을 준다. 사람들은 그 초콜릿을 먹는 순간 천국의 황홀감을 느낀다. 같은 초콜릿을 먹더라도 배경으로 들리는 소리에 따라 맛은 여러 가지로 달라진다. 상점 안에서 남미보사노바의 음악이 들리면 단맛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부엌에서 뚝딱거리며 일하는 소리는 단맛을 감소시킨다. 직감적으로 남미의 고품질 카카오를 연상시키는 '보사노바 초콜릿봉봉'이 시식하는 사람들에게 유난히 좋은 맛으로 느껴지는 게 틀림없다. 시식한 이들은 10% 더 비싸게 주고라도 흔쾌히 사겠다고 한다. 

- 맥주 거품이 이는 소리, 고기가 지글지글 구워지는 소리, 장작이 탁탁 타는 소리 등은 특별한 즐거움을 설명한다. 휠러는 지글지글 효과를 이렇게 비유한다. "마치 망원경으로 밤하늘의 별을 보는 것과 같다. 비교할 수 없는 발견의 경험을 더욱 풍부하게 한다." 실제로 그는 위대한 마케팅의 대가였다.

 

- 많은 사람이 글루텐을 먹지 않는다는 뜻을 '나는 몸을 돌보기 때문에 피자, 케이크, 빵 같은 것을 먹지 않는 희생을 치른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거부는 더 많은 관심을 끌게 만든다. <툭 튀어나온 배 - 밀가루 음식이 왜 몸을 뚱뚱하고 병들게 하는가> 같은 제목의 책들이 두려움을 부채질한다. 이 책을 쓴 저자는 미국 의사로 절망적인 마약 중독자에게 헤로인 같은 강력한 중독을 일으키는 게 곡물이라고 경고한다. 그는 "현대의 곡물은 뇌를 해친다" 무시무시한 메시지를 또 하나 더한다. "글루텐은 말 없는 바이러스처럼 알지 못하는 사이에 지속적인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 이런 식의 극단적 주장은 중세시대에 맥각중독에 걸려 고열로 사망한 끔찍한 시나리오를 일깨우며 위협한다. 맥각균에 감염된 곡물을 먹었을 때 일어나는 맥각중독은 사람에게 매우 위험하다. 하지만 글루텐은 100명 가운데 한 명 정도의 소장에 탈이 나게 한다. 그리고 중세의 맥각중독과는 달리 글루텐을 먹지 않으면 배탈은 저절로 낫는다.

 

- 우리는 일단 한 번 망설인 후에 먹는다. "내가 달걀을 정말로 먹어도 될까? 그래! 왜? 성장을 위한 세포에 콜레스테롤이 필요하니까." 설탕보다 과당이 좋을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과당을 너무 많이 먹으면 세포가 손상되고 지방간 발생을 촉진한다. 노란색 당근과 검붉은 당근은 유전자 변형 식품인가? 당근은 원래 여러 색을 띤다. 오늘날의 당근이 오렌지색을 띠는 이유는 네덜란드 군주 오렌지에게 헌정되었기 때문이다. 감자가 몸을 뚱뚱하게 만든다? 대부분 100세를 넘게 사는 '블루존' 지역 사람들의 식단에 감자가 들어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라. 

 

- 커피가 심장에 좋은가 나쁜가? 연구에 따라 둘 다에 해당한다. 하버드 대학교의 연구자 조나단 숀펠드(Jonathan Schoenfeld)와 스탠퍼드 대학교의 존 이오아니디스(John Ioannidis)는 우연히 선택한 요리책의 식재료들을 의학 검색엔진 펍메드(Pubmed)에 돌려보았다. 그러자 커피, 밀가루, 버터, 달걀, 설탕, 소금, 올리브유, 치즈, 소고기, 와인 등 거의 모든 식재료에 대한 찬반 연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이론을 학문적으로 '증명'해가면서 풍문의 부엌에서 계속 끓여댈 수 있다. 

