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1

[이상화] 나 혼자도 잘 산다 - 혼자 살거나 혼자 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슈퍼 웰빙 라이프

일루젼 2024. 8. 3. 03:33
728x90
반응형


저자 : 이상화

출판 : 시그널북스
출간 : 2013.11.29


 

7월에 인터넷서점에 중고로 판매한 책 대금을 합쳐보니 약 30만원 정도가 들어왔다. 책들이 차지하고 있는 바닥 면적은 그다지 줄어들지 않았지만, 높이- 공간 면적은 이전에 비해 조금 줄어들었다. 뿌듯하기도 하고, 이렇게 보내줄 것을 여지껏 쥐고 있었구나 싶어 애잔하기도 하다.

 

하지만 8월에는 같은 속도를 내기는 어려울 것 같다. 현재 표면에 드러난 책들은 '바로 보내기엔 아쉬운', 그러니까 일단 읽어보기는 할 책들이라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이럴 때는 책탑들을 무작위로 섞으며 골라내는 게 좋은데... 덥고, 피곤하고, 귀찮다. 즉 다시금 정체기에 들어섰다는 말이다. 

 

조금 쉬어갈 겸 눈에 걸리는 책들 중 만만한(?) 책들부터 손을 뻗는 중이다. <나 혼자도 잘 산다>는 그렇게 약간은 가벼운 마음으로 읽었고, 그럴 수 있는 책이었다. 

 

2013년도에 발간된 책이라는 점이 가장 놀랍다. 체감적으로는, 당시에는 아직 1인가구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사회적으로는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하긴 <나 혼자 산다>가 첫 방송을 시작한 게 2013년 2월이니... 그게 벌써 10년 전이다. 

 

2024년의 시선으로 읽어본 <나 혼자도 잘 산다>는 무난 무난했다. 혼자 산다는 것의 의미, 주의할 점, 준비해야 할 것들에 대해 다루고는 있지만 자신의 경험이 깊게 녹아있다거나 가슴 깊이 와닿는 조언은 없었다. 그저 '그럴 가능성이 있다' 정도. 또한 최대한 중립적으로 쓰기 위해 노력한 것 같지만, 어쩐지 외부적 입장에서 걱정하며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진다. 

 

음... 독신세가 거론되는 상황이다. 개인적인 입장은 합리적인 범위에서라면 부담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인적 공제나 여타 복지 면에서 신혼부부나 다자녀 가구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서는 비는 세수를 채워야 할 테니까. 어떤 형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노년 인구가 청장년 인구에게 도움을 받게 될 것이라 생각하므로 딱히 반발심이 생기거나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정책이 결혼 증가에 도움이 될 거라고 여긴다면, 그건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이미 결혼을 할 사람들은 어떤 이유에서건 '결혼이 하고 싶어서' 하는 거지 '세금을 피하고자' 하는 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럴 정도로 무거운 세율을 매긴다면 세금을 피하기 위한 위장 결혼이 늘어날 뿐 궁극적인 목표인 '출산율'은 제자리일 것이다.    

 

사람마다 상황과 입장이 다르고, 개인의 성향과 사회적 기대 또한 다르다. 각자가 각자의 선택에 흔들림 없이 만족한다면 선택지가 무엇인지나 타인의 선택은 무엇이었는지가 크게 중요하지 않아질 것이다. 보다 건강하게, 보다 만족스럽게 살아가는 가구들이 늘어나길 기원한다.  

 


 

현대사회는 변화가 무척 빠르다. 헤아릴 수 없이 숱한 사회변화 현상들을 일일이 지적하기는 어렵지만, 그 가운데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흔히 솔로 싱글, 나홀로 족이라고 일컫는 독신, 1인가구의 급속한 증가다.

