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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매켄] 아서 매켄 단편선 2 - 삶의 단편, 백색 인간, 궁수

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2

by 일루젼 2026. 6. 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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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아서 매켄 / 김정주
출판 : 와이드마우스
출간 : 22.06.10


       

 

한 차례 비가 쏟아지고 난 뒤라 6월 말 치고는 선선하다. 이번 여름은 장마가 긴 여름이 되는 걸까. 

 

<삶의 단편>은 매우 평범한 -것처럼 보이는- 이들의 삶이 사실은 깊은 비의로 가득 차 있음을, 그것을 기억하는 자들과 잊은 자들로 나뉠 뿐임을 보여준다. 하루하루의 생활비를 셈하는 이에게도 '부정할 수 없는 기쁨'과 '마음속에 떠오른 샛별'은 틀림없이 존재하는 것이다. 

 

<백색 인간>에서 앰브로즈의 궤변 -처럼 보이는- 에는 진리가 담겨 있다.

일반적인 의미의 '선행'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의 '선'이므로 일견 '악행'처럼 보일지라도 그 의도와 행위 자체가 순수에 가깝다면 -인간적인 의미를 벗어나- 그것은 사실 '악'이 아니다. 자연적 재해가 '악'은 아니듯이, 티페레트를 넘어선 전대의 아버지는 '선악'으로 구분할 수 없듯이. 

 

하지만 앰브로즈는 -<악마의 사전>이 생각나는 작명이다- 이를 한 단계 더 비튼다. 성인은 정해진 규정을 벗어나지 않는 것만으로 될 수 있지만, 진정으로 '죄'를 짓기란 훨씬 어려운 일이다. '죄'를 짓기 위해서는 자신의 본성을 거슬러 반대 방향으로 선택하고자 몸부림쳐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의 '죄'는 '악'과는 다르며 이전의 논의와는 다른 방향성이다-

 

그리고 이를 한 소녀의 녹색 수첩 속 이야기로 -백색 부인과 요정들에 대한 환상적인 이야기로- 이어간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다 읽은 후, 독자는 생각하게 될 것이다. 선과 악과 순수에 대해서. 

 

<궁수>는 내가 읽은 아서 매켄의 단편 중 가장 이질적인 작품이었다. 이 작품을 통해 괴로운 현실에서 눈을 돌리고 위안을 얻은 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가장 어려운 순간에는, '그들' -각자의 믿음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이 반드시 돌아와 구해줄 것이라는 깊은 믿음을 가진 이들에게 보내는 위로와도 같은 작품.  

 

즐거웠다.  

 

 


   

아서 매켄 Arthur Machen, 1863-1947


1863년 3월 3일 웨일스 남부의 칼리언에서 태어났다. 대대로 성직자 가문이었으며 목사였던 부친 아래 태어났다. 모친의 성인 매켄을 자신의 필명으로 사용했다. 

 

어린 시절 웨일스의 아름답고 신비로운 자연환경과 풍부한 문화유산들을 접하며 성장했다. 이후 헤리퍼드 대성당 학교에서 서양 고전학과 신학을 중심으로 수학하며 문학과 역사에도 관심을 보인다. 뛰어난 학업능력을 지녔지만 가정형편 때문에 능력에 걸맞은 학교에 입학하지 못한다. 젊은 시절부터 생계를 꾸리기 위해 런던에 정착했으며, 광활한 대도시의 풍경에 매료되어 런던 근교나 폐가를 탐사했다. 이러한 웨일스와 런던에서의 경험을 기반으로 한 공포소설, 환상소설을 주로 집필한다. 

액자식 구성의 환상소설 <클레멘디 연대기>(1888)를 시작으로, <위대한 신, 판과 내면의 빛>(1894)을 발표한다. <위대한 신, 판>은 데카당트 문학의 화신으로서 폭넓은 대중적 인기를 얻게 된다. 그러나 데카당스 사조에 관한 비난 여론 때문에 매켄은 이후 몇 년간 신작을 발표하지 못한다. 첫째 부인이었던 아멜리아 호그의 사망 후 신비주의 단체 '황금 여명회'의 일원으로 활동하지만, 이후에는 이교도나 밀교에 두던 관심을 켈트 기독교로 돌린다. 1914년 영국과 독일의 전쟁이 발발하자 <이브닝 뉴스>에 <궁수>를 기고한다. 알 수 없는 하얀 형상이 나타나 수세에 밀리던 영국군이 독일군과의 전투에서 승리한다는 이 이야기는 영국 독자들에게 사실로서 읽히며 유명세를 탄다. 또한 빈센트 스타렛 등 미국 작가들의 지지 덕분에 미국에서도 인기를 얻는다. 그러나 꾸준한 인기에도 불구하고 말년에는 다시 가난한 처지에 놓인다. 이에 T. S. 엘리엇, 버나드 쇼 등의 작가 등이 상소를 올린다. 이 상소가 받아들여져 이후 비교적 안정된 삶을 살다가 1947년 12월 15일 버킹엄셔에서 사망했다.

앞서 언급한 작품 외에도 <붉은 손>(1895), <백색 인간>(1904), <삶의 단편>(1904), <궁수>(1915), <불타는 피라미드>(1923) 등 다수의 중단편 소설과 <세 사기꾼>(1895), <꿈의 언덕>(1907), <비밀의 영광>(1922), <그린 라운드>(1933) 등의 장편 소설을 집필했다. 소설 외에도 세 권의 자서전, <담배의 해부학>(1884), <상형문자>(1902) 등 논픽션과 다수의 에세이들을 집필했다. 오스카 와일드, W. B. 예이츠, 아서 코난 도일, H. P. 러브크래프트, 보르헤스, 스티븐 킹 등의 문인들뿐 아니라 기예르모 델 토로, 롤링 스톤스의 믹 재거, 더 폴의 마크 E. 스미스 등 다방면의 예술가들에게 지지를 얻었다.

 




- 에드워드 다넬은 아주 오래된 어느 숲에 있는 꿈에서 깨어났다. 그곳에는 맑은 우물이 하나 있었는데, 안개처럼 어른거리는 열기 아래 회색빛 막과 수증기를 피워 내고 있었다. 그가 눈을 뜨자 방 안에 들어온 밝은 햇살이 유약을 바른 새 가구 위에서 반짝거리고 있었다. 몸을 돌려 보니 아내가 누워 있던 자리는 비어 있었다. 그는 꿈으로 인한 혼란과 경이로움이 머릿속에 남아 있는 상태로 자리에서 일어나 서둘러 옷을 차려입기 시작했다. 조금 늦잠을 잔 데다 승합마차가 9시 15분에 모퉁이를 지나가기 때문이었다. 그는 키가 크고 야윈 남자로, 머리칼과 눈은 검은색이었으며, 시티의 일상과 쿠폰을 세는 일 그리고 10년 동안 지속된 온갖 기계적이고 단조로운 일에도 불구하고 그에게는 마치 원시림의 생명체로 태어나 푸른 이끼와 회색의 바위들 사이에서 솟아나는 샘을 본듯한 묘한 기미의 어떤 야생적인 품위가 남아 있었다. 

 

- 역주 : 시티(City)는 현재 그레이터 런던(Greater London)의 가장 작은 행정구역으로, 런던의 역사적 중심지이며 5천여 개의 금융기관이 밀집해 있는 런던 금융가의 중심지이다.

- "맞아, 그러고는 10퍼센트나 돈을 더 썼지. 그건 돈을 버리는 거야. 자네, 얼마를 써야 한다고 했나? 10파운드지. 음, 내가 최고급으로 마감한 아름다운 침실용 가구세트를 6파운드 10실링에 살 수 있는 곳을 말해 주지. 어떻게 생각하나? 물론 도자기 그릇을 포함해서야. 그리고 엄청나게 멋진 색상의 융단은 15실링 6펜스만 내면 돼. 자, 보게, 토요일 오후 아무 때나 세븐 시스터스로에 있는 딕스에 가서 내 이름을 말하고 존스턴 씨를 찾게. 그 세트는 물푸레나무 재질인데, 흔히 엘리자베스 스타일이라고 부르지. 그릇을 포함해서 6파운드 10실링이라고. 가로 세로가 각각 9피트인 '동양풍' 융단은 15실링 6펜스고. 딕스야." 
가구에 관한 윌슨의 이야기는 설득력이 있었다. 그는 시대가 변했으며 묵직한 옛 스타일은 유행이 지났다고 지적했다.

 

- "지금은 사람들이 수백 년 가는 물건들을 사곤 했던 옛날과는 다르다네. 나도 아내와 결혼하기 직전에 북부에 살던 삼촌이 돌아가시면서 가구를 물려주셨어. 그때 가구 비치를 고민하고 있었던 터라그 물건들이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지. 그런데 장담하건대 내가 집 안에 두고 싶었던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네. 죄다 우중충하고 낡은 마호가니 재질의 커다란 책장과 여닫이 책상들 그리고 발굽 모양의 다리가 달린 의자와 탁자들이었지. 내가 (얼마 후에 결혼할) 아내에게 말한 대로 '우리가 공포의 방을 마련하려는 것은 아니잖아? 그래서 나는 받을 수 있을 만큼만 받고 전부 팔아치워 버렸네. 내가 밝은 방을 좋아한다는 점을 고백해야겠군." 

