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1

[김솔] 모든 곳에 존재하는 로마니의 황제 퀴에크

일루젼 2023. 8. 4.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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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김솔
출판 : 아르테(arte) 
출간 : 2019.05.22


       

아. 

나는 첫 문장을 읽으며 이 책이 판타지 픽션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어느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적당히 고풍스러운 느낌의 중세 국가가 아닐까 하며. '로마니'의 황제라는 단어 또한 그런 분위기를 내는데 한 몫했다.

 

중반을 넘어갈 무렵, 묘하게 현실적인 설명들이 조금 마음에 걸렸다. 시대적 사건들이나 각주로 첨부된 기사들은 설정이라기엔 꽤나 진지했다. 두 시대를 넘나드는 것 같지는 않은데... 2차 세계대전 즈음을 배경으로 풍자적으로 쓴 소설인가? 글은 여전히 괄호 안의 현대성과 괄호 밖의 문학성은 적절한 밸런스를 유지하며 '소설'의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수용소에서의 일들에 관한 유대인들의 증언은 많이 알려졌으나, 당시 수용되었던 로마니들에 관해서는 구전으로도 사료가 거의 남아있지 않다는 대목에서 오싹해졌다. "이 책에는 진실만이 기록되어 있으며 그 자체가 로마니로서 '모든 곳에 존재'하게 될 것"이라는 문장이 더는 우스워 보이지 않았다. 유대인들에게 성서가 존재했다면 로마니들에게는 이 책이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을 의도한 것인지, 서술자 보그단 마텔은 전도를 목적으로 했던 인물이며 다분히 성서를 의식한 듯한 문장들을 사용한다. 그러면서도 괄호를 이용한 주관적인 서술로 어디까지나 전도가 목적임을 거듭 강조하며 로마니들과 거리를 둔다. 그러나 이 책의 마지막, 황제 서거 이후 장면들에서 그는 더이상 외부에서 파견되어 온 인물이 아니다. 사람들의 눈총을 견디며 이야기를 노래하는 그는 어엿한 로마니다. 

 

그리고 그 시절 언어와 나라와 이름을 빼앗겼던 우리이기도 하다. 

저자는 그 관계성을 제일 마지막 장을 통해 드러낸다. 로마니들이 그토록 참가하고 싶어했던 베를린 올림픽에는, 세계 신기록을 달성하며 가슴팍의 국기를 가리고 싶어했던 마라토너들이 있었노라고.

 

이 책이 그들과 시대적, 거리적으로 상당한 거리가 있는 이 시대의 한국에서 발간되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그러나 애초에 로마니는 혈연이나 거주지가 중요하지 않은 이들이다. 본문 중에서도 가족과 자산을 잃고 로마니가 되는 폴란드 영애가 등장한다. 영혼의 자유로움이 존재한다면 누구나 로마니다. 그러므로 이 책은 로마니에 의해 쓰여진 로마니에 대한 기록이다.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어디서부터가 허구인지는 알 수 없다.

어차피 그 어떤 사료에서도, 그 누구의 기억에서도 이들을 완전히 구분해낼 수는 없다.

 

인상적이었다.  

야누스 퀴에크의 대관식 사진을 첨부하며 마무리한다.

끝.       

 

 

Janusz Kwiek, Dom Spotkań z Historią

 

 


   

- 모든 곳에 존재하는 로마니의 황제 나 플로린 퀴에크 Florin Kwiek는 충직한 신하이자 역사학자인 보그단 마텔이 완성한 이 책에 단 하나의 거짓도 없음을 확인했노라. 나는 이 책을 통해 로마니의 역사를 알리고 보존하려 한다. 그리하여 우리를 절멸시키려는 시도를 더 이상 반복하지 못하도록 이웃을 계도할 것이다. 로마니는 특정 국가나 지역, 가문에 한정되지 않는다. 우리는 자유로운 영혼과 다양한 습속을 지닌 인간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 (여기까지 읽은 자에게 영광을!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반드시 명심해야 할 사항이 있다. 괄호로 묶여있는 문장은 황제와 그의 가족들 앞에서 절대로 소리 내어 읽어서는 안 된다. 그들은 하나같이 문맹이어서 스스로 책을 읽지 못한다. 황제는 선지자 마호메트가 문맹이면서도 코란을 완성했다는 사실에 영감을 받아, 자신의 혈족이 글을 배우는 걸 금지시켰다. 그래서 그들에게 이 책은 침묵의 노래나 어둠 속 장작에 지나지 않는다.)