 

- 2010년 통계청의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1인가구수는 23.9%로, 부부 2명이 사는 가구 15.4%보다 훨씬 많다. 올해(2013)는 450만 명을 넘어 전체가구의 약 25%로 4 가구 가운데 1 가구는 1인가구다. 2030년에는 전체가구의 34.3%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 가구 중 1 가구는 혼자 사는 1인가구라는 얘기다. 지난 7월에는 '한국1인가구연합'이라는 시민단체도 생겨났다. 

- 독신으로 혼자 사는 사람들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다. 아직 평균적 결혼적령기에 이르지 않은 젊은 세대는 당연히 제외되지만, 노년에 이르러 배우자와 사별하고 자녀가 없거나 자녀들과 떨어져 혼자 사는 독거노인들이 적지 않다. 장수시대를 맞아 그 숫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또한 결혼경험이 있지만 이혼하고 현재 혼자 살고 있는 이혼남녀도 있으며, 결혼할 의지가 있지만 경제적 여건 등으로 자꾸 미루거나 못하고 있는 젊은 남녀, 일에 쫓겨 아직 연애조차 제대로 못해 마땅한 결혼상대를 만나지 못한 젊은이들도 있다. 이들은 비자발적 독신자다. 

- 하지만 새로운 사회현상으로 우리가 관심을 갖고 주목하는 것은 '자발적 독신자'다. 결혼적령기가 지났지만 자기 스스로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겠다는 비혼을 선택한 젊은 세대가 자발적 독신자다. 이들의 증가속도는 매우 빠르다. 선진국들에서 비롯되어 우리 사회에도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 이러한 자발적 1인가구의 급속한 증가는 단순히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것' 이상의 사회적인 큰 의미가 담겨 있다. 

- 일찍이 영국의 사회학자 앤소니 기든스는 현대인의 사랑은 ‘합류적 사랑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날 남녀가 한마음, 한뜻, 한몸이 되어 서로에게 완전히 헌신하는 '낭만적 사랑'은 사라졌다는 것이다. '합류적 사랑'이란 각기 다른 곳에서 흘러온 두 물줄기가 하나로 합쳐지는 것과 같은 사랑이다. 그러한 합류로 보다 큰 하나의 물줄기를 이루었지만 각자 개성과 독자적인 사고방식, 욕구, 욕망을 지니고 그것을 조건으로 제시하며 표면화하는 것이다. 부부가 화목하고 가정이 원만하려면 그러한 배우자의 조건들을 수용하고 존중해야 하며, 서로 배우자가 제시하는 조건들이 성취되도록 협력해야 한다. 그것이 무리 없이 이루어져 나간다면 결혼은 윈윈 win-win 전략이며, 업그레이드된 상생과 공생共生으로 시너지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 사실 그것은 말은 쉽지만 실제적으로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요즘 젊은 세대는 개성이 강하고 이기적 성향이 강해서 자신의 요구조건들을 노골적으로 고집한다. 합류한 두 남녀의 요구조건들이 완전히 일치하기도 어렵고, 서로 상대의 절대적인 요구조건들을 빠짐없이 수용해서 그것을 성취시키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 고트먼 교수의 견해도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늘날의 결혼을 계약, 거래와 같은 상행위와 별 차이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계약이나 거래는 당사자 간에 합의를 보는 것이지만, 서로 자신에게 유리하고 이익이 되는 조건을 제시하기 마련이며, 그것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 계약을 파기하거나 거래를 중단할 수 있다. 따라서 계약이나 거래와 다름없는 결혼은 각자 자신에게 유리하고 이익이 되는 조건이 충족되지 못하면 서슴없이 이혼하게 된다. 

- 자주 얘기하지만 독신의 의미는 여러 가지며 독신자가 되는 요인도 다양하다. 또한 일시적인 독신자, 비자발적인 독신자도 있기 때문에 독신의 미래를 함부로 얘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진짜 독신이라고 할까, 독신주의자들, 즉 자발적 독신자들이 앞으로 크게 늘어날 것은 분명하다. 아직 결혼이 다급하지 않은 20대 초반 다섯 명 가운데 한 명은 평생 혼자 사는 생애독신자가 될 것이라고 한다. 서울의 경우만 하더라도 해마다 결혼건수가 줄어들어 20년 사이 약 30%가 줄어들었다고 한다.

