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고이즈미 야쿠모 / 김영배
출판 : 허클베리북스
출간 : 19.07.12
봄날, 봄밤.
찌는 듯한 더위가 가라앉은 여름밤과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약간은 설레는, 몽글몽글하고 포근한 느낌의 바람과 온도.
이런 시기에는 <골동기담집> 같은 옛이야기들이 잘 어울린다.
엄혹한 추위를 버텨낸 생명들이 다시금 자라나는, 한참을 웅크리고 있었던 것들의 기지개 같은 이야기들이.
고이즈미 야쿠모, 라프카디오 헌.
그는 일본의 어떤 모습에 반해 국적과 이름까지 바꾸었던 걸까.
내가 상상하는 그의 일본은 이런 느낌이다.
은근하고 미묘한 여백, 때때로 섬찟할 만큼 강한 집념과 원한, 기이한 것들에 대한- 존중에서 나온 경시.
<골동기담집>은 그가 채록한 일본의 괴이담들을 모은 1부 오래된 이야기와, 그가 경험하고 겪은 일본에 대해 쓴 에세이를 모은 2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이야기로 나뉜다. 내 경우에는 2부가 훨씬 흥미로웠는데 그의 철학을 담은 <이슬 한 방울>과 반딧불이와 그 잡이꾼에 대한 <반딧불이>가 특히 좋았다. 밤의 정취를 위해 일부러 몇 백 마리의 반딧불일 잡아다 풀어놓는 낭만이라니... 일본의 호사란 '덧없음을 즐길 줄 아는' 것을 기반으로 하는 듯하다.
아쉬운 점이라면 주석이 가장 뒤쪽에 따로 모여있다는 점.
이야기의 흐름이 끊길까 싶어 따로 정리한 것이겠지만, <골동기담집>은 앞뒤 맥락을 따라가기 위해 주석이 필요한 경우가 더 많았다. 앞뒤를 번갈아 펼치며 읽기가 좀 버거웠기에 애석한 마음이 크다.
좋았던 점이라면 삽화들이 아주 매력적이라는 점.
부러 그림을 부탁했다는 헤이케 게도 아주 멋지고, 이야기 속 한 장면을 그려낸 삽화들도 특유의 분위기를 잘 살려주어 좋았다.
다른 저작물도 더 읽어보고 싶은데, 한동안은 우선순위에서 밀려있을 듯하다.
한 해에 한 권씩 읽는 것도 좋겠지.
시간은 유한하고 쏜 살 같이 흘러가지만, 그렇기에 그 시간을 임의로 분절해 기념하고 되풀이하는 것이 의미 있는 호사가 된다고 생각한다.
기분 좋게 읽었다.
- 고이즈미 야쿠모 小泉八雲, Lafcadio Hearn
고이즈미 야쿠모는 1850년 그리스의 레프카다섬에서 아일랜드인 군의관 아버지와 그리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두 살 때 아일랜드로 이주한 뒤 네 살 때 어머니와 헤어지고 일곱 살 때 아버지와 사별한 뒤 친척에게 맡겨졌다. 열여섯 살 때 놀던 중 왼쪽 눈을 실명. 열아홉 살 때 홀로 미국으로 건너가 호텔 보이, 야간 경비, 행상 등의 직업을 전전하다가 저널리스트로 문필력을 인정받게 된다. 그 후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즈, 카리브해의 마르티니크섬에 이주해 문화의 다양성에 매료되고, 왕성한 취재 집필 활동을 했다. 뉴올리언즈 시대에 엑스포에서 접한 일본 문화, 뉴욕에서 읽은 <고사기> 등의 영향을 받아 1890년 4월에 일본 땅을 밟는다. 그해 8월 마츠오카에 있는 시마네 중학교에 영어 교사로 부임한다. 또 구마모토 제5고등학교, 고베 <크로니클>사에서 근무한 뒤 1896년 9월부터 도쿄대학에서 문학부 강사로 영문학을 강의한다. 그해 고이즈미 세츠와 정식으로 결혼하고 일본에 귀화했다. 1903년 도쿄 대학에서 해고되어 강사 자리를 나쓰메 소세키에게 물려주고 와세다 대학에서 교편을 잡는다. 번역, 기행문, 이야기 문학을 중심으로 평생 약 30여권의 저작을 남겼다. 1904년 9월 26일 심장마비로 54세의 생애를 마감했다.
- 호우키 지방의 쿠로사카 마을 근처에 '유령폭포'라는 폭포가 있다. 왜 그렇게 불리게 됐는지 유래는 모른다. 폭포수 웅덩이 옆에는 작은 사당이 있는데 그 고장 사람들은 ‘폭포대명신(瀑布大明神)'이라고 부른다. 사당 앞에는 나무로 만든 작은 새전함이 놓여 있다. 신자들에게 기부를 받기 위해 놓아둔 것이다. 이 새전함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얽혀 있다.
지금으로부터 35년 전 어느 추운 겨울 저녁, 쿠로사카 마을의 삼베 작업장에서 일하는 아주머니와 ...
- <유령폭포의 전설>
- 달빛으로 쌓아 올린 작은 산처럼 우뚝 섰다. 기이하고 불가사의한 모습이었다.
스님과 동승이 그 앞에 엎드려서 열렬한 어조로 보현보살에게 기도를 드리기 시작했다. 그때 갑자기 사냥꾼이 두 사람 뒤에서 활을 손에 들고 벌떡 일어나서 화살을 메기고 한껏 당겨서 빛나는 부처님을 향해 쏘았다. 긴 화살은 화살 깃이 가슴속까지 들어갈 정도로 깊이 꽂혔다.
