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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어 차니, 스베틀라나 슬랍샤크] 드디어 만나는 동유럽 신화 - 뱀파이어부터 늑대인간까지, 서양 신화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다

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2

by 일루젼 2026. 7. 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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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노어 차니 / 스베틀라나 슬랍샤크 / 송민경
출판 : 현대지성
출간 : 26.05.07


       

 

<드디어 만나는 동유럽 신화>.

동유럽의 신화는 북유럽이나 그리스-로마, 이집트에 비해 널리 알려지지는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조금만 살펴보면 현재도 유명한 뱀파이어나 늑대인간, 숲의 마녀 등의 원형이 동유럽 신화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신화보다는 민담에 가까운 내용들이었다는 것이 개인적인 의견이다.  

또 지형적 거리 때문인지, 이 책에 소개된 내용 중 일부는 러시아 민담으로 알려져 있는데 <아름다운 바실리사>나 <바보 이반> 등을 예로 들 수 있겠다. 

(발췌를 정리하다가 이반 빌리빈의 그림이 아주 아름다웠던 <아름다운 바실리사>가 생각났는데, 찾아보니 이 책도 리뷰를 쓰지 않았던 것 같다...)

 

개인의 취향 차이겠지만 내 경우에는 강한 매력은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동유럽의 문화와 민담, 신화에 앞으로 더 큰 관심을 가지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 의의가 있을 것이다.

민담에 관심이 많다면 한 번 정도는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사족. 

 

이영도의 <눈물을 마시는 새>의 사모와 드라카(칸)이 여기서 따온 이름은 아니었겠지...?

드라큘라라는 명칭도 '-의 아들'이라는 어미가 변형되어 생긴 것임을 고려할 때, 루마니아의 영향이 있었다고 가정한다면 그것도 동유럽의 영향이었다고 볼 수 없지 않을 수 없... 흠.

 

박해로의 <귀경잡록> 중 개의 머리를 한 부족도 설마...?

 

의도했건 아니건 원형으로 파고 들어가면 의외의 교차점들이 발견된다. 이런 발견 또는 오해도 소소한 재미다.   

  

   


   

 

추천의 글

 


동유럽 문화는 무시할 수 없는 유럽 문화의 한 축이지만, 친숙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남유럽의 그리스·로마 신화나 북유럽의 오딘, 로키 같은 이름과 비교해 보면 동유럽의 신화나 전설을 조금 멀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동유럽 신화는 알게 모르게 꽤 큰 영향을 미쳐왔다. 한동안 영화나 TV에서 아주 매력적으로 그려졌던 괴물 뱀파이어는 동유럽의 신화와 전설에서 나온 것이다. 그 맞수로 자주 등장했던 늑대인간 역시 동유럽 문화의 영향을 받으며 발전했다. 이 외에도 우리가 접한 다양한 공포물과 환상물의 원천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동유럽과 깊게 연관된 이야기 소재가 놀라울 정도로 풍부하다. 

안타깝게도, 그런 이야기의 뿌리를 살펴볼 만한 자료가 한국에는 넉넉하지 않다. 말하자면, 땅 위에 피어 있는 꽃의 향기는 퍼지고 있지만, 그 꽃을 품고 있는 땅의 모양은 당최 알 수 없는 데서 오는 답답함과 비슷하다. <드디어 만나는 동유럽 신화>는 그 답답함을 풀어주면서도 땅속 깊은 곳까지 들여다볼 수 있게 해 준다. 


이 책은 총 일곱 편의 동유럽 옛이야기를 소개한다. 소설 같은 이야기를 하나 소개하고, 이야기의 해설이 될 만한 많은 자료를 풀어놓는다. 생생하게 피어오르는 극적인 장면을 즐길 수도 있고, 이야기 뒤에 숨겨진 의미를 발견할 수도 있다. 또, 여러 종교·역사·사상을 바탕으로 이 이야기들이 어떻게 퍼져 나가고 자리 잡았는지를 알 수 있다. 이런 대목에서 독자는 책의 풍성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동유럽에서 건너온 낯설면서도 익숙한 이야기 속 환상의 세계에 푹 빠질 수도 있다. 우리 주변에 자리 잡은 미신의 의미나 희귀한 소재에 생명력을 불어넣고자 할 때도 도움을 주는 책이다. 기묘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들과 새로운 창작을 준비하는 작가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영감을 선사할 것이다. 

곽재식 | SF 작가, 한국 괴물백과 저자

 


 


- 만약 누군가 당신에게 이집트 신의 이름을 묻는다면, 오시리스나 이시스 같은 이름을 떠올릴 것이다. 북유럽의 신을 물어도 몇 개쯤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마블 만화와 영화 덕분에 토르, 로키, 오딘 같은 이름이 그 어느 때보다도 친숙하니까 말이다. 그리스·로마 신들은 고대부터 유럽 문화 전반에 걸쳐 익숙해져 있으니 더욱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고대 그리스, 특히 아테네의 영광과 신앙과 사상이 인류 문명의 정점을 보여준다고 생각했던 르네상스 시대의 학자들은 로마제국이 쇠망하면서 잠시 뒤안길로 사라졌던 그리스·로마 신화를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게 했다. 덕분에 오늘날 서양 문화 곳곳을 활발히 누비는 제우스(유피테르), 아테나(미네르바), 포세이돈(넵투누스), 아프로디테(베누스), 아레스(마르스)를 포함한 여러 신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비단 신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많은 그리스·로마의 영웅과 모험담도 알고 있다. 이아손과 황금양털, 테세우스와 미노타우로스, 헤라클레스의 12가지 과업 등을 말이다.  

- 그렇다면 동유럽의 신과 괴물, 영웅은 어떤가? 부크, 벨레스, 페룬 같은 신을 알고 있는가? 아마 익숙한 이름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슬라브족의 전설에서 탄생한 유명한 존재도 분명히 있다. 뱀파이어나 늑대인간이 바로 그 예다. 이 어둠의 존재들은 사실 세계 무대에 등장하기 훨씬 전에 동유럽 신앙이라는 작은 무덤에서 빠져나왔다. 기원을 몰랐던 사람들은 깜짝 놀랄 만한 사실이다.

- 영어를 사용하는 국가에 사는 슬라브 혈통 수백만 명을 포함해 전 세계에 머무는 슬라브계 사람이 수천만 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영어로 쓰인 슬라브족의 신화나 전설이나 신에 관한 책은 극히 드문 편이다. 이는 신화에 대한 학술적·인류학적 문헌뿐만 아니라, 모험, 마법, 구전동화를 떠올리게 하는 모든 경우에 해당한다. 이솝우화, 그림동화, 그리스·로마나 이집트나 북유럽의 고대 신화에 관한 책은 다양하면서도 많다. 슬라브족 전통에 대한 자료가 부족하다는 것은 놀라울 정도로 풍부한 세계사가 의외로 간과한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나타내며, 이 책은 어마어마한 잠재적 독자층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슬라브 국가의 괴물, 전설, 신, 영웅을 소개함으로써 현존하는 정보의 불균형을 바로잡을 수 있는 초석이 될 것이다. 슬라브족의 비기독교적 전통이 가톨릭이나 동방정교회에 의해 덮어지거나 뒤섞이기 전, 기독교 이전에 최초의 슬라브족이 믿고 있던 것을 탐구하는 데 목표를 둔다. 

- 동시에 우리는 뱀파이어, 늑대인간, 마녀 바바야가와 닭의 다리가 달린 집, 심술궂은 신과 천상의 여신, 여전사, 악마를 물리치는 처녀, 강에 사는 머맨 등을 만날 것이다. 일단 슬라브족에 대해 아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그들의 기본 신앙 체계를 이해해 보자.

 

- 7세기 초에 활동했던 역사가 테오필락토스 시모카테스 Theophylact Simocarta는 슬라브족이 몸집이 크고 힘도 세지만 전쟁보다는 음악과 노래와 춤을 좋아한다고 적었다. 10세기 비잔틴제국의 문헌에는 슬라브족의 한 무리가 모녹실 monoxyl을 타고 강을 따라 이동하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모녹실은 나무 몸통을 파내서 만든 배로, 아마존강 유역에 사는 부족들이 사용하는 통나무 카누와 유사하다. 10세기 아라비아 외교가인 아흐마드 이븐 파들란 Anmad ibn Fadlan은 볼가강 유역에 사는 슬라브 상인들이 의식을 치르는 모습을 보고 "그들은 원형의 성소에 들어가 신의 머리 부분이 그려진 기둥 앞에 무릎을 꿇었다. 다른 신적 존재들은 성소 내부의 나무에 그려져 있었다"라고 기술했다. 또, 배에 고인을 앉히고 그 옆에 앉은 고인의 아내를 제물로 바치기 위해 찔러 죽인 뒤, 배에 불을 붙여 둘 다 물속으로 가라앉게 하는 매장 의식도 상세히 적어두었다. 

- 11세기 메르제부르크 작가 티트마르 Thietmar의 말에 따르면, 요새화된 언덕에 동물 뿔이 달린 조각상으로 외관이 장식된 목제 사원이 있었다고 한다. 내부에는 투구를 쓰고 갑옷을 입은 다양한 신상이 있었으며, 이는 각기 다른 신에게 봉납된 것이었다. 그중 가장 중요한 신은 주아라시치 Zuarasici(스바로그의 아들을 뜻하는 스바로지치 svarožić라고 부르기도 한다. 누군가의 아들을 의미하는 접미사 '-ić '는 남슬라브족의 성 姓에서 흔히 보임)였다. 애석하게도 이 사원이나 신상에 대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 슬라브족에게는 왕과 제국도 있었다. 7세기에는 사모 samo라는 이름의 프랑크 상인이 아바르 Avars라는 다른 민족과 전쟁을 치르던 슬라브족을 재정적으로 지원했다. 슬라브족이 승리하자 그들은 사모를 왕으로 삼았 ... 

- 페룬 Perun은 대다수의 슬라브족에게 주신이며, 제우스나 오딘의 위치에 가깝다. 페룬은 폭풍을 다스리고, 천둥을 소환하며, 번개를 던진다. 또, 눈 덮인 산의 정상에 살며 참나무 숲에 자주 모습을 드러낸다. 간혹 폭풍우의 신 다주보그 Dazbog로 불리기도 한다. 또한 전투용 도끼나 망치, 활과 번개 화살 같은 신비한 무기를 쓰는 전쟁의 신이다. 그는 역사적으로 결정적 순간이나 전투에 직접 출현한 신으로 자주 언급되며, 러시아에서는 모병에 영향을 주는 인물로 이름이 올랐을 정도다.

- 스바로그 Svarog는 다보그와 대조를 이루는 태양과 불의 신으로, 그리스신 헤파이스토스와 유사하다. 또한 하늘과 대기의 신으로서 육체 없이 존재한다. 빛을 보는 신으로도 번역 가능한 스베토비드 Svetovid는 머리가 넷 달린 전쟁의 신이자, 빛과 힘의 신이다. 세 개의 머리라는 의미를 가진 트리글라브 Triglav는 세계의 통합을 상징하는 신이다. 그는 검은 말을 타고 있으며, 산과 나무로 표현된다. 슬로베니아에서 가장 높은, 더 나아가 구 유고슬라비아 전 지역에서 가장 높은 산의 이름이 그의 이름에서 비롯되었다.

- 벨레스 Veles는 동유럽 신화에서 하데스나 사탄과 같은 위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는 늪, 습지, 동굴 같은 축축한 지역과 어둠을 다스리는 지하 세계의 왕이다. 다소 으스스하게 느껴진다면 잠시만 기다려보라. 벨레스는 음악과 시의 신이기도 하다. 지하 세계의 신을 영혼의 목자라고 부르는 것도 일리가 있지만, 그는 동물과 가축을 지배하며 재물도 관리한다. 하지만 동유럽 전통 안에 기독교적 신앙이 켜켜이 쌓이면서 악마의 이미지가 굳어졌다. 그렇다면 이 악마는 언제부터 음악, 시, 동물의 신이 되었을까? 

- 7세기의 이야기가 어떻게 천 년이 넘도록 남아 있을 수 있었을까?
사실 구전으로 내려오던 전통은 19세기를 기점으로 모두 종이에 기록되었다. 이는 그림 형제가 사용하던 방법이었다. 그림 형제는 순수하게 구전된 민담을 기록하기로 마음먹었고, 어린 소녀에게 한 노파의 이야기를 듣는 값을 치렀다. 노파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알고 있는 것으로 명성이 자자했지만, 아이가 아니면 절대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어린 소녀는 노파의 편에서 그림 형제 편으로 슬쩍 넘어간 인정 많은 스파이었다. 이후 1812년에 형제는 가능한 한 원본에 충실하게 고쳐 쓴 이야기를 출간했고, 그 책은 여전히 아주 유명한 동화집으로 남아 있다. 백설공주나 라푼젤 같은 이야기들이 야코프 그림 Jacob Grimm과 빌헬름 그림 Wilhelm Grimm 형제의 기록으로 남겨진 것은 이 노파가 까마득한 옛날이야기를 기억해 전해준 덕분이다.