- 자발적 독신자의 증가에 따르는 사회적 문제나 전망은 아직 예상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정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자발적 독신자들은 독신의 미래에 대한 사회적 해답과 혜택을 기대하기보다 자신의 선택에 대해 스스로 책임지고, 스스로 평생 행복하기 위한 자발적이고 빈틈없는 준비와 노력이 있어야 한다. 

- 서양인들이 한결같이 지적하는 한국인의 특성이 있다. 한국사람과 사귀게 되면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 "어디 사느냐?" "몇 살이냐?" "결혼했냐?"를 꼭 물어본다는 것이다. 사실 인간관계에 아무런 관계가 없는 질문에 외국인들이 당황하는 것은 당연하다. 더구나 사생활 문제를 깊이 파고들면 불쾌감까지 느낄 것이다. -

 

독신생활을 원만하게 영위하자면 자유와 고립을 긍정적으로 잘 조화시켜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누구에게나 공과 사가 있다. 공소은 공동체와의 연계된 생활이며 사는 사생활이다. 이 두 가지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야 인간다운 올바른 삶을 이끌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독신이 그렇다. 고립은 공적인 것과 연계되고 자유는 사적인 것이다. 즉 공동체로부터 소외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소통하며 원만한 인간관계를 통해 서로 생각과 행동의 '다름'을 받아들여야 한다.

 

- 그런데 공과 사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어느 한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치면 큰 파탄이 온다. 즉 공적인 공동체와의 유대를 외면하고 사적자유에만 집착한다면 자신의 생활은 무절제한 방종과 방만에 빠지고 마침내 고립되고 소외되는 것이다. 더욱이 자유와 고립이 부정적으로 결합하면 부정적인 인간이 될 수밖에 없다. 즉 혼자만의 자유로운 생각과 고립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모든 것을 부정하고 삐딱하게 바라보는 일그러진 자화상을 형성하는 것이다. 그것은 결국 나는 모두 옳고 다른 사람은 모두 틀렸다는 착각에 빠지게 하고, 사회에 대해 부정, 의심, 반발, 분노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 독신자는 기혼자보다 상대적으로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그만큼 혼자 생각하고 행동할 시간이 많은 셈이다. 혼자서 생각할 시간이 많다는 것은 당연히 자기중심적 사고에 빠지게 한다. 자기 생각의 옳고 그름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여과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자기만의 생각과 판단이 고착되고, 마침내 자신에게는 확정적인 어떤 프레임을 만들게 된다. 즉 자기만의 어떤 틀을 만들고 스스로 그 안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독선이고 자기만의 고정관념이며 나는 모두 옳다'라는 착각을 자기 혼자 확신하게 한다. 나는 모두 옳다는 자신의 틀에 갇히게 되면 인간관계에도 상당한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타인은 나하고 다른 존재다. 타인의 생각과 행동은 나와 크게 다를 수 있다. 그런데 자신의 틀로 남을 해석하면 상대방은 항상 잘못됐으며 모두 틀렸다고 판단할 수 있다. 

- 항상 공동체와 소통하고 많은 사람들과 대화해야 한다. 남들의 생각에 귀를 기울이고 보편적인 정서와 견해들은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독신자의 생활신조 제1조는 모든 일에 긍정적인 태도를 갖는 것이다. 

