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미니멀 라이프 연구회 / 김윤경
출판 : 샘터사
출간 : 2016.03.08
어쩐지 읽었던 책인 것 같은데, 어플이나 블로그를 확인해 보아도 기록이 없어 기볍게 일독했다. 사사키 후미오나 곤도 마리에 등의 '쓰지 않는 물건들을 비워라'라는 메시지는 아마 스스로 만족할 정도가 될 때까지는 계속 눈에 걸릴 것 같다.
2-3년 전과 비교하면 상당히 많은 물건들을 처분했지만 여전히 미니멀보다는 맥시멀에 가까운 집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사실 개인적인 시간이 필요하다고 절실하게 느끼게 된 계기도 '더 이상 포기할 수 없다면, 이것들을 소화할 혼자만의 시간이 반드시 있어야만 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물건들을 쟁여놓고 살게 되면 마침 쓰던 것을 다 썼을 때 급하게 사오지 않아도 된다는 소소한 기쁨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 주기가 얼마나 되는지를 생각해 보면, 그리고 로켓배송과 당일배송이 일상적인 한국에서 과연 '급하게'란 얼마나 급할 때를 말하는지를 생각해 보면, 그 '기쁨'이란 사실 자기 위안에 지나지 않는다. '거봐, 이럴 때가 있다니까' 정도의.
오히려 해당 제품을 가장 적절하게 쓸 수 있는 일종의 상미기간을 매번 놓치고, 언제나 '최선'이 아닌 '차선'이나 '적당한' 상태만을 경험하게 되는 것 같다. 아직 다 쓰지 못했는데도 신제품에 관심이 가는 경우도 잦다. 지금 사용중인 물건에 완전히 만족하고 있지 못하다는 뜻이다. 사용하다 보니 질린 거라면 이해할 수 있지만, 그보다는 자신만의 기준이 없이 그때그때 적당한 물건들을 선택했기 때문은 아닐까? 처음부터 가장 마음에 드는 것들로만 채우기에도 모자란 인생인데,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서 다시금 결심을 다져본다.
최대한 소장하고 있는 물건들만으로 살아보기. 오래도록 쓰지 않은 물건은 발견 즉시 처분 결정하기. 언젠가 써야지 싶어서 버리지 못하겠다면 지금 당장 사용하기.
생활용품들은 그래도 마음먹은 대로 되는 편인데, 문제는 책- 도서관이다. 당장 읽고 싶은 책들, 신간들이 계속해서 눈에 들어온다.
아무리 고민해봐도 마음이 끌리는 해결법이 떠오르지 않아서 일단은 읽는 책들 중 소장도서의 비율을 정해놓는 형태로 생각 중이다. 또 혹시라도 읽는 시간이 아까울 것 같다는 판단이 들면 그냥 바로 처분하기로 다짐했다. (읽는 데도 시간이 들어가지만 그렇게 한 번 내상을 입으면 전체적인 속도도 저하된다.)
이 블로그에 남기는 리뷰들도 사실 내게는 미니멀리즘의 실천이기도 하다. 어떤 책을 읽어왔는지, 당시에는 어떤 생각으로 읽었는지를 남겨두면 조금은 마음 편히 실물 도서를 정리할 수 있게 된다.
흠. 하반기 동안 나를 잘 관찰해봐야지.
끝.
- 최근 '미니멀리스트'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최소한'을 뜻하는 '미니멀'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물건'을 필요한 것만 최소한으로 남기고 홀가분하게 사는 라이프스타일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 텔레비전 광고나 상업 잡지, 길을 걸으면 자연스레 눈에 들어오는 거리의 광고판, 그리고 인터넷쇼핑 사이트에서 수없이 쏟아지는 정보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물건을 사라'고 끊임없이 유혹의 손길을 뻗칩니다. 문득 깨닫고 보면 옷장 안은 어느새 옷으로 넘쳐나고, 몇 번밖에 사용하지 않은 가전제품은 방 한구석에 방치되어 있습니다. 샀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던 책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책장을 돌아보고 흠칫하는 사람도 많을 것입니다.
- 이렇게 우리는 많은 물건들에 둘러싸여 늘 불안정한 기분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쌓이고 쌓인 물건들이 우리에게 계속 다양한 메시지를 내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왜 사용하지 않는 거죠?" "언제 입을 건가요?" "언제 읽을 건가요?" 다양한 물건들이 보내는 무언의 질문에 우리의 죄책감은 점점 더 심해집니다. 때로는 단순히 '여기 물건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피곤해지기도 합니다.
- 이처럼 물건들이 내보내는 존재감은 결코 우습게 볼 일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최근 물건이 주는 압박감에서 벗어나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가기로 결심한 사람들이 더욱더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어쩌면 매우 자연스러운 흐름일지도 모릅니다.
