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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바구스, 안드레아스 마르크바르트] 왜 그들만 부자가 되는가 - 부의 격차를 좁히는 진짜 돈의 모습

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1

by 일루젼 2025. 12. 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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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필립 바구스 / 안드레아스 마르크바르트 / 배진아
출판 : 북모먼트
출간 : 2025.01.08


        

미시경제, 거시경제, 실물경제 ... 

 

'수입을 통해 일상을 영위하며 적절한 지출을 하고, 잉여 자산을 축적해 더 나은 삶의 질을 추구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경제'라는 단어에서 이 정도의 개념을 떠올릴 것이다. 각기 다른 점이 있다면 '수입'을 어떻게 얻으며 '자산을 축적'을 위해서는 어떤 선택을 했는가 정도가 아닐까.

 

그러나 <왜 그들만 부자가 되는가>는 이런 생각들의 기본이 되는 지점을 파고든다.

금본위제 때도 문제는 있었지만, 화폐가 금에서 유리된 지금은 '화폐' 자체가 신기루와도 같아졌다고. 꾸준히 증가하는 '숫자들'이 실제로 대응되는 '가치'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고. 

 

저자들은 이런 놀라운 내용들을 다소 충격적으로, 하지만 어렵지는 않게 설명해 나간다. 그들은 큰 정부를 지양하고, 통화량 증가를 혐오하며, 강력하게 긴축재정 및 부채 감소를 주장한다. 현 상황에서는 '수익 및 교환을 미래로 미루는 행위' 자체가 심각한 손실을 일으킨다면서.

 

저자들의 주장에 완전히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이 제시하는 새로운 시각으로 상황을 바라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왜 '대출'을 통한 실물 자산의 보유가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이익이 되는지, 발권 은행이 국채 매입을 하는 상황이 위험한 것인지, 통화량의 증가나 유동성 공급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또 이 책 뿐 아니라 여러 저술들에서 공통적으로 말하는, 우상향 하면서도 안정적인 자신만의 자산 모델을 갖추기 위해 필수적인 단계가 있다.

바로 투자를 위한 '시드 seed' 적립. 

투자를 통한 수익이 유의미해지기 위해서는, 시드의 크기가 중요해진다. 

그리고 그 지점까지 이르기 위해서는, 말 그대로 소비를 줄이고 생활의 수준을 떨어트리는 인내가 필요하다.

 

내년은 올해보다 훨씬 파란만장한 금융 시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고통을 줄이고 기회를 늘릴 수 있기를.   

 


   

추천의 글


두 저자는 매우 도발적이고 의미심장한 작품 한 권을 출간했다. 그들은 각국 정부가 특유의 금융 정책과 화폐 정책을 이용해 다수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그들 자신의 이해관계와 부자 계층의 이해관계를 대변한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설명한다. 절대적으로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 마크 파버 Marc Faber, 스위스 경제학 박사·마크 파버 리미티드 회장


국가의 화폐 독점권은 국민에 대한 거대한 사기극이라고? 복지국가는 선동용 프로젝트라고? 도발적이면서 흥미진진한 책을 집필한 저자들은 현시대에 정치, 경제적으로 자명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것들에 맞서 도전장을 내밀며 우리에게 입장 표명을 촉구한다.

- 다니엘 엑케르트 Daniel Eckert, <화폐 트라우마> 저자

 

점점 늘어나는 경제적 불평등과 금융위기는 정말 은행가들에게 책임이 있는 것일까? 아니다. 그들에게는 그럴 만한 힘이 없다. 저자들은 국가가 독점하는 화폐 시스템이 바로 경제적 위기와 불평등을 일으킨 장본인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우리를 둘러싼 화폐와 금융 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하려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이 책을 읽어야 한다.

- 토마스 마이어 박사 Dr. Thomas Meyer, 프랑크푸르트 괴테대학 경제 연구소

 

부의 분배가 사회정치적 최대의 관심사로 자리 잡은 시대에 두 저자는 모든 의문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화폐 시스템, 즉 돈에 대한 의문에 주목한다. 이 책은 현행 화폐 시스템에 우리가 종속되어 있는 한 계속해서 발생할 경제적, 사회적 현상들의 진짜 원인을 독자들에게 설명해 준다.

- 로날트 슈퇴페를레 Ronald Stöferle, <In Gold We Trust> 저자



- 더 이상 돈에 이용당하지 말라

- 경제학자 롤란트 바더 Roland Baader, 1940~2012는 국가의 화폐 공급 독점권을 가리켜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불행"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는 매우 대담한 발언이었다. 누구도 국가의 화폐 독점권을 문제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 당신은 혹시 한 번이라도 우리 사회의 화폐 시스템에 관해 의문을 가진 적이 있는가? 그런 적이 없다면 독과점의 폐해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독과점은 낭비, 비효율성, 지속적인 가격 상승을 초래한다. 화폐라고 해서 그 폐해가 다르지 않다. 게다가 안정적인 가치를 가진 화폐는 우리의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당신은 하루의 영양 섭취를 위해 매일 무엇을 얼마큼 먹을 것인지에 대한 책임을 국가에 맡기지 않는다. 그러나 화폐에 관한 한 당신은 지금 그렇게 하고 있다. 

- 우리가 쓰는 화폐가 국가의 비호 아래 훌륭하게 보존되고 있다면 왜 화폐 구매력은 점점 더 떨어지는 것일까? 이렇게 물으면 당신은 그래도 국가에서 화폐를 통제하는 것이 자유시장에 화폐를 맡기는 것보다 낫다고 항변할지도 모른다.