그 순간 벼락같은 소리가 나면서 하얀빛이 꺼지고 부처님 모습도 사라졌다. 절 앞은 사방이 깜깜하고 바람만 불고 있었다.
- "이 짐승 같은 놈이!"
스님이 절망과 오욕의 눈물을 흘리면서 외쳤다.
"이 참혹한 악당 놈아! 무슨 짓을 한 거냐, 무슨 짓을 한 거야!"
그러나 사냥꾼은 후회하는 모습도 없이 화난 모습도 보이지 않고 조용히 스님의 질책을 듣고 있었다. 그리고 매우 공손하게 말했다.
"스님, 부디 마음을 진정시키시고 제 말을 들어주십시오. 스님께서는 몇 년 동안 경전을 외우시고 참선하신 그 공덕으로 보현보살을 보셨다고 하셨습니다."
- "부처님은 어디에서나 계시지만 사람들이 무지하고 부족해서 그 모습을 볼 수 없다고 들었습니다. 스님은 배움이 있으시고 청정한 생활을 하셨기 때문에 부처님을 만날 수 있는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셨을지도 모르겠지만, 매일매일 먹고살려고 짐승을 죽이는 저 같은 놈이 어떻게 부처님을 뵐 수 있단 말입니까. 저도 동승도 스님이 보신 것을 눈으로 똑똑히 봤습니다. 그렇다면 스님이 보신 것은 보현보살이 아니라 스님을 속이고 심지어 목숨까지 노리는 마귀가 틀림없습니다. 제발 마음을 가라앉히시고 날이 밝을 때까지 기다려 주십시오. 날이 밝으면 제가 드린 말씀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실해질 겁니다."
- 날이 밝아 오자 사냥꾼과 스님은 부처님이 서 있던 자리를 조사했다. 가느다란 핏자국이 이어져 있었다. 그 뒤를 따라서 수백 걸음 정도 가니까 땅바닥이 움푹 꺼진 곳에 커다란 너구리 한 마리의 시체가 있었고 가슴팍에 사냥꾼이 쏜 화살이 꽂혀 있었다.
- 스님은 학식이 있어서 성인이라고 불리고 있었지만, 너구리에게 아주 쉽게 속아 넘어가 버렸다. 사냥꾼은 무지하고 신앙심도 없었지만, 상식이 매우 풍부 ...
- <상식>

- 존엄한 공덕이 있는 말씀을 범어로 썼다. 그리고 시체를 흙 속에 되돌려 놓기 전에 오카메의 영혼을 위해 시아귀 법회를 치렀다.
그런 후에 오카메가 남편을 찾아오는 일은 두 번 다시 없었다. 하치에몬은 점차 건강과 활력을 회복했다.
- <오카메 이야기>
- 옛날 옛적에 에도의 코이시카와 근처에 스즈키라는 하타모토(에도시대 쇼군 직속의 고위급 무사)가 있었다. 그의 저택은 에도가와 강변에 있는 나카노하시라는 다리에서 별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스즈키의 부하 중에 아시가루(사무라이 가문에 고용된 하급 보병)인 츄고로가 있었다. 츄고로는 상당한 미남에 영리하고 붙임성도 좋아 동료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츄고로는 스즈키 가문을 모신 여러 해 동안 전혀 빈틈없이 열심히 일했다.
그런 츄고로가 언제부터인가 밤마다 마당을 가로질러 저택을 빠져나가서 동트기 조금 전에야 돌아오 ...
- <츄고로 이야기>
- 요시(다른 여동생, 여기서 처음 언급된다)도 어머니도 지금은 오코 옆에 붙어서 간병을 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부모님에게 아무 도움도 받을 수 없게 되었다.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지만, 근처에 사는 두세 명의 여자들이 손이 빌 때 와 주었다. 마침내 호리 씨에게 부탁해서 겨우 적당한 가정부 할머니를 고용할 수 있었다. 할머니가 친절하게 간호해 주어서 건강은 조금씩 좋아졌다. 8월 초에는 건강을 상당히 되찾았다...
- 9월 4일, 여동생 오코가 폐병으로 죽었다.
그전부터 만일의 경우에는 여동생 요시가 오코의 자리에 앉는다는 약속이 있었기 때문에, 고토가 혼자 사는 것은 불편하기도 해서 같은 달 11일에 고토와 요시가 혼례를 올리고 형식적인 축하연을 치렀다.
- 9월 마지막 날에 오카다 씨가 갑자기 사망했다.
이런 일이 겹치니 이래저래 비용이 많이 들어서 우리들도 금전적으로 상당히 어려워졌다.
오코가 죽자마자 요시가 고토에게 시집가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아무리 그래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런 마음을 숨기고 고토와 이전과 똑같이 말하며 지냈다.