- 다넬은 잠시 생각했다. 그 초상화는 1750년대 양식으로, 화려하게 차려입은 젊은 신사가 그려진 "킷캣"이었는데, 그는 이 조상에 관해 아버지가 들려준 옛이야기를, 그러니까 숲과 들판, 움푹 들어간 샛길, 서쪽의 잊혀진 나라에 관한 이야기를 어렴풋이나마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요." 그가 말했다. "그건 조금 구식인 것 같군요. 하지만 시티에서 아주 좋은 그림들을 몇 장 봤다니까요. 액자에 들어 있었고 아주 쌌어요."
"예, 하지만 모든 것을 고려해야 해요. 음, 당신이 말한 대로 천천히 이야기를 나눠 봐요. 우리가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 알잖아요."
하녀가 저녁 식사로 비스킷 한 통과 여주인이 마실 우유 한 잔, 주인이 마실 보통 크기의 맥주 한 잔 그리고 ...

- 역주 : 킷캣(kitcat)은 반신 초상화보다 조금 작지만 손을 포함해서 그리는 세로 36인치, 가로 28인치 크기의 초상화로, 고드프리 넬러(Godfrey Kneller, 1646-1723)라는 화가가 18세기 초 런던의 휘그당(Whig Party) 정치 사교 클럽인 킷캣 클럽(Kit-Cat Club) 회원들의 초상화를 그린 데서 이름이 유래했다. 

- 역주 : 여기서 서쪽은 아서 매켄의 고향인 웨일스를 말하며, 매켄은 여러 작품에서 색슨족 침입 이전의 켈트 문화와 신비스럽고 환상적인 자연을 간직한 웨일스를 문학적 영감의 원천으로 삼았다(이에 관한 상세한 고찰로는 칼 마리우스 피터슨(Karl Marius Petersen), <아서 매켄과 웨일스의 켈트 문예부흥(Arthur Machen and the Celtic Renaissance in Wales)>, 1973 참조).

- 육류는 언제나 비쌌다. 그 외에도 그녀는 식욕이 들쑥날쑥하고 유별난 하녀가 구운 고기 중 일부를 몰래 얇게 썰어 한밤중에 침실에서 빵과 당밀과 함께 먹고 있다고 의심했다. 다넬은 싸든 비싸든 더 이상 식당에서 식사하는 것을 생각지 않았다. 그는 도시락을 싸서 시티로 갔고, 저녁에는 아내와 함께 일요일 저녁 식사 때 남은 고기 몇 조각이나 약간의 스테이크 혹은 식은 고기로 오후차 시간을 가졌다. 다넬 부인은 한낮에 잼을 바른 빵을 먹고 우유를 조금 마셨다. 하지만 최대한 절약하면서 분수에 맞는 생활을 하고 미래에 있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저축하는 일은 무척 어려웠다. 그들은 월턴온 더네이즈로 떠난 신혼여행에 많은 비용이 들었다는 이유로 적어도 3년 동안은 기분 전환을 위한 휴가를 가지 않고 지내기로 한 터였다. 그리고 다소 비논리적이기는 하지만 그들은 이런 근거에서 10파운드를 따로 떼어 놓고서 앞으로 휴가를 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


- 역주 : 저녁 차 시간(high tea)은 영국의 상류사회 및 중산층에서 사교의 일환으로 퍼진 오후 차 시간(afternoon tea)과 달리, 주로 가장이 직장에서 돌아온 저녁 시간에야 차를 마실 여유가 있던 노동 계층에서 저녁 식사를 겸하여 차를 마시는 관습을 말한다.

 

- 그리하여 그는 날마다 죽음과 유사하며 비실재적인 잿빛 세계에서 살았는데, 어떤 식으로든 이런 삶은 우리 대부분에게 그 자체를 인생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 성공해 왔다. 다넬에게 진정한 삶은 광기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리고 가끔 우연히 그 광채에서 반사된 희미한 형상들이나 그림자들이 삶의 행로에 드리워졌을 때, 그는 두려워했으며 스스로 온전한 "현실"이라 불렀을 법한 평범하고 일상적인 사건들과 관심사에서 위안을 얻었다. 아마도 그에게 "현실"이란 부엌의 화덕 문제나 몇 실링을 아끼는 일이었을 것인데, 이를 통해 그의 어리석음은 더 명확하게 드러났다. 그럼에도 사실 그 현실이 경마용 말이나 증기 요트 혹은 수천 파운드의 지출과 관련한 것이었다면 그 어리석음은 훨씬 더 커졌을 것이다. 

- 그러나 기이하게도 다넬은 줄곧 죽음을 삶으로, 광기를 제정신으로, 목적도 없이 떠도는 혼령을 진정한 존재로 착각하며 지내 왔다. 그는 합법적으로 자신의 소유가 된 왕국의 눈부신 영광과 신비로움을 잊고 진심으로 자신이 셰퍼드 부시에 사는 시티의 사무원이라고 믿고 있었다

- "오, 아니에요, 제발, 에드워드, 계속해 주세요. 나는 지금 조금도 피곤하지 않아요. 당신이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으니 정말 좋아요. 제발 계속 말해 줘요." 
"그래요, 조금 더 걷고 나니 그런 이상한 느낌이 서서히 사라지는 것 같았어요. 내가 '조금 더'라고 이야기했는데, 정말 한 5분 정도 걸었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그 작은 골목에 들어서기 직전에 시계를 다시 봤는데 그때 시간이 11시였어요. 8마일 정도를 걸었던 거예요. 나는 내 눈으로 본 것을 믿을 수 없었고, 내 손목시계가 완전히 고장 난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나중에 보니 완전히 정상이었어요. 그때도 이해할 수 없었고, 지금도 그래요. 장담하건대 그때 흘러간 시간은 내가 에드나로의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가는 정도였을 거예요. 그런데 내가 있었던 곳이 바로 탁 트인 들판이었던 거예요. 숲에서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대기에는 부드럽고 살랑거리는 소리가 가득하고, 덤불 속에서 지저귀는 새들의 곡조와 길 아래쪽에서 졸졸 흘러가는 작은 시냇물 소리가 들리는 곳이었지요. 다리 위에 서서 시간을 보려고 시계를 꺼낸 다음 작은 양초를 켰을 때, 갑자기 정말 신비스러운 저녁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내가 평생 지내 온 것과는, 특히 지난 한 해 동안 지내 온 삶과는 너무도 달랐어요." 
 
- "그러고 나서 이모부가 책장에서 시베리아 여행기 책을 한 권 꺼낸 다음, 숲에서 어떤 새가 사람의 뒤를 하루 종일 쫓아다녔다는 내용이 실린 부분을 이모에게 보여 줬대요. 메리언 이모는 바로 그런 점이 다른 어떤 것보다도 질색이라고 했어요. 이모부가 그런 책들을 너무 교묘하고 능숙하게 이용해서 자기의 못된 목적에 맞도록 왜곡한다고 생각한다는 점 말이에요. 하지만 그때 이모가 밖에서 산책을 할 때는 그저 이모부가 새들에 관해 이모부답지 않게, 되는대로 바보같이 떠드는 말들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었대요. 그래서 둘이 그 끔찍한 휘파람 소리가 뒤따라오는 와중에도 계속 길을 가는데, 이모는 무섭다기보다는 화가 나고 분한 느낌이 들어서 앞만 곧장 내다보며 빠른 걸음으로 걸었대요. 그러고는 그들이 다음 디딤대가 있는 곳에 도착했을 즈음에 이모가 진정되어 돌아보니 '어랍쇼', 로버트 이모부가 보이지 않았다는 거예요! 이모는 그 휘파람소리를 생각하며 불안한 마음에 안색이 하얘졌고, 어떤 식으로든 누군가 이모부를 채어 갔거나 납치했다고 확신했대요. 그래서 미친 여자처럼 '로버트' 하고 소리를 지르니 그제야 이모부가 아주 천천히 손에 뭔가를 들고 침착하게 목전에서 모습을 드러냈다는 거예요. 이모부의 말로는 절대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무슨 꽃들이 피어 있대요. 이모부가 그 소년을 붙잡으시려는 듯 손을 뻗었지만 소년은 덤불 속으로 휙 뛰어 들어가더니 사라져 버리더래요. 그때 이모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그날 밤 집에 돌아와서는 자기가 본 것에 대해 이모부에게 따지며 그 모든 게 어찌 된 일인지 물었대요. 이모부가 처음에는 깜짝 놀라더니 말을 더듬거리며 선한 아내는 염탐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더군요. 그러다가 마침내 이모에게 비밀을 지키겠다는 맹세를 하도록 한 다음, 자신이 아주 높은 신분의 프리메이슨 회원이고, 그 소년은 이 단체의 밀사인데 아주 중요한 전갈을 자신에게 전달하러 온 것이라고 말하더래요. 하지만 이모는 그 말을 전혀 믿지 않았대요. 이모의 삼촌이 프리메이슨 회원이셨는데, 결코 그런 식으로 행동한 적은 없었기 때문이라더군요. 그제야 이모는 정말로 아나키스트들이나 그런 부류의 뭔가와 관련된 것이 아닐까 두려워하면서 초인종이 울릴 때면 이모부의 정체가 탄로 나 경찰이 그를 붙잡으러 온 것이라고 생각했대요."  
"터무니없는 소리예요! 주택 자산을 가진 사람이 아나키스트가 되려고 할 리가."
"글쎄요, 이모는 틀림없이 뭔가 무시무시한 비밀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지만, 달리 무엇을 생각해야 할지 몰랐대요. 그러다가 그것들을 우편으로 받기 시작했다더 ... "

- 부인에게 정중히 제의를 수락한다는 편지를 쓰기 위해 편지지를 찾다가 남편이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깜짝 놀랐다.
"무슨 일이에요?" 그녀가 남편의 어조에 깜짝 놀라 말했다. "다친 건 아니지요?"
"이것 좀 보세요." 다넬이 그녀에게 작은 전단을 건네며 대답했다. "방금 정원 벤치 밑에서 찾아낸 거예요."
메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남편을 한번 힐끗 쳐다보고는 다음과 같은 전단을 읽었다.