 

- (여기까지 읽은 자에게 영광을! 나는 황제에게 거짓 이름으로 알려졌다. 나는 선교를 위해 이곳에 파견되었으나 차마 신분을 드러낼 수 없었다. 그래서 역사학자라고 둘러대고 황실의 허드렛일을 도우면서 황제의 환심을 샀다. 선교를 위해선 교회를 세우는 일보다 성서를 번역하는 일이 급선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들의 현실과 과거를 알면 알수록 이웃의 위선과 위악을 고발해야겠다는 의무감이 더욱 강렬해졌다. 특히 퀴에크 가문에 대한 이야기는 세계 시민들이 반면교사로 삼을 만한 가치를 충분히 지녔다.) 

 

- 그리스도를 모함하고 고발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그를 십자가에 세울 못까지 만든 자가 유대인이었다면, 그 못을 훔쳐 그리스도의 부활을 도운 자가 로마니였다. 그래서 그리스도는 도둑질과 구걸을 로마니의 정당한 생계 방법으로 인정했을 뿐만 아니라, 근동의 왕에게 로마니를 정성껏 대접하라고 명했다. 그런데도 로마니는 유대인처럼 이웃의 재산을 탐하거나 선민의식으로 우쭐대지 않았다. 비를 피할 지붕과 깔고 누울 건초, 딱딱한 빵과 마실 물을 얻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고향으로 삼고, 농사를 돕거나 부서진 세간을 고치거나 점을 봐주는 일로 생계를 꾸려나갔다.  

 

- (... 마이클 퀴에크 1세는 프랑스로 떠나기에 앞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전해진다. "구약과 탈무드를 포기하지 않는 한 유대인에게 평화와 안식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로마니는 유대인으로 오해받을 행동을 해서는 결코 안 된다. 인류를 진화시키고 있는 것은 기억이 아니라 망각이며, 망각하는 인간만이 새로운 세상을 창조할 수 있다는 사실을 똑똑히 기억해라."...)  
 

- (여기까지 읽은 자에게 영광을! 로마니는 풍문에서 태어나서 풍문으로 사라지는 족속이다. 그래서 그들은 모든 것을 망각하지만 금세 빈자리를 채워 넣는다. 그들의 역사는 실재보다도 더 길고 풍성하며,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와 미래가 한꺼번에 포함되어 있다. 굳이 각각의 함량을 따지자면 과거의 비중이 가장 낮고 미래의 비중이 가장 높다. 이는 사실보다 거짓이 많다는 뜻인데, 거짓이란 비록 현재까지 실현되지 않았지만 가까운 미래에 증명되거나 공리처럼 증명 없이 인정받게 될 진실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근거 없는 거짓말이 훗날 개인의 운명을 결정하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 (여기까지 읽은 자에게 영광을! 그 당시 유대인도 유대 국가를 세울 곳을 탐색하고 있었다. 시오니즘의 창시자인 헤르츨은 키프로스를 기대했으나 영국은 우간다를 제안했다. 우간다를 방문한 유대인 대표자들은 그곳이 야생동물과 마사이 족으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영국의 제안을 거절했다. 처칠은 리비아를 대안으로 제시했다가 철회했다. 소련의 유대인들은 스탈린의 명령에 따라 중국과의 국경 지역인 비로비잔으로 이주했다가 절멸했다. 크림반도에 유대인을 격리시키려는 정책은 시행 직전에 폐기되었다. 일본은 새로 점령한 만주를 개발하고 소련의 공격을 피할 목적으로 독일의 유대인을 만주로 이주시키려 했다. 복어라는 뜻의 푸구 Fugu 계획으로 명명된 이 작전은, 독일이 소련과 불가침 조약을 체결한 뒤 발트해의 국경을 폐쇄하면서 실패로 끝났다.)

 

- 마티아스 퀴에크 Mattias Kwiek는 친척이자 정적政敵인 바질 퀘이크 Bazil Kwiek의 도움을 받아 1934년 마이클 퀴에크 2세를 강제로 하야시키고 왕위에 오른다.