- 일찍부터 적극적으로 동화를 지원했던 샤를 페로 Charles Perrault도 17세기 프랑스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작품 활동을 했다. 그는 <거위 아줌마 이야기>를 쓸 때 전통 민담을 정확히 베끼려고 하지 않았다. 옛이야기를 예술적으로 재해석하기 위한 출발점으로 삼고, <장화 신은 고양이>, <신데렐라>, <빨간 모자>, <엄지손가락 톰>을 자신만의 이야기로 만들었다. 19세기 초에 활동한 세르비아의 독학자 부크 카라지치 Vuk Karadzić 와 20세기초 미국의 발칸반도 서사시 연구자인 밀먼 패리 Milr-Milman Parry도 같은 방법론으로 사람들에게 현지 술을 건네며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청했다. 

- 우리의 세속 신화인 민담과 동화를 연구하는 마리나 워너 Marina Warner는 이 둘을 구분한다. 그녀는 <동화: 아주 짧은 역사>에서 "민담은 구전 전통에서 기인하며, 누구도 기억하지 못할 만큼 기원이 오래되고 원작자가 알려지지 않은 순수 구전 이야기를 가리키는 독일 단어 메르헨 Marchen과 관련 있다"라고 저술한다. 이것은 독일어의 쿤스트메르헨 Kunstmärchen이 뜻하는 동화와는 차이가 있다. 동화에는 쿤스트 Kunst, 즉 예술이 추가되어 이것이 서명과 날짜가 기재된 문학 작품임을 가리킨다. 그림 형제와 페로의 경우, 그들이 수집한 이야기의 뼈대는 민담이었지만, 일단 해석되고 기록되고 윤색되면서 작가와 연관성이 생기면 그것은 곧 동화가 된다.

- 의미상 신화는 민담 전통의 일부로 간주되어야 한다. 우리는 신화를 처음 고안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없다. 신화를 굳게 믿는 이들은 신화가 창작된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그런 신봉자들은 신화를 역사로 본다. 신화가 재해석된 경우, 예를 들어 아폴론이 욕정을 품고 다프네를 쫓아다니자, 그녀가 강의 신인 자신의 아버지에게 자기를 나무로 변신시켜 구해달라고 청한 이야기(다른 버전에서는 그녀의 어머니이자 대지의 모신인 가이아가 다프네를 변신시킴)의 기원은 워너가 정의 내린 민담의 범주에 속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해석판(이 경우에는 시인 오비디우스가 쓴 글)은 동화가 되는 것이다.

- 비기독교 신화 체계와 관련된 고대 신화와 전설은 민담과 나란히 전해 내려온다. 신화와 전설은 한때 숭배되던 남신, 여신, 괴물, 거룩한 영웅(신의 조력이나 방해를 받았다는 의미에서 거룩하다는 표현을 사용함)들이 등장하는 만큼 신성성과 관련된 요소를 지닌다. 민담에는 기독교적 교훈이 공유되기도 하지만 명백하게 종교적 성격을 띠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동유럽 전통에서는 우리가 잘 안다고 느끼는 신화나 전설 대부분이 신화와 전설과 동화, 세 장르가 모두 뒤섞인 진정한 혼합물이다. 

- 19세기, 동유럽 신화가 종이로 옮겨지면서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어느 쪽인지 분간하기 쉽지 않지만), 시대의 필요에 맞게 각색되었다. 그 뿌리는 비기독교들 사이에 있지만, 문서화될 때는 작품에 서명이 남거나 저자의 소유물로 출간되는 등 그것을 쓴 작가의 이름이 명시되었다. 그리고 작가들은 대부분 독립국가들이 등장하기 직전에 있던 동유럽 지역에 거주하는 기독교 신자들이었다. 따라서 기독교와 단결심, 독립과 자치의 자유라는 19세기 유럽의 주된 가락에 필연적으로 영향을 받은 버전의 신화가 널리 전파되었다. 뱀파이어는 고대 동유럽 신화의 전설적인 괴물이지만, 현재 뱀파이어라는 개념은 19세기 아일랜드인 브램 스토커 Bram Stoker가 구체화했다. 늑대인간도 마찬가지로, 늑대인간과 뱀파이어의 혼종이 나오는 가장 유명한 문학 작품은 알렉세이 톨스토이 Alexei Tolstoi가 1839년 저술하고 1884년에야 출간한 <부르달락의 가족>(가제)이다. 프라하의 기원 신화인 리부셰 여왕 이야기는 12세기부터 전해졌다고 알려지지만, 체코 어린이들이 배우는 버전은 1890년대 알로이스 이라크 Alois Jirásek가 쓴 것이다. 동유럽 신화의 많은 기원 이야기가 이와 유사하다.

- 동유럽 신화의 복잡성을 이해하려면, 이 이야기가 주로 민족과 국가의 통합, 집단적 정체성과 문화의 형성이라는 역사적 맥락 속에서 기록되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을 잡는 데 도움이 되는 한 가지 실례가 있다. 바로 화가 알폰스 무하 Alphonse Mucha의 연작 작품인 <슬라브 서사시>다. 이 작품은 슬라브족의 신화와 역사를 주제로 한 가장 기념비적인 시각 예술 작품이다. <슬라브 서사시>는 에그 템페라(테라핀 용액에 달걀노른자와 안료를 섞은 물감-옮긴이)와 기름을 혼합해 그린 거대한 캔버스 20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 그들은 지팡이, 나뭇가지, 괭이, 도리깨, 삽을 들고 사랑을 주기만 하고 받지는 못한 것이 자신의 유일한 죄라고 생각하는 가련한 사바 사바노비치를 매질했다. 사바 역시 네 남자와 격렬하게 싸웠고, 산사나무 조각의 뾰족한 끝을 미라의 아버지인 마티야 두슈만의 가슴에 박아 넣어 치명적인 부상을 입혔다. 나머지 사람들은 사바의 몸이 터지고 부러져 몸 안보다 밖에 더 많은 피가 흐를 때까지 그를 때렸다.

- 사바가 몸이 뒤틀린 채로 죽어가며 마지막 숨을 꺽꺽거리는 순간, 검은 나비가 나타났다. 그를 죽인 사람 중 누군가는 나비가 그의 입에서 나왔다고 생각했고, 다른 누군가는 입으로 날아들었다고 생각했다. 또 다른 누군가는 그건 나비가 아니라 검은 나방, 날개에 해골 무늬가 있는 박각시나방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훗날 겨울밤에 선술집에서 라키야를 마시며 젊은이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에 덧붙인 곁가지일 뿐,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그냥 죽은 자는 죽은 자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 사람들은 스탄코의 시신을 마을 공동묘지에 묻었다. 며칠 후, 마티야 두슈만도 세상을 떠났다. 선하지만 무능한 의사가 사바가 입힌 상처의 출혈을 멎게 하지 못했던 것이다. 몇 주가 지난 뒤 미라가 양들을 데리고 목초지로 돌아왔을 때, 그녀는 높이 자란 풀밭에서 이상한 모양의 무언가를 발견했다. 몸을 숙여 살펴보니, 나비라고 해도 될 법한 나무조각이었다. 산사나무로 만들어진 나비 조각에는 거무스름하고 끈적거리는 광택제가 발라져 있었다. 조각에 비해 광택제를 바르는 실력은 형편없어 보였다. 미라는 그것을 만든 사람이 사바라는 사실을 몰랐다. 그녀는 조각을 집에 가져가서 침대 머리맡에 있는 나무 벽에 길고 가는 못으로 고정시켰다.

- 슬라브족의 설화 속에 존재해 왔다. 그 방향이 <드라큘라>로 이어졌고, 이 소설의 영향을 크게 받은 뱀파이어 열풍이 오늘날까지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 열풍은 스토커의 작품이 나오기 훨씬 이전에, 민간신앙(주로 세르비아)이 오스트리아 관리들의 범죄 관련 정밀 조사를 받게 되면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당시 이 보고서들은 국제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일반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또, <드라큘라>로 절정에 이르게 되는 뱀파이어를 소재로 한 문학적 모험담의 물결에 영감을 불어넣었다.

- 옥스퍼드 영어 사전은 뱀파이어 vampire라는 단어가 1734년 저술되고 1745년 익명으로 출간된 <세 영국 신사의 여행>이라는 에세이에서 처음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1725년경, 오스트리아 관리들은 매장된 시신을 파내고 뱀파이어를 죽이는 세르비아의 전통에 대해 보고했다. 하지만 뱀파이어 전설의 영향은 중유럽과 동유럽 전역에 미친다. 실제 뱀파이어라는 용어의 기원은 불확실하다. 한 학설에 따르면, <성 그리고리의 말씀 Word of Saint Grigoriy>이라는 중세 러시아 문헌에서 명사로 언급된 '사납게 찌르는 것'을 뜻하는 옛 러시아어 단어 upyri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크로아티아의 가장 위대한 어원학자 페타르 스코크 Petar Skok는 뱀파이어를 수욕주의적·민속학적 개념으로 설명하며 그 기원에 대해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한다. 하나는 마녀를 의미하는 북부 터키어인 ubyr에서 온 차용어라는 것, 다른 하나는 문자 그대로 날지 않는 자라는 뜻의 슬라브어 밤피르 vampir에서 왔다는 것이다. 언어학자이자 고대 발칸반도 지역 연구자인 밀란 부디미르는 뱀파이어가 물뱀을 뜻하는 단어 vidra와 연관 있는 물의 요정에서 기원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세르비아어로 늑대인간 werewolf을 나타내는 단어 부코들라크 vukodiak(문자 그대로 하면 '늑대의 털'이라는 뜻)는 관습적으로 너무 무서워서 소리 내어 말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대신 밤피르가 사용되었다. 이는 <해리포터>에서 볼드모트의 이름을 부르는 것조차 두려워 '이름을 말해서는 안 되는 자’로 부르는 것과 비슷하다. 늑대인간과 뱀파이어의 전설이 다소 얽혀 있기는 하지만, 늑대인간에 관해서는 별도로 다룰 예정이다.

-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는 실제 뱀파이어와 뱀파이어 사냥꾼을 설명한 최초의 활자 책에 대한 정보가 빠져 있다. 이 책은 1689년에 출판되었으며, 제목은 <카르니올라 공국의 영광>이다. 책의 저자는 당시 합스부르크제국(현재의 슬로베니아)의 심장부에 살면서 독일어로 글을 쓰는 귀족, 야네즈 바이카르드 발바소르 Janez Vajkard Valvasor 남작이었다. 그의 작품은 꾸준히 호평을 받으며 널리 읽혔다. 독일어 판은 런던 왕립학회의 명예 회원으로 뽑히기도 했다. 
발바소르는 대학자, 출판인, 과학자, 민족지학자였다. 그는 개인 서재와 유럽 최고의 도서관을 통해 훌륭한 교육을 끝마쳤고, 유럽뿐만 아니라 17세기 북아프리카를 모험하며 14년간 여행했다. 그는 자신의 고향, 카르니올라라고 불리는 오늘날의 슬로베니아 지역의 민속과 전통을 기록하는 데 관심을 가졌다. 발바소르는 마법과 초자연적 존재에 대한 절대적 믿음과, 불가해한 현상을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해석하려는 갈망사이에서 적당한 균형을 찾고자 했다. 그는 순수하게 진심으로 초자연적 존재를 믿었고 절대적으로 신앙심이 깊었지만, 흔히 마법이라고 여겨지는 것을 해명하기 위한 과학적 증거도 모색했다. 

- 이는 그의 연구 사례에서 아주 명백하게 드러난다. 발바소르는 체르크니차 Cerknica의 사라지는 호수를 연구했는데, 이 지역은 1년 중 절반은 마른 목초지였다가 나머지 절반은 홍수 때문에 슬로베니아에서 가장 넓은 호수가 된다. 전통에 따르면, 한 무리의 마녀들이 현지의 산 정상에서 의식을 치름으로써 호수의 범람과 배수를 통제했다고 한다. 발바르는 마법을 믿으면서도 좀 더 자연스러운 해석을 찾아내겠다고 결심했고, 실제로 다른 원인을 밝혀냈다. 이것은 계몽주의가 널리 받아들여지기 한두 세대 전에 발바소르가 왕립학회의 명예 회원 자격을 얻을 수 있게 해준 연구 결과의 일부였다. 

- 발바르는 1672년부터 이스트리 Istria(이탈리아와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 사이에 위치한 아드리아해의 북쪽에 있는 반도) 역사 지구의 뱀파이어, 지우레 그란도 Giure Grando의 이야기를 기록한다. 뱀파이어 신화의 전통, 특히 뱀파이어를 죽이는 방법에 대한 세부 사항은 발바소르의 원문에 나온 그대로다. 곧 알게 되겠지만, 그 후 백 년에 걸쳐 남슬라브 지역에서 온 다른 목격자들의 진술에서도 이는 똑같이 되풀이된다.