- [새로 선택받은 아브라함의 씨앗 - 올해 이루어질 예언들]
1. 144척의 함대가 타르시스를 향해 항해한다.
2. 아브라함에 반하는 법령의 모든 도구를 포함하는 개의 세력이 파멸한다.

3. 타르시스로 떠난 함대가 아라비아의 황금을 싣고 귀환하는데, 이것이 아브라함의 새로운 도시의 토대가 될 운명이다.
4. 신부를 찾는 일이 시작되고, 77명에게 인장이 수여된다.
5. 아버지의 얼굴이 모세의 얼굴보다 더 큰 영광으로 가득 차 빛을 발한다.
6. 로마 교황이 베렉지터 Berek-Zittor라 불리는 골짜기에서 돌멩이 세례를 받는다.
7. 아버지가 세 명의 위대한 통치자에게 인정받는다. 두 명의 위대한 통치자는 아버지를 부정하며, 그 즉시 아버지의 분노가 발산되어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8. 작은 뿔이 달린 짐승은 묶이고, 모든 판관들은 내던져진다.
9. 이집트 땅에서 신부를 찾는데, 이 땅은 이제 런던 서부에 존재하는 것으로 아버지에게 밝혀졌다.
10. 77명에게 그리고 144명에게 새 방언이 부여된다. 아버지가 신방을 향해 나아간다.
11. 런던이 파괴되고 노 No라고 불리는 도시가 다시 세워지는데, 이것이 아브라함의 새로운 도시다.
12. 아버지가 신부와 하나가 되고, 현재의 지구는 반 시간 동안 태양 쪽으로 이동한다.


- 타르시스(Tarshish)는 지중해 서쪽 오늘날 스페인 남부의 지브롤터 (Gibraltar) 인근의 타르테소스(Tartessus)로 추정되는 금속 가공업이 성행하던 곳으로서 성경에는 야완(Javan)의 자손들이 세운 성읍으로 되어 있다.

- "개의 세력(The Power of the Dog)"은 성경에 나오는 "저의 영혼을 칼에서, 저의 목숨을 개의 세력에게서 구하소서"(시편 22장 20절)라는 구절에서 빌려온 것이다.

- "작은 뿔이 달린 짐승(Beast with the Little Horn)"은 성경에 나오는 적그리스도의 상징이다(다니엘서 7장 20절).

 

- "반 시간 동안(for the space of half an hour)"은 성경의 "어린 양이 일곱째 봉인을 떼셨을 때 약 반 시간 동안 하늘에는 침묵이 흘렀습니다"(묵시록 8장 1절)라는 구절에서 빌려 온 것이다.

- 다넬 부인에게는 내용이 조리가 닿지 않았지만 아무런 해가 없어 보였기 때문에 그녀의 표정은 밝아졌다. 남편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는 일련의 모호한 예언 대신 좀 더 실체적이고 불쾌한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겁이 났던 것이다.

- 사람들은 모두 잠이 들었지만, 다넬의 거실에는 여전히 가스등이 빛을 발하고 있었고, 그는 조용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는 너무나 조용했던 메리와 자신의 삶에 관해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삶 속으로 사방에서 다른 세계에서 온 낯선 방문자처럼 기괴하고 환상적인 형체들이, 혼란과 무질서의 징조들이, 광기의 위협들이 몰려오는 것만 같았다. 그것은 마치 산자락에 자리 잡은 고대의 어떤 작은 마을에 있는 잠에 빠진 조용한 거리로 멀리서 북과 피리 소리 그리고 야생의 노랫가락이 흘러들어 오고 야릇하게 치장한 채 광기에 서려 있는 배우들 무리가 그들의 빠른 노래에 맞춰 격렬한 춤을 추며 시장에 난입해 안락한 집과 평화로운 삶으로부터 시민들을 끌어낸 다음, 비범한 모습으로 춤을 추던 형상들과 어우러지도록 매혹하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멀고도 가까운 곳에서 (그것이 그의 마음속에 감춰져 있었기 때문에) 그는 또렷하고 변함없는 별이 어슴푸레 빛나는 것을 바라봤다. 그 아래로 어둠이 깔리고 마을 근처까지 엷은 안개와 그림자가 드리웠다. 마을 한가운데에서는 붉게 나불거리는 횃불의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다. 노랫소리는 더 또렷해지면서 신비한 음조로 점점 커져만 갔고, 흡사 주문을 외는 것처럼 기이한 전조를 이루며 높이 치솟아 올랐다가 다시 떨어졌다.  

  
- ... 속으로 한껏 내던져 거기서 영원히 헤매 다니도록 할 마법사들인지 알 도리가 없었다.
하지만 다넬은 그의 마음속에 떠오른 샛별 덕분에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 그것은 평생을 두고 그곳에 머무르며 서서히 더 밝은 빛으로 빛났다. 비록 자신의 지상에서의 행보가 마법사들에게 포위된 채 그들의 노래와 행렬의 소음이 울려 퍼지는 고대의 마을 길로 향해 있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는 자신이 고요하고 안전한 빛의 세계에 살고 있다는 것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주 높은 곳에서 자신이 진실된 배우가 되지 못하는 신비를 바라보고, 고귀하고 거룩한 도시의 흉벽으로부터 결코 자신을 끌어내리지 못할 마법의 노래를 들으며 혼란스러운 인간들의 가장행렬을 구경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 아내 곁에 누워 잠이 들었을 때 그의 마음은 커다란 기쁨과 평화로 가득했고, 아침에 깨어났을 때 그는 행복했다.

- ... 동료들이 인간은 관심을 가지지 않을 법한 문제들에 흥미를 느끼며, 실로 돼지우리의 벽으로나 쓰이는 제단의 고운 돌들과 같이 결코 추구하지 않을 법한 목표들을 추구하고 있다는 믿음이었다. 그가 보기에 삶이란 자신도 알지 못하는 무언가를 위한 탐색 같았다. 시대가 변천하는 과정에서 길 위의 참된 흔적들은 차례차례 부서지거나 묻혀 버렸고 단어들의 의미는 서서히 잊혀 갔다. 기호들도 차례차례 일그러졌으며 진짜 입구는 제멋대로 자라 빽빽하게 들어선 잡초들에 덮여 버렸고, 길 자체는 고지에서 구렁으로 방향이 바뀌더니 순례자의 혈통을 이어받은 이들은 마침내 파멸의 길에 들어선 채 어떻게든 명맥을 유지하면서 대대로 석수장이나 시궁창의 부랑자가 되어 버린 것이다. 어쩌면 이 크나큰 손실이 그렇게 절망적인 일만은 아니며 이 곤경이 결코 이겨 낼 수 없는 것만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자 다넬의 가슴은 야릇하게 떨리는 기쁨으로, 완전히 새로운 어떤 감각으로 설레었다. 그는 아마도 그 석수장이가 망치를 내려놓고 여정을 시작하면 그의 눈앞에 평탄한 길이 펼쳐질 것이며, 이 쓰레기 더미 속의 탐구자는 한 걸음만 내딛어도 역겨운 시궁창의 진흙더미에서 벗어나게 되리라 생각했다. 

- 물론 이런 생각들이 그에게 분명해진 것은 서서히 그리고 어렵게 이루어진 일이었다. 그는 19세기가 끝날 무렵의 "잘 나가던" 영국의 시티 사무원이었으며, 몇 세기동안 축적된 쓰레기 더미를 곧장 치울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의 동료들과 마찬가지로 그에게 주입되어 있던 어리석은 정신은 진정한 세계가 가시적이고 실체적인 세계, 즉 충실하고 능숙하게 편지를 베껴 쓰는 일이 일정량의 빵과 고기나 거처할 곳과 교환 가능한 세계이며, 편지를 잘 베껴 쓰고 아내를 때리지 않고 어리석게 돈을 잃지 않는 남자가 자신이 창조된 목적을 실현한 선한 인간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확언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도 불구하고 또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이런 주장을 받아들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에게는 이런 모든 태도가 지닌 완전한 허위와 불합리를 지각할 수 있는 기품이 있었다. 그는 운 좋게도 싸구려 "과학"에 관해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지만, 만약 도서관이 통째로 그의 머릿속에 투영되더라도 "빛 속에서 알고 있던 것을 어둠 속에서 부인"하게 하지는 못할 터였다. 다넬은 경험을 통해 인간이 불가사의한 지식과 환상을 위해, 그의 의식 속에서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을 깨닫기 위해, 온 세상을 변화시키는 커다란 기쁨을 위해, 모든 기쁨을 뛰어넘을 뿐 아니라 슬픔을 극복하는 어떤 기쁨을 위해 신비스러운 존재로 창조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이 점을 어렴풋이 그러나 틀림없이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다른 사람들과 동떨어진 채 어떤 위대한 실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 이 구절은 영국의 시인이자 신학자였던 코번트리 패트모어(Coventry Patmore, 1823~1896)가 집필한 금언집인 <가지와 뿌리와 꽃(The Rod, the Root and the Flower)>(1895)에 나오는 "빛 속에서 본 것을 어둠 속에서 부인하지 않을 용기만 있다면, 기다리는 이에게는 모든 일이 스스로 드러나는 법이다"라는 문장에서 따온 것이다.

