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호시노 유키노부 / 김완
출판 : 애니북스
출간 : 2013.12.20
겨울이 한창이다.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추운 나날이지만, 체감 온도 -20도를 넘겼던 23년보다는 참을 만한 것 같기도 하다.
차가운 공기와 어울릴 것 같아 호시노 유키노부의 <거인들의 전설>을 읽어보았다.
이 책은 빙하기와 거인 전설, 목성과 관련된 단편들을 모은 단편집이다.
작가의 상상력이 가장 빛을 발하는 부분은 피라미드와 거인 전설을 연결해서 매끄럽게 풀어나가는 장면. 거인들은 종족의 명운을 걸고, 전력을 다해 빙하기를 막아줄 제2의 태양, 제5행성을 목성과 지구 사이에 창조하려 했다. 하지만 질량이 커질수록 인력이 커지므로, 결국 제대로 된 궤도에 안정화되지 못한 행성은 폭발하고 빙하기가 찾아온다는 설정.
<거인들의 전설>이라는 하나의 이야기에는 수많은 미스터리 설들이 섞여 있다. 염동력을 이용하는 상급 문명이었으나 자신들의 힘을 과신해 멸망했다는 아틀라스 설, 피라미드는 외계와의 송수신기 또는 염파 증폭기였다는 피라미드 설, 거인들의 시대가 존재했었다는 거인 설... 거기에 원래 인류는 화성에 존재했었다는 화성 설과 제2 태양 설 등의 여타 행성 설들도 조금씩 가미되어 흥미를 더한다.
거인들이 창조하려 했으나 실패한 제5행성의 정체에 대해서는 정확히 드러나지 않는다. 이 별이 후에 화성이 되는지, 파편이 되어 목성의 고리와 근처의 소행성들이 되는지 독자는 알 수 없다. 다만 이어지는 이야기들에서도 인류는 여전히 목성과 추위라는 거대한 현상들과 고군분투하는데, 매 빙하기마다 주기적으로 인류의 흥망성쇠가 일어나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SF가 보여주는 미래들은 때로 전혀 다른 영역에서 그리는 환상들과 닮아 있다. 어느 쪽이 어느 쪽을 설명해내고자 했는지는, 당대에는 알기 어렵다. 그저 어떻게 달라지더라도 삶은 삶일 것이고, 인간은 존재하는 동안 인간일 것이라는 점만 추측해 볼 수 있을 뿐이다.
따뜻한 마실 것이 잘 어울리는 시기다.
봄, 새로운 찻잎이 나오기 전까지는 조금 쉬어가도 좋겠다.

- 지금으로부터 7만 년 전, 지구는 긴 겨울을 맞이하려 했다. 이것이 빙하시대 마지막인 여섯 번째 빙기(소위 '뷔름 빙기')였다. 이때 북반구 육지의 3분의 1은 얼음에 뒤덮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원시인류에게는 추운 수난의 시대가 이후 수만 년 동안 이어졌던 것이다...
- 빙하시대에는 여섯 번의 빙기가 있었으며, 오래된 순서대로 비버 빙기, 도나우 빙기, 컨츠 빙기, 민델 빙기, 리스 빙기, 뷔름 빙기라 한다.
- "저걸 보렴, 노브. 빙하 사이에 피라미드가 있지? 타이탄의 뇌는 강한 지자기의 작용을 받아 정신 에너지를 낳지. 피라미드에는 지구의 지자기를 강화하는 작용이 있어. 피라미드와 지자기 덕에 우리는 자유로이 염력을 쓸 수 있는 거야. 지금 전 세계에 피라미드를 늘려 짓는 중이야. 우리의 힘을 더욱 증폭시키기 위해."
- "피라미드가 더 많이 필요해요! 지구 자체를 염력의 발신기로 바꿔버릴 만큼..."
- "이 눈밖에 없는 산을 보면, 자꾸만 생각이 나거든. 엄마도 형도, 이제는 죽어버렸구나... 하고."
- "불타는 제5행성은 여기 목성 부근에 만들어야만 합니다. 하지만 목성은 거대한 자계에 에워싸여 끊임없이 강한 자력을 뿜어내고 있지요."
"제5행성이 자계에 붙들리면 파괴되는 건가?!"
"그게 끝이 아닐 겁니다. 최악의 경우 목성의 궤도가 변할 위험이 있어요. 그렇게 되면 지형도 영향을 받습니다."
" 우리는 모든 것을 정신력으로 제어할 거다. 임기응변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어! 목성에 이상이 나타나면 알려주게."
"드디어 때가 됐구나... 실패하면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 같아."
- "이거야, 보리스. 숫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압력을 받으면 인간의 마음은 흔들리지. 목성이 팽창하면 할수록 이것도 더 심해질걸..."
- "판도라. 레이저 발사 컨트롤을 맡기겠다. 향후 프로메테우스의 기본관제도!"
- "해보자! 기회는 지금밖에 없어!"
- 그 무렵, 지구는 공전궤도를 따라 천천히 화성의 그늘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화성을 방패로 삼아 목성 폭발을 일으킬 기회는 그야말로 이때밖에 없었다.
1982년 4월 지구, 화성, 목성이 거의 일직선으로 늘어서는 행성직렬 현상. 그것은 실로 백수십여 년 만에 이루어지는 현상이었다.
- "살려줘! 우리가 잘못했어!! 고속루트의 교통흐름을 살짝 어지럽히고 싶었을 뿐이라구!!"
"현대인들의 마음은 병들었네, 네스... 문명 진보의 폭주에 지쳐, 황폐해진 거지. 화성 로켓이야말로 이를 구해줄 걸세! 지상에 묶인 인간의 마음에 우주로 가는 꿈을 불어넣어 줄 거야."
- "앞으로 1분일세! 네스, 요시무라! 무인 트레일러는 앞으로 1분이면 사고현장에 돌입해!! 그때까지 어떻게든 막아주게!!!"
"시끄럽수! 이놈이고 저놈이고 자기 사정만 떠들어대고... 우리 처지도 좀 생각해 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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