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사이토 나오키 / 김재훈
출판 : 잉크잼
출간 : 2023.07.20
좋은 책이었다.
단가가 조금 높다는 점이 흠인데, 소장할 만하다. 디지털 드로잉이건 펜 드로잉이건 그림을 계속 그릴 사람에게는 옆에 두고 슬럼프 때마다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일반적인 작화법에 관한 내용은 아니고, 단기간에 몰아치는 방식인 '3개월 연습법'과 그때 필요한 정신 상태를 세팅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3개월 동안 무작정 많이 그리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연습을 시작할 때 선택 또는 고려해야 할 점, 연습하는 도중 신경 써야 할 점과 조심해야 할 점을 콕콕 집어 알려준다.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은 한 작가를 선택해서 그 사람의 그림체로 다양하게 그려보라는 조언인데, 이건 정말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나도 모르게 무의시적으로 쓰는 습관적인 선이나 표현들을 '의식적으로' 바라보고 수정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나만의 그림체를 잃는 게 아니냐고 걱정하는 분들도 계실 수 있는데, 사실 3개월 간 모작한다고 해서 바뀔 그림체라면 나만의 그림체라고 말하기는 조금 어렵다고 생각한다. 일시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금세 자기 스타일로, 그것도 더 나아진 스타일로 돌아올 확률이 훨씬 높다.
(수많은 어시스트들이 자신만의 그림체로 잘 데뷔했다는 점을 생각해보자)
그래서 도전할 것이냐?
음... 3개월 동안 한 작가만 그린다... 꽤나 많은 고민이 필요한 도전이다.
현재의 나는 그 정도로 절박하지는 않은 것 같다.
일단은, 적당히 즐거운 상태로 더 남아있고 싶다.
언젠가 본격적으로 연습하고 싶어 진다면 이 책을 찾아 재독 할 것 같다.
좋았다.
'그림 실력을 빠르게 키우고 싶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에는 이런 마음도 없지 않겠죠. 지금부터 소개하는 실력 성장법을 끝낸다면 그 소망을 분명히 이룰 수 있을 거예요.
다만 충분한 각오가 필요합니다.
지금부터 소개할 3개월 실력 성장법은 초보가 할 만한 밝고 즐거운 방법이 아닙니다.
너무 힘든 편이라 도전하는 사람 중 절반 넘게 해내지 못할 수도 있어요. 사람에 따라 큰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고, 그림이 더는 즐겁지 않을지도 몰라요. 제대로 그리지 못하는 스스로에게 실망할 수도 있고요.
이 연습법에 도전하는 3개월은 발버둥 치다 못해 괴로운 날들의 연속이자 자신의 무력한 모습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까지 읽고도 여러분은 이런 마음이 들겠죠.
'아무리 힘들더라도 제대로 그려 보고 싶다!'
이렇게 각오를 다졌다면 여러분에게 모든 것을 알려 주겠습니다. 바로 제가 전혀 다른 분야에서 캐릭터 일러스트 업계로 이직하고 거기서 활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든 3개월 동안의 연습법입니다.
- 따라 그리기 연습을 시작하기 전에 내가 원하는 그림, 즉 '따라 그릴 그림'을 찾아야 합니다. 3개월 실력 성장법 중에서 가장 중요하죠.
선택 기준은 마음에 끌리는 것입니다. '인기를 끌 만한', '기본이 탄탄한' 그림이어도, '마음이 끌리지 않는' 그림체라면 적합하지 않습니다.
- 앞으로 3개월 동안 그림체를 충분히 분석해야 하기 때문에, 정말 좋아하는 그림체가 아니라면 도중에 좌절할 가능성이 높거든요. 좋아 보인다고 해서 나도 그걸 좋아할 거라고 속지 말고 알맞은 작품을 선택해 보세요.
- 당시 제가 우시 작가의 일러스트를 보고 얼마나 마음을 빼앗겼냐 하면, 그림을 보자마자 '좋다'를 넘어서 '이건 내 그림이다!'고 생각했죠.