 

- (... 번창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사에 가정을 매다는 행위만큼 위험한 일도 없다. 하나의 역사적 사실은 수백만 가지의 개연성이 작용한 결과이므로 그 사실을 수정하거나 재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 (... 야누스 대신 마티아스에게 애정을 쏟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를 재조명하고 명예로운 자리로 복권시키라는 명령을 내게 내렸던 것이다. 사료가 늘어날수록 무관심과 몰이해 때문에 마티아스가 평가절하되었다는 사실에 동의하게 되었다. 야누스를 영웅으로 만들려면 그 이전 왕들의 치적을 폄훼하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게다가 미망인이 일으킨 일련의 추문이 마티아스의 명예를 실추시켰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진실을 다루는 역사가로서 균형을 자의적으로 조정할 순 없다. 목적을 방법보다 앞세우고 싶지 않을뿐더러 원인을 결과로 간주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불가항력적인 상황이 영웅을 만들고 영웅은 역사를 완성하지만 그런 역사는 결코 변증법으로 해석할 수 없다는 신념을 밝히는 것으로써, 이 단락을 괄호 속에 담아야 했던 나의 고민을 조금이나마 덜어내고자 한다.) 

 

- 아이와 여성을 위한 병원을 건립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던 마티아스에게 어느 날 폴란드의 독지가가 찾아와서는 경제적 지원을 제안했다. 또한 로마니 청소년들이 유럽의 유수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약속도 했다. 경계심이 많은 마티아스는 이 독지가의 정체와 의도를 의심하여 선뜻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 독지가의 대저택에서 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왕궁 악사들에게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전해 듣고 난 뒤 왕은 신의 선물에 진심으로 감사했다.  

 

- 로마니의 생활환경과 문화, 그리고 유전적 특성에 대한 정보부터 파악해야 한다는 의사의 요구에 따라 백여 명의 로마니가 그의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다. 붉은 머리카락의 간호사가 보여준 친절함에 감복하지 않은 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조사가 마무리되고 왕이 직접 그 병원을 찾아갔을 때, 그 의사와 간호사는 만날 수 없었고 폴란드 독지가와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제야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힌 마티아스는 그들의 정체와 은신처를 추적해 보았지만 아무런 성과도 거둘 수 없었다. 

 

- (여기까지 읽은 자에게 영광을! 영어에 '자신의 위장보다 더 큰 눈을 가졌다 have eyes bigger than one's stomach'는 표현이 있는데, 마티아스의 생활 습관을 설명하는 데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은 없을 것이다. 상대에게 혐오감을 줄 정도로 유별났던 그의 식탐은 네 살부터 자신의 허기를 스스로 해결해야 했던 운명이 단련시킨 결과였다.)

 

- 야누스는 자신의 야심을 드러내지 않은 채 정적들을 마치 서로의 꼬리를 물고 있는 뱀처럼 연결시켰다. 그러고는 가장 약해 보이는 정적을 도와 다른 정적의 급소를 물게 했다. 어떤 자의 승리는 다른 자의 패배로 이어졌고 연쇄적인 승리와 패배는 그 원 안에 갇혀 있던 모두를 궁극적으로 패배시켰다. 마침내 그 원 가운데에서 홀로 남아 있던 야누스가 한없이 너그러운 모습으로 등장하여 혼란을 수습하고 선거와 대관식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 그런 다음 야누스는 자신의 입후보 사실을 숨긴 채 선거의 결과에 무조건 수긍하겠다는 다짐을 정적들에게서 받아냈다. 루돌프를 후보로 등록시켜 그로 하여금 경쟁자들과 비슷한 이미지와 공약을 복제하게 함으로써 선거인단의 선택을 어렵게 만든 것도 야누스의 아이디어였다. 정작 그는 항아리 수선공에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턱수염과 콧수염을 길러 자신의 온화한 성품과 카리스마를 동시에 강조했다. 

 

- (여기까지 읽은 자에게 영광을! 새로운 로마니 왕이 대관식에서 걸친 의복과 장신구는 그 당시 국립 바르샤바 극장에서 상연 중이던 연극 <리어왕>의 소도구였다. 퀴에크 가문을 통해 대물림되고 있던 진짜 왕관은 마이클 퀴에크 2세가 이탈리아 여행 중에 분실했다. 호사가들은 그때 이미 로마니의 운명이 결정되었다고 수군거렸다. 리어왕은 빗속에서 만난 글로스터에게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경은 우리가 왜 울면서 태어나는 줄 아는가? 바로 바보들만 살고 있는 세상에 나온 것이 슬프기 때문이지.") 