- 하지만 정말 그럴까? 유럽중앙은행 European Central Bank, ECB은 왜 우리의 교환 수단인 화폐를 계속 새롭게 찍어 낼까? 은행이 (우리가 이용하곤 하는 거리의 저축은행도 마찬가지다) 대출의 형태로 무無의 상태에서 돈을 만들어 내는 행위를 국가가 허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당신이 계좌에 넣어둔 돈을 은행이 타인에게 빌려줘도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당신이 그 돈을 금방 다시 필요로 할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그리고 은행이 당신의 돈을 누군가에게 빌려줬는데도(실제로 대부분의 경우 당신의 돈은 타인에게 대여 중이다) 당신의 계좌에 변함없이 돈이 남아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 만약 당신이 돈을 찍을 수 있다면 당신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한 가지만큼은 확실하다. 도망갈 엄두도 내지 못한 채 곧장 감옥으로 직행할 것이다. 화폐를 다루는 이들은 결코 당신과의 경쟁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독과점체제는 철통같이 보호될 것이다. 

- 유럽중앙은행에 따르면 유로화가 도입된 이후, 현금과 최대 2년 기한의 저축성 예금을 포함한 M2 통화량이 두 배정도 늘어났다고 한다. 혹시 이 시기에 당신의 통장 잔고도 두 배로 늘어났는가? 그렇지 않다면 최소한 임금만큼은 두배로 늘어났는가? 이 또한 해당되지 않는다면 의심해 보길 바란다. '유로 권역에서 사용되는 통화량이 두 배로 늘어났지만 내 통장 잔고는 그대로라면, 틀림없이 다른 누군가의 통장 잔고가 그만큼 늘어났을 것이다. 그 사람이 과거에도 나보다 돈이 더 많았다면 지금은 나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원래 나보다 부유했던 그가 지금은 더 큰 부자가 되었을 것이고, 나는 그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더 가난해졌을 것이다'라고 . 

- 이 책이 가난한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법적 문제 때문에 마지못해 임금을 올려주거나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부자들과 기업들을 비판하는 선동용 책일 것으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인간은 누구나 특정한 동기에 의해 행동한다. 인간의 모든 행동을 유발하는 요인은 자신의 안녕을 위하거나 자신이 처한 상황을 개선하려는 노력이다. 인간의 행위이론에 관해서는 경제학자 루트비히 폰 미제스 Ludwig von Mises, 1881~1973가 저서 <국민경제: 인간의 행동 및 경제활동 이론 National Ökonomie: Theorie des menschlichen Handelns und Wirtschaftens>에서 철저한 연구를 바탕으로 설명한 바 있다. 루트비히 폰 미제스는 20세기 경제학자 중에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지금까지 누구도 그의 연구를 뛰어넘지는 못했다. 루트비히와 그가 수장으로 있었던 오스트리아 국민경제학파에 대해선 이 책에서 앞으로 더욱 자세히 다룰 것이다. 

- 누구도 더 많은 돈, 정확히 말하면 더 높은 복지를 향한 인간의 노력을 비난할 수 없다. 그것은 지극히 인간적인 행동이기 때문이다. 만약 인간에게 이런 태도가 천성적으로 있지 않았더라면 우린 지금도 여전히 동굴에서 생활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인정사정없이 행동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런 사람들은 언제나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 존재할 것이다. 특히 일반인들의 희생을 대가로 화폐 독과점 체제를 남용해 부를 축적하는 행위는 무자비하고 교활하다. 이와 관련된 내용 역시 앞으로 다룰 것이다.

- 당신은 사람들이 점점 더 이기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추측하건대 이런 문제에 대한 진짜 원인 또한 화폐 시스템에서 찾을 수 있을 듯싶다. 다시 말해 빚을 내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거대한 복지국가의 탄생을 가능하게 한 제도인 현행 화폐 시스템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뜻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은 "어쨌거나 난세금을 충분히 냈어"라고 말하면서 타인을 돕는 이타심에 관한 모든 책임을 복지국가에 떠넘긴다.

- 당신은 우리 사회가 소원해지고 있다고 느끼는가? 다수를 압박해 소수가 이익을 얻는 이유는 무엇인가? 전통적으로 이어지던 사회적 결속의 끈이 마모되어 가는 이유는 무엇이며, 사람들이 물질주의에 집착하고 냉혹하게 변해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부자들은 점점 더 부유해지고 가난한 사람들은 점점 더 가난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 이 모든 문제에 대한 진짜 원인은 화폐 시스템에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왜 그런 것인지 이해하게 될 것이다. 겁먹을 필요 없다. 전문가나 경제학자가 아니어도 이 책을 이해하기에 전혀 문제가 없다.  

- 예전에는 교환할 상대를 찾을 수 없어서 스스로 만들어야 했던 물건들을 더 이상 힘들게 직접 제작하지 않아도 될뿐더러, 모든 일을 스스로 처리하지 않아도 되기에 이르렀다. 이젠 모든 사람이 훨씬 더 쉽게 다른 사람들의 능력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과거에는 당사자들 간에 필요한 물건이나 서비스를 바로 그 자리에서 제공해 줄 때나 가능하던 일이었다. 금이라는 교환 수단의 등장 이후 분업을 통해 모두의 행복과 이익이 크게 늘었다. 

- 화폐 시스템이 중요한 이유는 화폐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인간의 재산과 인생 계획을 드라마틱하게 뒤흔들어 놓기 때문만은 아니다. 예전의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에서 벌어진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보여준 것처럼 화폐 시스템이 붕괴되면 사회가 전복될 수 있기 때문만도 아니다. 그렇다. 화폐가 없으면 다각도로 복잡한 사회의 분업 경제가 제대로 유지될 수 없다. 분업은 엄청난 생산성을 가져오며 그 생산성은 지구의 모든 인구를 먹여 살리게 한다.   