- <어느 여인의 일기>
- 세계에는 신앙, 사상, 풍습, 예술이 우리(영미권)와는 조금도 공통점이 없기에 우리에게는 그 지역 사람들이 이상하게 여겨지는 나라가 여럿 있다. 그런 나라에서는 그 지역의 자연(그 지역의 식물과 동물)에서도 역시 그 지역과 어울리는 이상한 특징을 지닌 것들이 발견된다. 아마 이런 이국적인 자연의 기묘함(그 기묘함이 어느 정도이든)이 그 지역 사람들이 가진 정신, 즉 우리 서양인들이 보면 이상하게 여기는 사고방식을 키워온 힘이 아닐까. 환경에 따른 식물이나 곤충의 형태 차이를 생물 진화론의 법칙에 따라 해석 가능하다면, 나라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의 사고방식이나 감정 또한 진화론적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민족의 정신을 발전시켜 온 요인으로서 그 민족이 살아온 환경이 그들의 상상력에 미치는 영향을 빠뜨릴 수 없다고 본다.

-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쵸슈(지금의 야마구치현 일대)에서 나에게 게를 한 상자 보냈기 때문이다. 그 게들은 우리 서양인이 흔히 이것이야말로 정말 일본적이라고 생각하는 괴상한 모습이었다. 게 껍데기는 기묘하게도 사람 얼굴을 닮아 울퉁불퉁했다. -일그러진 그 얼굴은 마치 일본의 공예장인이 예술적 충동으로 즉흥적으로 파서 만든 탈 같았다.
- 솜씨 있게 말리고 닦은 두 종류의 게는 외국인에게 '시모노세키'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아카마가세키의 가게에서 항상 팔고 있는 물건이다. 이 게는 그 근처에 있는 단노우라라는 해안에서 잡힌다. 700년 전 단노우라 해전에서 헤이케 가문은 겐지 군대와 싸우다 멸망했다. 일본 역사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니이노아마가 이 무섭고 끔찍한 상황에서 <사세구(辭世句)>를 읊은 후에 어린 제왕인 안토쿠 천황을 껴안고 바다에 몸을 던졌다는 옛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 이 해안에서 잡히는 괴상망측하게 생긴 게를 지금은 '헤이케 게'라고 부른다. 살육되거나 익사한 헤이케 사무라이의 혼이 이처럼 괴상한 모습으로 변했다는 전설 때문이다. 게 껍데기에 나타난 얼굴에서 숨이 끊어지는 순간의 분노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금도 뚜렷이 가늠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전설의 로망을 충분히 느끼기 위해서는 단노우라 전투를 그린 오래된 그림이나 색채판화를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 그림들에는 갑옷으로 무장한 무사들이 쇠로 만든 무시무시한 철 가면을 쓰고 두 눈을 부릅뜨고 있다.

- 작은 게들은 단순히 '헤이케 게'라고 불리며 게 하나하나마다 헤이케이의 일반 사무라이 한 사람 한 사람의 망령이 깃들어 있다고 한다. 그리고 큰 게들은 '대장 게' 또는 '용두(龍頭)'라는 이름으로 불리는데, 이들 큰 게에는 헤이케 군대 대장들의 혼이 깃들어 있다고 한다. 이런 대장들의 투구에는 서양의 문장학(紋章學)에서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괴물, 번쩍번쩍 빛나는 뿔, 금으로 된 용 같은 것들이 장식으로 붙어 있다.
- <헤이케 게>
- 부레 또는 물고기의 발광기관과 같은 생물학적으로 뛰어나고 흥미로운 주제에 대한 것이다. 반딧불이의 형태, 반딧불이의 생리, 반딧불이의 광도 측정, 발광물질의 화학 작용, 반딧불이 빛의 스펙트럼 분석, 에테르 진동의 견지에서 본 빛의 의미, 이런 주제에 대해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와타세 교수가 가르쳐 주었다.
- 와타세 교수는 실험을 통해 일본의 어떤 반딧불이가 내는 빛의 반짝임, 즉 빛의 파동(light-pulsation)이 온도와 환경이 정상적인 상태에 있을 때는 1분에 26회인데, 같은 종류의 반딧불이가 잡혀서 겁을 먹으면 파동 비율이 갑자기 상승해서 1분에 63회나 된다는 사실을 알려 주었다. 그리고 그보다 작은 종류의 반딧불이는 사람 손에 잡혔을 때 빛의 파동이 1분 사이에 200회까지 올라간다는 것을 입증하였다. 와타세 교수의 연구는 발광이 반딧불이의 자기 방어적인 기능일 수도 있다는 -즉 송충이와 나비의 '경계색'과 같은 것일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 반딧불이는 먹으면 아주 쓴 맛이 나기 때문에 새의 입맛에는 맞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와타세 교수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개구리는 맛이 좋든 나쁘든 신경 쓰지 않고 그 차가운 배를 반딧불이로 가득 채우기 때문에 반딧불이 빛이 개구리 가죽을 투과해서 빛날 때도 있다. 그 모습은 마치 촛불이 도자기 항아리를 투과해서 번쩍이는 것 같다고 한다.) 자기 방어적인 기능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반딧불이의 작은 발전기는 여러 가지 용도로 쓰이고 있다. 예를 들면 전송사진 같은 기능도 한다. 다른 곤충은 소리나 접촉으로 의사소통을 하지만 반딧불이는 감정을 빛의 파동으로 표현한다. 반딧불이는 빛이라는 언어로 말한다...
- 독자들은 와타세 교수의 강의 내용이 어떠한지 이런 두세 가지 예만 들어봐도 예상될 것이다. 교수의 강의는 비단 전문적인 이야기만은 아니다. 아울러, 나의 이 (비이과적인) 수필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 특히 일본에서 반딧불이 잡는 방법이나 파는 방법은 와타세 교수가 작년 도쿄에서 일본인 청중을 대상으로 한 재미있는 강의에서 배운 것이다.
