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요시모토 바나나 / 타이라 아이린 / 김난주
출판 : 판미동
출간 : 2021.03.24
일상이 어느 정도 정돈되고 나서.
야행성 삶과 주행성 삶 중 어느 쪽을 선택할지 고민했다.
지금껏 대부분의 시간을 야행성으로 살아왔지만, 주거 환경을 크게 바꿨으니 삶의 패턴도 함께 바꿔보는 게 맞지 않을까 싶어서.
이후 흘러가는 대로 지내다 보니 다시 자연스럽게 밤에 깨어있게 되었다.
때때로 햇살을 쬐고 싶은 날이면 수면 시간을 조정해 일정을 만들기도 하고, 주기적인 외출 일정을 잡아보기도 했지만.
적어도 이번 겨울만큼은 거의 완전히 낮밤을 바꿔 지내볼까 싶다.
일종의 '경야'나 '백야'인 셈인데.
차가운 밤 동안 지난 경험과 기억들을 가만히 살펴보고 싶기도 하고.
칩거와 응축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기도 해서다.
겨울의 낮은, 어차피 조금쯤 흐리고 차갑고 짧으니까.
그렇게 결정하고 나자 <우리 함께 호오포노포노>가 읽혔다.
개인적으로는 의미를 두고 읽었는데, 정화가 반드시 '행복'이나 '멋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부분이 가장 와닿았다.
물론 처음 시작은 '지금보다 나은', '지금보다 편안한', '지금보다 잘 풀리는' 상태를 원해서 시작해도 좋다. 힘을 빼도 되는,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더 큰' 무언가에 저항하지 않는 느낌을 느끼는 건 멋진 경험이다.
하지만 그 과정 중에서 알게 되는 것들이, 마주하게 되는 것들이 반드시 '상상했던' 그대로는 아닐 것이다. 그렇게 유쾌하지 못한 것일 때도 있고, 이전이 더 낫지 않았나 싶은 것일 때도 있을 것이다.
그게 '나'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어쩌면 가장 큰 용기와 힘이 필요한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조금 더 즐겁게, 조금 더 두근거리게,
그리고 결국은 평온하게.
좋은 겨울이다.
요시모토 바나나
Banana Yoshimoto
1964년 도쿄에서 태어났고, 니혼대학 예술학부 문예학과를 졸업했다. 1987년 데뷔한 이래 '가이엔 신인 문학상', '이즈미 교카상', '야마모토 슈고로상', '카프리상' 등의 여러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일본 현대 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 꼽히고 있다. 특히 1988년에 출간된 <키친>은 지금까지 200만 부가 넘게 판매되었으며, 미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전 세계 30여개 국에서 번역되어 바나나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 주었다. 열대지방에서만 피는 붉은 바나나 꽃을 좋아하여 '바나나'라는 성별 불명, 국적 불명의 필명을 생각해 냈다고 하는 그는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에 수많은 열성적인 팬들을 두고 있다. 최근 작품으로는 <애처롭고, 그리고 행복한 타피오카의 꿈>, <후키아게 기담> 등이 있다.
타이라 아이린
Irene Taira
1983년 도쿄에서 태어났고, 메이지가쿠인대학 문학부를 졸업했다. 2007년 일본을 방문한 휴렌 박사를 만나 호오포노포노를 접하고, 생활의 모든 장면에서 실천하고 있다. 현재는 SITH 호오포노포노 아시아 사무국 홍보 담당으로 일본을 비롯해 아시아 각국의 강연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또 휴렌 박사와 KR여사에게 배운 자신의 체험을 공유하는 강연 활동도 하면서 삶을 보다 풍요롭고 가치 있게 변화시키는 호오포노포노의 힘을 널리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지은 책으로 <들어봐요 호오포노포노>, <호오포노포노 저니>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호오포노포노 라이프>, <예지의 물방울> 등이 있다.
서두에 실린 소설은, 10년 전 <Grazia>라는 잡지에 요시모토 바나나 씨가 기고한 단편입니다.
- 우니히피리, 내 안의 어린아이
- 오후면 내 방은 햇살이 넘친다. 활짝 열어 놓은 창문 밖 조그만 베란다는, 꽃을 떨군 재스민 이파리가 정글처럼 무성했다.
혼자 사는 작은 방이지만, 초여름에 이 창가에 앉아 화끈 달아오른 꽃과 이파리의 냄새를 맡다 보면, 그 풍요로움에 이대로 계속 지내도 괜찮다고 생각되곤 한다. 다른 사람과 같이 지내지 않아도 괜찮다고.
-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딘가 멀리에 살고 있을, 아직 만나지 못한 사람과 불쑥 마주쳐 인생이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 버리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다. 베란다의 화분을 돌보는 것도, 방 안을 청소하는 것도 다 잊고, 사랑만 생각하며 알몸으로 뒹굴어 보고 싶다고.
- 그리운 것은 사랑이 아니라 그때 호르몬의 상태이고, 원하는 것은 의외성뿐이다. 이미 그런 것들이 아니면 나를 움직이지 못할 듯하다.
- 유미코는 늘 '머리만 커서 생각이 많다'고 내게 핀잔을 준다. 현실적으로는 어딜 가나 귀찮은 일과 성가신 사람과 일상과 생활이 있을 뿐이라고. 더구나 연애를 하지 않는 건, 자기도 마찬가지라면서.
"그건 그렇지, 언제 어디서나 본인 하기 나름이잖아." 하고 나는 말한다. 게다가 이 나이가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멋진 일도 언제나 있고.