- 그는 이렇게 자신에게 은밀히 감춰진 보물에 관한 생각들을 하면서 무관심에 가까운 무언가로 닉슨 부인의 위협적인 침입을 견뎌 낼 수 있었다. 사실 그는 자신과 아내 사이에서 그녀의 존재가 그에게 환영받지 못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물며 그 여인의 정신 상태에 관해서도 크게 의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결국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더구나 이미 그의 마음속에서는 자기부정의 득을 드러내는 빛이 희미하게나마 어른거리며 떠오른 데다, 이런 문제에 관해서라면 그는 자신의 의지보다 아내의 의지를 택하곤 했다. 사과는 제 뿌리의 열매가 아닌 법이었다 Et non sua poma. 놀랍게도 그는 자신의 소망을 부정하는 데서 기쁨을 발견했는데, 이것은 예전에 늘 그가 완전히 혐오스럽다고 여겼던 일이었다. 그로서는 조금도 이해할 수 없는 형국이었다. 하지만 또다시 비록 가장 가망 없는 계급의 일원으로 세상에서 가장 절망적인 환경 속에서 살았지만, 비록 중국의 형이상학만큼 아스케시스 askesis에 관해서는 알지 못했지만, 그에게는 자신의 영혼 속에서 어른거리기 시작한 빛을 부정하지 않을 기품이 있었다. 

- 이 말은 고대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Virgil, BC 70~BC 19)의 <농경시(Goergics)> 2권에 나오는 이 라틴어 문구로, 과일나무에 접붙이기하면 원래의 나무 열매와 다른 열매가 열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 "아스케시스"는 금욕의 실천을 뜻하는 그리스어로, 여기서는 자기부정을 통한 영적인 훈련이라는 기독교적인 의미로 사용되었다.

- 메리가 서늘한 저녁 공기를 맞으며 하찮은 속세의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그를 반겼을 때, 그는 그녀의 눈에 현시한 어떤 보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해 질 녘 둘이 손을 잡은 채 뽕나무 아래에 나란히 앉으면 주변의 지저분한 벽들은 어둠에 싸여 형체 없는 그림자들의 세계 속으로 사라졌으며, 그들은 셰퍼드 부시의 속박에서 풀려나 벽들 너머에 있는 훼손되지 않고 정결한 세계를 자유롭게 거니는 듯했다. 이런 지역에 관해서 메리는 경험을 통해 아는 바가 거의 없었는데, 그 이유는 그녀의 친척들이 항상 현대 세계와 뜻을 같이했기 때문으로, 이런 세계는 시골에 대해 본능적이면서 아주 큰 공포와 두려움을 지닌 법이었다. 더불어 레이놀즈 씨는 말년이 된 요즘, 적어도 일 년에 한 번은 런던을 떠나야 한다는 이상한 ...

- 그가 아내의 제안에 고분고분 따르면서도 그 일에 대한 두려움이 아주 컸다는 사실을 깨우쳐 줬다. 그 부담감이 사라지자 이제 그는 그토록 두려워하던 기괴한 침입과 상관없이 자유롭게 자신의 삶에 대해 숙고할 수 있게 되었다. 그는 만족감에 한숨을 쉬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밤의 향기를 만끽했다. 비록 그 향기는 교외의 벽돌로 둘러싸인 그에게 희미하게 다가오기는 했지만, 오랜 세월을 가로질러 그의 마음속에 그가 어린 시절에 잠시 머물러 알고 있던 밤의 세계에서 풍기는 냄새에 대한 기억을 불러일으켰다. 산 너머로 태양의 불꽃이 지고 저녁놀이 하늘과 들판에서 어슴푸레하게 여위어 갈 때 땅에서 피어오르던 그 냄새였다. 그리고 그가 최선을 다해 이런 마법의 땅에 관한 잃어버린 꿈들을 되찾으려 하자 그와 함께 그에게 어린 시절의 다른 환상들, 잊어버렸지만 잊히지 않고 기억의 어둑한 저편에서 방치된 채 머무르며 누군가 불러내기를 기다리던 환상들이 떠올랐다. 그는 자신이 오랫동안 사로잡혀 있던 환상 하나를 기억해 냈다. 그가 시골을 방문했던 그 잊을 수 없는 어느 무더운 날 오후, 숲 속에서 반쯤 잠들어 있을 때, 그는 파란 안개와 나뭇잎 그늘의 푸른빛 속에서 어떤 어린 길동무가 다가왔다고 "상상했다." 검고 긴 머리칼을 지닌 하얀 그 소녀는 그의 아버지가 나무 밑에서 잠든 사이에 찾아와 ...

- 그 흔한 길거리에도 그가 태어났던 순수한 땅의 자태들이 적지 않게 남아 있었다. 그리고 세상사의 온갖 흐름 속에서도 위대한 여정으로 그를 인도할 준비가 된 밀사들이 있었다는 점을 그는 알게 되었다.

- 월턴은 더네이즈나 그와 비슷한 휴가지는 아예 고려할 수 없었던 것이 만일을 대비해 얼마간 상당한 액수의 돈을 저축해 두려는 아내의 열망에 그가 전적으로 동의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날씨가 여전히 좋아서 그는 정원의 나무 아래에서 부질없이 시간을 보내거나 런던의 서부 인근으로 길고도 목적 없는 산책을 나갔는데, 이때도 끝없는 잿빛 거리의 어둑하고 우중충한 장막 속에 감춰진 형언할 수 없는 어떤 위대한 아름다움에 관한 오랜 느낌이 찾아들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 그녀는 여기서 "압"이라는 단어로 서로 연결되어 끊임없을 듯 이어지는 투박한 웨일스 이름이 잇따라 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을 법한 기호나 형상들로 뒤덮인 문서도 하나 있었고, 고풍스러운 서체로 가득한 염가판 책들도 있었는데, 그녀의 남편이 말한 대로 책들 가운데 상당수는 라틴어로 쓰여 있어서 메리에게는 원뿔 곡선에 관한 논문만큼이나 의미 없는 소장품이었다. 하지만 다넬은 밤이면 밤마다 퀴퀴한 냄새가 나는 두루마리들 속에 파묻혔고, 그녀에게 다시 돌아올 때면 그 여느 때보다도 위대한 모험을 한 듯 얼굴에는 미관을 띠고 있었다. 어느 날 그녀는 자신에게 보여준 문서들에 왜 그렇게 큰 흥미를 보이는지 그에게 물었다. 
그는 그 질문에 아주 기뻐했다. 아무래도 그전 몇 주 동안에는 둘이 이야기를 많이 나누지 못했기 때문에 그는 그녀에게 자신의 옛 출신 종족에 관한 기록과, 숲과 ...

- "압(ap)"은 아들을 뜻하는 웨일스어 "맙(mab)"을 줄여 쓰는 접두어로, 아일랜드어의 "오(O)"나 스코틀랜드어의 "맥(Mac)"과 같이 부계 전통의 가문을 나타내기 위해 쓴다. 예를 들어 흐리스 압 다비드(Rhys ap Dafydd)는 다비드의 아들 흐리스라는 뜻이다. 특히 웨일스어 이름에서는 가령 스웰린 압다비드 압 해리 압 컬림 압 모건(Llewelyn ap Dafydd ap Harri ap Gwilym ap Morgan)과 같이 "압"을 여러 차례 사용해 자신의 계보를 나타내는 경우가 드물지 않은데, "'압'이라는 단어로 서로 연결되어 끊임없을 듯 이어지는 투박한 웨일스 이름"은 바로 이런 예를 가리킨다. 

- 그리고 (그의 아버지가 이 소장품에 이름을 붙인 대로) 욜로 사본이 다소 모호하게 암시하는 비밀스러운 위험이 아직 더 있었다. 영혼이 진입할지도 모르는 어떤 무시무시한 영역에 관한, 죽음에 이르는 변화에 관한, 암흑에서 극도로 악한 세력을 소환할 초혼에 관한, 한마디로 우리들 대다수에게는 조잡하고 다소 유치할 법한 흑마술의 상징 아래 나타나는 영역에 관한 암시들이 있었다. 여기서도 그는 다시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아주 오래전에 일어났던 기이한 사건이 하나 생각났는데, 이것이 오랜 세월 동안 마음속에, 대수로울 것 없는 어린 시절의 수많은 기억들 사이에 방치된 채 남아 있다가 이제 그의 눈앞에 명석판명하고 의미심장하게 떠오른 것이다. 그것은 서쪽의 아주 오래된 집을 방문했던 기억할 만한 날의 일로, 모든 광경이 세세한 일들과 함께 되살아나면서 그 목소리들이 그의 귀에 들리는 것만 같았다. 그가 기억하는 그날은 무더위 속의 흐리고 고요한 날이었다.  