 

- 전왕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야누스는 병원건립을 신중하게 추진했다. 대신 신민들에게 위생적 생활환경과 습관이 최상의 의술이라는 사실을 이해시키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그는 왕궁 주변과 집무실을 직접 청소하는 모습을 신하와 신민들 앞에서 자주 보였다. 마을 공동우물 주위에 감시원을 배치하여 식수를 오염시킬 수 있는 행동을 금지시켰고 오물로 가득 찬 웅덩이를 흙으로 메우고 그 위에 나무를 심게 했다. 쥐 대신 고슴도치 요리를 장려했고 병아리를 무료로 나눠 주었다. 설사와 고열에 특효를 지닌 것으로 알려진 식물들을 왕궁의 마당에 심고 아픈 자들이 언제든지 채취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양잿물을 제조하여 여자들에게 빨래하는 방법을 가르쳤고, 아이들을 수시로 소독해서 머릿니가 전파되는 걸 막았다. 공공장소에서 포크 대신 손으로 음식을 먹는 자들을 태형으로 다스렸다. 신민들에게 어느 정도의 위생 관념이 생겼다고 판단한 왕은 왕궁 한 곳을 비우고 진료에 필요한 설비들을 채워 넣은 뒤 폴란드 출신의 의사를 초빙했다. (여기까지 읽은 자에게 영광을! 나치는 절멸 수용소의 가스실을 마치 욕실처럼 꾸며놓고 로마니를 그곳으로 밀어 넣었다. 대부분의 로마니는 나치의 의도를 의심하지 않았는데, 이는 야누스의 책임이 크다. 그가 로마니의 습관을 바꿔놓지 않았다면 더 많은 로마니가 절멸수용소에서 살아남았을 것이다.) 병원 운영비는 왕실 소유의 말과 포장마차를 팔아서 마련했다. 하지만 개소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서 전쟁이 일어나는 바람에 왕은 피신하지 않을 수 없었고, 로마니 최초의 병원도 영원히 폐쇄되고 말았다.  

 

- (여기까지 읽은 자에게 영광을! 훗날 그 폴란드 의사가 남긴 기록에 따르면, 그는 당시 폴란드 젊은이들에게 유행했던 인도주의와 국제주의 사상에 매료되어 있었다. 특히 에스페란토어를 발명했던 안과 의사 자멘호프를 존경했단다. 그래서 선의를 펼칠 기회를 찾아 그곳으로 왔다. 하지만 첫날부터 그는 마치 인질이나 범죄자처럼 감시당했고, 환자라곤 왕의 직계가족과 친척들 뿐이었다. 그가 세운 야학당에는 단 한 명의 학생도 나타나지 않았다. 처음엔 외부인에 대한 경계심 때문이라고 짐작했으나, 야누스를 제외한 퀴에크 가문 일원들이 병원과 야학당에 일반인이 출입하는 걸 교묘하게 막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는 크게 실망했다. 왕을 찾아가 항의하려 했으나 이마저도 왕의 측근들에게 제지당하자 의사는 희망을 스스로 거둬들였다.)

 

- 로마니 왕은 가는 곳마다 특유의 복장과 언어, 그리고 고약한 냄새 때문에 신분을 숨길 수가 없었다. 하지만 쾌활하고 예의 바른 태도 때문에 상대방은 쉽게 경계심을 거둬들였다. 유대인 부자가 절멸 수용소로 끌려가기 직전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거액의 재산을 로마니 국가의 건립 자금으로 제공하겠다는 유서를 작성했다. 바르샤바 외곽의 재활지를 사서 마을 하나를 만들 수 있을 만큼의 금액이었다. 글을 읽지 못하는 야누스는 그 서류를 제 목숨처럼 여기고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다가 피난 중에 도둑맞았다. 도둑 역시 문맹이었기 때문에 그 문서의 가치를 깨닫지 못하고 있다가 독일군에게 그것을 빼앗긴 뒤에야 비로소 자신이 얼마나 크나큰 잘못을 저질렀는지 깨달았지만 로마니 왕에게 사죄할 기회를 끝내 얻지 못했다. 

 

- 절멸 수용소 안에서 로마니와 유대인은 각자의 방식으로 저항했다. 하지만 유대인의 활약상은 널리 알려진 반면 로마니의 그것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 하지만 전쟁이 끝나고 반세기가 흐른 지금까지도 야누스의 유언과 무덤 위치를 기록한 자료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글을 읽고 쓰지 못하더라도 자신이 보고 들은 것들을 말로써 증언할 수 있는 목격자조차 나타나지 않았다. 누군가가 명백한 의도를 지닌 채 진실을 폐기했다고 추정할 수밖에 없다.