- 연애만 해왔던 나는, 이렇게 내 방 창가를 꾸미고 만족하는 기분도, 비싼 와인을 마시면서 거리를 바라볼 여유도 없었다. 사랑이라는 필터가 끼여 있을 뿐인 조잡한 세계를 세계라 여겼다.
- 내가 헤어지자고 했다. 딱히 그 사람이 싫어졌거나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생겼거나 아이를 원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튼 그냥 싫증이 났다. 나이는 서른이 넘었는데, 부모님은 살아 계시고, 본가는 도쿄이고, 일하는 틈틈이 아내가 있는 연인을 만나 같이 밥을 먹고, 가끔 그가 여기 와서 자고 가고, 그런 예상을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 생활의 엷은 안개 같은 것이 나와 나의 미래를 부옇게 뒤덮고 있는 상황에 싫증이 났다. 이대로 가면, 그 예상할 수 있는 안개가 나를 완전히 뒤덮고, 내게서 양분을 다 빼앗아 간 나머지, 의외성이 전혀 없는 인생이 펼쳐지더라도 빠져나오기가 힘들 것이란 느낌에, 손쉽게 할 수 있는 것부터 바꿔 보았다.
- 의외로 슬프지 않았다. 기분 전환 삼아 유미코를 만나러 나하에 가서 아이들과 놀고, 호텔 수영장에서 아무 생각 않고 수영을 했더니, 그런 사람은 없었던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후련해졌다. 간혹 지쳐서 집에 돌아올 때 '그 사람과 한잔할 수 있다면' 하고 생각하거나, 하네다와 도쿄 역에서 '여기도 둘이서 곧잘 걸었지' 하며 눈물이 약간 고이는 정도였다. 슬픔마저도 안개 속에 있어, 조금도 뾰족하거나 위험하지 않았다.
- "내 안에, 어떤 때에든 어린 여자아이가 함께 있대. 그래서 그 아이가 심심해하지 않게, 그 아이가 좋아하는 걸 갖고 다니는 거야."
"너,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지?"
내가 물었다.
- "이게 가장 지름길이야, 사실은."
"반짝거리는 장난감을 갖고 다니는 게?"
내가 물었다.
"심리학적으로도 옳다고 봐. 네가 항상 끼고 있는 그 도마뱀 반지도, 어쩌면 그 어린아이가 타고 다니는 건지도 모른다고."
유미코가 말했다.
"오호라. 그러니까 심층의식을 위로하라, 그런 말이니?"
- "그래, 그런 말이야. 우리가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그 여자아이는 우리 가슴 속에 있어. 그리고 언제나 무관심 속에 있어서, 외로워하지. 얼굴은 웃고 있어도 마음은 울고 있을 때, 좋아하지도 않는 남자와 잤을 때, 자기는 주위 사람들을 끔찍이 생각하는데, 정작 자기는 아무도 돌아봐 주지 않을 때, 그 아이는 조그맣게 위축되어 있어. 그래서 그 아이를 위해 항상, 그 아이가 좋아하는 걸 지니고 다니거나 고르기만 해도, 인생의 가능성이 거의 무한하다시피 확장돼. 정말이라니까, 주술 같은 거 아니야."
- "그럼. 그 아이는 쓸모없는 것일수록 더 좋아해. 다음에 의식적으로 해 봐."
유미코가 말했다.
"별생각 없이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기는 하지만."
- 이 잡지가 발매되었을 때, 나 또한 '호오포노포노'를 실천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우니히피리(잠재의식, 내면아이)가 들려주는 진심은 들리지 않는 척하고 있었어요. 그런 와중에 이 소설을 만났습니다. 주인공이 조금씩 우니히피리의 존재를 깨우쳐 가는 리얼한 과정이 내 마음에 아주 든든하고 사랑스럽게 다가왔습니다. 우니히피리는 언제나 나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걸 잊지 않으려고, 마치 수호신처럼 여기며 몇 번이나 다시 읽었지요.
- 요시모토 바나나 씨의 작품은 열 살 때 처음 읽었어요. 그 당시 혼자서 곧잘 다니던 동네 도서관에서, 무심결에 집어든 책이 <티티새>였습니다. 어렸지만, 생각과 현실 사이가 조화롭지 못해 답답했던 나는 등장인물들 마음의 움직임과 선택 하나하나에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 호오포노포노에서 말하는 것처럼, 과거의 기억을 정화(Cleaning)함으로써, 완벽한 타이밍으로 내게 정말 중요한 정보와 사람이 아무 마찰 없이 하나가 되어 가는, 그런 거대한 흐름 전체와 마주한 듯한 신비로운 감각을 느꼈습니다.
- 바나나 씨는 사람을 에고나 상식이 아닌 생명이 있는 존재로 대합니다. 또한, 알게 모르게 이 세상에 축적된 마음의 앙금과 거짓(호오포노포노에서는 이것을 '기억'이라고 표현합니다.)을 언제나 예리하지만 진실된 말로 깨우쳐 줍니다. 그것은 사랑이 깊기에 가능한 일이죠.
- "사랑 혹은 기억, 우리는 둘 가운데 하나만 선택할 수 있어요."