 

- 아사이 베리, 구기자의 일종인 구기 베리 또는 치아씨 등 이른바 '슈퍼 푸드'가 불티나게 팔리는 건 놀랄 일도 아니다. 게다가 '명백한 치유력'을 보인다. 슈퍼 푸드의 식품 설명서를 보면 마치 작문 공작소에서 찍어낸 졸업 작품 같다. 설명서에는 제일 먼저 지구의 외진 곳에 한때 대단히 활력 넘치고 장수하는 민족이 존재했다고 한다. 누군가 우연히 그 비밀을 발견했는데 바로 낟알이더라. 그는 그 낟알을 먹고 씻은 듯이 병이 나았다. 그때부터 그는 지역 농부들을 위한 사업을 시작해, 너무 높은 판매가에서 10 퍼센트를 낮추었다고 한다. 슈퍼 푸드도 산업적으로 재배되고 살충제 처리를 하거나 운반하기 전에 해충 박멸제를 뿌린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사실이다. 

 

- 우리의 도덕의식은 동물과 고기를 세심하게 구분한다. 마치 동물과 고기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듯이 말이다. '윤리적 이유로 육식을 거부하는 사람조차 따뜻한 양가죽으로 만든 신발을 신고 있다'는 사실은 생각지 않는 것이 기이하다. 이를 두고 심리학에서는 불일치라는 개념을 쓴다. 사람의 내면에 소망, 기대, 확신이 존재하는데 그것이 행동과 일치하지 않을 때 불일치가 나타난다. 애완동물의 지능을 높이 칭찬하는 동시에 가축의 지능을 부인하는 사람은 딜레마에 빠진다. 

 

- 갖은 채소와 양념으로 속을 꽉 채운 기니피그는 식단으로 어떨까? 구운 들쥐는? 아니면 튀긴 전갈 또는 암시장에서나 구할 수 있고 기가 막힌 맛으로 유명한 사르데냐의 전통 음식인 카수 마르주 치즈 속에 살아 우글거리는 구더기는 어떨까? 또는 발효시킨 청어로 만든 스웨덴의 진미, 캔을 딸 때 견딜 수 없는 냄새로 기절할 위험도 있다는 수르스트뢰밍은 어떨까? 

 

- 뉴욕 이스트 빌리지에 있는 필리핀 레스토랑 '마하르리카'에는 발룻이라는 요리가 있다. 부화 직전의 오리 알을 익힌 발룻은 필리핀에서 진미로 여긴다. 정력에 몹시 좋다는 발룻을 만들기 위해 오리를 대량으로 사육한다. 오리 알을 부화기에서 17일간 부화시키거나 온도가 42도에 이르는 뜨거운 모래 속에 넣어두면 완벽해진다. 알을 20~30분간 삶는 동안 알 속의 태아가 죽는다. 하지만 알을 삶지 않고 그냥 먹기도 한다. 

- 부화 직전의 오리 알은 왠지 야만적인 면이 있고, 우리의 도덕적 감정을 어려운 시험에 들게 한다. 가엾은 새끼 오리가 아직 세상의 빛도 보지 못했는데! 다른 새끼 오리들과 한번 놀아보지도 못하는 운명이라니! 만일 독일에서 누가 개고기를 식탁에 내놓는다면 목을 조르고 싶은 기분이 들겠지만 중국에서는 기쁜 마음으로 젓가락을 든다. 나라마다 풍습이 다른 법이다. 학문 및 의학 역사가 디트리히 폰 엔겔하르트(Dietrich von Engelhardt)는 이렇게 말한다. "음식문화의 정의는 개인이 그 문화 범위 내에서 미각 취향을 발전시킬 수 있는 대략의 유형이다." 이 유형 범위를 벗어나면 교육과정에서 사회적 차별을 당한다. ("그런 건 먹는 게 아냐!") 대략의 유형은 음식문화 내에서 사회화된 후에 학습경험을 거쳐 내면화된다. 그래서 의도치 않게 범위를 넘어서면 구역질이 일어나고 속이 불편한 반응을 보인다.
 