- 원문에는 "Syon"으로 표기되어 있지만 보통 "Zion"으로 표기되는 이 지명은 다윗왕이 예루살렘을 점령했을 때 여부스인(Jebusite)들에게 빼앗은 언덕 위의 성으로, 성경에서는 "다윗의 도성"(사무엘하 5장 7절) 혹은 "시온의 다윗성"(열왕기상 8장 1절)이라 불리며 구원의 처소를 상징한다.

- <삶의 단편>

 

 

- 프롤로그
"마법과 신성." 앰브로즈가 말했다. "이런 것들이야말로 유일한 실재지요. 마법은 황홀경을, 신성은 평범한 삶의 포기를 말하는 것이니까요."
코트그레이브는 유심히 귀를 기울였다. 친구의 안내를 받아 북쪽 교외의 퇴락해 가는 이 집을 방문한 그는 오래된 정원을 가로질러 은자 앰브로즈가 책들에 파묻힌 채 졸며 꿈을 꾸는 방으로 들어온 터였다. 

- "그래요." 앰브로즈가 말을 이어 갔다. "마법을 정당화하는 것은 마법의 자녀들이지요. 내 생각에는 마른 빵껍질을 먹고 물을 마시면서도 '실질적인' 미식가의 경험 속에서 무엇보다도 한없이 격렬한 기쁨을 느끼는 이들이 많이 있어요."
"성인들을 두고 하는 말인가요?"
"네, 그리고 죄인들도 마찬가지지요. 당신은 영적인 세계를 지극히 선한 자들만 있는 곳으로 여기는 아주 일반적인 오류에 빠진 것 같군요. 하지만 극히 악한 자들도 필연적으로 그 안에서 자신들의 몫을 차지하고 있지요. 육체적 쾌락만 좇는 관능적인 인간은 위대한 성인이 될 수 없는 것은 물론 위대한 죄인도 될 수 없어요. 우리들 대부분은 그저 별 볼 일 없는 혼란스러운 존재일 뿐, 사물의 이치도 깨닫지 못한 채 되는 대로 세상을 살다 보니 결국 우리의 악행과 선행 모두 하잘것없는 이류 수준인 것이지요."
"그러니까 위대한 죄인이 위대한 성인 못지않게 금욕적인 사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군요?"
"위대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불완전한 사본을 버리고 완벽한 원본을 찾는 법이지요. 나는 성인들 가운데 최고의 위계에 속하는 많은 이들이 단 한 번도 (일반적인 의미의) '선행'을 베푼 적이 없다는 사실에 아무런 의심도 없어요. 오히려 평생 한 번도 '악행'을 저지른 적이 없는 이들에게 가장 심오한 죄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경우가 있지요."
그가 잠시 방을 비우자, 코트그레이브는 크게 기뻐하며 그를 소개해 준 친구에게 고마워했다.
"대단한 사람이로군." 그가 말했다. "이런 부류의 미치광이는 본 적이 없어."

 

- "지혜가 옳다는 것을 지혜의 모든 자녀가 드러냈다"(루카복음 7장 35절)라는 성경 구절을 바꿔 말하고 있다.

- 앰브로즈가 위스키를 더 가지고 돌아와서 두 남자에게 후하게 대접했다. 그는 금주파를 격렬하게 비난하면서 탄산수를 건네준 다음, 자신을 위해서는 물 한 잔만을 따르고서 독백을 이어가려 했다. 그 순간 코트그레이브가 끼어들었다.
"이봐요, 참고 들어줄 수가 없군요. 당신의 역설은 너무 기괴해요. 사람이 엄청난 죄인인 동시에 전혀 죄가 되는 일을 저지르지 않는다니! 말도 안 돼요!" 
"그게 아니에요." 앰브로즈가 말했다. "나는 결코 역설을 이야기하지 않아요. 그럴 수 있으면 좋겠지만 말이지요. 나는 단지 로마네콩티에 대한 고상한 취향을 지닌 어떤 사람이 싸구려 맥주는 냄새도 맡아보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말한 거예요. 그것뿐이에요. 그리고 이건 역설이라기보다는 자명한 이치 아닌가요? 내가 하는 말에 당신이 놀라는 이유는 당신이 죄가 무엇인지 깨닫지 못했다는 사실 때문이지요. 오, 그래요. 대문자가 들어가는 죄 Sin라는 단어와 흔히 죄악이라고 할 만한 행동들, 그러니까 살인, 절도, 간음 따위의 행위들 사이에는 어느 정도 관련성이 있어요. A, B, C라는 글자와 뛰어난 문학작품 사이에 관련성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지요. 하지만 나는 이런 오해가 -거의 보편적이긴 하지만- 상당 부분 우리가 사회라는 안경을 쓰고 사태를 바라보기 때문에 생긴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우리에게나 주변 사람들에게 악행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틀림없이 아주 사악할 것이라고 생각하지요. 사회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그 말이 맞아요. 하지만 악은 본질적으로 외로운 것이라는, 다시 말해 고독하고 개인적인 영혼의 열정이라는 점을 깨닫지 못하겠나요? 사실 평범한 살인자는 살인 행위만으로는 결코 진정한 의미의 죄인이라고 할 수 없어요. 그는 단지 그가 휘두르는 칼에서 우리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제거해야 하는 한 마리의 야수에 불과하지요. 나라면 그런 사람은 죄인들보다는 호랑이들과 같은 부류로 분류하겠어요."  

- 로마네콩티 (Romanée-Conti)는 프랑스 부르고뉴(Bourgogne) 지방의 코트드뉘(Côte de Nuits)에서 중세시대부터 생산되고 있는 최고급 적포도주이다.

- "조금 이상한 이야기처럼 들리는군요."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살인자는 긍정적인 자질이 아니라 부정적인 자질 때문에 살인을 저지르지요. 살인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있는 뭔가가 결여된 거예요. 물론 악은 전적으로 긍정적인 자질이에요. 다만 방향이 잘못되었을 뿐이지요. 장담하건대 고유한 의미의 죄는 아주 드물어요. 아마도 죄인들은 성인들보다 수가 훨씬 적었을 거예요. 맞아요, 당신의 관점은 현실적이고 사회적인 목적에서는 모두 타당해요. 우리는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아주 불쾌한 사람은 틀림없이 큰 죄가 있는 사람일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요! 소매치기를 당하는 일이 아주 불쾌한 일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 도둑이 아주 큰 죄인이라고 선언해 버리지요. 사실 그는 단지 미성숙한 사람일 뿐이에요. 물론 그가 성인이 될 수는 없지요. 하지만 어쩌면 그는 계명을 단 한 번도 어기지 않은 수천 명의 사람들보다 한없이 더 선한 존재일 수도 있고, 실제로 종종 그렇기도 해요. 그가 우리에게 성가신 존재라는 점은 인정해요. 틀림없이 우리는 그를 붙잡으면 가둬 놓을 테지요. 하지만 골치 아픈 그의 반사회적인 행동과 악사이의 연관성은 더할 나위 없이 미미한 것일 뿐이에요." 

- 시간이 늦어지고 있었다. 코트그레이브를 데려온 남자는 아마 이 모든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는 듯 사려 깊고도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거들었지만, 코트그레이브는 이 "미치광이"가 현자로 변모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거 알아요?" 그가 말했다. "당신이 엄청나게 제 관심을 끌고 있다는 것 말이에요. 그러니까 당신은 우리가 악의 진짜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맞아요,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그걸 과대평가하거나 과소평가하지요. 우리는 인간 집단을 결속하는 대단히 필수적이고 적절한 규정이라 할 수 있는- '사회 규약'을 무수히 많이 위반하고, '죄'와 '악'이 ... "

-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들이 발견하는 삶에 충분히 만족하지요. 따라서 성인들의 수는 얼마 되지 않고 (진정한 의미에 있어서) 죄인들의 수는 그보다 훨씬 적어요. 때로는 성인의 성격을 취하고 때로는 죄인의 성격을 취하는 천재들 또한 희귀하지요. 맞아요, 대체적으로는 위대한 성인이 되기보다 위대한 죄인이 되기가 아마 더 어려울 거예요." 
"죄에는 뭔가 심오하게 천성을 거스르는 면이 있다는 건가요? 그런 뜻에서 하는 말인지요?"
"바로 그거예요. 거룩함은 위대한, 아니, 거의 위대하다고 할 수 있는 노력을 요구하지요. 그런데 거룩함은 우리가 한때 지니고 있던 천성을 따라 움직여요. 그것은 타락 이전에 느꼈던 황홀경을 되찾으려는 노력이지요. 하지만 죄는 천사들에게만 속하는 황홀경과 지식을 얻고자 하는 노력인데, 이걸 얻으려다 인간이 악마가 되는 거예요. 따라서 말했다시피 단순한 살인자는 죄인이 아니에요. 그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죄인은 때로는 살인자가 되기도 해요. 질 드 레가 하나의 예가 될 수 있지요. 그러니까 알다시피 선과 악이 지금의 인간에게 -다시 말해 사회적이고 문명화된 존재인 인간에게- 천성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한다면 악은 선보다 훨씬 심오한 의미에서 천성에 어긋나는 것이에요. 성인은 자신이 잃어버린 천성을 되찾으려 애쓰고, 죄인은 한 번도 자신의 것이 아니었던 뭔가를 얻기 위해 애쓰지요. 요컨대 타락을 되풀이하는 거예요."