- 미니멀한 생활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비롯해, 미니멀리스트로 살아가면서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삶의 원칙이나 정리 기술 등에 관해 물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주목해야 할 점은 심플하게 생활함으로써 얻은 효과였습니다.
- 이 책에 소개된 집 중에는 마치 모델하우스 같은 휑한 느낌을 주는 곳도 있고, 자신이 무척이나 좋아하는 옷으로 장식한 멋진 방도 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같은 '미니멀한 생활이라도 살아가는 모습은 열이면 열 다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모두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것은 물건을 버린 후에 느낀 긍정적 변화였습니다.
- 물건을 줄인 후 스트레스가 줄고 마음이 평온해져서 삶에 여유가 생겼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고, 집중력이 높아져서 창의력과 업무효율이 높아졌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또 자신을 더 이상 남과 비교하지 않게 되어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제대로 마주하게 되었다고 말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 그런데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이 입을 모아 강조한 것은 '좋아하는 물건만으로 둘러싸여 지내는 편안함'이었습니다.
-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아무것도 없는 방'은 쓸데없는 물건이 전혀 없는 방, 좋아하는 물건만으로 채워진 방을 뜻합니다. 미니멀 라이프란 이렇게 좋아하는 물건만 남기고 생활을 단순하게 바꿈으로써 마음과 사고까지 정리하는 일입니다.
- 그런데 두 사람이 함께 살 아파트를 결정하고 살림을 막 시작하려고 할 때,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다.
"전 마침 친구를 만나러 밖에 나가 있었지만, 그렇지 않아도 짐이 많은 본가는 지진으로 엉망이 되어버렸어요. 그 많던 가구들이며 물건들이 지진에 쓰러지거나 바닥으로 떨어지는 바람에 방에 있던 할머니가 정말 위험할 뻔했거든요. 그 일을 겪으면서 물건에 둘러싸인 생활이 재해가 닥쳤을 때는 사람의 생명까지도 위협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죠."
-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니까 당장 필요한 물건을 바로 꺼내 쓸 수가 없었다. 수납장에서 마구 손에 잡혀 나오는 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물건들뿐이어서, 이 집에 있던 그 많은 물건들은 대체 다 뭐였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녀는 지진을 계기로 정말로 필요한 물건은 뜻밖에 얼마 되지 않는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 가족들은 지금 본가를 헐고 새로 지은 집에서 살고 있다. 지진의 경험을 교훈 삼아 이번에는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집을 만드는 데도 신경을 썼다. 현관을 올라가면 바로 수납공간이 있는데, 그곳에 방재용품을 보관해 언제라도 바로 꺼낼 수 있도록 했다.
- 유루리 마이 씨는 결혼하고 물건을 줄인 심플한 환경에서 살게 된 후로 매일 평온함을 느끼고 있다. 작은 광고대리점에서 근무하던 회사원시절에는 계속되는 격무와 직장 내 인간관계에 지친 상태로, 매일 마지막 전철을 타고 어수선한 집으로 돌아오는 일이 상당히 스트레스였다. '내게는 잠시 한숨 돌릴 공간조차 없는 걸까' 하는 생각에 조바심이 일기도 했다.
- 지금은 옷의 가짓수를 줄여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관리가 편해졌다. 한 계절에 입을 상의가 다섯 벌 정도밖에 없는데, 세탁하고 나서 속옷은 잘 개어 서랍장에 넣고 상의와 하의는 옷걸이에 걸어 옷장에 넣어둔다. 옷의 가짓수를 옷장 안에 걸 수 있는 정도의 양으로 제한하고, 매일 조금씩 빨래를 하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후딱 정리할 수 있다.
- 부엌의 식기장 안도 무척 간소해서 식기든 조리도구든 쓰고 나서 설거지를 마치면 바로 마른행주로 닦아 제자리에 넣어둔다. 이렇게 하는 게 습관이 되어서 이젠 뒷정리가 전혀 어렵지 않다.
- 주변의 물건들을 정성껏 손질하고 관리하면서 자신에게 중요한 물건을 소중하게 사용하는 기쁨도 알게 되었다. 그녀는 옷이나 신발, 잡화나 일용품을 살 때도 제대로 음미해서 고르고 꼭 마음에 드는 물건을 사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한다.
- 지금은 설령 가격이 비싸더라도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을 고른다. 적당한 가격에 어중간한 물건을 살 때보다 하나하나 꼼꼼히 살피고 신중히 생각해서 사고 있다. 좋은 물건을 사면 오래도록 소중하게 쓰고 싶어지므로 살 때도 그에 맞춰 제대로 계획을 세우게 된다.