- 따라서 화폐는 교환 수단이라는 중요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또한, 가치 보존 수단의 기능과 계산 단위의 기능 역시 가지고 있다. 그러나 화폐가 구매력을 유지하고 미래에도 지속적으로 전달하는 기능을 충족시키려면 반드시 화폐의 가치가 안정적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당신의 부인이 금을 받고 신발을 판매한 시점과 그녀가 다른 물건을 구입하는데 금을 사용하는 시점 사이에는 여러 날, 여러 주, 혹은 여러 달이 흘러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의 부인이 금으로 된 작은 판을 받기로 결정한 이유는 문제가 되는 두 시점 사이에 작은 판의 가치가 안정적일 것이라고 생각해서였다. 어쨌든 시장성과 가치의 안정성은 함께 걸어가는 요소다. 사람들이 금을 빈번하게 거래한 이유는 금의 가치가 안정적이기 때문이었고, 빈번한 금의 거래는 금의 가치를 한층 더 안정성 있게 했다. 

- 이렇게 자연스러운 방식, 국가나 정부의 개입 없이 만들어진 화폐질서를 '시장 경제 화폐 질서'라고 부른다. 시장 경제 화폐질서는 국가의 강요 없이 형성되며, 시장 참여자들이 ...

- 이런 과잉 상태를 제한하는 것은 자원의 빠듯함이다. 예를 들어 땅, 노동, 자본의 빠듯함인 것이다. 돈의 양을 몇 배로 늘린다고 하더라도 자원의 결핍을 극복할 수는 없다. 한순간 우리가 두 배로 부자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 수 있겠지만, 실제로 그것은 화폐 공급의 효력을 약화할 뿐이다. (...) 새로운 소비재나 자본재는 생활수준을 향상시키지만 새로운 돈은 그저 가격만 끌어올릴 뿐이다.

- 우리가 없애야 할 오류가 한 가지 더 있다. 화폐가 견고하면 견고할수록 그만큼 더 좋다는 생각이다. 아마 당신은 '그럼 도대체 왜 유럽중앙은행은 물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을 본연의 과제로 생각하는가?'라고 물을 것이다. 반대되는 질문을 던져보겠다. '왜 유럽중앙은행은 가격 하락을 막는가?' 사실 우리는 가격 하락에 전혀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중앙은행은 어쩐지 가격 하락을 반대하는 것 같아 보인다. 왜 그럴까? 지폐 중심의 화폐 시스템에서는 가격 하락이 파괴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이 책을 읽으면서 차차 알게 될 것이다.

- 시장 참여자들은 점차 보관증을 금으로 교환하지 않았고 A도 이 사실을 알아차렸다. 대부분의 금이 늘 금고 속에 있게 되자 A는 이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용할 수 없을지 고민했다. 그리고 마침내 A는 대부업에 뛰어드는 방안을 생각해 냈다. 

- 장난감 판매상 S가 A에게 100그램의 금을 맡긴다고 가정해 보자. S는 금을 맡기고 금 100그램에 대한 보관증을 받아 간다. 이어서 A는 도저히 유혹에 저항하지 못하고 건축업자에게 S가 맡긴 금 가운데 90그램을 현물로 빌려준다. 혹시 눈치챘는가? 방금 거의 초자연적인 행위가 일어났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새로운 돈이 만들어진 것이다. 

- S가 A에게 금을 맡기기 전, 그가 가진 것은 금 100그램이었다. 지금 S는 금 100그램에 대한 보관증을 가지고 있다. S는 자신이 금 100그램을 소유하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그를 비롯한 시장 참여자들의 눈에는 보관증이 곧 금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S가 맡긴 금은 A의 금고에 매우 안전하게 보관되어 있으며 언제든지 찾을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때에 따라서는 물건을 살 때 보관증을 낼 수도 있다. 이와 동시에 H도 90그램의 금을 현물로 가지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정당하게 190그램의 금을 소유하고 있다고 여기며 그에 상응해 행동한다. 당신도 놀랐을 것이다. 바로 이 순간 통화량이 자그마치 90퍼센트나 늘어났다. A가 금을 현물로 빌려주는 대신, 추가로 금 90그램에 대한 보관증을 발급해 주었다고 상상해 보면 화폐가 새롭게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한층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어쨌든 양쪽 모두 화폐의 효과는 동일하다.

- A의 새로운 사업은 금세 성공 궤도에 오른다. 시장 참여자들은 대출해 주겠다는 A의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과거에는 돈을 빌리려면 다른 누군가가 특정 기간 본인의 금 혹은 보관증을 포기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했지만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알다시피 보관증은 거의 무無에서 만들어진다. A가 보관증을 제작하는 데는 종이와 약간의 잉크만 필요할 뿐이다. 얼마나 천재적인 사업 모델인가 A는 무에서 보관증을 만들어 이를 대출금 명목으로 빌려준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대출금 상환이 부분적으로 진짜 금으로 이루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A는 대출해 준 대가로 이자까지 챙길 수 있다. 
 
- 그는 이미 자신의 통장 거래 명세를 인쇄한 상태다. 대출금이 벌써 송금되어 그의 통장에는 7,000유로의 잔고가 있다. 당신도 은행 거래 명세를 인쇄한다. 당신의 계좌에는 변화 없이 1만 유로가 들어 있다. 만약 당신의 계좌에 그 돈이 고스란히 들어 있지 않다면 당신은 즉시 항의할 것이다. 자, 이제 계산을 해보자. 7,000유로 더하기 1만 유로, 1만 7,000유로다. 하지만 당신의 이웃이 은행과 대출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는 당신의 돈 1만 유로밖에 없었다.

- 이쯤 되면 자연스럽게 의문이 생길 것이다. '조금 전만 하더라도 없었던 7,000유로가 도대체 어디에서 온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믿을 수 없을 만큼 간단하다. '무에서 생겨났다.'
당신은 지금 막 새로운 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본 증인이 되었다.