호오포노포노를 세상에 널리 알린 휴렌 박사도 늘 그렇게 말했습니다만, 바나나 씨와 함께 있으면, 내가 어느 쪽을 선택했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었어요. 그리고 어느 쪽을 선택하는지가 명확해지면 명확해질수록, '진정한 자신'으로 살기가 점점 쉬워지고, 나날의 생활이 자연스럽게, 그리고 자유롭게 변화해 갔습니다. 그러나 한편, 스스로를 속이거나 타인에게 좋게 보이려는 지금까지의 습관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진정한 자신'이 명확해지면서 더욱이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에서 나 자신을 무시하고 주변에 상처를 준 일과 다시금 마주하게 되는 기회도 주어졌지요. 그래서 고통스러워 도망치고 싶거나, 아예 다른 사람으로 태어나려고 애쓰다 고꾸라지고 넘어지는 일도 있었습니다.
- 타이라 : '우니히피리'가 지켜 주는 상태라서, 저절로 자기답게 차분하게 있을 수 있어요.
요시모토 : 상황이 아주 매끄럽게 잘 흘러가죠.
타이라 : 나날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도 중요하다고 생각돼요. 우니히피리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이 사람을 정말 좋아하니까, 친구니까, 가족이니까, 그런 이유로 '웬만하면 끝까지 이 장소에 있자'고 마음먹으면, 상황이 왠지 모르게 부자연스럽게 돌아가잖아요. 요시모토 씨도 그런 일이 있지 않나요?
요시모토 : 있죠. 자각이 아주 중요해요. 자각하고 있으면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농담해?' 하는 식으로 생각하면서 있을 수 있잖아요. 자기 기분을 소중하게 여기는 게 좋아요.
- 타이라 : 그런데 바나나 씨를 만나러 시모기타자와에 가면, 허둥대거나 괜히 흥분하는 일 없이 여유롭게 거리를 걸을 수 있어요. 그건 제가 좋아하는 바나나 씨가 생활하고, 정화하고, 매일의 삶을 영위하는 곳이어서 그렇겠죠.
요시모토 : 내가 잘 가는, 아는 곳에만 가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나의 시모기타자와'이기는 해요! 아이린 씨와 함께 지내는 타이베이도 같은 느낌이죠.
타이라 : 호오포노포노에서는 '땅에도 의지와 아이덴티티가 있다'고 해요. 땅은 모든 역사를 기억하고 있고, 그 장소에서 생긴 일, 어느 날 누군가가 거기서 느낀 감각까지 기억하고 있다고 말이에요.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온갖 사물과 공간에서도 정보와 감정을 받아들이고 있죠. 나도 모르게, 무수한 감정을 온갖 땅에 떨구기도 하고요. 그래서 처음 가는 장소에서는 나름의 정화를 하고 있어요. 그 장소를 아끼며 생활하는 사람과 같이 있으면 그 지역의 케어 테이커와 함께 걷는 셈이니까, 안심하게 되는 거죠. 숙련된 가이드와 트레킹을 하는 듯한 안도감과 설렘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연스러운 일이죠. 이와는 반대로 마음이 분주한데 정화하지 않은 채 불쑥 어떤 곳에 가거나 누군가를 만나면, 모르는 곳이 아닌데도 왠지 초조하고 쓸쓸한 기분이...
- 타이라 : 아무런 마음의 준비가 없는 상태에서, 또 처리되지 않은 기억을 마음속에 꾹꾹 담은 채 어딜 가면, 내가 아닌 누군가를 부자연스럽게 연기하는 듯한 불편함을 느끼곤 해요. 이 친구를 만날 때는 어떤 모습의 나여야 한다거나, 고정된 누군가로 있으려는 것처럼.
- 타이라 : 내 안의 어떤 기억이 친구를 그렇게 보이도록 하는지, 그렇게 보고 마는 나 자신을 늘 정화하고 있어요. 그 친구를 좋아하고, 도쿄 역시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라 당연히 좋아합니다. 그래서 왜 그렇게 느껴지는지 생각하게 되었어요. 도시에서도 어떻게 하면 내가 원래부터 소중하게 여기던 것을 보듬고 지키면서 생활할 수 있을까 하고요.
요시모토 : 정말 그래요. 다만, 인간은 자기가 아닌 사람을 변화시킬 수 없다는 원칙이 있잖아요. 당사자가 변하려 하지 않고는, 어떻게 해도 변하지 않으니까요. 기본적으로 도쿄라는 도시의 분주한 분위기에 휩쓸려, 그 사람 자신이 변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 타이라 : 호오포노포노는 '가령, 눈앞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문제의 진짜 원인은 그걸 보고 체험하는 자신의 내면에서 재생되는 기억'이라는 이해에서 출발하죠. 이 경우에는 '내 친구가 도시 생활 속에서 자신감을 잃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는 체험을 나 자신이 하고 있다는 입장에서 정화를 합니다.
- 타이라 : 호오포노포노에서 그 같은 '동경'은, 정화할 게 많다고 배워요. 동경이 '진정한 자기 모습'이라고 믿게 되면, 몹시 답답해지죠.
요시모토 : 클럽 같은 장소가 정말 맞는 사람은, 그냥 춤추며 즐기다 바로 돌아와요. 내가 아는 또 한 친구는, 수수하고 평범하게 생겼는데 옷은 늘 화려하게 입고, 음악과 클럽을 굉장히 좋아해서 혼자서도 가요. 게다가 꼭 춤을 추는 것은 아니고 플로어에서 막 뛰어요.(웃음) 그냥 몇 바퀴 뛰고는, 아무와도 얘기하지 않고 돌아온대요. 술도 마시지 않고 말이에요. 지금 오간 얘기 전체에 힌트가 있는 것 같네요.