- "신으면 발이 편한 신발 한 켤레, 나의 체형과 분위기에 어울리는 원피스 한 벌, 그런 물건은 정성껏 손질해 둘 때마다 한층 애착이 더해져서 입거나 몸에 지니는 기쁨이 깊어져요. 게다가 저처럼 방에 물건이 거의 없으면 테이블 위에 놓인 펜 하나도 굉장히 눈에 잘 띄거든요. 시야에 확 들어오기 때문에, 그렇다면 무심코 쳐다봐도 가슴이 설렐 정도로 마음에 드는 물건을 두고 싶어졌어요."
- 이런 고급스러운 물건을 사용하는 게 조금 사치스러울지도 모르지만, 좋아하는 물건이기에 집 안 여기저기에 놓아두고 사용하고 있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건 아니지만, 수납공간 안에는 온전히 마음에 드는 물건만 넣어두고 있다. 예를 들어 섬유유연제와 세제는 법랑으로 된 와인 병에 옮겨 담아 사용하고, 커트러리 관련 제품은 법랑과 황동소재로 통일해서 대칭으로 배치해 놓았다. 또 방 안의 가구 배치를 그다지 바꾸지 않는 대신, 문을 열었을 때 마음이 두근두근 설렐 수 있도록 인테리어 감각을 발휘해 꾸미고 있다.
- "제게 심플한 생활이란 물건을 전부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물건, 그리고 인생에서 소중한 인연으로 만난 물건을 집 안 곳곳에 조금씩 놓아두는 데서 오는 만족감 같은, 그런 느낌이에요. 사는 데 꼭 필요한 물건이란 건 사실 뜻밖에 그리 많지 않아요. 가령 요리할 때 볼이 없으면 큰 사발을 대신 사용해도 되고, 가전제품의 사용설명서도 필요할 때 인터넷에서 다운로드하면 그만이거든요."
- 아무것도 없는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차츰 자신에게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는 유루리 마이 씨. 예전과 비교하면 그다지 유행을 좇지 않는 생활을 하다 보니, 모두가 엄청난 속도로 달려가고 있는데 자기 혼자만 느릿느릿 걷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그게 더없이 마음 편하다.
- 집이 깨끗해진 것만으로, 불필요한 물건이 없다는 것만으로, 그리고 집 안에 마음에 쏙 드는 물건만 있다는 사실만으로,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 이토록 사랑스럽게 바뀔 수 있는지 새삼 놀라고 있다.
- "저는 원래 한 가지 일에 빠지면 거기에 심하게 열중하는 기질이 있어서 이런저런 물건들을 잔뜩 갖고 있었어요. 책만 해도 족히 500~600권은 되었고, 옷도 산더미처럼 많았죠. 물론 결혼하고 나서 전보다 자제하기는 했어도 정말로 짐이 많았답니다. 지금과 비교해 보면 물건에 대한 욕심이 끝도 없었던 것 같아요."
- 그런데 심플한 생활을 해보니 당시에는 그저 '정리하는 법'을 잘 몰랐을 뿐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어지럽혀진 방을 정리하는 일이 중요한 게 아니라 우선은 방을 어지럽히지 않는 것, 즉 '불필요한 물건을 갖지 않는' 것이야말로 방을 깨끗하게 하는 본질이라는 사실을 이제는 잘 알고 있다.
- 오하기 씨는 블로그를 하면서 '정말로 그렇게 아무것도 없는 방이 좋아요?'라거나 '미니멀리스트란 건 수도승처럼 사는 거라고 보면 되나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데, 사실 절대로 그렇지 않다고 강조한다. 현재의 생활은 자신이 소유한 물건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지 필요하지 않은지를 명확히 확인한 결과일 뿐이다.
- 예를 들면 그녀는 직장에서 일할 때 입는 옷은 두 가지 패턴으로 제한하고, 구두도 네 켤레밖에 없다. 이를 미니멀리스트들 사이에서는 '사복의 제복화'라고 부른다. 물론 이틀에 한 번은 옷을 세탁해야 하니 불편한 점은 있다. 하지만 철마다 사들인 옷을 정리하지 않고 무작정 쌓아두면 그중에 마음에 들지 않는 옷이 있기 마련이고, 그걸 입어야 하는 날도 생긴다. 그럴 때는 왠지 우울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반대로 안 입는 옷은 정리한 후 정말로 마음에 드는 옷만 골라 입는다면 기분 ...
- 지금은 낮에는 회사원으로 근무하고, 퇴근 후에는 블로그에 일러스트가 들어가는 코믹 에세이를 쓰고 있다. 생활을 단순하게 바꾸고 시간적 여유가 생긴 덕분에 꾸준히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그러면서 어느 사이엔가 그녀의 그림을 좋아하는 팬들이 생겨서, 지금은 외주 작가 일도 조금씩 하고 있다. 그림뿐만이 아니다. 지금까지는 여행을 가고 싶어도 시간적, 금전적 여유가 없어서 '가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끝나곤 했는데, 이제는 조금씩 여행도 다니고 있다.