- 이제 당신은 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게 되었고 지폐가 '명목 화폐 Fiat Money'라고 불리는 이유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라틴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은 짧지만 의미심장한 이 문장을 잘 알고 있다. 신은 세상을 창조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Fiat lux." 이 말은 '빛이 있으라'라는 의미다. 즉, 'Fiat Money'는 '돈이 있으라'라는 뜻이다.

 

- 이러한 화폐 창조 과정이 당신의 구매력과 자산, 당신의 인생 전체,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사회 전체에 얼마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아직 제대로 평가할 수 없을 테지만이 책을 읽으면서 확실히 깨닫게 될 것이다. 

- 게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다시 한번 당신 이웃의 새 계좌 잔고를 떠올려 보자. 우리는 그가 7,000유로로 무언가를 구입할 것이라고 가정해 볼 수 있다. 돈을 은행 계좌에 넣어두기 위해 대출을 받진 않았을 테니 말이다. 예를 들어 그가 이 돈으로 새로운 주방을 설치했다면 그는 설비업자에게 돈을 송금할 것이다. 이 돈은 주방 설비업자의 계좌에 안착한다. 여기서 두 사람의 거래 은행이 같은 은행인지 다른 은행인지는 문제 되지 않는다. 여기서 돈을 창출하는 행위가 또다시 시작된다. 주방 설비업자에게 입금한 7,000유로 가운데 5,000유로를 은행이 또다시 자동차 판매업자에게 빌려줘 그 사람의 계좌로 이 돈을 송금해 준다고 가정해 보자.  

- 유로존에서 통용되는 1퍼센트에 불과한 최소 준비금을 이 사례에 적용하면 1만 유로에서 빌려줄 수 있는 금액은 7,000유로가 아닌 9,900유로나 된다. 그다음 단계에서는 9,801유로, 그다음은 9,702유로를 빌려줄 수 있다. 수학적으로 따지면 여기에는 수렴급수가 적용된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1만 유로가 100만 유로로 늘어날 수도 있다. 이 경우 은행은 99만 유로를 무에서 창출한 셈이 된다. 그리고 현금 준비금으로 1만 유로를(당신의 1만 유로, 즉 1퍼센트를) 보유하게 된다. 

- 이 같은 화폐 시스템을 설명할 때마다 사람들은 누군가가 은행에서 받은 대출금으로 물건을 구입하거나 투자하면 그것을 통해 새로운 자산이 창출되는 것 아니냐고 묻는다. 쉽게 말해 '경제 성장이 이루어진다'라는 것이다. 물론 그럴 수도 있지만 무에서 만들어진 화폐로는 지속적인 복지를 창출할 수 없다. 이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다. 

- '무'에서 '돈'을 만들어 그 돈으로 '복지'를 창출한다'라는 모델을 논리적인 관점에서 생각해 보라. 수십억 유로에 달하는 돈을 새로 만들어서 모든 사람에게 나누어 준다고 가정해 보자. 머지않아 누구도 더 이상 일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하지만 당신은 절대로 그런 상황이 올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 국가가 독점하고 있는 강제적인 화폐 시스템은 인류 역사상 최대 사기극이라고 할 수 있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국민에 대한 최대의 사기극이다. 앞서 언급했지만 당신의 계좌 잔고가 유로화를 도입한 이후 두 배로 늘어나지 않았다면 당신 역시 사기를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들은 당신의 재산을 탈취하고 횡령하는 방법으로 당신을 기만하고 있다. 

- 이런 일은 매우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적으로 제도화되어 있고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누구도 이런 사실을 제대로 눈치채지 못한다. 자동차 회사 포드의 설립자인 헨리 포드 Henry Ford는 이런 현실을 다음과 같이 지적한 바 있다. "우리의 금융 시스템과 화폐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다음 날이 미처 시작되기도 전에 우리는 혁명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 다시 인플레이션으로 돌아가 보자. 통화량이 증가하거나 팽창할 때면 누가 제일 먼저 새로 만들어진 돈을 손에 넣느냐가 관건이다. 돈을 '가장 먼저 손에 넣는 사람들'이 '나중에 손에 넣는 사람들'에 비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제일 마지막에 돈을 손에 넣는 사람들'과는 비교할 필요도 없다. 새로운 돈을 최초로 확보하는 사람들은 예전 가격 그대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 이어서 돈은 경제학자 라스바드가 <정부는 우리 화폐에 무슨 일을 해왔는가?>에서 설명한 것처럼 국민경제 전체로 '한 걸음씩 단계적으로' 퍼져나가 상품 가격을 끌어올린다. 가장 마지막으로 돈을 손에 넣는 사람들은 이 게임에서 패자가 된다. 그들은 이미 오른 가격으로 물건을 살 수밖에 없고, 따라서 그들이 가진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 또한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 당신이 월급생활자이거나 연금수급자라면 패자의 쪽에 서게 될 가능성이 높다. 새롭게 만들어진 돈이 당신에게 도달할 무렵이면 그 돈을 제일 먼저 손에 넣은 사람들은 이미 그 돈을 쓴 상태다. 그들은 부동산을 구입하고 주식에도 투자했다. 이어서 당신의 차례가 돌아올 때쯤이면 당신이 기꺼이 구입하고도 남았을 토지의 가격은 이미 가격이 너무 오른 후다. 한마디로 당신이 몇 년 동안 저축해서 마련한 돈으로는 그 토지를 구입하기에 역부족이다. 신랄하게 표현해 보자면 '당신이 가진 돈에 비해 토지가 너무 커졌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 대출 확장을 통한 화폐 생성은 기만적인 경기 호황을 불러온다.종 투자가 수익성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돈이 무에서 창조되고 금리가 인위적으로 인하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로운 투자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필요한 실질적인 자본은 결여되어 있다. 비용과 금리가 상승하면 그릇된 투자의 실체가 폭로되고 만다. 결국 조정 과정이 불가피하지만 정치인들은 이를 원하지 않는다. 그들은 계속 금리 인하 조치를 취함으로써 조정을 저지한다. 