- 영어로 firefly(반딧불이)의 일본어명은 '호타루(螢)’인데 이 글자는 '虫(벌레 충)'에 '火(화)'가 두 개 나란히 ..
- 이런 말의 유래는 낭만적인 학설일수록 아쉽지만 타당성이 없는 듯하다. 호타루의 어원이 무엇이든 이 곤충을 민간에서 부르는 이름에는 로맨틱한 풍류가 들어있다는 점은 틀림없다.
- 일본에는 두 종류의 반딧불이가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이 두 종류는 민간에서는 '겐지 반딧불이'와 '헤이케 반딧불이'라고 한다. 전설에 따르면 이들 반딧불이는 옛날 겐지와 헤이케 군사들의 망령이며 그 모습이 비록 곤충으로 변했지만, 12세기에 있었던 무서운 겐페이 전쟁을 꿈에도 잊지 못하고 일 년에 한 번 4월 20일 밤에 우지강 위에서 일대 전투를 벌인다고 한다. 그래서 그날 밤에는 싸움에 참전할 수 있도록 새장 속의 반딧불이를 전부 밖에 놓아주어야 한다.
- 겐지 반딧불에는 일본에서 가장 큰 반딧불이다. -적어도 류큐(오키나와)를 제외한 일본 본토에서는 가장 크다. 규슈에서 오슈(아오모리, 이와테, 미야기, 후쿠시마의 4현)에 걸치는 거의 모든 곳에서 볼 수 있다. 헤이케 반딧불이는 그보다 더 북쪽에도 분포하고 있고 예조, 즉 홋카이도에 특히 많으며 중부와 남부 지방에서도 볼 수 있다. 겐지 반딧불이보다 크기가 작고 빛의 밝기도 약하다. 벌레 장사가 도쿄, 오사카, 교토 등의 도시에서 파는 반딧불이는 큰 쪽이다. 일본인 관찰자는 이 두 종류 모두 반딧불이의 빛은 다갈색이라고 표현한다. -'다갈색' tea coloured이란 일본인이 평소에 마시는 녹차 색으로서 찻잎의 품질이 좋으면 맑은 녹색이 비치는 노란색이다.
- 그러나 훌륭한 겐지 반딧불이의 빛은 정말 선명하게 빛나기 때문에 웬만큼 눈이 좋은 사람이 아니고서는 녹색이 비치는 그 빛깔을 식별할 수는 없다. 얼핏 보면 번쩍하고 섬광이 일면서 모닥불의 불꽃처럼 노란색으로 보인다. 다음 하이쿠는 그 번쩍임을 묘사하고 있지만, 이 글이 반딧불이를 그리 과하게 칭송하는 문장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 횃불이런가
반딧불이 빛나니
겐지로구나
- 겐로쿠 시대(1688~1704) 이전에는 무더운 장마철에 반딧불이가 이 골짜기에 모여드는 풍경은 일본의 자연 광경 중에서도 기묘한 볼거리의 하나로 꼽혔다. 호타루타니의 반딧불이는 지금도 그 크기로 유명하다. 그러나 지금은 옛 문헌에 기록되어 있는 놀랄 정도로 큰 반딧불이 무리는 볼 수 없다.
- 현재 가장 유명한 반딧불이의 명소는 야마시로 지방의 우지 근처이다. 우지는 차 명산지의 중심에 있는 작고 예쁜 마을로 우지 강가에 있다. 이곳은 우지차로 유명하지만, 차에 못지않게 반딧불이로도 유명하다. 여름이면 임시 열차가 교토와 오사카에서 우지로 수천 명의 반딧불이 구경꾼들을 싣고 온다. 그러나 가장 볼만한 곳은 우지 마을에서 수십 정(1정은 약 109미터) 떨어진 지점인 강 위쪽이며 거기에서 반딧불이 싸움이라는 대단한 스펙터클을 목격할 수 있다. 그곳에서 우지강의 강물은 나무와 식물로 뒤덮인 산 사이를 꾸불꾸불 흘러내린다.
거기에 몇만 마리나 되는 반딧불이가 강변 좌우 언덕에서 화살처럼 날아와서 물 위에서 뭉치거나 흩어지거나 한다. 때로는 뭉친 반딧불이가 빛나는 구름 같기도 하고 또 때로는 섬광을 발하는 커다란 공으로 ...
- 일본에서는 여름 몇 달 동안 반딧불이를 잡아 팔아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반딧불이 장사는 규모가 매우 큰 일종의 특별한 생업 수단이다. 이 산업의 중심지는 비와 호수 주변, 고슈의 이시야마 근처인데 여러 가게가 전국 각지, 특히 오사카, 교토의 2대 도시로 반딧불이를 출하하고 있다. 성수기에 주요한 가게는 한 집이 60~70명의 반딧불이 잡이를 고용한다. 이 일을 하려면 꽤 훈련이 필요하다. 신참은 하룻밤에 백 마리도 제대로 못 잡는다. 그러나 숙련된 반딧불이 잡이는 하룻밤에 3000마리를 잡는다고 한다. 반딧불이 잡는 법은 매우 단순하지만 보고 있으면 매우 재미있다.
