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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갤러웨이] 플랫폼 제국의 미래 -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그리고 새로운 승자

일루젼 2024. 6. 25.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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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스콧 갤러웨이 / 이경식

출판 : 비즈니스북스
출간 : 2018.04.30


       

관심사가 너무 편중되는 것 같아서 새로운 교류를 시작했다. 집단에 소속된다 하더라도 대개 '1인 부서'에 가까운 형태로 근무하는 나로서는 꽤나 낯선 분야인데, 서로에게 좋은 자극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플랫폼 제국의 미래>는 해당 모임에서 알게 된 책이다. 18년도에 발간되었다는 점을 감안하고 읽으면 현시점을 상당히 정확하게 예측한 저자에게 감탄하게 된다. 

 

책은 크게 4개의 거대 플랫폼 각각을 분석하는 전반부와, 그래서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 - 해야 할 것인가를 다루는 후반부로 나뉜다. 

네 거인이란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지금은 인스타그램을 포함해 '메타'), 그리고 구글이다.

 

당시에는 언제고 제5의 기사가 등장할 수도 있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했던 것 같지만, 지금에 와서 보면 후발 주자가 이들 중 하나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저자가 본문 내에서 다룬 '해자'와 '장벽'도 큰 역할을 했겠지만, 동시에 5년간 판을 뒤흔들 정도의 변화는 없었다는 환경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즉 다시 말해 기존 거인들이 짜놓은 세계관은 아직 유효하다는 것. 

 

그러나 저자가 높게 보았던 아마존과 메타가 조금 주춤한 것에 비해, 유튜브 및 여타 생태계를 흡수하며 더욱 거대하게 성장한 구글이 네 거인 중 선두에 서게 되었다는 점은 놀랍다. 무엇이든 물어볼 수 있는 '구글 신'은 결국 인류를 새로운 곳으로 인도할 것인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부분은 나 자신에게 작용한 일종의 압력이었다.

익숙한 영역을 벗어났다는 불편감과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을 오가는, 방향성이 있는 압력. 

어느 지점에서 멈추게 될지 기대가 크다.

즐거웠다.            

   


   

 

- 몇 가지 상상을 해보자.
어떤 소매유통업체가 매출에 당연히 따르는 세금을 내지 않고 직원들을 홀대하며 일자리를 수십만 개나 파괴하면서도 기업 혁신의 모범으로 칭송받는다면? 
어떤 컴퓨터 회사가 국내에서 일어나는 테러 행위 정보를 연방수사관에 알리지도 않는데, 한 무리의 열성적인 팬들이 이 회사를 마치 종교를 대하듯 바라보며 절대적으로 지지한다면?
어떤 소셜 미디어 회사가 당신 자녀의 사진 수천 장을 분석하고 당신의 휴대전화를 도청 장치처럼 활용하며 그 모든 정보를 <포춘> 선정 500대 기업에 팔아먹는다면?
어떤 광고 플랫폼 회사가 미디어 분야에서 돈벌이가 가장 좋은 부문의 90퍼센트를 차지하면서도 공격적인 소송과 로비 활동으로 반독점 규제를 교묘하게 피해 간다면?

- 전 세계에서 이런 얘기가 공공연하게 들려오지만 말을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왠지 쉬쉬하는 분위기다. 우리는 이들 기업이 관대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삶의 가장 은밀한 영역까지 이들을 불러들인다. 우리가 이들에게 기꺼이 내어주는 그 비밀스런 정보가 이들에게는 돈벌이 수단이다. 그것을 잘 알면서도 우리를 둘러싼 온갖 미디어는 이들 기업의 경영진을 영웅으로 치켜세운다. 얼마든지 믿어도 좋고 심지어 본보기로 삼아야 할 천재라고 칭송하는 것이다. 각국 정부 역시 이들에게 반독점 규제나 세제, 노동법 영역에서 특별대우를 해준다. 또 투자자들은 이들 기업의 주식을 마구 사들여 무한대에 가까운 자본과 화력을 제공함으로써 이들이 세계에서 가장 유능한 인재를 싹쓸이하고 경쟁자들을 무참히 짓밟도록 해준다.  

- 그러면 이들 기업은 신과 사랑과 섹스와 소비를 상징하는 '네 명의 기사'일까, 아니면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바로 그 네 명의 기사 The Four Horsemen(선악의 최후대결을 서술한 <요한계시록>에서 흰 말을 탄 기사는 질병, 붉은 말을 탄 기사는 전쟁, 검은 말을 탄 기사는 기근, 푸른 말을 탄 기사는 죽음을 각각 상징한다 - 옮긴이)일까?

 

- 두 질문 모두 답은 "그렇다."이다. 나는 이제부터 이들을 그냥 '네 명의 기사'라고 부르겠다. 이들 넷은 어떻게 그토록 막강한 힘을 끌어 모았을까? 무생물이면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우리 영혼에 얼마나 깊이 각인되었으면 기업 행동과 그 실존형태를 규정한 기존의 모든 내용이 완전히 바뀌었을까?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이들 기업의 거대한 영향력이 기업계와 세계 경제의 미래에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이들 거인기업은 자신들보다 앞서 등장했다가 한 시대를 풍미한 뒤 더 젊고 섹시한 경쟁자에게 떠밀려 사라진 다른 거인기업의 전철을 밟게 될까? 아니면 누구도(개인이든 기업이든 정부든 혹은 그 무엇이든) 이들과 경쟁할 기회조차 잡지 못하도록 이미 철옹성을 쌓았을까? 

- 이 책의 전반부에서는 네 개 기업을 면밀하게 살피면서 각 기업의 전략과 이 시대를 살아가는 기업 리더들이 그 전략에서 이끌어낼 수 있는 교훈을 조목조목 따져볼 것이다. 그리고 후반부에서는 네 개 기업이 경쟁우위의 원천을 놓고 세상에 만연하도록 조장한 허위 신화가 무엇인지 살펴본다. 그런 다음 이들 기업이 우리의 근본적인 성장과 수익 본능을 착취하는 방식을 이해하고자 새로운 모델을 탐색한다. 이어 네 개 기업이 ‘아날로그 해자' analog moats, 즉 잠재적인 경쟁자들이 감행할 공격을 무력화할 목적으로 설계해 둔 실제 현실 속 인프라로 자기 시장을 어떻게 방어하는지 보여준다. 

- 그러면 이 네 개의 거인기업, 네 명의 기사가 저지른 죄는 무엇일까? 이들은 정부와 경쟁자들을 어떻게 조작해 IP를 도용할까? 이 내용은 제6장~제8장을 통해 자세하게 다룰 것이다. 클라우드가 제5의 기사일까? 제9장에서는 에어비앤비부터 중국의 알리바바까지 다양한 제5의 기사 후보를 평가하는데, 특히 알리바바는 여러 면에서 아마존을 능가하고 있음을 발견할 것이다. 과연 이들 후보 가운데 한 기업이라도 보다 더 지배적인 플랫폼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것을 이미 확보하고 있을까? 제10장에서는 네 개의 거인기업이 판치는 시대에 당신의 성공에 도움을 줄 특성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제11장에서는 이들 네 개의 거인 기업이 우리를 어디로 이끌어갈 것인지 알아보려 한다.
 
- 경기 활황세도 한몫 거들었다. 경기가 좋던 1980년대에 도시의 젊은 전문직 종사자들은 전문유통점에서 자기 집에 있는 듯한 편안함을 느꼈다. 그곳은 자신이 얼마나 멋지고 세련된 사람인지 알려줄 물건들을 사서 가정과 서재에 들여놓게 해주는 기쁨의 장소였다. 그들은 고급스럽게 꿀에 잰 햄만 판매하는 곳에서 자신의 지위와 소득에 맞는 고기를 샀다. 또 양초 전문점에서 완벽한 양초를 샀고, 리넨스 앤씽스 Linens and Things에서 고급 리넨과 잡화를 샀다. 이들 전문유통점 가운데 다수는 거의 아무런 장애 없이 전자상거래업체 시대로 자연스럽게 진입했다. 많은 유통업체가 광고 우편물로 전자상거래에 필요한 경험을 쌓았고 관련 자료와 요구사항에 이미 익숙했기 때문이다. 

- 전문유통점 시대를 진정으로 규정한 업체는 갭 Gap이다. 갭은 광고에 돈을 쓰는 대신 소비자가 경험하는 매장에 투자함으로써 최초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lifestyle brand(자신과 동일한 생활양식을 영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기를 원하는 소비자 대다수가 포용하는 브랜드로, 유대감과 공감을 바탕으로 한다 - 옮긴이)가 되었다. 소비자는 갭 매장에서 쇼핑할 때 기분이 좋아졌다. 가령 포터리반 카우치 소파 구매는 미국인의 한 세대에게 자신이 '어떤 목표 수준에 도달했다'는 느낌을 안겨주었다. 전문유통점은 쇼핑백 하나조차 소비자에게 자기 과시적 만족을 제공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예컨대 고급 주방용품 브랜드 윌리엄스 소노마 로고가 박힌 쇼핑백을 들고 다니는 소비자는 멋진 삶의 즐거움은 물론, 요리와 관련해 예전에 느끼지 못한 어떤 열정을 느꼈다. 