- 그릇된 투자는 사회를 더욱 가난하게 한다. 자본재는 가치를 상실하고 때에 따라 실업률이 높아질 수도 있다. 통화량 확장을 통해 수입과 재산이 재분배된다. 일반적으로 임금 수준이 낮은 층에서 높은 층으로 재분배가 이뤄지며 가난한 사람들은 더 가난해지고 부유한 사람들은 더 부유해진다.

- 애초부터 화폐 시스템은 파괴의 싹을 가지고 있다. 지속적인 금리인하와 강도를 더해가는 통화량 확장의 길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진다면, 사람들은 결국 화폐에 대한 신뢰를 잃고 말 것이다. 이 길의 끝에는 화폐 시스템의 불가피한 붕괴가 기다리고 있다. 

- 그 대가로 은행들은 새로 만들어 낸 돈을 받는다. 결과적으로 새롭게 돈을 생산해 당신의 부채를 조달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그리고 그 흔적은 말끔히 사라진다. 가히 천재적인 방법이다.

- 요약하자면 국가인 당신은 다음의 사실을 이용한다. 국민들은 국가 지출과 세금을 서로 관련지어서 생각한다. 그러나 국민들은 국가 지출과 통화량 증대 및 그것이 초래하는 간접적 결과인 물가 상승을 서로 결부시켜 생각하지는 못한다. 화폐 독점권은 전쟁 비용, 복지국가 건설 비용, 혹은 에너지 전환 같은 특권을 부여받은 프로젝트에 드는 비용을 은폐한다. 실상을 알게 되면 국민들이 절대 지지하지 않을 정책 효과들이 교묘하게 감춰진다. 이렇듯 화폐 독점권은 지극히 비민주적이다. 진정한 민주주의자라면 화폐독점권에 맞서 싸워야 한다.

- 과거에 빌린 국가채무 상환 만기일이 도래할 때면 항상 모범적으로 상환이 이뤄진다. 그러나 세금 징수를 통해 채무상환이 이뤄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국가가 이해하는 상환의 개념은 당신이 이해하는 개념과 같지 않다. 당신의 부채를 모두 상환하고 나면 당신의 대출 통장 잔고는 0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국가가 부채를 상환할 때는 그렇지 않다. 국가는 새로운 부채를 발생시켜 기존의 부채를 갚는다. 알다시피 우리가 가진 돈의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떨어진다. 그 때문에 국가는 특별한 인플레이션 정책 덕분에 부채 상환이 점점 더 수월해진다. 채권자는 손해를 보고 메가톤급 채무자인 국가는 이익을 보는 것이다. 국민도 이처럼 큰 이익을 가져다주는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화폐제도에 관한 한 국가는 어떤 경쟁 대상도 허용하지 않으며 화폐 독점권을 손에서 내려놓지 않는다. 그러니 누구도 화폐 독점권에 의문을 제기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 그리고 통화량 확장을 통해 초래된 화폐가치 상실 부분을 모두 상쇄하기 위해서는, 안정된 화폐라는 황당무계한 주장을 펼치면서 현재 지불하는 것보다 훨씬 더 높은 대출 이자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 

- 이 외에도 자산시장, 그중에서도 주식과 부동산 시장이 물가통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지난 몇 년간 이들 시장에서 가장 큰 폭의 가격 상승이 발생했다. 그러나 공식적인 물가 상승률에서는 이 사실이 완전히 무시되고 있다. 놀랍지 않은가? 전문가들은 예를 들어 통화량이 확장되어 주식투자 부문이 상승하면 이를 두고 '자산 가격 인플레이션 asset-price-inflation'이라고 말한다.

- 자산시장에서 발생하는 가격 상승은 사회적 빈부 격차가 점점 더 심화되는 이유를 설명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만약 어떤 가족이 벌어들인 수입으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한다면 그 가족에게는 주식에 투자할 잉여 자금이 없다. 자기 소유의 부동산이나 임대 부동산에 대한 투자는 말할 것도 없다. 혹시 어떤 평범한 가족이 몇 유로를 떼어놓는 데 성공한다고 해도, 실물자산에 투자할 때 꼭 고려해야 하는 경기변동 ...

- 치인들에게서 돈을 빼앗아 버린다고 상상해 보라. 과연 그들에게 무엇이 남겠는가?


- 국가는 화폐제도와 통화량 확장, 그리고 부채 증가를 통해 가난한 사람들은 더 가난하게, 부자들은 더 부유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런 행위를 꿰뚫어 볼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국가는 이에 대한 책임을 늘 다른 사람에게 전가한다. 그다음 국가는 사회복지사의 모습을 하고 나타나서 수입을 재분배하기 시작한다. 심지어 부자들의 돈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전달하기도 한다. 이는 국가 스스로 만들어낸 기만적인 존재 이유다. 국가는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 해결사처럼 행동한다. 하지만 그 문제들은 국가의 화폐 독점권이 없었더라면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을 문제들이다. 

- 국민뿐만 아니라 기업들 역시 국가의 작용에 점점 더 의존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국민들은 사회보장기금을 통해서, 기업들은 국가가 제공하는 다양한 종류의 지원금을 통해서 그렇게 변해간다. 국민총생산의 약 절반 정도가 국가의 손을 통해 대부분의 산업 부문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국가는 거대한 재분배 기계이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주문자로 변신해 점점 더 큰 종속성을 창출하고 있다. 