- 크린츠크 Krinck 마을에서 막 죽은 지우레 그란도를 땅에 묻은 다음 날 밤, 조지 신부 Father George라고 불리는 한 사제가 미망인 그란도 부인과 다른 친척들과 함께 장례를 치른 후 식사를 하고 있었다. 밖으로 나가기 위해 문을 열었을 때 신부는 문 뒤에 앉아 있던 죽은 자를 발견했고, 그 순간 그자는 바로 도망쳤다. 그 후 몇 주 동안 수많은 사람이 지우레를 목격했는데, 대개 마을 곳곳의 집을 돌아다니며 문을 두드리는 모습이었다. 그가 문을 두드린 집에 사는 사람들이 하나둘 죽음을 맞기 시작했 ...


- 인간을 발견할 때도 있다. 늑대인간은 자신의 아내를 찾아가 (특히 그녀가 젊고 예쁘다면) 함께 잠자리를 하는데, 사람들이 말하길 늑대인간과 낳은 아이는 뼈가 없이 태어난다고 한다. 방앗간, 밀과 곡식을 비축해 둔 곳 근처에서는 굶주린 늑대인간이 자주 목격된다.  

 

- 이 짧은 구절에 담긴 내용은 많지만,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아마 이스트리아의 지우레 그란도 사건에서부터 세르비아와 그 너머에 이르기까지 동유럽 전설과 전통에 일관성이 있다는 점일 것이다. 외딴 마을에서 일어난 (민속전통에서 뱀파이어는 도시의 괴물이 아닌 시골 마을의 초자연적 현상) 의문의 죽음이나, 무덤을 파내면 드러나는 비대하고 뺨이 붉으며 부패하지 않은 시신, 산사나무 말뚝을 박아 의심스러운 뱀파이어를 제거하는 행동 등이 그러하다. 

- 카라지치는 산사나무 말뚝을 무기로 선택한 이유를 가장 먼저 설명한 인물이기도 하다. 발칸반도에서는 산사나무에 열리는 핏빛의 붉은 열매가 심장 질환을 다스리는 전통 약재로 쓰였다. 산사나무는 목질이 단단해 튼튼한 말뚝을 만들 수 있는데, 뱀파이어의 심장을 꿰뚫는 행위가 '심장과 관련된 문제를 바로잡는다'는 상징적 연관성까지 띤다는 점에서 그 선택은 더욱 의미심장해 보인다.

- 카라지치가 적어둔 세르비아 속담은 대략 "이 자는 산사나무 막대기로만 다칠 수 있다"로 옮길 수 있는데, 이는 누군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매우 강인함을 뜻한다. 산사나무는 뱀파이어를 예방하는 수단으로도 쓰였다. 매장하기 전, 집에 모셔놓은 고인의 시신 머리맡에 산사나무 가지를 걸어두기도 했고, 더 섬뜩하게는 산사나무 가시를 고인의 배꼽에 억지로 박았다는 사례도 기록되어 있다. 마찬가지로 되살아날까 우려되는 이들의 무덤을 덮은 흙에도 가시를 박아두었다. 

 

- 산사나무 가지를 문에 붙이거나, 아이들이 가지고 다니는 보호 부적에 산사나무 조각을 넣었을 가능성도 있다. 산사나무 앞에 케이크, 꽃, 약초, 심지어 말편자 같은 제물을 바치는 일은 슬라브족의 전통이었다. 이는 산사나무가 악마의 집일지도 모른다는 고대의 믿음과 관련되어 있다. 제물을 바치면 악마가 나무에 머무르지만, 그렇지 않으면 배가 고픈 상태로 마을까지 내려올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였다. 더구나 악마는 쇠붙이를 두려워한다고 알려졌기에, 말편자는 악마를 나무에 가두기 위한 장치로 사용되었다. 

- 세르비아의 고대 우주 신화에 따르면, 온 세상은 산사나무 위에 얹혀있고 검은 개가 그 나무를 끊임없이 물어뜯고 있다고 한다. 개가 나무를 깊게 물수록 산사나무는 기울기 시작하는데, 이때 발생하는 흔들림이 곧 지진의 시작이다. 훗날 이 신화에 기독교적 요소를 덧붙인 변형에서는 성 베드로가 지팡이를 휘두르자 산사나무가 다시 곧게 섰고, 그와 함께 지진도 멈추었다고 전한다.

- 산사나무가 슬라브족에게만 특별한 울림을 지닌 것은 아니다. 타키투스 Tacitus의 기록에 따르면, 게르만족 또한 매장 관습에 산사나무를 사용했다. 산사나무는 산 자의 세계와 죽은 자의 세계를 가르는 경계를 상징하는 나무로 알려져 있으며,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전설에서도 악마와 마녀를 막고 죽은 자가 다시 돌아오는 일을 방지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언급되기도 한다.

- 카라지치는 <세르비아어 사전>에서 늑대인간, 부코들라크, 뱀파이어, 밤피르를 서로 호환되는 단어처럼 사용하며 과감한 독자성을 드러냈다.

- 자신의 혈색을 유지하려고 처녀의 피로 목욕했다고 전해지는 헝가리·슬로바키아의 백작 부인 엘리저베트 바토리 Elizabeth Bathory가 대표적 사례다. 그녀는 약 300명의 여성과 소녀를 고문하고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다만 남아 있는 증거가 주로 정황증거고, 상당 부분이 고문 뒤 얻어진 진술에 기대고 있어 오늘날의 기준으로는 법정에서 그대로 인정되기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실제로 그런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단정하기도 쉽지 않다. 
어쨌든 뱀파이어를 검색하다가 바토리가 불쑥 등장하더라도, 그녀의 이야기는 초자연적 뱀파이어라기보다 연쇄적이고 무자비한 가학성, 혹은 적어도 그렇게 간주되어 온 폭력성의 문제로 이해하는 편이 더 정확하다. 

- 최초의 뱀파이어 소설은 19세기 초, 한때 바이런 경 Lord Byron의 개인 주치의로 일하기도 했던 스무 살 청년 존 폴리도리 John Polidori가 썼다. 문학사에서 가장 유명한 두 괴물인 뱀파이어와 프랑켄슈타인의 기원을 둘러싼 이야기는 1816년 6월, 비가 흠뻑 내리던 어느 휴일에 스위스 제네바 호수를 내려다보는 빌라 디오다티 villa Diodati에서 시작된다. 바이런과 그의 친구이자 동료 시인인 퍼시 비시 셸리 Percy Bysshe Shelley, 그리고 소수의 친인척과 몇몇 친구는 장엄하기로 이름난 알프스 산맥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에 이끌려 그곳에서 함께 휴가를 보냈다. 그러나 악천후 탓에 어쩔 수 없이 실내에 머무르게 되었다. 
그들은 이 별장에서 독일 괴담집의 프랑스어 번역본. 장바티스트 브누아 에리에스 Jean-Baptiste Benoit Eyriès가 옮긴 <판타스마고리아나>, 혹은 유령 ...

- 얀 포토츠키 Jan Potocki 백작은 폴란드에서 가장 존경받는 작가이자 계몽주의 지식인이었다. 1805년경 처음 출간된 그의 대표작 <사라고사에서 발견된 원고>는 <아라비안나이트>와 같은 산문 서사 방식으로 쓰인 작품으로, 폴란드 문학의 걸작으로 꼽힌다. 폴란드에서 매우 부유한 귀족 가문 출신인 포토츠키는 세계를 누비는 여행가이자, 프랑스어로 작품을 쓰는 다국어 구사자이기도 했다. 그는 스위스에서 교육을 받고 폴란드 군대에서 공병대 대위로 복무했으며, 몰타 기사단과 프리메이슨에도 입단했다. 1815년 12월 23일, 세상 경험이 풍부했던 이 남자는 어머니의 은 주전자에서 떼어낸 은으로 총알을 만들고 사제의 축복을 받은 뒤, 그 축복받은 은 탄환으로 자신의 머리에 총을 쏘아 생을 마감했다. 얀 포토츠키는 자신이 늑대인간이라고 믿었고,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써 더 ...

- ' ... 안 되는 자'라는 뜻의 네폼니크 nepomnik는 단순형인 부크 vuk와 마찬가지로, 입에 담아서는 안 되는 늑대인간을 가리키는 또 다른 대체이다. 동유럽 전설 속 뱀파이어는 늑대나 검은 개의 모습을 하기도 한다. 보스니아, 몬테네그로, 이스트리아의 전설에 등장하는 동유럽 악마 프소글라브 psoglav(개의 머리)는 개의 머리와 말의 다리, 하나뿐인 눈을 지닌 존재로 묘사된다.

- 또한 비기독교적 동유럽 전설이, 9세기 이후 남슬라브족, 10세기 동슬라브족, 9~12세기 서슬라브족이 받아들인 초기 기독교 전통과 뒤섞이게 된 것은 테살로니키 출신의 두 형제, 키릴과 메토디우스(훗날 둘 다 성자의 반열에 오름)의 문화·선교 활동과 무관하지 않다. 두 사람은 키릴 문자를 발명하고, 슬라브족에게 읽고 쓰는 능력과 함께 정교회를 전파했다. 슬라브 기독교 전통의 악마가 부코들라크처럼 보인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세르비아·마케도니아·그리스의 일부 프레스코화와 성화 icons에서 개의 머리를 한 모습으로 그려지는 성 크리스토포르 Saint Christophor는 프소글라브와 맞물린다. 이 인물은 외경에 등장하는 개머리 부족과 싸운 로마 병사들의 이야기와도 연결된다. 전승에 따르면, 당시 붙잡힌 포로 가운데 한 명이 기독교로 개종했으나 로마인들에게 고문을 당해 죽었고, 이후 크리스토포르라는 이름의 성자가 되었다. 그는 가톨릭 전통의 성 크리스토포로스와 동일 인물은 아니지만, 이름이 비슷한 만큼 서로의 이야기가 뒤섞인 것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 부코들라크의 단순형인 kudlak은 달마티아어로 '나비'를 뜻하며, 나비 또한 이 책의 <검은 나비>에서 볼 수 있듯 뱀파이어의 한 형태로 나타난다. 부코들라크는 구름을 끌어당겨 날씨를 바꿀 수 있고, 그와 유사한 존재인 즈두하치 zduhać 는 날씨에 영향을 미치는 악마(때로는 인간 마술사)로 여겨진다. 일부 전설에서 뱀파이어가 안개로 변신한다는 점을 떠올리면, 이러한 설정은 더욱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부코들라크는 대개 보름달과 함께 등장하지만, 어떤 이야기에서는 태양의 신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 늑대가죽은 발칸반도 전역에서 슬라브족의 여러 의식과 축일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였다. 그중에는 11월에 열리는, 늑대와 관련된 축제 주간인프라틴치 Mratinci도 포함된다. 흔히 늑대 가죽을 걸친 젊은이들이 결혼을 약속한 처녀의 집 앞에 나타나고는 했다. 페타르 스코크는 부코들라크를 가죽으로 덮인 자(혹은 가죽을 입은 자)로 해석할 수 있다는 설득력 있는 의미론적·언어학적 풀이를 제시한다. 반면, 닉 그룸 Nick Groom은 뱀파이어에 관한 자신의 저서에서, 어원적으로는 다소 설득력이 떨어지지 vuk(늑대)와 dlaka(털)의 결합이라는 설명을 한 적이 있다. 

- 사빈 베링굴드 Sabine Baring-Gould는 1865년 <늑대인간에 관한 서>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세르비아인들은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을 하나로 이어서 블코슬락 vlkoslak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블코슬락은 주로 한겨울에 사나운 위세를 떨친다. 그것들은 매년 회합을 열고 자신들의 늑대 가죽을 스스로 벗어 주변의 나무에 걸어둔다. 만약 누군가 그 가죽을 가져다 태우는 것에 성공하면 그때부터 블코슬락은 마법에서 풀려나게 된다.]