 

- 1995년 전자상거래에서는 수렵자인 소비자가 쉽게 알아보고 쉽게 죽이는 것은 물론, 동굴까지 가져가는 동안 가치 손실이 일어나지 않고 동굴에서 함께 기거하는 사람들을 해롭게 할 염려도 없는 사냥감을 제시할 필요가 있었다. 베조스는 그런 사냥감으로 '책'이 적격이라고 판단했다. 쉽게 알아보고 쉽게 죽여 쉽게 소화할 수 있는 책은 맛보기용 '본문보기' 기능을 갖추고 창고에 쌓여 있었다. 이 사냥물은 이미 붙잡힌 상태라 누구든 가져가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서평 분야가 산업으로 발전해 어떤 책이 먹을(읽을) 가치가 있는지 알려주므로 굳이 매장에서 책을 꼼꼼히 분류하고 배치할 필요조차 없었다. 베조스는 서평이 자기 대신 서적 소매유통이라는 힘든 일을 해줄 수 있음을 깨달았다. 아마존은 인터넷의 상대적인 강점, 즉 선택과 배송 분야에 의존했다. 이 인터넷 서점에는 조명 상태가 좋은 매대나 문이 열릴 때마다 들리는 차임벨 소리, 상냥한 매장 직원 같은 것이 필요치 않았다. 그가 한 일은 그저 시애틀 공항 인근에 창고 하나를 임대한 다음 로봇의 힘을 빌려 창고에 책을 채운 것이 전부였다.  

- 아마존은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선택의 핵심 가치를 강화하기 위해 아마존 마켓플레이스를 도입했다. 이는 아마존이 아닌 개별 판매자들이 자기 물건을 팔도록 아마존에 따로 장터를 열어준 것이었다. 이로써 판매자들은 소비자 기반의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접근하는 혜택을 누렸고, 아마존은 재고 비용을 추가로 들이지 않고도 판매제품 목록을 어마어마하게 늘릴 수 있었다. 

- 개인 휴대 통신기처럼 작동하는 알렉사는 이런저런 질문에 대답하고 사용자가 음악을 불러오거나 인터넷 서핑을 할 때 여기에 응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이것이 강력한 음성 인식 소프트웨어로 인간의 물품 수집 과정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알렉사에게 "알렉사, 센소다인 치약을 쇼핑 카트에 넣어줘."라고 말하거나 '트로이안 콘돔' 대시 버튼 Dash Button(타원형의 작은 원클릭 쇼핑 기기로 버튼을 누르면 특정 제품의 자동주문이 완료된다 - 옮긴이)을 누르면 한 시간쯤 뒤 모든 것이 완료된다. 더구나 알렉사는 사용자가 사용할수록 점점 더 똑똑해진다. 

- 언뜻 이는 소비자를 위한 혜택 같지만 따지고 보면 아마존이 얻는 이득이 소비자의 이득보다 훨씬 더 크다. 아마존을 신뢰하는 고객들은 아마존에 자신의 대화를 엿듣는 것과 소비행동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을 허용한다. 덕분에 아마존은 고객의 사적인 생활이나 여러 가지 욕구 정보를 다른 어떤 회사보다 포괄적으로 확보한다. 

- 단기적으로 보면 아마존이 아마존 고와 아마존 에코라는 서비스를 도입한 것은 이 회사가 운영 전반에 걸쳐 제로클릭 zero-click, 즉 클릭 없는 주문을 지향한다는 것을 뜻한다. 아마존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빅데이터와 고객의 상품구매 유형 정보를 활용해 머지않아 소비자가 굳이 어떤 결정을 내리거나 주문하지 않아도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할 것이다. 나는 이 개념을 '프라임 스퀘어드', Prime Scpuared(스퀘어드는 여러 검색 결과를 사각형 안에서 구조화해 볼 수 있게 한다는 뜻이다. 사용자는 원하는 데이터를 한 페이지에서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다 - 옮긴이)라고 부른다.
 
- 이것을 퇴근길에 쇼핑센터로 가서 간신히 주차장 빈자리를 찾아 주차한 다음, 매장으로 들어가 필요로 하는 전구를 사려고 했다가 품절이라 사지 못하고, 다른 물건들을 계산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힘겹게 트렁크에 물건을 싣고, 주차장에서 차를 빼내 돌아오는 것과 비교해 보자. 전통 소매점은 말할 것도 없고 창고형 대형 할인점이 아마존 에코 서비스와 경쟁할 수 있겠는가?  

- "만일 우리가 낮은 이율로 자금을 빌릴 수 있고 우리 주식을 되살 수 있고 경영 옵션 가치가 올라간다면,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성장과 성장에 따른 일자리에 투자할 이유가 있을까?"
아마존의 사업관은 이렇다.
"만일 우리가 낮은 이율로 자금을 빌릴 수 있다면 엄청나게 비싼 배송 통제 시스템에 자금을 투자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그 투자에 성공하면 우리는 소매유통업계에 난공불락의 요새를 구축해 경쟁자들을 말려 죽일 수 있다. 그럴 때 우리의 규모는 커지고 성장은 빨라진다." 

- 월마트는 부모의 말을 잘 듣는 착한 학생처럼 장기투자에 열심이다. 그러나 시장은 아칸소 주 벤턴빌에 본사를 둔 이 회사의 원숙함을 외면한다. 월마트 경영진은 2016년 일사분기 수익 결산에서 앞으로 '소매유통업의 미래를 붙잡기 위해 기술자본 지출을 상당 수준으로 높여갈 것'이라고 공시했다. 이것은 옳은 방향이었고 월마트로서는 유일한 선택이었다. 동시에 이 전략은 수익 하락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 베조스의 견해로는 두 번째 유형의 실험을 많이 하는 것이야말로 아마존 투자 전략의 핵심이다. 이 유형의 실험으로는 '비행선 창고' Flying Warehouse(약 1만 4,000미터 상공에 비행선 창고를 띄우고 드론이 그곳에서 수직으로 내려와 물품 배달을 끝낸 후 지상의 거점으로 향하게 하는 방식 - 옮긴이)나 드론을 화살 공격에서 보호하는 시스템이 있는데, 아마존은 둘 다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여기에 투자하는 비용은 싼 편인데, 이는 자금을 지나치게 많이 낭비하기 전에 투자를 취소하고 아마존이 선도적인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많은 자금을 투자하기 때문이다. 주주들은 이런 스토리를 좋아한다. 흥미로운 어떤 모험 원정대의 일원이라는 느낌을 주지 않는가. 더구나 경쟁자를 불태워버리기에 충분한 연료(자금)를 갖고 있는 아마존은 이따금 그 모험을 현실로 구현한다. 

- 아마존이 엄청나게 많은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는 사실 외에 사람들이 쉽게 간과하는 사실이 하나 있다. 그것은 아마존이 어떤 구상이나 사업 혹은 제품이 기대한 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초기에 가차 없이 폐기하고 자본(아마존의 경우 주로 인적 자본)을 또 다른 '미친 짓'에 투입한다는 점이다.

- 제트닷컴은 파산한 인터넷 기업과 잘 나가는 전자상거래업체의 차이는 강매를 일삼는 장사꾼과 선지자의 차이와 같음을 보여준다. 우리는 그 차이를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인터넷 기업을 창립해 어느 정도 육성한 뒤 다른 기업에 판매한 사람이 있는데 그는 바로 마크 로어 Marc Lore다. 제트닷컴 창업자인 그는 선지자이자 강매를 일삼는 장사꾼이다. 로어는 제프 베조스와 배다른 형제 사이다. 아니면 두 사람은 에인 랜드 Ayn Rand(러시아 태생의 미국 소설가. 세상을 이끄는 뛰어난 지식인들이 파업하면서 동력을 잃은 미국의 몰락을 그린 소설 <아틀라스>를 썼다. 자본주의는 지극히 개인주의적 개념 안에서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 옮긴이)와 다윈 사이에서 태어나 다스 몰(<스타워스: 에피소드 1>에 나오는 시디어스의 제자이자 시스의 군주 - 옮긴이)이 양육했다고 말할 수도 있다. 투자은행에 근무하던 로어는 전자상거래업계로 눈을 돌려 책보다 더 적합하면서도 관심을 적게 받는 범주를 찾아냈다. 바로 기저귀 제품이었다. 

- 이로써 몇 가지 핵심 범주에서 가속도를 얻은 아마존은 상당한 인적자본을 확보해 오프라인 시장 경쟁을 시작했다. 하지만 로어는 제프 베조스 밑에서 일하기를 원치 않았고 스스로 제프 베조스가 되고 싶어 했다. 24개월 뒤 그는 자리를 박차고 나가 제트닷컴을 창업했다. 베조스의 입장에서는 배우자와 이혼하며 위자료를 5억 달러 넘게 줬는데 이혼한 배우자가 그 돈으로 바로 옆집을 사서 이사한 다음 그곳에서 친구들과 놀아나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전 남편은 진절머리가 났는지 월마트가 제트닷컴을 인수한 뒤인 2017년 4월, 퀴드시를 청산하고 많은 직원을 해고했다. 베조스는 '네가 내 곁을 떠났으니 네 피붙이들도 내 집에서 나가줘야겠어' 하는 심정이었을 테다. 어쩌면 퀴드시는 진작 문을 닫았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내가 볼 때 이 조치는 베조스가 로어에게 "엿 먹어라!"라고 말한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는 세계적인 대기업 운영자는 대부분 중년이고 이들은 지독한 자의식으로 무장하고 있어서 툭하면 감정적이고 비이성적인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사실을 자주 잊는다. 