 

- 프랑스의 현대 사상가이자 정신분석가인 자크 라캉은 "자신의 생각이라고 믿고 있는 것은 대부분 살면서 타인에게서 빌려온 것"이라고 했다. 인간은 결코 혼자서는 살 수 없다. 태어나서 부모의 보호를 받으며 기본적인 생존의 방식을 익히고, 학교에서 삶의 지혜와 지식, 타인들의 많은 경험들을 배운다. 그리고 친구, 동료, 이웃 등과의 인간관계를 통해서 생존의 방법을 공유하게 된다. 말하자면 그러한 숱한 학습을 통해 자신의 생각이 형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판단이나 선택의 순간에 자기 혼자의 생각에 의한 독단적인 결정보다 되도록 주변의 여러 사람들과 대화를 통해서 그들의 경험을 빌리면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생각과 결정을 도출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이것이 소통이다.

- 먼저 되도록 혼자 있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혼자서 작업하는 작가, 화가, 연주자나 그러한 예술가를 목표로 하는 독신자가 아니라면 혼자 있는 시간을 줄이고 활동량을 늘려야 한다. 예를 들면, 매일같이 일정한 시간에 헬스클럽에 나간다거나 어학원을 비롯한 각종 학원, 학습원에 나가 자기 계발을 위해 노력하는 것도 혼자 있는 시간을 줄이는 효과적이고 생산적인 방법이다. 아울러 혼자 사는 사람일수록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혼자 살더라도 자신도 틀림없는 공동체의 구성원인 만큼, 스스로 커뮤니티 형성에 적극적이어야 한다.  

- 그럼에도 우리는 현실을 희생하며 미래의 행복에 집착한다. 그보다는 오히려 하루하루 현실에서 행복을 찾는 것이 현명한 삶이 아닐까.

- 독신자들의 미래에 대해서도 우리는 전혀 알지 못한다. 독신자 스스로도 자신의 미래를 모른다. 어떠한 보장도 없고 어떠한 확신도 가질 수 없다. 미래학자나 사회학자들은 앞으로 독신자들이 더욱 가파르게 늘어날 것이며, 우리 인류가 오랫동안 견지해 온 일부일처제의 결혼제도가 바뀔 수 있다고 내다본다. 또한 장수시대를 맞아 인류의 평균수명이 길어지는 만큼 독신의 기간도 길어져 독신주의자들의 결핍감이 심화될 것이라는 견해들을 내놓고 있다. 또 독신자들은 기혼자보다 수명이 짧다는 주장도 한다. 하지만 그것 역시 어디까지나 추측에 불과하다.

- 관습에 따라 결혼을 선택한 주변의 기혼자들은 대부분이 독신자들의 미래를 염려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경험한 삶이나, 현실적으로 많은 독거노인들이 외로움, 질병, 가난 등으로 시달리는 것을 보면서 독신자들은 마침내 그렇게 될 것이라고 걱정한다. 배우자도 없고, 자녀도 없기 때문에 늙어서 알량한 사회보장의 혜택 이외에는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하고 질병, 가난, 고독감 등에 시달리다가 혼자서 쓸쓸하게 죽어갈 것을 염려한다. 뜻밖의 고독사도 걱정한다. 그러나 그것도 추측일 뿐이다. 앞으로 독신자의 생활상이 어떻게 달라질지 누가 알겠는가. 우리가 아는 것은 현대사회는 무척 빠르게 변화한다는 것뿐이다.

-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기혼자든 독신자든, 미래에 대해 너무 염려하지 말고 현실에 충실하며 현실에서 행복을 찾자는 것이다.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현실이 이어져 나가면 그것이 곧 행복한 미래가 아닌가. 미래는 오늘이 쌓이고 이어진 새로운 오늘일 뿐이다.