- 전문가들은 미래에 우리가 오늘날 혐오하는 것을 음식으로 먹게 될 것이라 추측한다. 인공 고기와 곤충, 특히 단백질이 풍부한 흰개미, 메뚜기, 애벌레 등이 미래 음식에 속할 것이다. 

- 앞으로 미래에는 메뚜기 튀김이 단백질이 가장 풍부한 음식이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벌써부터 연습을 해야 하나 고민하지는 말자. 닥치면 다 하게 되어 있다는 말처럼 그때가 되면 먹지 않을까?

 

- 이탈리아 가수 에로스 라마조티의 감상적인 노래가 흘러나오는 프랑스 레스토랑은 손님들에게 프랑스 가수 샤를 아즈나부르의 노래를 들려주는 이탈리아 레스토랑과 마찬가지로 사업에 위험수를 둔다. 친구들을 식사에 초대하는 사람은 잔잔한 음악을 배경으로 깔지 시끄러운 헤비메탈을 틀지 않는다. 그게 적합하다는 의미에서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적합하다는 개념은 생각보다 매우 복합적이다. 

 

- 식사할 때 나오는 음악은 단순히 편안한 배경음보다 훨씬 더 큰 의미가 있다. 음악은 맛에 큰 영향을 주는 도구로 쓰인다. 예를 들어 브리티시 에어웨이 영국항공은 장거리 비행에서 식단과 어울리는 음악을 같이 내보내 (소음, 달라진 기압, 건조한 공기로 인해) 상실된 식욕 회복을 꾀한다. 기내에 내보내는 음악의 순서는 정해져 있다. 전채 요리를 위한 음악은 루이 암스트롱(진한 음식의 경우) 또는 파올로 누티니(스코틀랜드 연어가 나올 때는 스코틀랜드 가수의 노래), 주요리에는 드뷔시나 일리 알렌, 디저트에는 제임스 블런트 또는 마돈나의 노래가 나온다. 

- 항공사는 음색이 어떻게 미각돌기를 예민하게 만드는지를 여러 연구에서 조사한 옥스퍼드 대학교의 추천에 따라 음악을 결정했다. 항공사의 '메뉴 디자인 매니저'인 수석 요리사 마크 타찌올리(Mark Tazzioli)는 기내에서는 맛을 느끼는 능력이 30%가량 낮아진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마케팅 전문가들이 나서서 별별 수단을 다 동원해도 소용이 없다고 한다.

- 음악과 음식의 조화를 이루려는 학문적 시도는 1997년 처음 도입되었다. 실험은 다중감각 아이디어로 유명한 스타 요리사 헤스톤 블루멘탈이 경영하는 레스토랑 '더 팻 덕 The Fat Duck'에서 이루어졌다. 한 번은 런던 문 앞에서 '바다의 소리'라는 요리가 제공되었다. 손님들은 요리접시와 함께 아이패드가 들어 있는 조개를 받았다. 손님들이 이어폰을 끼자 바닷소리와 갈매기 소리가 흘러나왔다. 손님들은 해변을 상상하라는 주문을 받고 실제로 해변을 떠올리며 그에 어울리는 요리의 신선함을 칭찬했다. 마치 바다에서 바로 가져온 것 같다고 했다. 다른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신더 토피 Cinder Toffee'라는 디저트를 먹었다. 설탕과 쓴맛이 나는 재료가 들어간 생크림봉봉이었다. 디저트를 입에 넣고 높은 톤을 들은 사람은 주로 단맛을 느꼈다. 반면에 낮은 톤을 들은 사람은 쓴맛을 느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당신도 직접 실험해 보면 효과를 분명히 알 수 있다. 초콜릿이나 커피 한 잔만 있으면 실험을 해볼 수 있다. 초콜릿을 먹으면서 우선 마돈나의 노래 '레이 오브 라이트 Ray of light'를 듣고, 나중에는 플라시도 도밍고의 노래를 들어보라. 