- 호오포노포노에서는 무언가를 동경하는 것은, 기억의 재생이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동경을 느끼는 것은 절대 나쁜 일이 아니지만, 그 근저에 있는 원인을 정화함으로써, 자기에게 가장 적합한 장소와 목적 속으로 들어가기 쉬워진다. '~가 진짜 잘생겼네. 멋지다.'하고 느꼈을 때, 마음속으로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하고 말해 보는 식이다.
- 타이라 : 지금 생각해 보면 '좋아하지 않는데 좋아한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그 세계는 참 이상했어요. '모두가 이걸 좋아할 거야' 하는 분위기 속에 있으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죠. 그런 젊은이들이 많은 것 같아요. 지금도, 저보다 어린 사람들과 얘기하다 보면, 자기 주위에 화려한 클럽 등의 이벤트 요소가 없으면 초조해한다는 걸 느끼곤 해요. 실제로 클럽에 가지 않아도, SNS 등을 통해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어서 더욱 초조해하는지도 모르겠군요.
요시모토 : 클럽 같은 화려한 장르가 아니더라도, 자연주의파는 자연주의파대로 '이런 옷은 입지 않는다', '이런 브랜드가 좋다' 하는 등, 각각의 세계에 어떤 규칙이 있는 듯해요. 그런 식으로 일본에서는 뭘 하는데 여러 가지 제약이 많은지도 모르겠어요.
타이라 : 자연주의파 속에 있으면 있는 대로, 원만하게 적응하지 못해서 갈등하거나, 무리에 섞이지 못하는 자신에게 상처를 입기도 하고.
- 요시모토 : 그 축을 중심으로 보고 생각하곤 해요. 그런 축이 모든 사람들에게 있다면, 누구든 어떤 장소에서도 즐길 수 있을 거예요.
타이라 : 바나나 씨가 말하는 '축'이, 앞에서 말한 '청사진'과 같은 개념이 아닐까 싶네요. 청사진은 각각 치밀하게, 사람마다 다르게 디자인되어 있다고 해요. 호오포노포노에서는 정화를 통해 '진정한 자신'을 만날 수 있다고 하는데요. 그리고, 그 진정한 나를 사는 길에 '청사진'이 있다고요. 바나나 씨는 그 '청사진'을 따르고 있어서, 어느 나라에서 만나든, 또 어떤 상황에서든 바나나 씨의 페이스가 자연스럽게 나타나나 봐요. 그런데도 늘 신선해요.
- [어떤 삶의 양식을 선택할 것인가?]
타이라 : 막 결혼해서, 결혼을 통해 새로 만난 사람들과 가치관이나 생활양식이 달라 고민할 때, 바나나 씨가, "'당신은 그렇군요, 그런데 나는 이래요.'라고 생각하는 게 좋다"며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셨어요. '당신은 그렇군요' 다음에 '하지만 나는 이러저러하다'고 피차의 다름을 인정한다는 뜻이겠죠. 상대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내가 이런저런 해석과 판단을 가하고 있다면, 호오포노포노에서는 아무튼 정화해 볼 것을 반복적으로 권하고 있어요. '자신이 자유롭기 위해, 상대가 그냥 상대라는 것, 그걸 그저 인정한다. 나무는 나무로서 그 생명을 살고, 나는 나를 산다' 그렇게 하지 못한 여파가 이런 현실적인 문제로 나타났다는 걸, 바나나 씨 덕분에 떠올리게 되었어요.
- 요시모토 : '카르마', '원인과 결과' 등 여러 가지로 표현할 수 있지만, 역시 그런 게 있어요.
타이라 : 나도 모르게 스스로에게 강요한 상식과 생각의 버릇이 얼마나 일상에서 자유를 빼앗는지, 나와 타자의 관계성을 의식적으로 보다 보면 정말 아연해져요.
- 타이라 : 무드는 즐기되 절대 빠져서는 안 된다는 걸 느낀 사건이었어요. 그런데 바나나 씨가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인 부분을 굳이 바꾸려 하지 않는 것은, 동시에 '우니히피리를 돌보는 것'이 되지 않을까요?
요시모토 : 바꿔 말하면 그렇죠. 그리고 '자기를 믿을 것'. 아무튼 자기를 믿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해요. 호오포노포노적으로 말하면, "우니히피리와의 관계가 원만하면, 자신감은 흔들림 없이 거기에 있다."는 말이 되겠죠. 자기에 대한 믿음만 확고하면, 어떤 일이 생겨도 -가령 현실적으로 엄청난 것을 보거나, 심하게 충격적인 사건을 당하거나, 아주 극단적으로 말해서 강간을 당하거나, 가족이 이상한 형태로 죽는다는 등- '받아들이기 어려운 임팩트'에 관해서, 우니히피리와 관계가 양호하고 거기에서 오는 자신감이 있다면 치유될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누구나 시간은 걸리겠지만요.
- '내면아이'에게 말을 걸거나, 얘기를 들어주는 것, 몸을 아끼고, 정화하는 것 자체도 우니히피리를 돌보는 것이 될 수 있다.