그때 제 그림체는 지금과 완전히 다르고, 우시 작가의 그림과는 비슷하지도 않았는데 마음이 끌렸습니다. 이런 그림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 내려다보는 구도의 장점은 얼굴을 크게 보여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얼굴이 크게 보이므로 많은 사람이 쉽게 받아들여 '캐치'하는 캐릭터가 되고, 상품 판매에도 도움이 되죠. 예를 들어 소년잡지 표지에 만화 캐릭터의 얼굴이 크게 들어간 것을 흔히 볼 수 있는데요. 이 구도가 주로 선택되는 이유는 사람들이 대체로 사람 얼굴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본능적으로 눈이 가는 것이죠. 따라서 크고 눈에 띄는 얼굴이 표지에 있으면, 그렇지 않을 때에 비해 잡지 판매량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 이렇듯 얼굴을 크게 배치해서 눈길을 끄는 일러스트를 그릴 수 있습니다. 각도에 따라 몸도 동시에 보여 줄 수 있죠. 이것이 내려다보는 구도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 내려다보는 구도의 단점은 그리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50쪽의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듯 상체와 하체, 옷과 다리처럼 겹치는 부분이 많습니다.
가려진 부분을 상상하면서 그리다 보면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립니다. 이것이 내려다보는 구도의 단점이죠.
- 내려다보는 구도의 팁
그럼, 가려진 부분은 빼고 그리면 되지 않을까요?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잘 되지 않습니다.
사람은 낯익은 것, 특히 사람에 관해서는 작은 위화감에도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따라서 조금이라도 균형이 맞지 않으면 ‘어, 뭔가 이상한데?”라며 바로 알아차리고, 이는 '기분 나쁜 감각'으로 이어집니다.
따라서 내려다보는 구도를 그릴 때의 팁은 최대한 아래 그림처럼 가려진 부분까지 그리는 것입니다.
- 올려다보는 구도는 '로 앵글'이라고도 합니다. 바로 이런 그림이죠.
방금 살펴본 내려다보는 구도와는 반대로 밑에서 올려다보는 구도입니다.
- 올려다보는 구도의 장점 : 캐릭터의 묵직한 힘을 강조하고 싶을 때 올려다보는 구도를 사용하면 좋습니다. 또는 육감이나 질량을 표현할 수 있는 구도라서, 여성의 육감적인 면을 강조해야 하는 민감한 일러스트를 그릴 때 위력을 발휘합니다.
- 올려다보는 구도의 단점 : 올려다보는 구도의 단점은 앞서 살펴본 내려다보는 구도처럼 가려진 부분을 그리기 어렵고, 턱 라인이 없어질 때가 많다는 점입니다. 특히 여성 캐릭터는 턱 라인을 또렷하게 그리면 귀여워지지만, 반대로 그리지 않으면 귀엽게 표현하기가 어렵습니다.
- 턱 라인을 해결하는 좋은 방법은 눈속임을 쓰는 것입니다. 사실은 보이지 않지만 귀여운 느낌이 들도록 선을 과감히 그려 넣는 것이죠. 때에 따라서는 이런 임기응변식 대응도 효과적입니다. 어색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속임을 적당히 넣어 보세요.
- 여기까지가 기본적인 구도 활용법이지만, 추가로 '트리밍'도 설명하겠습니다.
- 베이스 컬러는 피부색과 배경의 회색처럼 수수한 색입니다. 채도가 가장 낮은 색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죠.
어소트 컬러는 보라색 계열의 색입니다. 이 그림의 인상을 결정하죠. 그림을 살짝 보여 주고 나중에 그림이 어떤 색이였냐고 물으면 많은 사람이 보라색 느낌의 그림이었다고 말할 겁니다. 이처럼 어소트 컬러는 그림의 인상을 좌우합니다.
악센트 컬러는 눈의 황록색입니다. 채도가 가장 높은 색이죠. 이 그림에서는 전체의 5%에도 못 미치지만, 보는 사람의 시선을 끄는 색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처럼 채도가 높은 색은 아주 적은 분량으로도 효과적입니다.
반대로 채도가 높은 부분의 면적을 크게 늘리면 어떻게 될까요?