-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제트닷컴은 배송 비용과 배송 상품의 수익성을 토대로 가격을 낮춤으로써 전체 바구니의 크기를 늘린다. 가입자들은 연회비 50달러를 내는데 이 액수는 회원제 도매점 코스트코의 연회비와 비슷하다. 제트닷컴은 아마존에 정면으로 맞선 최초의 기업으로 창립 첫해에 2만 5,000달러의 자금을 모았다. 문제는 그 뒤에 이어진 말도 안 되는 행보에 있었다. 사이트를 개설한 지 석 달도 채 지나지 않아 회원제 폐기를 선언한 것이다(제트닷컴은 판매자 수수료를 없애고 회원 고객에게 아마존 대비 최대 15퍼센트 싼 가격에 판매하게 하면서 멤버십 비용을 유일한 수익원으로 삼는 사업 모델의 기업이었다 - 옮긴이). 이것은 닭똥으로 치킨샐러드를 만든다는 것이나 다름없는 얘기였다. 월마트가 제트닷컴을 인수할 당시 제트닷컴은 광고비를 일주일에 400만 달러씩 썼고 손익분기점을 맞추려면 연간 200억 달러의 매출을 올려야 했다. 이 정도 매출은 홀푸드나 노드스트롬의 연간 매출보다 높은 수준이다.  

- 전통적인 방식의 소비자 마케팅은 디지털 환경으로 인해 중요성이 점점 쪼그라들고 있다. 실제로 소비자는 부지런히 찾기만 하면 얼마든지 더 좋은 상품을 찾을 수 있다. 이제는 많은 투자금을 끌어 모으기 위해 레몬을 놓고 레모네이드라고 흰소리를 하며 자기 위상을 '파괴적' disruptive 인 존재로 규정하는 것은 물론, 역사가 오랜 기업의 눈가에 잔주름이 늘어나게 만드는 창업자의 능력이 바로 새로운 '마케팅'이다.

- 월마트는 기존 오프라인 매장 인프라에 온라인 영업을 접목하려 노력하는 반면, 아마존은 온라인 영업을 한층 강화할 목적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활발하게 인수한다. 결국 아마존은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 것 같다. 소비자는 채널 애그노스틱 Channel Agnostic(무채널 전략이자 소비자가 상품 구매 경로에 구애받지 않는 전략 - 옮긴이) 경험을 선호하는데 이때 디지털은(특히 소비자 개개인의 스마트폰은) 소비자와 매장, 사이트 사이를 연결하는 기능을 한다. 선택권은 소비자에게 있고 소비자는 언제나 승자다. 이를테면 1번 채널은 훌륭한 전자상거래 경험, 2번 채널은 훌륭한 오프라인 매장 경험, 3번 채널은 훌륭한 사이트와 스마트폰으로 연결된 매장 경험이라 할 때 소비자는 이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 1985년 애플에서 해고되었다가 복귀한 잡스는 21세기의 처음 10년 동안 기업 역사상 가장 위대한 혁신을 시작했다. 그 10년 동안 애플은 상품의 기존 범주를 완전히 허무는 동시에 총가치가 1조 달러에 이르는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차례로 내놓았다. 아이팟, 아이튠즈, 애플스토어, 아이폰, 아이패드 등 모든 것이 하나같이 과거에 유례가 없던 것이었다. 

- 그 시기의 가전 산업을 초콜릿 공장에 비유하면 스티브 잡스는 윌리 웡카(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 등장하는 초콜릿 공장의 공장장 - 옮긴이)였다. 애플이 해마다 겨울이면 개최하던 세계개발자회의 WDC에서 잡스는 단상에 올라 제품의 새로운 업그레이드를 줄줄이 늘어놓곤 했다. 말을 마친 그는 퇴장하려다 말고 돌아서서 "참, 하나를 깜박 잊고 말하지 않았군요."라며 세상을 바꿔놓을 제품을 소개했다. 그저 소비자에게 사소한 발표를 하는 자리였던 그곳은 이내 광장(아고라)이 되었다. 그날이면 전 세계 주식시장이 긴장 속에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기자들은 새벽부터 샌프란시스코의 모스콘 센터 Moscone Center에 모여 진을 치며 몇 시간 동안 현장을 중계했다. 애플의 경쟁자들은 쏟아지는 속보를 지켜보면서 애플이 이번에는 무엇으로 자기네 뒤통수를 칠지 전전긍긍했다. 

- 애플의 그 10년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지금은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다. 닷컴 거품 붕괴와 9.11 테러 사건이라는 쌍둥이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인 2001년 말의 아이팟 출시는 암울함 속에서 희망과 낙관주의를 알린 한 줄기 밝은 빛이었다. 당시 잡스는 냅스터가 촉발한 음원 불법 다운로드가 횡행해 음반 산업이 파괴될지 모를 정도로 위협을 받자, 어떤 과도한 조치를 억지로 이끌어내기 위해 할리우드 액션을 취했다(물론 이 액션은 애플에 이득이었다). 그 조치 덕분에 아이폰이라는 대작의 무대가 만들어졌고 전 세계 전자제품 매장 앞에는 아이폰을 사려는 애플 광신도들이 모여들어 밤새워 장사진을 쳤다. 이어 숭고한 아이패드가 등장했다.

- 애플의 이런 성공을 돕고도 찬양은 거의 받지 못한 영웅이 있는데, 그 불운한 사람은 바로 냅스터 창업자 숀 패닝 Shawn Fanning이다. 그가 음반 산업을 공포에 몰아넣는 바람에 음반 산업은 통째로 애플의 품 안으로 달아났다. 이후로 애플은 음반 산업 회사들과 협력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뱀파이어가 혈액주머니와 협조한 것과 비슷한 방식이었다.

 

- 만약 스티브 잡스가 병마와 싸워 이겼다면 애플이 그 무서운 기세를 최근 10년까지 이어올 수 있었을까? 아마 그랬을 것이다. 비록 그는 유쾌함이나 나긋나긋함과 거리가 멀었지만 한 가지 중요한 업적을 성취했기 때문이다. 그 업적이란 잡스를 내쫓은 존 스컬리 John Sculley가 여러 해 동안 모험을 회피하는 기조로 이끌어온 애플을, 복귀한 잡스가 첫 번째 옵션으로 모험을 선택하는 기업으로 만든 점이다. 그것도 유례가 없을 만큼 거대한 기업으로 바꿔놓았다. 스티브 잡스는 <포춘> 500대 기업의 CEO들과 달리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을 비판했고 그 결과 어마어마한 기록을 달성했다. 그는 인텔 창업자 로버트 노이스 Robert Noyce나 HP의 데이비드 패커드 David Packard와 달랐다. 잡스는 한 기업을 창립한 다음 그 기업을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으로 만든 최초의 인물이다.  

- 애플2는 장차 우아한 애플의 외관을 규정할 바로 그 컴퓨터 모델이었다. 그 애플 컴퓨터들은 아름다웠고 또 우아했다. 다른 걸 모두 떠나 해커와 프로그래머 세계에서 애플 제품은 사치스러움을 한껏 자랑했다. 사치는 인간의 외부에 존재하는 어떤 특성이 아니라 유전자에 녹아 있다. 또한 사치는 인간적인 조건을 초월해 성스러운 완벽함에 더 가까이 다가섰다고 느끼고 싶은 본능을 잠재적인 짝짓기 대상에게 더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은 욕망과 연결한다. 인류는 수천 년 동안 온갖 종교의 사원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 주변을 둘러보며 생각했다. 
"터키 이스탄불의 아야 소피아 성당, 이탈리아 로마의 판테온 신전, 이집트의 카르나크 신전 유적지 등을 인간의 손으로 만들었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다. 신이 선물한 성스러운 영감 없이 인간의 힘만으로 이토록 완벽한 소리와 미술과 건축물을 하나로 녹여낼 수 있을까? 저 음악이 얼마나 초월적인지 들어보라. 저 조각상과 프레스코, 대리석 벽들을 보라. 지금 나는 일상 세계에서 벗어나 있다. 이곳에는 틀림없이 신이 살고 있을 것이다." 

- 예술과 예술의 실현, 즉 장인정신은 그들의 브랜드를 키우고 유지해 준다. 창업자들은 보통 예술가 집단에서 나온다(이는 축복일 수도 있고 저주일 수도 있다). 이들은 자신이 평생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일찌감치 깨닫는다. 그것은 바로 '아름다운 것을 만드는 일'이다. 그들에게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 이것이 현대 역사에서 명품장인들이 다른 어떤 부문에 속한 사람들보다 더 많은 부를 축적한 이유다. 코코 샤넬은 "사치가 가난의 반대 개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렇지 않다. 사치는 상스러움의 반대 개념이다."라고 말했다.