- 질 드 레(Gilles de Raiz, 1404~1440)는 프랑스의 군인이자 귀족으로, 수많은 소년과 소녀들을 고문하고 강간하고 죽인 혐의로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받고 처형당했다.

- "그런데 당신은 가톨릭 신자인가요?" 코트그레이브가 말했다.
"맞아요. 나는 박해받는 영국국교회 신자예요."
"그렇다면 당신이 그저 사소한 태만이라고 규정하려는 것들을 죄로 간주하는 듯한 저 경서들은 어떻게 된 건가요?"
"맞아요. 하지만 한 군데서 '마법사들'이라는 단어가 바로 그 문장에 나오지요. 그렇지 않나요? 내가 보기에는 그게 기본적인 방침을 제시하는 것 같아요. 생각해 보세요. 당신은 무고한 사람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거짓진술을 잠시라도 죄라고 상상할 수 있나요? 그럴 수는 없겠지요. 좋아요. 그렇다면 그런 말들로 인해 배제되는 사람은 단순히 거짓말쟁이만이 아니에요. 그건 무엇보다도 물질적인 생명을 이용하는 '마법사들, 즉 자신들의 ... "

- 앰브로즈는 신교인 영국국교회와 구교인 가톨릭이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 "우연이에요. 그리고 대체로 내 생각에는 토펫의 신관들조차 눈에 띄지 않거나, 아마도 어떤 경우에는 선량하지만 오해받는 인간으로 통하기도 할 거예요." 
"그런데 방금 키츠 비평가들을 언급하면서 '무의식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는데, 사악함은 언제나 무의식적인 가요?"
"언제나 틀림없이 그럴 거예요. 그건 다른 점에서도 그렇지만 그런 면에서는 정령이나 거룩함과 같아요. 그건 영혼의 휴거 혹은 황홀경이자 일상적인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초월적인 노력이에요. 그러니까 이런 것들을 뛰어넘으면서 지성, 즉 자신 앞에 다가오는 것을 알아차리는 능력 또한 뛰어넘지요. 아니, 사람은 무한히 끔찍하게 사악하면서도 그것을 결코 의심하지 않을 수 있어요. 하지만 단연코 이런 의미에서, 다시 말해 분명하고 진실된 의미에서 악은 드물어요. 그리고 내 생각에 그건 갈수록 드문 일이 되고 있어요."
"저는 지금 모든 걸 이해하려 애쓰고 있어요." 코트그레이브가 말했다. "당신이 말한 바에 따라 진정한 악이 우리가 악이라 부르는 것과 다른 속성을 지니고 있다고 ... "

- 토펫(Tophet)은 예루살렘 남쪽의 한 지명으로 아이들을 희생 제물로 바치던 몰록 신의 제단이 있던 곳이며, 나중에는 지옥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열왕기하 23권 10절).

- "그리고 당신의 전제로부터 마땅히 진정한 죄인이 목격자에게 충분히 악의 없는 인간이라는 인상을 주는 일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결론을 연역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물론이지요. 진정한 악은 사회생활이나 사회의 법규들과 아무런 관계가 없을뿐더러 혹 관계가 있다고 하더라도 부수적이고 우연한 것이기 때문이에요. 그건 영혼의 고독한 열정 -혹은 고독한 영혼의 열정- 이지요. 우리가 만약 이 점을 이해하고 그 온전한 의미를 파악하게 된다면 그것이 정말로 우리를 공포와 경외감으로 가득 채울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이 감정은 우리가 일반적인 범죄자를 바라볼 때 갖게 되는 두려움이나 혐오감과는 아주 달라요. 왜냐하면 이 후자는 대체로 혹은 전적으로 우리의 피부색이나 지갑을 바라보는 시선에 기반을 둔 것이기 때문이지요. 우리가 살인자를 증오하는 이유는 우리가 혹은 우리가 좋아하는 누군가가 살해당하는 것을 혐오해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고요. 그래서 우리는 '천국'에 있는 성인들을 공경하지만 그들을 친구들처럼 좋아하지는 않는 거예요. 당신은 사도 바오로와의 동행을 기꺼이 '즐겼을 것'이라고 자신을 설득할 수 있나요? 당신과 내가 갤러해드 경과 '잘 지내게 되었을 것'이라 생각하나요?" 
"성인들과도 잘 지내겠지만 죄인들과도 못지않게 잘 지낼 거예요. 당신이 만일 어떤 아주 사악한 사람을 만나서 그의 악행을 알아본다면 그는 틀림없이 당신의 마음을 공포와 경외감으로 채울 테지요. 하지만 당신이 그를 '미워해야' 할 이유는 없어요. 오히려 당신이 마음속에서 죄를 몰아내는 데 성공한다면 그 죄인이 훌륭한 친구임을 알게 될 것이고, 잠시 후에는 스스로 다시 공포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게 될 가능성도 있지요. 하지만 정말 끔찍한 일이에요. 장미와 백합이 이제 밝아 오는 아침에 느닷없이 노래를 부르거나, 모파상의 이야기에 나오는 것처럼 가구들이 열을 지어 움직이기 시작한다면 말이지요!" 
"그 비교로 다시 돌아와서 기쁘군요." 코트그레이브가 말했다. "왜냐하면 생명 없는 존재가 지닌 이런 상상의 묘기에 대비될 만한 무엇이 인류에게 있는지 묻고 싶었거든요. 한마디로 말해서, 죄라는 게 뭔가요?"

- 갤러해드 경(Sir Galahad)은 아서왕 전설에 등장하는 원탁의 기사 가운데 한 사람이자 전설의 기사 란슬롯(Lancelot)의 아들로, 성배를 찾아낼 기사라는 자신의 운명에 따라 여정을 떠나 마침내 성배를 찾고 천사들에 의해 하늘나라로 들어 올려지는 인물이다.

- 프랑스의 소설가 기 드 모파상(Guy de Maupassant, 1850~1893)의 단편 <누가 알까?(Qui sait?)>(1890)를 말한다.

- ... 쓰지 않을 것이며, 마오 게임이나 주요한 노래들에 관해서도 쓰지 않을 것이다. 이 모든 것들에 관해 뭔가 쓸 수도 있겠지만 특별한 이유로 이런 것들을 하는 방법에 관해서는 쓰지 않을 것이다. 또 나는 님프들이 누구이며, 돌이나 질로가 누구인지 혹은 불라가 무엇을 뜻하는지도 말할 수 없다. 이 모든 것들은 비밀 중의 비밀이며, 그것들이 무엇이고 그 아름다운 언어들을 내가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지 떠올리면 기쁘기는 하지만, 오로지 홀로 있을 때가 아니면 감히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비밀 중의 비밀이 있기에, 그럴 때마다 나는 두 눈을 감고 두 손을 눈에 댄 다음 그 단어를 속삭이는데 그러면 알랄라가 나온다. 나는 이것을 오로지 밤에 내 방에서나 아니면 내가 아는 어떤 숲에서만 하는데, 이 숲은 비밀의 숲이므로 더 설명할 수는 없다. 그다음으로는 의식들이 있는데 ...

- 아클로(Aklo) 문자와 키안어(Chian language)는 아서 매켄이 만들어 낸 가상의 문자와 언어다. 특히 아클로 문자는 나중에 H. P. 러브크래프트(H.P. Lovecraft, 1890~1937)의 크툴루 신화(Cthulhu Mythos)를 이루는 <던위치 호러(The Dunwich Horror)>(1929)와 <누가 블레이크를 죽였는가(The Haunter of the Dark)>(1936)에도 차용되었다.

- 마오 게임(Mao Games)은 매켄이 만들어 낸 가상의 놀이다.

- 돌(Dols), 질로(Jeelo), 불라(voolas) 역시 매켄이 만들어 낸 단어들이다.

- 알랄라(Alala)는 그리스신화에서 전쟁 신 아레스(Ares)가 외치는 함성을 의인화한 모습이다.

- 그 얼굴들을 볼 수 있었는데, 마치 돌에서 튀어나와 나에게 달려들어 나를 붙잡은 다음, 내가 영영 거기에 있어야 한다는 듯이 바위 속으로 나를 도로 끌고 들어갈 것만 같았다. 혀를 내밀고 기어 다니는 무시무시한 동물들처럼 생긴 다른 바위들도 있었고, 내가 말할 수 없는 어떤 단어들처럼 생긴 바위들도 있었으며, 풀밭에 죽어 쓰러져 있는 사람들과 같은 것들도 있었다. 나는 겁이 났지만 그것들 사이로 계속 걸어갔고, 나의 마음은 그 바위들이 심어 놓은 사악한 노래들로 가득했다. 나는 인상을 찌푸리고 그것들처럼 내 몸을 비틀고 싶어졌으며, 계속 먼 길을 가다 보니 마침내 그 바위들이 좋아졌고 더 이상 무섭지 않게 되었다. 나는 생각나는 대로 노래를 불렀다. 말하거나 써서는 안 되는 단어들로 가득한 노래였다. 그런 다음 나는 바위 위의 얼굴들처럼 인상을 찌푸렸고, 그것들처럼 몸을 비틀었으며, 시체들처럼 땅바닥에 납작 엎드렸고, 그러다 오싹한 웃음을 짓는 것에 다가가 내 팔을 두르고는 그것을 껴안았다. 그렇게 바위들 사이로 계속 가다가 나는 그것들 한가운데에 있는 둥근 흙더미에 이르렀다. 그것은 흙더미치고는 조금 높은 편이어서 거의 우리 집 정도의 높이였고, 거대한 대야를 뒤집어 놓은 모양으로, 전체가 푸르고 둥글고 매끄러웠으며, 꼭대기에는 바위 하나가 마치 기둥처럼 우뚝 솟아 있었다.  