- 타이라 : 그 존재감이 있으면 아무리 먼 길을 돌아가더라도 프로가 될 수 있거나, 프로가 되는 길이 열리겠죠. 아무리 아름다운 사람도, 그 존재감이 없으면 연예계 같은 환경은 정말 녹록치 않다고 생각해요. 잠시 그 세계에 있으면서, 뼈에 사무치게 깨달았어요. 그걸 알아가는 과정이 그야말로 '다르다', '힘들다'의 연속이었어요. 그러다 끝내는 '싫다'는 심정이 강해지는 이상으로, 사람들이 그 세계에 몸담고 있는 나를 고정된 시선으로 보는 게 심해져서, 도무지 옴짝달싹할 수 없었어요. '나는 어떻게 느끼고 있나?', '나는 뭘 하고 싶나?' 하는 우니히피리와의 대화가 빠진 채,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봐줄까?' 하는 걸 증명하는 데만 시간을 소비했어요. 그러다 억지로 찾은 목표가 '미스터리 헌터'였다고 생각해요. 멋진 일인데, 내가 억지로 찾았다고 하기가 외람되지만.
요시모토 : 연예계 중에서도 그나마 견뎌 낼 수 있는 장르 같은 느낌인데요.
- 요시모토 : 그 아이는 맞았던 거군요.
타이라 : 얼마나 즐거워하고 발랄하던지. 그 모습을 보면서, 역시 청사진은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단순히 '적성에 맞다, 안 맞다'의 얘기 같지만, 사람은 자기에게 맞는 장소에서 맞는 일을 하면서 스트레스가 없는 상태일 때, 아무런 거부감도 억지도 없는 마법의 시간을 만끽할 수 있나 봐요. 주위 사람들도 행복하고.
요시모토 : 맞아요. 카르마가 생성되지 않으니까요.
- 타이라 : 어떤 상황에서든 즐기는 여유를 갖는다는 게 정말 중요하네요.
요시모토 : 뜻에 맞지 않는 직장이나 가정에 있어도, '즐거움'을 센서로 삼으면 흐름 속에서 어떻게든 되어 가요. 자신이 있는 장소가 언뜻 나쁘게 보여도 말이죠. 우선 자기가 평화롭고, '작지만 즐거운 일'을 매 순간 선택하면, 반드시 세상사는 제자리를 찾고, 없어질 것은 없어지죠.
- ['틀'이 최대의 적]
타이라 : 언젠가 바나나 씨와 한 젊은 여성이 얘기하는 자리에 함께한 적이 있어요. 그녀가 바나나 씨에게 "지금 일하는 직장에서의 나는 진정한 내가 아니다. 나는 돈을 모으면 그 직장을 그만두고 보석 디자인을 할 것"이라고 말했어요. 저는 바나나 씨가 그 말에 동의하면서 힘을 실어 주는 방향으로 흘러갈 줄 알았는데, "지금 ○○씨가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는 건, 하지 않기 때문이고 뭔가 부족한 게 있기 때문"이라고 하더라고요.
요시모토 : 얼굴 표정을 보면 알 수 있잖아요. 그리고 정말 보석 디자인을 하고 싶은 사람은 이미 하고 있는 걸요. 가령 마음에 맞지 않는 직장을 다니더라도, 집에 돌아와 하고 싶은 보석 디자인을 그리고 있겠죠. 저도 그래요. 2주일 정도 휴가를 보내고 나면, '좀 쓰고 싶네' 하는 생각이 들고, 그러면 나도 모르게 벌써 쓰고 있으니까요. 바꿔 말해서, 다들 입으로는 '이러고 싶다, 저러고 싶다' 말하지만, '과연 하고 있나?' 하고 늘 생각하는 거죠.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서 이미 몰입해 있는 상태가 '하는' 것이지, 그다지 몰입하지도 않았으면서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 하는 말은 있을 수 없지 않을까 싶어요.
- 타이라 : 바나나 씨는 이어서 또 이런 말도 했어요."사실 나는 이렇다. 그러니까 '이건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지만, 어쩔 수 없이 지금 이 장소에 있는 것'이라는 상태에서 살면, 인생의 모든 장면에서 겉으로 드러난다. 그걸 주위에 보이고 있다는 것이 ○○씨의 인생을 아주 부자유스럽게 하고 있다."고요. 그 말을 듣고, 저도 충격을 받았어요. 정말 옳은 말이잖아요. 실패가 두려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황도 그렇죠.
요시모토 : 실패는 해도 상관없는 거잖아요. 젊든 젊지 않든. '아, 해 보니까 내게 맞지 않네' 하는 상황은 후련하잖아요. 그런 실패가 쌓여 가는 것도 인생의 참맛이랄 수 있으니까.
- 타이라 : 그때도 바나나 씨가 이렇게 말했어요. "열심히 하다가 실패를 하게 되면 하는 거다. 그런데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사실은 이랬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을 품고 회사에서 죽은 듯이 일하는 것보다, '나는 앞으로 이런 일을 하고 싶은데, 지금은 돈을 모으기 위해서 일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나는 나를 표현할 테니, 괜찮으면 여러분도 즐겁게 봐주세요' 하는 정도의 열린 마음을 갖고, 빈 시간은 철저하게 자기를 위해 사용하는 것도 자기를 표현하는 방법의 하나."라고요.
요시모토 : 회사에 있는 시간이 아깝고, 회사나 같이 일하는 팀에게 실례가 되잖아요.
- 타이라 : 지금 놓인 상황에 불만이 있을 때도, 정화하는 자세를 환기하면 자기의 감정이나 삶의 형태를 다시금 조절할 수 있겠죠.