- 늑대인간이 최초로 언급된 기록은 스키타이족에 대해서도 기술한 헤로도토스 Herodotus가 남긴 것이다. 초기 동유럽 문헌 속의 늑대인간은 부정한 존재가 아니었고, 동물 모습으로 지내는 동안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지도 않았다. 불가리아의 차르였던 시메온의 아들 보안 Bojan(바이아누스)은 언제든지 늑대나 다른 동물로 변할 수 있는 마법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 11세기 폴로츠크 공국의 왕자이자 마법사 volchv였던 프셰슬라프 브라치슬라비치 Všeslav Brjacislavić  또한 밤이면 늑대로 변했다. 12세기 러시아의 영웅 서사시 <이고리 원정기>는 프셰슬라프가 낮에는 공국을 통치하고 결코 잠을 자지 않았다고 묘사한다. 추측컨대 밤이 되면 늑대처럼 주변을 배회했던 것 같다. 이는 사실 다모증 hypertrichosis이라 불리는 생리적 질환을 나타낼 수도 있다. 태아기에 존재하는 미세한 체모층이 출생 후 빠지지 않고 계속 자라는 경우, 지나치게 과도한 양의 체모가 자라는 증상을 보이며, 간혹 얼굴에까지 털이 자라기도 한다. 이런 환자들이 '늑대-인간'으로 보였고, 프셰슬라프는 이 질환을 앓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사례가 50건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희귀한 질환이기 때문에, 이것이 문화적 믿음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널리 퍼졌을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 서사시에 따르면 언젠가 프셰슬라프가 수탉이 울 무렵 키이우 Kyiv에서 티무타라칸 Tmutarakan까지 달려간 적이 있는데, 이때 속도가 태양보다도 빨랐다고 한다. 어머니는 마법을 써서 그를 낳았고, 그는 신생아를 감싸고 있는 막인 양막 caul을 머리에 둘러쓴 상태로 태어났다. 그는 평생 이 막을 부적으로 지녔으며, 이는 많은 문화에서 일반적으로 여겨지는 관습이었다. 

- 타타르족에 맞서 싸워 옛 러시아 서사시의 주인공이 된 볼가 (마법사를 뜻하는 volchv에서 따온 이름) 스뱌토슬라비치 Volga Svjatoslavić  또한 늑대로 변신할 수 있었다. 프셰슬라프나 다른 역사적 인물에게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볼가는 마르파 프셰슬라베브니 María vśeslavevna(프셰슬라프의 딸이라는 뜻)의 아들로, 아버지는 용이거나 뱀이었다고 한다. 열 살이 되었을 때 그는 강꼬치고기, 매, 회색 늑대로 변신할 수 있었으며, 훌륭한 사냥꾼이었고 프셰슬라프처럼 밤에 잠을 자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 부크는 과거에도 지금도 세르비아에서는 흔한 이름이지만, 사람들은 15세기 세르비아의 전제군주 부크 그르구레비치 브란코비치 Vuk Grgurević Branković 를 늑대인간이라고 믿었다. 그는 전제군주국이 멸망한 뒤 헝가리의 마티아스 코르비누스 왕을 섬기며 튀르크족에 맞서 싸웠다. 그 용기와 승리 덕분에 그는 화염의 드래건 울프(불의 용 부크 Zmaj Ognjeni vuk)로 묘사되며 세르비아 영웅 서사시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에게는 역사적 전기와 신화적 전기, 두 개의 일대기가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이런 두 층위의 서사는 쉽게 뒤섞이고 융합된다.

- 프셰슬라프와 마찬가지로 부크는 특이한 신체적 특징을 지닌 채 태어났다고도 전해지는데, 손바닥에 털이 난 상태였다는 것이다(사실이 아닐 가능성도 크지만, 어쩌면 다모증을 암시하는 전승일 수 있다). 또 볼가와 마찬가지로 그는 용의 아들이거나, 용들 사이에서 살았다고 한다. 러시아의 영웅 볼가와 세르비아의 영웅 부크 사이에 존재하는 유사점은, 두 이야기의 밑바탕에 더 오래된 동유럽 전통이 놓여 있음을 시사한다. 


- 19세기 슬로바키아 민속학자 파볼 도브신스키 Pavol Dobsinsky가 기록한 섬뜩한 이야기 <블콜라크>는 세 딸을 둔 식인종 아버지의 이야기다. 막내딸은 아버지에게서 도망쳐 왕의 보호를 받게 되고, 마침내 왕과 결혼한다. 두 사람 사이에는 두 아이가 태어난다. 

- 폭풍우가 몰아치던 어느 밤, 부부는 한 거지에게 비를 피할 곳을 내어준다. 그러나 그 거지는 변장한 아버지였다. 그는 두 아이의 목을 베고, 피 묻은 칼을 마치 자신의 딸의 것인 양 몰래 숨겨둔다. 왕은 거지의 조언대로 아내의 두 손을 자르고 아이들의 시신을 천으로 감싸 그녀의 등에 묶은 채 내쫓는다(이 이야기가 우리가 책에 싣기로 한 전설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늑대인간 같은 아버지는 죽고, 딸은 마법의 샘물에서 되찾은 두 손을 다시 제자리에 붙인다. 그 샘물은 그녀의 죽은 아이들까지 되살린다. 남편인 왕은 아내의 결백을 인정하고 두 사람은 이후 행복하게 살아간다(그녀가 얼마나 관대한 사람인지 짐작할 만하다.  

- 이 이야기에서 늑대인간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늑대인간과의 공통점이 거의 없다. 그는 늑대로 변신하는 존재가 아니라, 다만 늑대 같은 특성을 가진 인물로 묘사될 뿐이다. 여기서 늑대인간은 인간이지만 사이코패스적 성향을 지닌 폭력적인 연쇄살인범이며, 근친상간 성향까지 암시되는 식인종이다.  

- 현명한 이들을 모아 종교와 찬송가, 신의 예언과 마법을 가르치는 학교를 세웠다. 하지만 이때는 아직 문자가 없던 시절이라 가르침은 오직 암기에 의존해야 했다. 그래서 그 모든 내용이 노래로 만들어져 스승에서 제자로 구전되었다.

- 마법은 신들이 내린 선물이었던 만큼 학교의 모든 과목 가운데 가장 중요하게 여겨졌다. 크로크는 조언이 필요할 때면 홀로 숲 속 깊은 곳의 호젓한 공터로 가서 신들에게 가르침을 구하곤 했다. 한 번은 신들이 그를 찾아와 딸들과 살고 있는 작은 성에서 벗어나 블타바강 Vltava River을 따라 새로운 성을 쌓을 곳을 찾으라고 말했다. 크로크는 자신이 다스리는 부족들 중 믿음직스러운 인물들을 모아 신이 가르쳐준 대로 움직였다. 그들은 강기슭을 따라 적당한 자리를 찾아 이동했다. 흐르는 강물이 내려다보이는 가파른 절벽 위에서, 바위를 뚫고 담수가 보글보글 솟아오르는 샘을 발견했다. 이 샘이 있는 땅이 바로 그의 토대가 될 곳이었다. 크로크는 수도가 될 성을 짓고, '높은 성'이라는 뜻의 비셰흐라드 Vysenrad를 이름으로 붙였다. 크로크는 그곳에서 30년간 훌륭하게 나라를 다스렸다.

- 또 그는 자신의 세 딸 카지 Kazi, 테타 Teta, 리부셰를 키웠다. 그들은 모두 아름답고 지혜로웠다. 카지는 의술에 재능이 있었다. 약초, 식물, 마법으로 치유하는 법을 알았고, 자신의 성인 카진 Kazin에서 아버지 왕국의 병자들을 치료했다. 테타는 왕국 종교의 대제사장이었고, 자신의 성인 테틴 Tetin에서 예배를 보았다. 리부신 Libušín이라는 성에 살던 막내딸 리부셰는 예언의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가끔 그녀는 무아지경에 빠져 예언을 했고, 그 일은 필연적으로 현실이 되고는 했다. 그럴 때마다 백성들은 그녀를 두려워했다. 하지만 상냥하고 아리따우며 총명한 리부셰는 자매 ...

- 몇몇 현자가 나서서 말을 하려고 했지만 리부셰가 가만히 있으라는 은근한 손짓을 보냈다. 그녀의 뺨이 붉어졌고 주변에서는 그 모습을 수치심과 슬픔으로 읽었다. 하지만 여왕의 눈은 어렴풋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군중을 향해 말했다. 
"그대 말이 맞네. 나는 여자고 여자답게 통치한다네. 철퇴가 아니라 그대가 약점이라고 착각하는 인정으로 다스리지. 그대는 이런 통치자를 따를 자격이 없어. 철퇴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바라는 대로 해줘야겠지. 백성들에게 새로운 왕으로 남자를 뽑게 해 그들이 선택한 자와 결혼하겠네."
리부셰는 이 말을 끝으로 얼떨떨해진 군중을 뒤로하고 자신의 성으로 물러났다. 그녀는 테타와 카지를 부르고는, 세 자매 외에는 아무도 들어갈 수 없는 성 깊숙한 곳에 자리한 비밀스러운 개인 정원에 틀어박혔다. 그곳에서 그녀는 금박을 입힌 나무 조각상 앞에 섰다. 페룬의 모습을 한 그 조각상은 머리는 순은으로, 수염은 금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리부셰는 그 앞에 서서 어둠이 내려 언니들이 도착할 때까지 동상의 눈을 가만히 응시했다. 이윽고 세 자매는 수평선 너머로 여명이 물들 때까지 비밀스레 이야기를 나누었다. 

- 그날 아침, 리부셰 여왕은 자신이 다스리는 부족의 수장들에게 추수가 끝난 다음 날 모이라고 명했다. 당일이 되자 족장들은 누가 여왕과 혼인하게 될지 궁금해하며 사방에서 모여들었다. 트럼펫 소리로 회의가 소집되자, 양옆에 언니들을 거느린 채 왕좌에 앉아 있는 리부셰에게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마침내 그녀가 입을 열었다.
"내가 그대들을 왜 소환했는지, 모두 이유를 알 것이오. 내가 그대들에게 준 자유를 고맙게 여기지 않았기에 신들은 내게, 더는 그대들을 통치하지 않겠노라 말하라고 계시하셨소. 그대들은 남자의 지배를 받고 싶어 하며, 그대들의 자식들을 끌고 가 자신을 섬기게 하고, 자신을 위해 죽고 죽이게 할 그런 통치자를 원하오. 마땅한 방식으로 세를 매기고, 그대의 가장 좋은 소와 말을 빼앗아 갈 사람을 원하지. 엄격한 주인을 섬기고 그 대가를 치르길 바란단 말이오. 나는 이 가운데 어떤 것도 요구한 적이 없소. 그럼에도 그대들은 여왕을 모시는 부끄러움보다는, 차라리 지배당하는 쪽이 낫다 여기는 게지. 그렇다면 그러시오! 왕을 선택하되 신중하고 현명하게 해야 할 것이오. 누군가를 왕위에 앉히기는 쉽지만, 끌어내리기는 훨씬 어려운 법이니까." 
모여 있던 사람들이 난색을 보였다. 그녀의 말을 듣고 나니, 자신들이 엄격한 왕을 원하는지 더는 확신할 수가 없었다. 리부셰는 망설이는 이들을 보며 말을 이었다.
"원한다면, 누구를 선택할지 조언해 주겠소."
이 말에 그들은 안도감을 느끼며 소리쳤다.
"말씀해 주십시오! 조언해 주십시오!"

-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눈앞이 흐려지고 온몸이 떨렸으며, 훗날 누군가는 회상하기를 그녀가 땅에서 떠올라 공중에 부양하는 듯 보였다고 말했다. 목구멍이 아니라 내면 깊은 틈에서 새어 나오는 듯한 목소리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언덕 너머에는 빌리나 Bilina라는 좁은 강이 굽이쳐 흐르고 있소. 그 굽이에 스타디체 Stadice라 불리는 조그마한 마을이 있지. 마을을 지나 백이십 걸음쯤 가서, 좁은 골짜기를 따라 올라가면 밭이 나올 것이오. 그 밭에서 그대들의 미래의 왕을 찾을 수 있소. 그는 찢어진 인피 샌들을 신고, 황소 한 쌍을 끄는 쟁기꾼으로 변장해 있소. 소 한 마리는 머리가 흰색, 몸은 갈색이오. 다른 한 마리는 등을 따라 흰 줄무늬가 있으며 뒷다리가 희끗한 갈색이오. 그대들은 알아볼 수 있을 것이오.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거침없이 이를 드러내 그 힘을 증명해 보이고, 훗날 철제 식탁 앞에 앉아 만찬을 즐길 것이오. 그에게 가시오. 왕에게 어울리는 옷을 가져가, 내가 그를 소환했으며 이것이 그가 나와 혼인해 왕이 되기를 바라는 내 백성들의 뜻이라 전하시오. 우리의 자손이 이곳을 영원히 다스리리라. 어디로 가야 할지 묻지 않아도 되오. 내 백마를 데려가면 백마가 그대들을 이끌 것이니, 그저 따라가기만 하시오." 
이 말과 함께 리부셰의 예언은 끝났고, 그녀의 몸은 이내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녀는 기진맥진한 상태로 다시 왕좌에 앉았으나, 눈빛만큼은 불꽃이 튀는 듯했다.

- 리부셰의 자식들도 그러했다. 부부에게는 아들 셋이 있었는데, 라도빌 Radobyl과 리도미르 Lidomir는 일찍 죽고 네자미슬 Nezamysl 만이 강인하게 살아남았다. 그는 훗날 프르제미슬리드 Přemyslid 왕조가 될 나라를 물려받았다.

- 개암나무 가지는 계속 자라 마침내 한 그루의 나무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왕을 길러낸 마을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그 마을 사람들은 해마다 헤이즐넛 1 파인트를 바치는 것 이상의 조세를 납부할 의무에서 영구히 면제되었다. 이 전통은 수 세기 동안 이어져 신성로마제국 황제 카를 4세 치하에도 여전히 존속했다. 