 

-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시작되자 유럽의 모든 나라는 승전국의 자격으로 독일로부터 배상금을 챙겼다. 심지어 국가가 없던 유대인마저도 영토를 얻었으나, 로마니만큼은 보상은커녕 관심조차 받지 못하다가 전쟁 이전의 상황으로 되돌아갔다. 그들은 용서와 망각을 강요받았다. 통일된 언어와 종교가 없다는 사실보다 로마니의 미래를 걱정하고 비전을 제시할 지도자가 없다는 사실이 로마니를 유대인과는 정반대의 길로 이끌었다. 그리하여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로마니는 또다시 반 세기 동안 굴욕과 압제를 견디면서 메시아를 기다려야 했고, 모든 곳에 존재하는 로마니의 황제가 나타나 로마니 최초의 자치국을 유럽 안에 건립했을 때 비로소 자신들의 기도가 하늘에 닿았다고 크게 기뻐하며, 세계 곳곳에서 축하 파티를 열고 수일 동안 춤추고 노래했다.

 

- (매년 유대인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여기서 발표된 자료는 거대한 네트워크를 통해 전 세계의 유대인에게 배포된다. 유대인이 아니더라도 그 네트워크의 회원으로 가입하기만 하면 엄청난 분량의 자료를 열람할 수 있다. 회원에서 탈퇴할 땐 그 이유를 묻는 이메일을 받게 되는데, 자신의 자유의지에 반하는 결정이거나 반유대주의 사상에 입각한 행동이라고 판단될 경우엔, 자택이나 직장과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유대인 단체의 대표가 직접 전화를 걸어오거나 방문한다.)

 

- (유대인이 절멸 수용소에서 발굴한 자료 중에는 로마니와 관련된 것들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라고 나는 확신했다. 하지만 그녀는 지옥과도 같았던 절멸 수용소에서는 유대인과 집시를 구분하는 게 무의미하다고, 아주 사무적으로 대답했다. 유럽연합이 1971년 집시라는 명칭을 폐기시키고 로마니라는 용어를 공인했는데도, 그녀는 여전히 집시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차라리 유대인이 기록하고 복원해 놓은 자료를 가지고 로마니의 역사를 기술하는 게 최선일 거라는 조언도 들었다. 나는 로마니 희생자, 특히 로마니의 마지막 왕과 관련된 자료를 찾게 되면 연락해 달라고 부탁했다.)

 

- (이틀이 지나서 그녀는 이메일로 수많은 자료를 보내왔는데, 유감스럽게도 그것들은 유대인과 로마니의 차이를 선명하게 부각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선별된 것들이었다. 그 자료에 따르면, 나치는 수용자들이 스스로를 동물과 동일하게 여기도록 만들려고 노력했단다 -그래야 죄책감을 덜 느낄 수 있었을 테니까- 그래서 몸을 씻거나 음식을 양보하지 못하도록 강제했다. 하루에 고작 물 한잔이 배급되었는데, 그걸 한꺼번에 마신 자들은 모두 소각실로 보내어진 반면에, 절반을 남겨 세수를 하거나 비축한 자들은 끝까지 살아남았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그런 행동이 유대인에게는 항상 가능할지 몰라도 로마니에게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나 역시 인정했다. 하지만 그 차이가 두 민족의 현재를 결정했다는 주장은 결코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 여자에게 전화를 걸어 격렬하게 항의했고, 그 여자는 급히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다음날, 내가 반유대주의자인지 확인하기 위한 이메일이 도착했다.) 

 

- 미국에는 두 명의 로마니 왕, 즉 프랭크 MH Frank와 엘리 조지 Elijah George 가 살고 있다. 보스니아의 외곽에 사는 로마니는 공중에 매달아 놓은 사과를 정해진 시간에 가장 많이 깨무는 자를, 1년 동안 자신들을 다스릴 왕으로 선발하고 있다는 신문 기사도 발견했다.

 

- 하지만 어느 누구도 셈 로만디의 황제 플로린 퀴에크보다 더 큰 명예와 존경을 누리고 있진 못하도다. 모든 곳에 존재하는 로마니의 황제이자 셈 로만디의 건설자인 플로린 퀴에크의 약력에 대해 알려진 바는 다음과 같다. 
  