- 고음의 멜로디가 초콜릿을 더 달게 느끼게 한다면, 떫은 와인의 맛에서도 좋은 맛을 뽑아낼 수 있을까? 물론이다. 함부르크 증권회사의 홀에서 열린 '즐길 줄 아는 삶(SavoirVivre)' 박람회에서 와인 시음을 곁들인 클래식 음악회가 열렸다. 국제 실내악 공연에서 격찬을 받은 '트리오 알바'의 음악이 나올 때마다 완벽하게 어울리는 와인이 제공되었다. 와인은 똑같은 것이었지만 음악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면 와인의 맛이 달라졌다. 톤이 부드러울수록 맛은 더욱 좋아졌다. 나중에는 와인 맛이 너무 많이 달라져서 사람들은 맹세코 다른 와인을 마셨다고 주장했다. 

- 독일의 음악대학 교수 엘마르 램프슨(Elmar Lampson)의 설명에 따르면, 듣는 과정은 귀와 뇌가 같이 활성해 구조가 만들어지면서 의미가 발생하는 과정이라고 한다. "소리를 들을 때 의식의 좌표는 밀려나고 물질의 응집상태가 달라진다. 내가 뭔가를 듣고 있다는 것뿐만이 아니라, 나는 어떤 청취공간에 있다. 그 공간에는 추위, 온기, 촉각적 느낌과 향이 있다. 그리고 신체로 느껴지는 추억도 있다. 생각과 감정이 서로 섞여드는 세계다." 램프슨 교수는 청각의 잠재력은 아직 다 활용되지 않았다고 본다. "음악은 자율신경체계에 직접 영향을 준다. 그림보다 더 직접적이다. 그래서 무의식적이고 감정적인 동요를 일으킨다."
 
- 이제 이 지식으로 예전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했듯이, 모든 메뉴에 배경음악을 곁들이게 될까? 스테이크 집에서는 음악으로 강렬한 양념을 치는 것이다. 예컨대 케미컬 브라더스의 '아웃 오브 컨트롤', 람슈타인 밴드 또는 차이콥스키의 서곡 1812 등을 틀면 요리의 매운맛과 감칠맛을 강조할 수 있다. 물론 모든 손님의 입맛에 맞는다고는 할 수 없다. 중요한 문제는 '적합한 음악'을 선택하는 것이다. 

- 스위스의 도시 바젤에 있는 별 세 개짜리 레스토랑 '슈발 블랑'의 메뉴판에는 브르타뉴 바닷가재, 페리고르 송로버섯, 스위스 송로버섯이 있다. 그리고 프랑스 헤페뜨 출신의 최고치즈 명장으로 통하는 앙토니의 치즈도 부드러운 제품과 딱딱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다. 독일 티롤 남부에 있는 상트카시안 호텔 내 미슐렝이 선정한 별 두 개짜리 레스토랑 상트 후베르투스에서 내놓는 청어는 이탈리아 북부에 있는 이세오호에서 잡은 것이다. 프랑크푸르트 최고급 레스토랑 '라플뢰르'에서도 '스코틀랜드에서 채취한 가리비'와 '오덴 숲의 노루 등심 고기'를 내놓는다. 