 

- 그럼 인피 샌들은 어떻게 되었느냐고? 그 신발은 한 농부가 왕위에 올랐다는 사실, 그의 계승자들이 그 출신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들의 의무가 농민을 섬기고 보호하는 데 있음을 상기시키기 위해 성에 전시되었다. 나아가 보헤미아 프르제미슬리드 왕가의 왕들은 왕관을 쓰고 왕실 예복을 갖춰 입을 때, 예복 아래에 인피 샌들을 함께 신는 것을 관습으로 삼았다. 

- 죽어가는 동안에도 자신의 아기에게 모유를 먹일 수 있었다. 이는 그리스 서부의 아르타 다리 이야기와도 유사하다. 이처럼 소름 끼치는 여성 혐오적 결말은 가부장적 전통의 일부일 뿐이다. 방식은 훨씬 덜 섬뜩했지만, 리부셰 역시 백성을 만족시키기 위해 남편을 맞이해야 했다. 안타깝게도 신화 속 여성들은 빈번히 무시되거나,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희생된다. 

 

- 이러한 신화는 또한 거주지를 건설하고 지키는 과정에서 늘 중요한 역할을 하는 풍요 기원 의식의 힘을 드러내기도 한다. 풍요를 바라는 의식은 국가와 도시 건설뿐 아니라 다리와 도로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중요하게 여겨졌다. 모코시 Mokos, 바바야가 Baba Yaga 신화가 여신을 위한 '움직이는 집'(닭의 다리가 달린 통나무 오두막)을 특징으로 한다면, 슬로베니아 카르스트 지방의 신화에는 로마의 무녀와 불타는 마차를 탄 악의 여신이 결합된 셈빌랴 Sembilja가 등장한다. 그녀는 치렁치렁한 혓바닥 같은 불길을 타고 천둥 같은 소리를 내며 움직이는데, 거친 질주를 위해 로마의 도로를 선호한다.

- 러시아의 도모보이 Domovoy와 키키모라 Kikimora (각각 집을 지키는 남신과 여신) 같은 집에 사는 동유럽 신들은 그리스의 헤스티아나 로마의 라리 Lari처럼 가정과 화로를 보살피는 신·정령과 연결해 볼 수 있다. 늘 인자하지만은 않은 동유럽의 가신들은 작은 선물을 요구하기도 한다. 예컨대 문턱에 올려두는 우유 한 잔 같은 것이다. 키키모라는 집 밖의 습지나 숲에 살기도 한다. 크로아티아 해안 지방인 달마티아 Dalmatia에서는 집에 사는 뱀을 위해 문턱에 우유 한 잔을 놓아두는 일이 오늘날까지도 흔하며, 그렇게 하면 뱀이 다른 뱀들로부터 집을 지켜줄 것이라 믿는다.

 

- 종교의식에서 문턱과 문간은 지붕과 더불어 집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으로 꼽힌다. 문은 전환점으로, 지붕은 조상의 혼령이 깃드는 곳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이는 20세기 초 세르비아의 학자이자 번역가인 베셀린 차이카노비치 Veselin Caljkanović가 세르비아·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서 신랑 어머니의 역할을 연구한 내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결혼식 도중 신랑의 어머니는 혼령들이 내려와 결혼을 축복하도록 지붕에 올라가 춤을 춘다.  

- 이 모든 요소를 종합해 보면, 문턱이라는 이름을 지닌 도시의 건립자인 리부셰는 '프라하의 가신'으로 간주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동유럽 신화의 여주인공들은 리부셰처럼 평화롭게 권력을 이양하든, 고이코비카처럼 폭력적으로 희생되든, 끝내 희생을 요구받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여성 건립자의 역할은 벽에 갇힌 여인의 역할과 위태로울 정도로 가깝다. 

- 들어보렴, 우리 아가. 아홉 왕국을 세 번 가로지르고 웅장한 산맥을 굽이굽이 넘어가다 보면 언젠가 한 상인이 살았던 한 왕국에 이르게 될 거야. 그 상인은 결혼한 지 열두 해가 지나도록 아들이 없었고, 딸 하나뿐이었지. 이 어린 소녀도 마치 우리 아가처럼, 달빛처럼 고와서 사람들은 그녀를 아름다운 바실리사 Vasilissa the Beautiful라고 불렀단다. 

- 바실리사가 여덟 살이 되던 해, 어머니는 병에 걸렸고 병세는 날로 악화되었어. 죽음이 머지않았다는 두려움 속에서, 어머니는 사랑하는 딸을 불러들였어. 평소에는 어머니가 침실로 부르기만 해도 바실리사는 신이 났었어. 두 사람은 큼지막한 침대 위에서 입맞춤하고 껴안으며 소리 내어 웃곤 했단다. 하지만 이번에는 바실리사도 중압감을 안은 채 걸음을 옮겼어. 어둠이 성큼 다가오는 것을 느꼈고, 이 부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지. 우물쭈물하며 금방이라도 눈물이 차오를 듯한 바실리사의 얼굴을 본 어머니는 남은 힘을 끌어모아 딸에게 무언가를 전해주려 했어. 그러고는 조용히 바실리사를 침대 가까이로 불렀단다.
"내 귀여운 바실리사, 내 소중한 딸아. 내 옆에 누가 누워 있는지 봐."
어머니는 담요를 옆으로 젖혀, 몰래 정성을 들여 만들어둔 조그마한 나무 인형을 보여주었어. 담요가 걷히고 나무 얼굴이 바실리사를 바라보는 순간, 어린 소녀는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단다. 비록 인형은 따라 웃어주지 않았지만 말이야. 사실 인형에게는 얼굴이라고 할 만한 것도 없었어. 머리는 아무런 무늬도 없는, 둥글둥글한 나무 조각일 뿐이었거든. 

- "바실리사, 너도 알겠지만 엄마는 죽어가고 있어. 너와 함께한 순간은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었단다. 이렇게 일찍 너를 떠나게 되어 그저 미안할 뿐이야. 하지만 엄마의 일부는 늘 너와 함께 있을 거야."

그 말에 바실리사는 울음을 터뜨렸어. 어머니는 딸의 어깨가 부서지기라도 할까 봐 조심스레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지.
"엄마 말 꼭 명심해. 엄마의 소원은 반드시 이루어질 거고, 그러면 엄마의 축복이 언제나 너와 함께할 거야. 널 위해 만든 이 인형은 엄마가 너에게 주는 선물이란다. 늘 지니고 다니되, 절대로, 정말 절대로 누구에게도 보여줘서는 안 돼. 만약 슬픔이 밀려오거나, 불운이 너를 덮쳐 네가 위험에 처한다면, 그땐 아무도 볼 수 없는 어두운 구석으로 가렴. 그리고 주머니에서 인형을 꺼내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조금 주면 돼."
어머니의 말이 이어질수록 바실리사의 눈물 어린 눈이 휘둥그레졌어.
"그러면 인형이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할 거야. 네가 준 것을 먹고 마신 다음 너를 바라볼 테니, 그때 말을 건네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하고, 얼마나 무서운지, 얼마나 슬픈지 모두 말해. 그리고 조언을 ... "

 

- 계모는 바실리사가 가진 능력의 한계를 시험해보기도 했단다. 어느 날은 겨우내 쓸 장작을 패라고 시켰는데, 다음 날 아침마당에는 정확히 같은 크기로 쪼개진 통나무들이 가지런히 줄지어 있었어. 계모도 바보는 아닌지라 무엇인지는 몰라도 어떤 마법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알아차렸지. 그렇다고 그 비밀을 밝혀내는 일이 당장 급한 것도 아니었어. 바실리사는 계모가 필요로 하는 일을 무엇이든 다 해낼 것이고, 그 점이야말로 가장 유용한 도구였으니까. 

- 그렇다 해도, 어린 바실리사에게 혹여 사고가 생기더라도 계모는 마음 쓰지 않았을 거야. 상인인 아버지의 재산을 팔아 번 돈으로 하녀나 집사를 새로 고용할 여유가 충분했고, 어차피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될 형편이었으니까. 바실리사가 사라지길 진심으로 바랐던 건 언제나 그녀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계모의 두 딸이었지. 매력 없고 못생긴 두 사람은 새로운 땅의 새 집에서도 구혼자들의 외면을 받았거든. 그들은 바실리사의 오묘한 아름다움이 자신들이 남편을 찾는 데 유일한 장애물이라고 믿었고, 그래서 그녀가 사라지기만을 무엇보다 바라게 되었단다.

- 계모는 바실리사에게 오두막집 뒤편의 어두컴컴한 가시덤불숲 깊숙이 들어가야 하는 일을 시키기 시작했어. 대개는 버섯을 캐 오라고 했지. 계모는 그 숲에 바바야가라는 이름의 무시무시한 마녀가 산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거든. 이 고대의 사악한 노파는 인간이 닭을 먹듯 아이들을 잡아먹는다는 소문이 돌았어. 물론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인 만큼 시적인 과장이 섞였겠지만, 바바야가는 암탉의 잘린 다리 수백 개 위에 얹은 오두막에 살면서, 마법으로 그 다리들을 걷게 만들어 오두막을 이리저리 움직이게 명령했다고 해. 계모는 속으로 계산했단다. 

 

- 바실리사는 몸통은 팔처럼, 가지는 가늘고 긴 손가락처럼 뻔은 산사나무의 휘장 아래로 몸을 피했지. 차가운 빗줄기에 오들오들 떨며, 그녀는 숨겨둔 주머니에서 작은 인형을 꺼냈단다. 주머니에 빵 부스러기를 조금 넣어둔 건 정말 다행이었어. 부엌에 들를 새도 없이 의붓언니들에게 내쫓겼거든.
"내 작은 인형아, 이걸 먹어봐. 한 입 먹고..."
하지만 바실리사에게는 인형에게 줄 음료가 아무것도 없었어. 크바스도, 포도주도, 맥주도. 그때 그녀는 하늘을 올려다보더니 손바닥을 잔처럼 오목하게 만들어 빗물을 받았고, 안심한 듯 말을 이었지.
"그리고 한 방울 마시고, 내가 얼마나 슬픈지 들어줘."
작은 인형이 그녀의 손 위에서 움직이기 시작했고, 이글거리는 눈이 생겨났단다.

 

- "의붓언니들이 나를 집에서 내쫓았어."
바실리사는 간신히 울음을 삼키며 속삭였지.
"나는 불 없이 돌아갈 수 없는데, 가까이 있는 유일한 불은 바바야가의 오두막에 있대. 그 고대 마녀는 틀림없이 나를 잡아먹을 거야. 내가 어떻게 해야 해?"
"눈물을 거두렴, 바실리사."
인형은 죽은 어머니의 목소리로 말했어.
"밤이 오면 슬픔이 제 세상인 양 이곳저곳을 누비지만, 아침 햇살이 비추는 순간 달아나버리지. 내가 도와주마. 마녀의 오두막으로 가렴. 네게 나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지켜줄 테니."
바실리사는 고개를 끄덕이고 인형을 도로 주머니에 넣었어. 그리고 망토의 후드를 머리 위까지 끌어올린 다음, 칠흑 같은 숲 속으로 뛰어들었단다.

- 자, 우리 아가. 밤의 숲을 한번 상상해 보렴. 뒤틀린 나무뿌리, 손가락 같은 가지, 팔처럼 뻗은 나무 몸통이 가득한 깜깜한 숲을 말이야. 거기에 더해 폭우까지 쏟아지는 가운데, 하늘에서 떨어진 빗줄기가 너무 빽빽해 앞도 잘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해 봐. 비는 나무의 캐노피에 튕겨 방향을 바꾸며 액체로 된 칼처럼 비스듬히 내리치지. 숲을 통과하는 건 쉽지 않았고, 솔직히 바실리사는 길도 몰랐어. 그저 인형이 자신을 인도해 줄 거라고 믿었을 뿐이란다. 

 

- 그리도 스산한 한밤의 숲 속에, 특히 폭풍우까지 몰아치는데 누군가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지. 그런데 저 멀리서 말발굽이 구르는 듯한 소리가 들렸을 때, 바실리사는 깜짝 놀랐어. 그래, 세상에 그건 말이 질주하는 소리였거든. 뒤쪽에서 불쑥, 어둠을 가르는 섬광처럼 구름 같은 흰 말 한 필이 기세 좋게 달려 그녀를 스쳐 지나갈 때는 더더욱 놀랐단다. 말 위에는 비를 막으려 후드를 쓴 한 남자가 타고 있었어. 너무 순식간이라 제대로 보지는 못했지만, 바실리사는 그가 흰옷을 입고 있었다는 것만은 알아차렸지. 그런데 남자의 흰 의복도, 그가 탄 말의 흰 가죽도 진흙에 얼룩지거나 비에 젖지 않아, 마치 갓 세탁한 것처럼 깨끗하고 새하얗게 빛났단다. 바실리사는 놀라움에 휩싸여 잠깐 자신의 기억을 의심하느라 걸음을 멈추고 말았어. 