위 그림처럼 외면하고 싶은 그림이 되고 맙니다.
베이스 컬러, 어소트 컬러, 악센트 컬러를 모두 챙기는 게 어렵다면 악센트 컬러만 적용해 보세요.
채도가 높은 색은 화면 전체의 5% 정도가 딱 좋습니다.
이 원리를 이용하면 자연스럽게 많은 사람이 좋은 채색이라고 느끼면서 편하게 볼 수 있는 배색이 가능합니다. 꼭 알아 두세요.
- 한 포인트에 집중해서 연습해 보자.
다만 지금 해결하고자 하는 포인트 하나만 집중해서 연습해야 합니다. 토끼 여러 마리를 동시에 잡을 순 없어요.
문제 해결에 필요한 공부는 힘이 되지만, 그 밖의 목적 없는 연습은 그저 도피에 불과합니다.
- 눈을 연습하기로 정했다면 우선 거기에만 집중하세요. 눈 주변으로 점점 확장해나가는건 괜찮지만 머리카락 등은 연습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일단 자신이 선택한 한 가지 문제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마세요.
- 연습을 몇 시간이나 해야 할까?
사람에 따라 다르다고 말할 수밖에 없겠네요.
애초에 시간으로 구분할 수 없습니다. 3개월 실력 성장법은 시간을 정해 두긴 했지만, 진심으로 그림을 대하는 시간의 기준이 3개월이라는 의미입니다. 굳이 설명하자면 시간 말고 발견을 기준으로 정할 수 있겠네요.
'그래! 이러면 잘 될지도 몰라!'와 같이 다음 작품에 활용할 만한 것을 발견했을 때 다음 연습으로 넘어가면 됩니다.
- 문제가 무엇인지 늘 기억해 두자.
스케치북을 채워 나갈 때는 '내 그림의 문제점'을 크게 신경 써야 합니다.
그리다 보면 즐거운 기분과 동시에 아직 어떤 능력이 부족한지도 절실히 깨닫게 됩니다. 예를 들면, '구도'와 '스케일'이죠.
- 스케치북은 디지털 일러스트와 달리 정해진 화면 크기에 알맞게 대상을 그려 넣어야 합니다. 그리기에 앞서 멋지게 담는 구도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죠. 또한 그리는 대상이 사람이라도 해도 실물 크기로 그려 넣을 수 없습니다. 머릿속에서 작은 종이에 맞는 크기로 변환하며 그려야 합니다.
- 저는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할 당시에 구도와 스케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습니다. 생각한 대로 잘 되질 않아서 인물을 머릿속에서 작게 변환하고 종이에 그리면 전혀 비슷하지 않았죠.
이렇게 발견한 문제에 대해 '다음에는 화면에 잘 담아 봐야지!' 하고 명확한 목적을 갖고 스케치를 하니 실력이 크게 늘었습니다.
제가 카드게임 일러스트 작업을 시작했을 때는 캐릭터를 화면에 담는 것이 무척 서툴렀는데, 이 연습 덕분에 지금은 잘하는 분야가 되었습니다.
- 3개월 실력 성장법을 따라 스케치북에 연습하다 보면 또 다른 문제점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대로 여러 개를 동시에 연습하려 하지 말고 일단 다음에 할 일로 미뤄 두세요. 한 포인트씩 차례로 집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스케치하긴 했는데, 빨리 그리지 못하겠어!'라며 고민할 수도 있어요.
그림을 진지하게 그릴수록 한 장의 그림에 들이는 시간이 점점 늘어납니다. 어떤 작품을 그릴지 고민하고 그 생각을 화면에 담으려면 당연히 시간이 필요하죠.
하지만 이는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즉 스케치는 작품 제작이 아니니, '어떤 스포츠'라고 생각해 보세요. 이미 그린 선을 지우개로 수정하는 시간은 전혀 필요하지 않습니다. 지우개 금지입니다.
- 앞서 여러 번 소개한 제 스케치는 밑그림 없이 볼펜으로 그린 것입니다. 과감하게 지우지 않는 상태에서 단번에 그리는 것이 포인트죠.