- 날이 저물면 반딧불이 잡이는 긴 대나무 장대를 어깨에 메고 다갈색의 모기장 천으로 만든 긴 자루를 허리둘레에 띠처럼 감고 나간다. 반딧불이가 출몰하는 나무숲이 있는 장소에 도착하면 -대부분 강이나 연못 둔덕으로 버드나무가 있는 지점- 멈춰 서서 나무들을 찬찬히 관찰한다. 나무들이 더할 나위 없을 정도로 반짝이기 시작하면 망을 준비하고 가장 빛나는 나무에 가까이 가서 긴 장대로 가지를 두들긴다. 움직임이 재빠른 다른 벌레들은 곧바로 날아오를 수 있지만, 반딧불이는 딱정벌레들처럼 그 충격으로 땅바닥에 뚝뚝 떨어진다. 어디에 떨어졌는지는 반딧불이 빛으로 -반딧불이는 공포나 고통이 쌓이면 더욱 밝게 빛난다- 똑똑히 알 수 있다. 반딧불이가 잠시 지면에 가만히 있을 수만 있다면 다시 날아오르기도 하지만, 반딧불이 잡이는 재빠르게 양손을 동시에 쓰면서 반딧불이를 자기 입속으로 능숙하게 집어넣는다. -무엇보다도 속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반딧불이를 하나하나 자루에 넣고 있을 틈이 없다- 입속에 반딧불이가 가득 차서 더는 넣을 수 없을 때 반딧불이 잡이는 반딧불이를 자루 안에 토해 낸다. 물론 반딧불이는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았다.
- 반딧불이 잡이는 이런 식으로 새벽 두 시경까지 일한다. -이 시간은 옛날식으로 말하면 망령이 나올 시간인데- 그 시간쯤이면 반딧불이라는 곤충은 나무를 떠나서 이슬에 젖은 지면으로 장소를 옮기기 시작한다. 사람 눈에 띄지 않도록 엉덩이를 지면에 묻고 숨기 위해서다. 여기서 반딧불이 잡이는 전술을 바꾼다. 대나무 빗자루로 풀더미 위를 대충 가볍게 쓸고 간다. 반딧불이 잡이는 빗자루에 쏠리거나 놀라 꼬리에 등불이 켜진 반딧불이를 순식간에 손으로 잡아서 자루 속에 넣어 버린다. 해뜨기 조금 전에 반딧불이 이들은 마을로 돌아간다.
- 반딧불이 가게에서는 잡힌 반딧불이를 빛의 강약에 따라 신속하게 선별한다. -빛이 셀수록 가치도 높다. 그리고 반딧불이를 비단 천을 두른 새장에 물기가 마르지 않도록 적당량의 축축한 풀과 함께 넣는다. 등급에 따라 한 상자에 백 마리에서 200마리를 넣는다. 이런 새장에는 고객 이름이 적힌 작은 나무패가 붙어있다. -여관 주인, 요정 여주인, 도매 또는 소매 벌레 상인, 그리고 특별한 연희용으로 반딧불이를 많이 주문하는 개인 등이다. 상자는 파발꾼이 고객들에게 배달한다. -왜냐면 안전문제 때문에 이런 상품을 보통 운송업자에게 맡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 여름이 다가오면 저녁 연회용으로 반딧불이 주문이 많이 들어온다. 일본식 커다란 객실은 보통 정원을 바라볼 수 있게 만들어져 있는데, 무더운 계절, 연회와 좌흥이 열리면 일본인은 통상적으로 일몰 후에 정원에 반딧불이를 풀어놓는다. 반짝거리는 반딧불이가 손님의 눈을 즐겁게 만들기 때문이다.
- "그러나 우성 변이에 의한 도태가 차례차례 일어나는 과정에서 생겨났다고 생각할 수는 있다." 허버트 스펜서의 학설을 신봉하는 사람이라면 이 문제를 더 깊게 파고들지는 않을 것이다.
- 그러나 나로서는 다음과 같은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물질은 무언가의 방법으로 그저 오류 없이 오로지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생명 존재의 아무리 작은 단위 속에도 무한한 잠재적 가능성이 깃들어 있다. 그 이유는 단순한데, 모든 궁극의 미세한 원자에는 이미 소멸하였으나 이 우주 안에 존재하였던 몇 백억 조의 무한한 불멸의 경험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 <반딧불이>
- 사라진 다음에도 이들 원자는 -그들을 만들어낸 불가사의한 힘에 의해서- 아마도 이슬방울로 계속 연결되어 앞으로 생겨 날 천체의 아름다운 아침 풍경을 그림자로 비출 것이다.
- 당신이 바로 자아라고 정의하는 합성물을 구성하는 입자도 마찬가지다. 하늘에 태양과 달과 별에 태어나기 전에도 당신을 구성하는 원자는 이미 존재했었다. 진동하면서 -또는 가속하면서- 사물의 어떤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눈에 보이는 밤하늘의 별들이 모두 다 타서 없어진 후에도 이들 원자는 분명 사람들 마음의 한 구성 요소로서 다시 참여할 것이다. -그리하여 사람들의 생각과 감동과 기억 속에서 다시 진동할 것이다.- 지금부터 생겨나고 진학할 세계에서 새로 태어나는 생명의 그 모든 환희와 고통 속에서...