- 국가에게서 다시 돈을 빼앗아 올 수 있다는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국민들은 큰 즐거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런데 곤경에 처했을 때 국민들은 본능적으로 누구에게 가장 많이 도움을 요청하는가? 바로 국가다. 이것이 국가가 나쁜 화폐를 통해 만들어놓은 결과다. 국가는 국민들과 기업들 사이에서 종속성을 창출했다. 국가의 사회보장기금, 국가의 주문, 국가의 보조금, 그 외에 다른 금융 기금에 대한 종속성을 창출한 것이다. 국가는 사람들을 타락시켰다. 

- 독일의 루트비히 폰 미제스 연구소 소장인 경제학자 토르스텐 폴라이트 Thorsten Polleit는 이런 맥락에서 '집단적 타락'이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집단적 타락의 결과로 국민 대부분이 국가의 행동에 서서히 찬성하게 된다. 끝없는 통화량 증가와 그로부터 귀결된 부채의 결말이 좋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 익히 알다시피 그런 대기업의 사활에는 사람들의 수많은 일자리가 걸려 있다.
도시에 자리 잡은 치명적인 사이클은 제외한다 해도 국가가 만든 화폐는 그 자체로 이미 문화충격처럼 작용한다. 기업은 비교적 빠른 속도로 민간 대출에 손을 편지만 일반 시민이 그곳에 접근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 그러나 물건과 서비스 가격이 멈추지 않고 상승하는 데다 (무에서 만들어진) 추가적인 자금으로 인해 금리가 낮아졌기 때문에 사람들은 생각을 바꾸기 시작한다. 과거와 다름없이 무언가를 장만하기 위해 저축을 하는 사람들은 이제 물건을 장만하는데 필요한 돈을 모으는 속도보다 더 빠른 속도로 물건가격이 오르는 것을 경험해야만 한다. 이와 달리 주저하지 않고 빚을 지는 사람들은 승자인 것처럼 보인다. 신중한 사람들이 아직 저축하고 있는 사이에 그들은 이미 집을 장만하고 온갖 물건을 산다. 그리고 그들 집과 물건의 가치는 지속적으로 상승한다.

- 우리의 어부는 느리고 신중한 부류에 속한다. 그는 그의 아버지,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돈을 모아 현금을 비축한다. 모범적인 시민인 그는 모아둔 금을 모두 내놓고 대가로 새로운 지폐를 받는다. 국왕은 계속해서 새로운 돈을 찍어 내고, 은행은 무에서 만든 돈으로 대출해 준다. 그 결과 물가는 여느 때처럼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은퇴하려고 마음먹은 어부는 비록 자신이 산더미 같은 지폐를 가지고 있지만 그걸로는 생계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런 현실은 어부를 비롯해 그와 같은 세대인 수많은 사람들에게 트라우마 같은 경험으로 자리 잡는다. 성공적인 도시 사회가 지금까지 기반으로 삼아왔던 가치들이 어느 순간 흔들리고 의문시된다. 근검절약, 신중함, 장기적인 사고와 계획이 더 이상 가치를 지니지 못한다. 이제 어부는 그의 아버지, 할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당당하고 독립적인 자산가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 빈털터리다. 이런 상황에서 국왕은 공적 연금제도를 도입한다. 어부를 위한 매우 적절한 조치처럼 보이는 공적 연금제도는 분담원칙에 의거해 돌아간다. 현역으로 일하는 국민들이 국왕에게 분담금(세금)을 내면 국왕이 연금 수급자들에게 그 돈을 준다. 

- 어부의 자녀들은 가난한 아버지를 위해 자신들이 돈을 낼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이 시스템을 크게 반긴다. 공동체가 그 일을 대신 수행해 준다. 어부의 자녀 중 하나는 아이를 갖지 않기로 결심한다. 굳이 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살 것인가? 궁극적으로 자녀 양육비는 부모가 고스란히 부담해야 하지만 '이익'은 사회로 환수되어 모든 연금 수급자에게 분배된다. 자녀가 없는 사람들도 예외가 아니다. 도시의 출생률이 크게 후퇴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사정에 있었다. 

- 새로운 화폐 질서가 도시의 사회 구조를 그대로 내버려 둘 것으로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현금 자산을 보유하는 건 점점 매력을 잃어갔고 이제는 저축해서 필요한 돈을 마련한 다음에 부동산이나 주식 등의 자산들을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대출받아서 그 돈으로 자산을 먼저 구입한다. 이어서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대출로 인해 발생한 부채의 가치가 떨어진다.

 

- 이렇게 획득한 자산들은 담보로 사용하기에 최적이다. 사람들은 이 자산을 담보로 제공한 뒤 또 대출을 받아 가격 ...

 

- 로마 제국의 불행은 황제들이 추진한 '빵과 서커스 Panemet-circenses' 전략과 함께 시작되었다. 그들은 '빵과 놀이'를 통해 통치권의 기반이 되는 대중들의 사랑을 얻으려고 시도했다. 그들은 검투사들을 이용해 전투 경기를 개최했고 곡물 거래를 국유화했다. 이것이 이른바 식량 분배제도인 '안노나 Annona'다.

 

- 황제들은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해 아주 낮은 가격이나 무상으로 로마에 곡물을 유통했다. 국가가 대주는 돈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났다. 무산자 Proles, 즉 프롤레타리아트 proletariat가 바로 그들이었다. 그들은 안노나에 의존했다. 현대의 관점에서 말하자면 사회보장제도로 먹고살았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황제들은 대중을 평정할 목적에서 검투사들의 전투 경기를 개최했다. 다시 말해 황제들이 복지국가를 건설한 것이다. 그러나 이 복지국가를 건설하는 데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갔고 시간이 지날수록 비용이 점차 증가했다.