- (공산주의 사상과 행동 강령에 동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많은 로마니를 정치 수용소에 가두고 화학적 거세까지 서슴지 않았던 루마니아 정부는 공산주의 신념과 강령을 포기한 이후에도 여전히 로마니를 경원시했으나, 엄청난 기세로 불어나고 있는 로마니의 소란과 악행을 제어하기 위해서라도 자신들을 대신해서 로마니를 통제해 줄 대리인이 필요했다. 그래서 자신을 로마니의 왕이라고 지칭하는 자들이 추종자들의 신상 명세를 적어 관공서에 신고하기만 하면 루마니아 정부는 그들의 지위를 인정해 주는 증명서를 발급해 주었던 것이다.) 

 

- 황제가 중무장한 사내들을 보내어 나를 감시했다는 세상의 소문은 결코 진실이 아니다. 황제는 세상의 풍문 따위에 현혹되지 않는 존재이다. 그의 충직한 신하인 나는, 영원히 파괴되지 않을 로마니스탄을 종이 책 안에 건립하는 심정으로 편찬 작업에 매진했다. 뜨거운 금처럼 조심스레 진실을 다루었고 완전히 식어 굳은 것은 누구라도 그 가치와 쓸모를 의심하지 못하도록 광택을 내고 날을 벼렸다. 관용은 없고 편견뿐인 세상 사람들에게 새로운 눈과 귀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그러면 그들도 진심으로 로마니를 위무하게 될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이 책을 완성하는 시간은 오직 신만이 허락할 수 있는 축복이었다.    

 

- 내가 이 책의 첫 장부터 여기까지 읽어 내리는 동안 조용히 듣고 계시던 황제께서는 슬픈 표정으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아직도 어둡고 멀도다. 황제께서 우시고 나도 따라 울었다. 

 

- 모든 곳에 존재하는 위대한 로마니의 황제께서 어느 날 해가 지고 있는 쪽을 향해 흔들의자를 놓고 앉으셔서, 현재란 과거의 결과물이나 미래를 길러내는 양분도 아니며, 오히려 미래의 결과물이자 과거를 파괴하는 바이러스라고 생각하셨다. 어제의 삶은 오늘의 실수와 후회로 이미 파괴되었고 그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내일이 기약되어 있으며, 꿈 때문에 인간이 퇴화하고 있다고 걱정하셨다.  

 

-  곰을 부리는 우르사리 부족의 후예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자는 수년 전부터 곰 대신 노예를 데리고 여기저기를 떠돌면서 권투 시합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이름은 쿠마르였으나 우르사리 부족이 전통적으로 사용해 온 이름이 아니었으므로, 황제께선 그가 우르사리 부족이 아니거나 거짓 이름을 밝혔다고 판단하셨다. 그래서 그 남자를 '어쨌든 쿠마르 씨'라고 부르셨다. 

 

- 어쨌든 쿠마르 씨가 데리고 다니는 남자는 곰처럼 사납거나 활동적이지 않았다. 얼굴을 가득 채운 주름과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치아, 구부정한 어깨만으로 그를 예순 살이 훨씬 넘은 노인으로 간주할 수 있었으나 고슴도치의 가시처럼 빽빽이 들어찬 머리카락과 온몸을 팽팽하게 부풀리고 있는 근육은 스무 살의 젊은이에게나 어울리는 것이었다. 그 남자는 보거나 듣지 못했다. 곰처럼 웅크린 채 앉아 있다가 음식 냄새를 맡을 때만 잠시 활기를 회복했다. 포만감으로 기분이 좋아지면 장정 두 명이 겨우 들어 올릴 수 있는 구리 선 뭉치를 혼자서 거뜬히 옮기기도 했다. 

 

- 그래서 황제께서는 곰이라고 불리는 노인이 머리카락을 자르고 목욕을 한 뒤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는다면 셈 로만디에 머물 수 있도록 허락하겠다고 약속하셨다. 그러자 어쨌든 쿠마르 씨는 난처한 표정을 지어 보이면서, 만약 곰이라고 불리는 노인의 현재 상태를 강제로 바꾼다면 그가 지닌 특별한 능력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 (10여 년 뒤에 야누스 퀴에크를 수용소에서 만난 요한은 마이클 퀴에크 2세의 제안을 거절했던 사실을 후회한다고 고백했다. 그때 요한은 마지막 권투 시합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불길한 결과를 직감한 야누스는 그 시합을 중지시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고, 시합 당일에는 요한에게 일부러 패배해야 한다고 끈질기게 설득했다. 하지만 시대의 불행에서 자신의 운명만을 건져낼 수 없다고 생각한 요한은 기어코 상대를 쓰러뜨렸다. 야누스는 그의 승리를 전혀 기뻐하지 않았으며, 며칠 뒤 요한이 살해당하자 슬픔에 식음을 전폐했다.) 