- 죽음은 신비로운 힘을 발휘한다. 우상인 어떤 인물이 일상적인 삶의 여러 모습과 관련해 노화를 포함해) 필연적으로 받을 이런저런 판단을 면하게 해 주고 평범할 수 있던 한 개인을 전설의 반열에 올려놓는다. 전설은 모든 브랜드의 이상향이다. 만일 타이거 우즈가 문제의 그날 밤, 아내가 분노해 돌진한 자동차에 치여 사망했다면 타이거 우즈라는 브랜드는 지금 나이키에 버금갈지도 모른다. 그러나 타이거 우즈 브랜드는 무성한 소문과 함께 시시한 인물로 전락했다. 공적인 인물의 죽음은 때로(비록 흔하지는 않지만) 그 사람의 명성에 긍정적인 결과를 낳는다. 죽음은 명성을 완전히 파괴하는 어리석은 행동과 노화로부터 우상화한 영웅을 보호해 준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조지 워싱턴의 사망 소식에 남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음을 우리는 잘 안다. 워싱턴이 자기 명성에 먹칠할 일이 드러나기 전에 사망했기 때문이다(조지 워싱턴은 재임 기간에 혼외정사로 낳은 아이만 수십 명이라는 혐의를 받았다 - 옮긴이).

- 우상화한 창업자가 현실에서 괴짜였는지 어쨌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것은 애플이 증명한다. 세상은 예수를 숭배하듯 스티브 잡스를 숭배하는 열풍을 만들어냈다. 실제 현실에서 스티브 잡스는 좋은 사람이 아니었고 아버지로서도 흠결이 있었다. 법정에서 자기 혈육을 부인하지 않았던가. 또 자신의 생물학적 딸임을 알면서도 그 아이에게 양육비 지급을 거부했다. 수백만 달러의 재산이 있으면서도 말이다. 그리고 그는 애플에서 받은 스톡옵션과 관련해 정부의 수사관에게 거짓말까지 했다. 그런데 2011년 잡스가 사망하자 세상은 그를 애도하며 슬퍼했다.

- 젊은 소비자는 캐주얼웨어 브랜드 아베크롬비 앤 피치 Abercrombie & Fitch에서 78달러에 파는 헤들리 후디 Hedley Hoodie나 마이클 코어스에서 298달러에 파는 퀼트 숄더백, 케이트 스페이드 Kate Spade에서 498달러에 파는 루나 드라이브 윌로 가방 Luna Drive Willow Satchel을 사지 않고 돈을 절약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애플로 쏠려버린 510억 달러는 포르쉐나 브루넬로 쿠치넬리 같은 플래티넘 브랜드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들 브랜드의 고객은 모든 것을 살 만큼 여유로워 굳이 둘 가운데 하나 혹은 셋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 애플을 기술 브랜드에서 사치품 브랜드로 전환한 스티브 잡스의 판단은 역사상 가장 중대한(그리고 가치 창조의 힘이 가장 강력한) 기업계 통찰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기술 기업은 규모를 바꿀 수는 있어도 유행을 타지 않는 경우는 드물다. 예측하건대 샤넬은 시스코 Cisco (1984년 설립된 미국의 정보통신 회사 - 옮긴이)보다 오래 살아남고, 구찌는 구글이 유성처럼 소멸하는 것을 목격할 것이다.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구글이라는 네 개의 거인기업 중에서도 애플은 다른 셋보다 한층 더 우월한 유전자를 갖췄고, 내가 볼 때 22세기까지 살아남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적어도 현재까지 애플은 넷 가운데 창업자와 창업 당시 경영진이 모두 물러난 뒤에도 살아남은 유일한 기업이다. 

- 우리도 그렇게 해보고 싶어 진다. 페이스북은 다른 어떤 광고와 판매촉진 매체보다 더 강렬하게 목적을 각인한다. 실제로 사람들은 구글이나 아마존에 들어가 어디에 가면 그런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지 알아본다. 페이스북은 구글보다 한 차원 높은 단계에 있는 '퍼널'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구글은 '어떻게' 가질 수 있는지 방법을 제시하고 아마존은 '언제' 배송을 받는지 제시하지만, 페이스북은 당신이 갖고 싶어 할 그 '무엇'을 제시한다. 

- 역사적으로 마케팅에서 규모와 목표시장을 결정하는 것은 양자택일의 문제였다. 미국 프로 미식축구 챔피언 결정전인 슈퍼볼은 규모를 제공한다. 이 경기의 TV 중계방송은 약 1,100만 명이 시청하며 그들에게 거의 동일한 광고를 전달한다. 하지만 그 광고 중 압도적 다수는 대다수 시청자에게 해당 사항이 없다. 당신에게는 하지불안증후군이 없을 가능성이 크고 아시아 브랜드 자동차 시장과 관련이 없을 확률이 높다. 또한 당신은 버드와이저를 마시지 않을 테고 이는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 마케팅에서 또 다른 극단인 목표시장에 초점을 두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10명의 손님을 세심하게 선정한 어느 최고급 만찬이 있다고 해보자. 참석자는 한 무리의 최고마케팅책임자이고 만찬을 준비한 사람은 이베이의 최고마케팅책임자다. 이 경우 그 자리에서 진행하는 모든 일은 참석자 각각에게 깊은 관심사가 된다. 그리고 그 자리에 들어가는 비용은 2만 5,000달러 정도다. 이런 자리는 목표시장을 엄격히 설정했지만 규모는 크지 않다.
 
- 사생활 보호를 지지하는 사람들에게는 악몽 같은 상황이 상품 시장관점에서는 천국이다. 페이스북의 공개 특성은 '존재하는 것은 곧 공유하는 것'이라는 보다 젊은 세대의 믿음과 결합해 거대한 데이터 조합을 형성했고 이로써 마케팅 대상을 결정하는 여러 도구가 나타났다. 그 바람에 청과물점의 스캐너, 포커스 그룹 focus group(각 계층을 대표하는 소수 그룹으로 시장조사나 여론조사를 진행하는 집단 인터뷰 - 옮긴이), 패널, 여러 설문조사 등은 봉화 신호와 수기 신호 사이의 이종교배처럼 유치해 보인다. 이중거울 뒤에서 당신을 지켜본 뒤 포커스 그룹 설문조사에 참여해 준 대가로 당신에게 작은 선물이나 상품 할인권을 주는 자료 수집자는 일자리를 잃을 판이다. 디지털 시대에 간단한 설문조사(정말 간단해야 한다. 요즘 사람들은 긴 설문에 일일이 대답할 시간이 없다)는 거의 의미가 없다. "나는 늘 콘돔을 사용합니다."라고 말하기 전에 이미 사람들이 사생활 영역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 이 어마어마한 학습 기계는 나이키 페이지에 있는 사커맘 Soccer Mom(학교 등하교와 스포츠클럽 활동을 위해 자녀를 데리고 다니며 지켜보는 교육에 열성적인 엄마 - 옮긴이)을 마케팅 표적으로 선정하는 단순한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다. 당신이 미국에서 휴대전화의 페이스북 앱을 켜놓을 때 페이스북은 당신 주변의 모든 것을 듣고 그것을 분석한다. 페이스북은 당신이 타임라인에 올린 글과 사진을 비롯해 당신의 모든 활동을 수집하고 저장한다. 그런데 페이스북은 수집한 사용자 정보를 광고에 이용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사용자가 현재 하는 행동, 즉 타깃 매장에서 물건을 사거나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시청하는 행동 등을 기반으로 사용자가 관심을 보이고 또 공유할지도 모를 콘텐츠를 잘 준비하려는 목적으로만 정보를 사용한다고 주장한다. 

- 페이스북은 휴대전화 주변의 모든 소음을 포착한다. 우리가 휴대전화의 마이크에 대고 하는 모든 말을 포착한다는 얘기다. 페이스북이 이 소음을 인공지능으로 작동하는 음성 인식 소프트웨어에 입력해 사용자가 지금 누구와 함께 있고 무엇을 하는지, 심지어 사용자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무엇을 주제로 얘기를 나누는지 알아차릴 수 있다는 뜻이다.

 

- 이런 표적 설정은 어떤 픽셀을 당신의 브라우저에 내려받아 표적으로 재설정한 광고를 받을 때 웹에서 일어나는 일에 비하면 조금도 오싹하지 않다. 당신을 표적으로 설정한 광고는 인터넷 세상의 어디를 가든 당신을 따라다닌다. 당신은 이미 표적으로 찍힌 것이다. 정말 소름이 돋도록 오싹하지 않은가. 페이스북은 이들 정보를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수집할까? 그리고 수집한 데이터를 전방위로 공유하는 플랫폼을 얼마나 많이 갖고 있을까? 인스타그램에서 스니커즈 브랜드 반스 vans 이미지를 한 번 더블클릭하면 다음 날 페이스북 피드에 동일한 반스 광고가 떠 있을 것이다. 이런 '오싹함'은 정보 적합성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 이 책에서 굳이 사생활 보호에 관한 어떤 문제를 깊이 파고들 필요는 없다. 그런 논의는 다른 수십 개 채널에서 맹렬하게 이뤄지고 있으니 말이다. 일반적으로 사생활 보호와 정보 적합성 사이의 냉전은 우리 사회에서 벌써 진행되고 있다. 아직 '페이스북 금지' 같은 진짜 총알을 발사하지는 않았지만, 사생활 보호를 주장하는 쪽과 정보 적합성을 주장하는 쪽 모두 상대방을 신뢰하지 않으며 둘 사이의 대립은 커다란 갈등으로 쉽게 비화될 수 있다. 우리는 일상생활 정보 가운데 많은 부분을(하루 동안 하는 일, 이메일, 전화 통화, 그 밖에 모든 것을) 민간기업이 가동하는 기계에 자발적으로 제공하며, 그 기업이 정보를 보호해 주고 또 올바르게 사용하길 바란다. 아니, 심지어 정보가 무사하길 기대한다. 

