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다카하시 루미코 / 서현아
출판 : 학산문화사
출간 : 2004.08.15

저자 : 다카하시 루미코 / 서현아
출판 : 학산문화사
출간 : 2012.04.20

저자 : 다카하시 루미코 / 서현아
출판 : 학산문화사
출간 : 2004.08.15
시간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소소한 기념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년, 탄생일, 보름, 축일, 기념일...
전혀 다른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특정 주기로 유사한 행위를 반복하며 기억하려 노력하는 행위들.
아무런 의미 없는 행위들처럼 생각되다가도, 그런 나름의 노력들이 무위하게 흘러가는 시간 사이에 표지를 남기는 건 아닐까 싶어진다.
따지고 보면 절기 제식(祭式)이야말로 이런 기념의 대표격이 아니던가.
그 반복, 나이와 함께 쌓여가는, 같지 않지만 같은 기억들이 하나의 '패턴'을 만든다고 생각하면-
연말 연초의 들뜬 분위기가 묘하게 기꺼워지는 것이다.
(26년의 첫 리뷰는 어떤 책을 남길까 하는 고민을 했다는 이야기를 이렇게나 거창하게 남기다니)
결론적으로.
어떤 책을 기록할지는 정했는데, 틀림없이 소장하고 있는데도 찾을 수가 없어서-
급하게 전자책으로 다시 구매하고 말았다.
다카하시 루미코의 <인어 시리즈>.
아마도 10대 초반 즈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교길에 새로 생긴 '깨비책방'이라는 도서 대여점에서, '읽고 싶은 책이 산처럼 쌓여있다'는 상황을 처음으로 접하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었다. 도서관이나 서점은 수많은 책 중에서 내 마음에 드는 책을 찾아야 하는 일종의 낚시터였지, 손만 뻗으면 닿는 모든 책들이 재미있게 느껴지는 별천지는 아니었다.
그리고 그 시기에 만났던, 아직까지도 종종 생각나곤 했던 책이 이 <인어의 숲>, <인어의 상처> 그리고 <야차의 눈동자>다.
다시 읽어도 여전히 좋았고, 놀라웠고, 신선했다.
먹은 이를 불로불사의 몸으로 만들어 준다는 전설의 '인어 고기'.
그것을 먹은 주인공 유타.
이 시리즈에는 여러 시간대를 넘나드는 유타의 조각들이 담겨 있다.
영생을 얻은 자는 여전히 인간인가?
인간은 어째서 영생을 꿈꾸는가?
그것은 인간만의 꿈인가?
좋았다.
사족.
적어도 2020년대까지는, <인어 시리즈>가 유일하게 읽은 다카하시 루미코의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란마 1/2>나 <이누야사>에도 도전할 생각은 있다.
- "무슨 고기냐...?"
"귀한 생선이 잡혔기에..."
"맛있다... 이렇게 맛있는 생선은 처음 먹어 봐..."
- "일행은 있나? 자네가 없어지면 찾을 사람은 있나?"
"? 그런 거 없어. 난 혼자인 몸이라..."
푹!
- "죽었지? '나리소코나이'의 동굴에 던져 버리세. 뼈도 안 남기고 먹어치워 버릴 테니."
- "인어... 를 찾아서 어쩔 거냐?"
"나는 인어고기를... 먹었어... 수백 년 전에 말이지..."
- "나는 어부였어... 어느 날 친구가... 이상한 고기를 주워 왔는데..."
'이거 혹시 소문으로 듣던 인어고기 아냐? 인어고기는 불로장수의 묘약이라며?'
- 아내를 얻고, 인어고기를 먹은 건 까맣게 잊고 살았는데... 20년이 지나 아내가 말하더군...
"난 당신이 무서워요... 나는 점점 늙어가는데... 당신은 젊은 그대로라니..."
- "인어고기를 먹으면 불로장수한다고 들었다네, 유타."
"장수 정도가 아니라, 죽을 만큼 다쳐도 금세 말끔히 나아 버려. 나는 내가 무서워..."
"인어를 만나게."
"인어를 만나면... 원래의 몸으로 돌아갈 수 있어?"
"나도 잘 모른다네... 내가 아는 것은... 인어가 어떻게 해 줄 거라는 것뿐일세."
- "낮에 있었던 일은 다 들었다네... 크게 혼이 났던 모양이군. 어리석기는... 왜 놈들은 하늘이 내린 수명에 만족하지 못할까? 적당히 먹고,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살고... 하긴 우리는 적당히 도적질도 해야 입에 풀칠을 하지만."
"..."
"자네, 린을 어떻게 생각하나?"
"어떻게라니..."
"나는 얼마 안 남았어..."
- "네 잘못이야. 공연히 나를 잡아와서... 고향에는 내 동족들이 얼마든지 있었어. 너희 해적들을 부추겨서 인어 사냥을 할 필요도 없었는데."
"너는 대체..."
"나도, 인어야..."
- "네가 인어라고...? 웃기지 마..."
"두 발 달린 인어도 있다, 그 말이야. 그리고 바다 인어는... 우리의 보양식... 예를 들면 아기를 낳기 위한 양분... 그러니 나는 꼭 인어의 고기가 필요했던 거지."