- 당신의 인격? -당신의 특성? 다시 말해 당신의 관념과 감정, 추억? 당신만이 가진 희망과 걱정, 애정과 증오? 그런데 그것이 다 무엇이란 말인가. 이슬방울도 몇조 몇억 개의 물방울 하나하나마다 원자가 감동해서 내는 흔들림과 세계를 비추는 방법이 미세하게 다르다. '생'과 '사'의 바다에서 태어난 무수한 영혼의 진주 구슬 하나하나에도 이처럼 섬세한 개성이 존재한다. 영원한 질소 속에서 당신의 개성은 이슬 한 방울의 떨림 속에서 일어나는 분자의 특별한 움직임 정도 의미밖에 없다. 어느 이슬방울도 떨림의 방식이나 풍경을 비추는 방식이 완벽하게 같지는 않다. 그러나 이슬방울은 생겨나고, 방울져 떨어지고, 거기에 언제나 풍경이 비치고 떨린다... 그러므로 죽음이 상실이라는 생각이야말로 가장 큰 착각이다.
- 상실은 없다- 왜냐하면 어떤 자아도 결코 사라지지 않으므로, 과거에 어떤 모습으로라도 당신은 존재했다. -지금 어떤 모습이더라도 당신은 존재한다- 미래에 어떤 모습으로라도 당신은 존재할 것이다. 인격!- 개성!- 그것은 꿈속에서 꾸는 또 하나의 꿈에 나오는 환영에 지나지 않는다! -존재하는 것은 오직 영속하는 무한한 생명뿐이다. 우리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은 그 생명의 흔들림에 지나지 않는다. -태양도 달도 별도 -대지도 하늘도 바다도 -마음도 인간도 공간도 시간도, 그것들은 모두 그림자다. 그림자는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그러나 그림자를 만드는 생명은 영원하다.
- <이슬 한 방울>
- 존자 나아가세나여, 야차라는 것이 존재합니까?
- 대왕이여, 있고 말고요.
- 그럼 야차는 야차의 상태를 언젠가 벗어날 수 있습니까?
- 네, 벗어나서 죽습니다.
- 그러나 존자여, 만약 그렇다면 야차의 시체를 본 자가 없는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 대왕이여, 그 시체는 있습니다... 나쁜 야차의 시체는 벌레의 모습을 하고 있고, 바퀴벌레, 개미, 뱀, 전갈, 지네... 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 밀린다왕의 질문, <밀린다왕문경>
- 인생에는 어렴풋이만 알고 있던 진리가 갑자기 감정적으로 흔들림 없는 확신의 모습을 생생하게 띠는 순간이 존재한다. 얼마 전 나는 스루가만(태평양 연안인 시즈오카현에 있는 만) 해변에서 그런 체험을 했다. 물가를 따라 한 줄로 늘어선 소나무 밑에서 쉬고 있을 때의 일이다. 시간이 생명의 따뜻한 빛으로 가득 차서 아주 평온하게 흐르고 있었기 때문인지 -바람과 빛이 왠지 떨리는 것처럼 황홀했기 때문인지- 내가 오래 간직해 온 신념 하나가 기묘한 확신으로 차올라왔다. 그 신념이란 모든 존재가 하나라는 확신에 가까운 생각이었다. 그때 나는 내가 산들거리는 바람이나 달려오는 파도와 하나라고 느꼈다. 그림자의 흔들림과 햇빛의 반짝임, 하늘과 바다의 푸른 빛, 육지의 커다란 초록빛 고요함이 모두 나와 하나라고 느꼈다. 나는 세상에는 시작도 없고 끝도 없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어째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은 낯설고도 불가사의한 경험이었다. 그러나 나에겐 그런 경험이 처음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그때의 경험이 나에게 더 특별하게 기억 ...
- 지옥에서 태어날 만한 죄를 짓지 않았어도 짐승과 벌레, 또는 아귀(餓鬼)의 모습으로 환생할 수 있다.
그러므로 내세에 벌레가 될지 아귀가 될지는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다. 그리고 불교의 가르침에서는 곤충과 아귀의 차이는 생각보다 뚜렷하지 않다. 유령과 곤충 사이, 아니 오히려 영혼과 곤충 사이의 신비적인 관계에 얽힌 신앙은 동양에서는 매우 오래된 신앙으로 지금도 여러 모습을 띠고 전해지고 있다. -그중에 어떤 것은 말할 수 없이 무섭고, 어떤 것은 괴기할 정도로 아름답다.
- 컬러 쿠치(Quiller-Couch)의 <백아(The White Moth)>는 이야기로서는 일본인 독자에게 특별한 감명을 주지 않으리라 본다. 왜냐면 밤나방이나 나비는 일본의 많은 노래와 설화에서 숨진 아내의 혼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밤에 우는 귀뚜라미의 가냘픈 울음소리를 전생에 인간이었던 자가 한탄하는 소리로 여긴다. -매미 머리 위에 새겨진 기묘한 빨간 표시는 계명(戒名), 잠자리와 메뚜기는 죽은 사람들이 타고 달리는 말이라 여겨진다.- 사람들은 이들 모두를 사랑에 가까운 연민의 정을 갖고 가엽게 여겨야 한다.
- 하나는 아귀 세계에 거주하는 자라는 이름의 '아귀세계주(餓鬼世界住)', 즉 아귀도 안에 있는 굶주린 망자로서 인간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또 다른 하나는 '인중주(人中住)'다. 이들은 인간 세계에 사는 자들로서 이 아귀들은 영원히 현세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때때로 사람들의 눈에 띄기도 한다.