- 하지만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고, 다시 갈 길을 재촉했지. 그때 다시 되돌아오는 말발굽 소리가 들렸단다. 이번에는 그 백색 기수를 더 잘 보려고 바위 뒤로 슬쩍 몸을 숨겼어. 그런데 불시에 내달려 지나간 말은 전혀 흰빛이 아니었고, 오히려 완전히 부자연스럽게, 지금껏 본 어떤 말과도 다른 새빨간 빛이었어. 너무 붉어서 혹시 말이 온통 피투성이가 된 건 아닐까 싶었지만, 피처럼 뚝뚝 떨어지거나 엉긴 흔적은 없었어. 그저 그 짐승의 본래 색인 듯했지. 말을 탄 사람도 앞선 기수와 같은 체격에, 후드를 깊숙이 눌러쓴 모습이라 처음에는 같은 인물인가 했어. 하지만 이 남자의 의복 또한 말처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지. 

- 말과 기수가 지나가자마자, 갑자기 비가 그치고 해가 떠올랐어. 하늘이 말처럼 붉게 물드는 것을 보고 바실리사는 경이로움에 사로잡혔단다. 자신이 밤새 헤매고 있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했던 거야. 예전 같았으면 의붓언니들이 시킨 일을 다 해내지 못할까 걱정했겠지만, 이제 바실리사는 그렇게 천진난만하지 않았어. 언니들이 원하는 것은 일이 아니라, 그녀가 사라지는 것이었으니까. 그들이 기다리는 문제 같은 건 애초에 중요하지도 않았지. 그렇다고 해도 바실리사는 여전히 숲 속에서 길을 잃은 상태였어. 대낮인데도 햇빛은 나뭇가지와 덤불을 거의 통과하지 못해 숲 바닥은 어두컴컴했거든. 바실리사는 인형이 끝내 자기를 돕지 못하는 건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했지만, 인형을 다시 깨울 먹을거리도 없었어.

- 포기하고 지쳐 쓰러지려던 찰나, 앞쪽 숲에 공터가 보였단다. 둔해진 다리는 자꾸 덤불에 걸리고, 후드 달린 망토는 비에 젖어 묵직해진 상태였지만, 그녀는 조심스레 그쪽으로 다가갔어. 그러다 나무뿌리에 발이 걸려 앞으로 고꾸라졌고, 공터가 펼쳐지기 직전 마지막 너도밤나무 몸통 뒤에서 겨우 멈추었지. 공터 한가운데에는 허물어져가는 작은 오두막이 서 있었어. 벽은 금이 가 있었고, 햇볕에 탄 피부처럼 겉이 벗겨지고 있었지. 이엉을 얹은 지붕은 엉클어져 있었고, 점토와 석회를 섞은 흙이 덕지덕지 발려 있었단다. 창문은 없었지만, 가운데 굴뚝에서는 연기가 스르르 피어올라 공기 속으로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어. 전설에 전해지는 대로, 집은 수백 개의 닭다리에 의지해 서 있었단다. 그 다리들은 집의 토대를 치마처럼 겹겹이 두른 채 오두막이 땅에 닿지 않도록 받치고 있었지. 하지만 집 주위를 에워싼 울타리 탓에 그 기괴한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어. 울타리는 바실리사의 키보다 세 배는 높았고, 오로지 뼈로만 만들어진 듯했어. 아, 그래, 우리 아가. 그게 닭 뼈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울타리는 쇠사슬처럼 이어진 인간의 흉곽을 엮어 만든 것처럼 보였지. 그 위에는 인간의 두개골이, 숲에서 오두막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덮여 있었고, 울타리 둘레에는 두개골이 수십 개나 이어져 있었어. 문은 단 하나뿐이었고, 굳게 닫혀 있었단다. 
인간의 손뼈로 만든 대문은 어찌어찌 결속되어 거미줄처럼 보였고, 경첩은 인간의 발뼈로, 자물쇠는 끝이 날카롭게 다듬어진 이빨이 박힌 턱뼈로 되어 있었어. 너무도 끔찍한 광경에 바실리사는 성호를 긋고 가슴을 움켜쥐며 뒷걸음질을 쳤단다.

 

- 하지만 그 순간, 큰 말발굽 소리가 또 한 번 그녀 쪽으로 다가왔어. 이번에 그녀가 몸을 돌려 보니, 말은 칠흑처럼 검었고 기수는 캄캄한 밤빛 옷을 입고 있었지. 말은 질주해 지나가더니 오두막 옆의 빽빽한 숲에서 뛰어올라, 괴이하리만큼 긴 거리를 도약해 공터의 풀밭 위를 가로질러버렸단다. 말이 공중을 가르는 동안문이 열렸고, 그것이 울타리 안으로 착지하자마자, 마치 사냥용 덫이 작동하듯 '탁' 하고 문이 닫혀버렸어. 그러자 흰 잉크가 땅의 틈으로 스며들듯 낮이 숲 속으로 가라앉아 스르르 사라졌고, 바실리사에게는 혼란스럽게도 다시 밤이 찾아왔지. 
하지만 오두막 주위로는 밤이 내려앉지 않은 듯했어. 어둠이 시작되자마자 울타리 사방의 두개골 눈구멍에서 빛이 나와, 오두막을 마치 대낮처럼 밝혀주었거든. 숲으로 둘러싸인 공터와 오두막은 어둠이라는 바다 위에 떠 있는 괴이한 빛의 섬 같았지.
그 모습을 바라보는 순간, 바실리사는 너무 극심한 공포에 사로잡혀 꼼짝도 할 수 없었단다. 어느 쪽이 더 두려운 상대일까? 칠흑 같은 숲과 암탉의 다리 위에 얹힌 혐오스러울 만큼 밝은 오두막, 그 둘 사이에서 말이야. 

- 바실리사가 결정하기도 전에, 세상이 그녀를 대신해 선택해 버렸어. 이전에는 오싹할 만큼 조용하던 숲이 갑자기 삐걱거리더니 끙끙거리는 신음을 내기 시작한 거야. 마치 나무와 덤불과 흙이 고통을 겪는 것처럼 말이지. 나무들의 삐걱거림이 갈라지고 쪼개지는 소리로 바뀐 건, 나무들이 바바야가에게 공중의 길을 내어주려 기꺼이 고통을 견디며 이쪽저쪽으로 휘어지고 쪼개지고 부러져, 캐노피 사이로 훤히 트인 통로를 만들어내고 있었기 때문이지. 

- 그리고 그녀가 왔어, 우리 아가. 무쇠로 만든 거대한 막자사발을 타고 공터를 향해 날아오더니, 똑같이 거대한 무쇠 막자로 뱃사공이 노를 젓듯 사발의 방향을 돌렸단다. 다른 손으로는 잔가지가 빽빽이 뭉친 나무 빗자루로 자신이 지나온 공기를 쓸었는데, 빗자루 끝에서는 별빛이 흩뿌려졌지. 
그녀의 막자사발은 뼈로 만든 문 바로 앞에서 멈췄어. 공기마저 바다가 물결치듯 깐딱깐딱 흔들리며, 공터의 풀밭 위에 둥둥 떠 있었단다. 그리고 그녀가 입을 열었어. 
"작은 오두막이여, 작은 오두막이여, 너의 어머니가 지어준 대로 서거라. 숲을 등지고, 이제 나를 바라보아라."

- 선과 악을 동시에 품고 남녀 모두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여신의 모습은 과거 그가 여러 신 사이에서 누렸던 고대의 전지전능한 위상을 투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 동유럽 신화 체계에 대한 초기 자료에서는 모코시를 유일한 여신으로 언급한다. 다른 신들, 곧 인도·유럽 신앙에서 맑은 하늘과 천둥의 신들이 최고의 위치에 있는 동안, 위대한 여신은 자연과 사회적 문제들을 관장한다. 그 영역은 대개 관습, 전통, 직업과 연관된 것들로, 예컨대 양털 깎기, 직조, 빨래 같은 일이다. 최고(남)신들이 우발적이고 위험한 현상들을 다룬다면, 위대한 여신은 일상생활(특히 여성과 연관된 가사 활동)을 맡는다. 사람들은 그녀의 활동 영역이 남신들이 책임지는 간헐적인 화산 폭발이나 번개나 지진보다 더 쓸모 있고 긍정적이며 생존에 필수적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경우든 위대한 여신의 지위 변화는 여성의 사회적·문화적 지위 변화를 반영한 것이라는 김부타스의 기본 발상을 더 전개할 수 있다.  

- 모코시가 위대한 여신의 온전한 화신에 가장 가까운 존재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에게는 몇 가지 의외의 특징이 있다. 예를 들어 동유럽 문화권에서 그녀는 닭의 다리를 가진 모습으로 나타난다. 모코시는 다산, 탄생, 죽음을 관장한다. 작고 원기 왕성한 동물들이 종종 산 자의 세계에서 죽은 자의 세계로 영혼을 운반하는 존재로 언급되는 만큼, 

 

-  바바야가는 흔히 마녀로 여겨지지만, 실은 그녀의 원형인 위대한 여신의 특성을 지닌 하급 여신으로 간주해야 한다.

- 일반적으로 바바야가는 거대한 막자사발을 타고 특대형 막자로 노를 저어 하늘을 날며, 긴 팔과 뼈만 앙상한 다리를 가진 늙고 추한 여인으로 그려진다. 그녀는 숲 속 깊은 곳, 닭의 다리 위에 얹어진 오두막에 산다. 닭 다리 위의 오두막과 빗자루가 아닌 막자사발과 막자를 쓰는 비행, 이 두 가지가 시각적으로 매우 인상적인 특징이다. 빗자루를 들고 다니기는 하지만, 그것은 야간 비행의 흔적을 지우는 데 쓴다. 또한 부리처럼 생긴 긴 코를 가지고 있다. 때로는 빨래를 말리듯 화덕 위에 얹거나 기둥에 매달아 둘 수도 있는, 늘어지고 흐느적거리는 가슴과 뼈만 앙상한 다리 하나를 가진 것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 그녀는 밤에 움직이는 것을 더 좋아한다. 인간과의 소통 방식은 종잡을 수 없으며 이야기마다 달라진다. 때로는 사악하지만, 때로는 소녀나 젊은 여성에게 선물을 주고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지혜로운 아가씨인 바실리사는 이 책에 실은 전설에서 묘사된 바와 같이 바바야가의 도움을 받는다(원작이 매우 길기 때문에 일부만 소개함). 바바야가는 닭과 큰 뱀처럼 영혼을 인도하는 많은 동물과도 연관되어 있다. 그녀는 날씨를 통제하고 폭풍우를 일으킬 수도 있다. 다른 동유럽 여신들처럼 해와 달과도 관련되어 있다. 또한 식물과 그 고유의 성질에도 정통해 갖가지 상황에 맞는 물약을 제조하는 능력도 있다. 일부 신화에서는 그녀를 식인종으로 표현하며, 오두막이 인간의 해골로 둘러싸여 있다고 묘사하기도 한다. 그녀는 개인의 운명과 인간의 수명을 관장하는 여신들과도 연관되어 있다.

- 다른 슬라브어에서 바바 baba는 매우 다양한 의미를 가진다. 할머니(러시아어에서 가장 흔히 사용됨)나 아내, 아기를 뜻하기도 하고, 비겁하고 나약한 남성을 비하하는 용어로 사용되거나 산파를 나타내기도 한다. 남슬라브 언어에서는 말 그대로 할망구 hag, 혐오스럽고 마녀 같은 노파를 뜻하거나 '여자'를 비하하는 속어로도 쓰인다.

- 바바는 동유럽 신화의 여러 여성 악마의 이름에도 섞여 있다. 바바 스레디 Baba Sreda(수요일 할머니)는 직물을 짜는 여자들을 보호해 주고 수요일에는 직조를 금지시킨다. 반나야 바바 Bannaja Baba는 러시아 한증탕에 사는 여성 악마다. 우크라이나의 지트나 바바 Ztna Baba는 곡식밭의 정령이고, 디카 바바 Dika Baba는 젊은 남자들을 유혹하는 야생의 여인으로 묘사된다. 점쟁이나 전통 치료사나 마녀 또한 바바라고 불리며, 심지어 달도 간혹 바바 갈레 Baba Gale(달빛 할머니)라고 불린다. 우박이 쏟아지는 등 날씨가 궂을 때면, 사람들은 바바야가의 옷에서 재앙이 새어 나왔다고 말하곤 했다. 폴란드에서는 여우비가 올 때면 아이들이 '비가 옵니다/비는 주르주르륵/할아버지는 드르렁드르렁' 노래를 '비가 내려요/해는 빛나요/바바야가는 버터를 휘저어요'로 가사를 바꿔서 부른다.