- "생활을 단순하게 바꾼 후 다이어트에도 성공했어요. 거의 20킬로그램이나 감량했답니다. 생활이 바뀌면서 제 사고방식도 달라졌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물론 다이어트에 성공한 후에는 맞는 옷이 없어서 조금 난처하긴 했지만요."
- 심플하게 생활함으로써 오랫동안 하고 싶었던 일과 바라던 소망을 하나둘씩 실현해 나갈 수 있게 된 오하기 씨. 물론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있는 법이지만 실행력만큼은 확실히 향상되었다고 확신한다.
- 그런데 불안해하던 서른 살을 뜻밖에 산뜻한 기분으로 맞이하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혼자 사는 동안에는 이상을 이룰 수 없다'고, 왜 멋대로 생각했을까! 자신은 지금 엄연히 할 수 있는 일이 있는데도 포기하거나 남들과 비교하면서, 스스로 만든 틀 안에서 불만을 쌓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렇다면 우선 이 방 안에서 이상을 실현해 보자' '소중한 물건에 둘러싸여 이 공간에서 뜻깊은 시간을 보내자'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인생의 전환이 되었다.
- 그런데 그렇게 집 안 곳곳의 자질구레하고 불필요한 물건을 골라내는 동안 뜻밖에도 한심한 자신의 모습을 깨달았다. 스스로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 허전한 마음의 배출구로써 쇼핑에 집착했다는 사실을 안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못난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했다. 그리고 그 후 정리를 통해 매번 물건으로 부족한 자신감을 메꾸려 했던 자기부정의 사슬에서 비로소 벗어날 수 있었다.
- 그는 결혼하고 나서 아내가 더욱 정리에 박차를 가했다며, 물건이 없으니 전보다 더 집중력이 높아졌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정보가 많을수록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는 생각에 이런저런 자료들을 잔뜩 쌓아두고 일했어요.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수많은 정보에 속박되어 있는 셈이었죠. 그러다가 생각을 바꿔서 자료 대부분을 데이터화하거나 처분했습니다. 덕분에 지금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일하고 있어요. 게다가 작업 시간이 줄고 일의 성과도 확연히 좋아졌습니다."
- 심플한 환경과 생활의 질이 비례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실천할 수 있었던 건 모두 아내 덕분이다.
"유니클로와 기린 맥주 광고로 잘 알려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사토 가시와 씨도 일의 정밀도를 높이기 위해 사무실은 물론 인간관계도 디자인한다고 들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아내는 생활 자체를 디자인하는 거라고 할 수 있겠죠. 저도 아내의 영향으로 물건을 버리고 단순하게 사는 법을 조금씩 실천하고 있고요. 언젠가는 회사 책상을 너무 깨끗이 정리해 놓았더니 동료들이 '그만두시는 겁니까?' 하고 묻더라고요(웃음)."
- 그는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만 있어도 살아가는 데 전혀 불편하지 않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방에 아무것도 없으면 생활이 정말 편합니다. 우리 집 마루에는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청소도 금세 끝나고, 물건을 사기 위해 쇼핑을 하는 일도 별로 없어요."
미니멀리스트가 되고부터는 예전보다 자유시간이 늘어서 현재의 생활에 아주 만족하고 있다.
- "전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온전히 몰두할 수 있는 생활이야말로 정말 가치 있다고 생각해요. 물건이 많으면 아무래도 그것들을 관리하는데 시간을 빼앗기게 되어서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없거든요. 그런 생활은 자신이 원해서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물건에게 지배당하는 생활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텔레비전이 아주 좋은 예죠. 텔레비전은 한 번 틀면 계속 켜놓게 되잖아요? 멍하니 보다가 눈 깜짝할 사이에 훌쩍 시간이 지나버리죠. 그런 식으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텔레비전에 완전히 지배당하는 겁니다."
- "알찬 생활을 하고 싶다면서 물건에 시간을 빼앗기는 건 어리석은 일입니다. 특히 스마트폰으로 별 시답잖은 사이트를 드나드는 시간은 정말 아깝더라고요. 저도 아직 딱 끊지는 못했지만, 만약 지금보다 물건이 더 많다면 한층 더 시간을 허비하면서 살고 있겠죠. 저는 저 자신에게 꽤 관대하거든요(웃음)."
히지 씨는 자기 관리 능력이 뛰어나지 않은 사람에게는 물건이 많은 것이 독일 뿐이라고 말한다.