- 이들 플랫폼의 유용성이 워낙 크기에 소비자는 지금까지 자신과 관련된 자료와 사생활이 악용되고 침해당할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의사표명을 해왔다. 한데 네트워크상의 안전장치는 충분하지 않다.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2014년과 2016년 야후가 해킹당하면서 그들이 보유하고 있던 데이터가 유출되었다. 데이터 해킹과 유출은 벌써 우리 생활 깊숙이 파고들어 이제는 어찌할 도리가 없을 지경이다. 나는 2단계 인증 절차를 사용하며 비밀번호도 자주 바꾼다. 누구보다 자신을 우선시하라는 말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도 사생활 침해와 보안 문제 때문에 스마트폰이나 페이스북을 더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을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다. 만일 당신이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며 소셜 네트워크를 한다면 당신은 이미 사생활 침해에는 그럴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는 결론을 내린 셈이다. 

- 척 슈머 Chuck Schumer (미국의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 옮긴이) 관련 기사를 '매우 좋다'고 평가하면, 페이스북의 기계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나를 민주당 지지자로 분류한다. 만일 기계가 처리 과정에서 연산 에너지를 아주 조금만 더 쏟으면 내 약력에서 '버클리'라는 단어를 찾아낼 수도 있다(저자는 버클리 대학교를 졸업했다 - 옮긴이). 그러면 이 기계는 확신을 담아 나를 급진적인 환경보호주의자 범주로 분류한다. 그 뒤 페이스북 알고리즘은 내게 진보적인 성향의 기사를 더 많이 보내주고 내가 그런 기사에 클릭할 때마다 페이스북은 돈을 번다.

 

- 뉴스 피드 News Feed(뉴스 내용을 한 뉴스 서버에서 다른 뉴스 서버로 전달하는 것 - 옮긴이)의 가시성은 생산자, 인기, 포스트 유형 그리고 데이터라는 네 가지 기본 변수와 자체 광고 알고리즘을 토대로 한다. 내가 어떤 콘텐츠를 소비할 경우 그것이 <가디언>의 기사든 민주당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 Elizabeth Warren이 무언가에 화를 내는 유튜브 동영상이든 혹은 정치 문제에 열을 내는 페이스북 친구든 페이스북 알고리즘은 내게 무엇을 제공해야 할지 안다. 나를 이미 진보주의자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 사실 가짜 뉴스는 흰색 두건을 뒤집어쓴 미치광이들(KKK 단원을 비롯한 백인우월주의자 - 옮긴이)보다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에 훨씬 더 위협적이다. 하지만 가짜 뉴스는 여러 사업 번창 요소 가운데 하나다. 가짜뉴스를 제거하려면 페이스북이 세상에서 가장(혹은 두 번째로) 영향력 있는 미디어 회사의 편집자라는 책임성을 인정하게 해야 한다. 그 출발점은 진실과 거짓을 판별하는 일이다. 이 경우 페이스북은 주류미디어들이 직면한 것과 같은 분노와 의심을 촉발할 수밖에 없다. 더 중요한 것은 가짜 뉴스를 없앨 때 페이스북이 수십억 건의 클릭과 거기에 따른 수익도 함께 포기해야 한다는 점이다. 

- 페이스북은 콘텐츠 내용을 향한 비판을 회피하고자 자사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미디어 회사가 아니라 그저 '콘텐츠를 위한 플랫폼'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언뜻 들으면 그럴듯하다. 그러나 '플랫폼'은 지금 페이스북이 실제로 저지르고 있는 것처럼 사회에 끼치는 어떤 위해에 책임을 면제해 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 만일 맥도날드가 자사 제품에 들어가는 쇠고기의 80퍼센트가 가짜이며 소비자를 병들게 만든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도 자사는 패스트푸드 식당이 아니라 패스트푸드의 플랫폼일 뿐이므로 그 일은 자사 책임이 아니라고 주장한다면 어찌 되겠는가? 과연 우리가 그런가 보다 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 페이스북의 한 대변인은 가짜 뉴스 논란 속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직접 진실의 최후 결정권자가 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최대한 노력할 수는 있지 않은가? 페이스북이 미국 성인의 67퍼센트가 접속하는 최대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고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날마다 페이스북에서 뉴스를 접한다면, 페이스북은 이미 세계 최대 뉴스 미디어 회사다. 문제는 이 뉴스 미디어에 진실을 추적하고 감독하는 보다 큰 책임성이 있느냐 하는 점이다. 뉴스 미디어의 핵심이 바로 거기에 있으니 말이다. 

- 사회적 반발이 이어지자 페이스북은 가짜 뉴스와 싸울 여러 도구를 도입했다. 가령 사용자가 어떤 콘텐츠를 접한 뒤 이것이 가짜 같다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이의 제기가 있을 때 페이스북은 사실확인을 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페이스북은 지금 잠재적인 가짜뉴스를 포착하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래봐야 문제의 가짜뉴스에 고작 진짜인지 가짜인지 아직 판정이 나지 않았다는 뜻의 '논란이 있는'이라는 딱지만 붙을 뿐이다. 오늘날의 정치 풍토 양극화와 '역효과 현상' Backfire Effect(분명한 증거가 있어도 자신의 실수를 받아들이기보다 자기 방어를 위해 노력하는 현상 - 옮긴이)을 고려한다면 '논란이 있는'이라는 딱지만으로는 많은 사람을 설득하지 못한다. 사람들이 속고 있음을 깨우쳐주는 것보다 사람들을 속이는 게 더 쉽기 때문이다. 

- 우리는 소셜 미디어가 이런저런 콘텐츠를 중립적으로 제공할 거라고 생각한다. 또한 자신이 생각할 줄 아는 독립적인 개인이고 진실과 거짓을 얼마든지 구분할 수 있다고 본다. 믿어야 할 것과 믿지 말아야 할 것,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도 알아서 잘 선택한다고 여긴다. 한데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우리가 무언가를 클릭하는 과정은 깊은 잠재의식에서 이뤄진다. 

 

- 생리학자 벤저민 리벳 Benjamin Liber 은 뇌전도 EGG를 사용해 사람이 어떤 동작을 하겠다는 의사결정을 내렸음을 느끼기 300밀리 세컨드(0.001초 - 옮긴이) 전에 뇌의 운동피질이 이것을 감지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니까 우리가 어떤 콘텐츠를 보고 클릭할 때 이는 논리적 판단 결과가 아니라 충동에 따른 것이다.

 

- 다시 말해 소속감을 느끼고 인정받거나 안전을 보장받고 싶은 욕구가 잠재의식 깊은 곳에서 우리의 행동을 좌우한다. 페이스북은 이 욕구를 이용해 우리에게 보다 많은 '좋아요'를 줌으로써 더 많은 시간을 자사 플랫폼에 머물도록 만든다(페이스북의 성공에서 핵심 요소는 사이트에 머무는 시간이다). 또 페이스북은 누군가가 당신이 올린 사진에 '좋아요'를 눌렀다는 사실을 즉각 알려주는데, 그 바람에 당신은 집이나 직장에서 하던 일을 잠깐 멈춘다. 그뿐 아니라 당신이 자신이나 친구들의 정치적 성향에 맞는 어떤 기사를 공유할 때 당신은 다른 사람들이 '좋아요'를 눌러주길 기대한다. 그 기사가 열정적일수록 당신이 받는 반응은 그만큼 더 많아진다.  

- 구글에서 기술윤리 전문가로 재직했고 기술이 인간심리의 약점을 파고드는 현상을 연구한 트리스탄 해리스-Tristan Harris는 소셜 미디어의 알림 기능을 슬롯머신과 비교했다. 두 가지 모두 보상 규모는 다양하다. 사람들은 과연 내가 '좋아요'를 두 개만 받을지 아니면 200개를 받을지 궁금해한다. 당신은 슬롯머신 앱의 아이콘을 누르고 바퀴가 돌아가는 동안 기다린다. 1초, 2초, 3초... 기대하면 할수록 보상은 더 달콤하다. 자, 당신이 19개의 '좋아요'를 받았고 다시 한 시간이 지났다. 그 숫자가 더 늘어났을까? 얼마나 더 늘어났을까?  

- "현대 과학이 밝혀낸 우주의 장엄함을 강조하는 종교는 기존 신앙이 거의 손대지 못한 차원의 존경과 경이로움을 이끌어낼지도 모른다. 조만간 그런 종교가 등장할 것이다."
미국 천문학자 칼 세이건 Carl Sagan은 이렇게 말했는데 그 종교가 바로 여기 있다. 그것은 구글이다.

- 사람은 인류 역사 대부분의 기간 동안 보다 크고 높은 힘의 존재를 믿어왔다. 끔찍한 자연재해를 겪으면 사람들은 상상 속에서 자연재해를 관장하는 어떤 존재를 만들어내 자신이 잘못한 행동 때문에 벌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종교는 사람들에게 심리적 편익을 안겨주었고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사찰과 교회, 모스크에 가는 사람들은 낙관주의나 다른 사람과의 협력을 높이 평가하며 이것을 번영으로 나아가는 길로 여긴다. '신앙이 있는 사람은 무신론자에 비해 오래 사는 경향이 있다.'