 

- 별이 붙은 고급 레스토랑에서 요리를 먹는 사람은 최고 중의 최고의 요리를 원한다. 애초에 전혀 쓸데없는 아주 세세한 설명으로 넘치는 메뉴판을 보러 가는 게 아니다. 하지만 어딜 가나 메뉴판마다 식품 설명, 판매 및 관리 방법을 나열해 연상과 즐거운 기대감을 일깨운다. 수많은 잡지와 신문에 오르내리면서 무척 호감도가 높은 '치즈의 명장' 베르나르 앙토니의 이름을 메뉴판에서 읽으면, 곧 내가 좋은 대접을 받는다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상트 카시안 호텔 내 레스토랑에서 진미로 내놓는 청어도 사실 국내 어느 호수에서 잡은 것이지 아득히 먼 곳에서 잡아 온 게 아니어도 입에 대기도 전에 벌써 고귀한 맛을 느끼게 한다. 

- 언어의 위력은 학계에서 집요하게 연구하는 분야다. 언어학자이자 스탠퍼드 대학교 교수 댄 주래프스키(DanJurafsky)의 매력적인 저서 <음식의 언어 The Language of Food>》에서는 케첩의 역사만 읽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주래프스키는 카네기 멜론 대학교 교수와 공동으로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어 온라인으로 접속 가능한 미국 7개 도시의 메뉴판 6,500개를 분석했다. 메뉴에는 가격대가 낮은 것부터 매우 비싼 것까지 분포되어 있었다. 산더미 같은 자료를 평가하면서 가격이 저렴한 레스토랑에 비해 아주 비싼 레스토랑에서 요리의 원산지를 15번 더 많이 언급한다는 사실 ... 

 

- 미국은 남은 음식을 싸가는 봉지 '도기백(Doggy Bag)'이 유래한 곳이다. 1943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식료품 배급이 통제되던 시절 캘리포니아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옥스퍼드 음식 백과사전 The Oxford Companion to Food>에 한때 유행했던 문구가 인용되어 있다. "풍성한 저녁 식사로 행복하십니까? 모든 즐거움을 혼자만 누리지 마세요. 기다리는 강아지도 생각해야죠. 강아지에게 맛있는 뼈를 가져다주세요."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도기백은 배고픈 개를 생각해서 만들어졌다.

- 미국에서 통용되는 도기백이 다른 나라에서는 문화적 역사적 이유에서 무시당했다. 예를 들어 프랑스에서다. 사회학자 장피에르 코르뷰(Jean Pierre Corbeau)에 따르면 프랑스의 시민과 귀족층은 먹을 게 부족하지 않다고 과시하기 위해 음식을 다 먹지 않고 남기는 게 관례였던 반면, 하층 계급에서는 어릴 때부터 식사를 깨끗이 다 먹어야 한다고 가르쳤다. 그러니 미국과는 달리 음식량이 많아서 걱정할 일이 없어, 남은 음식을 싸가는 봉지는 전연 익숙하지 않았다. 프랑스에서는 남은 음식을 따뜻하게 데워 다시 먹을 가능성이 없다. 이 때문에 미식가들의 나라 프랑스에서 일종의 재교육 프로그램이 시행되고 있다.  

 

- 뵈프 뷔르기뇽(boeuf bourguignon, 프랑스 부르고뉴 지역의 대표 요리로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레드 와인에 쇠고기를 넣고 푹 끓여 만든 스튜이다-옮긴이)을 먹고 남은 것을 스티로폼 상자에 넣어 가져가는 게 비단 프랑스 사람들에게만 번거로운 일은 아닐 것이다. 도기백이라는 이름에서 벌써 개 밥그릇이 연상되기 때문이다. 

- 도기백은 영국에서도 이미지 때문에 큰 문제가 되었다. 남은 음식은 한때 부와 귀족의 상징이었다. 역사학자 콜린 스펜서(Colin Spencer)에 따르면 부자와 귀족들은 다른 사람들, 예컨대 부엌에 고용된 하인들을 먹여 살렸다. 중세의 궁정에서는 밖에서 기다리던 거지가 부엌 하인들이 남긴 음식을 다시 받아먹었다. 스펜서는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남길 정도로 능력이 충분하다는 기분은 예나 지금이나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앞서 언급한 역사적 이타적 동기도 여전히 남아 있다.