- 바바야가는 동유럽 신화에서 죽음의 여신, 또는 모든 새의 여신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민속학자 블라디미르 프로프 Vladimir Propp는 그녀를 모든 숲 속 동물의 여신이자 죽은 자들의 여신, 입문의 여신으로 묘사한다. 그녀의 독특한 생김새와 다채로운 특징은 바바야가를 많은 슬라브 문화권에서 매력적인 문학적 인물로 만들었다. 가장 독창적인 버전 중 하나를 꼽자면, 소설가 두브라브카 우그레시치 Dubravka Ugresić의 <바바야가, 알을 낳다>가 있다. 이 작품에서 아이러니한 상황과 많은 유머를 통해 다양한 세대의 여성들 사이에 연대가 이루어진다. 책은 <초보자를 위한 바바야가>라는 제목의 100쪽에 달하는 에세이로 마무리된다. 

- 우르슈카 Urska는 류블랴나에서 가장 아름다운 처녀였다. 그녀는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유혹할 수 있었지만, 정작 아무에게도 곁을 내주지 않았다. 마음을 정복하는 것이 어떤 남자를 정복하는 것보다 더 만족스러운 일이었다. 그녀는 노련했고 부모나 노부인을 기쁘게 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그녀 주변의 여인들은 자주 몰래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호감을 숨기든 드러내든 상관없이, 젊은 남자들의 마음은 우르슈카가 훔쳐버렸으니까 말이다. 그 젊은이들 중 누구도 우르슈카의 마음을 사로잡기는커녕 입술 한번 훔치지 못했다. 결혼을 약속하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했다. 어떤 재물도 그녀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고, 어떤 귀한 신분도 그녀의 흥미를 돋우지 못했으며, 어떤 땅도 그녀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흔드는 것을 좋아했지만 자신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 벤치에 앉아 있던 여자들이 킥킥거리기 시작했다. 우르슈카의 어머니는 돌연 달아오르는 기운을 느끼며 점점 더 빨리 부채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 녹색 눈의 남자가 우르슈카에게 다가와 춤을 청했다. 그는 큰 키와 완벽한 체격으로 흑표범처럼 우아하게 움직였다.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춤을 신청한 다음 손을 달라고 했다. 우르슈카의 손에 입을 맞추더니 일어서는 그녀의 허리에 손을 얹었다. 그에게서는 민물과 수련 냄새가 났다. 우르슈카는 잠시 그의 눈이 더 어두운 녹색으로 변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당연히 그럴 리가 없다. 그렇지 않은가? 

 

- 그는 그녀의 머리칼에 자신의 입술을 대며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그녀에게서는 푸른 히아신스와 장미와 체리 향이 났다. 그는 그녀에게, 그녀가 아름답다는 말을 들었노라고- 그저 그녀를 보기 위해 베오그라드의 사바 강과 다뉴브 강이 만나는 곳에서 먼 길을 왔노라고 그리고 당신도 나의 세상이 보고 싶지 않느냐고 말했다. 우르슈카는 자신도 모르게 그 이상 바랄 게 없을 거라고 대답했다. 그들은 음악에 몸을 맡기고 천천히, 그리고 빠르게 포물선을 그리며 왈츠를 추었다. 무대는 둘만의 것이었다. 그들 말고는 누구도 왈츠를 출 엄두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몸이 거의 하나가 될 듯 돌면서, 우르슈카는 자신이 땅에 닿는 게 아니라 그의 품에 안겨 날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이 느낌이 영원히 지속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음악이 더 빨라졌다. 이제 태양이 완전히 눈을 감아 하늘에는 멍든 살구색의 빛만 남아 있었다. 북쪽에서 구름이 서서히 흘러나오며 하늘이 어두워졌다. 두 사람은 춤을 추며 더욱 빠르게 돌았고, 그는 그녀의 허리를 더 꽉 감싸 쥐었다. 

- 모두가 목격자가 되었다. 후에 그들은 가슴에 손을 얹고 맹세하며 말했다. 두 젊은이가 나무 무대 위의 빗물 젖은 공기 속에서, 마치 바람 앞에 착 달라붙은 한 쌍의 나뭇잎처럼 춤을 추었다고. 그러고는 잠시도 춤을 멈추지 않으며 내려왔다고. 강가에서 몇 바퀴를 돌더니 물속으로 사라져 버렸다고. 
폭풍우가 멎었다. 악단은 연주를 멈췄다. 그리고 강둑에 남은 것은 우르슈카의 녹색 스웨이드 구두 한 켤레 뿐이었다.

- 이야기에 따르면, 우르슈카는 짙은 초록빛 강 깊은 곳에 사는, 반은 도마뱀이고 반은 물고기인 끈적끈적한 초록색 피부의 괴물 워터맨에게 잡혀갔으며, 이것은 너무 건방지고 잘난 체한 것에 대한 올바른 징벌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신중한 몇몇 사람들은 잘생긴 워터맨이 그녀를 베오그라드로 데려가 물과 바다와 그 속의 삶에 대해 가르쳤고, 결국은 흑해의 조지아 연안으로 갔으며, 용과 태양 숭배자들의 왕이었던 그와 우르슈카는 그곳에서 행복한 불멸의 삶을 살았다고 말한다. 
두 이야기 중 어느 쪽을 믿을지는 당신의 몫이다.
 
- 만약 당신이 분수대를 등진 채 눈을 감고 어깨너머로 물속에 동전을 던져본 적이 있다면, 당신은 죽은 자에 대한 두려움에서 유래한 고대 동유럽 의식에 참여한 것이다. 동전은 물속에 산다고 전해지는, 앙심을 품은 죽은 영혼들을 달래기 위한 제물이다. 누군가는 어쩌다 익사했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제물로 바쳐졌을 수도 있다. 더 나아가 누군가는 그저 명이 다했을 뿐인데도, 영혼이 안식에 들지 못한 채 부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 동유럽 전설은 민물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 크기나 가치에 있어서는 차별을 두지 않는다. 우물, 샘, 호수, 강 할 것 없이 모두 죽은 영혼을 거두는 능력이 있고 예언의 힘을 담고 있다고 믿는다. 물에 바치는 제물이 꼭 동전의 형태인 것도 아니다. 불가리아의 어부들은 다뉴브강에 살아 있는 닭을 던졌고, 우크라이나의 어부들도 닭을 드네프르강에 던졌다. 고대 슬라브족은 사람을 제물로 바치기도 했다. 

- 물은 생명을 앗아가는 대가로 예언을 통해 지식을 제공한다. 신화에서는 이것을 수생생물이 물음에 대답하는 형태로 표현하기도 한다. 인간과 대화할 수 있는 물고기- 주로 금붕어, 강꼬치고기, 잉어, 장어, 메기가 자주 등장한다. 마치 아라비안나이트의 지니처럼 소원을 이루어주거나 미래를 예언하기도 한다. 늘 기꺼이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 영웅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경우가 많다. 

- 물과 관련된 동유럽 신화에는 물에 살지 않는 생물들도 등장한다. 뱀이나 말이 자주 등장하는데, 후자는 보통 관습적으로 폭력성이나 폭력적 성욕을 나타내는 존재로 그려진다. 말은 또한 물의 전달자이기도 하다. 보이오티아 Boeotia(오늘날의 그리스)의 헬리콘 Helicon산에 있는 히포크레네 Hippocrene라 불리는 말의 샘은, 날개 달린 전설의 말 페가수스가 바위에 발굽을 찍으며 만들어졌다고 전해진다. 동유럽 동화에서는 간혹 주인공을 돕기 위해 말하는 암말이 물속에서 나오기도 한다. 

- 말하는 물고기나 말을 통해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면, 그때는 인간이 물과 직접 접촉해 점술을 행하기도 한다. 레카노맨시 Lecanomancy, 즉 물로 치는 점괘는 보통 그릇을 이용해 수면에 비친 별의 상을 포착해 고찰하는 것이다. 이 의식은 유사한 원리로 물 대신 거울을 사용해 진행하기도 한다. 오늘날까지도 발칸반도와 그 외 중유럽의 동유럽 문화권에서는 가족이 사망하면 집 안의 모든 거울을 검은 천으로 가려둔다. 이는 거울 저편으로 건너간 죽은 자의 영혼이 산 자를 볼 수 없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 그리고 꿈속에서 나는 늑대의 등에 올라타

숲이 우거진 길을 달려

마법사 차르와의 전투를 치르러 간다네

공주가 철창 안에 갇혀 앉아

거대한 성벽 뒤에서 그저 탄식하고 있는 곳으로
유리성을 둘러싼 정원이 있고
불새들이 밤마다 노래를 부르며
황금빛 열매를 쪼아 먹는 곳으로

<겨울의 여행길>(야코프 폴론스키)


- 옛날에 수양딸 13명과 수양아들 13명을 둔 마법사 차르가 있었다. 그들은 아주 특별한 성에 살고 있었다. 본채는 전체가 유리로 만들어진 알모양이었는데, 차르의 마법 덕분에 거센 우박이나 번개에도 끄떡없었다. 유리는 태양의 열을 붙잡아, 차르가 가장 아끼는 황금 사과가 열리는 나무를 따뜻하게 지켜주었다. 
그런데 누군가 이 황금 사과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차르는 즉시 경비병을 배치해 밤새 과수원의 황금 사과나무를 지키게 했지만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다. 그건 그렇고, 대체 어떻게 외부인이 마법이 보호하는 유리 궁전에 들어올 수 있었을까? 

-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마법사 차르의 아이들 중 가장 막내이자 이제 막 성년이 되는 영리한 청년, 이반 차레비치 Ivan Tsarevitch 왕자가 과수원에서 놀다가 지금껏 본 적 없는 거대한 깃털을 발견했다. 그것은 빛이 났고 따스했으며, 주황과 빨강의 모든 색조가 섞인 데 파랑이 언뜻언뜻 비치는 모습으로, 잔잔한 바람에도 흔들렸다.
왕좌에 앉아 늘 목에 걸고 다니는 황금 알 펜던트를 만지작거리며 생각에 잠겨 있던 아버지에게 이반은 그 깃털을 가져갔다.
"아니, 이건 불새의 깃털 아니냐! 불새는 한때 내가 키우던 녀석들이지. 유리 정원에서 충분히 행복하게 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못 본 지가 몇백 년은 되었구나. 다시 한번 녀석들의 뜨겁게 타오르는 노랫소리를 들으면 좋으련만. 이반, 네가 불새를 찾아 데려온다면 큰 상을 내리고, 너를 내 후계자로 삼겠다." 

 

- 위로 형들이 12명이나 있어서, 왕국을 물려받을 기회가 생기리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던 이반 왕자는 그 도전을 받아들였다. 그는 자신의 말 알렉산드르 All Alexander를 타고 길을 나섰다. 둘은 왕국의 숲 구석구석을 돌아다녔지만, 어디에서도 불새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어느 날 절망적인 기분에 빠진 그는 알렉산드르의 갈기를 빗어주며, 자신의 곤란한 처지를 그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불새는 절대 못 찾을 것 같아. 그만 포기해야겠지만, 빈손으로 ... "

- 동유럽 신화 속 특정한 사회적·역사적·문화적 배경에 마법을 배치하고 싶다면, 샤머니즘 Shamanism이라는 불안정 하지만 효과는 확실한 용어가 있다. 오늘날 이 용어는 식민주의와의 연관성 때문에 종종 비판을 받기도 하고, 실제로 이를 사용하는 많은 경우에 우월감이 깔려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학과 민족지학에서는 여전히 쓰이고 있고, 더 나은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는 도움이 되기도 한다. 

- '샤먼후드 Shaman-hood'(샤머니즘을 대체할 수 있는 용어)의 기원은 선사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샤먼후드적 행위를 보여주는 가장 오래된 유물은 대략 기원전 3만 년 전으로 추정되며 오늘날의 체코에서 발견되었다. 이 용어를 넓게 정의하자면, 인간 세계와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세계를 잇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 신앙에서는 영혼이 육체보다 강하다고 믿기 때문에, 영혼을 육체에서 분리하는 것은 샤먼의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된다. 세르비아 서사시에서 패배한 영웅은 죽기 전에 승리자에게 자신의 누이와 결혼해 달라고 간청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하면 자신의 영혼이 계속 존재할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납득이 가는 예로, 자살은 살아 있는 자가 이룰 수 없는 방식으로 영혼이 복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여겨진다. 그런 이유로 동유럽 신앙에서 자살은 효과적인 도구, 즉 무기가 되기도 한다. 

- 샤먼은 주술을 행하는 사람으로, 주로 활동하는 분야는 의술, 특히 악마에게 당한 사람들을 치유한다. 그래서 샤먼은 약용식물과 독성 식물, 악마와의 소통을 용이하게 하는 물건과 도구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샤먼이 지닌 몇몇 장비가 이러한 능력을 보여준다. 여기에는 전통적으로 북과 타악기(혼령이 사람보다 소리에 민감하므로), 동물의 일부 부위(뿔, 털, 가죽, 깃털), 간혹 샤먼의 피부에 직접 꿰매기도 하는 돌이나 크리스털 같은 주술적 물건이 포함된다. 그러나 그들이 특별한 경험과 능력과 지식을 지녔다 해도, 끝내는 평범한 사람들처럼 죽음을 맞는다.