- 계몽시대에 들어서자 그때까지 세상을 지배해 온 여러 신화에 의문을 제기해도 괜찮았을 뿐 아니라 그런 행동은 오히려 고귀하기까지 했다. 이것이 자유와 관용, 역사 진보의 기초였기 때문이다. 과학과 철학은 번성했고 '과감히 알려고 하라!' Dare to know (라틴어 원문은 Sapere Aude.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의 시에 나오는 구절 - 옮긴이)라는 단순한 구호는 종교적 도그마에 강하게 도전했다.

- 우리는 다른 무엇보다 '앎'을 원한다. 가령 내 배우자가 여전히 나를 사랑하는지 알고 싶어 한다. 내 아이들이 안전한지도 알고 싶어 한다. 자식을 키우는 사람은 아이가 아플 때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은 심정이 어떤 건지 경험한다. 아침에 일어난 아이가 열이 나서 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울 때나 아이가 갑자기 벌집을 건드렸을 때, 우리는 "과연 내 아이는 괜찮을까?" 하는 질문에 간절히 답을 구한다. 뇌에서 논리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대뇌는 충동적 공포에 휩싸인 뇌를 객관적인 실제 사실을 조목조목 들어 (거의 대부분) 진정시킨다.

- 우리의 이교도 조상들은 거의 언제나 신비로운 수수께끼 속에서 살았다. 신은 사람들이 바치는 기도를 듣지만 그 기도 가운데 많은 것에 대답하지 않았다. 만일 신이 누군가에게 말했다면 그것은 그 사람이 어떤 목소리를 들었다는 뜻이고 이는 심리적 차원에서 적신호다. 신앙이 있는 사람은 대개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본다고 느끼지만 여전히 무엇을 해야 할지 늘 모른다.

 

- 그런데 우리는 과거의 조상들과 달리 객관적인 사실 속에서 안전함을 찾을 수 있다. 구글이 모든 질문에 대답해 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하는 질문에 즉각 대답이 돌아오고 우리는 안전을 확인한다.
"일산화탄소를 어떻게 포착하나요?"
"거기에는 다섯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심지어 구글은 최상의 대답을 강조하기까지 한다.
"현재 당신이 중독 상태라면 반드시 알아둬야 하는 게 있습니다."

 

- 인간의 본능 가운데 가장 우선적인 것은 생존 본능이다. 신은 우리에게 안전을 제공하는 존재다. 하지만 신이 안전을 제공하는 대상은 올바르게 행동하고 자신의 모든 욕망을 내려놓는 사람이다. 신의 보호를 받고 신에게 대답을 듣기 위해 간청하고 애원하고 금식하고 자기 몸을 스스로 매질한 신자들은 역사에 차고 넘친다. 페르페리콘 perperikon(고대 불가리아의 원주민 트라키아인의 도시로 디오니소스의 사원이 있었다 - 옮긴이) 신전에서는 디오니소스 주신에게 포도주를 부으며 "다른 부족이 우리를 공격하려고 준비하고 있지 않은지요? 누가 우리의 가장 큰 적입니까?"라는 질문을 했을 것이다. 어쩌면 그 질문은 현재 북한이 핵탄두를 완성했는지 어떤지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것보다 더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지금 검색창에 '북한 핵탄두'라고 쓰고 엔터키만 누르면 우리가 알고 싶은 대답을 들을 수 있다. 

- 과학은 지금까지 줄곧 신이나 그보다 지능이 높은 존재를 찾아왔다. 지난 100년 동안 많은 예산을 투입해 우주에서 방출한 에너지를 포착함으로써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알아내려는 시도는 수없이 있었다. 버클리 대학교 천문학팀의 세티 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SETI 프로젝트가 그 사례 가운데 하나다.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이런 노력을 기도에 비유했다. 멀리 하늘을 바라보며 데이터를 보내고 지적 생명체로부터 어떤 반응이 있을지 기다리는 행위라는 점에서 그 노력과 기도를 다르지 않게 본 것인데, 이 비유는 무척 설득력이 높다.

- 정말 신비롭게도 모든 질문에 대답이 나온다. 구글의 알고리즘은 유용한 정보를 모아놓은 곳에서 연관이 있는 적절한 정보를 소환한다(이것은 대부분 사람들의 눈에 성스러운 존재가 개입한 결과로 비춰진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마운틴 뷰 Mountain View에 있는 검색 회사 구글은 사소하든 심각하든 우리를 성가시게 하는 온갖 것이 유발하는 고통을 말끔히 지워준다. 그 검색 결과는 우리가 받는 은총이다.
"가거라. 새롭게 획득한 지식으로 보다 더 나은 삶을 살지어다."

- 사람들은 애플을 세상에서 가장 혁신적인 회사라고 생각한다. 아마존은 가장 평판이 좋은 회사(그 평판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로 알고 있다. 페이스북은 일하기에 가장 좋은 회사라고 여긴다. 그러나 사람들이 구글에 주는 신뢰는 다른 거인기업들이 받는 신뢰와 견줄 수 없을 정도로 크다.

- 오늘날 구글이 현대적인 신으로 추앙받는 이유 중 하나는 구글이 우리의 가장 내밀한 비밀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은 천리안이라도 있는 것처럼 우리의 마음속 생각과 의도를 모두 꿰뚫어 본다. 우리는 구글에 질문할 때 성직자나 어머니, 가장 친한 친구 혹은 의사에게도 선뜻 말하지 못하는 것까지 스스럼없이 털어놓는다. 가령 헤어진 여자 친구를 스토킹 하는 방법이나 갑자기 몸에 나타난 발진의 원인, 자신에게 변태적 취향이 있는지 아니면 그냥 사람들의 발에 유독 관심이 많은 것뿐인지도 알아볼 수 있다. 우리는 아무리 이해심이 많은 친구도 눈이 휘둥그레져 뒷걸음치게 할 만한 은밀한 이야기까지 구글에 털어놓는데, 구글은 그 모든 이야기를 그 어떤 편견 없이 다 들어준다.

 

- 사람들은 구글을 어마어마한 수준으로 신뢰한다. 구글에 하는 질문 여섯 개 가운데 하나 꼴로 질문자가 다른 누구에게도 하지 않은 질문, 즉 처음 하는 질문이다. 과연 다른 어떤 기관이나 사람이 (아무리 해당 분야 전문가이거나 성직자인들) 맨 처음 하는 질문을 그토록 많이 받을 만큼 높은 신뢰를 받을까? 과연 어떤 현자가 구글처럼 질문자가 난생 처음 하는 질문을 기꺼이 하도록 마음을 자극할 수 있을까? 

- 구글은 어떤 것이 일반검색(유료 광고를 포함하지 않는 검색 - 옮긴이) 결과이고 또 어떤 것이 유료검색(유료 광고를 포함하는 검색 - 옮긴이) 결과인지도 분명히 밝힘으로써 신을 닮은 자세를 한층 더 강화한다. 이런 설정은 검색의 신뢰도를 더 높여준다. 검색이 시장의 영향력에 휘둘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구글의 검색물은 다른 검색엔진 검색물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높은 수준의 진실성을 담고 있다. 구글은 두 개의 경로 모두에서(일반검색은 자연적인 순수성을 보존하는 차원에서, 유료 콘텐츠는 광고 수익을 허용하게 함으로써) 이 수준에 도달한다. 물론 여기에 아무도 불평하지 않는다. 신은 자신에게 던져진 질문에 대답할 때 아무런 편견도 없는 것으로 비춰진다. 신은 전능하고 공평해서 자신의 모든 자식을 똑같이 사랑한다. 구글의 일반검색은 질문자가 누구인지, 어디에 사는지 전혀 따지지 않고 공정하고 공평한 정보를 제시한다. 

- 구글은 단 하나의 제품에만 전념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세계를 바꾸면서 구글은 옳은 일은 무엇이든 다 해보기로 했다. 바보 같은 이름과 단순하기 짝이 없는 홈페이지, 광고업체에 휘둘리지 않는 정직한 검색, 다른 시장에 관심이 없는 태도, 호감을 주는 창업자들 등의 요소 덕분에 구글은 사용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였고 잠재적 경쟁자들(예를 들면 <뉴욕 타임스>)에게까지 겉으로는(경쟁자들에게 닥친 위험이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진행되기 전까지는) 전혀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구글의 '사악해지지 말자'는 사랑스럽고도 철학적인 모토나 직원들이 자유분방한 직장 분위기 속에서 반려견을 데리고 함께 잠을 자는 이미지 등은 이러한 상황을 더 강화했다.

- 그러나 구글은 장막 뒤에서 기업사에 아주 야심찬 전략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것, 즉 전 세계 모든 정보를 하나로 꿰겠다는 전략을 수행하고 있다. 그 목적은 현재 인터넷상에 있거나 앞으로 나올 생산적인 정보의 모든 캐시 Cache(데이터를 저장해 두는 임시 장소 - 옮긴이)를 포착하고 통제하는 데 있다. 지금까지 구글은 오로지 이 목적만을 위해 일해 왔다. 물론 인터넷에 존재하는 것은 이미 작업을 시작했다. 인터넷의 모든 정보를 소유할 수는 없지만 그것으로 접근하는 문의 문지기는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 위치 정보(구글맵), 천문학 정보(구글스카이), 지리(구글어스와 구글오션)로 계속 나아갔다. 이어 절판된 모든 책의 콘텐츠(구글라이브러리 프로젝트)와 저널리즘 관련 저작 콘텐츠를 확보하는(구글뉴스) 일을 진행했다.