- "유타, 다시 묻겠는데. 60년 전, 네가 정말... 나에 아가씨를 데리고 간 게 아니냐?"
"무슨 소리야? 새삼스럽게."
- 나를 데리고 도망가... 부탁이야.
- "데려갈 순 없어, 나에. 나는 당신 같은 인간이 아니야. 게다가 당신은..."
"나에 씨, 나에 씨. 소키치, 나에 씨 어디 나가셨니?"
- "저렇게 늠름한 약혼자가 있잖아. 제국대학에 다니는 수재라면서."
"그래. 그리고 무척 자상하고 좋은 사람... 하지만 그뿐이지. 아아, 나도 불로불사가 되고 싶어. 유타 씨와 함께 가고 싶어..."
- "가르쳐 줄게. 인어의 재에 대해서..."
"인어의 재...?"
"옛날 옛날, 이 마을에 떠돌이 비구니가 찾아왔대... 우리 선조가 그 사람을 극진히 대접해서... 감사의 뜻으로 신비한 가루를 줬대. 그게 인어의 재였지. 나무나 풀을 잘 자라게 해 주는 약이라고 했어. 난 곳간에서 인어의 재를 조금 꺼내다가... 이 꽃밭에 뿌려 봤어. 그 후부터... 이 계곡의 꽃은 겨울에도 시들지 않아. 일 년 내내 새빨간 꽃이 반말해 있지. 그래서 이곳은 붉은 계곡..."
- "그래... 하지만. 인어의 재에 얽힌 전설에는 또 하나... 처참한 뒷이야기가 있었어."
"뒷이야기...?"
"마을에 머물던 비구니는, 그 집 주인에게 살해당하고, 인어의 재를 빼앗겼어. 그런데, 비구니의 시체에... 인어의 재가 묻어 있었어. 비구니는 되살아나서 무덤을 파고 기어 나왔지. 모습은 살아 있을 때와 전혀 다름없었지만... 속은 혼 없는 악귀가 되어, 마을 사람들을 죽이고 다녔다는 거야."
"그만해!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누가 믿어! 그 마음씨 곱던 나에 아가씨가 혼 없는 악귀라니...!"
- "마을 사람들에게 쫓겨, 산 속으로 도망친 비구니는, 몇 년이 지나자, 인어 재의 약효가 떨어져... 원래의 시체로 돌아가 버렸대..."
원래의 시체로 돌아가 버렸대...
- 나에 씨... 사는 것도 죽는 것도, 함께 해 주지 못했어...
- "그 여자는... 그렇게 너를 귀여워해줬는데..."
'미안해, 도련님... 좀더 오래 같이 있고 싶었는데...'
"죽든지 괴물이 되든지 상관 없다고, 정말 그렇게 생각한 거야?!"
"우리 같은 족속이 만나는 사람마다 정을 붙였다간, 버틸 수가 없잖아..."


- "자자, 여러분! 인어라는 생물을 아시오? 자태는 선녀와 같고 지저귀는 목소리는 종달새 같은데, 그 고기를 먹으면 불로장수의 묘약이 된다오!"
- "뼈에 비상을 바르고, 딸기와 벚꽃 잎을 섞어 얹은 다음, 침향목과 사람 젖을 태우니... 그 뼈는 죽은 아이의 모습으로 되살아났지. 그 사내가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른다네. 딸과 함께 자기도 되살아난 것처럼..."
- "그런데... 그 아이는 개나 고양이를 죽이고, 심지어는 전쟁터에서 죽어 가는 자들을 덮쳐, 생간을 먹었지. 우리가 세끼 밥을 먹듯이 말일세. 내가 그 아이를 뼈로 되돌리고자 결심했을 때, 그 사내는 이미 딸을 데리고 행방을 감췄다네."
- "나는 이제부터 식음을 끊고 몸을 정갈히 해서 법력을 높일 참이야. 7일간은 움직일 수 없어. 그래서 자네에게 부탁이 있네."
"요괴 퇴치를 도와 달란 말이야?"
"그들을 지켜봐 주기만 하면 되네."
- '생간을 먹으며 구차하게 이승에 매달려 있는 것보다는, 성불시키는 것이 그 아이를 위한 길이야.'
"정말 그럴까?"
- "네 말대로 내 딸의 유해를 마당에 내놓아 뼈만 남겨 두었다. 이러면 되는 것이냐?"
"예, 반드시 아가씨를 소생시켜 드리겠나이다."
"하지만 대체 어떻게...?"
"저는 반혼의 비술을 터득했으므로..."
"반혼..."
"나리, 소첩도 들은 일이 있사옵니다."
- "오랜 옛날, 사이교 법사가 코야산에서 수행을 하고 있을 때, 혼자라는 외로움에 견디다 못해 인골을 수습하여... 반혼의 비술로 사람을 만들었다 하옵니다."
"하지만 그런 전설이 사실일꼬...?"
"사실이라면 좋겠습니다. 그 아이가 살아 돌아오기만 한다면..."
- "! 너... 무슨 짓이야..."
"정신이 들었소? 이분은 어려서 돌아가신 가엾은 아가씨라오..."
"나를... 어쩔 셈이지?"
"젊은이의... 불로불사 하는 생간을 빼내기로 했다오. 나츠메가 그렇게 살아 있는 것은, 인어의 간을 썼기 때문이오... 그러니 젊은이의 간도 효험이 있을지 모르지."
"뭐라고..."
- "위여주술 약력능조 소조종종 색상..."
반혼의 비술을 썼을 때, 배에 넣은 인어의 간... 그것을 빼면, 너는 사라진다!!
- "공양을..."
"건드리지 마... 나츠메의 공양은... 내가 하겠어..."
'유타, 어디로 가...?'
어디로...
- "... 뭐야, 어제 재 보니까 키 컸단 말이야."
"그래, 자라고 있구나."
"저기... 또 만날 수 있어?"
"글쎄...? 네가 어른이 되어 버리면, 우린 널 못 알아볼지 모르니까... 그땐 네가 말을 걸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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