- 물건은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만 사는 것이 그의 원칙이다. 현대 소비사회에 반기를 드는 건 아니지만,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사서집 안 여기저기에 쌓아두는 소비 행태는 피하고 싶다. 또 갖고 싶은 물건이 있어도 곧바로 사지 않는다. 정말로 내게 필요한 물건인지 아닌지를 충분히 고민한 후에 구매를 결정한다. 고민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마구 사들이다 보면, 어느새 물건으로 자신을 과시하는 사람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 텔레비전을 없애고 소니의 헤드 마운티드 디스플레이로 방송을 본다. 적절한 시간에 시청을 멈출 수 있어서 편리하다.
- 물건으로 승부하는 대신 자신의 능력만으로 평가받는 사람이 되는 것이 히지 씨의 바람이다.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사고방식일지도 모르지만, 자기 자신 이외의 다른 무언가로 자신을 높이려고 애쓰는 사람들을 보면 측은한 마음마저 든다.
- "오늘날의 사회는 이런 기호성만을 보고 있죠. 하지만 저는 그런 기호 따위에 얽매인 생활은 싫습니다. 그보다는 더 자유롭고 즐거운 인생을 살고 싶어요. 왜 모두들 신분을 높이려고만 하는 걸까요? 전 즐겁게 살 수 있다면 그런 것쯤은 낮아도 별로 상관없다고 생각해요."
- 청소기 대신 빗자루로 쓸고 걸레로 닦기 때문에 아침 일찍부터 해도 상관없고 30분이면 청소가 끝난다. 청소를 간편하게 하기 위해서 바닥에 물건을 두지 않는다는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또 내추럴 클리닝, 즉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 자연주의 청소법을 의식하고부터는 중탄산소다나 구연산 같은 친환경 세제를 사용하고 있다.
- "집을 깨끗이 청소해 두면 금전 운이 좋아진다고 하는데, 저는 그 말을 정말 믿어요. 우리 집의 금전 운이 쭉쭉 올라가고 있거든요. 물론 쓸데없는 물건을 사지 않게 된 덕분이기도 하지만, 상여금이 나오는 달도 아닌데 남편이 회사에서 특별 보너스를 받아오기도 했어요. 분명, 물건이 많아서 지저분한 방에는 가난의 신이 머물다가 쓸모없는 물건을 없애고 깨끗하게 청소하면 그곳을 떠나는 거라고 생각해요."
- 여러 가지 스트레스에서도 해방되었다. 무엇보다 물건을 더 갖고 싶다는 욕구가 줄었다. 물건을 버릴수록 필요한 물건과 그렇지 않은 물건이 명확히 구분되는 까닭이다. 최근에는 잡지와 광고 정보 등에 유혹당하는 일 없이 얼마나 홀가분하게 살아가느냐에 관해서만 생각한다.
- "무엇보다 가장 큰 효과는 물건이 주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이에요. 물건이란 건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게 메시지를 보내거든요. 예를 들면 쓰지 않고 쌓아둔 옷감을 볼 때마다 '옷은 언제 만들 거야?' 하고 물어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든지요. 이렇게 사용하지 않는 조리도구, 냉장고 안쪽에 들어 있는 조미료, 읽지 않는 어려운 책 같은, 사놓고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이 모두 질문을 해대면 죄책감은 점점 더 커져가요. 그렇다고 물건들이 내지르는 소리에 어중간하게 정리하는 식으로 대답했다가는 결국 중간에 두 손 들고 포기하기 쉽고요. 물건을 버림으로써 이런 실패 과정을 없애고 자신이 정말로 하고 싶은 일과 마주할 수 있게 되는 거죠."
- 아즈키 씨는 설령 나중에 다시 사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그때 지불하는 돈보다 물건을 버리지 않고 보관하면서 받는 스트레스가 훨씬 크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볼 때 버린 물건을 나중에 새로 사게 되는 일은 거의 없다.
- 물론 걱정되는 점도 있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연예인의 옷장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보던 아들이 "색상이나 모양 전부 똑같은데 왜 저렇게 옷을 많이 사는 걸까? 이유를 모르겠네"라고 말했다. 그녀는 그 말을 듣고 '아차, 이건 아닌데!' 싶었다. 아이가 물건을 많이 가진 것을 잘못된 일로 판단하고 있다는 생각에, 그 후부터는 "사람마다 행복의 기준은 모두 다른 거란다" 하는 식으로 알려주고 있다. 나와 다른 생각일지라도 물건을 소유함으로써 더 힘이 나고 열심히 살 수 있다면 그것이 그 사람에게는 최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고방식이나 삶에 대한 가치관은 다른 누구에게도 강요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녀의 지론이다.
- "예전 생활을 돌아보면, 전 언제나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며 살아왔던 것 같아요."