- 황제들은 비용을 어떻게 충당했을까? 공물과 세금을 크게 올리지 않고도 그 돈을 마련하는 가능한 일이었을까? 황제들은 천재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무엇인지 짐작이 가는가? 맞다. 그들은 화폐제도를 조작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들은 귀금속으로 만들어진 낡은 동전을 한데 녹인 다음 거기에 구리 같은 값싼 금속을 혼합해 동전을 새롭게 주조함으로써 동전의 질을 떨어뜨렸다. 그들은 이런 식으로 동전의 수를 늘려 지출을 감당했다. 그 결과 앞에서 이미 언급한 일, '재분배'가 이뤄졌다. 새로운 (가치가 떨어진) 돈의 첫 번째 수혜자인 국가가 마지막으로 그 돈을 손에 넣은 사람들을 희생시켜 이익을 얻었다. 

- 요컨대 국채를 발행하고 이 국채를 발권은행이 매입하게 하면 그만인 것이다(오늘날 각국 중앙은행이 국채를 매입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국왕의 개입을 통해 선장은 갓 찍어 낸 돈으로 어부의 돈을 상환할 수 있다. 또는 발권은행이 돈을 찍어 낸 다음 어부가 보유한 채권을 직접적으로 매입하는 것도 한 가지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나쁜 투자로 인한 손실이 (국채의 형태로) 발권은행이나 국왕의 결산표에 안착하게 된다.

- 그 결과 어부는 계속해서 본인이 부유하다는 착각 속에 살아갈 것이다. 그가 국채나 화폐, 혹은 국영화되었거나 국가의 보조금을 받는 회사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부의 상황은 오늘날 우리의 상황과 다를 바 없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금전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낀다. 문서상으로 예금을 보유하고 있거나 국채, 은행 예금 혹은 채권 펀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생명보험이나 연금보험에 가입한 사람들도 마찬가지다(은행, 펀드 회사, 생명보험사는 국채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다).

- 우리는 자산 파괴(어선 침몰 혹은 파티로 인한 재산 탕진), 즉 그릇된 투자를 없던 일로 만들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어부가 채권과 화폐, 그 외에 보유한 다른 계좌들로 먹고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마디로 어부가 보유한 자산을 실제로 지불해 줄 수 있을 만한 수단이 아무것도 없다. 게다가 어부의 사례에서는 현재 생선을 잡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요컨대 생선의 양 또한 어부와 선장을 동시에 먹여 살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럼 이제 어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 

- 오늘날 모습도 이와 유사하다. 많은 사람이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자산은 정부의 잘못된 투자로 인해 직간접적으로 탕진되어 버렸다. 정부는 국가의 복지 프로그램에 돈을 밀어 넣어 잘게 부숴버렸고 공적 연금제도를 내세워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하고 있다. 또한 인위적인 시장을 만들고, 보조금을 지급하며, 돈이라는 주사를 처방함으로써 병든 기업을 구제했다. 그렇게 국가부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 사람들 대부분은 국채, 채권펀드, 보험, 은행 예금, 그 외에 저축계좌 형태로 된 종이 자산이 인생의 황혼기를 보장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은퇴할 시기가 되었을 때 그들이 소비할 수 있는 대상은 실물자산의 형태로 모아둔 것이나 실제로 만질 수 있는 형태로 생산되는 유형 자산뿐 ...

- 강요에 의거한 화폐 시스템에서는 컴퓨터로 간단하게 무에서 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런 특권을 이용하고 붉은 유혹에 저항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게 하려면 정치인들은 진정한 천사여야 할 것이다.

- 화폐 시스템에서는 통화량과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시스템에선 실물자산을 획득하기 위한 목적으로 현금을 저축하는 것은 별로 권장할만한 행동이 아니다. 그보다 오히려 빚을 내어 부동산 같은 실물자산을 먼저 획득하고 나중에 가치가 떨어진 돈으로 부채를 상환하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하다.

-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새롭게 생산한 돈이 자신을 구제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들일수록 부채를 지고 싶은 충동을 유달리 심하게 느낀다. 대기업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은행과 국가가 여기에 속한다. 부분준비금 제도에 따른 은행 시스템은 아직도 성에 차지 않는다는 듯이 새로운 호황기와 위기를 거듭 유발하고 있다. 위기가 발생해도 완벽한 청산 작업은 이뤄지지 않는다. 그러기는커녕 오히려 조정 절차를 지연하거나 아예 저지하기 위해서 새로운 돈이 만들어진다. 
 
- ... 돈을 만들어서 채무자들을 구제하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이는 불에 기름을 붓는 행위나 다름없다. 산더미 같은 부채와 각종 문제가 더욱더 심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추가로 찍어 내는 돈의 양이 살짝 줄어들기만 해도, 돈을 찍는 속도를 살짝 늦추기만 해도(이를 테이퍼링 Tapering, 즉 양적 완화 축소라고 부른다) 부채가 많은 시장 참여자가 어려움에 봉착하고 연쇄적인 파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 화폐 시스템 내부에서 부채를 감축하는 것이 가능할지 묻는다면 원칙적으로는 가능하다. 그러나 민주주의 체제에서 정치인들에게 주어지는 인센티브를 고려할 때, 부채를 탕감할 목적으로 국가 지출을 대폭 삭감한다는 것은 가능성이 희박한 일이다. 국가와 은행, 심한 부채를 짊어진 시장참여자들이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는 사태를 막으려면 계속해서 더 많은 돈을 찍어 내는 일이 필수적일 것이다. 

- 하지만 이를 통해 또 다른 경솔한 행동과 새로운 대형 위기가 프로그래밍될 수도 있다. 이 길은 결국 전체 부채의 가치를 무가치하게 만들어 버리는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귀결된다. 하이퍼인플레이션은 불가피한 공식적 파산 선고의 한 가지 형태다. 빚을 진 사람들이 승자가 되고 저축한 사람들이 패자가 된다. 대부분의 사람이 평생 아껴 모은 '종이자산'은 그야말로 쓸모없는 종잇장이 된다.