- 아귀를 분류하는 또 다른 방법도 있다. 속죄를 위해 받는 벌의 성질에 따라 분류하는 것이다. 모든 아귀는 굶주림과 갈증으로 고통받고 괴로워한다. 이 고통과 괴로움에는 세 가지 단계가 있다. 그 첫 번째 단계는 무재아귀(無財餓鬼)다. 무재아귀 단계에서는 어떤 음식도 얻을 수 없고 굶주림과 갈증에 끊임없이 고통을 받는다. 두 번째 단계는 소재아귀(小財餓鬼)다. 이 단계에서는 고통을 받기는 하지만 가끔 불결한 것은 먹을 수 있다. 세 번째 단계는 유재아귀(有財餓鬼)다. 이 단계의 아귀는 운 좋은 아귀로서 인간이 버린 음식이나, 신에게 바친 음식, 선조 위패에 바쳐진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소재아귀와 유재아귀는 인간의 일에도 여러모로 간섭한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특히 흥미롭다.
- <아귀>
- 짧은 밤이여!
바쿠의 꿈 먹을 짬
조차 없어라!
옛 일본의 사랑 노래
- 이 짐승의 이름은 '바쿠(獏)'라고 하며 '시로키나카쓰카미(하얀 표범)'라고도 한다. 사람의 꿈을 먹는 것이 특성이다. 책마다 이 짐승에 관한 묘사는 가지각색인데, 내가 소장하고 있는 고서에는 수컷 바쿠는 몸은 말, 얼굴은 사자, 코와 어금니는 코끼리, 앞머리는 무소, 꼬리는 암소, 다리는 호랑이의 모습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암컷 바쿠는 수컷과는 모습이 매우 다르다고 하나 어떻게 다른지는 확실하게 적혀 있지 않다.

- 옛 중국의 문물을 숭상하던 시대에는 바쿠를 그린 족자가 일본 집에 많이 걸려 있었다. 이런 그림에는 진짜 바쿠와 같은 자비로운 공덕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내가 소장하고 있는 고서에는 이런 풍습에 얽힌 이야기가 한 편 실려 있다.
- <꿈을 먹고 사는 짐승>
- "아직 결혼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라는 아버지의 대답은 딸을 시집보내기 위해 필요한 옷, 가구 등의 혼수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이번 경우는 아무 준비도 필요 없습니다"라고 말한 것은 남자 쪽은 여자의 지참금이 없어도 신부로 맞을 의향이 있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 아버지는 분명히 운세 책을 보거나 점쟁이에게 물어봤을 것이다. 두 사람의 마음이 맞는다고 아버지가 말한 이유는 그 이외에는 달리 설명할 수가 없다. (역자 주) 여자는 29세의 칠적금이고 남자는 아홉 살 연상의 같은 칠적금이라서 아버지는 궁합이 좋다고 판단했을 것이다.(칠적금은 태어난 해에 따라 아홉 개로 나누어서 보는 운세 중에 일곱 번째 해에 해당하는 운세이다. 중국에서 유래된 점술이며, 사주팔자와 달리 태어난 달과 날은 보지 않는다.)
- 일본의 점술은 길과 흉을 다음과 같이 부르고 표시한다.
◐ 센카쓰(先勝) - 오전은 길하고 오후는 흉하다
◉ 토모비키(友引) - 아침과 밤은 길하고 오후는 흉하다
◑ 센뿌(先負) - 오전은 흉하고 오후는 길하다
● 부쓰메쓰(佛滅) - 모두 흉하다
○ 다이안(大安) - 모두 길하다
❂ 샷코(赤口) - 대흉. 오시(午時)만 길하다
- (역자 주) 삼삼구도(三三九度)는 신랑, 신부가 하나의 잔으로 술을 세 번씩 마시고, 세 개의 잔으로 합계 아홉 번 마시며 부부의 인연을 맺는 일본 결혼식 혼례 의례다.
- 원문은 '아이가사(合傘)'. '아이가사'는 정말 재미있는 말이다. 영어의 accord 또는 harmonize를 뜻하는 동사 '아우(合;au)'와 명사 '가사(傘;gasa)'로 된 단어이다. 한 우산을 두 사람, 특히 연인끼리 같이 쓰는 것을 말한다. '아이가사'는 'an umbrella-of-loving-accord'라고 번역할 수 있을 것이다. 가게에서 우산을 빌려서 남편과 같이 쓰고 있는 모습을 아는 사람들이 볼까 봐 불안해하는 아내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시 일본에서는 공공장소에서 부부가 나란히 걸어가는 것이 천박한 행동으로 여겨졌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처럼 한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신혼부부는 놀림의 대상이 되었다. 마음 약한 신혼의 아내는 그런 놀림을 받는 것이 매우 부끄러웠을 것이다.
- 센소지 절은 아사쿠사 관음사를 말한다. 도쿄에서 가장 유명하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절이다.
- 텐진사마는 오쿠보 근처에 있다. 이 신사는 나무가 울창하다.
- (역자 주) 소가 형제는 가마쿠라 막부 시대인 12세기 형제 무사이다. 1193년 아버지의 원수를 갚은 것으로 유명하다.
- 로쿠모노 요세는 여러 가지 예능물을 섞어 상연하는 공연장이다.
(역자 주) 요세는 도시 지역의 작은 공연장이다. 주로 코단(講談), 라쿠고(落語)와 그 밖의 잡다한 여러 예능, 기예물을 보여 주던 곳이다. 코단, 라쿠고는 직업적 이야기꾼들이 여러 이야기를 부채 등의 소품을 쓰면서 일인다역으로 재미있게 풀어나간다. 코단은 전투 이야기 등 역사물이 주를 이루었으며 라쿠고는 주로 코믹한 내용이 많았다.