- 정보 검색과 축적은 워낙 조용하면서도 서서히 이뤄지는 작업이라 구글이 공개적으로 전 세계 정보를 빨아들였음에도 불구하고 잠재적 피해자들은 자신이 피해를 본다는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하는 듯했다. 물을 뒤집어쓰기 전까지는 자기 몸이 서서히 젖고 있음을 깨닫지 못하는 법이다. 그 결과 지금 구글이 지식을 완벽히 통제하고 또 경쟁자들이 진입하기에 장벽이 워낙 높아(이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빙'조차 제한적인 성공밖에 거두지 못한 데서 확인할 수 있다) 앞으로도 여러 해 동안 이 상태가 유지될 것 같다.

- 전 세계 모든 기업은 디지털 시대의 중심지에 자리 잡은 구글을 부러워한다. 사실 구글은 생각만큼 행복하지 않다. 언젠가 구글이 낡은 뉴스가 되면 의회와 법무부가 구글 검색엔진을 공익 차원의 도구로 여겨 구글을 규제 대상에 넣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논외로 치더라도 그렇다. 구글이 이런 운명을 맞이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렇지만 구글 역시 기본적으로는 한 가지 특출한 재능밖에 없음을 알아야 한다. 검색엔진에다 유튜브도 있고 안드로이드도 있다고? 안드로이드는 슈미트가 아이폰에 대적하기 위해 고안한 것으로 스마트폰 산업에서 하나의 표준일 뿐이다. 안드로이드를 가장 잘 사용하는 주체는 다른 기업들이다. 자율주행자동차나 드론 같은 다른 모든 소재는 소비자를 비롯해 자사 직원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고 바람을 불어넣어 시선을 분산하는 하찮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 10년 전 페이스북과 구글은 정보를 저장고에(메이스북은 인스타그램에 구글은 지메일과 유튜브와 더블클릭에) 담아두기만 하고 공유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둘은 거짓말을 했다. 사생활 관련 정책을 교묘하게 바꿔 당사자가 자신의 위치 정보나 검색 정보를 공유하길 원치 않는다고 특별히 요청할 경우에만 그렇게 한 것이다. 물론 데이터를 보다 정확한 표적을 설정하는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런 조치를 취했다는 증거는 없다. 그러나 디지털 마케팅에서 오싹함과 정보 연관성은 강력한 상관관계가 있다. 지금까지 소비자와 광고업자는 직접적인 행동으로 자기 의사를 표시했고 정보연관성 내지 적합성을 위해 오싹함이라는 가격을 지불할 가치가 있다는 견해를 표명해 왔다. 

- 해커들의 모토는 '정보는 무료로 제공되길 원한다'이다. 이 모토는 인터넷 시대에 두 번째 황금기 무대를 마련했다. 그런데 이 모토가 처음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살펴볼 가치가 있다. 이 말은 <더 홀 어스 카탈로그> The whole Earth Catalog의 발행인 스튜어트 브랜드 Stewart Brand (해커의 아버지로 불리는 인물 - 옮긴이)가 1984년 열린 해커총회 Hackers Conference에서 처음 했다. 그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한편으로 보면 정보는 비싼 대가를 원한다. 그만큼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올바른 정보가 올바른 곳에 놓일 때 어떤 사람의 인생이 바뀐다. 다른 한편으로 보면 정보는 무료로 제공되길 원한다. 정보를 얻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점점 더 줄어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두 경향은 서로 부딪혀 싸운다." 

- 정보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매력적이고 독특하며 좋은 대우를 받고 싶어 한다. 정보는 고가품이길 바란다. 구글과 페이스북을 제외하고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미디어 기업은 블룸버그다. 이 기업의 창업자 마이클 블룸버그는 단 한 번도 정보를 무료로 제공한 적이 없다. 그는 다른 사람들의 정보를 자산 데이터 proprietary data와 섞고 여기에 어떤 고급 정보를 덧씌운 다음, 그 정보를 '희소하게' 만들었다(이 부분이 정말 중요하다). 그래서 그의 정보는 비쌌고 그에게는 블룸버그 단말기라는 자체 직통 배포망도 있었다. 만일 당신이 매입한 어떤 주식 가격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중요한 기업계 소식을 원한다면 블룸버그와 계약하고 사무실에 그 단말기를 설치한 뒤 단말기의 스크린에 끝없이 흐르는 뉴스와 금융 데이터를 보면 된다. 

- 벤 호로비츠 Ben Horowitz, 피터 틸 Peter Thiel, 에릭 슈미트, 살림 이스마일 Salim Ismaiel, 그 밖의 많은 사람이 자신의 베스트셀러 저서에서 예외적일 만큼 뛰어난 사업적 성공에 필요한 것을 조언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클라우드 컴퓨팅(자신의 컴퓨터가 아니라 인터넷으로 연결된 다른 컴퓨터로 정보를 처리하는 기술 - 옮긴이)과 가상화 virtualization, 경쟁자를 압도하도록 10배의 생산성을 달성하게 해주는 네트워크 효과 등으로 이뤄진 저비용 구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런 설명은 기술과 아무 관련이 없는 보다 깊은 차원의 어떤 측면을 무시하는 처사다. 진화심리학 관점에서 볼 때 성공한 모든 사업은 뇌, 심장, 생식기라는 신체의 세 부위 가운데 적어도 하나에 반드시 자신의 매력을 호소한다. 이들 신체 부위는 생존에 필요한 여러 기능 중 각기 다른 측면을 하나씩 떠맡고 있다. 어떤 기업체를 이끌면서 자사가 어디에서 놀아야 하는지(즉, 세 부위 가운데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올바른 사업 전략을 구사하며 어려움을 극복해 간다.

- 뇌는 연산이라는 이성적 기능을 수행한다. 이 일을 위해 뇌는 잃는 것과 얻는 것, 즉 비용과 편익의 경중을 100만 분의 1초 사이에 따진다. 시장에서 뇌는 무시무시하게 빠른 속도로 가격을 비교하고 제동을 건다. 하기스 기저귀가 팸퍼스 기저귀보다 50퍼센트 싸다는 사실을 뇌가 확인했다고 치자. 그러면 뇌는 두 제품을 사용해 본 경험을 포함해 복잡한 비용편익 분석을 수행하고 마지막으로 둘 중 어느 것이 더 좋은 선택인지 계산한다. 이것을 기업계 용어로 바꾸면 소비자는 업체의 이윤이 조금이라도 낮은 쪽을 찾아간다. 대다수 기업에서 소비자의 뇌는 최종적으로 찬물을 끼얹는 경쟁자다. 링컨은 모든 사람을 잠시라면 몰라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사실 수많은 기업이 그런 헛된 시도를 하려다 시장에서 사라졌다. 사람의 뇌는, 적어도 몇 차례 실수한 뒤라면 우리가 너무 바보 같은 의사결정을 내리지 않도록 막아준다. 

- 이제 고객(아니, 인간의 특성 그 자체) 이해 수준이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수준으로 높아졌다. 인공지능은 규모가 더 작고 지역적인 기업에 본질적 특성상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경쟁우위를 제공한다. 네 개의 거인기업은 인공지능의 힘을 빌려 이미 마법사가 되었다. 

- 데이터 관련 능력과 제품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는 기술은 앞으로 나타날 제5의 거인기업이 갖춰야 할 핵심적 소양이다. 소비자의 선호를 드러내는 '의도 데이터' Intention Data를 구글만큼 많이 긁어모은 기업은 지금까지 없었다. 구글은 당신이 오는 것을 볼 뿐 아니라 당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안다. 살인 사건을 조사하는 수사관은 범죄 현장을 살펴보고 사건 용의자가 있을 경우 맨 먼저 용의자가 구글에서 어떤 의심스러운 검색(예를 들어 '남편을 독살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같은 검색)을 하지 않았는지 살펴본다. 같은 맥락에서 나는 미국의 정보기관들이 상품 구매자가 세제에 관해 보편적 사고를 넘어서는 어떤 의도를 품고 있는지 포착하려고, 다시 말해 폭탄 제조 원료로 쓸 목적으로 화학 제품을 찾는 테러리스트 세포 조직을 적발하려고 구글을 은밀히 뒤진다는 사실이 나중에 드러나리라는 의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 

- 구글은 거대한 양의 행동 관련 데이터를 통제한다. 이때 개별 사용자의 신상을 익명으로 처리하는 것은 물론 데이터를 집단 차원으로 분류하고 분석해야 한다. 구글 검색창에 어떤 검색어를 입력할 때 그 목록에 자신의 이름과 사진이 따라다닌다면 당연히 찜찜할 수밖에 없다. 이는 충분히 근거 있는 우려다.

- 여기서 잠깐, 당신이 구글에서 무슨 검색을 하든 그 검색어에 당신의 이름과 사진이 따라다닌다는 상상을 해보자. 당신이 검색한 내용 중에는 그 사실이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지 않았으면 하는 것도 분명 있을 것이다. 따라서 구글은 데이터를 종합한 뒤 특정 연령대나 집단 평균으로 볼 때 이러저러한 내용을 주로 검색한다는 사실만 말해야 한다. 구글은 특정 개인과 관련된 것은 아니어도 특정 집단과 관련된 것으로 언제나 접속 가능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소유하고 있다. 그러니 구글이 필요하면 얼마든지 당신과 관련된 데이터를 캐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구글은 늘 자사가 수집한 자료를 주기적으로 폐기한다고 말해왔지만 그래서 과연 어떻게 되었는가? 