- (여기까지 읽은 자에게 영광을! 요한에겐 외동아들이 아니라 외동딸이 있었다. 어쨌든 쿠마르 씨는 권투 시합의 흥행을 위해 관중에게 거짓말을 해왔을 것이고, 나중엔 자신이 그 거짓을 직접 발명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렸을 것이다. 그래서 황제 앞에서 전혀 주저하지 않고, 진실을 말할 때와 같은 목소리와 표정으로, 곰이라고 불리는 노인을 요한의 외동아들이라고 소개했을 것이다. 거짓은 그걸 말하는 자의 확신 속에서 널리 유포되고, 나중에 그걸 누가 최초로 발설했는지조차 알 수 없게 되었을 때 대중은 그걸 진실로 받아들인 뒤 이를 부정하는 자들과 투쟁한다.) 

 

- 그 이야기를 어째서 내게 들려주는 것인가. 
황제께서는 그들을 자신의 영토에서 추방하기 위해 그런 질문을 던지셨다. 하지만 어쨌든 쿠마르 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자신이 처한 비참함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황제의 아랑을 묵묵히 기다렸을 따름이다.  

 

- 이 책 안에서 로마니의 모든 아이들이 태어나고 노인들이 죽을 것이며, 그러는 사이 이 책은 점점 무거워지고 두꺼워지다가 더 이상 포장마차를 타고 여행할 수없게 되었을 때 도서관으로 들어갈 것이다. 셈 로만디 밖에서 살고 있는 로마니를 위해 이 책을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역해야 하는 작업이 남아 있으나 많은 인력과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황제의 계승자들이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진행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과학기술의 놀라운 발전 덕분에 모든 언어들이 간단한 전자장치를 통해 손쉽게 번역되는 미래를 상상하면 흥분하지 않을 수 없도다.  

 

- (여기까지 읽은 자에게 영광을! 그 책들은 괄호 속의 단락을 삭제한 채 인쇄될 것이며 황제가 원본과의 분량 차이를 의심하지 못하도록 각주와 도표, 삽화와 사진의 크기를 두 배 정도 확대할 것이다.)

 

- 로마니의 역사책이야말로 어느 독재자도 결코 점령하거나 훼손할 수 없는, 로마니 고유의 영토라는 사실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단 하나의 거짓이나 모호함도 포함되어 있지 않은 이 책을 출판하거나 수정하기 위해선 반드시 셈 로만디 황제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이 책을 집필한 나 보그단 마텔에게도 정당한 보상을 지불해야 한다. 

 

- (여기까지 읽은 자에게 영광을! 오데르 강 부근의 로마니 거주지에서 만난 젊은이의 도움이 없었다면 나는 이 책을 결코 완성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의 요청에 따라 이름은 밝히지 않겠지만, 그리스도의 은총 안에서 그가 천수를 누리길 진심으로 축원하는 바이다. 그의 부모는 자신의 아들이 책을 읽느라 밥벌이를 게을리한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했으며, 머지않아 장님이나 앉은뱅이가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는 부모나 스승의 도움 없이 스스로 문자를 깨우친 뒤로, 마치 땅속에 깊이 묻혀 있는 송로버섯을 후각만으로 찾아내는 돼지처럼, 마을 주변에 버려져있던 책들을 찾아내어 닥치는 대로 읽었다. 하지만 밥벌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자신의 재능이나 지적 갈증을 드러낼 수는 없었다.)