- 미래는 불확실하며 전혀 예측할 수 없으니 현실에 충실하고 현실에서 행복을 찾는 것이 현명한 삶이라고 했지만, 우리들이 미래를 완전히 외면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보편적이고 평균적인 인간의 삶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구나 언제 죽을지 모르지만 보편적으로 70세가 넘게 산다.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만큼 자신의 수명을 평균 기대수명에 근거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자신이 독신자로서 별 탈 없이 7, 80세까지 산다면, 흔히 말하는 노후 대책이 있어야 한다. '미래'라기보다 좀 더 실감 있게 자기 앞날, 즉 앞으로 혼자 살아갈 날들에 대한 대비책을 일찍부터 마련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혼자 사는 노인들의 '3대 적'이라고 하는 질병, 가난, 외로움에 대비하는 것이다. 

- 가난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자기 경제 수준에 맞는 재테크가 필요하다. 일찍부터 대비할수록 재산이 더욱 증가한다. 질병 대비는 급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건강에는 나이가 없다. 꾸준한 건강관리와 지속적인 검진 그리고 암보험이나 상해보험 등을 들어 두면 뜻하지 않은 질병이나 사고에도 큰 도움이 된다.

- 또한 혼자 고립되고 소외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생활습관이 필요하다. 혼자 살지만 부모, 형제자매, 가까운 친척, 친지들과 자주 연락하며 자신의 근황이나 일정 등을 알리는 것이 좋다. 그것은 혼자 있다가 돌발적이고 긴급한 상황에 부딪혔을 만약의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고립감, 소외감에서 벗어나 외롭지 않게 긴 세월을 살아가는 것이다. 쉽게 말해 친구, 동지가 있어야 한다. 젊든 나이가 들었든, 외롭지 않게 살아가려면 적어도 세 사람의 진정한 친구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학생 시절부터 수많은 친구들과 인연을 맺고 살아왔으며 고향친구가 있을 수 있으며 사회생활하면서 인간관계를 맺은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그까짓 3명쯤이야 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자신과 뜻을 같이하고 행동을 같이할 수 있으며 언제나 자기 일처럼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진정한 친구, 허물이 없는 친구 3명을 갖기는 쉽지 않다. 더욱이 진정한 친구는 갑작스럽게 생기거나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랜 기간 함께하면서 서로 필요성과 친밀감이 이루어져야 한다.

- 고정적인 수일이 있으면 당장의 불편은 없겠지만 수입이 고정적이지 못하거나 수일이 없으면 견디기 어려운 것이 독신생활이다. 독신의 30대 여성 극작가가 굶어 죽은 일도 있었다. 30대 초반 남성의 절반 이상이 미혼이다. 결혼하고 싶어도 돈이 없어 자꾸 뒤로 미루거나 아예 포기하고 독신으로 산다. 미혼남성의 70%는 신혼집을 마련할 돈이 없어서 결혼을 꺼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 현대인의 생활, 특히 도시생활은 돈이 없으면 꼼짝할 수 없다. 생계비, 교통비, 통신비, 주거관리비 월세 등등 고정적인 지출이 상당하다. 일단 돈이 떨어지면 걷잡을 수 없다. 이것저것이 한번 밀리기 시작하면 삽시간에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더욱 해결하기 어렵다. 대출을 받으면 그 이자부담에 고통을 겪어야 한다. 사채를 썼다가는 천문학적인 이자도 문제지만 어떤 뜻하지 않은 불행을 겪게 될지 모른다. 최근 미국의 하버드 대학과 프린스턴 대학공동연구진의 연구에 따르면, 돈이 떨어지면 지적 능력도 떨어진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당장 먹고사는 일을 걱정하느라 다른 문제들은 올바로 판단하고 결정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지갑이 두둑하면 IQ도 9-10 정도 높아진다고 했다. 