- 페이스북은 특정 활동을 특정한 사람과 연결한다. 날마다 페이스북을 활발하게 사용하는 사람들은 10억 명에 달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살아가는 모습을 페이스북에 큰 소리로 떠들어대면서 자신의 행동, 바라는 것, 친구, 인맥, 자신이 느끼는 공포, 어떤 상품을 구매할 때의 의도 등을 시시콜콜 기록한다. 그 결과 페이스북은 구글보다 더 구체적으로 사용자의 일상을 추적한다. 특정 집단에 다가서는 페이스북의 이런 능력은 광고업자들에게 한층 더 매력적이고 페이스북의 경쟁력은 그만큼 더 강력하다. 

- 2016년 4월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월마트가 세계 최대 소매유통업체가 되는 것을 어떤 나라의 국내 온라인 전자상거래업체가 저지한 것이다. 월마트가 뒤처지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었지만 벤턴빌의 그 거대 괴물을 누른 강적이 아마존이 아니라는 사실은 놀라웠다. 그 무서운 기업은 바로 마윈이 이끄는 중국의 알리바바다. 정확히 말하면 그것은 부분적으로 알리바바의 사업 모델과 관련이 있다. 즉, 알리바바는 다른 소매유통업체(이를테면 전자상거래업체, 온라인 경매업체, 환전업체, 클라우드 데이터 서비스업체, 그 밖에 다른 수많은 회사)의 시장 기능을 수행한다. 알리바바의 제품 총 거래액 Gross Merchandise Volume, GMV은 4,850억 달러였고 이 액수로 그 회사는 월마트를 눌렀다. 이 금액 가운데 알리바바의 자체 수익은 2016 회계연도 기준 150억 달러였다. 

- 기업계 역사의 뒤안길에는 거대 자동차 회사를 꿈꾸다가 스러져간 창업자들의 해골이 널려 있다. 영화에 이들이 등장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예를 들어 영화 <티커> Tucker: The Man And His Dream(이상적인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친 프레스톤 터커의 삶을 소재로 한 영화 - 옮긴이)를 생각해 보라. 만약 지금 당장 테슬라의 CEO일론 머스크를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든다면, 불량한 복장과 여배우 기네스 펠트로 Gwyneth Paltrow의 음울한 표정이 나올 것만 같다. 

- 테슬라는 몇 가지 시련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테슬라는 이 시대에 다른 어떤 신생 자동차 회사가 이룬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성취했고, 전기자동차 시장의 선두 주자 지위를 효과적으로 선점하고 있다. 비록 실리콘밸리의 부자들을 위한 럭셔리 자동차를 만드는 데 머물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에디슨처럼 선견지명이 있는 이 회사의 리더 일론 머스크는 제외하더라도 테슬라 자동차의 디자인과 디지털 제어 부문 혁신, 대규모 인프라 설비 투자(네바다 주 레노에 어마어마하게 큰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등을 종합해 볼 때 테슬라가 현재의 특수한 틈새시장을 박차고 나와 일반 대중을 위한 대량생산에 주력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 20대 청년의 성공 경로를 가장 잘 대변하는 것은 그들의 지리적 궤적이다. 각 나라에서 가장 큰 도시가 그 지위에 도달하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을까? 그 대륙에서 가장 큰 도시가 그 지위까지 도달하는 데는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을까? 성공의 가장 큰 신호는 상대적으로 낙후된 배후지에 머물지 않고 세계 경제의 수도로, 거대도시로 거점을 옮기는 일이다. 

- 당신이 정서적으로 성숙하고 호기심이 많으며 투지를 갖추고 있다고 해보자. 한데 당신만 그런 것이 아니다. 똑똑한 다른 청년들 사이에서도 당신이 두드러져 보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자신의 특성을 여기저기 끊임없이 선전함으로써 당신의 안전지대 경계선을 계속 바깥으로 넓혀가야 한다. 이때 당신의 매개물은 무엇인가? 맥주를 맛있게 마시기 위한 매개물은 TV고, 사치품 브랜드를 보다 널리 선전해 주는 매개물은 언론매체다. '당신'을 표현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매개물은 무엇인가? 가령 인스타그램, 유튜브, 트위터, 기업 내의 스포츠 동아리, 당신이 했던 이런저런 연설, 당신이 쓴 책, 친목단체, 술(당신이 잘 마시기만 한다면 술은 재미있고 매력적인 매개물이다), 음식 등이 있다. 

 

- 자신이 멋지다는 것을 널리 퍼뜨리려면 어떤 매개물이 필요하다. 아무리 일을 잘해도 그 일을 널리 선전하거나 당신이 그 일을 했다는 것이 알려지지 않으면 당신은 당연히 받아야 할 보상보다 낮은 보상밖에 받지 못한다. 이는 바람직한 결과가 아니다. 당신이 한 일과 성취가 스스로 말하고 빛나도록 만들어야 한다. 물론 이것은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당신이 한 일과 당신이 멋지다는 사실을 열명, 천명, 만 명에게 알릴 방법을 직접 찾아내 실천해야 한다. 좋은 소식은 소셜 미디어를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나쁜 소식은 이것이 그야말로 맨투맨의 백병전이라는 점이다. 

- 어떤 사람은 말에 강하고 또 어떤 사람은 이미지에 강하다. 자신의 강점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되 자신의 약점 때문에 발목이 잡히는 일이 없도록 약점을 평균 수준으로 끌어올릴 만큼만 투자하라. 직원부터 동업자까지 나아가 잠재적 배우자까지 모든 사람이 당신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다. 그들이 보고 있는 것이 당신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이자 최상의 것이도록 하라. 스스로를 검색해 보고 만일 당신이 내놓는 것이 좀 더 깔끔하고 강력하며 재미있을 수 있다면 그렇게 개선하라.

- 당신이 스물다섯 살 청춘도 아니고 아이비리그 출신도 아니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집에서 발 닦고 잠이나 자야 할까? 아니다. 아직은 아니다. 나는 쉰두 살이지만 내 나이보다 평균 스물다섯 살이나 어린 친구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L2에는 나처럼 제법 나이 든 사람이 많은데 우리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젊은이들을 다루는 방법과 L2라는 회사의 안전지대를 네 개의 거인기업과 함께 넓혀가는 방법을 익혀 알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네 개의 거인기업을 이해하고 또 이들을 발전의 지렛대로 삼으려고 노력한다. 자신은 소셜 미디어를 하지 않는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쉰다섯 살이라면 이미 포기해 버린 사람이거나 아니면 변화를 대면하는 걸 두려워하는 사람이다. 게임에 동참하라. 앱을 내려받아 깔고 사용하라. 모든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다 사용하라(다만 스스로 생각하기에 나이가 정말 많다고 생각한다면 스냅챗은 하지 않는 게 좋다). 더 중요한 것은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최고로 멋진 게시물은 어떤 것인지, 사용자 평은 어떤지, 인스타그램과 인스타그램 스토리는 뭐가 다른지 등을 말이다. 몇몇 핵심어는 꼭 챙기고 구글과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려라.  

- 정의를 찾는다고? 당신이 아무리 애를 써도 기업계에서는 정의를 찾기 어렵다. 당신은 공정하지 못한 대우를 받을 뿐 아니라, 당신이 잘못한 것도 아닌데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결과를 얻기도 한다. 당신의 통제력과 무관하게 늘 일정 정도는 실패가 발생한다고 생각하라. 그리고 그 실패를 참고 견디거나 우회할 필요가 있음을 깨달아라. 만일 당신이 그 어려움을 견디지 못해 회사를 떠나면 남은 사람들은 당신이 회사에 있는 동안 해낸 일보다 떠난 모습을 더 많이 기억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아무리 상황이 고약하고 어려워도 품위와 우아함을 잃지 마라. 

- 최고의 복수는 당신의 삶을 비참하게 만든 사람보다 더 잘 사는 것 혹은 상대를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10년쯤 뒤 그 사람이 당신의 부하직원이 될 수도 있다. 적어도 당신의 앞길을 가로막지는 않는다. 다른 사람이나 자신이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사실에 불평을 늘어놓는 사람은 패배자다. 만일 누군가가 당신을 윤리에 어긋나게 대할 때는 두려워하지 말고 변호사나 멘토를 찾아가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은지 조언을 구하라(모든 상황이 같지 않으므로 바람직한 대처방안은 사안별로 다르다). 

- 네 개의 거인기업은 신과 사랑과 섹스와 소비를 선언하고 날마다 수십억 명의 삶에 가치를 추가한다. 그렇지만 이들은 우리의 정신 건강에 별로 관심이 없고 우리의 노년을 보살피려 하지 않으며 우리의 손을 잡으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거대한 권력을 긁어모은 조직이다. 물론 권력은 부패하게 마련이다. 특히 교황이 '돈이라는 우상 숭배'라고 일컬을 만큼 오염된 사회에서는 더욱더 그렇다. 이들은 탈세를 하고 사생활을 침범하며 이익을 늘리기 위해 일자리를 파괴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그렇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염려되는 것은 그들이 그런 일을 한다는 사실뿐 아니라 그 일을 너무 능숙하게 잘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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