- 뷔페 체인점 소유주는 뉴욕 코넬 대학교의 브라이언 완싱크 교수에게 구원을 요청했다. 완싱크 팀은 요청을 받아들였고, 손님들의 머리 위에서 하염없이 맴도는 드론처럼 행동했다. "우리는 당신들의 행동을 매초마다 연구한다. 당신들이 레스토랑에 발을 들이는 순간부터 시작해, 어디로 어떻게 가는가, 어디에 자리를 잡는가, 외투는 어떻게 하는가, 냅킨은 어떻게 다루는가?" 완싱크가 인터뷰에서 밝힌 전략적 계획이다. 손님들 가운데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날씬하고, 통통하고, 뚱뚱한가? 그리고 중요한 한 가지, 뷔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대개 다음날 1킬로그램이 느는 데 반해 그대로 날씬함을 유지하는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 완싱크는 소비의 배후에 있는 심리에 관심을 가졌다. 

- 당장 관찰자들의 눈에 띈 것은 손님들마다 각각 행동이 매우 다르다는 점이다. 날씬한 사람들은 작은 접시와 젓가락을 주로 잡는 반면, 뚱뚱한 사람들은 대체로 큰 접시와 포크를 잡았다. 그건 예상대로였다. 하지만 날씬한 사람들은 뷔페 음식과 등지고 앉고, 뚱뚱한 사람들은 음식이 보이는 곳에 앉았다. 음식이나 음료를 채워 넣는 직원들이 그들의 시야를 벗어나지 않는다. 뷔페 음식 쪽을 향한 사람은 누구에게나 똑같은 행동을 하려는 충동이 일어난다. 그러니 뷔페 측은 자칫하면 손해를 볼 수 있다. 날씬한 사람들은 음식을 자세히 관찰하고 뷔페를 조사한다. 그리고 적어도 일단 한 바퀴 둘러본다. 반면에 뚱뚱한 사람들은 곧장 음식의 천국으로 걸어가 선택하지 않고 무조건 집어 담는 행동을 보인다. 완싱크에 따르면, 뚱뚱한 사람들은 11~12번 씹고 넘기지만, 날씬한 사람들은 14번 씹고 넘긴다. 완싱크 팀이 손님들에게 어떻게 다가가 이런 지식을 얻었는지 자못 궁금하다. 

 

- 아무 생각 없이 먹고 즐기는 일은 물론 오랜 역사를 가진다. 이미 고대 로마시대부터 여유롭게 음식을 즐기는 축제가 인기였다. 철학자 세네카는 즐기면서 끊임없이 먹어대는 사람들의 '탐욕스러운 식도'를 언급했다.  

 

- 전기는 무슨 맛이 날까? 그게 아무리 궁금해도 스스로 전기가 흐르는 목장 울타리에 혀를 갖다 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더욱이 어릴 때 호되게 당한 전기 충격은 절대 잊을 수도 없다. 전기 사용은 양을 어느 정도로 조절하느냐의 문제다. 일본의 히로미 나카무라는 그 점에 초점을 두고 전기 포크를 개발했다. "우리는 혀에 전기 자극을 주는 식기 도구를 개발했다. 전기 자극을 통해 일종의 잠재적 미각을 만들어낸다."

 

- 나카무라는 전기 자극을 통해 발생하는 혀의 미각을 귓속에서 발생하는 소리에 비유한다. 두 가지가 다 인공적으로 만들어내는 진동이라는 것이다. 이로써 우리는 지금 테크놀로지와 요리의 접점을 연구하는 이른바 '테크노-요리'의 영역에 발을 들인 것이다. 나카무라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는 음식 해킹(Food-Hacking)이라는 형태로 음식 고유의 맛을 가상적으로 약화하거나 강화할 수 있다. 우리가 요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인간의 감각을 다루는 것이다."  