- 특히 독신의 젊은 남녀에게는 반드시 노후대책이 아니라, 갑자기 어떤 상황을 맞게 될지 모르는 '내일'을 위한 대비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신앙이 없는 무신앙보다 신앙을 갖는 것이 삶에 안정감을 준다. 그러나 성직자도 아니면서 종교활동에 지나치게 몰입하거나 심취할 때는 문제가 된다. 그것도 사이비, 유사종교, 이단종교, 신흥종교에 빠져들어 맹신자가 돼서 생업까지 포기하고 전도행위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는 행위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어느 순간, 자신의 인생이 허망하게 무너질 우려가 크다. 전통적이고 올바른 종교는 대부분 바람직한 '미래'를 기원하며 그를 위해 현실적으로 모범적인 생활, 절제된 생활, 베푸는 생활을 추구하도록 이끈다. 하지만 사이비, 유사종교나 신흥종교는 거의 모두 신원조차 불투명한 교주가 직접 나서 자신이 구세주라고 주장하며 '현실'을 역설한다. 그들이 주장하는 교리는 주로 축복받은 현실, 영생, 선민의식 등이다. 미래도 막연한 것이 아니라 가시적이고 구체적이다.  

- 참다운 독신자라면 정신적으로 안정돼 있어야 한다. 자신의 영혼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이러한 불법 종교행위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스스로 자신을 파멸시키는 자해행위나 다름없다.

- 혼자 사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남에 따라 그들의 소비생활을 겨냥한 각종 '솔로 이코노미'가 크게 성장하고 있는가 하면, 독신자들을 위한 갖가지 안내서들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오래전에 독일 심리학자 카타리나 침머가 쓴 <혼자 사는 기술>이 번역출간됐으며, 근래에는 미국의 기자출신 여류작가 사라 밴 브래스낙이 쓴 <혼자 사는 즐거움>, 미국의 사회학자 에릭 클라이넨버그의 <고잉 솔로-싱글턴이 온다> 등이 번역소개됐다. 독신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도 있고, 너무 이론적이거나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것도 있다.

- 브래스낙의 <혼자 사는 즐거움>은 미국에서 큰 인기를 얻어 무려 120주 동안 베스트셀러로 700만 부 이상이 팔렸다고 한다. 또한 30여 개국에서 번역출간되었다. 이 책은 혼자 살면서 자기만의 행복과 즐거움을 찾는 79가지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생활과는 잘 맞지 않아서 공감이 안 가거나 따라 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다. 그런대로 공감할 만한 것은 불평하고 잊어버리기. 거울 앞에서 명상하기, 창조적인 여행 떠나기, 하루에 한 가지씩 모험하기, 완벽하고 싶은 충동 버리기, 무소유의 의미 깨닫기, 지금 있는 곳에서 행복하기, 위안을 주는 동물과 살기, 나 자신을 마음껏 축하하기 등이다. 얼핏 혼자 사는 생활에 근본적으로 큰 도움을 줄 것 같지는 않다. 왜 그럴까. 물론 그러한 것들이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 필요할 수는 있겠지만, 너무 지엽적인 것들이기 때문이다. 나무의 탐스럽고 아름다운 열매는 뿌리가 튼튼해야 가능하다. 뿌리가 흔들리거나 잘려 나가면 나무는 생명력을 잃어 알찬 열매를 맺을 수 없다. 뿌리가 잘리면 나무는 죽는다. 죽은 나무에서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릴 수 없다.

- 독신의 생활이 그러하다. 뿌리가 튼튼해야 한다. 뿌리가 튼튼하면 지엽적인 것들도 모두 가치를 지니게 된다. 지엽적이라는 말의 뜻처럼 나뭇가지와 나뭇잎도 아름답고 존재가치가 있다. 그러면 독신의 뿌리는 무엇일까. 간단하다. 독신에 대한 자신의 확고한 의지다. 말하자면 근본이 튼튼해야 한다는 것이다.

 

- 독신자, 1인 가구라고 해서 모두 자발적이고 안정적인 생애독신자는 아니며 영원히 배우자 없이 사는 생애미혼자도 아니다. 자신의 여건이나 부득이한 현실로 말미암아 어쩔 수 없이 비자발적, 일시적으로 혼자 사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들은 단지 현재상태가 싱글이며 솔로일 뿐이다. 그러나 현대사회가 주목하는 것은 스스로 독신을 선택한 자발적이고 안정적 생애미혼, 생애독신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영원히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겠다는 젊은 남녀가 크게 늘어나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한 사회학적 연구는 학자들의 몫이고 이들에 대한 사회보장이나 제도개선 등은 국가와 정부의 몫이다. 