 

- (그는 부모의 강요에 따라 두 번이나 결혼했으나 자식을 얻지 못했고, 자동차 사고로 첫 번째 아내를 잃었다. 두 번째 아내는 그와 결혼한 지 석 달 만에 이웃의 유부남과 야반도주한 뒤로 연락이 끊겼다. 아들의 불행이 불순한 책 때문이라고 부모는 확신했다. 그래서 아들을 장님으로 만들기 위해 그의 음식에 독극물을 타기도 하고 그가 잠들어 있는 헛간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나중엔 그의 얼굴을 조준하여 염산까지 끼얹었다. 두 다리와 한쪽 팔을 잃고 얼굴마저 녹아내렸는데도 아들의 호기심과 낙관적 성향은 조금도 훼손되지 않았다. 결국 부모는 아들의 의지대로 살 수 있도록 허락했다. 만약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남을 것이라고 예상했더라면 부모는 세 번째 결혼을 강요했을게 틀림없다고 젊은이는 웃으면서 고백했다. 그는 죽음을 기다리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서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고 자신이 읽은 것들을 가능한 한 오랫동안 기억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이웃들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준 대가로 끼니를 해결했다. 독서가 그의 목숨을 연장시킨 셈이다.)

 

- (직접 확인하지 못한 내용은 기록하지 않는 게 역사가의 의무였으나, 황제는 사라진 시공간을 상상으로라도 복원하여 로마니의 장대한 역사를 완성하되 셈 로만디의 정통성과 자신에 대한 찬양을 빠뜨려선 안 된다고 요구했다. 그것은 역사책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자서전이나 소설에 가까웠다. 그래서 나는 매일 불면의 고통 속에서 방황했다. 성서조차 길라잡이 빛이 되어주지 못했다. 나는 역사가가 아닌 선교사로 이곳에 왔으므로, 언제든 역사 집필을 멈추고 성서 번역을 시작할 수 있었으나, 로마니를 믿음의 부족으로 개종시키기에 내 능력은 너무 미약했으니, 나를 대신하여 이곳으로 올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로마니의 역사책을 완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 (나는 책처럼 가벼운 그를 업고 그 마을을 떠났다. 하지만 나는 그를 황실 안으로 들이는 대신 이웃의 마구간에 숨겨놓았는데, 그의 존재를 알아차린 황제나 그의 세 아들이 훗날 그의 재능을 시기하여 해코지할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사료를 찾을 수 없거나 문장이 미혹을 빠져나오지 못할 때마다 나는 그 젊은이를 은밀하게 찾아갔고 그는 아주 명쾌하고 간략한 대답으로 나의 고통을 없애주었다. 이틀에 한 번씩 보내는 음식으로 그를 연명시킬 수 있는 한 이 책을 완성할 수 있을 테지만, 완성된 책을 나는 결코 그에게 읽어주진 않을 작정이었다. 왜냐하면 그가 내 책을 읽거나 듣고 난 즉시 수많은 오류를 한꺼번에 지적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 (나는 이 책을 완성하는 대로 셈 로만디를 탈출할 계획인데, 그 직전에 책처럼 가벼운 그를 업고 원래의 자리에다 데려다 놓을 것이다. 내 등 위에서 그는 나의 배신을 알아차리겠지만 짐짓 자는 척하면서 자신의 운명에 수긍하려고 노력하겠지. 약간의 돈과 성서 한 권을 그에게 건네며 여생을 축복해야지. 어쩌면 그는 내가 집필을 멈춘 자리에서부터 이웃들에게 로마니의 역사를 들려줄 것인데, 설령 셈 로만디가 몰락하고 역사책이 모두 불타며 마지막 로마니마저 절멸 수용소에서 학살당하더라도 그의 이야기만큼은 끝까지 살아남아서 학살자들을 뒤쫓고 역사가들을 불러 모으길 간절히 기도하노라, 아멘.)  

 

- 서점 앞에 좌판을 깔았다. 그러곤 마치 거리 공연을 하듯 -구걸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최대한 밝고 경쾌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리듬에 맞춰 이 책을 읽었다. 하지만 난민과 무차별 테러 사건 때문에 더 이상 환대의 전통을 지닐 수 없게 된 유럽인들은 관광객이 아닌 이방인에게는 경계심과 적의를 보였고 시체나 쓰레기처럼 취급했다. 내 슈트케이스에든 책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으로 오해받았다. 그때마다 나는 황제가 내게 일러준 사명감을 떠올리며 굴욕을 버텼다.  
    

- 나중에 황제를 독대할 기회가 있어 내가 그 까닭을 여쭈었더니, 황제께서는 환하게 웃으시며, 단 한 명의 로마니라도 살아남는 한 로마니의 천년 왕국은 남루한 포장마차나 책 안에서도 언제든 부활이 가능하다고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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