 

- 이 분야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지루해하는 미식가를 위해 기술을 이용한 유희를 선사하려 게 아니라 소금을 너무 많이 먹는 등의 식이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을 찾는 데 있다. 전기 포크로 먹으면 음식에 소금을 더 치지 않을 수 있다. 전기를 흐르게 함으로써 샴페인처럼 톡 쏘는 맛이나 맛의 인지 강도를 높일 수 있다. 각자의 희망에 따라 소금맛의 느낌을 줄일 수도 있다. 

- 약 250년 전 식사용 나이프와 포크의 도입으로 식탁 예절만 바뀐 게 아니라 우리의 치아도 새로운 식사 도구에 반응했다. 미국 인류학자 찰스 로어링 브레이스(Charles LoringBrace)는 인류역사학적으로 위쪽 앞니의 돌출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밝혀내는 일에 몰두했다. 비 윌슨(Bee Wilson)은 자신의 책 <포크의 예>에서 이렇게 썼다. "브레이스의 설명에 의하면, 현대 이전 시대의 음식 섭취는 주로 '입에 가득 집어넣고 물어뜯는 방법'을 썼다"고 추측했다. 그러자면 우선 음식물을 손에 쥐고 끝부분을 입에 넣고 이로 단단히 물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힘을 세게 주어 잡아당기거나 자르는 식으로 이로 꽉 물고 있는 부분을 뜯어내야 한다." 그러니까 앞니의 진정한 목적은 자르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물고 있기 위한 것이다. 브레이스는 또 이렇게 썼다. "내 짐작으로는 앞니가 나오는 시점부터 하루에 여러 번 이런 방식에 사용되었고, 따라서 대부분 위아래가 딱 맞은 치아 위치에서 위쪽 앞니 위치가 옮겨갔을 것이다." 

 

- 테크노 요리 분야에서 포크는 여러모로 요긴하게 쓰인다. 이른바 아로마 포크를 써보자. 포크에는 입에 들어가는 부분에 옴폭하게 패인 부분이 있다. 그 안에 든 압지에 여러 향을 선택해 떨어뜨릴 수 있다. 예를 들어 바질, 박하, 송로 버섯, 바나나, 계피, 코코넛 향이다. 그러면 감자튀김에서 갑자기 계피 맛이 나고, 스테이크에서 특이하게 바나나 맛이 난다. 

- 아로마 포크에 전기가 통하게 만들어 '샴페인에 재운 닭고기'가 원래보다 더 짜게 느껴진다면, 다시금 손가락으로 먹는 시대가 무르익은 것이다.
 

    

 

 

 
음식의 심리학
현대인들은 음식의 천국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굶주림에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는 이제 옛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오히려 다양한 음식 때문에 먹는 일이 점점 복잡해 졌다. 『음식의 심리학』은 무수히 널린 음식의 밀림 속에서 특정 메뉴를 고르고 사먹는 데에는 심리적, 사회적 관계와 큰 관계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매운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성격은 어떠한지, 왜 뷔페 음식을 등지고 먹어야 하는지 등 행동심리학과 뇌과학을 통해 42가지 음식과 심리학적 관계를 밝힌다. 우리가 음식을 먹는 이유는 무엇일까? 맛을 위해서, 혹은 건강을 위해서 아니면 행복해지기 위해서? 이 책은 이를 위해 선택을 거듭하는 우리의 행동을 지배하는 것은 무엇인지 성찰해본다. 태아에 있을 때부터 결정되는 음식에 대한 편애, 어린 시절에 긍정적인 기억에 의해 결합된 특정 브랜드에 대한 뇌의 즐겨찾기, 채식, 생식을 해도 살이 빠지지 않는 이유 등을 우리를 지배하는 본능과 경험, 감각에서 찾는다. 그리고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뇌와 심리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이론적으로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저자
멜라니 뮐, 다이나 폰 코프
출판
반니
출판일
2017.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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