- 이요가스리는 시코쿠 지방의 이요가에서 만드는 짙은 감색의 면직물이다. 군데군데 허옇게 쏠린 것 같은 무늬를 낸다.
- 가나자와테이는 요쓰야 지역에 있는 공연장이며 하리마다이유는 유명한 이야기꾼이다. 여러 극 중 인물의 성대모사 등을 잘한 것으로 유명하다.
- 일본 악기인 샤미센(三味線) 반주에 맞추어 가락을 붙여 엮어 나가는 이야기이다.
- 이 여인은 '지진, 화재, 벼락, 그믐날, 기근, 병이 없는 나라로 간다'는 불교의 속언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 하치만 신사는 우시고메 지역의 동네신(우지가미)이다.
- 마쓰마에야 고로베라는 유명한 쌀 상인을 다른 연극이다.
- 시오가마사마는 여성이 순산을 기원하는 신인 시오가마다이묘진(塩電大明神)이며 시오가마 신사는 일본 전국 거의 모든 곳에 있다.
- (역자 주)四十七士: 47인의 무사는 1703년 주군의 원수 저택을 습격하여 원수를 갚고 죽은 무사들이다.
- 패랭이꽃은 보통 시와 노래에서 사랑스러운 아이를 의미한다.
- 연극 구경이 단순히 오락을 위한 것이라고 추측해서는 안 된다. 여인은 힘든 일을 잊기 위해 연극을 보러 갔고 아마도 이는 남편이 권했을 것이다. 오쿠보 히코자에몬은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모신 고위 무사였다. 지혜롭고 인정 있는 충신으로 많은 이야기가 문학 작품이나 연극으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 절구는 일 년에 다섯 번 있는 축일이다. 5절구는 정월 7일(人日), 3월 3일(上巳), 5월 5일(端午), 7월 7일(七夕), 9월 9일(重陽)이다.
(역자 주) 계절이 바뀌는 시점으로도 여기며 에도 시대에 막부가 공식적인 행사일 또는 축제일로 정했다.
- 텐구(천궁)는 불교와 신도가 혼합된 신앙이었으며 현재는 신도 신앙에 속한다. 질병을 치료하는 데 영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의 스이텐구는 니혼바시 근처에 있다.
- 1898년 4월 10일은 제국의 수도를 교토에서 도쿄로 옮긴 30주년 기념일로서 그 축전이 열렸다.
- 다이묘 행렬은 봉건시대의 다이묘들이 가신과 하인을 거느리고 엄숙하게 대열을 맞춰 여행하는 모습을 재현한 행렬을 말한다. 메이지 이전 시대의 실물 갑옷, 의복, 무기 등을 구경할 수 있었다.
- 아기가 태어나고 7일째 되는 저녁에 여는 축하연, 초대된 친척, 지인들이 아기에게 작은 선물을 하는 풍습이 있다.
- <정법염처경(正法念處經)>에서 뽑아서 번역하였다. 이 아귀도에 관한 놀랄만한 묘사를 전부 번역하면 독자들은 기분이 몹시 나빠질 것이다.
- 나무의 정령(樹靈)에 대해서는 다음 이야기가 전형적이다.
오미 지역 에치가와 마을에 사는 사쓰마 시치자에몬이라는 사무라이의 집 정원에 매우 오래된 팽나무가 있었다(팽나무는 보통 귀신 들린 나무라고 한다). 아주 옛날부터 그 집의 선조들은 이 나무의 가지를 치거나 잎을 따지 않도록 주의해 왔다. 그러나 어느 날 매우 고집이 센 사람인 시치자에몬이 팽나무를 베겠다고 했다. 다음 날 밤, 시치자에몬의 어머니 꿈에 괴물이 나타나서 만약 팽나무를 베면 그 집 사람들이 모두 죽을 것이라고 했다. 이 경고를 시치자에몬에게 전하자 그는 웃기만 하면서 상대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사람을 시켜서 나무를 베어 버렸다. 나무가 쓰러지자마자 시치자에몬은 갑자기 발광하여 며칠 동안 수시로 '나무! 나무! 나무!'라고 사납게 소리를 질렀다. 마치 손이 뻗쳐오는 것처럼 가지가 뻗쳐 와서 자신을 찢어 버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 상태로 죽었다. 그가 죽자마자 시치자에몬의 아내가 나무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고 외치면서 미쳐갔다. 그녀도 공포에 미쳐서 죽었다. 그 집사람들은 하인을 포함해서 차례차례 모두 미쳐서 죽었다. 그 뒤로 그 집은 거주자 없이 방치되었다. 아무도 그 집 정원에 들어가려고 하지 않았다.
이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출가했던 사쓰마 가문의 딸이 지쿤이라는 이름으로 야마시로의 절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마을 사람들이 알게 되었다. 비구니가 된 딸은 마을 사람들의 간청에 의해 마을로 돌아와 그이 집에 다시 살게 되었다. 이 비구니는 죽을 때까지 그 집에 살면서 매일매일 나무의 정령에게 기도를 올렸다. 이 비구니가 집에 살면서부터 팽나무의 혼령은 말썽을 일으키지 않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슌교라는 승려가 전해준 것으로 순교 자신은 비구니에게 직접 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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