요시모토 : 그럴 때마다 우주를 향해서 자기를 정확하게 표현하면, 그런 쪽으로 가지 않게 돼요. 반대로 정확하게 똑바로 표현하지 않으면, 언제나 위화감이 있는 장소에 가게 되죠. 그건 법칙이에요. 어쩔 수 없이 '틀'이라고 표현하게 되는데, 그 사람이 꿈을 이루고 싶거나 어떻게 되고 싶다고 바랄 때, 무의식적으로 단정하는 그 사람의 경제상황과 용모 등의 틀이 최대의 적이죠. 자기 계발의 세계에서도 이런 말을 흔히 하는데, 가령 '내일 파리에 갈 수 있다면...' 하고 바라는 사람 중에, 실제로 비행기 표를 사는 경우는 많지 않아요. '내 일은 일을 해야 하니까', '다음 주에 제사가 있으니까' 등의 다양한 이유를 들어 표를 사지 않죠. 돈이 한 푼도 없으면 빌려서라도 싼 표를 구해서 갈 수 있어요. 불가능하지 않은데, 결국은 가지 않죠. 그러니 이루어질 수 없는 거예요. 그건 스스로 틀을 정하기 때문이죠. '나는 뜬금없이 비행기를 타지 않는다', '계획도 세우지 않고 외국에 갈 수 없다', '어머니도 그러지 않았다, 할머니도 그러지 않았다' 등등. 각자 틀이 있고, 그 틀과 비슷한 틀을 가진 사람이 주위에 있기 때문에 그 틀은 깨지지 않아요. 하지만, 사실은 간단히 깰 수 있어요. 가령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다면? 아니면 싹 밀어 버린다면? 그러면 주위의 보는 눈도 달라지고 자기도 달라지죠. 그 정도로 간단한 일이에요. 그 축적이, 꿈을 이루는 길로 이어집니다. 시도하고 도전할 때마다 뭔가가 움직여서 자기 자신에게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는 거잖아요?
타이라 : 그런 것이야말로 자기 자신에게 다가가기 위한 과정이죠.
- 요시모토 : 아마 그는 그림을 많이 접하는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동경을 품었지만, 자신의 삶과 다른 방향을 지향했던 게 아닐까요? 자신의 속마음을 속이고 잘못 선택했기 때문에 잘못된 일이 몇 번이나 생기는, 그런 세계로 들어가고 말았고, 또 그런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나 같으면 당장 글을 쓰기 시작했을 거예요. 그래서 정말 의문인 거죠. 인생은 짧잖아요. 그러니까 사는 곳보다, 집안 문제보다, 소설을 우선하고 싶어요. 나는 건강 검진에서 소소한 이상이 발견되었을 뿐인데도, '아, 그 작품을 써야 하니까, 좀 서둘러야겠네' 하는 식으로 그 시점에 바로 계획이 떠오를 정도니까. '5년 후에 쓰려고 했는데, 지금 써야겠다. 그렇다면 뭘 어떻게 해야 하지?' 하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떠오른다는 것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뜻이겠죠. 새삼스레 납득이 갔어요.
타이라 : 그렇게까지 하지 못하는 것은, 그저 동경에 불과하기 때문이겠군요.
요시모토 : 그래서 동경이 위험한 거죠. 답은 현실 속에 있거든요. 예컨대 '그렇게 되고 싶다', '동경한다',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주위 사람들의 말을 들어 보면, 대개는 자신의 본질을 직시한 리얼한 판단이 아닌 듯한 느낌이 들어요.
- 타이라 : 휴렌 박사도 늘 "오늘 이 순간 '진정한 나'로 사는 것이 얼마나 귀중한 일인지, 그걸 깨달아야 한다"고 말씀하세요. '지금'을 정화하면서 살면, 과거와 미래에 둔 기억도 정화된다. 그러니 '지금'으로 돌아와 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요. '오늘의 나를 사는 것'이 내달, 그리고 내년과 10년 후로 이어지잖아요. 그러니까 '틀'에 얽매이지 않고, 지금의 나를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걸...
요시모토 : 날마다, 그런 생각이 절실해져요. 좋은 것은 좋은 것이고, 싫은 것은 싫은 거니까, 그런 선택으로 미래가 결정되잖아요. 우주 마사지의 프리미치부 씨가 "설정만 전환하면 바꾸는 것은 간단하다"고 말하는데요.
- 요시모토 : 그러니까 굳이 애를 쓰면서까지 바꿀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특수한 가정은 약점이기도 하지만 강점이기도 하잖아요.
타이라 : 사소한 버릇에서 식사 예절, 집을 선택하는 안목까지, 정말 가족의 영향은 참 커요.
요시모토 : 그렇죠. 그리고 마음속 깊이 잠재된 영향이다 보니 거의 '주술'에 가깝다고 할 정도인데.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말이에요. 좀 더 중립적으로 말하면, '암시'. 헤어나고 싶어도 헤어날 수 없는 것이지만, 그게 바로 틀이라는 점도 인식하는 편이 좋겠죠.
- 요시모토 : 극단적인 가족이라, 그런 환경에서 성장하면 비뚤어질 가능성도 많잖아요. 불량학생이 되든지 나돌아 다니면서 놀기만 하든지. 그런데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부모가 저러니 자식도 저 모양'이라고 하는 어른도 많은데, 부모를 원망하지도 않고.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냥 있는 그대로의 그 사람이에요. 지금도 여전히 그대로. 존경합니다.
타이라 : '자기'를 정확하게 보는 것이 열쇠네요.
요시모토 : 역시 자기를 알고, 어떻게 하면 자신이 괜찮을 수 있는지를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말이겠죠.