- 지울 수 없는 볼펜을 사용하는 것이 왜 중요하냐면 관찰력을 효율적으로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선을 지울 수 없어서 그리기 전에 진지하게 살펴보는 습관이 생깁니다.
- 연필로 그리면 선을 여러 개 그리고 그중에서 정답에 가까운 선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그러면 대상을 꼼꼼히 관찰하는 데 소홀해질 수밖에 없죠.
그래서 볼펜입니다. 볼펜으로는 수정할 수 없고, 연필처럼 선을 여러 번 그으면 화면이 쉽게 지저분해집니다.
볼펜으로 그리면 자연스럽게 '정답에 가까운 선은 어디지? 어떻게 그려야 비슷해질까?"라며 대상을 진지하게 관찰하게 됩니다.
진지한 자세가 관찰력 향상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 또한 빨리 그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수정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잉크로 뚜렷한 선을 그어서 형태를 빠르게 드러낼 수 있죠.
관찰한 것이 종이에 바로 반영되기 때문에, 이동 중에 여유 시간이 딱 5분뿐이더라도 간단한 스케치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없는 사람에게 딱 맞는 연습법이라고 할 수 있죠.
- 알기 쉽게 비유하자면, 평소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보지 않던 사람들이 '애니메이션 그림은 일단 눈이 큰 걸 말하는 거지?', '그림체에 차이가 있는 거야?'라며 세세하게 구별하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이것이 인식의 해상도가 낮은 상태입니다.
- 인식의 해상도가 낮으면 분명히 다른 것도 차이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다 똑같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아직 사람들에게 그림을 평가받지 못하면 이런 상태가 되죠. 즉 그림에 대한 인식의 해상도가 낮아서 그림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지 못합니다.
'그 정도는 판단할 수 있어!'라고 생각했다면 가슴에 손을 얹고 되짚어보기 바랍니다. 1년 전에 자신만만하게 그리고 모두 앞에서 발표한 일러스트를 지금 다시 보고 '우와! 형편없는 그림이네!'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나요?
그리고 분명 1년 뒤의 여러분은 지금 그리고 있는 일러스트를 보고 같은 생각을 할겁니다. '뭐야, 이 그림 부끄러워 죽겠네!'라는 식으로요.
-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요?
시간이 지나면서 인식의 해상도가 점점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눈이 높아졌다'고도 할 수 있죠.
- 그래도 '뭐가 그렇게 다르지? 분명 어떤 차이가 있을 텐데.. 혹시 눈일까, 어쩌면 머리카락일까? 어디야, 도대체 어디냐고?'라며 더욱 꼼꼼하게 비교하면서 조금씩 파고들어 보세요. 그럼 억지로 구멍을 넓히듯 인식의 해상도가 계속 올라가게 됩니다.
이를 통해 '아! 여기가 완전히 다르네! 왜 지금까지 몰랐지?' 하고 중요한 점을 알아차리게 될 거예요.
- 한 작가 말고 많은 작가의 그림을 넓고 얕게 훑으면 이런 경험을 하기 어렵습니다. 이것이 3개월 실력 성장법에서 한 작가의 그림만 보는 걸 추천하는 이유입니다.
- 해상도를 올리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인식의 해상도가 오르면 일시적으로 슬럼프에 빠집니다.
눈만 높아지고 실력은 따라가지 못하는 상태이니, 어쩌면 당연하죠. 이 상태에서는 연습을 통해 실력을 따라잡아서 슬럼프에서 탈출해야 합니다.
- 3개월 실력 성장법은 억지로 슬럼프에 빠지게 하고 이를 해소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시련의 연속입니다. 이 연습법을 1회라도 실천해 봤다면 알겠지만 연습 중에는 계속 그림이 이상한 것 같아서 무척 괴롭죠.
- 실제로 연습을 이어 가다가 '한 작가 말고 여러 작가를 참고하고 싶다'고 생각한 사람이 많았을 겁니다.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한 작가를 그 정도로 깊게 파헤치는 건 위화감투성이기 때문이죠.