- "다양한 사람들이 저에게 상담을 청해오는데, 정리를 잘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물건이 너무 많다는 벽에 부딪히곤 합니다."
사카구치 유코 씨는 정리 전문가 자격증을 취득한 후 사람들에게 정리법을 가르치고 있다. 그런데 일을 하면서 정리에 서툰 사람들의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옷이나 장난감 등 사람마다 각기 종류는 다르지만, 방에 있는 물건이 수납공간의 한계를 초과한다는 점이 가장 큰 정리의 벽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 그런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는 것이 그녀의 일이다. 정리가 필요한 사람들의 집을 찾아가 생활에 필요한 물건과 불필요한 물건을 스스로 구별해 정리할 수 있게 이끈다. 도움을 청해온 고객이 물건을 버릴지 말지 망설일 때는 조언을 하기도 하지만, 그녀가 버릴 물건을 결정하는 일은 절대 없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스스로 물건을 골라 버릴 수 있도록 한다.
- 이렇게 시간을 정리해가는 동안 자연스럽게 효율성이 높아져서 생활이 전보다 훨씬 편해졌다. 더불어 어떤 일이든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생활 속에서 생기는 스트레스가 줄어들면서 모든 일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 생활을 충실하게 하는 또 다른 기술은 '물건을 의인화'하는 것이다. 물건에도 생명이 있다고 생각하면 더욱 소중히 여기게 되고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줄일 수 있다. 그녀는 물건을 사용할 때마다 사용하도록 허락해 준 것에 대해 고마움을 표시한다.
- 또 사용한 후에는 깨끗이 닦아서 원래의 자리로 돌려놓는 것도 잊지 않는다. 물건을 쓰고 아무 데나 두는 대신 이렇게 물건마다 각각의 자리를 정해놓으면, 정리할 때 망설이지 않고 잘 보관할 수 있다. 물건에 고마움을 표시하면서 갖고 있는 물건을 오래 사용하기 위한 방법이다.
- "서랍장에서 꺼내는 거나 여행용 가방에서 꺼내는 거나 걸리는 시간은 비슷하니까 깔끔해 보이는 쪽을 선택한 거죠. 방이 아무리 깨끗해도 불편해서는 안 되니까요. 깨끗하면서도 불편하지 않게, 그 양립이 어려웠습니다."
- 옷은 색감과 무늬를 맞추어 방 안의 분위기를 흩뜨리지 않도록 했다. 옷걸이도 옷에 맞추어 흰색의 심플한 디자인으로 샀다.
의류는 항상 같은 것을 사기 때문에 유행이나 시대에 상관없이 꾸준히 사랑받는 디자인을 고른다.
옷을 걸 때는 색감과 길이 등을 고려해서 건다. 색을 맞추어 걸어두기만 해도 멋져 보인다.
옷은 색상을 맞춰 '정리한다기보다 장식한다'는 생각으로 옷걸이에 걸어둔다.
- "요즘에는 물건을 사러 가는 일이 거의 없어요. 새로 사고 싶은 물건도 전혀 없고요. '물욕'이 전혀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대체로 없는 편에 가까운 것 같기는 해요. 갖고 싶은 물건이라고 해봤자, 지갑이나 휴대폰 등 지금 지닌 물건을 새로 장만하고 싶은 정도예요. 지금 가진 물건들로도 충분하거든요."
- 그는 정리하기를 좋아해야만 방이 깨끗해진다고 강조한다. 청소는 귀찮아하면서 깨끗한 방에 살고 싶어 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리와 청소는 꼭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의무처럼 여기면 부담되지만, 생각을 바꿔 마치 놀이동산의 어트랙션처럼 그 일에서 '즐거움'을 발견한다면 어느새 정리가 좋아진다. 물론 그 즐거움을 찾을 때까지는 인내가 필요하다.
- "심플하고 보편적인 물건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을 정도만 갖고 있으면 그런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가령 책상 위에 아무것도 없으면 아이가 만져서 안 되는 물건을 가지고 장난칠 일이 없잖아요? 장난감도 조금만 갖고 있으면 5분 만에 후딱 정리할 수 있고요. 이런 식으로 조바심이 나는 원인을 없애면 마음이 편해져서 가족들에게도 상냥하게 대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게 바로 완벽주의자이면서 포용력은 부족한 제가 자신과 마주하는 방법이에요. 내 몸과 마음이 편해지는 방법인 거죠."
- 어떤 물건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면 정리는 고통이 된다. 그래서 그녀는 '집에 들이는 물건'을 최대한 심사숙고해서 고르고 있다. 물건을 살 때는 자신이 정한 금액의 한도 안에서 가장 좋은 것을 산다.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정말로 원한다면 망설이지 않는다. 그녀는 이것을 '줄이기 위해서 사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역설적이지만 이 방법이 물건을 줄이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한다.