- 타이라 : 호오포노포노에서는, 무슨 문제가 생겼을 때 제일 처음 우니히피리에게 질문하는 말이 있어요. "문제가 어디에 있는 거지?"라고 묻는 거죠. 문제의 진짜 원인이 어디 있는지 알아보는 거예요. 밖에서 일어난 일도 자기의 잠재의식이 축적해 온 기억이라고, 그래서 몇 번이든 되돌아보면서 정화하고 있어요.
- 하와이의 인간문화재이며 SITH 호오포노포노의 창시자인 모르나 여사는 "밖에는 없다. 당신의 내면을 청소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남겼다.
- 요시모토 : 그러나 오리지널이고 싶은 사람에게는 매우 필요한 부분이에요. 다만, 브랜드 역시 늘 변화하고 혁신을 꾀하니까, 의미는 있다고 생각해요. 손쉽게 상품화하려 한다면, 분명하게 보여 주지 않으면 안 되니까. 하지만 그런 것과는 별개로, 자기 자신이라는 오리지널은 있을 수밖에 없잖아요. 그렇지 않으면 예술은 태어나지 않으니까요. 가령 나라 요시토모 씨를 동경하는 마음에 큰 아틀리에에서 커다란 그림을 그리고, 바닥에 물감을 잔뜩 흩뿌려 본들, 나라 씨의 그림은 그릴 수 없잖아요. 마찬가지로 '그 사람의 스타일'은 매우 중요해요. '이건 다른 사람들은 불편하게 느끼겠지만 나는 좋다' 혹은 '나는 좋지만 다른 사람들은 싫어하겠지' 하는, '자신이 뭘 좋아하고 뭘 할 수 있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요시모토 : 이런 상태로 계속 가다가는 내가 쓰러지겠다 싶었어요. 아이가 성장해서 다시 야행성으로 돌아갔거든요. 아침까지 일하고 잠들면 오후가 되어야 눈을 뜨는데, 게다가 일상생활까지 하다 보면 저녁 6시가 지나 버려요. 그 리듬으로 다시 돌아가니, 사무실이 있으면 경영에 성실하게 관여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절실했어요.
타이라 : 변화를 놓치지 않고, 그 변화와 조화를 꾀한 거군요.
요시모토 : 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는 야행성으로 살 수 없으니까, 내게 맞지 않는 생활 패턴이라도 이 기간 동안은 어쩔 수 없다 여기며 지냈어요. 그래서 원래 하고 싶었던 일이 2~3년 지연되기는 했지만.
- 타이라 : 앞으로 일을 줄인다는 것과, 야행성 생활로 돌아가는 것은 같은 의미인 거죠?
요시모토 : 네, 그래요. 어딘가에 속해 일하는 사람들은 낮에 움직이죠. 그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갈 쯤에 '자, 이제 일을 시작해 볼까요?' 하고 내가 제안할 수는 없으니, 그런 시차와 무관한 일밖에 할 수 없겠죠.
타이라 : 저도 그런 냉철한 판단력을 갖고 싶군요. 저는 경험도 풍부하지 않으면서, 지금 이렇게 하는 게 최선책이라고 생각하게 돼요.
요시모토 : 바꾸는 게 더 힘드니까요. 하지만 바꿔야 할 때는 꼭 바꿔야 해요. 그리고 또, 흐름이 자기에게 요구하는 걸 정확하게 봐야겠지요.
- 타이라 : 흐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세요.
요시모토 : 흐름이란 기본적으로, 지금의 나로 말하면 야행성 생활로 돌아갔기 때문에 '밤에 일하고 싶다'는 것, '저녁 6시 이후에 원고를 보내도 상관없는 상황을 만들고 싶다'는 것. 그런 거예요. 쓰는 일을 밤에 하고 싶다는 말은, 밤에는 사람과 만나지 않는 생활을 하고 싶다는 거죠. 흐름이 요구하는 것을 직시하면, 밤에 대담을 하고 술을 마시러 가는 생활로는 돌아갈 수 없고, 밤에 친구를 만나 수다 ...
- [삶이 어려운 이유 / 우주의 법칙]
타이라 : 이 책의 주제는 '진정한, 참된 자신을 살면 자신에게 최선인 인생이 실현된다'는 것인데요. '진정한 자신이 싫다'거나 '참된 자신을 사는 일에 불안을 느낀다' 하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려요.
요시모토 : '진정한, 참된 자신'.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참된 자신과 만나고픈 마음이 별로 없는지도 몰라요. (웃음)
타이라 : 며칠 전에 바나나 씨에게 받은 메일에 '마음의 눈으로 본다는 것은 가혹한 일이다' 하는 메시지가 있었는데, 참된 자신과 만나고픈 마음이 별로 없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마음의 눈으로 보고 있지 않다는 뜻일까요? 만약 그렇다면, 참된 자신을 산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겠어요.
요시모토 : 아주 힘든 일이죠.
타이라 : 호오포노포노에서는 대개의 경우, 자신이 '참된 자신'이라는 강한 믿음이야말로 '기억이 보여 주는 것'이라고 해요. 반면 호오포노포노에서 말하는 '참된 자신'은, 정화를 통해 기억에서 해방된 상태에서 나타나는, 있는 그대로의 벌거벗은 자신이며 의식도 하기 전에 표현되는 부분이라고 하죠. 따라서 전자의 참된 자신은 '이상으로 꿈꾸는 자신', 그저 '기억'이 보여주는, 진실과는 먼 곳에 있는 자신이라는 거죠.