- 내가 아주 어렸을 적에 이 숲의 물속에서 나오는 모습을 본 적이 있던 백색 부인이 누군지 깨닫게 되었다. 나는 온몸이 떨렸는데, 왜냐하면 그 사실이 내게 다른 일들에 대해서도 알려 줬기 때문이었다. 그때 나는 내가 숲에서 백색 인간들을 목격하고 나서 얼마 뒤, 유모가 내게 그들에 관해 더 많이 물었다는 것과 내가 그녀에게 처음부터 전부 다시 이야기해 주면 그녀가 다 듣고 나서는 아주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이윽고 "그녀를 다시 보게 될 거야"라고 말했던 것이 기억났다. 그래서 나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 님프들에 대해서도, 그러니까 어떻게 하면 내가 어디서나 그들을 만날 수 있을지, 또 그들이 언제나 나를 도와주려 한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항상 그들을 찾아다녀야 하며 온갖 이상한 모습과 외모를 지닌 그들을 마주치게 되리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님프들이 없었더라면 나는 그 비밀을 절대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며, 그들이 없었더라면 다른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유모는 오래전, 내게 그들에 관한 모든 것을 말해 줬지만 그들을 다른 이름으로 불렀고, 나는 그게 무슨 뜻이었는지, 그들에 관한 이야기가 무엇이었는지 잘 알지 못했으며, 다만 그들이 아주 기이하다고만 생각했었다. 그들은 두 부류였는데, 하나는 밝고 다른 하나는 어두웠지만 둘 다 아주 사랑스럽고 경이로웠다. 그리고 어떤 이들은 한 부류만 보고 또 어떤 이들은 다른 부류만 보지만 두 부류를 모두 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렇지만 대개는 어두운 쪽이 먼저 나타났고 밝은 쪽은 그 후에 모습을 드러냈다. 더불어 그들과 관련한 놀라운 이야기들이 있었다. 내가 처음으로 그 님프들을 실제로 알게 된 것은 비밀의 장소에서 집으로 돌아온 지 하루 이틀이 지난 뒤였다. 유모는 내게 그들을 어떻게 부르는지 알려 줬고 나도 시도해 봤는데, 나는 그게 무슨 뜻인지 몰라서 모두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다시 해 보기로 마음먹고 그 연못이 있던 숲으로 가서 그 백색 인간들을 봤고 다시 시도했다. 그러자 어두운 님프인 알라나가 나타나서 그 물웅덩이를 불의 웅덩이로 만들었다... 

- 에필로그
"정말 기이한 이야기더군요." 코트그레이브가 은자 앰브로즈에게 초록색 수첩을 돌려주며 말했다. 

 

- <백색 인간>

 


- 그러고 나면 그 뒤에 그보다 열 배는 사나운 돌풍이 불어닥친다. 바로 이들 영국군 참호 안의 상황이 그와 비슷했다.
이 세상에 이 병사들보다 강심장은 없었다. 하지만 그들조차 일곱 배나 화력이 강한 독일군의 포격이 그들을 덮쳐 제압하고 말살하는 현장 앞에서는 간담이 서늘해졌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그들은 참호 속에서 엄청난 무리의 군대가 전선을 향해 진격해 오는 모습을 본다. 천명의 병사 중 오백 명만이 남은 상태였고,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독일군 보병부대가 연달아 대열을 이루면서 그들을 향해 밀려오는 모습은 잿빛 병사들의 세계를 이뤘는데, 나중에 밝혀진 바로는 그 숫자가 만 명이나 되었다. 

- 아무런 희망도 없었다. 그들 중 일부는 서로 악수를 나누었다. 한 병사는 <잘 있거라, 티퍼레리>라는 군가를 그 자리에서 고쳐 부르며, "그러니 우리는 그곳에 다다르지 못하리"라는 가사로 노래를 마무리했다. 그런 다음 그들은 줄기차게 총을 쏴 댔다. 장교들은 그처럼 품격 있고 화려한 사격의 기회가 절대 다시 찾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독일군들이 한 줄 한 줄 쓰러져 나갔다 

- "기관총이 더 필요해!" 빌이 톰에게 소리쳤다.
"놈들 소리가 안 들려." 톰이 다시 소리쳤다. "하지만 어쨌든 다행이야. 놈들이 혼쭐이 났으니까."

- 실제로 영국군 전선 돌출부 앞에서 만 명이나 되는 독일군이 전사했고, 결과적으로 그들은 스당에 도달하지 못했다. 독일은 과학적인 원칙을 준수하던 나라였기에 대장군 참모진은 죽은 독일 병사들의 시체에서 아무런 부상 흔적도 발견할 수 없으므로 비열한 영국군이 알려지지 않은 독성 성분의 가스가 함유된 포탄을 사용한 것이 틀림없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누구든 스테이크라고 불러도 견과류가 어떤 맛이 나는지 아는 사람이라면 성 조지가 영국인들을 돕기 위해 아쟁쿠르 궁수들을 보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 대장군 참모진(Great General Staff)은 프로이센 육군과 그 후신인 독일 육군 및 독일 공군에서 전쟁에 대비한 모든 정보, 병참, 작전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던 군의 수뇌부로, 1814년에 공식적으로 출범하여 제1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이 패하면서 베르사유 조약에 의해 해체되었다.

- 아쟁쿠르 궁수(Agincourt Bowmen)는 백년전쟁의 주요한 전투 중 하나인 1415년 8월의 아쟁쿠르 전투에서 영국 왕 헨리 5세가 수적인 열세에도 불구하고 프랑스군에 큰 승리를 거두는 데 기여한 장궁병 (longbowmen)으로 구성된 군대를 말한다.

 

- <궁수>

 

 




해설  - 김선

 

 

* 본 해설은 작품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해설을 먼저 읽어 보시는 독자분들께 주의를 당부드린다.

 


"진정한 악은 사회생활이나 사회의 법규들과 아무런 관계가 없을뿐더러 혹 관계가 있다고 하더라도 부수적이고 우연한 것이기 때문이에요. 그건 영혼의 고독한 열정 -혹은 고독한 영혼의 열정- 이지요. 우리가 만약 이 점을 이해하고 그 온전한 의미를 파악하게 된다면 그것이 정말로 우리를 공포와 경외감으로 가득 채울 수 있을 거예요."

<백색 인간> 중, 187쪽

 


공포의 미로 그리고 신성



<백색 인간>의 프롤로그에서 앰브로즈는 절대악에 관해 독특한 철학을 설파한다. 절대악은 인간의 이해의 대상이 아니라 공포와 경외의 대상이라는 것. 궤변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곱씹어 보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아 소름 끼치기도 한다. 강렬한 프롤로그에 걸맞게도 <백색 인간>의 나머지 이야기 또한 무시무시하고 아름답다. 주요한 내용은 앰브로즈가 소유하고 있는 수첩 속 소녀의 기이한 경험담인데, 불길하고 오싹하며 심지어는 발랄하고 유쾌하기까지 해서 <위대한 신, 판>과 <내면의 빛 The Inmost Light>, <붉은 손 The Red Hand> 등을 관통하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아서 매켄의 작품들과는 차별되는 색다른 쾌감을 느낄 수 있다.

<백색 인간>의 절대악은 숲 속에 사는 님프들이다. 이들은 정령이기에 흉측한 모습의 판과는 달리 "상아 조각상처럼 유백색" 피부를 지닌 "검고 긴 머리칼의 아름다운" 여성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정작 그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를테면 소녀는 어떤 키 큰 남자를 따라 낯선 숲으로 입장해야 하며 -이 부분은 어쩐지 호러영화 <환타즘 Phantasm>(1979)에서 주인공을 또 다른 차원으로 인도하는 거구의 사자 死者 톨맨 tall man을 생각나게끔 한다- 숲 속의 공포와 있는 그대로 마주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소녀는 "피부를 할퀴어대는 휘어진 검은 가지"와 "혀를 내밀고 기어 다니는 무시무시한 동물들처럼 생긴" 바위들을 헤쳐 나가는 고행을 감수하며 님프를 만나러 간다(숲의 공포는 호러 영화에서도 빈번히 찾아볼 수 있는 소재이다. 샘 레이미 ... )

 

...

그리고 작품 전체의 으스스한 톤은 마녀의 사악함 자체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이 밀교 집단의 불경함에 꽤 많은 지분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집단적인 광기는 그 어떤 형태의 광기보다 원초적이며 강렬하고, 그러기에 트라우마라고 부를 법하기 때문이다.