-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이십 대에 산 에르메스 지갑이었어요. 그때까지는 새 지갑을 사고도 금세 '다음번엔 어떤 걸 살까' 고민했거든요. 그런데 줄곧 갖고 싶었던 지갑을 손에 넣으니 '이제 지갑은 이거 하나면 충분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말로 갖고 싶은 물건을 사지 않고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으로 마구 사 버릇한다면 절대 물욕은 사그라지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죠."
- 5분간 방을 정리하고, 서둘러 출근 준비를 마친 후 식구들이 일어날 때까지 한 시간 동안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이때 저녁 식사 재료도 함께 챙겨놓는다. 아침에는 여러 가지 재료를 듬뿍 넣은 수프에 빵이나 오니기리를 먹고, 거기에 요구르트나 과일을 곁들인다. 이렇게 메뉴를 몇 가지로 정해놓으면 바쁜 아침에도 고민하지 않고 착착 준비할 수 있어 편하다.
- 아침 식사뿐 아니라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다. 일할 때 입는 옷은 단순한 디자인의 티셔츠나 블라우스에 재킷으로 정해두었더니, 오늘은 어떤 옷을 입을까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 또 자주 먹는 샐러드드레싱도 간편하게 올리브 오일과 소금으로 만들고 있다. 아키 씨는 만약 물건이 너무 많아서 버겁게 느껴진다면, 이렇게 생활을 조금씩 단순하게 바꿔보는 것도 좋다고 말한다.
- 그녀는 밖에서 지친 마음과 머리를 리셋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휴식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녁에 편하게 쉴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려고 애쓰고 있다. 청소는 모두 집을 비운 사이에 로봇 청소기가 대신해 준다. 신혼 때는 남편과 가사를 분담해서 하기도 했지만, 둘 다 쉴 수 있도록 기계에 맡기기로 생각을 바꿨다.
-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기계화나 외부 위탁 방식이 당연하게 여겨지잖아요. 그런데 집안일에 관해서는 아직도 스스로 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것 같아요. 기계나 남에게 맡기는 걸 꺼림칙해하거나 죄책감을 느끼기도 하고요. 하지만 하루는 24시간뿐이고,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일, 중요한 일에 한정된 시간을 할애하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요?"
- "방을 심플하게 하면 확실히 물욕이 없어지지만 추억이 깃든 물건, 특히 옷만은 예외입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쓸모없고 과하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제게는 깊은 의미가 있거든요. 그런 추억의 물건들은 절대로 버릴 수가 없어요. 재산이라고 할 정도까지는 아닐지 몰라도, 제가 살아온 이력이니까요. 그래서 지금의 저 자신으로 이어지는 물건은 눈에 보이는 곳에 두거나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습니다. 때때로 고민하고 방황할 때 되돌아보는 건 결국 과거의 자신밖에 없으니까요. 지금 제 방에 있는 물건 중에 쓸데없는 물건은 정말 하나도 없습니다. 자전거는 단순히 더러워지는 게 싫어서 방에 두는 것뿐이지만요(웃음)."
- 자신의 스타일을 정해두는 것도 철저하게 심플한 생활을 실천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 그는 윗옷으로는 여러 브랜드에서 산 무늬 없는 흰색 티셔츠 몇 장을 돌려 입고, 여름에는 검은색 반바지, 그 외의 계절에는 대체로 검은색 긴 바지에 스니커를 신는다.
- 창조력은 비우는 것에서 시작된다. 지금의 방에서 살게 된 후 가장 좋은 건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시간이 늘었다는 점이다.
- "도시에서 산다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게는 여러 가지 정보가 쏟아집니다. 직장에서는 물론이고 그냥 거리를 걷기만 해도 무의식적으로 필요 없는 여러 정보들을 받아들이게 되죠."
- 집에 돌아와서도 물건이 넘쳐나면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를테면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을 때도 머릿속 또 다른 공간에서는 그 순간눈에 띄는 물건에 신경을 빼앗기고 만다. 이렇게 하루를 마감하고 새로운 날이 시작되어도 또다시 수많은 정보에 노출되어 시간에 쫓기는 흐름은 반복된다.
- "예전에는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늘 시간에 쫓기는 기분이었지만, 지금은 머릿속을 텅 비울 수 있는 시간이 생겼습니다. 특히 텔레비전을 없앤 효과가 큰 것 같아요. 텔레비전을 보고 있으면 금세 시간이 훅 지나가 버리잖아요. 버라이어티 방송을 무심히 보고 있다가 수면 부족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저 정보가 맞는 걸까?' 하고 의구심이 들기도 하고요. 저는 결국 정말로 믿을 수 있는 건 자신의 눈으로 보고 느끼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 지금은 텔레비전을 보지 않는 시간에 책을 읽거나 업무에 필요한 공부를 한다. 때로는 직접 길거리로 나가 일에 도움이 될 만한 현지 조사를 하기도 한다.