 

- 이 과정에서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고독'과 '고립'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다. 왜냐하면 그에 대해 독신자 스스로 혼동하는 경우가 많고, 외부의 인식이 무척 편향적이어서 흔들리기 쉽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에 독신자는 고독과 고립을 모두 지닌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곧잘 혼동하거나 같은 상태로 판단한다. 또 실제로 그런 경우도 많다. 그 때문에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독신자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동정적인 경향이 우세하다. 하지만 이 두 가지는 엄연히 다르며 확실히 구별해야 한다.

- '고독'은 국어사전에서 쓸쓸하고 외로움으로 풀이하고 있다. 쓸쓸하고 외롭다는 것은 즐겁지 못한 것이다. 외부에서도 그런 상태에 놓여 있는 사람을 동정하고 안쓰러워한다. 당사자도 자신의 상태에 당연히 만족하지 못하고 정신적으로 크게 위축된다. 그러나 인간은 누구나 고독한 존재다. 자기 인생의 주인공은 바로 자신이며 자기중심으로 살아가는 존재다. 무리생활을 하는 동물은 무리와 함께 있는 것이 생존의 절대적인 요소다. 그것으로 얼마든지 만족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자의식, 정체성이 있으며 자기가 추구하는 삶의 가치가 있기 때문에 무리를 이루고 살아가지만 항상 개별성과 자신의 존재가치를 생각하게 된다.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지만 개별성, 독자성을 갖기 때문에 누구나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존재감'이며 '실존'이다. 철학적으로 말하면 동물의 삶이 오직 '생존'이라면 인간의 삶은 '생존'과 '실존'으로 이루어진다.

- 실존에는 외로움, 즉 고독이 따른다. 사회나 공동체가 자신의 정체성, 개별성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질적으로 인간은 누구나 외로운 존재이며 '군중 속의 고독'이란 말이 있는 것이다. 더욱이 현대사회는 개인주의가 팽배해서 개인 누구나 자신의 정체성과 주체성을 향유하려 한다. 자신과 모든 것이 똑같은 사람은 세상에 없다. 결국 오직 자기 혼자이며 외로울 수밖에 없다.

- 어떤 이유로든 독신자가 평생을 혼자 살기로 결심했다면 '고독을 기꺼이 수용해야 한다. 고독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오히려 고독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혼자만의 아무런 구속도 없는 자유를 마음껏 누릴 때 '혼자 사는 즐거움'을 스스로 느낄 수 있다. 또한 청소년 시절부터 혼자 있기를 좋아하고 혼자 사색하기를 좋아하는 성격이라면 독신생활이 한결 효과적이며 편리할 수 있다. 아무에게도 피해나 부담을 주지 않고 혼자 사는 즐거움을 한껏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 '고립'은 그야말로 '외따로 혼자 떨어지는 것'이다. 우리는 산간 오지마을이 폭설로 고립되었다거나, 캠핑하던 가족이 폭우로 고립되었다는 기사를 자주 본다. 고립은 대부분의 경우 위기상황을 가져온다.

- 독신자들이 자신의 현재 상태를 다시 한번 진지하게 점검해 보는 과정에서 고립감, 결핍감이 감지되고 그로 말미암아 항상 막연한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다면 자신의 독신주의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만일 고립감이 느껴지면 원만하고 지속적인 독신생활이 힘들다. 경우에 따라 독신을 포기할 수도 있다. 자신의 상태가 고독인지, 고립인지 냉정하게 판단해 보라. 그런 뒤에 혼자 즐겁게 사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