- 그렇다면 각국 정부는 사람들이 화폐에 대한 신뢰를 최종적으로 상실할 때까지 계속해서 돈을 찍고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인하해야 할까? 불가피한 화폐 붕괴 사태가 정말 일어나게 될까? 하이퍼인플레이션을 대신할 모종의 대안은 없을까? 이미 현실화된 각종 손실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 현재 발권은행들은 통화량의 지속적인 증대를 요구하는 거대한 압력을 체감하고 있다. 그 이유는 시중은행이나 국가 등 발권은행이 사랑해 마지않는 다양한 시장 참여자들이 심한 부채를 지고 있어서다. 발권은행장이 그 자리에 오르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그들 덕분이다. 그러나 부채가 사라지기만 한다면 금리를 낮게 유지하고 새로운 돈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부담이 사라질 것이다. 근본적으로 이런 조치들은 물가 인상을 유발해 부채를 무가치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 부채를 제거하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이 방법들은 모두 이미 발생한 손실을(어부의 사례를 떠올려 보라) 다른 ...

- 이런 이유로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미국에서 실행되었던 국가 지출 감축이 오늘날 실현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이제는 국가 지출의 대부분이 군대가 아닌 복지국가 건설에 투입되기 때문이다.

- 정치인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조세 정책으로 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더 구미가 당길 수도 있다. 아이디어는 심플하다. 국민들의 재산을 (인플레이션을 통해 직접 빼앗는 것이 아니라 세금을 통해 간접적으로) 빼앗아 국가부채를 축소하고 은행 자본을 확충하면 된다. 때에 따라서는 국가가 국민들의 재산을 대규모로 몰수해 국가 부채를 상환할 수도 있다. 일회적인 자본과세를 동원하면 어떨까? 일회적 세금이므로 투자자들도 공포에 사로잡히지는 않을 것이다. 국가는 이렇게 징수한 세금을 국가 부채 상환과 은행 자본 확충에 사용한다. 실제로 2013년 가을 국제통화기금이 EU-정부에 제안한 방안이었다. 당시 국제통화기금은 모든 금융자산에 대해 일회적으로 10퍼센트의 의무세를 부과할 것을 제안했다. 목표는 과도한 국가부채 감축이었다. 

- 불안정한 화폐 시스템을 다시 안정적인 기반 위에 올려놓을 수 있는 더 혹독한 방법이 한 가지 있기는 하다. 국가부채 말소를 포함한 진정한 화폐 개혁이 바로 그것이다. 이 역시 강력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고도 부채를 감축할 매력적인 대안이다. 마치 컴퓨터에서 리셋 버튼을 누르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버튼을 누르자마자 새로운 화폐 시스템이 탄생할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독일에서 이와 같은 개혁이 진행된 적이 있었다(전쟁에서 패배한 독일로서는 금융 억압 조치를 동원하는 것 외에는 달리 대안이 없었다). 당시 통용되던 지폐인 제국마르크는 또 다른 지폐인 독일마르크로 대체되었다. 

- 하지만 국가부채라고 해서 다 그렇게 처리된 것은 아니었다.

- 그럼 국가가 파산한 상황에서 누가 예외가 되었을까? 그렇다. 은행이 보유한 국채는 효력을 상실하지 않았다. 은행은 보상 채권을 획득했다. 그 밖에도 50퍼센트에 이르는 일회적 자본세가 부과되었다. 이런 조치들이 한데 어우러져 바람직한 결과를 낳았다. 막대한 부채는 사라지고 국가는 실질적으로 빚더미에서 벗어났다. 은행은 자본을 확충했고 (은행의 부채는 10분의 1로 줄어든 반면, 은행의 전체 투자 금액(국채)은 10분의 1로 줄어들지 않았다), 예금자들은 대부분 재산을 박탈당했다. 전쟁 이후 독일의 화폐 개혁은 전쟁으로 인한자산 파괴를 이런 식으로 공개했다.

- '절반의' 화폐 개혁도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하기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키프로스에서 이미 한번 시험한 바 있는 베일인 Bail-in(지급 불능 상태에 빠진 은행 채권자들이 보유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거나 채권의 일부를 상각해서 파산을 막는 것 - 역주)이 바로 그것이다. 당시 키프로스에서는 은행 채권자들(예금자들)이 은행 주주로 탈바꿈했다.

- 이 방법을 도입하면 은행 부채가 감축되고 자기 자본이 늘어난다. 은행 예금이 은행 주식으로 기능이 전환되기 때문에 통화량이 줄어든다. 베일인은 은행 시스템의 자금을 확충하고, 동시에 악성 부채를 사라지게 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심지어 국가 부채의 부분적인 결손을 감당할 수 있을 ...

- 원칙대로라면 우리는 이 책에 '오스트리아 국민학파의 화폐이론 입문'이라는 제목을 붙여야 마땅했을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이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가 시간에 국민경제를 파고들고 싶어 할 사람은 없거나 극소수이기에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우리는 이 책에 담긴 정보를 당신에게 전달함으로써 앞으로 당신이 인생을 살면서 만나게 될 대부분의 주류-국민경제학자들보다 당신이 훨씬 뛰어나게 우리 시대의 문제점들, 특히 나쁜 화폐의 작용을 해석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 어쨌든 우리는 전략이 제대로 먹힐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은 사람이라면 오스트리아 국민경제학파의 논리를 물리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당신은 오스트리아 학파의 화폐 이론과 경기순환 이론의 기본 코스를 수강한 셈이다.

- 당신이 이 책을 읽는 동안 지루함을 느끼지 않았다는 전제하에, 책을 끝까지 읽은 이유는 무엇인가? 오스트리아 학파의 이론이 '인간의 행동에 관한 이론'이기도 하기 때문이라 짐작한다. 우리는 모두 '행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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