- "주로 책을 읽습니다. 근육 트레이닝도 중요한 일과이고요. 패션업계에서는 살이 찌면 해고된다는 말이 있는데, 반은 농담 반은 진담이에요. 그런 면에서 근육 트레이닝을 통해 꾸준히 자기 관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 건 좋은 일이죠."
- 모리타 씨는 자신이 좋아해서 패션업계에 뛰어들었지만, 복장에 관해서 체계적으로 배우지 못한 것이 늘 마음에 걸렸다. 특히 기획과 구매 업무를 맡고부터는 전문지식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통감하고 있다. 그래서 방을 바꾸고 나서 업무에 도움이 되는 공부를 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독서를 통해서 업무에 필요한 전문지식을 얻고 사고의 폭을 넓히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러기에는 신경 쓸 물건이 적은 이 방이 아주 적합하죠. 크리에이터들은 심플한 방에 사는 일이 많다고 들었는데, 저 역시 자신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창조력을 위해서는 물건이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어요."
- 예전에는 휴일 전날이면 밤늦게까지 동료들과 술을 마신 후 새벽녘에 돌아와서 대낮까지 늘어지게 잠을 자곤 했다. 모리타 씨는 그 시절을 떠올리면 사람은 스스로 달라지겠다고 마음먹으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 "방을 심플하게 바꾼 것이 규칙적으로 생활하게 된 이유 중 하나일지도 모릅니다. 반대로 건전한 생활을 의식하게 되어서 과다한 물건을 덜어내게 된 것일 수도 있고요. 어느 쪽이든, 결국은 다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 어쩌면 자신은 완벽한 미니멀리스트가 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모리타 씨. 물건에 집착하지 않는 편이기는 하지만, 옷에 관해서만은 버릴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만의 방식으로 지금 사는 방을 더욱 심플한 공간으로 만들어나가려고 궁리 중이다.
- 그 시절 오후미 씨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지쳐 있었다. 회사 일이 너무 바빠서 정신없이 일하다 보니 이런저런 문제도 많았고, 싫은 일이 반복되는 통에 무조건 도망치고만 싶었다. 그런 상황이 계속되자 뭐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운을 좋게 하는 방법을 인터넷을 통해 알아봤는데, 어찌 된 일인지 늘 '청소'라는 해답에 다다르곤 했다.
- 이사 전에 살던 단독주택에는 큰 가구가 많아서 그걸 다 옮겨가며 청소할 엄두가 나지 않아 늘 스트레스였다. 그러잖아도 청소가 부족하다고 느끼던 참에 청소가 해결책이라는 말을 들으니 아무래도 신경이 쓰였다. 그래서 우선 가구를 옮길 필요가 없는 화장실 청소부터 해보기로 했다.
- "청소를 끝낸 후에 두 사람이 늘 사용하는 화장실이 반짝반짝 윤이 나고 청결하면 기분이 좋다는 걸 새삼 느꼈어요. 그러고 나서 청소를 비롯해, 운을 좋게 해 준다는 단어들을 넣어 인터넷 검색을 해보다가 '갖지 않는' 삶을 사는 사람들의 블로그에 이르게 되었죠. 언제라도 쉽게 이사할 수 있는 양만큼만 물건을 소유하는 삶이 조금은 부럽더라고요."
- 옷이나 구두, 잡화도 많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책이었다. 가구와 여행 관련 책, 좋아하는 작가의 소설과 에세이 등 책이 너무 많아서 책장 네 개에도 다 들어가지 않을 정도였다. 추억이 담긴 책도 많아서 꽤 망설였지만 정말 중요한 것만 남기고 나머지는 과감히 처분했다. 그래도 남긴 책이 꽤 많은 데다 독서가 취미이다 보니 다른 물건에 비해 양이 잘 줄지 않는다고 한다.
- "저는 책뿐 아니라 옷이나 잡화 등도 새 물건을 사면 오래된 물건 중 하나를 버리기로 원칙을 정하고 철저히 지키고 있어요. 책은 이제 더 이상 버릴 수 없을 정도로 고르고 고른 것밖에 남아 있지 않아요. 그런데 지금 거실 수납장에 재봉도구며 그림도구, 공구, 문구류 등과 함께 책을 수납하고 있기 때문에 공간이 부족해요. 그래서 계속 보관하고 싶은 책은 스캔해서 데이터로 남겨놓기로 했어요. 그동안 쭉 생각만 하고 있다가 최근에서야 드디어 작업을 모두 끝마쳤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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