물론 작중 소녀도 마녀술 witchcraft을 시전 한다. 숲에서 숭배의식을 행한 소녀는 급기야 "솥과 냄비가 날뛰게 하며 도자기가 부서지고 의자들이 저들끼리 나뒹굴게" 하는 '귀여운' 마녀의 역능을 갖게 된다. 그리고 유모가 들려주는 또 다른 이야기에는 마녀술을 이용해 혼인을 약속한 다섯 남자를 하나씩 처단하는 마녀술의 달인 레이디 에이블린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흑마술적 분위기로 인해 <백색 인간>은 생체 실험과 신체 변형을 소재로 한 <위대한 신, 판>보다 덜 무겁고 좀 더 유쾌한 톤을 지니게 된다. 더불어 이 작품을 통해 여성성이 남성성을 지배하는 성 性 전복적인 쾌감을 느낄 수 있다. 결혼하기 싫어서 남자들을 죽이고 다니는 여자라니, 당시에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두려운' 여성상이었을 것이다(확실히 옛날에는 '남자를 살해하는 여자'가 가장 무섭고 혐오스러운 존재였나 보다. 실제로 김기영 감독의 <하녀>(1960)에서 하녀 역할을 맡았던 이은심은 당시 거리를 못 돌아다녔 ... )




 

1894년 과학자의 엇나간 지식욕 때문에 일어나는 사건을 그린 미스터리 단편 <위대한 신, 판>과 <내면의 빛>을 묶어 존 레인의 저명한 "키노트 시리즈 Keynotes Series"의 하나로서 출간한다. <위대한 신, 판>과 <내면의 빛>은 성적이고 끔찍한 내용이라고 비판받았으나, 재판을 찍을 정도로 성공한다.

1895년 오컬트 탐정 다이슨이 기이한 표식 아래 살해당한 남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마주한 미스터리를 그려 낸 <붉은 손>과 한 남자가 길에 나타난 돌의 표식을 추적하는 짧은 공포 이야기 <빛나는 피라미드 The Shining Pyramid>를 발표한다. 또한 <위대한 신, 판>과 <내면의 빛>에 이어 여러 편의 이야기들로 구성된 소설 >세 명의 사기꾼 The Three Imposters>을 "키노트 시리즈"의 하나로서 출간한다. <위대한 신, 판>의 성공과 함께 매켄은 데카당트 문학의 화신으로서 폭넓은 대중적 인정을 받기 시작한다. 그러나 오스카 와일드를 둘러싼 스캔들과 당시 데카당트 문학에 대한 비난 풍조 때문에 더 이상 신작을 발표하지 못한다.

1898년 오늘날 <타임스 문학 Times Literary> 증보판의 선행 격인 <문학 Literature>의 부편집자로 저널리즘에 복귀한다. 이곳을 그만둘 때쯤부터 <상형문자, 문학의 황홀경에 관한 노트 Hieroglyphics: A Note upon Ecstasy in Literature>를 집필하기 시작한다.

1899년 7월 31일에 부인 에이미가 암으로 사망한다. A. E. 웨이트는 부인의 죽음으로 실의에 빠진 매켄에게 신비주의 단체인 "황금 여명회 Hermetic Order of the Golden Dawn"의 가입을 권유한다. 매켄은 일 년 동안 "황금 여명회"에 소속된 "이시스 우라니아 사원 Isis-Urania Temple of the Golden Dawn"의 회원으로서 "황금 여명회"에서 활동한다. 매켄은 신비주의적이고 영적인 가치에 언제나 열정적이었으나, 부인의 죽음 직전부터 자신의 정체성을 켈트 기독교에 두기 시작한다. 데카당트 사조에 관한 비난이 거세지면서 이교도, 밀교의 주제에서 벗어나 그동안 좇던 영적인 가치를 좀 더 건전한 방식으로 모색한다. <오컬티즘의 문학 The Literature of Occultism>을 발표한다.

1901년 프레드릭 벤슨 Fredrick Benson의 레퍼토리 극단에 들어가 1907년까지 활동한다. 벤슨의 극단은 에이미의 사별로 실의에 빠진 매켄에게 희망과 열정을 불어넣으며 그의 성격을 외향적으로 바꾼다. 

1902년 1899년에 집필을 완료했던 <상형문자>를 출간하며, <상형문자>에서 진정한 문학은 황홀경을 전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903년 6월 25일 배우 도로디 퓨어포이 허들스톤 D orothie Purefoy Hudleston과 재혼한다. 그 후 허들스톤과 영국의 레퍼토리 극장을 순회하기 시작하며 몇 년 동안 연극과 같은 다른 예술 분야에서 활동한다. 또한 종교적, 영적인 관심을 영국의 성공회에 두기 시작한다. A. E. 웨이트와 함께 운문극 <신성한 성배의 숨겨진 성례 The Hidden Sacrament of the Holy Graal>를 집필한다. 이 작품은 1906년 웨이트의 <수면의 낯선 집 Strange Houses of Sleep>에 실리며, 이 작품에서 매켄은 익명의 "미스터리의 동료"로서 소개된다.

1904년 1899년 이래로 작업한 <삶의 단편 A Fragment of Life>, <백색 인간 The White People>을 발표한다. <삶의 단편>은 한 젊은 부부가 영적인 삶을 위해 물질적인 삶의 진부함을 거부해 가는 과정을 묘사한다. <백색 인간>은 어린 소녀의 일기로 제시되며, 점점 더 깊은 마법에 빠져드는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다A. E. 웨이트와 암호화된 신비로운 서신에 관한 이야기 <숨겨진 빛의 집 The House of the Hidden Lighty>을 세 부만 출간한다.

1906년 1890년대의 주요작을 모은 <영혼의 집>을 출간하며 새로운 독자층을 형성한다.
 
1907년 예술가의 어둡고 신비로운 광기, 경외, 관능, 공포와 황홀감을 묘사한 소설 <꿈의 언덕>을 출간한다. 오스카 와일드의 연인이었던 알프레드 더글러스 Alfred Douglas가 편집자로 재직하던 성공회 문예지 <아카데미 The Academy》의 저널리스트가 된다. 성배의 기원에 관한 문제와 예배에서 의식의 중요성에 관한 글을 쓰기 시작한다. 물질적 가치를 구제할 수 있는 종교성에 관해 묘사한 <비밀의 영광 The Secret Glory>을 집필한다. 복음주의 개신교에 관한 작품 <스티긴스 박사, 그의 견해와 원칙 Dr. Stiggins: His Views and Principles>을 발표한다.

1908년 경제적 안정을 위해 알프레드 함즈워스 Alfred Harmsworth가 운영하는 <이브닝 뉴스 Evening News>에서 일한다.

1910년 타블로이드지였던 <데일리 메일 Daily Mail>의 자매지인 <이브닝 뉴스>의 통신원이 되면서 전업 저널리스트가 된다. 예술과 종교 분야의 기자로 지내며, 다양하면서도 절묘한 방식으로 기사를 쓰면서 저널리스트로서 인정받는다.

1912년 아들 힐러리 Hilary가 태어난다.

1914년 영국과 독일의 전쟁이 발발한다. 매켄은 그가 일하는 <이브닝 뉴스>에서 영국군이 불리했던 8월 몽스에서의 첫 교전과 관련한 글을 기고한다. 이 글은 독일군에게 화살을 쏘는 천사 궁수에 관한 이야기로, 영국군이 패배를 면하는 내용이다. 이러한 보국적인 주제는 전시 상황이라는 이유로 독자들에게 픽션이 아닌 사실로서 받아들여진다. 이렇게 <궁수 The Bowmen>는 대중들에게 "몽스의 천사들 Angels of Mons"이라는 에피소드로 홍보되면서 매켄에게 유명세를 안긴다.

1915년 <궁수>의 성공으로 전쟁에 관한 이야기 <위대한 귀환 The Great Retum>을 출간한다.
 

...
 
1932년 매년 100파운드의 시민연금을 받으며 지낼 수 있게 되었지만, 어니스트 벤의 출판사로부터 일이 없어지자 경제적 상황이 다시 어려워진다. 이후에 존 고즈워스 John Gawsworth의 지원으로 저작을 출간할 수 있게 된다.

1933년 <그린 라운드 Green Round>를 출간한다. 한 남자가 해변에 있는 "그린 라운드"를 방문한 후 난쟁이에게 시달리는 공포작품이다.

1934년 런던의 숨겨진 세계와의 만남을 묘사한 단편 소설 <엔 N>을 발표한다.

1936년 짧은 공포소설 모음집인 <풀장의 아이들과 다른 이야기들 The Children of the Pool and Other stories>과 <안락한 방과 다른 이야기들 The Cosy Room and Other stories>을 출간한다. <풀장의 아이들>에는 <고원한 오메가 The Exalted Omega>, <풀장의 아이들 The Children of the Pool>, <쾌활한 소년 The Bright Boy>, <생명의 나무 The Tree of Life>, <어긋난 의도 Out of the Picture」, <변화 Change>가 수록되어 있다.

1937년 런던의 아이들이 행하는 어두운 의식에 대한 짧은 이야기 <의식 Ritual>을 발표한다.

1943년 매켄의 여든 번째 생일을 맞아 맥스 비어봄 Max Beerbohm, T.S. 엘리엇 T. S. Eliot, 버나드 쇼 Bernard Shaw, 월터 드 라마레 Walter de la Mare, 앨저넌 블랙우드 Algernon Blackwood, 존 메이스필드 John Masefield를 포함한 작가들이 문학적 상소를 올린다. 이 상소가 받아들여져 매켄은 이후 여생을 비교적 편안하게 살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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