요시모토 : 지금의 자기와 동떨어진 존재라고 믿고 있는, '공상 속의 참된 자신'인 거죠.
타이라 : 맞아요. 그리고 의식된 단계에서 전부 정화해 떨어 버림으로써 본래의 자신으로 점차 돌아가는, 또는 돌아가지 않을 수 없는 일이 주위에서 생긴다는 걸 실감하고 있어요.
요시모토 : 어려운 길이죠. 휴렌 박사도 말씀하셨어요. "어려운 길이지만, 하지 않는 것보다는 하는 편이 좋다. 쉽지 않은 길이고, 난관도 있지만 계속 해야 한다"하고요.
- 요시모토 : 인간은 왜 태어났을까요? 결국 진정한 자신을 찾기 위해 태어난 거잖아요. 그 어려운 길을 걸으려는 사람들만 이 책을 읽으리라는 전제하에, (웃음) 어려워도 마주할 수밖에 없는 일도 있어요.
- 요시모토 : 얼마 전에 영감 형사에 관한 책을 읽었는데요.
타이라 : 영감 형사?
요시모토 : 네, 형사인데, 들리지 않아야 할 목소리가 들리는 사람이에요.
타이라 :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인가요?
요시모토 : 네. 평범한 형사였기 때문에 자기 머리가 이상해졌다고 여기곤 자살을 염두에 두기도 하고, 일을 그만두려고 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로 고통이 컸는데, 돌아가신 부모님의 "너의 부모로 살 때는 인간이었지만, 지금은 신이 되었다. 너의 그 능력은 일에 도움이 될 테니, 앞으로는 세상을 위해 진력하거라" 하는 말을 들었다고 해요. 그 외에도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서 방화나 살인 등 중범죄 현장에 가면, 죽은 사람이 '나는 이렇게 죽었다' '남편이 아니다, 사실은 내가 저지른 짓이다' 하고 목소리가 가르쳐 주었대요. 정말 힘든 일인데, 자신의 그 능력이 큰 도움이 되어 다행이라고 쓰여 있었어요.
- <영감 형사의 고백 - 모든 것은 저 세상이 가르쳐 주었다> (아베 가즈오 지음). 저자는 전 미야기현경 경시정(대형 경찰서의 서장급)이다. 영계의 목소리를 듣고 수사를 해결하며, 충격과 고뇌로 보낸 4년 간의 고백을 담은 책.
- 요시모토 : 전직이 형사다 보니까, 살인이나 방화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쓰여 있었지만.(웃음) 지구 전체가 에너지 제조 공장이며, 인간은 우주를 유지하는 양질의 에너지를 최대한 많이 만들기 위한 하나의 도구라고 하네요.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주 오래전부터 카를로스 카스타네다의 돈 후앙 시리즈를 공부하고 있는데, 사실 돈 후앙도 똑같은 말을 했어요. 이 세계를 만드는 것은 거대한 이글(독수리)이며, 그 이글은 우리가 열심히 살다가 죽어 좋은 혼이 되면 그걸 먹으러 온다는데, 그건 고대 아즈텍의 전승이기도 해요. 영감 형사가 한 말과 아주 똑같죠.
- [작은 거짓과 심술을 제거한다]
요시모토 : 굉장히 좋아하는 책이 있는데, 풀포드 박사가 쓴 <생명의 빛 - 풀포드 박사가 말하는 자연치유력>이라는 책이에요. 풀포드 박사는 오스테오파시(osteopathy)의 창시자에게 사사한 사람으로, 우리 남편이 하고 있는 롤핑처럼, 몸을 만져 보면 그 몸에서 지금 무슨 일이 생기고 있는지 알 정도로 손끝의 감각을 섬세하게 훈련해야 하는 오스테오파시의 명의인데, 이미 돌아가셨지만 아흔 살까지 사셨어요. 오스테오파시는 머리카락 한 오라기 위에 종이를 여러 장 겹쳐 놓고, 머리카락이 어디 있는지 느낄 수 있을 때까지 훈련을 하고서야 비로소 가능하다고 해요. 그 책에서 인상에 남은 얘기가 있는데, 가게에 가면 계산대 사람이 값을 속인대요. '이 사람 꼬부랑 할배니까, 1달러쯤 모르겠지' 하는 식으로요. 그런데 당한 쪽에는 영향이 없어도 행위를 한 쪽에는 작은 상처가 남아서, 그 상처가 언젠가는 다른 무엇이 되어, 조금 전의 카르마 얘기 같지만, 반드시 나타나니까, 그런 짓은 하는 게 아니라고요. 그 말에 수긍이 갔던 기억이 있어요.
타이라 : 범죄는 아니라도,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타인에게 사소한 거짓말을 했거나, 의도적으로 상처를 주려 했던 나쁜 짓은, 자기 안에서 정말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는 법이죠.
요시모토 : 그래요. 지워지지 않고, 반드시 다른 형태로 나타나요. 인생이란 엄밀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돼요.
- 타이라 : 제 경우에는, 가령 어떤 중요한 결단을 내려야 할 때면 그런 게 나타나서, 나다움이나 자연스러운 흐름을 막아 버리는 것 같아요.
요시모토 : 충분히 그럴 수 있겠죠.
타이라 : 그 몇 가지 작은 거짓말과 심술이 남아 있어서, 나 자신을 신뢰할 수 없어요.
요시모토 : 충분히 이해가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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