- 이 연습법을 3개월 동안 이어 가려면, 입에 담고 싶지 않은 말이지만 '근성'이 필요합니다. 달리 방법이 없어요.
그러나 근성이라고 단정 짓기도 좀 애매해서, 슬럼프 해소 방법은 115쪽에 소개한 영상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자신에게 맞는 연습을 하자.
3개월 실력 성장법은 실력을 서둘러 늘려야 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하드코어 연습법입니다. 당연히 초보자용이 아니죠.
만약 '이런 연습법은 힘들어! 더 쉽고 즐거운 방법은 없나요?'라는 생각이 든다면 115쪽의 아래 영상을 참고해 보세요. 6장에서도 다양한 연습법을 소개하겠습니다.
- '매일 피곤하고 시간이 부족하다', '힘든 연습은 무리다'라는 생각이 들 때도, 해야 할 일을 꽉 붙들고 끈질기게 노력하면 반드시 실력이 좋아집니다.
나만의 속도로 진행해 보세요.
- 사연을 보낸 사람은 3개월 실력 성장법을 하다가 '역시 내 그림이 유일무이하다'며 원래 그림체로 돌아가거나 방향을 잃어버린 것 같네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 3개월 실력 성장법뿐 아니라 그리기 연습을 하면서 지금 잘하고 있는지, 무얼 목표로 했는지 고민하는 사람이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럴 때 저는 길과 목적을 잃지 않도록 수파리(守破離)를 지침으로 삼았습니다.
수파리는 일본 무도와 예술 계통의 수행 자세를 설파한 이론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 수파리는 다음과 같이 3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스승을 철저하게 따라 하는 시기(지키는 '수' 시기)
2. 다른 스타일도 공부하는 시기(부수는 '파' 시기
3. 독자적으로 공부해 보는 시기(떠나는 '리' 시기)
뭔가 익히려고 하지만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을 때, 또는 실력을 키우려고 하지만 잘 되지 않을 때 수파리를 단계별로 이해하면 효과적입니다.
- 목적은 '하나'의 제스처를 그리는 것.
이렇게 포즈를 그려 보면 다른 포즈들도 연습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어요.
물론 다양한 포즈를 닥치는 대로 연습해도 포즈 표현력을 충분히 키울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엔 목적이 다릅니다.
이 연습의 목적은 하나의 동작을 연습해서 팔과 다리의 기울기, 몸통의 기울기를 어떻게 바꿔야 인상이 달라지는지 인체를 통해 이해하는 것입니다.
마치며.
마지막으로 이 책에 나온 실력 성장법에 도전한 여러분을 칭찬하고 싶네요. 보통 사람은 지기 싫어 하지만, 여러분은 '그림 실력을 키우기 위해 지는 것도 무릅쓰는 용기'를 보여 주었습니다.
RPG게임을 플레이할 때 보스전에서 지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아마도 많은 사람은 '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으로 레벨부터 충분히 올려서 '지지 않는 싸움'을 선택할 겁니다.
하지만 쟁쟁한 상대를 밀어내고 자신이 활약할 미래를 그리려면, 그런 느린 전투로는 여러분이 원하는 목표를 짧은 시간에 이뤄 낼 수 없어요.
여러분은 이걸 직감적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일부러 지금은 져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패배의 경험에서 승리에 필요한 것을 모두 흡수하겠다고 결심했겠죠.
그런 용기 있는 결단을 내린 여러분에게 찬사를 보냅니다. 무척 힘든 결정이었겠지만 여러분이 선택한 길은 분명 틀리지 않을 겁니다.
이 책에 나온 실력 성장법을 실천하다 보면 괴로울 때도 있고, 마음이 아플 때도 적지 않겠죠. 하지만 실력 성장법을 끝낸다면 그런 비장한 감정은 전혀 들지 않을 겁니다.
실력 성장법을 끝까지 해낸 여러분의 손에는 보통 방법으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노력의 결정체가 쥐어져 있을 테니까요.
바로 숨이 멎을 듯한 그림 실력과 생각을 구현하는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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