- 샤머니즘의 주요 매력인 인간이 세상의 다른 측면, 특히 자연과 동물과 영적으로 연결되는 능력은 뉴에이지 종교 New Age beliefs와 거의 일직선상에 있다. 동유럽 문화에서 샤먼은 우리가 사는 세계와 그 너머의 보이지 않는 힘에 대한 인류의 개방성을 상징한다. 말하자면, 이런 면에서 샤먼은 종교의식의 틀을 보존하고 종교적 서사를 전달하는 데 더 집중하는 가톨릭 사제와는 차이가 있다. 이것이 아마도 동유럽 문화에서 샤먼의 행위가 그토록 깊고 독특한 자취를 남긴 이유이자, 한 직업인으로서 샤먼의 사회적 지위가 오랫동안 유지된 이유일 것이다. 

- 마녀는 음탕하지만 젊은 남자를 좋아하는 요정과는 달리 오직 악마들만 모아 파티를 벌인다. 14세기부터 마녀와 관련된 미신은 전 유럽에서 마녀로 의심되는 여자들(거의 대부분 여성이 의심받음)이 재판을 받고 죽임을 당하는, 여성 혐오적인 대량 학살로 이어졌다.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이러한 관행이 18세기쯤 자취를 감추었지만, 세르비아에서는 19세기 초까지도 마녀로 의심되는 여성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 이 상황을, 과부거나 아이가 없어 혼자 사는 나이 든 여성들에 대한 두려움이 반영된 결과로 보는 정신분석학적 해석은 꽤 설득력이 있다. 보통 그러한 여성들은 사교 행사의 중심에서 조금 떨어진 고독한 집에 살았다. 게다가 가부장 중심의 위계질서에서 벗어나 자신의 일을 하며 지내는 만큼, 지역사회의 남성 지도자들이 통제하기도 쉽지 않았다. 성적 파트너나 출산을 위해서도 더는 쓸모 있지 않다는 낙인까지 더해졌다. 

- 풍부한 삶의 경험과 여성들만의 지식 공유를 통해 축적된 노하우 덕분에, 그들은 지역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특히 여성을 치료하거나 처치하고, 분만이나 초기 형태의 피임, 육아, 점술, 주술 등에 도움을 주었다. 또한 나이 든 여성들은 구술 문화, 지역 관습, 집단 기억, 공예와 제작 기술, 비책과 종교의식의 주요 보호자이자 전승자였다. '마녀'라는 용어의 다의성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 무속에서 말하는 동물과의 교류는 토템 동물과 사냥감, 영혼의 사자로서의 동물, 가공의 혼종 동물이라는 세 가지 주요 범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집단은 곰, 말, 스라소니, 사슴, 황소, 숫양, 순록, 독수리 같은 크고 강력한 동물들로 구성된다. 두 번째 범주인 영혼의 사자에는 수달, 여우, 새, 물고기, 곤충처럼 더 작고 빠른 동물이 포함된다. 가공의 혼종 동물에는 불새와 금빛 동물이 있다. 샤머니즘에서 모든 동물은 신비한 존재이며, 세계를 이해하고 해석하거나 영혼을 인도하는 일에 관여할 수 있다. 

- 샤먼의 기술 역량에서 식물을 쓰는 능력은 매우 결정적인 요소다. 식물에 대한 지식이 중요한 이유는 비단 약효 때문만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무아지경의 상태로 들어가 육체에서 영혼을 분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약초 성분의 섭취, 연기 흡입, 냄새를 들이마시는 행위는 마취나 최면 상태에 이르는 보편적인 방법이다. 나무, 버섯, 꽃, 잎사귀, 과일은 모두 보이지 않는 존재들의 서식처가 될 수 있다. 샤먼은 이러한 자연물을 활용해 절기에 맞춘 의식을 집행하고, 이를 통해 인간 세상과 신의 영역과 사후 세계를 넘나들며 해석한다. 이 모든 신비로운 과정은 결국 샤먼이 속한 공동체의 안녕과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 

- 신화와 무속적 주술에서 나무, 특히 참나무, 자작나무, 소나무, 피나무, 전나무, 산사나무, 버드나무는 신들이 있는 더 높은 세계와의 연결을 상징한다. 벼락을 맞은 나무는 의식에서 특별한 힘을 발휘한다. 나무의 캐노피 아래는 사회적으로 중요하기도 하므로, 공동체 회의나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장소로 매우 적합하다. 호두나무와 배나무는 특히 죽은 자의 영혼이나 악마, 지하 세계와 연관이 있는데, 마녀들은 밤이면 느릅나무나 담쟁이덩굴뿐만 아니라 두 나무로도 모여든다. 

 

- 호두나무나 배나무 아래서 잠을 자는 행위는 불임, 정신 착란, 또는 죽음 그 자체를 유발한다고 전해지는 반면 그 밖의 다른 나무 아래에서의 잠은 자는 사람에게 치료의 의료지식이 전달되는 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작나무는 액을 막거나 위험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힘이 있다. 마녀들은 버드나무를 두려워하는데, 수액에 치유력이 있기 때문이다. 버드나무는 요정들을 유인하기도 한다. 슬라브족에게 버드나무는 가장 중요한 나무 중 하나로, 많은 풍요 기원 의식에서 사용된다. 의식에서는 대개 목욕을 하며 버드나무 가지와 잎으로 만든 화관을 쓴다. 버드나무 가지는 종려  주일(예수 부활주일 직전의 일요일, 예루살렘에 입성하는 예수를 사람들이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어 환영한 날-옮긴이) 의식에서 종려나무 잎을 대신하기도 한다.  

- 피나무는 슬라브족에게 신성시되며, 약효와 마법이 깃든 향기로운 잎과 꽃은 신들조차 그 가치를 인정할 정도다. 피나무는 이동할 수 있는 신비한 능력을 지니고 있어 가끔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곤 한다. 피나무 아래에서는 가족이나 씨족은 물론 서로 적대시하는 세력 사이에도 평화가 이루어진다. 또한 그곳에서 왕이 즉위하기도 한다. 피나무를 국가의 나무로 여기는 슬로베니아에는 마을마다 피나무가 있어 그 아래에서 회의를 열고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 딱총나무의 꽃과 가지는 가축을 치료하는 데 요긴하다. 나무 자체도 신비로워 요정과 악마가 모두 서식한다. 딱총나무는 플루트를 만들기에 가장 좋은 나무이기도 하다. 다양한 덤불의 잔가지와 나무의 작은 가지나 잎은 의식적인 매질에 쓰인다. 예를 들어 개암나무 가지는 전통적으로 학교에서 버릇없는 학생을 벌할 때 사용된다. 

 

- 동유럽 전설에서 야채와 과일은 다양한 마법적 기능을 지닌다. 대부분 상징적 의미로 가득하며, 차나 팅크 조제약의 형태로 민간요법뿐 아니라 의식에 따른 식이요법에도 활용될 수 있다. 그 진가는 현대 과학이나 약학적 맥락에서도 흔히 확인되며, 일부는 독약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 슬라브족이 신비롭게 여겼던 의외의 식물 중 하나는 바로 평범한 양배추다. 동유럽 구전 전통 속에는 유럽이 원산지인 이 식물의 성적 함의를 익살스럽게 풀어낸 다양한 농담, 수수께끼, 관용구가 가득하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초기 양배추 품종은 줄기가 길고 끝에 작은 열매가 맺힌 형태여서 실제로 남근과 상당히 비슷한 모양을 띠었다는 사실이다. 이후 품종 개량을 통해 오늘날처럼 둥글고 풍성한 형태가 되면서, 아기를 양배추 밭에서 데려온다는 유명한 프랑스 민담이 생겨나기도 했다). 또한 중세의 농담에서 양배추는 손때 묻은 책에 비유되기도 했는데, 세르비아어에서 쿠푸사라 kupusara(쿠푸스 kupus는 양배추를 뜻함)라는 단어가 낡은 교과서처럼 여러 사람의 손을 탄 책을 의미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 가장 상징성이 강한 과일은 사과다. 파리스가 아프로디테에게 황금 사과를 주어 트로이전쟁을 촉발시킨 이야기, 즉 고대 그리스 신화의 <파리스의 심판>에서처럼 신화 속 사과는 흔히 금빛을 띤다. 사과는 결혼식에서 중요한 상징물로 쓰일 뿐만 아니라, 보편적인 권력의 상징으로 쓰이기도 한다. 붉은 과일은 모두 비슷한 의식적 힘을 지니는데, 특히 유혹과 사랑을 배경으로 할 때 상징성이 두드러진다.

- 고대 로마의 결혼식에서는 견과를 뿌리기도 했지만 동유럽 의식, 특히 발칸반도에서 견과는 죽은 사람의 음식으로 여겨진다. 성탄절 전야에 가장은 집의 귀퉁이 네 곳 모두에 견과를 던진다. 구석, 벽난로 위, 난로 근처, 다락, 문지방 근처에 사는 죽은 자의 영혼에게 음식을 먹이려는 의도다. 

- 보름달이 뜨면 마녀들은 견과가 열리는 나무(앞서 언급한 호두나무 같은)에 모여 견과의 껍데기를 타고 다니기도 한다. 과거 판노니아 Pannonia(다뉴브강 중류의 분지 지역, 로마제국의 속주였다가 여러 민족을 거쳐 현재는 헝가리에 속함-옮긴이) 지역에는 마녀들의 회합 장소로 알려진 견과나무들이 있었다. 샤먼들은 견과 나무의 캐노피 아래에서 약재 혼합물과 조제약을 나누어주기도 했다. 

- 허브는 샤먼의 주술에 쓰이는 기본 성분이며, 특히 치료에 활용된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질로, 죽음과 관련된 의식에서 정화와 산 자의 보호를 위해 사용된다. 액을 막는 역할도 하며 많은 질병을 치료하고 풍요 의식을 뒷받침하기도 한다. 소녀와 여성과 젊은 남성은 바질 잎과 꽃으로 머리를 장식한다. 여성과 아이는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바질 향이 나는 물에 몸을 담그기도 한다.

- 클로버, 특히 네잎클로버는 문이나 숨겨진 보물, 비밀 통로를 여는 강력한 도구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원하는 사람에게 (몰래) 클로버를 대기만 해도 상대의 마음을 열 수 있다. 세르비아 전통에 따르면 담배는 성 사바의 축복을 받았다고 하는데, 추측컨대 이는 악마가 그 냄새를 견딜 수 없어 흡연자들을 해치지 못하는 것을 빗대어 말한 듯하다. 대마는 신비로운 식물로 죽음에 관련된 의식에서 사용된다. 쐐기풀은 염증성 질환에 강력한 치료제가 될 수 있으며, 천둥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월계수는 마녀를 막아주므로 아기의 침대 가까이에는 늘 ...

 

- 잠들기 전 할머니가 들려주던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이야기가 빠져 있더라도 실망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야기 선택에는 신화 세계에서의 존재감과 해석의 완성도 역시 부분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그래서 우리는 편재성과 대중적 관심의 측면에서 모든 신, 나아가 늑대인간까지도 초월하는 동유럽 신화의 대표적 존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 동유럽 신화 체계는 앞서 설명했듯이 다양한 지역, 언어, 문화, 전통에 걸쳐 뿔뿔이 흩어져 있어 덜 친숙하고, 이해하기도 어렵다. 이 점 또한 비교적 현대에 이르러서야 새롭게 깊이와 의미를 얻게 된 덜 알려진 지역 신화에 집중하기로 한 또 하나의 이유였다. 우리는 신화가 어떻게 오늘날의 우리 세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지, 그리고 신화를 잊는다면 얼마나 많은 것을 잃게 되는지 보여주고자 했다.

 

- 그러므로 이 책은 종합적인 논문집이 아니라, 동유럽 신화를 개별적으로 엮은 선집이다. 이 신화가 지닌 서사적이고 극적인 힘과, 그것이 야기하는 다양한 해석을 함께 보여주려고 했다.

- 무엇보다도 이 책을 읽는 동안 즐거웠기를 바란다. 신화들은 눈에 얼어붙은 창유리에 성에가 끼는 겨울 저녁, 촛불을 켜놓고 소리 내어 읽어도 좋다. 이 책은 당신의 관심사가 슬라브족으로서 자신의 뿌리를 찾는 일이든, 더 넓게는 신화와 전설의 세계를 탐험하는 일이든, 깊이 파고들고자 하는 모두를 위한 것이다. 다만 책을 읽을 때는, 어스레한 숲을 가로질러 멀리서 부코들라크의 울부짖음이 울려 퍼질 경우를 대비해 뾰족하게 깎은 산사나무 말뚝을 곁에 두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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